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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 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명예살인이 남아있는 마을이었다. 내 세대가 되어서야 구시대적이라며 비판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나올 뿐인 그런 촌구석이었다. 그러니 괴인을 괴물이라 단정 짓고 그것들을 모두 죽여야 사람이 안전해진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것은 당연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생각은 조금 극단적이지 않나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에 괴인들은 충분히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도 괴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첫 부분을 되짚어보면 그때까지는 아직 사람이었다. 어둑어둑한 시간대였고, 장소는 숲이었다. 어린아이가 산짐승에게 공격받고 있던 걸 본 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산짐승에게 덤벼들었다. 절대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지만 나는 아이를 구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꽤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산속 이었던 탓에 진흙과 나뭇잎으로 범벅이 되어있어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갑자기 튀어나와 짐승과 싸우는 걸 보고 놀랐던 거였는지는 몰라도 아이가 나를 가리켜 괴물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겁에 질리고 놀란 상태인 어린아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군가 괴인화의 가능성을 꺼내자 상황은 내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애초에 산짐승을 단신으로 격퇴한다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내 가족들까지 나서서 나는 평소에도 바다에 자주 나가 몸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구실을 만들어준 다음에야 마을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설핏설핏 정말로 사람인가 의심하는 모습이 비쳤다. 그것들은 무어라 따지기에는 애매한 만큼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뭔가 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여겼다. 내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인 것이 진실이었으니까.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런 상황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게 되었을 무렵 밤이었다. 잠시 해안가 절벽에 나와 있던 나에게 문득 형이 다가왔다. 형은 나와 달리 바다 근처에 오는 일은 그다지 없었기에 웬일이냐 물으며 다가간 순간 갑자기 칼을 휘둘렀다.
"미안해. 나도 네가 괴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어쩔 수가 없다. 가족을 위해 죽어줘."
형은 떨면서 중얼거렸고 정말로 죽일 생각이란 걸 느낀 나는 뒷걸음질 쳤다.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칼을 휘두르고 그걸 피하는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나란히 절벽에서 떨어져 바닷물에 빠졌다. 물이 몸에 감기는가 싶더니 코와 입으로 바닷물이 들이찼다. 정말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발버둥을 칠 힘도 다 빠져버려 가라앉았을 무렵엔 도리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죽음에 다다른 순간 느껴지는 편안함이 아니라 정말로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폐에 공기가 들어와 머릿속이 맑아졌으며 소금물이 들어찬 입속은 짜지 않았다. 그러고서 눈앞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의 모습을 보자 확 하고 정신이 들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었다. 갈퀴가 돋은 손으로 물을 헤치고 나가 그의 몸을 붙잡고 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끌고 들어갔다.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감각이 온몸으로 느껴졌지만, 그보다는 내가 죽임당하는 것이 훨씬 더 두려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완전히 또렷해진 정신과 몸으로 사람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나 자신이 정말로 괴물같이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은 놀라울 정도로 평화로웠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인 데다 시체도 바닷속에 가라앉았다지만 사람이 하나 사라졌다는걸 모를 만큼 큰 마을도 아닌데. 그렇다고 내가 했다면서 떠들고 다닐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나 또한 마을의 분위기에 맞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행동했다. 우스웠다. 사람이 죽고, 정말로 괴물이 나타났는데도 아무도 파헤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 그렇게 중요시하고 있는 걸까. 물론 정말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밤이 되면 간간이 나를 죽이러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들이 한결같이 밤에만 한두 명 오는 것이 나는 정말로 우스웠다. 뻔했다. 이런 거로 문제를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애초에 사람 한두 명이 괴물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차라리 힘을 합쳐 다 같이 온다면 모를까,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십수 명을 가라앉힌 다음에야 드디어 평화가 깨졌다. 마을 사람 전부가 모인 자리에 나가니 어쩔 줄도 몰라 하는 사람이 몇, 나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몇, 그리고 확신을 숨기지 못해 나를 흘끗거리는 사람이 약간 있었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 밤쯤에는 저 사람들이 날 죽이러 왔겠지.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죽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내가 사실을 털어놓자 곧바로 뒤집어졌다.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런 말을 할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괴물에게 죽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는 반응이었고 아주 적은 수의 사람이 나를 믿었는데 배신당했다며 화를 냈다. 이유를 물으니 가장 먼저 사라진 사람이 내 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스웠다. 괴물이 가족 같은 것에 연연할 리 없는데. 무엇보다 우스운 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조차 내가 사람이었을 때 나를 보고 괴물이었다고 말했었다는 점이었다. 그 믿음을 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가졌다면 이렇게는 안 됐을 텐데.
