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44 [ 대결형 게이트였어. 영광과 귀. 라는 이름의 대결형 게이트였는데 무쥬 제국의 마지막 무사를 일기토에서 이기는 게 조건이었던 게이트였지? ] [ 생각보다 강해서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힘들진 않았어. ]
>>45 [ 낙원은 없었다. 한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작은 섬 하나를 두고 남자는 도시의 답답한 경치가 싫었다. 네온사인으로 밤을 대처한 도시 속에서 천천히 말라가는 것이 싫었기에 남자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도시에서 외곽으로 도망쳐왔다. 그것이, 해신 유주영이 찾아낸 자신의 두번째 고향. 영도였다.
...... 중략
그는 문과 함께 깨어났다.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이제는 자신이 좋아했던 낚시를 갈 수도 없었고, 태종대의 바람을 맞으며 짠 향기를 느끼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배가 뒤집히는 모습, 사람들이 그대로 바다로 끌려가는 모습, 수없는 희생 속에서 살아남은 자신의 모습. 그 수많은, 모습들에 거쳐 유주영이라는 인간은 완성되어갔다.
가디언칩을 확인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하즈키 오라버니께서 보낸 문자셨습니다. 정말...다 읽어보면서도 참...이 오라버니는 연배만 보면 카르마양과 동년배이신데 어떻게 이렇게 같은 청월이고 동년배이신데도 분위기가 천차만별이신 것이실까요??? 항상 볼 때마다 당황스러운데 12년이나 이 가문에 있었으니 이제 슬슬 저도 적응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간에 좋은 말씀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리며.... 답장을 드려야 겠죠? 영어를 쓰기는 글렀으니 일본어 키보드를 꺼내기로 하였습니다.
[오라버니께, 에미리여요! 마도 일본에 오자마자 바로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해요 ;_; 에미리는 상황을 잘 아는 아이니까요, 오라버니께서 많이 바쁘신 점 이해한답니다. 오라버니께서는 항상 제게 좋은 분이셨으니까요, 조금도 부족한 부분이 없으셨으니 너무 염려치 마시어요... 시간이 된다면 본가로 가 찾아뵙고 싶네요. 한 주간 정진하여 더 나은 에미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사와요. 오늘도 평안하시어요! - 사랑을 담아, E.S ]
하즈키 오라버니는 좋은 분이 맞으시니까요. 되려 제가 오히려 근 1년간 속을 많이 썩혀드렸으니 걱정이지요...
>>67 [ 그에게 있어서 낙원은, 이제는 지옥의 입구가 되었다. 사면이 바다였던 섬에서 그는 혼자가 되어 갔다. 늙은 할머니가 총각에게 주었던, 낡은 초콜렛 하나를 그는 썩기 직전까지 입에 댈 수 없었다. 음식, 물건, 배경. 그 모든 것들에 사람들의 향기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유주영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 날, 그는 바다로 나아갔다. 바다 위에서 수많은 파도를 부르고, 하늘을 바다로 물들였으며 그의 의념의 힘으로 세상을 바다의 공간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영도를 '낙원'이라고 평가하곤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영도에 대해 물으면 곧잘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 나는 영도를 나의 낙원이라고 생각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땅. 사면을 바다와 마주한 땅. 낙원. 그래, 내 세상에 낙원은 가장 먼저 도망쳤던 곳이고 가장 먼저 떠났던 곳이며. 가장 오래 사랑한 곳이었다. "
그는 아직도 여유가 되는 날이면 바다로 떠나곤 했다. 바다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가끔 바다 위에서 눈물을 흘리곤 했단 것은,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려 했던 거짓말 중 하나였다.
낙원. 바다와 관련된 의념을 가진 모두는 낙원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다. 저 바다 깊은 곳에 있다는 아틀란티스나, 자신만의 공간에 대해 가지게 되는 환상. 낙원. 그러나 누군가는 그런 형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누구보다 낙원을 바라는 이유는 끝없이 넓은 바닷 속에서, 자신만의 평온을 찾기 위해서라고. ]
연바다에게는 그러한 낙원이 있었던가? 책을 덮은 체 자신의 낙원을 떠올려본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깊은 심해에 대한 꿈을 자주 꾸고는 했지. 아무에게서도 상처받지 못 하도록, 모두에게서 격리된 장소를. 이제는 더이상 그런 꿈을 꾸지 못 한다면, 나는 지금 무슨 낙원을 꿈꾸는가?
잠에 들었다. 에릭은 오랫만에 만족스럽게 검을 휘둘렀고 연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으며 아끼는 애완동물과 기묘한 동거인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 모든것이 안정되어가고 있다
...고들 사람들은 착각한다. 가장 안정적인 순간이야말로. 아니 안정적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에 무언가 잘못흘러가기 마련이다.
에릭은 검고 좁은 공간에 갇혀있었다. 꿈이거나, 메리의 장난인가 싶은 그의 귀에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모른다는 것은 죄 인가? 기억에 없다는 것은 죄 인가? 그 분의 시선과 총애를 받아 홀로 살아남은 순례자여, 검신에 산화되어 검붉은 색으로 변한 피를 바르고, 영혼보다 붉은색과 빛을 보이는 보석이 있는 검을 보시오. 이는 아비를 죽이고, 동료를 죽이고, 연인을 죽이는 마검일 지어니. 이 아름다운 마검은 당신의 것 일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