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 그것에 대해선 과거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검성, 에반 보르도쵸프는 지금까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다. 수도원에서 태어나 수도사로 평생을 살아오던 과거부터, 문이 열리고 수없는 희생을 감당하며 셀 수 없는 문을 닫기까지 에반은 지금까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다. 그에게 사람이란 인류를 적으로 돌리지 않은 자였다. 게이트 너머에서 온 존재들은 인류를 적대했고, 베었다. 때때로 호의적인 존재들이 넘어오는 때면 검을 집어넣고 손을 먼저 내밀곤 했다. 그것은 사람이지 적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온 인류일 뿐이었다. 에반은 자신의 검을 메만졌다. 아론다이트. 독일에 열렸던 초대형 게이트 [ 호수의 요정 ]이 열렸던 당시 에반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그곳에 뛰어들었다. 희생 정신과 숭고함, 여러 조건들이 맞물려 운 좋게 에반은 호수의 요정의 인정을 받고 아론다이트를 하사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에반은 호수의 여왕에게서 수많은 지식과 기술들을 배웠다. 그렇게 세상에 넘어오고 나서 에반은 수많은 제자들을 키웠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상을 정상화할 수 없다. 인류는 다시금 위기 속에 뭉쳐야 했다. 인류는 다시금 일어나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희생에 무덤덤해졌다. 수많은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아닌 것의 피를 흘리게 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영웅이라 부르고 있었음에도 에반은 그런 별명에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되었던 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 스승님! 이것 보세요! 드디어 제가 검기를 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검기를 발현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마음에 웃던 제자는, 그날 열린 게이트에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 힘, 힘이 있잖아! 당신이 우리에게 힘을 가르쳤잖아. 그런데 왜! 이 힘을 쓰지 말라고 하는 거야? 우리들은. 우리들은 더 진화할 수 있다고!
뛰어난 재능을 시간을 통해 다듬었던 제자는 범죄 조직의 수장이 되어 사람을 벗어났다. 그 책임을 지고 에반은 자신의 제자를 베었다. 원통과 원망을 담은 채로 천천히 무너져내린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곳에 조금의 눈물이 흘렀다는 것은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 검성 에반 보르도쵸프는 영웅이었다. 사람을 위해 검을 들었고 사람을 위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인간 에반 보르도쵸프는 점점 메말라갔다. 자식과도 같던 제자들은 천천히 죽어갔고, 제자가 아닌 사람들도 수없이 죽어갔다. 그런 희생에도 에반 보르도쵸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검을 휘두르고, 다시금 제자를 가르치고, 다시금 사람 아닌 것들을 베어내야만 했다. 아직 세상은 에반 보르도쵸프. 영웅을 필요로 했다.
*
오세아니아의 문이 열리고 마케마케의 아이들이 오세아니아의 땅을 침범했을 당시 나는 이제 갓 열살을 넘은 소년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수많은 몬스터들의 침공 속에서 나는 환한 빛을 보았고, 그에 걸맞는 감정을 느꼈다. 나는 이 세계를 주무를 수 있다.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휘둘렀고, 나는 그에 걸맞게 행동했다. 문이 열린 세계에서 내 힘은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때때로 같은 힘의 각성자가 나를 죽이려 들더라도, 찍어누를 힘이 있었기에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맛있는 것을 아무리 먹고,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더라도 심장은 공허했고, 또 메말랐다. 어느날 밥을 먹고 있던 도중에 문이 열렸다. 수많은 몬스터가 내 공간에 침범했기에 본보기를 물어 몇마리를 처형하고 게이트를 부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환희와 감사를 보냈다. 왜? 하는 감정이 들었다. 지금까지 저들은 나를 괴물로만 보았다. 아무리 가지고 먹어도 만족하지 않는 무저갱의 괴물. 괴물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마치 감동적인 무언가를 보는 눈으로 그들은 날 바라봤다. 그 시선이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문을 닫았다. 닫아가는 문이 하나둘 늘고, 무너졌던 도시가 하나씩 재건되고, 게이트를 닫고 나온 잡동사니들을 버려두고 왔다. 도시에는 나를 닮은 커다란 동상이 세워졌고, 전 세계에는 새로운 영웅의 재목이니 하며 내 모습이 퍼졌다. 그리고 마침내 마케마케를 죽이고 오세아니아 지역을 수복했을 때, 녀석들은 나에게 말했다.
