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길바닥에 나앉은 채로 버섯을 씹어먹는 강찬혁의 불평, 하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이 이 꼬라지가 된 걸 누구를 탓하랴. 강찬혁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강찬혁은 재현형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나온 이후, 거기서 "가져온"(법리적으로 보면 점유이탈물횡령죄나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었지만, 강찬혁은 들키는 놈이 나쁜 놈이라는 지론을 유지했다) 금화를 걸고 도박을 했다가 제대로 털려서 팬티 한장까지 털릴 뻔한 위기를 겨우 돈만 다 털고 끝낸 차였다. 그런데 배는 고프니 어쩌랴.
이렇게 보라색에 해골 무늬가 새겨져있는 대놓고 독버섯이라도 씹어먹어야지. 강찬혁은 자신의 위장이 이럴 때만큼은 감사하게 느껴졌다.
사냥을 하거나 미래의 사냥을 위해 쉬거나 무리의 새끼 늑대를 돌보지 않는 지금, 넘쳐나는 시간에 카사는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넘치는 힘을 없애려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은 당연할테다.
번화가에서 총총총 앞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왠지 바로 앞의 묘한 색의 머리칼의 소녀가 눈에 띄인다. 눈에 띄어 참으로 어여쁜 머리칼을 구경하면서도 이상하게 신경쓰인다. 짐승의 감 같은 걸까? 왜 그러지, 하고 의문 점을 가지고 있던 순간, 뒤에서부터 소녀를 향하는 자전거를 발견한다!
"저기저기! 위험해!"
서둘러 뛰어가 그 여자아이를 옆으로 밀친다! 이야 말로 클리셰적인, 영웅적인 행동!
...으로 우쭐하고 있을 카사 였으나.
그 바로 앞에 '마침'있던 돌부리. 그 다음에 일어난 상황의 일렬은 가히 기적이라 칭해도 좋을 정도였다.
카사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어? 하는 순간에 앞으로 엎어지고 마는 데, '마침' 그 앞에 누가 흘린 바나나 껍질! 그것에 미끄러지고 마는 카사!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데굴데굴 굴러간다! 그 종착지는? 도로 위! 그리고 그 도로에는 '마침'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중. 그것도 '마침' 재채기를 하는 운전자! 그리고 그 앞으로 굴러간 카사!
투웅-
순식간에 치인 카사. 몇 미터 넘어 날라가 쿵! 하고 바닥에 쳐 박힌다. 미동없이 쓰러진 단 하나의 로드킬. 그것이 카사였다. 의념속성의 의무를 다하는 카사. 그렇게 ORANGE병으로 숨을 거두고 만다...
도대체....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진 모르겠지만 상점가 돌아다니다 오는 길이었고? 길에서 선배님을 마주치게 되었고? 그런데 그 선배님이 굉장히 이상해보이는 버섯을 드시고 계시셨다? 정도가 지금까지 상황에 대한 간단한 정리본 되겠다. 아니 딱 봐도 돈때문에 듣자마자 보건실 오실 걸 왜 드시고 계시는 것일까? 일단 말려야겠단 생각에 서둘러 다가가 물으려 했다.
"저어~ 이런 길바닥에 음식은 굉장히 위험하지 않사와요? "
그러니 잠시만? 그 버섯 좀 내려놓으시는게 어떠신지...라 말씀드리려는 찰나, 버섯은 이미 선배님의 입속으로 다이브한지 오래였다. 맙소사!!!
사실 카사가 개입하지 않는다 하여도 다림은 자전거가 돌부리에 걸리든, 자전거가 망가지든 그런 일로 인해 무사했겠지만, 모르는 존재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광경이었겠지요. 반짝반짝거리는 오묘한 빛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카사를 바라보는 동공이 조금 축소되는 듯 하다가 일어난 일련의 불행을 보고는
"벼..병원으로 가야 하겠네요!" 숨을 거뒀다니 그건 농담이겠죠! 라고 생각하며(뒷사람은 진짜면 어떡하냐고 손톱을 뜯기 시작했다) 카사를 보려 합니다. 일단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저기요. 의식 있어요?" 그 방법이 뺨을 후려치는 거라 문제였을까.. 물론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겠지만. 다림의 입장에선 그렇다고 단번에 반응이 오는 겨드랑이를 꼬집을 순 없었다고. 여기서 말할 건 아니지만 예의가 아니잖아.
강찬혁은 독버섯을 씹고 그대로 삼켰다. 음, 이 적응 안 되는 끔찍한 목넘김. 강찬혁은 위장이 찌릿해지고, 그 찌릿함이 온몸으로 타고 올라와 혀를 간질였다. 음, 이런 맛이구나. 강찬혁은 이 독버섯을 일반인이 먹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다. 온 몸에 치명적인 신경독이 퍼져서, 처음에는 팔다리를 못 움직이다가, 그 다음으로는 호흡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 멈추고, 마지막으로 심근이 독에 쩔어 심장박동이 중단되면서 사망하겠지. 하지만 강찬혁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래서 옆에서 누가 호들갑을 떨어도 딱히 감흥이 들지 않았다. 강찬혁은 에미리를 보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고통. 몸이 허공으로 붕- 뜨면서 머리카락을 흐트려버리는 바람. 쿨- 럭- 허공에 흩뿌려지는 피. 그 핏방울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빛. 인생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흘러간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주마등...?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아스팔트와 친근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눈 앞의 붉은 색과 푸른색 비스무리한 색. 아아, 내 인생은 이런 색깔... 이었나?
