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지만, 마다하면 카사가 아니었다!!! 닭고기가 얹어진 황금빛의 고슬고슬한 볶음밥, 솔솔 풍겨오르는 고차원적인 향기... 보기만 해도 완벽한 하모니! 카사는 기다리지 않는다! 그 완벽한 것을 보고 침만 흘리면 어찌 사냐! 당장 그 접시에 코를 대고 게걸스럽게 먹어치....
....우지 않았다!!! (두둥!)
의외! 댕댕 치고는 다소곳이 앉은(?) 카사! 두 앞발로 접시를 가지런히, 조심스레 잡아 고정시키고선, 흘리지도 않고 완벽한 강아지의 식사예절을 고수한다! 대단하다 카사! 아브엘라의 가르침이 빛을 발했구나!!
그리고 물론, 평온한 겉모습과 달리 카사의 입속에는.
환. 타. 지.
폭죽이 터진다!!!! 이런 맙소사!!!!! 이런 완벽한 향!! 이런 고도의 재료가 카사의 혀위에서 살아 숨쉰다! 서로의 손을 잡아 장점을 곧두세우고 단점을 잠재운다!! 재료의 구수한 향이 카사를 환영하고, 쫄깃탱탱한 쌀알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거기에 함께하는 닭 가슴살의 보드라움! 따뜻하게 모든 것을 품어주듯이, 아낌없이 베푸는 육즙!
카사는 깨달았다. 이것은 「사랑의 볶음밥이」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원래 서러울 떄 먹는 집밥이 제일 감동적이라 하지 않는가. (모르는 사람 집밥인건 무시하자.)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줄줄줄, 댕댕카사의 눈구석에서 물기가 흘러내린다. 흐끕, 흐끕, 댕댕의 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매우 맛있게 먹는다. 한입 베어물때 마다 후안을 향한 경외감이 하늘 높이 오른다.
아마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시련을 사랑하는 삼류 작가일 것이 분명합니다. 언제나 쉬운 길은 주지 않고 우리들을 시련 속으로 밀어넣고자 하는, 인기 없는 삼류 작가. 에릭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직 고블린들은 한참 남아있고 고블린 왕은 붉게 물든 몸으로 의자에 앉아 에릭을 내려봅니다. 성현은 충격에 몸을 추스리는 중이고, 나이젤은 긴 중독으로 피를 토해내고 그 충격을 버티기 위해 몸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 상황을 보고 있으면 신이 정해둔 운명이란 것이 꼭 패배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 첫 성공이란 달콤한 과실을 맛보았기에 그 맛에 중독되어, 그 맛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밀어넣어지는 우리들은 실패. 실패. 실패의 그 쓴 맛을 느끼며 달콤한 과실을 느낄 수 없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린 상상하고 있을겁니다. 성공이란 달콤한 과실을, 그 과실로부터 오는 청량한 기분을, 행복한 감정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에릭은 품을 뒤집니다. 한 권의 책. 한때 비틀렸던 연인을 이겨낼 힘을 주었던 그 책을 펼치며 에릭 하르트만은 말합니다.
" 웃기지 마라. "
여기 있는 모두를 지키고 싶기에, 여기 있는 모두와 함께 하고 싶기에.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성공이란 과실을 맛보여주고 싶기에.
그래요! 쓸모없는 영웅심이라 하여도 좋습니다! 아니, 그 말이 맞다고 말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란겁니까. 나는 이기고 싶습니다. 나는 승리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를 통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나아가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입니까? 그것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누구라도 성공에 대한 갈망은 존재하지 않습니까? 자신은 그저 먼저 그 과실을 맛보았기에, 다시금 이들에게 그 단맛을 보게 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에릭은 책을 펼칩니다. 빠른 속도로 히어로 모먼트가 빛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황금빛의 글씨가 천천히 새겨지며 에릭에게 강렬한 빛을 전합니다. 에릭은 그 글씨를 새기며 천천히, 자신의 꿈을 상상합니다.
< 에릭 하르트만. 동북아시아 가디언 아카데미의 청월고등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성인이 되어 수많은 게이트들을 떠돌며 영웅적 행보를 남겼다. 자신의 연인 하나미치야 이카나와 친구 강만석과 트리오를 맺어 수많은 업적들을 남겼으며 셋 모두 게이트 '태양의 몰락'을 클리어하며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수많은 국가의 러브콜을 무시한 채 동북아시아의 청월고등학교로 돌아온 그는 교사가 되어 수많은 학생들을 키워냈으며 그를 통해 제 4세대의 동북아시아의 황금기를 가속화시킨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
그 문장을 보고 에릭은 피식 웃습니다. 마치 지금의 이야기가 아주 오래된 과거처럼, 두루뭉실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별로 나쁘진 않습니다. 최소한 메리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과, 자신의 사랑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점.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 역시 지켜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웃음과 함께 에릭은 천천히 검을 뽑아듭니다. 황금빛의 광휘는 천천히 에릭을 휘감아 그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작은 뿔테 안경이 눈에 씌이고, 이제는 연녹색을 띄는 머리카락과, 그에 어울리는 진한 붉은 눈동자가 떠오릅니다. 정신을 차린 성현은 천천히 앞을 바라봅니다. 분명 자신과 다르지 않은 투쟁심 가득했던 눈빛에는 이제는 지혜와 연륜이 남아 있습니다. 걸음걸이는 단정하고, 올곧습니다.
" 자. 성현아. 나이젤. "
에릭의 목소리는 꽤 괜찮은 중저음으로 변하였습니다. 귀에 선명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성현과 나이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의미 모를 힘이 온 몸에 끓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 선생님은 말야. 이 문을 닫는 것 보다는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거든? "
에릭의 선선한 웃음을 바라보며 둘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에릭은 장난이 아니라는 듯 천천히 펼친 책을 잡고, 펜을 들어올립니다.
의념기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왜냐면,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이끌었고 그렇게 만들 것이며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웅작성
성현과 나이젤은 온 전신에 넘치기 시작하는 힘을 받아들입니다. 마치 의념이라는 힘 자체를 온 전신에 주입해 넣은 것만 같습니다. 그런 힘을 받아내고, 버티며 전신에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봅니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게이트 내부가 진동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짧은 걸음걸이에도 땅이 움직입니다. 갑작스럽게 불어넣어진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파티원들의 디버프가 모두 제거됩니다. 파티원들의 체력이 100% 회복됩니다. 파티원들의 레벨이 20 상승합니다. 파티원들의 무기술이 일시적으로 A로 판정됩니다.
에릭은 단지 웃으며 그런 여러분을 바라볼 뿐입니다. 에릭 하르트만은 그런 스승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나아가는 법을 알려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