- 오세아니아 지역을 통일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주십시오.
웃긴 이야기였다.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면 떼를 쓰고, 힘으로 짓누르며 가지려 하던 나에게 이들은 선뜻 황제의 자리를 맡기려고 했다. 나는 손을 휘둘러 이들을 돌려보냈다. 왕이니 황제니 하는 것은, 결국 지겨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나에게 오세아니아의 푸른 바다를 되찾게 해주었다며 청왕이란 호칭을 붙였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만났다. 침식되는 공간 속에서 내가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똑바로 걸어 내 앞으로 왔다. 내 눈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오세아니아를 인류에게 되찾아준 것을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녀석이 신기하여 내 힘을 방출했다. 세계가 천천히 마모되고 공기가 천천히 썩어갔지만, 녀석은 평온하게 미소를 지었다.
" 이만한 힘을 사람을 위해 써주셨군요. "
나는 그때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아무리 힘을 붓고, 죽이려고 들더라도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가져온 차를 마시며,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검성이란 과분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난 그때야 알 수 있었다. 나는 오세아니아라는 땅에 갖혀 더 먼 세계를 보지 못했던 거라고. 세상에는 나보다 강한 자들도 많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강자가 못해도 서른은 더 있다는 말에 나는 의자에 기댔던 몸을 쭉 내밀며 흥미를 보였다. 검성은 나에게 하나의 명함을 주었다. UGN. 세계 가디언 협회라는 알 수 없는 곳에 소속되라는 말을 했다.
" 하나만 물어볼게. "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나를 상처입힌 것은 마지막에 상대했던 마케마케가 다였다. 그런 마케마케마저 죽인 나와 싸울 수 있는 강자가 30명이나 된다. 그 말에 흥미를 느꼈다. 이제 칭송받는 것은 질렸다.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지루했다. 그러던 차에 재밌는 장난감이 굴러들어왔다.
" 걔네들. 나보다 강해? "
나는 협회에 소속되기로 했다.
*
주위에는 수 겹을 넘어, 수백겹의 보호 마법진으로 가득합니다. 두 사람이 흘리는 의념만으로도 이미 학원도 전체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마수의 시체이지만, 그 시체마저도 공포로 떨리는 것 같은 느낌에 수많은 가디언들은 황홀감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가디언들은 강해지고 싶다는 꿈을 가집니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항상 목마릅니다. 얼마나 더 벽을 넘어야만, 정말로 강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에 영웅들의 싸움을 본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작게는 영웅들의 기술을 관찰할 수 있으며 크게는 영웅들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정비할 수 있으니까요. 에반은 검을 뽑아듭니다. 아론다이트는 침식되기 시작하는 공간을 붙잡고, 찢어내어 가호를 내립니다. 은발의 알 수 없는 형태가 에반의 어깨에 내려앉고, 그 목을 끌어안습니다.
호수의 가호
에반은 마침내 검을 내밉니다. 그 행동에 청왕은 즐겁다는 듯이 의념을 방출합니다. 청왕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10대 후반을 넘어, 20대 초. 중, 후반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수많은 힘이 느껴집니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청왕은 손을 뻗어 자신의 창을 끌어냅니다.
지배
이 세계는 천천히 갉아먹히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청왕의 힘은 세계를 갉아먹고, 흡수하며, 자신의 마음대로 변화시킵니다. 몸을 숙였던 청왕이 가볍게 허리를 펴고,
투두두두두두두둥 -
공기를 지나, 소리보다도 먼저 수많은 찌르기가 검성을 향합니다.
