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관찰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감촉을 느낀다. 때로는 혀로 맛도 보겠지. 두번째로는 그것의 성질을 이해한다. 철은 단단하고 차갑겠지. 하지만, 철은 열을 받으면 뜨거워지고, 조금은 무러지겠지. 더 받으면 액체가 되겠고. 사과 또한 그것처럼 사과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생각해보는거야. 과일이고, 나무에서 맺히고, 색은 붉은 색을 띄고 있지만, 덜 익었을 댄 초록색이지. 당도 또한 가지고 있고. 그리고 세번째... 물체를 이해. 이해란 무엇이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건 포옹인가? 단순히 사과라는 점에서 벗어난다. 라는 것은 '대상'이 '대상'에서 끝나지 않고 그 뒤로 무언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인가? 사과는 열매, 나무에서 맺히지. 안에 씨앗이 있으니, 이것을 땅에다 심으면 새로운 사과 나무가 되겠지. 중력에 의해 스스로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래선 멀리 퍼지지 못해. 종을 유지할 수 없게 되겠지. 그래서? 사과는 달아졌지? 동물이나 새가 먹을 수 있도록. 먹으면 배설물로 씨앗이 나오게 되고, 그것은 다시 땅에 뿌리를 내려 새로운 나무가, 하나의 개체가 되겠지.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것. 여기에 성질을 알고 있다면, 다른 성질을 부여하고 그 성질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한다면, 그것을 표현할 수도 있겠지.
관찰, 성질, 이해. 그것을 파악하고, 추리하고, 마침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라는 건가? 손유 선배가 그린 사과는, 무척 탐스럽다. 주변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자신만을 돋보이게 만드는 강렬한 임펙트. 찬후 선배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이것은 날카로고 강렬한 선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 두 분이 친한 이유를 이제 알겠구만...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처럼, 대상을 관찰하고, 성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해하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잠시 쉬었다가..
"말 그대로..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수준인데요..."
하지만, 이대로 기 죽은 채로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어!? 이래뵈도! 어!? 회화 의념이여!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현상조차도 그려 만들 수 있도록. 해보겠어... 다시 한 번 더 사과를 그린다. 덜 익은 듯히 초록색을 띄는, 하지만 익어가는 도중이기에 빨간색도 그라데이션으로. 그리고, 빨간 부분은 선의 구분이 확실하니 그 부분을 강조한다. 풋사과이기에 과실의 크기는 작고, 그 작은 과실안에 영양분이 잔뜩 들어갔으니.. 좀 더 단단한 질감을 살려서.. 마지막으로... 이 사과는 익어가는 도중. 즉, 아직은 나뭇가지에 매달려있지만 언젠가 그곳에서 벗어나 독립해야 하기에.. 꼭지 부분에 나뭇가지를 추가로 그려준다.
#아임 쏘 새드배드애플...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본인이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사과를 그려봅니다. 망념 20 쌓아 고고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