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게임센터는 내 생활비의 주 소모처이자 안식처로써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중이었다. 특히나, 나는 이 건슈팅 게임을 하기 위해서 온다고 해도 되다시피 자주 또 오래 있기 마련이었다. 적어도 여기는 나 홀로 온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굳이 몰려와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가볍게 원코인을 실패하고 잠깐 음료수라도 마시러 갈까 했는데, 이럴수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가?
척 봐도 귀한 집 아가씨라는것이 확 보이는 소녀가 홀로 리듬게임을 하고 있었다. 리듬게임은 솔직히 말해 영 젬병이지만, 저쪽도 초보자라는 티는 숨김없이 드러났다. 복장부터가 저런걸 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고...
"...특이한 광경이긴 하네."
예쁜 아가씨가 펌프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실력과는 관계없는 갤러리마저 생겨 있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핸드폰을 들고... 뭐야 저거. 촬영하는건가?
갑작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놔둔다 해도 직원이 뭐라도 했겠지만. 다른 사람이 나섰겠지만.
"뭐하는 거야! 카메라 안 꺼? 이 자식이 누구 허락 맡고 찍고 앉아있어!"
거의 욕설을 하는 톤으로 그 핸드폰을 밀어낸다. 저런 놈들 때문에 게임센터에 악평이 올라온단 말이다! 내 안식처가 까일만한 빌미를 주지 않겠다. 그저 그것 뿐이었다.
...소란 때문일까. 아니면 플레이를 마친 것일까. 리듬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아가씨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암묵적으로, 아니 꼬리적으로 동의한듯 하니 후안은 자신의 기숙사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마치 재촉 하는듯 해서 살짝 후안은 잰걸음으로 걸어간다.
걸어가는데 약 10분간 별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촉하듯 하는 카사를 이따금씩 조용히 쳐다보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후안에게 개는 커녕 어떤 애완동물도 키워본 기억은 없지만, 아마 그랬다면 많이 쓰다듬거나 만져보거나 했을것이다. 그러나 후안은 뭔가 키워본 기억은 별로 없었고... 어색히 그냥 걸어갔을 뿐이다.
조용히 그리고 안전하게 자신의 방에 도착한 후안은 완전히 젖어버린 늑대와 자신을 발견했다.
꼬리적으로 매우 동의한 카사. 자신의 이성이 답하기도 전에 꼬리가 대답해버렸다. 매우 괘씸하다. 나중에 한 시간가량 꼬리 쫒기 벌을 행해야할꺼 같았다. 닝겐의 뒤에 걸어가는 카사. 이따금씩 닝겐의 걸음걸이가 늦어지면 코로 스윽, 앞으로 미는 식의 응원(?)도 열심히 해주었다. 비 오는 데 멍 때리면 큰일난다. 왜 그러면 큰일나냐면
"푸헷취!"
...이래서다. 닝겐은 어째서인지 그때마다, 아니, 그때가 아니어도 쳐다보다가 실실 웃기도 하는 데 참으로 건방진 닝겐이었다. 그래도 닭(닭!)을 준다고 하니, 착한 카사는 그 무례함에 그저 콧김을 불고 갈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을은 슬픈 세상이었다!
어느새 방에 도착한 카사. 청월의 기숙사는 처음이다! 무지무지 신기한듯, 이리저리 휙휙 둘러보다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나 빠르게 도착하게 했다니, 자기자신이 무지 대견스럽다. 이 이름모를 닝겐은 자기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닭으로!
젖은 몸? 아, 그래, 맞다.
미리 후안의 방에게 사죄를 하겠다.
수건은 후안의 것이라 생각한 카사는, 푸르르르르르르 몸을 흔들었다. 신속 S의 피드로 몸 자체가 흐릿해지더니, 물이 아주 온 사방으로 막.
카사주는 이 녀석을 아예 쫒아내는 게 좋다고 추천하였다. 모니터 너머라 들리지는 않아도 말이다.
원래 같이 와서 플레이할 때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역시 혼자 하는거다보니 조금, 많이 버겁네요...! 여기까지만 할까 하는 생각에 멈추던 찰나, 주위를 돌아보니 제 의지와는 달리 카메라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아... 사진은 곤란한데요. 요코하마에 있을 적에도 사용인들 따돌려가며 몰래몰래 데이트하느라 정말 많이 고생했는데, 아무리 학원도라 할지라도 사진이라던가 찍히면 분명 저 마도일본에 소식이 들어가지 않을까요? 당장 유우토 오라버니도 아직 학원도에 계시신걸요. 아가씨의 일탈 같은건 그저 소리소문없이 묻히면 적당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저 천박한 손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려던 찰나..
"어라🎵 이게 무슨 일일까요~ "
때마침 신사분께서 타이밍 좋게 등장해주셔서 상황을 정리해 주셨기에, 조금 마음을 놓고 내려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센터를 빠져나가진 않았고 저 천박한 손도 천장 쪽으로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서둘러 기계에서 내려와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안경끼신 도련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하였습니다.
"저어🎵 이름모를 도련님~? 누구신진 잘 모르오나 에미리를 도와주셔서 감사드리와요~ 남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찍는 것은 불법이지요! 안 그러신가요~? 또다른 이름모를 도련님~? "
말하기 무섭게 바로 핸드폰을 들고 있던 쪽을 돌아보며, 여전히 눈은 웃지 않은 채로 입을 올리며 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