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기가 저주하는게 아니라! 라디오랑 TV 뉴스에서 그랬다구요!! 아무튼… 이걸로 게임 끝! 나기의 승리네요!!”
잽싸게 낚아챈 카드는 조커가 아니라… 나기가 든 카드랑 페어인 카드였다! 시원하게 남아있던 카드를 홀랑 모두 버리고 두 손을 펼쳐서 팔랑팔랑 흔들었다. 이걸로 나기의 승리! 아사기리 씨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되었다! 기뻐하는 건 기뻐하는 거고, 정리는 정리지. 주섬주섬 다시 카드를 긁어모으고, 아사기리 씨가 내민 카드를 받아 들었다.
“그래서 소감은 어떠신가요, 램프의 요정 지니 씨? 아하하하☆ 아니 그치만 설마 또 나기가 이겨버릴 줄은~ 소원 생각하는 것도 일이네요 일~”
엄청나게 얄밉게 들릴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으니까 아무 말이나 하고 싶다! 어차피 아사기리 씨도 장난스럽게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돈은 받는구나?라는 말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런거죠. 자영업의 세계는 냉혹하다구요. 물론 농담이에요! 친구니까요! 하루 정도라면 돈은 안 받을게요. 그나저나 정말이네요. 3전 3승. 나기, 의외로 승부에 재능이 있을지도…!”
/어째선지 진짜 나기랑 유키가 내기를 하면 모두 나기가 이기고 있어... 어떻게 된거지...?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정말로 램프의 요정이 되어버렸네. 소원을 세 개나 들어줘야 한다니. 지니의 기분은 이제 알 것 같아."
괜히 알라딘 영화에 나은 지니 모션을 취하면서 유키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물론 소원을 세 개나 들어줘야 하는 것에는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물론 너무 곤란한 것을 말하면 그건 조금 곤란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기가 그런 것을 바라진 않을 것 같다는 나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 믿음이 배신당할지, 아니면 보답받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 하루만 있다가 가야겠는걸? 고모네도 고모네지만,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줄 순 없으니까. 하지만, 하루만 그렇게 하는 거 멋대로 정해도 되는거야? 부모님에게도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영업을 하는 것은 나기의 부모님일테니 나기가 멋대로 햇다가 나중에 한 소리 듣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며 유키는 괜히 궁금증을 가지며 이야기를 했고 유키는 조금 더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녀와 이야기하고 게임을 한 덕일까. 조금 전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유키는 괜히 다리에 덮어놓은 담요를 더욱 꽉 눌러 자신의 다리를 가리면서 창문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소원은 뭘로 할 거야? 이제 진짜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니까 빨리 안 쓰면 날아갈지도 몰라."
괜히 쭉 아껴뒀다가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쓴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일까. 그런 추측을 하기도 하면서 유키는 고개를 돌려 나기를 다시 바라봤다.
“괜찮아요~ 친구라고 말해두면 만사 오케이! 그리고 온천집네 친척이라고 하면 엄마아빠도 알 걸요?”
하루 묵는 걸로 피해까지야. 아무튼 문제없음! 아마! 아사기리 씨를 안심시키며 트럼프를 정리해서 넣었다. 아, 재미있게 놀았다. 노느라 빗소리도 잠시 듣지 못할 정도였어. 아사기리 씨도 아까 호들갑 떨던 때보다는 좀 안정된 것 같고. 역시 담요의 힘은 위대하다니까. 묵직하게 무게감이 있는 쪽이 좀 더 안정된다고 하지만 담요가 그렇게 무거우면 휴대하고 다니긴 어렵겠지… 잠시 다른 곳으로 새던 생각을 소원 쪽으로 되돌렸다. 맞다. 다음주에 돌아간다고 했지? 그럼 그 전까지 소원을 말해야 하는데! 으으!
“으앗!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으으~ 소원, 소원이라고 해도오… 으음…”
소원권을 얻은 건 좋은데 정작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하지만 기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으음, 음… 당장 떠오르는 거라고는…
“그럼 일단 첫 번째 소원! 나중에 다시 오면 그땐 하루 저희 집에서 묵는 거! 소원으로 확실히 해둘게요! 그리고 두 번째는… 태풍 지나가고 뒷정리 끝나고 나면 같이 카페에 가죠! 한숨 돌리자구요. 세 번째는… 아껴둘게요☆”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킵해두기로 했다. 언젠가 아사기리 씨가 다시 올 때가 되면, 그때는 소원으로 뭘 할지 생각해두겠지? 미래의 나기,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어릴 때는 약속을 하면 꼭 하던 동작이지만 요즘은 잘 안하게 된 동작이다. 어기면 바늘 천 개 삼키기였던가, 지금 생각하면 무시무시하네! 3번째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아껴두겠다고 했는데, 아사기리 씨의 말을 들으니 아차 싶었다. 아,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었지만! 영원한 이별의 플래그는 더욱 아니었지만!!
“영원한 이별 플래그라니! 적어도 재회의 플래그로 해달라구요! 그래요!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요? 아사기리 씨가 이쪽에 오지 않아도, 어느 날 나기가 갑자기 전화해서 ‘나기 지금 치바역이에요. 하루 재워주세요. 소원권 지금 쓸거에요.’ 라고 할지도 모른다구요?”
물론 농담이고 장난이지만. 나기에겐 그런 용기는 없다구요 아마~ 하지만 사람 앞 일은 모른다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뭐 아무튼, 영원한 이별보다는 재회의 플래그로서 이 소원권 하나를 남겨두는 걸로 하자. 애초에 영원한 이별 운운하기에는 아사기리 씨도 이쪽에 친척이 있고, 서로 사는 곳도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진 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며칠을 날아야 하는 정도도 아니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사기리 씨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매년 이 정도는 오니까요, 아마 내일 오전까지는 내릴 것 같네요. 후후후… 나기는 핸드폰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게 트럼프라던가 챙겨왔지만요! 그치만 혼자서 하면 분명 지루했을 테니까, 아사기리 씨가 와줘서 다행이네요☆”
자랑스럽게 트럼프 카드를 들어올렸다가 다시 가방에 정리해서 넣었다. 그러다가 어쩐지 진지하게 들리는 말에 작게 웃었다. 아니이. 나중에 오면 꼭 들러달라고 말한 건 나기 쪽이긴 하지만.