카가가가가가가강 -
검성 역시 가만히 선 자리에서 그 수많은 공격들을 막아냅니다. 말 그대로 이상. 모든 의념 각성자들의 끝에 선 전투의 시작은 그만큼이나 싱거운 것이었습니다. 유찬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움직임들이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본 대부분은, 헉 하는 소리를 입에서 흘리고 맙니다. 세계가 침식되어 찌르는 창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직선으로 찌르던 창은 허공에서 세 번의 방향을 바꿔 검성의 눈을 노리고 찔러가면서 그 끝에는 또 침식의 기운이 담겨 순식간에 검성의 목을 노리고 찔러갑니다. 그런 공격을 자리에서 서서 조금의 움직임으로 피해냄과 동시에 아론다이트를 휘두르자 침식되던 공간이 일순 찢기며 날카롭게 벼러진 검풍이 청왕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청왕이 미소를 짓고,
의념기
갑작스럽게 모두의 형상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대붕괴
침식된 세상은 마침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수십, 수백번, 수천번의 파도가 쳐서 바위를 깎아내듯 거대한 의념의 힘은 세계를 천천히 갉아나가 마침내 무너트리기 시작합니다. 붕괴되기 시작하는 공간 속에서 에반은 수 조각으로 나뉘어집니다. 팔과, 다리, 몸통 어귀와 눈, 머리같은 수많은 에반이었던 조각들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청왕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를 위해 창을 내지르는 순간에,
의념기
붕괴된다는, 그 미래는 에반의 검에 '베였습니다.'
캉 -
허무할 정도로 창이 허공을 가릅니다.
카가가가가가
그 틈을 타고 휘둘러지는 창을 쳐내고,
캉, 캉, 캉, 캉
검을 휘두르며
단로.
마침내 베어냅니다.
콰아앙 - !!!!!
벽으로 내쳐진 청왕의 입에서 붉은 피 한방울이 흘려나옵니다. 단지 베이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무리하여 의념을 응용한 흔적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청왕은 미소를 짓습니다.
" 그래. "
지루하던 찰나에,
" 오길 잘했어. "
이만한 강자와의 싸움. 그것도 목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싸움은.
" 즐거워! "
그를 흥분시킵니다. 삼백육십도의 모든 각도에서 창격이 날아오고 그 창격의 범위는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세상은 말 그대로 침식시킨 자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몸을 비틀고 구겨가며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공격을 대신 찔러넣습니다. 그런 공격에 상대도 어질러진 세상을 무시하고 의지로 자신의 검을 형상화하여 절대 피할 수 없는 것만 같은 공격을 받아냅니다. 피하고, 찌르고, 베로, 피를 흘리고, 고통받는 것을 반복합니다.
쿵.
에반은 헐떡이는 숨을 정리하며 눈을 감습니다.
쿠우웅.
지독하게도 서있던 청왕의 몸이 바닥에 쓰러집니다. 만약에라도 그가, 세상을 무시한 채 베고자 하는 것을 베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좀 더 일찍 바닥에 몸을 뉘인 것은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 참. 거친 전투다. 그죠? "
루카는 두 사람의 사이에 서서 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이 공간도, 참격도 결국 루카 베니시온을 침범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검성의 팔을 들어올리고 큰 목소리로 축하합니다.
" 자. 영웅 희망자 여러분! 여러분의 미래는 잘 보셨나요? "
수없는 상처로 죽음의 문턱을 지나던 검성과 청왕의 상처는, 이미 존재 자체를 잊은 것처럼 원래의 형태로 돌아옵니다. 수많은 가디언 후보생들과, 가디언들과, 헌터의 환호 소리에 검성은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드는 것으로 인사치례를 대신합니다.
" 쳇. "
다시금 10대의 모습으로 돌아온 청왕은 분한 표정을 삼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 재밌었으니 됐어. "
지금은 검성의 승리를 축하하며 박수를 쳤을 뿐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 영웅절 영웅들의 대련은 오늘 하루 수업을 대처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수련 효율이 남은 기간동안 증가하며 관람한 모든 플레이어의 망념이 30 감소합니다.
동아리활동에서 망념을 쌓아서 활동하다보면 기술을 얻을 수도 있는 것 같아! 수술이라던지, 검술이라던지. 기술이 오르기도 하고. 설정상으로는 의념을 쓰면 열심히, 안쓰면 좀 건성건성 한 느낌이라던가... 캡틴도 초반에는 망념을 쌓아보라고 추천했어. 나이젤의 경우는 채집부니깐 채집을 해봤더니 알로에를 얻었다(?)
[뭐, 물론 짚이는 사람 정도는 있는지만...] [그래도 정확히는 모르니까. 알려주기를 바랬는데. 치사해.] [미안하면 다음에 카페가서 콜라 한잔 사줘.] [....물론 반쯤 농담이니까 안 그래도 괜찮아.] [이름부터가 불길하기 짝이 없는데 뭐야 그 주스] [나중에 꼭 후기 남겨줄게] [물론 그 후기가 진실만이 담겨있진 않을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