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 ...제노시아까지요? 멀리 다녀왔네요... 더 소중히 생각해야할 것 같네요. 카사가 거기까지 가서 구해온거니까.. 딱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지만 조심해야해요? "
하루는 제노시아 뒷산까지 다녀왔다는 카사의 말에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꽤나 활동범위가 넓은 모양이네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루는 고맙다는 듯 다시 한번 부드럽게 말을 건낸다. 그리고 빼먹을 수는 없는 듯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더하는 것은 그녀의 성격탓일 것이다.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카사가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는 듯 했다. 물론 자신보단 훨씬 튼튼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 먹을 수 있는거구나... 그래도 이쁘니까 두고두고 볼래요, 카사 양 생각도 할겸. "
카사의 말에 하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곱게 접어 웃어보였다. 카사는 이것을 먹으라고 가져온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하루는 예쁘게 관상용으로 놔두기로 마음을 먹은 듯 했다. 카사도 책상 위에 올려진 꽃을 보며 기분이 좋아보였으니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게 꽃병을 준비하는 동안, 카사가 색만 다른 점프슈트로 갈아입는 것을 바라보던 하루는 색은 맞췄다는거에 의의를 두기로 속으로 생각했다.
빙그르 돌며 새하얀 점프슈트를 자랑하는 카사에게 미소를 띈 체 상냥하게 대답을 돌려주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하루였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자신과 한살밖에 차이가 안난다니, 어쩌면 자신이 나이에 안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하지만 이내 손가락을 이리저리 꼬며 파자마 파티가 무엇이냐는 카사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하루는 망설임 없이 카사의 손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앉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곤 부드러운 두 손으로 카사의 양손을 잡아주며 다정히 속삭였다.
" 파자마 파티라는건, 이렇게 사이좋은 친구들끼리 밤새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같이 맛있는 걸 먹기도 하다가 같이 자는거에요. 오늘은 카사가 다른 사람들이랑도 이야기를 잘 하고 싶다고 하는 것 같아서 같이 이야기 연습도 하고, 카사가 먹으면 좋아할 간식도 먹고, 같이 잠도 잘거랍니다. "
하루는 카사에게 다정하게 하나하나 차분하게 알려주곤 뒤에서 꼬옥 안아준다. 오늘은 책임지고 자신이 잘 돌보겠다는 듯.
음... 으음... 강찬혁은 머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정확히는 힘이 아니라 "의념"을 주고 있었다. 잠결에 신체에 의념의 힘을 주입하고 열심히 맷집훈련을 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계시를 얻고, 의념의 힘을 머리에 집중한 채 박치기를 할 생각이었다. 머리는 그 어디보다도 소중한 부위니까, 강찬혁은 그 부위의 맷집을 집중적으로 수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