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정확하게는 성격적인 문제라고 볼 수도 있네요.라고 말합니다. 성격적인 문제라는 건 말 그대로죠. 기본적으로 회피하는 게 정상적일 리가 없잖아요. 복잡한 게 많다는 카사의 말에 눈꼬리를 살짝 내려뜨리며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짓고는 저는 회피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해요.
"정상적인 게 뭔지 몰라서..." 결국엔 파국으로만 끝나버리더라고요.라고 답합니다. 그 뒤에는 말을 더 하진 않고는 낮잠자자는 말에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라는 말을 합니다. 낮잠.. 잘 잘 수 있을까.. 아마 다림이는 햇빛 드는 데에서 낮잠은 거의 안 잘 듯. 선크림 발랐을 테니까..?
"그럼 식사한 다음 이 닦고 낮잠 자는 걸까요?" 그렇게 물으며 쓴 맛에 아이고.. 하는 표정을 지으며 카사에게 사탕을 하나 내밉니다. 달달상큼한 걸로 입을 달래라는 뜻이었을까요? 속털도 겉털도 죽은 털도 엉킨 것도 벅벅벅 씻어주네요. 목욕 브러시로 벅벅 긁어주면 은근 시원하지 않을까요?
사실 계면활성제는 은근 독성이 센 물질이라(정확하게는 물과 기름을 섞으니 그런 원리에서 아마 무당벌레는 세면대에 올려지지 않으면 깩 하고 뒤집혀 죽지 않을까.. 싶습니다. 씻기는 재미가 있어요. 샴푸물을 몇 번이나 쓰고 벅벅벅..
성격적? 그러니까... 성격이 복잡하다? 그런게 있나? 카사는 곰곰히 자신이 아는 사람들 모두를 떠올렸다. 최근 만난 사람만 해도 할멈, 에릭, 지훈, 하루, 지아....
음. 일리 있네. 눈을 살포시 접은 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너무 복잡하게 살아 참나.
"파국....?"
Spring Onion Soup로 끝나??? 순간적으로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왜 국으로 끝나는 지 모르겠지만... 파는 그냥 먹으면 맛없으니까 하여튼 안 좋게 끝난 다는 말일까? 나름 결론에 다다른 카사, 텁, 하고 큰 댕댕앞발을 다림의 팔에 얹는다. 말랑한데 축축하다.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 나도 정상적인게 뭔지 모르거덩!"
그래도 난 잘 해낼꺼니까, 너도 잘 해낼꺼야! 어떻게든! 날 믿으라는 표정을 짓는 카사댕. 반짝이는 신뢰(...)의 눈이. 음. 부담스럽다. 인간의 손이 있으면, 그리고 현재 댕빨당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가슴이라도 팡팡 두드릴 분위기다. 어떻게 보면 셀프디스하는 주제에 당당하지만, 나름 격려의 말인 듯하다.
"응!"
잘 말했네, 닝겐!! 뿌듯한 표정이다. 그러다가 잡아낸 사탕! !!! 입안에 퍼져 샴푸의 맛을 덮어버리는 단맛에 카사는 한결 얌전해진다. 다림이가 브러시로 잘 풀어줘서 잔뜩 시원한 와중 사탕이라니! 최고다! 한 동안 만족하며 조용히 사탕을 굴린다. 이정도로 착한 카사가 또 있을까.
"음..." 파멸이라던가. 죽음이라던가. 잔인함이라던가를카사에게 말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그저 미소만 지으며 정상적인 게 뭔지 잘 모른다는 말에 그런가요... 같은 말을 합니다. 사탕을 물리고 브러시로 벅벅벅이니 얌전한 카사로군요. 좋다좋아. 꼬리 쪽도 시원하게 문질러주는 겁니다 댕댕앞발을 다림의 팔에 대면 생각보다 다림이 가녀린 타입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었을 듯..이려나요?
