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웅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 소리,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는 매스컴, 모두가 영웅이라 추켜세우는 박수. 나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분명 행복해야 마땅할 삶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영웅으로의 삶보다 과거의 그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소시민다운 생각이었다. 소년은 나를 보며 말헀다. 이제 행복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을 가지긴 했지. 나 스스로를 빼고 말야. 소년은 그때서야 꺄르르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바-보. 그걸 이제 아셨어?
>>810 약 500GP로 형성된 것을 발견합니다. 어쩐지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다면 어.. 이게.. 뭐냐.. 어 그래! 물가상승! 그겁니다!
>>812 지아는 부산으로 이동합니다.
오늘따라 바람은 또 왜 이리 조용한지. 하늘은 또 왜 이리도 맑은지 모르겠습니다. 구름도 적고, 햇빛은 적당히 따뜻하고, 날씨는 선선하며, 벚꽃은 천천히 고갤 내밀어 한가득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아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산의 하늘은 여전히 맑습니다. 부산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기만 합니다. 부산의 뱃고동은 오늘도 힘차기만 합니다. 부산의, 부산의.. 부산의.. 부산의 모든 것이. 한 사람을 담고 있습니다. 지아는 웃습니다. 이미 눈물은, 분노는 저 멀리서 많이 토해내고 왔으니까요. 이제 지아가 해야하는 일은 많고, 슬퍼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 부산 모든 곳에, 내 친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차는 열심히 달려갑니다. 차를 따라 움직이는 바닷가의 풍경에 지아는 천천히 눈을 감아봅니다. 의념을 높여, 청각을 강화한 채로.. 그저 지금 풍경 속에 들리는 소리들을 하나, 둘, 삼켜봅니다.
솨아아. 솨아아아. 끼룩, 끼룩, 끼루루루루 - 부우우우 -
소리. 저 많은 소리. 우리와, 너와, 내가 사랑했던 그 소리들. 너를 기억하는 나의 추억이 담긴 소리들. 부산이 전해주는, 푸른 파도가 담긴 이야기들.
차가 멈추고 지아는 천천히 내립니다. 이현은 이미 눈물을 흘리느라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천천히 걸어서 한 무덤 앞에 섭니다. 무덤에는 수많은 꽃들과, 작은 배와, 작은 등대와, 지아의 사진이 있습니다.
[ 부산의 파도 이 지우. 여기 잠들다. ]
지우야. 지아는 천천히 말을 시작합니다.
" 지우야. 내 각성했다. 너도 봤쟤? 내가 이따만한 태풍 만드는 거. 니가 말했다이가. 태풍이 오고, 파도가 치고 나면 우리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태풍의 눈이 왔다고 하자고 했다이가. 태풍 속에서도, 파도 속에서도, 여기만은 조용하게. 평화롭게 만들자고. 우리 했던 약속 기억하나. "
지아는 천천히 무덤으로 손을 뻗습니다.
" 기억하재? 못하면 머리를 세게 박아삘기다. 그니까 꼭 기억하래이. 내 가디언이 될라고 학교에도 들어갔다. 친구도 사귔다. 나쁜 아들도 혼내주러 가봤다. 첫 시도라.. 실패하긴 했는데, 그래도 힘내고 있다. "
눈물이 흐르는 것을 세게 비비내고 지아는 여전히 웃습니다. 짠 바람 때문에 유난히 눈이 따갑다고 스스로 되새기고, 되새기며 지아는 다시금 웃음을 짓습니다.
" 미안해. 너무 늦었다. 그지. " - 그걸 이제 알았나. 가스나야.
" 일찍 오려고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아니. 너를 잊으려고 했었나봐. 그냥, 마음 어귀에 묻어두고 그냥 지아로 살고 싶었나봐.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 네가 자꾸 생각나서, 힘을 쓸 때마다 네가 기억나서. 그냥.. 미칠 것 같더라. " - 괜찮다. 차라리 잊을라면 제대로 잊지. 뭐 하는 짓이고?
" 미치고 싶었어. 근데.. 미치고 싶어도 미치면 네 생각으로 가득할까봐. 또 그때처럼 울까봐, 또 그때처럼 힘들까봐. 그게 싫어서.. 가족들에게 그게 싫어서.. 너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래서! "
지아는 무덤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눈물은 이미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달랐습니다. 이미 목 놓아 울기 시작한 지아는 억지로 침을 삼키고, 말을 내뱉습니다. 망가지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으니까요.