그 뒤는 괴물의 독무대였다. 사람이었던 시절에도 바다에 자주 나갔기 때문에 몸이 좋았었던 나다. 죽이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때는 물가로 유인해 가라앉혔다. 아가미가 있고 갈퀴가 달린 괴물을 물속에서 이길 수는 없으니까.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달아나는 사람까지 집요하게 쫓아가서 죽였다. 촌구석인 이 마을은 오가는 길 자체가 한정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나를 처음으로 괴물이라 불렀던 어린아이였다. 이 마을의 유일한 아이였고, 유일하게 현재 상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안녕."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사이 아이는 나를 보더니 잠시 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형아, 그... 미안해. 괴물이라고 해서. 놀라서 그랬어."
그 말을 듣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생각해보면 그날 이후로 처음 만난 것이었다. 나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니야. 형이야말로 놀래켜서 미안해. 사과할 겸 형이 오늘 도시에 내려가는데 같이 갈래? 과자 사줄게."
어차피 이 마을은 끝났다. 괴물이 숨어든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전부 죽어버렸다. 이 아이를 죽이지 않으려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가야 했다. 아이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왔다.
아이에게 등을 보이고 무릎을 꿇었지만 업히지 않았다. 되려 내가 뒤를 돈 틈을 타 달아났다. 어린아이들은 감이 좋다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나는 구태여 쫓아가지 않고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도시에 내려가서 며칠 정도 부랑자로 지냈더니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내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산이랑 바다 사이에 있는 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괴인이 나타나서... 저만 남았는데 저도 괴인이 되어버려서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큰 마을에 왔는데 갈 곳이 없어서..."
거의 사실이기는 했다. 어차피 내가 있던 곳은 이미 사라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 행세를 하고있는 나에게 한 경찰이 상상도 못 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괴인들이 모여있는 용병부대가 있다고. 어차피 갈 곳도 없다고 했는데 거기에 지원해보는 건 어떠냐고. 보아하니 몸도 튼튼한 것 같으니 나쁘지 않은 방법일 거라고 했다. 생각 있으면 연결해주겠다고. 괴인들로 이루어진 용병부대라니, 우스웠다. 사람은 괴물의 무엇을 믿고 용병으로 쓰는 거지? 아니면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는 말일까?
"그거 좋네요. 부탁드립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인 척을 계속하기로 했다. 여기서 내가 괴물이라는 걸 밝혀봐야 죽어버리기나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길이 있다면 걸어보고 싶어졌다.
명예살인이 남아있는 마을이었다. 내 세대가 되어서야 구시대적이라며 비판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나올 뿐인 그런 촌구석이었다. 그러니 괴인을 괴물이라 단정 짓고 그것들을 모두 죽여야 사람이 안전해진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것은 당연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생각은 조금 극단적이지 않나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에 괴인들은 충분히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도 괴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첫 부분을 되짚어보면 그때까지는 아직 사람이었다. 어둑어둑한 시간대였고, 장소는 숲이었다. 어린아이가 산짐승에게 공격받고 있던 걸 본 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산짐승에게 덤벼들었다. 절대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지만 나는 아이를 구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꽤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산속 이었던 탓에 진흙과 나뭇잎으로 범벅이 되어있어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갑자기 튀어나와 짐승과 싸우는 걸 보고 놀랐던 거였는지는 몰라도 아이가 나를 가리켜 괴물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겁에 질리고 놀란 상태인 어린아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군가 괴인화의 가능성을 꺼내자 상황은 내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애초에 산짐승을 단신으로 격퇴한다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내 가족들까지 나서서 나는 평소에도 바다에 자주 나가 몸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구실을 만들어준 다음에야 마을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설핏설핏 정말로 사람인가 의심하는 모습이 비쳤다. 그것들은 무어라 따지기에는 애매한 만큼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뭔가 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여겼다. 내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인 것이 진실이었으니까.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런 상황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게 되었을 무렵 밤이었다. 잠시 해안가 절벽에 나와 있던 나에게 문득 형이 다가왔다. 형은 나와 달리 바다 근처에 오는 일은 그다지 없었기에 웬일이냐 물으며 다가간 순간 갑자기 칼을 휘둘렀다.
"미안해. 나도 네가 괴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어쩔 수가 없다. 가족을 위해 죽어줘."
