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엔 분명 귀여운 게 많겠지? 나기도 도쿄 가고 싶어~☆” "뭐... 어차피 못 가겠지. 평생..."
• 이름: 미쿠모 나기 三雲 凪 • 나이: 15세 • 성별: 여 • 소속: 동고 1학년
• 외모: 그녀를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분홍색 머리카락일 것이다. 탈색과 염색을 거쳐 나온 색이 분명한 그 빛은 의외로 푸석하거나 갈라지지 않고 매끄럽게 햇빛을 반사하는 것이 주인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관리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주로 양갈래로 묶는 트윈테일을 하고 다니는데 특이하게도 양쪽의 머리끈을 다른 것을 쓰거나 온갖 장식을 붙여 '귀엽게' 꾸미고 다닌다. 아주 가끔 뿌리께에 갈색빛이 감도는 일이 있지만 다음날이면 말끔히 사라지곤 한다. 나기 왈 '나기's MAGIC'이라고. 앞머리 중 몇 가닥은 조금 짧고 잘 휘어져 마치 바보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위로 솟지 않는 것은 나기의 심혈을 기울인 드라이 덕분. 머리카락보다 조금 진한 분홍색 눈은 동글동글 순한 눈꼬리로 감싸여 있고 귀여운 것을 보면 반짝거린다는 말이 어울리다 못해 가끔은 희번득(?)하게 빛날 때도 있다. 성격을 나타내듯 밝게 웃는 일이 많으며 입꼬리에 거의 항상 웃음이 걸려있다. 때때로 죽은 생선같은 눈을 곁들인 무표정을 하고 있을 때가 있지만 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손목에는 항상 예비 머리끈을 팔찌처럼 차고 다닌다. 사복도 소품도 실용보다 귀여움을 우선해서 고르는 편이다. 153cm의 작은 체구 덕에 귀여운 느낌의 옷이 잘 어울리는 편.
• 성격: #밝다. 대충 10000루멘 정도로. 참 밝다. 나기를 만나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나기를 '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기 자신부터가 귀엽고 발랄하게 구는 것을 의식하며 지내기 때문인지, 일단 첫대면에서는 그런 평가를 받곤 한다.
#포지티브인 척 하는 네거티브 사람이 늘 밝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지만 나기를 보면 어쩌면 한없이 밝기만 한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기에게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그것도 상당히 크게. 단지 그것을 타인 앞에서 드러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할 뿐. 인적이 드문 해안가, 자신의 방 등등... 밝은 빛에 가려져 있던 그림자는 타인의 눈이 적은 곳에서 불쑥 나타나 나기를 삼켜버리곤 한다.
#사실 컨셉이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스스로를 '나기'라고 3인칭화 한다던가 머리를 물들인다거나 귀엽고 눈에 띄는 장식이나 옷을 입는 것, 그리고 한없이 밝게 구는 것들 모두가 일부러 하는 것들이다. 일단 사리분별은 할 수 있고 공과 사는 가리기에 공적인 자리나 진지한 순간에는 3인칭도 헤실헤실한 표정도 싹 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그쪽이 진짜 나기일지도 모른다.
• 기타: *귀여운 거 정말 좋아☆ 옷이나 헤어스타일, 각종 소품, 동물, 디저트 등등...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것을 '귀엽다!'라고 평하기도 한다. 나기가 귀엽다고 평한 것들은 대체로 타인의 기준에서도 귀여운 것들이지만 때때로 '어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의외인 대상을 가리켜 귀엽다고 하기도 한다. 나기가 말하는 '귀여워'는 통상적인 '귀여움'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가리키는 걸지도...
*생일은 10월 19일. 혈액형은 B형. 별자리는 천칭자리. 매일 아침 TV 방송에서 해주는 별자리 운세 순위를 보는 걸로 하루의 길흉(?)을 정한다. 운세가 좋은 날은 귀여운 날. 안 좋은 날은 안 귀여운 날이라고 한다.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나기 세 사람으로 나기는 아빠(파파), 엄마(마마) 라고 부른다. 집은 아와나미 해안가에서 숙박업소를 운영중이다. 총 2층 건물로 1층은 나기네 집, 2층은 숙소이며 가끔 1층에 간소하게 차려놓은 기념품가게에서 부모님을 대신해 카운터를 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귀엽게 꾸며진 디저트류 전반. 싫어하는 음식은 우메보시. 먹으면 얼굴이 안 귀엽게 되니까 싫어한다.
*대도시에 대한 엄청난 동경을 안고 있고 가고싶다 가고싶다 노래를 부르곤 하지만 실제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잠은 잘 잤니? 나기주? 어서 와! 안녕! 일단 어디서부터 시작을 하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반가운건 변함없으니 그대로 가겠어! 아무튼 일댈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전할게! 사실 나도 유키를 그다지 돌려보질 못해서 이대로 묻게 하기엔 아쉬워서 제안한거라서 받아줄줄은 몰랐거든.
