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이거에 대해 살짝 이야기를 주자면.. 데이트와 같은 묘사에선 캐릭터의 성격적 부분이 많이 작용해.
하나미치야는 밝고, 주도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이 리드받는 성격인 점을 알 수 있어. 다만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온 누군가를 절대 내치려 하지 않는 것도 있고. 우리로 보면 연애 경험은 없지만, 이성과의 스킨쉽은 자연스러운 편이고 얘라면 연애 한 30번은 했을 것 같다! 하는 애 있지? 하나미치야는 그런 타입이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에릭이 뭐 간단히 밥을 먹고 나서 영화를 보러 가거나, 아니면 상점가 구경을 가서 악세서리를 구경한다 같은 묘사를 넣었다면 모르는데.. 그냥 데이트 한다! 고 해서 나도 데이트 했다! 정도로만 처리한거거든.. 이리 써두고 보니까 캡틴차이네..응..
50살! 헤에- 하며, 약간은 질색한 표정을 짓는다. 열일곱도 너무 긴데 오십까지 어떻게 사는 것인가?! 하지만 답은 매우 고마웠다. 역시 독심술사! 든든하다! 최고다!! 온 갖 칭찬을 머리 속으로 생각해 지훈에게 전파하려 하는 데, 생각이 이미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
내빼는 지훈에 얼빠진 얼굴이 되어버린 카사, 배신감과 적의로 물든다.
이 인간자식이! 나랑은 친근감 따위 표시하기 싫다는 것이냐?!!??!
기껏 자식이 배워온 친밀감을 표하는 법에 기뻐했건만! 바로 포기하는 모습에 미간이 와륵, 구겨진다. 건방진 것, 꼭 모가지를 따버리겠어!!! 하지만 붉어진 얼굴을 눈치챈 카사, 이른 살인은 면하게 된다. 거울에서 빼고 다른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처음 본다. 신기한 마음에 이리 저리 기웃거려 자세히 살피게 되어버린다. 그러다 깨달은 카사.
혹시 이 녀석은 자신이 서열 아래라 하면 안된다 생각한 것인가?!
아하, 그런 것이었구나! 확실히 이 방식은 서열이 높은 녀석이 아랫녀석에세 흔히 하는 것이다. 의외로 똑똑한 지훈의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한지훈이 말하는 '귀엽다는' 것의 의미를 알거 같았다. 자신이 귀여운지 모른다하지만, 이런 '귀여운' 것. 역시 카사가 인생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했다.
지금은 한지훈이 곤란해 보이니까 안 되고, 다음에 예상 못할 때 자신부터 그의 머리를 콱, 입에 물어야 겠다. 일단은 부끄러워 하는 거 같으니 놔주자.
지금 지훈이 한기를 느낄수도 모르겠다. 다~ 알겠다는 얼굴로 우유를 한입에 다 끝내는 카사, 고개를 굳게 끄덕인다.
>>829 (이렇게 들으니 학교 공고뿐만 아니라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대참사 같은 걸 바라게 되는 마음) 딱히 그런 걸 생각하는 건 아니었어요! 교실 문이 잠겼다던가(같은 반은 아니니깐 공동으로 쓰는 교실이나 복도에서 지나가면서 봤다던가), 자판기가 고장나서 돈을 먹었다던가... 해서 잠깐 대화를 나누게 되는 느낌.
으음. 사과를 받아드린거 같다. 매우 다행이다! 아직도 화나 있어 용서를 안 한다면 카사는 진심으로 어쩔줄 모를 것이다. 화를 풀어주고 말 의외에 사과하는 법은 잘은 모른다. 만약 받들어 주지 않는 다면 일단 선물 세례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카사는 안도의 한숨을 휴, 내쉬었다.
"어.... 기간을 정하진 않았는데... 아마 그렇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도 역시 그냥 '넌 일단 이 학생에게서 떨어져!'같은 식의 언질만 받은지라, 정확한 기간은 모르는 카사는 그리 소리쳤다. 하지만, 뭐, 카사는 그 지시에 별로 불만이 없었다. 왜냐하면...
"다행이지~~~?"
진심으로 저 학생은 다가오기 싫어 할 것이 아닌가? 상식적으로 그랬다! 짐승모습뿐이라면 몰라도, 인간의 모습으로도 한대 치니까 바로 죽었었지 않은가!! (오해였다.) 저 학생은 틀림없이 너무 약한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카사는, 아예 가까이 오지 않으면 저 학생은 더 안전하지 않나? 하고 생각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