“아하하☆ 엄청 진지한 느낌! 뭐어… 언제든 아사기리 씨가 편할 때 오면 된다구요. 언제든 말이예요. 자아, 그럼 재회의 약속도 했겠다. 이제 뭐 할까요? 마침 비도 오고 천둥도 치니까 무서운 이야기라도 할까요?”
/점심시간을 틈타... 답레를 놓고 갑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갱신도 못했어.. ;ㅁ;
어쩌면 그녀라면 정말로 그렇게 치바로 찾아오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유키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집에서 재워주기는 조금 힘들테니, 근처의 싼 숙박시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은 정말로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핸드폰을 손으로 만졌다.
"매년 이 정도로 온단 말이야? 대단해. 내가 살던 곳에서 이 정도로 오면 난리가 날거야. 물론 내가 오버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살던 곳에선 이렇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일은 잘 없단 말이야."
바닷가 근처와 아닌 곳의 차이가 있는건지. 아니면 그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유키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우르르쾅쾅! 정말로 강한 천둥소리에 몸을 움찔하나 그렇다고 고개를 팍 숙이지는 않았다. 역시 이런 소리에는 약한지 그는 고개를 괜히 저으면서 애써 창문에서 시선을 확 돌렸다.
"뭔가 분위기상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단 말이야. 재회의 플러그 찍었으니까 이런 말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 하지만 나 입시해야하니까 좀 많이 이후에 다시 올 것 같은데. 아무리 빨라도 입시가 끝난 이후의 겨울일까. 그럼 겨울바다를 볼 수 있겠네. 어떤 느낌일지 되게 궁금한걸. 여기는 눈 많이 와?"
하얀색 눈을 떠올리며 그는 하얀 해변가를 떠올렸다. 물론 자신의 상상과 다를지도 모르지만 상상은 자유였기에 그렇게 마음껏 상상을 하다 유키는 빤히 무서운 이야기를 거론하는 나기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괜찮겠어? 미쿠모 양. 무서운 것에 약하잖아. 전에 귀신의 집도 그렇고.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렇다면 난 지금 답레를 올리겠어! 피곤할땐 하루 푹 쉬는 것도 좋은거야! 화요일이 끝났으니 또 주말이 금방 올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난다. 누가 들으면 도시를 시샘해서 벼락이라도 떨어진 줄 알겠네. 이런 시끄럽고 눅눅하고 난리통인 이벤트가 별로 없다니 도시는 평화로워서 좋겠다. 이런 점에서도 도시를 동경하게 되다니, 이건 나기도 예상 못했다구!
“입시가 끝난 후의 겨울이라, 그 때면 나기가 입시 스타트인게 아닌지☆ 농담이예요! 입시 스타트라고 해도 겨울에는 여유 있을 시기니까☆ 아, 눈이요? 제법 오는 편이에요. 홋카이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런 북쪽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지만 도시보다는 많이 오는 편이 아닐까? 그보다 유키… 유키 씨가 유키(눈)을 찾고 있어. …잠깐 그런 말장난을 떠올렸지만 이건 입 밖으로 내지 않는걸로 하자. 응.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다가 어쩐지 이쪽을 빤히 보는 시선 감지! 아사기리 씨… 왜 나기를 그렇게 빤히 보는… 설마 속마음을 읽힌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다행이야.
“에이, 그때는 시각적으로 무리였잖아요? 그 녀석들, 무진장 생생하게 꾸며놓고…! 아, 아무튼 지금은 익숙한 공간(?)이고, 시각적으로도 무서운 것도 없고 괜찮다구요! 무리하는 거 아니라구요☆ 앗, 그렇지. 과자 먹으면서 할까요? 나기, 이것저것 챙겨왔다구요☆”
그렇게 말하면서 가방에서 자잘한 과자들을 꺼냈다. 혹시라도 싸우지 않게 버섯이랑 죽순도 하나씩, 와사비맛 과자, 사탕… 누가 보면 놀러 왔나 싶을 것 같은데 정답이다 연금술사! 연례행사에 간식 챙겨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지?
“자! 이렇게 해놓고 하면 무서운 분위기도 한층 덜하겠죠!”
팔을 펼쳐서 과자를 내보이며 뿌듯하게 말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창문이 번쩍하더니 콰쾅!!하고 큰 소리가 울렸다. …이거 과자 소개가 아니라 무슨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실험체를 소개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네. 나기도 이건 예상 못했어…
물론 직접 훗카이도에 간 것은 아니었으나 그곳과 비교해서 눈이 많이 오는 곳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유키는 추측했다. 아무튼 확실한건 눈이 많이 온다는 이야기였기에 혹시나 겨울에 또 오게 되면 그땐 다른 느낌을 받기 좋겠다고 생각하며 유키는 절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모습도 일기장에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와중 유키의 얼굴에 밝은 표정이 떠올랐다.
과자가 깔려지고 이런저런 분위기를 만드는 나기의 모습에 유키는 맞다는 의미를 담아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럴 때는 뭐라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쳐도 먹을 것이 많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으나 그만큼 그녀에게 있어선 익숙한 연례행사인 것으로 납득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창문이 번쩍하면서 콰쾅! 하는 소리가 울리자 유키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
"지, 지금도 분위기 엄청 살지 않아? 오히려 그때보다 더 분위기가 리얼리티즘인데?! 아무튼 내가 먼저 시작할게. 이런 건 먼저 하는게 좋으니까."
헛기침 소리를 내며 감정을 가라앉히면서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던 유키는 곧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사실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어디인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사이가 좋은 자매가 있었대.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 음식을 먹을 때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고 선물을 받아도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눠가지기로 아주 우애가 좋은 자매였대. 자매끼리는 이렇게 지내야 한다고 모범적인 사례로도 소개가 되었는데 문제는 이 자매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일어났어. 글쎄. 이 자매가 똑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일이 벌어졌거든."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키는 일부러 과자를 반으로 똑똑 잘라나갔다. 마치 정말로 자매가 과자를 반으로 똑똑 잘라서 나눠가지는 것처럼.
"자매는 말싸움을 하기도 하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일부러 그 좋아하는 남자를 자신이 차지하겠다는 듯이 행동하고 살벌해졌어.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자매는 생각하게 되었어. 자신들이 이렇게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주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래. 싸우지 않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간단하고 또 간~~~단한 방법이었지."