장을 보러 가는 거 귀찮지. 그래서 결국 많이 사오게 되고 그러면 또 남아서 버리게 되는 것이 있어서 곤란해. 역시 귀차니즘을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답일거야. 그런 의미에서 나기는 카레를 달게 먹는 편이야? 맵게 먹는 편이야? 유키는 둘 다 좋아하지만 매운 카레 쪽을 조금 더 좋아해.
매운 쪽을 좋아한다고 해도 불닭볶음면 같은 것은 유키도 먹지 못하고 바로 도망쳐버릴거야. 먹어봐야 후회가 남지 않으니 후회가 남지 않도록 도망간다! 라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나기는 매운 것에 약하구나. 불닭볶음면 같은 것은 절대로 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어. (메모메모)
유키도 불닭볶음면은 무리...(메모 하지만 나기는 남이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재미있게 구경(?)할 것 같다... 러시안 타코야키처럼 랜덤으로 와사비라던가 겨자라던가 들어있는 걸 사와서 먹이고 구경하려고 한다거나~ 하지만 그런 건 보통 사온 사람이 걸리기 마련이라 자기가 먹고 울상이 되겠지 크큭(?
이미 합동축제를 하루 즐기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소년이 축제를 둘러보는 것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아직 볼거리는 많았고 이전에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의 약속도 있었으니까. 바로 전날엔 다른 이와 둘러봤지만 오늘은 약속한 것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소년은 라인을 켠 후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시간 될 것 같은데 괜찮아? 미쿠모 양?
어제 이것저것 둘러보았으나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이 많았기에 소년은 오늘은 오늘대로 다양하게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이어 카메라 모드를 켠 후 근처에 있는 금붕어잡기를 화면에 담으며 SNS에 #축제_이틀째 #여전히_활기참 등의 해시태그를 함께 올렸다.
그 후 라인으로 다시 들어온 소년은 잠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살며시 자리를 옮기면서 메시지를 다시 전송했다.
-시간 되면 얘기해줘. 교문 앞에서 시간 보내고 있을게.
만약 시간이 된다면 그곳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바쁘다고 한다면 오늘은 적당히 다른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이곳저곳 둘러봐야 할 곳은 매우 많았다.
답장을 보내고서 한번 더, 귀여운 스티커를 골라 보낸 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동고와 서고의 합동축제 그 두번째 날. 자신이 안내해주겠다 약속했던 유키가 보낸 라인대로 교문을 향해 걸었다. 나기는 첫번째 날에 열심히 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 날인 오늘도 조금 전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놀거지롱!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제대로 인수인계도 하고 나왔고, 아무튼 이제 남은 것은 오늘을 즐기는 일뿐이다. 한 손에는 반에서 팔던 야키소바를 1인분 포장한 걸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구경하다 교문 쪽에 도착했다.
교문 앞에 있던 유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가 인사와 함께 야키소바를 건넸다. 서비스 서비스! 그렇게 건네준 다음 슬쩍 주변을 돌아봤다. 활기차고, 두 학교가 동시에 여는만큼 사람도 분위기도 북적거리기는 하지만, 도시의 학교였다면 좀 더 대단했겠지. 슬쩍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유키를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어디부터 볼까요? 서고 쪽에서 귀신의 집을 만들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사기리 씨 무서운 거에 강한 편인가요? 아! 아니면 타코야키 먹을까요? 이번에 엄청 특이한 타코야키 가게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금방 간다는 말에 소년은 알았다는 메시지를 전송하며 교문 벽에 등을 기댔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작은 마을 치고는 상당히 활기찬 축제였다. 역시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문뜩 치바에 있을 수영부 친구들을 떠올렸다. 돌아가면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와중 저 편에서 낯익은 이의 얼굴이 보였다. 일전에 온천에서 본 적이 있었던 미쿠모 나기, 바로 그녀의 모습이었다.
"아. 안녕! 별로 안 기다렸어! 애초에 내가 메시지 보내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흐른 것도 아니잖아? 아무튼 고마워! 어제 노점에서 파는 것을 먹긴 했는데 미쿠모 양네 반에서 파는 것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
자신에게 인사하며 야키소바를 건네는 그녀에게 소년은 감사인사를 보내며 야키소바를 받았다. 역시 축제하면 야키소바라고 생각하니 절로 소년의 목구멍 속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허나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먹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기에 먹는 것을 미루면서 소년은 등을 살며시 벽에서 떼어내며 제대로 섰다.
