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두 세계가 이어졌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손을 뻗었다. 작은 문을 두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문 밖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색의 눈, 그와 비슷한 머리카락. 그러나 동양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한 사람.
그의 검술 실력은 분명 미숙했다. 그가 아무리 잘 해봤자 그는 이류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의념이라는 이질적인 능력과, 경지에 맞지 않는 신체능력이 지원을 당황하게 만들었던가. 지원은 나이젤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놀라게 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하하, 그럼 부디 부탁드릴게요!"
지원은 빙긋 웃으며 나이젤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거리를 벌린 후에, 탐색전으로 하단. 나쁜 공격은 아니었다. 어쩌면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검사는 보통 저 채찍의 사거리를 파고들기 어려웠을테니.
채찍이 자신의 하단으로 향하는 것과 동시에, 지원은 위로 토옹 하고 튀어올랐다. 제자리에서 가볍게 뜀뛰기를 하는 것 마냥 가벼운 몸놀림으로 나이젤을 향해 도약하더니-
서류. 서류. 서류. 방 안을 한가득 메운 것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서류의 산이었다. 방 하나를 넘어 작은 주 하나를 가득 채운 이 공간은 영웅이자, 세상 모든 지식을 알고 있다 알려진 셀린의 공간이었다. UGN은 자주 그런 그녀에게 부탁을 해오곤 했다. 가령 어느 정보들을 모아 답을 요구하거나 어떤 정보에 대한 해석을 부탁하는 등, 셀린도 나쁘지 않은 거래였기에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인 셈이었다. 셀린은 서류를 침대삼아 깊게 들었던 잠에서 깨어났다. 이미 태양은 하늘의 중앙에서 좀 더 기울여 있었다. 덕분에 창틀로 스며드는 햇빛이 눈을 간질어 깨우고야 만 일이었다.
" 깨어나셨어요? "
셀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목소리를 바라봤다. 아직 청소년 티를 못 벗어난 것 같은 얼굴의 여성이었다. 꽤나 나른한 목소리와 손에 들고 있는 카페인의 흔적은 이미 시간이란 개념을 잊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엘리아. 한때 하와이에서 나타났던 게이트에 휘말려 가족을 잃은 소녀를 거둬 제자로 삼은 것도, 이제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엘리아는 익숙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코코아를 탔다. 곧 그 코코아가 셀린의 한쪽 손에 들렸다. 셀린은 다시 서류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녀의 하루 일과였다.
" 참. 그 소식 들으셨어요? 혼천이일도세의 게이트가 제대로 열렸데요. "
엘리아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셀린은 여유로운 하품을 흘렸다. 혼천이일도세. 딱히 이상하진 않은 게이트였고 이미 분석을 마친 게이트였다. 담당자도 에반이 맡았다고 하니 딱히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래서 셀린은 지나가듯 말을 꺼냈다.
" 그래? 게이트에선 누가 나왔으려나. 황군의 옥룡천황鈺龍天皇? 아니면 무림맹의 현형선녀賢衡仙女? 아니면 사도련의 사파지존邪派至尊? 아니면 혈교의 미도교주彌道敎主? " " 서류상으로는 에반 님이 사마외도라 불리는 호재필이란 게이트의 존재와 싸웠다고 해요. "
순간 자료를 읽던 셀린의 눈썹이 크게 휘었다. 사마외도? 기억을 더듬고, 코드를 뒤지더라도 그런 이름의 존재는 없었다. 셀린은 급히 손가락을 튕겼다. 수많은 서류들이 비산하여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에반과 만나 대련을 행한 사마외도 호재필의 경지는
" 화경..? 아냐. 그럴리가 없어. "
셀린이 입에 올린 자들은 모두 혼천이일도세의 지배자들이었다. 거기서 가장 급이 떨어진다 전해지는 미도교주만 하더라도 이미 이전에 현경의 벽을 넘은지 오래였다.
" 설마.. 누군가가 게이트를 조작했다고? "
셀린은 마시던 코코아가 식는 것도 모르고 자신의 코스트를 이용해 지식의 보고에 접속했다. 최고관리자의 권한을 가진 셀린에게 정보를 찾는 일이란 간단한 일이었다. 익숙하게 검색을 활성화하고 혼천이일도세의 정보를 검색한 셀린은 그 익숙하지 않은 문장에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 OWO - 한 세계에서만 놀면 재미 없잖아? 저쪽 세계의 지배자도 허락했으니까. 이 정보는 최고최고최고관리자인 이몸의 권한으로 열람이 불가능하단 말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