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들어오긴 했으나...지금 나는 할 말이 너무나도 많다, 우선 대체 카사는 어쩌다 이분과 싸우게 되었는가? 일단 첫인상과 지금의 인상으로 봐서는 도무지 싸움이 일어날만한 조합이 아니란것이다. 아까부터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대체 어쩌다가 대판 싸운거야?
"......"
우선 간식을 가져오는동안 할 말을 정리해보자. 우선 이번일이 대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파악해야한다. 그리고 분명 카사라면 싸우고 바로 기숙사에 처박힐 아이가 아닐게 뻔하니 대체 어디로 간건지도.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따 상대쪽으로 밀어두고,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축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늦은 시간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하루양."
나는 카사의 친구다. 그래서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혹시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이젤도 신체 S의 스테이더스를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의념을 담아 액자를 후려팬 건 아니었으니까, 아마 괜찮지 않을까.
"저 정도에 부서지면 아마 다른 고학년들은 못 버틸 거에요-"
눈앞에 공격 같은 위협이 다가오는 순간 의념을 끌어모아 필살권을 때려박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닐까. 그에 비하면 아직 레벨 한 자릿수인데다 여실한 실전부족인 나이젤은 괜찮다. 아마도. 그리고 웃음소리에 이은 칼 뽑는 소리에 같이 놀랐을까.
"...오니잔슈 씨한테 먹일 진짜 유령은 여기 없는걸요."
라고 진정하고 나선 태연한 척 농담을 한다. 마이크로 한 거였구나. 음질 좋네. 아무튼 촛불 불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검 집어넣는 손을 보고 나이젤은 다시 주변을 경계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이런 건 경계해도 못 막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경계하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리고 어김없이 뭔가 일어났다. 나이젤은... 갑자기 발목을 휘감는 무언가의 감촉을 느끼며 저택 복도에 나뒹굴었다!
"...!"
와당탕! 뭔가, 뭔가 묶었다. 나이젤은 당황해서 풀어내려는 듯 넘어진 채로 다리를 더듬었다. 하지만 만져지는 건 아무것도 묶여 있지 않은 다리와 차가운 돌바닥뿐. 구석까지 밀려 있는 낡은 붉은색 카펫은 이곳까지 뻗었다고 하기엔 너무 멀리 있는 것이었겠지.
다음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1 강화된 천장. 천장의 금에서 차갑고 썩은내를 풍기는 액체가 바로 앞에 툭 떨어진다 2 실내인데 왠 바람 한 줄기가 오싹하게 뒷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3 갑자기 와장창 소리와 지나온 뒷쪽의 창문이 깨진다 4 사람 크기의 물체가 아래에 있는 듯 둥글게 부푼 카펫이 묘하게 움직인 기분이 든다 5 당신의 발목을 결초보복☆ 6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복도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0 복도의 촛불이 꺼지며 한 줄기 연기만 남긴다 .dice 0 6. = 6
둘 사이에 있던 일은 온전히 지아에게 털어놓기는 아직 두 사람의 거리가 있었고, 개인적인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만큼 하루 혼자서 다 털어놓는 것은 애매했다. 그렇기에 쿠키를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은 하루가 '감사해요' 라는 말과 함께 쥬스를 한모금 마신 후 차분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 두사람 사이에 좀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뿐이에요. 카사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는데, 제가 하고 있었고... 그걸 말했고, 충돌이 생겼어요. 그래서 둘이 다투게 된거죠. 가치관 문제라고 하면 될까요... "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를 해준 하루는 목이 마른지 다시 쥬스를 한모금 마시며 지아를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카사와도 어느정도 관계가 있는 것이 확실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 저와 카사의 가치관이 부딪쳤고, 그게 싸움이 된거에요. 의견 충돌이죠. 그래서 ... 카사가 집을, 기숙사를 나갔네요. 찾지 말라면서 나갔으니 지금도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찾아나서면 화를 더 키울 것 같으니 일단 찾는 건 보류한 상태에요. "
설명이 됐을까요? 하는 눈으로 지아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덤덤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루 역시 카사를 걱정하고 있다는 듯.
저번에 화현이 마지막으로 한 짚도 농가의 재산인데 마음대로 써냐는 말에 큰실수라고 느끼고 바로 해당 구역 주인에게 가서 사죄의 의미로 절을 한 다음 온갖 잡일거리를 해서 어느정도는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허락 받았다.(일상이니까 넘어갔다는 식으루!) 이렇게저렇게 도움을 받아서 짚으로 만든 움집에서 누워있다가 참새 같은 새떼들이 농작물을 습격하자 자리에서 박차 뛰쳐나온다.
"후우우우웁"
숨을 크게 들이마셔서 눈에 보일정도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게 한 다음 그대로 내짖은다.
갈!"
큰 소리와 함께 새들이 푸드덕 거리며 하늘을 날아오른다. 옛 성현(3시간전)이 말하기를 나는 살아있는 허수아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