형은 떨면서 중얼거렸고 정말로 죽일 생각이란 걸 느낀 나는 뒷걸음질 쳤다.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칼을 휘두르고 그걸 피하는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나란히 절벽에서 떨어져 바닷물에 빠졌다. 물이 몸에 감기는가 싶더니 코와 입으로 바닷물이 들이찼다. 정말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발버둥을 칠 힘도 다 빠져버려 가라앉았을 무렵엔 도리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죽음에 다다른 순간 느껴지는 편안함이 아니라 정말로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폐에 공기가 들어와 머릿속이 맑아졌으며 소금물이 들어찬 입속은 짜지 않았다. 그러고서 눈앞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의 모습을 보자 확 하고 정신이 들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었다. 갈퀴가 돋은 손으로 물을 헤치고 나가 그의 몸을 붙잡고 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끌고 들어갔다.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감각이 온몸으로 느껴졌지만, 그보다는 내가 죽임당하는 것이 훨씬 더 두려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완전히 또렷해진 정신과 몸으로 사람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나 자신이 정말로 괴물같이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은 놀라울 정도로 평화로웠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인 데다 시체도 바닷속에 가라앉았다지만 사람이 하나 사라졌다는걸 모를 만큼 큰 마을도 아닌데. 그렇다고 내가 했다면서 떠들고 다닐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나 또한 마을의 분위기에 맞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행동했다. 우스웠다. 사람이 죽고, 정말로 괴물이 나타났는데도 아무도 파헤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 그렇게 중요시하고 있는 걸까. 물론 정말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밤이 되면 간간이 나를 죽이러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들이 한결같이 밤에만 한두 명 오는 것이 나는 정말로 우스웠다. 뻔했다. 이런 거로 문제를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애초에 사람 한두 명이 괴물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차라리 힘을 합쳐 다 같이 온다면 모를까,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몇 명을 가라앉힌 다음에야 드디어 평화가 깨졌다. 마을 사람 전부가 모인 자리에 나가니 이제서야 괴물을 찾아야 한다며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중에 나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사람은 이미 괴물 사냥을 나섰다가 되레 당해버렸으니까. 끝에 가서는 사람끼리 싸우려다 나에게 제지당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지만, 괴물이 누구인지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날 이후로 나를 죽이러 오는 사람은 없어지다시피 했다. 대신 사람끼리 죽이려는 일이 벌어지거나, 정말로 죽이는 데 성공해서 시체가 발견되는 일이 생겨났다. 괴물을 찾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목을 죄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괴물이 사라질 차례라고 생각했다.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가는 언젠가는 들켜서 인간에게 당하겠지만 지금 사라져 버린다면 나 또한 괴물에게 잡아먹혔다고 여겨질 테니까. 그렇게 되면 사람밖에 없는 마을에서 괴물을 잡아야 한다면서 서로 죽고 죽일 게 뻔했다. 참극이지만 괴물이 바래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사라졌다고 여겨야 하니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숲속을 걷던 중 누군가와 마주쳤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누군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나를 처음으로 괴물이라 불렀던 어린아이였다.
"안녕."
어떻게 하지. 그냥 보내주었다가는 내가 사라진 게 아니라 떠났다고 알려질 가능성이 있었다. 마침 잡아먹기에도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이 아이가 혼자 온 건지가 조금 걸렸다. 주위에 누가 더 있지는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아이는 나를 보더니 잠시 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형아, 그... 미안해. 괴물이라고 해서. 놀라서 그랬어."
그 말을 듣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생각해보면 그날 이후로 처음 만난 것이었다. 나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니야. 형이야말로 놀래켜서 미안해." "으응, 형이 나 도와준 거잖아. 맞지? 근데 그래서 미안해... 맞다, 이런 데서 있으면 괴물한테 잡아먹힌대. 형은 길 알아?" "길 잃어버렸구나. 어쩐지 이런 시간에 산에 있더라니. 저쪽 길로 가면 집이야." 나는 마을 쪽을 가리켰다. 야산이긴 하지만 아직 마을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아이 혼자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아이는 곧장 가지 않고 나를 돌아보았다.
"형아는? 안 가? 또 다칠지도 몰라." "형은... 이건 비밀인데, 형은 지금 괴물을 잡으러 가는 거야. 요새 어른들이 괴물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고 있지?" "혼자서 가는 거야?" "형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봤잖아. 대신 어른들한테는 비밀이다? 잘못하면 다치는 사람들이 더 생길지도 모르니까."
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비밀이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아이도 그것을 따라 하며 키득대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마을로 돌아가는 아이를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마을을 떠난 뒤로는 한 군데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최대한 사람 흉내를 냈다. 눈앞에 있는 것이 괴물인 줄도 모르고 사람 대하듯 하는 자들을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이게 괴물의 마음일 테지. 만약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내가 괴물이라는 걸 드러내면 어떻게 반응할까 알고 싶은 충동이 점점 자라날 때 쯤 괴인들이 모여있는 용병부대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스웠다. 사람은 괴물의 무엇을 믿고 용병으로 쓰는 거지? 아니면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는 말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들 또한 사람의 흉내를 내는 괴물인 걸까.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그들의 틈바구니에 섞여보기로 했다. 아직은 사람 흉내를 그만둘 때가 아닌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