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슬퍼해? 어째서? 무려 내가 무리에 넣었는데! 이해가 안 가는 듯 미간이 찌뿌려지다가... 지훈의 속삼임에 쿵! 눈이 접시마냥 동그래진다!
대, 대, 대대대대장!?
대장이래! 대장이래!! 카사의 머리 옆에 작은 새들이 그리 지저귀는 느낌이었다! 아니, 카사 자체가 하늘로 둥실 떠버린 느낌이다!! 헤실, 꼴사납게 입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 작은 말에 어쩔줄 몰라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숨길 줄도 몰라 상당히 우스운 꼴이 되어버린다.
"흐, 흐흥! 물론이지! 다른 애라면 안 해줄 건데, 내가 특별히 한지훈에게 허가할께! 와하하하!!"
당신이 무심코 던진 아부, 누군가에겐 허영심으로 직결됩니다.
콧대가 아주 솟아올라 구름을 뚫을 듯하고, 입꼬리는 그 위의 자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함부러 막! 쓰다듬는다하면 물릴수도 있으니까 안돼! 라고 신신당부하면서도, 주의어린 말과 다른게 표정에는 기뻐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 이 닝겐은! 어? 고마워해야해!
"듣기 싫은 말도 있긴 하지!"
예의주입(물리)를 떠올리며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나 독심술을 하는 한지훈에게는 특이나 힘든 일일께 틀림없다! 자신은 귀를 틀어막으면 되지만, 한지훈 한테는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귀 담아 듣는다. 사냥감이긴 하지만, 이렇게 풀어내서 설명해주는 한지훈이 좋다. 사냥감이긴 하지만.
"그래? 다행이다!"
말을 따라하듯 외치는 카사의 눈빛이 빛난다. 주로 표정을 읽기 힘든 편이지만, 누가 봐도 개운한 표정의 한지훈의 얼굴에 카사의 입가가 귀에 걸린다. 좋은 일이 일어난게 자신인 마냥 기뻐하며 흥얼거리게 돼, 다 익은 고기 덩이를 자르지도 않고 지훈의 입에 넣으려 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말하자면 조기교육이라 해야 할까요? 어릴 적부터 우리집은 책을 많이 읽는 집이었습니다. 소설이면 소설, 잡지면 잡지...어머니의 서재에는 학술 시서적부터 논문이나 사전 등 책이란 책은 산처럼 꽂혀 있었습니다. 혼자서 꺼내기 힘들어 사다리를 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은 사오토메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녀가 카디프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마마! 마마! 빨리 와서 보세요! 제가 뭐 입었는지 보세요! " "응~? 무슨 일이니 에밀리? 뭔데 그래~? " "아이 빨리 와서 보세요~! 진짜 꼭 봐야 해요! " "뭔 일이길래 주말 아침부터... 알겠어~ 엄마 금방 나간다~! "
이른 아침부터 집 안에는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와 성인 여자의 목소리, 집안에 이 둘밖에 없다는 듯 소리는 두 명의 것 외에는 들리지가 않습니다. 당연하지요. 여긴 우리만이 사니까요! 하지만 퉁탕거리는 소리는 다른 집 못지 않습니다.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소음이 들리는 집도 흔치않지요... 그것도... 어린애 소음이 들리는 집은!
"TAーDA! 이게 뭐게요~! "
하여튼 문을 열자마자 어머니께서는 보셨을 겁니다. 이 복장, 이 소설 속 삽화에서 질리도록 나오는 복장으로요. 이 망토달린 코트, 이 사냥모자, 분명 어머니께선 알아보시겠죠!
"어머, 셜록 홈즈 아니니! 그 소설에 나오는! " "그쵸그쵸! 이 코트! 이 모자! 완전 셜록 홈즈죠! " "어쩜 이렇게 잘 입었니~ 역시 엄마가 옷을 잘 사줬어. "
나, 에밀리는 이렇게 홈즈 옷까지 따라입을 정도로 소설 홈즈 시리즈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어머니가 읽어주시는 어린이 홈즈 책에 빠져있었습니다만, 아무렴 좋을까요? 하지만 이 때는 정말로 홈즈 책과 한몸이 되다시피 했는걸요, 어느 정도로 미쳐있었냐면...
"마마, 에밀리는 이담에 커서 미스터 홈즈 같은 사람이 될거에요! "
이런 꼬맹이만 할법한 소리를 할 정도로 말이죠!
"소설은 소설이잖니... 에밀리, 미스터 홈즈는 실존하지 않는단다. "
당연하지만 제가 이런 말을 할때마다 정말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제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존재를 연구하면서 이렇게 현실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혹시 다른 게이트 연구하는 분들도 다 이렇게 현실적이신 것일까요? 라고, 어릴때의 저는 매번 생각했지요.
"하지만 홈즈 소설은 너무 사실적인걸요! 그 사람이 진짜로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에밀리... 홈즈 소설은 코난 도일이란 작가분이 쓴 작품이고 셜록 홈즈는 작품 속의 인물이라고 몇번을 말하니... 미스터 홈즈는 세상에 안계시단다... " "에~ 그럴리가 없어요~ 안 계실리가 없어요 마마~! " "안 계신단다. 현실을 받아들이렴 에밀리. "
물론 이렇게 투정부릴 때도 있었습니다. 믿기 싫다고 투정부릴 때도 있었죠, 그때마다 어머니는 현실을 직시하게 잡아주셨습니다, 아니면 이런 얘기를 하실 때도 있었죠....
"에밀리가 정 그렇다면...... 다른 홈즈같은 사람이 되면 어떻겠니? "
그래요. 이 얘기 말입니다. 또 다른 홈즈에 대한 이야기!
