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나이젤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나이젤도 냉정하게 보면 초급 기술자 수준이었으니 이런 심오한 기계를 통제할 능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대로 계속 쳐맞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건가? 전기가 다 나갈 때까지. 그렇게 생각하니 암울해졌다. 강찬혁은 한숨을 쉬면서 앉았다. 옆에서 허수아비가 계속 때렸지만 의념의 힘이 소진된 덕분에 이제는 아프지도 않았다. 강찬혁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저 따라다니는 마스코트로 해도 되겠네요."
비틀린 농담,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놈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 다시 돌아가야 하려나? 아무래도 다시 돌아가는 게 맞을거다. 지금 강찬혁은 꼴이 말이 아니니까, 선생님도 이쯤되면 상황이 심각한 것을 인지하고 도와주...겠지? 나이젤이 도우려 해도, 워리어도 어떻게 못 막을 숟가락질을 서포터가 어떻게 막는다는 말인가. 강찬혁은 도와주려는 나이젤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강찬혁은 몽둥이를 들 뻔했다가, 좀비가 그가 아는 그 사람 살을 뜯어먹는 문자 그대로의 좀비가 아니라, 무언가에 미쳐서 어기적거리며 기어다니다가 자기가 찾는 것이 보이면 달려드는 그 좀비임을 깨달았다. 강찬혁은 방망이를 내려놓고, 캬악거리면서 뛰어가려는 기다림을 붙잡았다. 워워, 그렇게 하면 안되지.
"그렇죠. 공부를 하려 했는데 이런 사람들이 잔뜩이면 차라리 도서관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다림은 정말로 질려있는 표정이었을 겁니다. 무엇을 공부하러 왔냐는 질문에는 대충 이것저것 말하려 합니다. 의념충격상은 물론이고, 분석이나 간파같은 그런 종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공부가 안 될 때에는 조금 환기하는 것도 좋아요" 당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기지개를 켜서 몸을 깨운다거나? 라네요. 그럼 여기는 내버려두고 카페라도 갈래요? 라고 물어봅니다
"3워리어 파티.. 어디서 주워 들은 건데. 탐사에는 적격이라 하던 것 같더라고요" 3서포터보다는 나았을 것 같지만요. 라는 농담을 하면서 푸르게 빛나는 눈을 바라봅니다.
"약점 분석... 그건 저도 좀 배우고 싶네요" 어쩌다 배우셨나요. 라고 가볍게 안부묻는 수준으로 물어보고는 부장 누나라는 말에 부장 누나.. 어쩐지 부장 누나라는 말이 어색한지 한 번 더 생각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좋은 카페라면.. 가볍게 알아요" 은근히 카페 중에서 아늑한 곳이 있어요. 대신 주기적으로 음료는 시켜야겠지만요. 라며 말하지만 다림이 안내한 카페는 아예 스터디 카페로 분리된 방을 빌려주는 쪽이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방을 잡아 들어가면..? 공부하기 딱 좋은 곳일까.. 시간당을 끊는 걸까.
강찬혁은 힘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맞으면서 성학교 쪽으로 돌아갔다. 옷이 찢기고 박살난 채 돌아가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처량했겠지만 강찬혁은 처량하고 자시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강찬혁은 천천히 돌아갔다.
그 후 선생님이 계속 맞고 있는 강찬혁을 발견하고는 이건 웃을 일이 아니라 생각해 허수아비를 박살내버렸고, 강찬혁은 그렇게 숟가락 살인마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강찬혁과 나이젤 모두가 잊은 게 있었으니, 강찬혁에게 걸쳐준 코트에 책이 들어있었고, 강찬혁은 본의아니게 코트째로 먹고 날랐다는 것이었다.
그 책과 코트를 돌려주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었다고 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늦게 되어서 죄송하네요 총 7레스인가 8레스 정도 핑퐁했죠?
강찬혁은 아직도 강찬혁이 대충 봉사활동 하고 받아온 사탕이 전투연구부장의 머리를 무슨 원리로 헤집어버린 것인지, 아니 원리야 그렇다쳐도 대체 어떻게 기억을 갈아엎었길래 금방이라도 내쫓을 기세던 부장이 갑자기 사람 좋은 누나로 변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그 덕분에 약점 간파를 배웠다. 그리고 강찬혁은 기다림이 말한 카페로 들어간다. 꽤 아늑했고, 공부하기는 좋았다.
"주인장, 거 청포도에이드에 청포도 거하게 넣어서 말아줍쇼."
마치 국밥을 시키는 듯한 느낌이지만, 하여간 강찬혁이 시킨 건 그랬다. 뭐 시키실 거에요? 라고 묻는다.
에엑?? 같이 가자는 말에 수긍보다 거부의 반응부터 보이는 카사. 끄응, 하면서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맨다. 싫은 건 아니다! 하루랑 같이 하는 산책은 즐겁다! 다만.... 슬쩍, 시선이 하루의 원피스 아래, 가느란 다리를 향해 옮겨간다. 저 사슴같은 다리로 걷다가 뭐라도 부러지면 어떡해?????
하루를 과소평가하는 카사, 한동안 끄응, 거리다, 갑자기 드는 천재적인 발상에 얼굴이 환해진다. 짝, 손벽을 치며 고개를 올린다.
"내가 태워줄께!! 다음에 꼭 가자!"
자신이 의념기 상태로 데리고 가면 넘어질 걱정도 없고, 안전하기도 하고, 이석일조... 아니, 일석이조! 1카사2조다! 난 복실복실해서 꽉 잡아야돼, 하면서 하루의 품에서 재잘거리는 것이다. 물론이야, 하고 그녀의 질문에도 대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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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노곤. 뜨뜻한 물에서 한 껏 몸을 담구다 오니 눈꺼풀이 무겁다. 에퉤퉤, 퉤, 하면서 아직도 입에서 한입 머금은 샴푸의 맛을 없애려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냥 자기가 쓰는 거랑 향이 달라서 궁금했을뿐이다! 하루의 눈을 피해 몰래 먹어봤더니 이런 낭패가.
"여기서 씻는 것은 여러개 많고 복잡해서 신기해."
산에서는 그냥 서로 핥아주거나, 그냥 강가에서 물장구 치면 끝이였거든, 이라고 조금 더 설명한다.
"그러고보니 누구랑 같이 씻는 것도 오랜 만이야. 인간 사람들은 같이 옷을 벗는 것을 싫어하잖아."
처음 배운 것 중 하나라 이젠 나도 괜찮지만!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하루가 챙기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하루가 앞으로 손으로 톡톡 건드리자 눈이 동그래진다. 이미 한껏 머리를 흔들어 털고 왔긴 했지만, 하루가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았다. 타박타박, 깨끗해진 손발로 하루가 있는 곳 까지 침대위를 기어간다. 탁, 하루의 앞에 오자 앉아서 착치. 꼬옥, 팔다리를 모으고 하루를 말똥말똥 쳐다본다. 안 그래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지 오래되서 덥수룩해진 머리카락이었다. 왠지 같이 반짝거리는 하루의 눈에 야아아악간 긴장하지만. 하루를 믿겠어! 라는 굳센 다짐에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