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주위를 살펴봅니다. 피흘리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생명의 끝에서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들을 살리기 위해 수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무기력한 나. 하루는 손을 꼭 쥔 채 주위를 둘러봅니다.
" 아파.. 아파.. 씨X 아프다고!!! " " 팔.. 팔이 안 느껴져요.. 저 이제.. 팔 없이 살아야 해요? " " 차라리.. 편하게 해줘.. 죽는 게 나아.. "
이들은 모두 민간인입니다. 최소한 헌터라도 되는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보고 도망가버렸고, 동료 가디언들은 게이트를 막기 위해 멀리 사라졌습니다.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하루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디언 칩의 통제마저 포기한 채 목 위로 올라오려는 망념의 숨을 참고, 다시금 손을 움직입니다.
다친 이들에게 괜찮냐는 말과 함께 약을 놓아주고, 팔을 붙이고, 다리를 붙이고. 죽으려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상처를 치유하고, 마취를 하고.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품어주고, 도와주기를 반복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에겐,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하루는 문득 성녀를 떠올립니다. 성녀 역시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자 했고, 분투하였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런 성녀를 동경했던 하루 역시 이들을 버리고 도망갈 능력도, 마음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조잡한 망념 조절제를 삼키고, 투입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치료하고, 치료하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툭.
한 사람의 불타던 목숨이 덧없이 끊어지고
" 미안해. 우리 지현이. 엄마가.. 사랑해. "
한 어머니의 사랑을 아이는 다시 들을 수 없게 되며
" 먼저 간다.. 하. 뒤지게 좋아했는데.. "
한 청년의 풋풋한 고백이 흑빛으로 물들고
" 영감. 나 먼저 안 두고 간다더니. 그렇게 먼저 가버렸소. "
긴긴 사랑의 마지막이 아프게 끝마치고 난 순간. 하루는 입술을 깨뭅니다.
전능하신 신이시여. 부디 이 기도를 들으소서. 다만 죽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니. 다만 사는 것은 수백이 살길 바라나이다. 비록 욕심인 것을 아나, 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은 수천을 가엽게 여기사, 이 곳에 당신의 기적을 내리는 것을 허락하소서.
하루의 의념은 하루의 손을, 발을, 전신을 타고 하늘 위로 흘러갑니다. 백색의 광휘가 하늘 높게 사라지고 나자, 거대한 구름의 일부를 가르고 저 하늘의 빛들이 내려 다친 자들과, 상처받은 이들을 모두 감싸기 시작합니다.
의념기 - 신의 축복
신은 하루의 기도에 응답합니다. 숨이 끊어진 이가 얕은 숨소리를 내뱉고, 사랑을 고백했던 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잃은 노인의 슬픔이 조금의 위로를 받고, 부모는 다시금 아이의 눈을 마주칩니다.
[ 경고. 본 가디언은 망념의 한계치를 돌파하였습니다. ]
그 경고에도 하루는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손목으로부터 전해지는 의념의 차단에도, 하루는 스스로의 의지로 참고 기도를 올립니다. 마침내. 다친 이들이 하나둘 줄어가기 시작할 때. 하루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봅니다.
보세요. 웃으니까 다들 좋잖아요. 지금까지 힘들었으니까. 이제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부디. 행복해주세요.
그 말을 마친 하루는 자리에 쓰러지고 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옆을 지키며, 하루를 간호합니다. 하루의 몸은 수없는 망념과 싸우고 있을지언정. 절대 무너지고 있지 않습니다. ..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사람들을 향해 말할 것입니다.
[ 아이올로스 윤 지아는 비록 소속은 신한국이었으나 오래되거나, 까다로워서 해결되지 못한 게이트가 있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든 신출귀몰하며 나타나는 가디언이었다. 텅빈 손의 창술사, 카마이타치, 도화랑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우는 윤지아를 상징하는 이명은 그리스 지역의 초대형 게이트 "트로이 전쟁"을 단독으로 클로징 하며 얻은 아이올로스였다. ]
지아의 양 손에 창이 잡힙니다. 아니, 그녀의 손이 닿는 곳이 곧 바람이며 창입니다. 대기를 통째로 붙잡아 휘두르며 눈 앞의 몬스터 무리들을 그야말로 분쇄해버리는 그녀의 주위로 거센 비구름과 흉악한 칼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윤지아가 그 수많은 비와 바람의 군세들 사이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며, 선포하듯 한 마디를 읊조립니다.
"용오름."
보십시오, 거대한 풍룡의 주인을. 경외하십시오, 오디세우스를 꿇린 바람의 신을! 그녀의 한 마디면 이 땅위에 모든 사악한 것은 바람에 무자비하게 찢기고 썰려나갑니다.
[오늘 진행에 대한 느낌] 청월 이곳저곳에서 몬가 일어나는데 후안이는 암것도 없나? 하며 생각하던 중이었다. 맨날 조용한 검도부이니 또 암것도 없나.. 했는데 아주 조용하고 담담하게 참담한 상황을 느끼게 되는 김찬성과의 대화였다. 그나마 가장 가까이서 강하다고 하는 사람이 김찬성 정도인데, 그런 김찬성도 뭔가 할 수 있는게 없는 그런 상황인듯 하니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는게 딱 와닿는다.
[앞으로 향후 계획] 후안에게 이곳에 인연이 얼마 없으니 아마 그런 것에 대한 마음 앎이는 없겠다 싶지만, 이 상황속에서 최선을 다해가는 모습으로 주변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모습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