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다림주: 파랑-하양 동지가 생겼구나... 다림: ?? 다림주: 나 이런 거 엄청 좋아해. 아예 관련없어보이는데 닮았다고 혹시 너네 이복형제 아니냐는 오해 받는다거나 그런 거. 다림: (무슨 미친 소리냐는 표정) 다림주: 아니 그런 표정이면 상처받아? 그냥 갑자기 농담성으로 생각난 것일 뿐인걸!
도착하자마자 던지는 사과를 재빨리 받는다. 갑자기? 왜? 역시 츤데레인가? 왠지 사과를 먹고 인간은 재미있어. 같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분위기가 진지하기에 가만히 있는다. 일단은 그가 하는대로 사과를 손으로 만진다. 손가락 끝 지문으로 느껴지는 사과 껍질의 감촉을 느껴본다. 약간 꺼슬거리나? 약간 힘을 주어 사과의 경도 또한 느껴본다. 힘을 주면 살짝 눌려지지만, 이내 곧 단단해지는 느낌. 그 다음으로... 색? 어디어디.. 사과의 겉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닦아내며 사과의 선명한 색을 관찰한다. 붉은 색 표면에 점처럼 나 있는 노란 사과의 숨구멍. 그리고 꼭지로 올라갈 수록 선명한 붉은 빛과 아래로 내려갈 수록 점점 옅어져 노란빛을 띄는 껍질. 잘 보면, 그 색은 사과의 결을 따라 형성되어있다. 사과 꼭지 주변은 유독 푸른 빛이 감돌고, 꼭지는 나뭇가지처럼 단단한 갈색빛. 방금 전, 촉감을 느꼈을 때 유독 경도가 약해지는 부분 또한 존재했으며, 그 부분의 색은 좀 더 어두운 붉은 빛이다.
"지, 지금부터요?"
히잉... 의뢰가야 하는데... 좀 더 기다려줄 수 있으려나... 대충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같기에 자리에 앉는다. 스케치북을 펼치고 사과를 보기 좋은 곳에 놔두고 방금 전 자신이 보고 만지며 느꼈던 것을 기반으로 사과를 그린다.
#사과를 그립니다~
/일상하니까 의욕 만땅됐다! 지훈이랑 일상 1회 17레스 썼으니까 50감소해서 현재 망념 0 !!!
확실히 말하자면, 싫어한다. 하지만 싫어하진 않냐고 묻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아할 걸 염두에 두고 하는 질문이니까, 싫다는 말로 대답하진 않는다. 많이 좋아하진 않는 것에 좋아하지 않는 것도 포함되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절반 정도 국물을 덜어냈지만 원래 그릇 크기가 커서 그런지 여전히 국물은 많아 보인다...
"서서 먹는 건 불편한걸요. 교복은 더러워지지 않으니까 바닥에 앉아도 괜찮고..."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어차피 더러워지지도 않는데 바닥에 앉아서 먹는 게 뭐 대수냐는 겁니다. 쓰는 사람도 바닥에 앉아서 먹기 vs 서서 먹기라면 앉아서 먹기 쪽이긴 하지만...
학원도에 들어오기 몇년 전 부터, 지금까지의 내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마도 기억을 봉인하고 일주일쯤 지나서일까. 지우는 죽지 않았다며 몇날을 울던 모습, 조금씩 바깥으로 나오려고 노력해서 집 앞 마당까지 나오기까지 걸린 수 년간의 시간, 결국 메모리얼 파크 입구에서 매번 기절하기도 했었고, 갑자기 강해지고 싶다며 학원섬에 가게해달라고 조르던 모습...
이제야 보인다. 현실을 도피한 채 과거에 목매어도, 결국 내가 사는 곳은 현실이다. 아프고 차갑고 냉정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