어라? 살아있어!
아싸! 역시 「운」은 코노 카사 요시카게의 편에 있다! 환희에 가득차 양 손으로 위로 들어올려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야가 점점 검어진다. 파트라슈... 나 너무 추워... 크윽....
"꿹!"
그러다 갑자기 싸다구를 당한 카사!!! 억울하다!!! 억울함에 눈이 콱 뜨여진다! 그렇게 뜨여진 눈에 담기는 것은 방금 구출(?)(지극히 주관적)한 소녀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카사. 이럴 땐 인사인가?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 희미한 의식 와중에도 최근 본 영화를 떠올린다!
카사가 날아가는 모습이 슬로우모션 같습니다. 질끈 감는다고 해도 피할 수 없어. 명백한 것을 피하려 라는 것은... 아니다. 이게 문제가 아니지. 뺨을 후려서 의식이 있단 건 확인했고.
"아. 의식은 있네요. 어디 학교인가요?" 손가락이 보여요? 같은 이야기를 하며 의식을 좀 살려두려 한 것도 잠시.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의식을 잃자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립니다. 그래도 아직 끈을 잡고는 있는 터라. 사투리가 튀어나오진 않았네요.
"이..잊지 않을게요. 아니 그것보다 일단 의식은 있었는데.." 일단 어.. 어디로 가야하지. 교복이 있나? 교복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는(없으면 성학교고 있으면 각 학교에 가면 되니까) 보건실로 데리고 가려 합니다. 보호자 격..(아마 이 말이 가장 맞겠지)으로 깨어날 때까지 옆에 앉아있었을 겁니다.
아니 저걸 진짜로?? 삼킨다고?? 누가 봐도 독머섯 같아보이는 저걸?? 당장 말려야 했지만 이미 독버섯은 위장으로 골인해버린 상태! 그런데 이상하다. 선배님이 이상할정도로 멀쩡하시다. 독이 전혀 통하지 않으신 건지 독이 천천히 퍼지고 계시는 건지? 생각하던 찰나 다시 버섯 하나가 선배님의 입안으로 다이브하려는 걸 보았다. 막아야 한다! 저건 정말 막아야 한다!
"저어~ 선배님? 그래도 역시 버섯은 좀 아닌 거 같사와요? 에미리와 같이 맛있는 거 드시러 가시련지요? "
저도 영상때문에 조금 돈을 썼지만 그래도 이 선배님 버섯 말고 다른 거 드시게 할 정도의 돈은 있다 이 말이다. 최대한 간절해보이게 눈을 밝히며 버섯을 내려놓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진짜 솔직히 그런 독버섯 먹을 바엔 차라리 갈릭 파스타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 아무리 배고프시다고 해도 셀프로 저승사자님 만나러 가는 음식을 드시실수가 있는지!!
강찬혁은 그렇게 말한다. 한때 그런 삶을 살았다. 잠깐 가출했을 때, 1주일만에 돈이 전부 사라져서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뭐든 입에 처넣었지. 다른 이들은 그러다 죽었지만 강찬혁은 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뭐, 먹을 수 있다가 먹는 걸 좋아한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주변 눈도 있으니 자제했지만 지금처럼 배는 고픈데 돈은 없으면, 독버섯은 강찬혁에게 가능한 옵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에미리가 그녀답지 않게 당황하는 것을 보면서 좀 그랬나, 생각했다. 하지만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지더니 버섯을 버리고 짓밟았다.
으어어 졸려. 아프란시아 성학교!하고 따박따박 말하라고 배웠는데, 결국엔 그냥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입고 있는 옷은 항시 입는 점프슈트 차림. 성학교 출신이란 게 뚜렷한게 다행일까.
"안 잊어? 다행이다..."
다림의 대답에 슬며시 눈을 한쪽 뜨고 만족스레 웃는다. 하지만 너무 졸리다! 경험에 의하면 그냥 여기서 잠들면 그냥 보건실에서 깨어나는 지라, 그냥 안심하고 아예 자버린다.
(밖에서는 기절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그러다가 슬슬 돌아오는 의식. 폭신한 침대에 누여있는 자신, 여기저기 붙여진 붕대와 반창고. 역시다! 보건실이다! 휙휙 고개를 둘러보다 기대어 잠든 다림을 보고 눈이 쟁반마냥 커진다.
"앗! 예쁜 머리카락 소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려다 마지막 순간에 두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내가 구해준(주관적) 아니가 날 구해준 건가? 와! 다행이다! 앗, 이게 아니지! 카사는 필살적으로 머리를 굴렀다! 영성 D의 효력이 빛을 발한다! 카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소녀를 위아래로 흩어본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 데! 그러다 다림이 만약에 눈을 뜨면 똑같이 눈을 동그래 뜨고 마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