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잘 부탁드린다는 말에 이쪽이야 말로 잘 부탁드린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숙이곤, 패드를 하루 양 쪽으로 방향을 바꿔 보기 편하시게끔 해드렸습니다. 여쭤본 부분들은 모두 하나같이 1학년 교과에 나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2학년이신 하루양께서 전혀 못 보신 내용은 없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역시 선배님은 선배님 아니시랄까봐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셨기에 어려운 내용이지만 수업에서 들었을 때보다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증거로 이건 절대로 못풀겠다 싶던 문제가 이제는 풀리기 시작했답니다!
“어머🎵 정말로 하루양께서 알려주신 대로 하니까 되네요~ 이 문제가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사와요~! “
예시문제 옆에 꾹꾹 답을 눌러적고 나선 정말 문제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하루양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정말이지 하루양께선 어려운 설명도 너무나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평소 수업 때보다 조금 더 눈이 초롱초롱해졌다고 하면 이해가 되시련가 모르겠습니다.
“정말, 하루양,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와요~ 너무나도 알찬 시간이었사와요! “
알려주신대로 하나하나 필기를 하다 잠시 펜을 놓고는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제가 올해는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할지 정말이지…!
너무 잘생겨서 빤히 바라보았다. 깡패 시절의 영향으로 존1나 잘생겼다, 군침이 싹 도네, (좋은 의미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냐, 라는 칭찬성 비속어가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강찬혁은 넋을 잃고 상대를 바라보는 실례를 저지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뺨을 짝짝 쳤다. 강찬혁은 짧게 사과를 표하고 자기를 소개했다.
...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그녀는 왜 화났는가. 수 많은 생각이 영성 A를 스쳐 지나가지만. 지금은 머리보단 반사적으로 말과 행동이 튀어나왔다.
나는 물론 여심도 모르고.. 가디언넷 친구들이 말한것 처럼 둔탱이지만.. 그래도 눈앞의 여자애에게 까지 그런 소릴 듣고싶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직 추운 날씨에 후드만 입고온터라 차가웠다.
" 하나. 아니, 이카나.. 저기. 화가 났으면 이유를 말해줘.. 난 바보라서, 니가 왜 화났는지를 모르겠어, 하지만 기껏 너랑 시간을 보내는데 이런 분위기로 있고 싶진 않아. 물론 나와 너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시간을 보내겠지만. 오늘 같이있는건 지금 뿐이잖아. 그러니까 이유를 말해줘. "
전투 선언. 이런 걸 배운 적도 있었었지. 나이젤한텐 마땅한 버프기술이 없지만(ㅠㅠ) 의념기를 걸고 전투를 시작할 만큼의 시간이 있다면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검귀전에서 의념기 썼다 건강+1 올라간 거 봄)(안 봄) 의념기를 쓸 상황이 아니라면 적의 상태를 살피는 데 써야 하나... 서포터로서 집중한다면 약점을 간파하는 기술 같은 걸 얻어봐도 좋겠다. 펜대를 굴리며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고보니 연락이 온 건 있을까? (딱히 연락할 만한 사람도 없지만) 연락을 깜빡 잊고 안 보는 경우가 많은 나이젤인지라. 가끔씩 살펴줘야 한다. 그래서 그 대답이 돌아올 걸 알면서도... 칩을 확인해본다...
하루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받아들며, 크리스의 말을 되뇌이듯 중얼거렸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만족할만한 주제를 자신이 알고 있을까? 고민에 빠져든다. 자신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잘 알지 못 했으니까. 아니, 그것만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에릭의 슬픈 얼굴과, 홀로 쓸쓸하게 죽어간 프레드릭의 미소를 떠올린다.
" 있잖아요, 크리스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따뜻한 아버지가 연주해줬을만한 곡을 알고 있나요? "
이제 와서 에릭에게 들려줄 수 있을리 없었지만, 그렇지만. 혹시 모를 일이니까. 언젠가, 언젠가 게이트 속에서 다시 만난다면,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 ... 자신의 사랑을 담아 들려줬을 곡을 알려줬으면 해요. 언젠가, 그런 곡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