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리지 못한 그림, 다 끝내지 못한 일, 쌓이고 쌓여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을 때, 눈 앞에 비친 황금. 찬란한 금색은 마치 상자 안에 있는 희망을 뜻하는 듯 했으며, 피부에 닿는 빛은 내가 이곳에 있음을 뜻하는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던 손을 멈춘다. 마치 창문으로 엿보앗던 무지개를 보는 것 같이. 정신이 팔려 그를 빤히 바라본다. 무지개처럼 비현실적인 광경을. 그가 괴물에게 다가가는 광경은 무척이나 천천히 이루어졌으며, 그가 검을 뽑는 것또한, 천천히 이루어져 그 광경을 두 눈에 담기엔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사람의 인지를 초월한 뭐시기저시기가 아니었을까? 천천히 움직인 검에서 울리는 청량한 소리. 그리고 붕괴되는 것들.
"오... 오오... 오오오..."
그래, 그래, 그래..! 이걸 원했다. 이걸 원했다. 이걸 보고 싶었다! 나는! 비현실적인, 만화와도 같은, 이런 전개! 꺼지기 직전에 잠깐 반짝이는 불꽃처럼, 한순간의 강렬한 섬광을! 기억에 남을만한 것을! 뇌리에 박혀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정도의 임팩트를! 아... 황금빛이 꺼져간다. 괴물의 육신 또한 꺼져간다. 눈 깜빡임 하나 하나에 모든 것은 무너져간다.
"...아! 이럴때가 아니야. 서포트 서포트..."
지친 몸을 일으켜 메리와 에릭, 카사에게 다가가 그들을 부축하고 게이트를 떠날 준비를 한다. 나는 이걸 그려야 해. 강렬한 그 순간을! 그러기 위해선
>> 3워리어 찬혁은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상대에게 도발을 시도하지만, 상대는 눈꼬리를 살짝 올릴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찬혁이 현란한 춤을 추던 도중 평범하게 올라오던 창 사이로, 조금 연붉은 색을 가진 창 하나가 솟아납니다. 집중하지 못 하는 사이 창이 찬혁의 목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겨우 위험을 느끼고 살짝 옆으로 피해내며 회피하긴 했지만, 제대로 맞았다면 죽기 직전까지 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은후는 점점 보살이 되어가는 자신을 느낍니다. 창을 피해내며 접근하려고도 시도를 하지만, 무슨 창이란 녀석은 살벌하게 은후의 목을 노리거나, 아니면 다리를 한번식 스치고 지나갑니다. 가볍게 긁히지만 살갖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은 절대로 만만히 볼법한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는 자리에서 손을 까딱거리며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닙니다.
>> 소실에 관하여 하지만.. 하루의 바람은 실패했다. 주인은 완강한 태도로 물건만은 넘길 수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지나칠 만큼 거부하기도 했다. 하루를 떠밀어 바깥으로 내보내곤 문이 거칠게 잠겼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후안의 입술이 거칠게 떨렸다. 색이, 잠시 흐려졌다. 그러나 후안은 중절모를 잡고 조용히 품으로 돌렸다. 후안의 입에서 원래라면 나오지 않을 문장들이 내뱉어졌다. "네 아버지는 가끔 그런 말을 했었지. 아직 네가 어머니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말야." 후안의 말에 지아는 놀란 눈으로 후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소년은 침착했다. 후안의 말에 고갤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후안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 남자가 왜 나한테 사진을 넘겼을까. 그 사실은 다르지 않아. 널 버리기 위해서지." 그 말을 들은 소년의 눈이 요동쳤다. 급히 지아는 소년의 손을 잡아주었지만, 소년은 손을 뿌리쳤다. 소년은 후안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절대 어린 소년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 아빠는 날 버리지 않아요!! "
소년의 눈물 젖은 목소리에 후안은 으쓱거리며 말했다. "글쌔다? 지금같은 시기에 아내도 도망가고 돈이 한가득 들어가는 애새끼 하나를 키울 만큼, 그가 과연 친절한 남자였을까?" 그 말을 듣고 소년은 눈을 부들부들 떨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후안은 그 모습을 보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의 역할에 잡아먹힌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억지로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놔두고, 닫으려던 입을 열어 내뱉는 수밖에 없었다. "라고. 말하면 네 아버지가 믿을거라고 하더구나." 소년의 눈이 다시금 후안을 향했다. 한참 눈물이 흐르는 눈에 대고 후안은 말했다. "네 아버지는 위험에 빠졌다. 그건 거짓말이 아냐. 하지만 네 아버지는 쓰러지는 순간에도 내게 사진을 맡기며 얘기하더구나. 너를 지켜달라고 말이다. 나는 그런 말을 듣고 너에게 왔을 뿐이다. 어째서 그가 위험에 빠졌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말야." 소년은 눈물을 닦고 후안에게 말했다.
" 아빠는.. 무사한가요? "
거짓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듯, 소년은 후안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점점 끝을 향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