다림주: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에서 카사가 좋다좋다라고 말하는 그 사이에서 충동 들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군. 다림: 그랬나요? 다림주: 예를 들자면 물 속에서 못 나오게 하면 어떻게 버둥거릴까라던가. 아니면 사실 이건 샴푸로 쓰지만 경구섭취할 시엔 독이라서 먹으면 천천히 굳어갈 거라는 거짓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일까라던가. 혹은.. 악의를 투사한다면 증오받을 수 있으려나 같은 느낌을? 다림: 적어도 겉으론 드러나진 않지요. 다림주: 그래. 그렇지.
뭐를? 다림의 말을 이해하려고 미간을 찌뿌리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생각을 피하는거? 그래서 좋아하면서도 싫다? 힘드네.
"복잡하네. 근데 피하고 싶으면 계속 피하면 되지 않아? 사람들은 복잡한게 많은 거 같아. "
언어도 그렇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다림의 말에 입이 쩌억, 경악으로 벌어진다. .
"헉?! 잠 못자면 두통이 와!?"
늑대는 원래 잠이 많은 생물이라 그런가? 먹이가 많으면 그건 그것대로 쉬는 시간이 많아져 잠을 잘 자고, 먹이가 적으면 그것대로 힘을 보충하기 위해 오래 잔다. 그런 생활 리듬에 맞춰진 카사, 잠을 너무 자더라도 못 잔 적은 없었다! 굶으면 굶지 잠을 못 잔다니! 거기에 머리도 아파진다니!! 굉장히 걱정이 되서 그런가, 갑자기 새끼늑대를 대하는 시선으로 진중하게 다림에게 명령을 내린다.
"왜 못 잔거야?? 다림아. 있다가 밥 먹고 같이 낮잠 자자!"
음! 햇빛아래라면! 이유가 뭐라도! 푹 잘수 있을 것이다! 응!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사. 물론 먹은 물질에 그 근엄함은 모조리 날라갔지만 말이다.
써!!!!!!!!!!!! 에퉤텟텟텟텟!!! 한 번 겪어도 배움을 얻지 못하는 영성 D의 카사, 혀를 내밀어 샴푸를 뱉으려고 온 갖 노력을 한다. 먹어도 탈 나든 말든 카사는 상관없다! 지금 쓴게 문제다!! 흐엣퉤퉷!!
..슬슬 봄이라 그런지, 카사가 혀를 내밀고 기침을 하는 와중, 다림의 손길에 완전히는 아니라도 슬슬 속털이 듬성듬성 뽑혀나오기 시작한다. 이따금씩 두꺼운 털 사이에서 길을 잃은 무당벌레같은, 작은 곤충이 나오기도 한다... (해방된 무당벌레는 흐느적흐느적 지친 모습이다. 한 참을 헤멘 듯하다.) 그래도 의외로 털이 엉키는 일은 없었다. 늑대 특유의 속털이 씻겨지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닌지, 간지러운 것을 뒷다리로 긁고 싶은 것도 꾸욱, 참고 뽀각뽀각 열심히 씻겨진다. 거품이 금쎄 새까매지면서도 털 본연의 색이 드러나는 게, 나름 씻기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요..." 정확하게는 성격적인 문제라고 볼 수도 있네요.라고 말합니다. 성격적인 문제라는 건 말 그대로죠. 기본적으로 회피하는 게 정상적일 리가 없잖아요. 복잡한 게 많다는 카사의 말에 눈꼬리를 살짝 내려뜨리며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짓고는 저는 회피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해요.
"정상적인 게 뭔지 몰라서..." 결국엔 파국으로만 끝나버리더라고요.라고 답합니다. 그 뒤에는 말을 더 하진 않고는 낮잠자자는 말에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라는 말을 합니다. 낮잠.. 잘 잘 수 있을까.. 아마 다림이는 햇빛 드는 데에서 낮잠은 거의 안 잘 듯. 선크림 발랐을 테니까..?
"그럼 식사한 다음 이 닦고 낮잠 자는 걸까요?" 그렇게 물으며 쓴 맛에 아이고.. 하는 표정을 지으며 카사에게 사탕을 하나 내밉니다. 달달상큼한 걸로 입을 달래라는 뜻이었을까요? 속털도 겉털도 죽은 털도 엉킨 것도 벅벅벅 씻어주네요. 목욕 브러시로 벅벅 긁어주면 은근 시원하지 않을까요?
사실 계면활성제는 은근 독성이 센 물질이라(정확하게는 물과 기름을 섞으니 그런 원리에서 아마 무당벌레는 세면대에 올려지지 않으면 깩 하고 뒤집혀 죽지 않을까.. 싶습니다. 씻기는 재미가 있어요. 샴푸물을 몇 번이나 쓰고 벅벅벅..
성격적? 그러니까... 성격이 복잡하다? 그런게 있나? 카사는 곰곰히 자신이 아는 사람들 모두를 떠올렸다. 최근 만난 사람만 해도 할멈, 에릭, 지훈, 하루, 지아....
음. 일리 있네. 눈을 살포시 접은 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너무 복잡하게 살아 참나.
"파국....?"
Spring Onion Soup로 끝나??? 순간적으로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왜 국으로 끝나는 지 모르겠지만... 파는 그냥 먹으면 맛없으니까 하여튼 안 좋게 끝난 다는 말일까? 나름 결론에 다다른 카사, 텁, 하고 큰 댕댕앞발을 다림의 팔에 얹는다. 말랑한데 축축하다.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 나도 정상적인게 뭔지 모르거덩!"
그래도 난 잘 해낼꺼니까, 너도 잘 해낼꺼야! 어떻게든! 날 믿으라는 표정을 짓는 카사댕. 반짝이는 신뢰(...)의 눈이. 음. 부담스럽다. 인간의 손이 있으면, 그리고 현재 댕빨당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가슴이라도 팡팡 두드릴 분위기다. 어떻게 보면 셀프디스하는 주제에 당당하지만, 나름 격려의 말인 듯하다.
"응!"
잘 말했네, 닝겐!! 뿌듯한 표정이다. 그러다가 잡아낸 사탕! !!! 입안에 퍼져 샴푸의 맛을 덮어버리는 단맛에 카사는 한결 얌전해진다. 다림이가 브러시로 잘 풀어줘서 잔뜩 시원한 와중 사탕이라니! 최고다! 한 동안 만족하며 조용히 사탕을 굴린다. 이정도로 착한 카사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