"응? 누군데요? 누군데요 마마? " "실제로 있는 셜록 홈즈. 가디언이란다, 우리 나라의 가디언. 미야모토 준이라고...." "미야.....모토? 누구에요 그 사람은? 이름이 말하기 어려워요... 뭐가 성이에요?" "글쎄, 엄마도 잘 모르지만 지금은 없는 나라의 이름이 이랬다고 해. 앞이름이 성이고 뒤에 따라오는 게 이름이란다. "
어머니는 때때로 이 '또다른 홈즈' 에 대한 얘기를 해주실 때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자기 전에, 때로는 이렇게 저를 달래실 때 어머니는 이런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소설 속의 사람같은 사람이 되면 안된다면서... 끊임없이 다른 이름을 말하셨었죠. 어쩔 땐 홈즈도 아닌 전혀 다른 하얀 의사라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음.........뭔지 잘 모르겠고 누군지도 잘 모르겠지만......? 좋아요! 에밀리는 미스터 미야모토 같은 사람이 될래요! "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름을 꺼내기 전까지 말이죠. 이렇게 제가 셜록 홈즈를 놓으면 어머니는 항상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에밀리.... 소설 속 사람을 목표로 하면 안된단다. 때로 소설은 엄청나게 비현실적이기도 하니까. "
지금 생각해봐도, 이 때 생각했을 때에도 어머니는 정말 현실적인 분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어머니는 정말 현실적이시고 정말 과학을 좋아하시던 분이셨죠, 제게 이런 장난감을 쥐어주실 정도로요...
"자... 그럼 엄마는 잠시 어디 다녀올 곳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 그동안 주기율표 퍼즐판이랑 방정식 기호 장난감 갖고 놀고 있으렴. 책도 마음껏 봐도 된단다. " "응? 어디가는데요? 마마 또 연구소 가요? " "에밀리는 엄마가 연구소로 갈 것 같니? " "그야 맨날 이시간에 출근하니까, 에밀리만 집에 혼자 놔두고.....맨날 저녁밥도 혼자 먹게 하고...... "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어릴 때 집에는 거의 항상 저 뿐이었습니다. 밤늦게 어머니가 돌아오고부터 아침 일찍 출근하시기 전까지를 제외하면, 이 집에 남아있는 사람은 항상 저 혼자였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혼자이겠거니 싶을때, 어머니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이번엔 아니란다. 어떤 분을 만나러 갈거야. "
평소랑은 다른 말, 다른 행선지, 그러고보니 옷차림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실험 가운만 입고 다니시는 분인데 웬일로 오늘은 옷이 화사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죠.
"누군데요? 누군데요 그 분이? " "정말 좋은 분이시란다. 곧 에밀리도 만날 수 있을거야. " "누구인데요 진짜~? 설명이 부족해요 마마... "
설명은 부족했고, 그래서 누굴 만나러 가는지도 모르겠고,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 사이에 어머니는 그렇게 현관을 나서셨습니다. 아,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곧 소개시켜 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렴. 조만간 에밀리에게 소개시켜 줄거란다. 에밀리는 기다려 줄 수 있지? "
그때는 정말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했지만 지금 와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럼요, 에밀리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라고요.
".............."
그래서......그래서 어린 날의 꿈을 꾸다 깼는데, 왜 하필이면 영국에 있을 때의 꿈인 건지, 새벽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꿈인 것일까요? 흉몽인건지 좋은 일이 있을거란 의미인지 대체 알수가 없습니다. 머리가 아픈 걸 보니 일단 다시 자기는 글렀습니다. 그나마 이 꿈이었으니 좋은 꿈을 꿨다 해야 맞을까요. 이제는 낯설다고 할 수 없는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도 이렇게 중얼이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 인간이 싫어. 인간이 싫고, 그 이상으로 게이트의 존재들 역시 싫다. 아니, 모든 게 싫어. 난. 솔직히 말하지. 이 세계 자체를 증오한다. 네 녀석들에게 알린다. 한국은 내 영토다. 영원토록 나 홀로 영원할 영토. 그러니 모두 꺼져라. 나는 누구도 수호하지 않고, 침범하지 않도록 하겠다. "
" 당신은 오늘의 날 얼마에 사시겠나요? 괜찮아요. 돈이 없어도 좋아요. 딱히 무언가 가치를 두고 당신에게 날 사달라 하는 게 아니니까요. 대신 오늘 밤만큼은 내 눈을 봐주세요. 날 당신만의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날 당신만의 사랑으로 휘둘러주세요. 날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요. 밤은 길고, 해는 더 깊게 눈을 가리겠죠. 난 그동안 당신의 사랑이 되려 해요. 절 사랑해주세요. 당신만의 물건, 당신만의 꼬마, 당신만의 노예, 당신만의 사랑. 당신만의, 당신만의.. "
빌런 카사에게는 힘 >>>넘사벽>>>> 언어가 되어버린게 생각나내. 빌런을 어떻게 끌어 들이나 생각하면 말없이 곤죽을 만들고 머리통을 밟으면서 가만히 바라보는 거... 달빛에 반사된 눈은 공허하게 빛나고. 거기서 무리에 들어오면 냅두고 안 들어오며 그대로 머리를 아그작.
>>557 와 나 이런 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랄까 카사 뒤쪽에 서있는 빌런 무리들... (결손요소 주의)눈 한짝이던 어디던 신체 한구석은 없어져있을 것 같은... 카사가 좀 두들겨패서 끌어들였을 것 같은? 느낌인데 인간 대 짐승으로 싸워서 인간이길 포기하고 짐승 무리에 부하로 끼기로 한 인간들이라면 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갖출 자격이 없지 않을까? 그런 느낌에서 든 생각이었던 거 같은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