이어 유키는 잔뜩 긴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전기톱이 위이이이잉! 하는 소리를 입으로 내면서 기습적으로 놀래키는 것을 시도했다.
"그렇게 자매는 만족스러워하면서 결국 깨질뻔한 사이를 되찾았다는 그런 이야기? 하하하."
무서운 이야기를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유키는 말을 마치면서 난처한 웃음소리를 강하게 내뱉으면서 괜히 과자를 머금었다. 이어 유키는 나기의 반응을 살폈다.
/갱신할게! 잠깐 나갔다가 돌아오니 답레가 있어서 나도 올리겠어! 나기주가 있는 곳은 비가 많이 내리는구나. 여긴 비는 내리지 않지만 날씨가 흐릿하고 약간의 습기가 느껴져. 아마 내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려는 징조인걸까.
천둥번개는 좀 치지만 그 정도로 호러 분위기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하지~? 아무튼 첫 시작은 아사기리 씨가 끊었다. 사이가 좋아서 뭐든지 반으로 나눠야 하는 자매의 이야기. 똑, 똑, 뚜둑. 과자가 반으로 나눠지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들려 나기도 모르는 새에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앗, 과자가 맛있어 보여서는 아니다! 결코!
한참을 집중하다보니 이야기는 어느 새 클라이막스에 도달했다. 자매가 택한 간단한 방법은 그야말로 간단했던 것이다. 사이좋게 절반으로 나눠가지기. 기습적으로 들려온 위이이잉!하고 마치 전기톱을 흉내내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구나. 사람을 반으로 쪼개서 가지다니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낼 수 없는 결론! 그렇기에 괴담!
“간단하다면 간단한 방법이긴 하지만, 반토막이 난 시체를 가져봤자… 뒷맛이 찜찜한게 꽤 괜찮은 괴담이네요. 좋아! 그럼 이번엔 나기 차례네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면서 슬쩍 자세를 바꿔 정좌를 하고, 슬며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의 적막함을 방해하듯 빗소리가 거세게 울린다. 이걸로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혔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시작할까. 천천히, 나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의 밝은 목소리와는 조금 다르게 낮은 톤으로.
“아사기리 씨도 아시다시피, 아와나미는 바닷가에 접한 마을이죠. 바다가 있으면 바다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으레 사고도 있기 마련이고요. 네, 아와나미에서도 생각보다 사고가 자주 일어났었대요. 요즘은 대부분 관광지에서 장사하느라 사고가 줄었지만, 과거엔 배를 타고 나갔기에 사고가 많았다고 해요. 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바다에게 사로잡혔다고 해서, 오봉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한다. 그런 전승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바다에게 잡힌 사람이 딱 하루,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있대요. 그게 언제인가 하면…”
번쩍하는 빛이 가시고 몇 초 후에 울리는 굉음. 창문을 두드리는 거센 빗소리. 그것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잠시 말을 멈추고 아사기리 씨를 빤히 바라본다. 이쯤 되었겠지 싶었을 때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풍이 오면 파도가 엄청 거칠어지고, 때로는 넘쳐서 해안가를 넘어 밀려올 때도 있어요. 바닷속에 있었던 쓰레기나 해초, 때로는 물고기도 파도를 타고 땅으로 밀려 올라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바다에게 잡혔던 그들도, 올라오는 거예요. 아사기리 씨, 나기도 그렇고, 여기 사는 사람들이 어째서 대피소까지 오는 지 아세요? 물이 넘치면 위험하니까, 바람이 불면 위험하니까. 그런 이유라고 둘러대지만, 사실 아와나미에 지어진 집들은 대체로 바람이나 물에 대한 대책이 다 되어있다구요. 그런데도 집에 있지 않고 대피소까지 오는 이유는… 그들이 집에 찾아오기 때문이에요.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던 사람들이 넘실대는 물결을 따라 뭍에 올라오는 날, 그리운 집을 찾아 돌아오는 날… 이런 태풍이 부는 날에는 확실하게 들리거든요. 거센 빗소리에 섞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리고 바닥을 쿵쿵쿵! 세 번 두드리고서 아사기리 씨의 반응을 살폈다. 후후-! 나기의 괴담, 어땠을라나! 살짝 저리기 시작한 다리에 정좌를 풀고 편하게 앉아서 과자를 하나 집어들었다. 나기가 했지만 멋진 괴담이야. 특히 장소와 시기를 맞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기도 나기에게 점수 80점은 주고 싶을 정도!
생각보다 밋밋한 반응에 유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쓴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잘 표현하지 못한 것 뿐일테고 이런 이야기로 비명을 지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괴담이라는 것 자체가 직접 눈으로 보여야 무서운 거지, 듣기만 하면 그런가 싶은 것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그는 애써 생각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나기의 차례. 아와나미의 전승 같은 것일까 생각을 하며 그는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아와나미는 바닷가니까 물 일을 하는 이가 많을테고 그러면 사고를 당한 이도 많을 거라는 것에는 유키도 공감했기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바다에게 사로잡혀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돌아올수 있는 날이라는 말에 유키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필 그 타이밍에 굉음이 쾅쾅 울려서 유키의 몸이 순간 움찔했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이 가는지 유키의 두 눈은 나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오늘?"
태풍이 오는 날.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이었다. 바다에 사로잡힌 이들이 빠져나올수 있는 날이라는 말에 괜히 긴장감 어린 표정을 짓다가 대피소까지 이야기가 나오자 그 리얼리티함이 괜히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유키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라는 말과 동시에 쿵쿵쿵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무섭다기보다는 괜히 놀랐다는 것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유키는 괜히 두 손으로 박수를 쳤다.
"분위기 제법 잘 사는데? 훨씬 리얼리티한 이야기야. 마지막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정말로 그런 전승이나 전설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 아무튼 바다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라도 태풍 치는 날에 빠져나올 수 있다면 빠져나왔을거야. 물론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겠지만."
이미 바다에 사로잡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면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돌아오고 싶은 사람들의 미련을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과자를 하나 집어서 먹은 후에 나기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와나미는 정말 사람들이 끈끈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사람이 적은 것도 그렇지만, 이런 시기에 이렇게 한 곳에 모여있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좋건 싫건 친분이 쌓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괜히 부러워지는걸. 치바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도 비라니! 새벽에는 천둥벼락이 엄청 치던데 결국 낮에 또 비가 오네. 주말에는 나가서 놀고 싶단 말이에요!! 물론 수요일에는 날씨가 맑다고는 들은 것 같기도 한데.
