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몇 번이고 지운 끝에 남은 건, 그런 말이었다. 책임질 수 없는 아이를 만드는 건 왜일까. 그 아이들은 행복할까. 그 아이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보육원에 맡겨준 것만으로도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행복하게 길러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나은 일 아닌가. 나이젤은 아이가 싫었다. 아니, 어려워한다는 말이 맞았다. 마주보고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을 수 있을까.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주 작은 아이의 이미지로 떠올라 머릿속을 굴러다녔다. 단어사전에선 그 생각에 편견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예상이란 이름표를 달기엔 지리멸렬했고 트라우마란 이름을 달기엔 그만큼 아프지 않았으니까. 단지 그랬던 것이다. #
아니. 나이젤은 고민 속에, 천천히 빠져듭니다. 기억이란 호수와 같은 것이라 평소에는 잔잔하게, 물결조차 치고 있지 않지만 이렇게 작은 돌멩이 하나만으로 당신을 흔들곤 합니다. 물론, 이 시대의 개치는 달라졌습니다. 죽이는 것 보다는, 키우는 것이. 키울 수 없다면 맡기기라도 하는 것이.. 이 세계가 다시금 일어날 수 있던 이유이니까요. 수없이 태어난 아이들. 계획 없이 태어난 아이들, 하룻밤의 대가로 만들어진 아이들. 그런.. 아이들 속에 어린 당신도 있었습니다.
루, 루. 루는 아직도 나이젤을 쓸모 없진 않을까 고민한답니다. 루는 아직도, 나이젤이란 인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답니다.
루, 루. 나이젤은 마음 속으로 그 이름을 다시금 속삭이고, 다시금 묻습니다. 그 쾌락 속에서 태어난 나는 과연, 행복할까요? 지금의 나는.. 정말로 필요한 사람일까요?
어째서 내 얼굴은, 슬프게 웃고 있을까요? 그 지독한, 이중적인 두 단어가 이렇게 어울리는 것은 왜일까요?
[ 알겠다. ]
친구의 답변을 보며, 나이젤은 도서관 한 켠에 등을 기댑니다. 왠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울 것 같았으니까요.
" 똑똑. "
누군가가 나이젤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구겨지려 하던 얼굴을 되돌리며 나이젤은 앞을 바라봅니다.
" 안녕? "
방긋 웃습니다. 부스스한, 곱슬머리가 매력적인 여학생은 나이젤을 바라보고 방긋 웃습니다.
" 왜 그렇게 얼굴이 죽상이야? 죽고 싶단 생각이라도 하고 있니? "
>>188 - 해보던지!!
세 개의 목소리가 겹쳐옵니다.
" 예.. 아뇨 다른 이유가 아니라.. 성학교 학생들이 배를 점거해서요.. 네.. 아니 개소리가 아니라요.. "
선주는 열심히 고객에게 설명중입니다.
>>189 ▶ 굴레 ▶ UGN 발급 의뢰 ▷ 게이트 '굴레'의 내용을 기록하여 제출하시오. 게이트는 클리어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 제한 : 1인 ▶ 보상 : 3000GP
>>203 ▶ 진 프로시아(선물포장됨) ◀ [ 남성을 위한 브랜드. 바람의 정령 진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여섯 번째 작품. 프로시아는 귀품있는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장갑이다. 미노타우로스의 가죽을 이용하여 장갑을 만들고 의념석의 일부를 장갑에 끼워 넣었다. 고급스런 선물에 어울리는 장갑이라고 할 수 있다. ] ▶ 숙련 아이템 ▶ 고급 - 뛰어난 품질의 물건이다. ▶ 바람 정령의 활발함 - 장갑을 이용하는 행동에서 보정을 받는다.
>>195 나이젤은 가끔 세상에 무관심하곤 했다. 그래, 가끔이었다. 계속 세상에 무관심할 순 없지 않은가.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애써 신경쓰지 않았고, 기억하지 않았고, 그런 기억들은 비 오는 여름밤의 굴뚝 연기처럼 녹아들어 사라져갔다.
그러나 잊고 싶어도 있을 수 없는 기억은 있고, 그런 것들이 잡아 꺼내질 때면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기분이 되기도 한다... 아니, 필요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에 매달릴 나이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요. 행복해지지 못한다고 해도 그대로 살아가면 괜찮을 거라고 되뇌이지 않았나요.
괜찮아졌을 거라 믿었습니다.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왜.
왜 오늘은 이렇게 슬픈지.
"안녕하세요."
상황을 잘 봐 가면서 사용하면 웃음과 존댓말은 인간관계에 좋은 도구였다. 익숙하게 미소를 띄웠다.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익숙하기에.
"죽고 싶어하는 사람... 어딘가엔 있겠네요. 전 그렇지는 않아요. 살고 싶으니까, 그래서 살고 있으니까요."
평소보단 가시 돋친 말투였다.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실패하지 않는 주제에, 말을 자아내는 건 실패하고 말았던가. 뭘 하든 안 되고, 울적하고, 어둑어둑한 날. 이런 날도 있는 법이었다. 한 번은.
>>223 " 가끔 너 같은 눈을 하는 애들을 자주 보곤 하지. 물론 이 곳은 제노시아니까 별로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걔네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이 보이진 않아 보여서 말야. "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나이젤의 머리로 손을 뻗습니다. 나이젤은 그 손을 탁 쳐냅니다.
" 아야.. "
하지만 별로 아파하는 표정은 아닙니다. 당연합니다. 의념을 쓰지도 않았으니까요.
"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었구나. "
말합니다.
" 대단하네. 응. 누구나 하는 말이 있어. 나도 그정돈, 나도 그렇게는, 나라면 얼마든지 하고.. 남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
말합니다.
" 남의 일에 공감을 억지로라도 해주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
나이젤은 듣습니다.
" 남의 일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는데. 아마 난 어느 부류도 안 되나봐. "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여학생은 나이젤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부슬부슬한 곱슬머리가 살짝 닿습니다.
"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았어. "
뻗은 손이 나이젤의 머리카락을 헝클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바라보던 나이젤에게 여학생은 말합니다.
" 오늘도 고생했어. 많이 힘들었니? "
>>234 " 포기해라. "
신도는 깔끔하게 이야기합니다.
" 네가 가진 기술이나 레벨로는 클리어는 어렵다. 단순 수색이라도 전투 한두번이면 방전되고 말겠지. 수색 임무는 아직 레벨이 낮은 네가 맡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
UGN 놈들. 최악의 의뢰를 내줬군. 하고 중얼거리며 신도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 무엇보다. 최근 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 보군. 신체에서 망념이 느껴지는데. "
>>225 ▶ 레브 아누제 ◀ [ 오직 스타일을 위해서, 오직 멋을 위해서. 레브 아누제는 연분홍빛 테가 인상적인 안경 브랜드이다. 미국의 에판 社에서 제작한 이 안경은 사용자의 안구 피로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 ▶ 일반 아이템 ▶ 눈이 편안~ - 무언가를 살피는 행동으로 증가하는 망념이 소폭 감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