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를 만들려고요. 우리는 배울 기회도 없이 전선에서 배우고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후대에는 우리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들과 같은 희생이 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 " 자유와 희망. 아프란시아 성운의 이름을 따고 교회의 지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아프란시아 성학교. 어때요? " - 좋은 생각이네요 유즈 씨! - 성녀 유즈와 거해광견 도바
멍 정도는 예상했기에 크게 놀라진 않은 눈치였지만, 그래도 살짝 마음이 불편하긴 했던가. 이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랬나 싶다... 다행이도 저 원피스가 목을 가려줘서 지금 당장 티나지는 않지만. 그 와중에 다림의 눈빛에서 희미한 호감과 친애가 느껴지자, 괜히 다림을 쓰담해보려고 시도했을까.
" 내가 볼 때 분명 그것뿐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뭐, 아무래도 좋네. "
한숨을 푹 쉬며 다림이 옷자락을 털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전히 의중을 알기 어려워.. 라고 생각했을지도.
" 가끔씩은 본심을 말해줬으면 한다만. "
키득키득 웃자 살짝 투덜거림 섞인 중얼거림을 내뱉었을까? 언제나 이해 안 가는 말이나, 뜻이 애매한 말이나, 아예 의중을 파악 할 수 없는 말을 했으니, 가끔씩이라도 본심을 내비쳤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 여전히 알 수 없는 말만 하네. "
다림이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는, 몸을 돌리더니 "산책이나 하자. 마실 것도 사줄게." 라며 손짓했다. 기침하는 모습이 조금 마음에 걸렸던 걸지도.
"그러려나요." 조금은 느릿느릿하게 목 쪽을 매만집니다. 붉게 달아올랐다가 푸르고 검어졌다가 점차 옅어지겠지. 괜히 쓰다듬는 것에는 딱히 거부하지는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것뿐만은 아니지요.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완벽한 거짓말일까요?" 언제나 전 한쪽 끝 뒤에 있는 다른 쪽 끝을 잡고 있어요.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포장지 안에 잘 싸여져 있는 게 망가진 지 오래라고 해도 그 겉만은 망가지지 않은 것처럼 잘 싸여져 있다는 걸까?
"본심이라.. 본심이기도 하고.. 본심이 아니기도 하고.." "어렵죠? 어렵게 말하는 법은 개인적으로 잘 배웠다고 생각해요?" 비유와 추상으로 가득찬 말들 사이에 숨어 있는 건 그저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산책이나 하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물이나 한 잔 하는 게 가장 낫겠네요" 물 안 마시고 자면 내일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라는 게 생각났을까?
" 완벽한 진실도 완벽한 거짓도 아니라면,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그것들은 알아도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일게 분명하니. "
한쪽 끝에 있는 다른 쪽 끝이라는 건 무슨 뜻이려나. 어렵다. 지훈은 고개를 내저었다. 다림이 숨겨둔 것들은, 어차피 저가 알아도 이해하지 못 할 것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 ...그렇다고 해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
다림에게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며 본심을 살짝 내비치는 것이었다.
" 나를 놀리는 건 아니지? "
일부러 본심과 거짓을 섞으면서도, 한층 더 꼬아 어렵게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혼란스러울 뿐이었으니까. 물론 그 특유의 화법이 싫지만은 않았다만... 괜히 농담을 던져보는 것에 가까웠다.
" 그 목의 상처는 병원에 꼭 가봐. "
"어느정도 힘조절은 했다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라고 덧붙였을까. 나름의 걱정...이었겠지. 가해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안 어울릴지는 몰라도 말이다. 하여튼 지훈을 따라 바닷가를 걷다보면 중간에 자판기가 하나 나왔을 거고, 거기에서 물 하나와 콜라 하나를 뽑고는 물 쪽을 다림에게 내밀었을까.
"그럴까요?" 저는 그러기를 바라지만요. 같은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숨이 살짝 따갑지만 그건 바닷바람 때문일 것이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것에 대한 답은 해주지 않네요. 다림은 대신 희미하게 웃으면서 그래도 하나만 알아두셔도 좋지 않아요? 저는 지훈 씨에게 호감과 친애는 가지고 있어요. 그 뒤에 숨어있는 것이 문제지만.
"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놀릴 거였으면 상해로 고소한다는 말 같은 걸 했겠죠. 같은 농담임에 분명한 말을 짖궂은 표정으로 하는 다림입니다. 그래도 평범한 감상을 못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었을까? 그러나.. 그것은 다림 자신도 확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건지..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요." 노력한다는 말의 뉘앙스란. 물을 받아들면 찬 물을 목에 대고는 적당히 식히려 한 다음에 미지근해진 그 물을 천천히 홀짝였을 겁니다. 미적지근한 그 감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요. 찬물 갑자기 마시면 그것도 애매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