“너무 현실같으면 너무 무섭잖아요? 특히 오늘 같은 날은 정말로 밖에서 듣고 있다가 자기 이야기인줄 알지도 모르니까, 끝은 엉성하게 맺는 편이 좋다구요☆”
농담을 섞어서 엉성한 마지막에 대한 변명을 한다. 아니 뭐, 그치만 괴담의 마무리라는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고 말이야. 아무튼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과자 쪽으로 손을 뻗었다. 죽순 과자, 맛있어! 버섯도 좋지만 나기는 역시 죽순이 좀 더 좋다고~
“그치만 이런 날, 사납게 요동치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뭔가가 올라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고. 당연히 위험하니까 가까이 가면 안 되지만요!”
그리고 수영을 아무리 좋아해도 바다에서 못 나오게 되어버리면 그건 좀 많이 곤란한 일이 아닌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과자를 우물거리느라 아무 말도 못하고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대신 태풍이 올라온 바다를 봤던 일을 떠올리면 얘기하다가, 이쪽을 보는 아사기리 씨와 눈이 마주쳤다.
“에에… 좋건 싫건 친분이 쌓이는 거라던가, 끈끈한 거… 의외로 귀찮기도 하다구요? 건너 건너 다 아는 사이니까 비밀 같은 것도 별로 없고, 그래서 뭔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나기는 적당히 거리 두고 사는 도시가 부러운데~”
/수요일은 평일이잖아! 주말에 맑은 날씨 줘어어... 유키주가 있는 곳도 비가 오는구나. 새벽에 천둥번개까지 치다니...
"파도 엄청 높지 않아? 이런 날씨엔 말이야. TV로만 봤지만 완전 크던데. 쓰나미 정도는 아니겠지만 말이야. 한번은 직접 보고 싶지만 지금 나가면 난리가 나겠지?"
호기심이 살며시 떠오르지만 아마 그랬다간 고모와 고모부에게 등짝 스매싱을 신나게 맞을 거라고 생각하며 유키는 괜히 키득키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보고 싶고 일기장에 쓰고 싶고 SNS에 올리고 싶어도 등짝 스매싱을 맞으면서까지 가고 싶진 않았다.
그 와중에 거리감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 확실히 자신은 도시 사람이고 그녀는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유키는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어투로 그 말에 대답했다.
"그래도 난 가끔 그런 것이 좋더라. 내가 사는 치바에선 오버하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때가 많아. 솔직히 나도 내가 사는 빌라에 누가 사는지 다 아는 것이 아닌걸. 하물며 내가 사는 층에 있는 사람들 중 나와 그렇게 친한 사람도 없어서 정말 타인 그 자체야. 물론 여기에서 살다보면 나도 너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과자를 하나 더 먹으면서 유키는 고개를 돌려 대피소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역시 아무리 봐도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신선한 풍경이라고 생각하며 그 상태에서 유키는 입을 열었다.
"이래서 도시 사람은 시골을 동경하고, 시골 사람들은 도시를 동경하나봐. 물론 아와나미가 시골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보다 작은 규모긴 하니까. 그래도 난 이런 분위기가 좋더라. 여러 사람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그런 분위기. 그러니까 미쿠모 양과도 친해지고 그런 거 아니겠어?"
/아니야! 수요일은 휴일이란 말이야! (눈물) 또 지금은 살짝 그치긴 했는데 아마 또 비가 오지 않을까 싶긴 해. 오늘은 계속 비가 온다고 들었거든.
“엄청 높죠. 해변가로 내려가면 위험하니까 좀 높은 지대에서 조금 떨어져서 봐야할 정도? 지금 나가면… …뭐 괜찮지 않을까요? 나기, 우비도 챙겨왔어요!”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 아직 부모님도, 아사기리 씨의 친척분들도 오지 않은 걸 확인했다. 음, 나가려면 못 나가는 것도 아니긴 한데… 하지만 주변에 있는 현지인들이 나중에 슬쩍 말을 전해서 어떻게든 알려지긴 할 테니, 결국 혼나는 걸 아예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걸 각오하고 있다면, 나기가 우비 정도는 지원해줄게요! 뭐, 고개를 저으며 웃는 걸 보니 아사기리 씨도 진짜로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나기도 장난스레 말한 거지만.
“으음, 그치만 나기는 그런 게 편해 보이는 걸요. 앗, 그치만 도움이 필요할 땐 조금 곤란하려나… 으으… 서로 동경한다니. 도시에는 뭐든 있으니까, 나기는 도시가 더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러네요… …그렇네요. 그런 분위기라서 아사기리 씨랑 친해질 수 있었던 걸지도.”
생각해보니 완전 시골 사람처럼 굴었었어! 나기! 도시에서 왔다고 두근두근하면서 찾아갔었지! 완전 시골 사람이잖아! …어쩔 수 없지. 시골 사람인 건 맞으니까. 뒤늦게 찾아온 부끄러움에 잠시 고개를 푹 숙였다가 슬금슬금 다른 과자로 손을 뻗었다. 부끄러울 땐… 과자를 먹자…
“…앗, 그럼 치바에서는 대피소 안 쓰나요? 태풍… 이렇게 오는 일은 드물다고 했으니 태풍이 올 땐 안 쓰겠지만, 뭐… 지진이라던가? 그럴 때는 쓰지 않아요?”
"아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사양할게. 나중에 어떻게든 전해질 것 같고 그러면 다시는 여기 못 올 것 같거든. 아니. 그건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미쿠모 양도 혼날 수도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녀가 혼나는 상황까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듯이 유키는 두 손을 휘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명백한 거절 의사를 보이면서 유키는 그저 창밖의 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천둥벼락이 치는 상황 속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위험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방금 말한대로 막상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 요청하기 힘들어. 물론 아는 사람이면 상관없는데 모르는 사람이면 딴데 가서 알아보라고 문전박대를 하는 일도 흔하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여기는 정말 대단했지. 온천에서 일하는데 굳이 구경오는 사람도 있고 말이야."