"사탕 맛있지요?" 제가 만든 거라는 건.. 농담이에요. 카라멜은 만들 줄 알지만 사탕은 아직이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카사를 빱니다. 구정물도 며추번 버리고. 따뜻한 물줄기를 카사에게 부으며 뜨뜻하게 녹아내리도록 하는 게 사명 같습니까?
사실 무당벌레가 1세면 매우 장수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그 운명한 무당벌레는 다시 세면대에 올려두려 합니다. 나중에 치우죠. 지금은 댕빨이 중요합니다. 댕빨과 댕빨을 하며 매우매우 뽀송뽀송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구석구석!
자.. 드디어 다 빨았네요. 춥지 않도록 물기를 쭉쭉 짜내고, 수건으로 닦고, 기숙사의 난방도 적당한 수준으로 틀어놓았겠지요.
>1596248098>425 "...살아간다는 건 참 부담되는 일이에요. 계속 얻고 잃기를 반복하는데 떨어지지 않는 것들은 쌓여가서, 그런 것들을 잃을까 봐 고민해야 한다니."
멀리 갈 것 없다. 나이젤은 죽음을 두려워하니까. 손에 무엇을 쥐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잃어버릴 것만은 벌써 두려워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직접 귓가에 속삭이는 따뜻한 말, 평소라면 순식간에 무관심 속으로 가라앉았을 말에 묻은 망각을 털어내며 잊지 않으려 한다. 충고는 곱씹으려면 상해 버려선 안 된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닐까요? 기억에 남지 않을 만큼 가치없는 것의 상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걸요."
우리가 작별인사를 하면 그 기억은 언제까지 또렷하게 남을까요? 우리는 몸속에서 죽어가는 세포의 정적을 몰라요. 저는 당신을 잊고, 당신을 만난 '기쁨?'을 구겨서 기억의 한구석에 던져놓을 수도 있겠지요. 이 거대한 세상에선 금방 떠내려가 없어질 일.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상실이 있어요. 기쁨도 만남도 슬픔도 없는 상실, 아니면 슬픔만은 갖고 있는 상실이라.
"올해가 많이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봄이 오면 조금 나아질 거에요."
그 말을 듣고 나이젤은 기꺼이 늙었다고 주장하는 새빨갛게 어린 크기만 한 늑대(?)의 곁으로 다가갔다. 당신, 참 따뜻하기도 하다. 인간보다 더 따뜻한 체온을 가진 늑대라서일까, 아니면 이 큰 몸집이 바람을 막아주는 덕에? 나이젤은 무게실어 기대지 않고 곧은 자세로 닿아 체온을 나누며, 다시 털을 부드럽게 쓸기 시작했다.
"...말투가 가벼워지셨는걸요?"
역시 조금 깬다는 듯하면서도 비웃진 않는 듯한 말이었다. 나이젤은 늑대의 떨리는 몸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갸웃이려다, 뺨을 길게 지나가는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에 멍하니 굳어버렸다. 이건... 이건... 마치 웃음을 참는 것 같은데. 그것이 정답이었다.
"정말, 누구에게나 상냥하지 않은 세계라고 해도 당신에게는 더 그랬겠군요."
한숨을 쉬며 나이젤은 단검을 내렸다. 어차피 자신은 쓸 수 없는 무기이니, 그를 노리는 것들 목록에선 빼는 것이 맞다.
"당신만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고 해둘게요. 자취를 숨긴다면, 환영이에요."
막을 방법이 없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아주길 바라는 게 상책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신 한국의 화장실에도 흔히 붙어있을 그것은 글로-벌한 아카데미 기숙사에선 볼 수 있을 리 없었지만, 나이젤은 대충 비슷한 생각을 했다. 조금 깨는 부분도 있는걸 보면 근엄해 보여도 덜렁거리는 걸지도. 아니면 무지하던가? //대충... 쓸데없이 길어졌다는 애옹... 석고대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