"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진심으로 미안해. 더 늦기 전에..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 너를 잊으려고 했다는 게 너무 싫었어. "
얼굴 가득, 흐르는 눈물에 어울리지 않게 망가진 얼굴로, 지아는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 지우야. "
말합니다.
" 기다려줘. "
지아는.
" 영웅이 될게. "
두 사람의 약속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 부산의 바람이 되어서. "
주먹을 꽉 쥐고
" 다시 너에게 돌아와서 말할게. "
웃습니다.
" 부산의 바람. 윤 지아가 왔다! 하고 말야. "
하늘은 푸릅니다. 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옵니다. 세 사람의 눈물 속에서도, 시간은 그것도 모른 채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아는 무덤을 빤히 바라봅니다. 무덤 어귀에는 일본에서 보았던 것 같은 하얀 나비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바람을 타고 살포시 날아가던 나비는 어느 한 꽃에 앉아 지친 날개를 쉬고 있습니다. 무덤에 어찌 저렇게도 어울리지 않는 꽃이 피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아는 해맑게 웃습니다.
사프란 꽃 위에 살포시 앉았던 나비는 천천히 날갯짓을 하여 날아갑니다. 하늘 높게, 바람을 지나. 저 멀리 바다 위로. 그렇게 나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멀리 사라진 뒤. 지아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웃습니다. 해맑게, 기쁘게,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따위 신경 쓰지 않고. 당차고, 즐거운, 우리의 지아로 돌아올겁니다.
" 솔직히 첫인상은 별로 안 좋았지. 선배한테 바락바락 대들기나 하고, 제 할 말 못 놓치고 하고. 뭐 그런데, 우리가 사람 살리는 일 하지 선후배 관계 따지는 일 하게? 사람 못 살리면 당장 내일 내 옆사람이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그깟 거 신경이나 쓰겠어? "
입술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기울여집니다.
" 그래도 너 열심히 하는 모습. 보다 보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애들이 메딕인데 쉽게 뻗겠어? 다들 너. 혼자 죽쑤는 것 같다고 하길래 서류 한 번 볼 기회는 있어야지 싶어서 보낸 일이기도 하다. "
부원들은 천천히 하루를 바라봅니다. 처음의 그 눈빛과는 다르게, 지금은 꽤 호의적인 눈빛들로 가득합니다.
" 그러니까 그런 얘기 말고 이럴땐 당당하게 말하면 되는거야. 성학교스럽게. 다 재끼고 제가 이 글 피드백 하는 날까지 공부하겠습니다. 하고 말야. "
>>816 손유는 피식 웃으며 다가옵니다. 꽤 가까이 다가온 손유는 화현의 팔을 잡습니다. 의념의 힘에 의해 팔을 움직이기 시작한 화현은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움직임. 이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이해해야 하니까요.
" 단순히 형태를 그린다. 형상을 부여한다. 가 아니라. "
화현은 천천히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무언가를 긋고, 무언가를 찌르고, 무언가에 형태를 만들고. 그리고, 만들어낸다. 완성한다.
" 무언가가 어떤 상태였는지.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형상 부여다. "
화현은 형상 부여(D)를 획득합니다!
형상 부여(D) - 아프란시아 성학교 미술부의 비전. 물체를 관찰하여 그리고, 그림의 특징을 부여하여 상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상태가 완전히 망가질 법한 형태 부여는 불가능하고 자신보다 강한 경우 효과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상대 역시 자신에게 부여되는 형상을 저항에 따라 거부할 수 있다.
" 찬후 녀석이 귀 아픈 소리만 안 했어도 가르쳐줄 일은 없었으니까. 나중에 그 녀석에게 고맙다고 하도록. "
손유는 툴툴거리며 흐르던 땀을 닦아내곤 미술부를 빠져나옵니다.
>>818 꼬리를 내립니다. 도바도 뒤집어진 채 카사에게 답합니다.
- 잘 먹고 하다 보면 크지 않겠습니까!
웃습니다.
- 하하. 저요? 성녀님은 저보고 여기서 수업? 이란걸 가르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머리 아픈 게 싫어서 그냥 경비를 한다고 했었죠!
한 사람은 높은 곳에서 가만히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중무장한 갑옷과 메이스를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는 관전자로 보입니다. 두 사람은.. 해적쪽에 있습니다. 한쪽은 깡마른 남성으로 커틀러스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고 남은 한 쪽은 배의 미스트에서 총을 쏴재끼며 상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