아주 살짝 나기를 겨냥하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유키는 보란듯이 키득거렸다. 물론 이후에야 내는 불평이 아니라 그저 장난스러운 어투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조금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도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지진은... 대피소로 갈 정도로 크게 온 것은 그다지 본 적이 없었어. 그리고 대피소로 간다고 해도 딱히 말은 하지 않고 핸드폰만 바라보다가 끝나면 바로 돌아가니까. 주변에 말을 걸고 그런 이는 본 적이 없었어. 물론 친구들끼리 만나면 말을 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어색함만 가득하거든."
이전에 대피소로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했던 침묵의 공간을 체험했던 것을 떠올리며 유키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며 고개를 크게 저었다.
"미쿠모 양이라도 그런 분위기는 굉장히 싫을걸?"
/나기주 수요일에 일하는거야? (눈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거야?! 공휴일인데! 공휴일인데! 할 수 없이 내가 나기주 몫만큼 놀고 쉬어야겠어. (도주)
“으윽… 아, 알고 있어요. 나기도 알고 있다구요. 완전 촌스러운 짓이었다는거! 그치만 궁금했는걸!”
과장을 섞어서 허둥지둥대며 둘러대지만, 과장을 섞은 만큼 장난이기에 나기는 지금 웃고 있다. 그래, 웃고 있는 것이다! 절대 부끄러워서가 아니야! 장난이니까 웃는 거야! 아, 아무튼. 일부러 그렇게 말하다니 아사기리 씨도 정말…!
“흐음, 상상해보니까 정말… 음, 조용해서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 쓸쓸하기도 하네요. 싫다기보다는 뭔가 외로울지도…”
너무 거리가 가까운 것도 귀찮지만 너무 먼 것도 외로워서 좀 그럴지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어쩌면 나기는 도시를 동경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상태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걸 동경했을지도 모르겠어…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도시에 귀여운 게 더 많은 건 사실이니까 도시를 동경하는게 맞는 것 같다. 어째 얼렁뚱땅 결론을 내려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번쯤은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네요☆ 귀여운 것도 많을 거고, 아와나미에선 이웃 사이가 가까웠으니까 한 번은 좀 이웃 간의 교류가 적은 것도 체험해보고 싶다구요☆”
네가 추구하는 귀여움. 그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유키는 더욱 보란듯이 키득거렸다. 장난끼가 제대로 발동했는지 그 웃음소리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허나 어떻게든 겨우겨우 멈추게 하면서 유키는 과자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은 후에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 은근히 대피했다가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니까. 물론 나에게 있어선 그게 당연한 거였으니까 크게 뭐라고 느끼진 않았지만 여기서의 모습을 보면 그건 또 아닐지도 모르겠어. 미쿠모 양이 없다고 해도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을 것 같거든."
그냥 자신의 생각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유키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나기에게 한 가지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입시를 성공해서 도시 대학으로 진학해보는 건 어때? 그러면 적어도 몇 년은 도시에서 살 수 있잖아. 대학이 그렇다고 하는데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을 거 아니야. 그러다가 나중에 정말로 미쿠모 양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공부를 정말로 열심히 해야할 거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유키는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도시에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은 대학이 많으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쩜 이리 짓궂을 수가! 아주 보란듯이 키득키득,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흘리는 아사기리 씨를 흘겨보지만, 시작은 나기가 한 촌스러운 짓 때문이니 크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저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을 할 뿐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네요. 대학이라… 그치만 나기, 공부는 자신이 없는데에…”
대학 생활을 도시에서 한다니, 제법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도시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만을 가지고 훌쩍 떠나기엔 무리겠지. 대학에 합격을 해야 가든 말든 할 테니까. 하지만 도시에 있는 대학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잡고 하면 될까? 계속 자신이 없다는 생각만을 되풀이 하고 있을 때 들려온 질문에 잠시 다른 화제로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이스 질문, 아사기리 씨!
“아와나미에는 없고, 전철로 좀 가야 있어요. 하지만 그쪽도 전문학교지 대학은 아니고… …사실, 나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일할거라 잘 알아보진 않아서…”
갈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시를 동경하면서도 여기에 쭉 머무르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학인가. 오늘 아사기리 씨에게 들은 걸로 어쩌면 도시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게 된다면 꽤나 늦은 시작이 되겠지만, 그래도…
“그치만 오늘… 아니, 내일부터 제대로 알아봐야겠네요! 조금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뭐☆”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잖아? 그럼 할 수 있어. 해보지 않고 그때 할 걸 그랬어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일단 해보고 실패하는 것이 그나마 낫지 않아? 시도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정말로 0으로 끝나버리니까."
매사 후회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는 그의 지론이 살며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물론 유키는 나기의 성적이 어떤지 아는 바가 없었다. 허나 방금 말한대로 시도를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는 그렇게 나기에게 권유했다. 물론 그녀가 그것을 받아들일지의 여부는 자유였기에 유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한편 대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키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학은 조금 큰 지역에 가야 있는 법이니 아와나미에는 대학이 없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허나 전철로 좀 가야 있는 것조차도 전문학교 정도라면 대학에 진학하는 순간, 그녀가 아와나미를 떠나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살이었기에 그는 그녀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판단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대학에 대해서 알아보겠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웃으면서 엄지를 척 위로 올렸다.
"그 말대로야.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가능성을 0으로 두기보단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기에 나는 여기에 왔고, 미쿠모 양도 만났고 다른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어. 아. 물론 돌아가면 얼굴 보기 힘들어지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라인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연락하면 되겠거니 생각을 하며 곧 긍정적으로 마인드를 바꾼 그는 과자를 하나 입에 넣으면서 천천히 씹었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천둥벼락도 규칙적으로 치고 있었다. 허나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유키도 더 이상 움찔하거나 떨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잠은 여기서 자는걸까? 대피소에서 이렇게 오래 있던 적은 없어서 모르는게 많아. 나중에 고모와 고모부와 합류해서 물어봐야겠네. 일단 내가 있는 곳은 온천이니까 물이 넘쳐서 집에 잠기지 않을까 그게 걱정인데. 문을 닫고 왔으니까 그나마 분리가 되서 나으려나. 아. 하지만 그러면 문을 열면 물이 쏴아아악하고 쏟아질 것 같아서 무서운데."
어쩌면 온천이 아니라 대형 수영장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개소리를 하면서 유키는 나기를 바라보면서 슬며시 제안했다.
"조만간에 온천에 한 번 더 올래? 서비스 정도는 해줄게."
/마찬가지로 좋은 주말이야! 나기주!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나갔다 왔는데 기차를 타고 내리자마자 코로나 알람이 어후... 무섭더라. 볼일만 보고 빠르게 도망쳐왔어.
“그렇네요☆ 요즘은 라인이 있으니까 멀리 있어도 연락할 수 있잖아요. 영상통화도 되고. 연락할 방법이야 많으니까.”
그래도 옆에 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덜하겠지만… 어쨌든 수단이야 많은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구☆ 이렇게 대화를 하고 과자를 집어먹는 동안에도 빗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지긋지긋하다 이제. 누군가는 이 소리를 일부러 틀어놓고 잠들기도 한다지만, 솔직히 이렇게나 많이 들으면 지긋지긋한데. 비바람도 전혀 그치질 않고,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는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아사기리 씨의 말이 들렸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전혀 그치질 않았으니까… 집에서 자는 게 좋은데에. 여기서 자고 일어나면 등이 아픈데에. 아아, 맞다. 아사기리 씨네는 온천이었죠. 큰일이겠네요. 뭐어 물이야 배수구로 빠져나가겠지만 정말 골치인 건 가지라던가 잎이라던가, 그런 것들이겠네요. 배수구를 막기라도 하면 아사기리 씨 말대로 문을 열었을 때 물이 쏴아아악…라던가☆”
어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뜰채로 이파리며 가지들을 하나하나 건져낼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 나기네 집은 온천도 노천탕도 없어서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쩍 아사기리 씨를 향해 힘내라는 눈빛을 보냈다. 힘내요, 아사기리 씨. 집에 돌아가기 전에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앗, 그럴까요? 그럼 서비스로 딸기우유 주는 건가요? 역시 목욕 후에는 딸기우유죠!”
/엣... 주말.. 일요일... 내 일요일은 왜 지금 시작한거지...? 잠으로 보냈더니 손해본 기분이야...
물이 배수구로 다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필시 여러가지 쓰레기들이 있을테니 청소하기 힘들테고 물이 안 빠지면 그 물을 다 닦아내고 처리해야하니 유키로서는 그리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매사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그였으나 무조건 모든 것을 다 좋게 보긴 힘든 탓이었다. 여러모로 골치아픈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괜히 싫은 표정을 지으며 유키는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보너스로 용돈 더 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럴리는 없고 하루 정도 닫고 싹 청소할지도 모르겠네. 기왕이면 내가 간 후에는..무리겠지."
비가 그치자마자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유키는 결국 포기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경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괜히 키득키득 웃으면서 다시 편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지금 걱정해봐야 의미가 없고 힘만 빠질뿐이었기에.
"딸기우유? 그걸 원한다면 줄 수도 있긴 한데 그럼 목욕 직후에는 먹기 힘들걸? 내가 여탕으로 들어갈 수도 없잖아? 다 나온 후에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그런데 보통 우유는 목욕이 끝난 직후 먹는게 제일이지 않아?"
만약 그녀가 남자였다면 자신이 들어가서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었으나, 여탕 안으로 들어서는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그렇게 받아치면서 유키는 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살며시 천장을 바라봤다. 분명히 저 위에선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겠거니 생각을 하다 고개를 아래로 내린 유키는 나기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정말로 올래? 치바에. 온다면 여기저기 데려가줄게. 그렇게 보고 싶은 도시 속으로 말이야. 우리 집에서 재워주는 것은 말을 해봐야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제일 친하게 지낸게 너니까, 나도 그 정도는 해주고 싶거든. 처음 만날 때 보여줬던 그 뽑기 기계가 있는 곳이라던가."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 낸 목소리는 진지했다. 정말로 한번 오라는 듯이 초대를 하면서 그는 눈을 감으면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내 일요일도 이것저것 처리하다보니 다 지나가버렸어. 에잇! 몰라! 지금부터는 완전히 쉴거야!!
그렇다고 나기에게 힘든 일을 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NO!겠지만. 남의 일이니까 이렇게 웃으며 위로를 할 수 있는 법이다. 암. 아무튼 상상하니까 정말 힘들겠네. 배수구를 치우고 넘친 물을 빼고… 넘친 물만 뺄까, 노천탕이면 아예 물을 다 빼고 치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정말 고생이겠네. 아사기리 씨가 싫은 표정을 짓는 게 정말 이해가 간다. 앗, 갑자기 경건한 표정이 되었어. 아사기리 씨… 해탈했어?!
“아사기리 씨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앗, 그야 다 끝나고 나온 후에 달라는 얘기였다구요! 끝난 직후에 먹는 게 좋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일반 목욕탕과는 다를 테니까, 아마 나와서 먹어야겠지 응. 애초에 그걸 생각하고 한 말이었는데! 뭐 아무튼 목욕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살짝 몸을 식히면서 마시는 우유도 맛있으니까. 상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 그런 상상을 하다가 치바에 올래? 라는 말에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아사기리 씨를 보았다. 헉, 치바에?!
“지, 진짜요? 치바에 가면 아사기리 씨가 여기저기 데려가 주는 건가요?! 도시에…”
가보고 싶다. 사진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눈으로 직접 이것저것 보고 경험해보고 싶다. 하지만 한번도 여길 떠나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하지만 가보고 싶어 역시.. 하루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 그리고 나기, 대학도 생각해보기로 했으니까… 갈 수 있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리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심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갈게요. 언젠가 꼭 놀러갈테니까! 당장은 무리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꼭 놀러 갈게요!”
/ Q. 나기쟝 도시 가는거 꺼려하고 있지 않았나용 A.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유키쟝의 영향으로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사실 중간중간 텀이 길어지다보니 나기쟝의 아이덴티티가 실시간으로 붕괴하고 있는 중임다... :3
"알았어! 그렇다면 다 끝나고 나오면 대접해줄게! 물론 내가 그때 일이 없어야할텐데 말이야."
물론 어지간하면 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었다. 갑자기 배달 일이 생겨서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가야할지도 모를 일이었고, 손님이 많이 몰려와서 안내를 맡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다른 일하는 이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직접 주고 싶다고 생각을 하며 유키는 괜히 그때는 아무 일도 없길 바라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물론 일정을 맞춰야겠지만 당연히 데려갈거야. 치바까지 왔는데 혼자 돌아다니라고 할 순 없잖아? 도시는 아무래도 여기보다는 훨씬 복잡하니까.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나중에 돌아갈 때 전철을 놓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밤 늦은 시간에 노숙을 해야할 수도 있고.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하고 싶긴 해도 노숙만큼은 하고 싶지 않더라.'
길거리에서 신문지를 깔고 자는 체험 따윈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지 유키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아무튼 확실한건 나기는 조금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라는 점이었다. 처음 만났을때도 도시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을 보이던 그녀였기에. 하지만 정말로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었기에 그는 답을 기다렸고, 곧 그녀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자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웃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얼마든지! 편할 때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라면 하룻밤 정도는 방에서 재워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난 졸업하면 바로 방을 하나 얻어서 독립하려고 생각 중이거든."
물론 계획이 그대로 진행될진 알 수 없었으나 일단 그렇게 생각 중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유키는 편한대로 하라는 듯이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괜히 궁금증을 느끼면서 유키는 나기에게 물었다.
"어딜 제일 가고 싶어? 미쿠모 양은?"
/원래 캐릭터를 굴리다보면 점점 바뀌기도 하고 붕괴되기도 하고 그러더라구! 그래서 나는 그냥 편한대로 돌리고 있어. 바뀌는 것은 이 캐릭터에게는 이런 면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편하더라! 아무튼 나기주도 늦잠을 잔 모양이구나! 나도 오늘은 제대로 늦잠을 잤어. 일어나니까 11시 30분이더라. 평소에는 늘 7시대에 일어나는데 다이렉트로 푹 잔 것을 보면 한 주 동안의 내 피로가 컸던 모양이야. 나기주도 피로 잘 풀길 바라!
“길을 잃는 건 확실히 걱정이네요… 도시에서 길을 잃는다니… 늦은 시간에 노숙… 그대로 나쁜 사람에게 잡혀가서 평생 양지로 나올 수 없는 삶을 살게 되는… 무서워! 도시 무서워!”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장난스레 말했지만, 확실히 도시에서 길을 잃으면 얼마나 막막할까. 든든한 길잡이로 아사기리 씨가 있을 테니 걱정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혼자 가면… 도시는 멋있고 가고 싶은 곳이지만 무서운 곳이니까! 눈 뜨고 코도 베이는 곳이라고 했는 걸! 앗,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른다고 했지만 그렇다면 아사기리 씨가 독립한 후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숙박비가 굳는다!(?)
“아무래도 그때쯤 갈 것 같네요. 내년은 아사기리 씨가 수험이고, 그 다음해는 나기가 수험기간이니까. 전부 끝나고 나서 가는 쪽이 좋을 것 같고. 앗, 나기는 말이죠 꿈의 나라! 그 성이라던가 캐스트들 전부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구요! 그리고 랜드도 좋지만 씨도 가고싶고, 쿠주쿠리 해안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귀여운 걸 파는 가게들도 가보고 싶고!”
전부 갈 수 있을까? 그래도 전부 가보고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치바(?)니까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고 싶다. 질문은 어딜 제일 가보고 싶냐는 것이었지만 답은 어째 가고 싶은 곳을 나열하는 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하나만 고르기엔 다 가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다고!
물론 옛날에는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기에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유키는 확신했다. 자신이 사는 곳은 관광객들도 많이 온다면 많이 오는 곳이고, 그만큼 치안이 잘 지켜지는 곳이었으니까. 물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었기에 그녀를 혼자 돌아다니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그녀를 안심시키는 것에 집중하면서 그는 그녀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겠네. 고3인데 편하게 놀수만은 없으니까. 지금 말한 곳. 가능한 선에서 전부 같이 가줄게. 꿈의 나라도 좋고, 해안도 좋고, 팬시샵을 가는 곳도 좋을 것 같으니가. 물론 팬시샵은 잘 안 가서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미쿠모 양이 오기까진 어떻게든 알아볼게!"
일단 돌아가면 여러 팬시샵을 들려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유키는 자신의 집 근처, 혹은 조금 떨어졌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는 광장을 떠올렸다. 알게 모르게 많았으니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괜히 즐거움과 기대를 섞은 눈빛을 보이면서 키득키득, 즐거운 웃음소리가 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솔직히 1박 2일은 조금 힘들걸? 치바에 올 때 몇 시인지도 중요하니까. 아마 미쿠모 양이 전부 즐기려면 2박 3일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조금 아슬아슬하게 돌아갈 것 같긴 한데."
당장 랜드만 해도 1박은 필요할테니 유키는 절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어느 쪽이라도 그녀의 스케쥴도 중요했기에 그는 마지막 남아있는 과자를 입에 넣으면서 이야기했다.
"너무 오래는 곤란하더라도 짧게라면 괜찮아. 일단 미쿠모 양네 부모님에게 허락부터 받아야겠네. 딸을 혼자서 도시로 보내줄지도 알 수 없으니 말이야."
/맞는 말이야! 덕분에 진짜 푹 잔 것 같아. 하지만 토요일 저녁이라는 것이 너무 슬퍼. 다음주 주말을 벌써부터 기다려야하는 처지가 되다니!
과연 부모님이 허락해주실까?까지 생각이 닿자 조금 전까지의 기운펄펄 텐션상승이 스르륵하고 거품꺼지듯이 사그라들었다. 나기 혼자 가는 거 허락해줄까…? 그, 그치만 수험 다 끝나고 나서 가는 거라면… 그때쯤엔 대학생(?)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고 잘하면 치바 쪽 대학에 갈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허락 없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과자가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으, 응. 분명 괜찮을거야…?
“괘… 괜찮지 않을까요…? 수험도 다 끝나고… 호, 혹시 치바 쪽 대학 붙은 다음에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으으, 그래도 허락은 받아야겠죠. 받을 수 있을까…”
약간 시무룩하면서도 손을 뻗어 뒷정리를 시작했다. 과자 봉지와 상자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가지고 온 비닐봉지에 담아 잘 묶고 다시 가방 안으로. 나중에 가져다 버려야지. 아무튼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 무슨 날벼락! 아니, 날벼락은 아니지만. 분명 언젠가는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이었지만…
"그야 치바가 그렇게 좁은 곳도 아니고 여기저기 제대로 돌아보려면 정말 하루하루가 부족할 정도니까. 관광온 사람들이 괜히 숙박을 하는게 아니야."
3박 4일을 거론하는 나기의 말에 유키는 정말 보고 싶은 곳이 많은가보다라고 나름 추측했다. 하긴 도시를 그렇게 꿈꾸고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정말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나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만 해도 그녀는 허락에 대해서 조금 망설이는 모양이었으니까.
"치바 쪽 대학에 오려고? 나하고 같은 대학에 다니고 그러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일어난다면 그 날은 내가 꿈의 나라 하루를 쏠게."
그런 우연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듯이 유키는 그렇게 단언하며 자신의 가슴을 툭툭 손으로 쳤다. 물론 자신이 어느 대학을 목표로 할 것인지는 가르쳐주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것을 알려주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게 될테니까.
"그래도 어린아이도 아니니까 말을 잘 하면 허락해주지 않겠어? 나만 해도 봐봐.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도 위험하다고 말린 이는 없는걸. 용기를 내! 정 무서우면 내가 같이 설득해줄게! 그래도 조금 신뢰 있지 않을까? 나?"
아와나미에 온지 그래도 한 달은 되었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했으니,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신뢰를 사지 않았을까 괜히 그렇게 기대를 해보며 유키는 뻔뻔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물론 그녀가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자유였다.
/오전부터 일어나서 다른 곳에 가서 볼일을 보고 놀다가 다시 돌아온 나는 이제야 답레를 주게 되네. 이번 한주도 고생 많았어! 나기주!
꿈의 나라 하루를 쏜다니! 이건 절대로, 반드시 아사기리 씨와 같은 대학을 가야해!!(?) 결의를 다지며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의-지! 그런데 아사기리 씨는 어느 대학을 갈 생각인거지? 나기는 어디를 목표로 하면 되는거지? 슬쩍 물어볼 생각으로 아사기리 씨를 보지만 어째 가르쳐줄 것 같진 않았다. 뭐, 뭐어…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여행 허락과 마찬가지로 별로 자신은 없지만…
“…..으으, 그건… 글쎄요? 도시에서 온 남학생이 ‘따님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아빠가 분명… 창고에서 손도끼를 꺼내 올 것 같은데요. 그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아사기리 씨.”
엄청 뻔뻔한 어투로 자신이 같이 설득하겠다고 하는 아사기리 씨를 ‘자네 대체 무슨 말을 하는겐가’라는 말을 하는 듯한 시선으로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손도끼는 농담이라고 쳐도, 쉽게 허락이 떨어지기는커녕 앞으로의 여행을 포함한 모든 도시행이 전면금지 당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응. 아사기리 씨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정말로 마음만 받는 걸로 하자.
“괜찮아요. 나기가 어떻게든 할게요! 최악의 경우에는 허락없이 강행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물론 나기가 낸 아이디어도 그리 바람직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내려간 눈썹에 어울리지 않게 킥킥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안되려나? 아무리 그래도 손도끼는 피하고 싶은데. 평화로운 바닷가마을이 아와나미 살인사건 File.1 같은 곳으로 바뀌면 안되잖아?"
모 탐정 만화풍의 OST를 입으로 내면서 유키는 장난끼를 가득 담아 이야기했다. 확실한건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상당히 아낀다는 점이었다. 나기가 저렇게 이야기를 하니 유키는 알았다는 듯이 더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플랜을 짜다가 나기의 허락없이 강행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다급하게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되지!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겠어! 무엇보다 우리 집에 온 것이 걸리면 그거야말로 정말로 손도끼를 들고 전철을 타고 올 것 같단 말이야."
자신의 고모와 고모부를 통해서 연락처와 사는 곳을 알아낸 후에 치바까지 쫓아올지도 모르는 그녀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그는 괜히 진땀을 빼면서 웃어보였다. 물론 진짜로 그러겠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녀의 도시를 향한 열정을 생각하면 정말로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그는 판단했다.
괜히 고개를 올려 지붕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비가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여기서 잠을 자게 될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유키는 나기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일단 나는 슬슬 고모와 고모부에게 가볼게. 여기서 어떻게 할건지를 들어봐야 할 것 같거든. 잠을 잔다면 아무래도 같이 자야 할 것 같으니까. 미쿠모 양은 이후 어쩔거야?"
“에이 설마요. 그리고 허락없이 강행이라는 건 농담이니까☆ 실제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나기가 도시를 동경한다고 해도 말이에요!”
다급하게 고개를 젓는 것이 꼭 나기가 진짜로 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나기도 사리분별은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진짜처럼 들릴 농담을 한 건 사실이니까. 더 따지지 않고 그저 킥킥 웃었다. 웃음소리에 스며드는 빗소리는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아, 이건 꼼짝없이 내일까진 있어야겠는데. 엄마랑 아빠는 아직?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려다 때마침 들려온 말에 다시 아사기리 씨를 보았다.
“아아, 그렇네요. 나기도 슬슬 엄마랑 아빠가 오실 것 같으니까. 잘 준비라던가 이것저것 해야겠네요.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대피소가 처음이면 잠들기 쉽지 않겠지만 힘내세요, 아사기리 씨.”
이쪽도 슬슬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고. 아무리 친해졌다고는 해도 같이 잠까지 잘 사이는 아니니까, 아사기리 씨는 친척 네로, 나기는 엄마아빠를 기다려야겠지. 살짝 손을 흔들면서 지루했을 뻔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해준데에 대한 감사를 입에 담았다. 덧붙여 대피소에서의 첫날밤을 보낼 아사기리 씨에게의 응원도. 잠들기가 그리 쉽진 않겠지만, 분명 좋은 추억이 되겠지. …아마?
돌아가려는 듯한 아사기리 씨를 그렇게 전송하고-라고 해봤자 어차피 대피소 내부니까 고개만 쭉 빼면 보일 거리지만-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이제야 대피소로 향하고 있다는 엄마의 메세지가 와 있었다. 그리 멀지 않으니까 곧 도착하겠지. 그러면 같이 잘 준비를 하고, 집 상황도 좀 듣고... 내일은 피해갈 수 없는 대청소인가. 아아. 귀찮아라.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자리를 정돈했다.
/막레...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니 막레로 받아도 좋고 더 이어도 좋은 것입니다...?(? 길고 긴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찾아왔다! 야호! 하지만 오늘도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자주 오긴 힘들 것 같..아...(죽은눈 유키주는 좋은 주말 보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