"귀신의 집? 얼마나 무섭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가벼운 거라면 그냥 깜짝 놀라고 말아. 물론 전문적인 곳은 좀 약해. 그러니까 가끔 영화에 나올법한 좀비 서바이벌 같은 곳은 무서워서 제대로 못 다니겠더라구. 그런 곳만 아니라면 그냥 나름 즐기는 편이야. 미쿠모 양이 시간이 널널하면 다 둘러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 입장에선 여기까지 왔는데 못 즐긴게 있으면 아쉬울 것 같거든."
이어 소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야키소바를 바라보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어 말했다.
"그러면 타코야키부터 가자. 야키소바도 들고 있겠다. 일단 가볍게 배를 채우고 노는게 좋을 것 같거든. 안내 부탁해도 될까?"
“아하하☆ 그건 그렇네요! 음, 그냥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만든 거니까! 맛이 그저 그래도 양해해주세요☆”
그야 전문점에서 파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조악하겠지만… 야키소바라는 음식 자체가 그렇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아니고, 괜찮지 않나? 하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말은 해둔다는 느낌. 아무튼 그럼… 귀신에 집도 타코야키도 모두 둘러보는 걸로 해도 되겠다. 시간이야 넉넉하고 놀 생각도 한가득이니 말이다. 유키의 말대로 여기까지 왔는데 즐기지 못한다면 아쉽겠지. 게다가 자신과 다르게 유키는 여행객이니 더더욱. 유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좋아요, 그럼 타코야키 가게부터 갈까요☆ 아마 이 근처일텐데~”
이쪽이에요☆ 하면서 먼저 앞장서서, 하지만 사람이 많은 만큼 유키에게서 너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길을 안내했다. 기억하던대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타코야키 가게가 있었고, 생각보다 제법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간판에 내걸린 ‘러시안 타코야키’라는 글자 옆에 그려진 리볼버가 의외로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살벌한 느낌도 들었다.
“아하☆ 엄청나게 본격적인 간판이네요. 매년 러시안 타코야키라고, 8개 중에서 딱 하나만 엄청난 맛을 넣어서 파는 거래요. 합동축제의 명물 같은 느낌?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을 선다. 그리 긴 줄은 아닌데다 앞의 사람들이 빠르게 빠져나가 순식간에 차례가 돌아왔다. 메뉴는 딱 하나. 러시안 타코야키 8개들이 한 팩. 심플한 주문을 하고 돈을 건네고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붉은 색의 봉투에 들어간 타코야키를 건네받았다. 아하… 이번에는 엄청나게 매운 쪽으로 간 건가? 와사비? 겨자? 어느 쪽이든 잘못 먹어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건 귀엽지 않은데!
“의외로 빠르게 받았네요! 그럼 저쪽으로 가서 먹을까요? 마침 벤치도 하나 비어있는 것 같고☆”
"축제에서 파는 거라면 난 이런 게 더 좋아. 축제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그런 맛이잖아?"
물론 전문점에서 파는 것이 좀 더 맛있을지도 모르나 축제에서 파는 것은 전문점에서 파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소년은 축제장에선 이런 것을 더 좋아했다. 서투를지도 모르나, 그 서투른 맛이 또 하나의 별미였으니까. 나중에 자랑할 것이 또 생겼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괜히 싱글벙글 웃었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타코야키 가게에 도착하자 자연히 소년의 눈동자가 빠르게 데굴데굴 움직였다. 꽤 전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과연 맛이 어떨런지. 그보다 러시안 타코야키라니. 여기서 이런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괜히 흥미롭게 생각하며 소년은 그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8개 중에 하나 말이지? 좋아. 그렇다면 도전해봐야지! 이런 것이 또 축제의 재미거리거든! 과연 어떤 엄청난 맛이려나. 아. 참고로 난 이런 거 승부욕 강해."
반드시 걸리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나 하늘이 그것을 허락할진 소년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가 타코야키를 받고 비어있는 벤치도 하나 있었으니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어있는 벤치로 향했다. 우선 들고 있는 야키소바를 옆에 내려놓고 소년은 가장 먼저 타코야키를 바라보며 그 중 하나를 빠르게 이쑤시개로 콕 찝어서 입에 넣어 우물우물 씹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물론 걸리지 않은 것 같지만 역시 안 걸리는게 최고지! 자! 그럼 이번엔 미쿠모 양 차례! 내 개인적으로는 내가 먹은 것의 오른쪽이 안전해보이는데 미쿠모 양이 편한대로 해."
나름대로 추천을 해주긴 하나 당연히 소년도 그냥 감으로 찍어본 것일 뿐, 확신은 없었다. 불안하면 다른 것을 먹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소년은 마저 천천히 타코야키를 씹으면서 꿀꺽 삼켰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유키가 덥썩, 재빠르게 타코야키 하나를 먹는다. 아, 아니 그렇게 거리낌없이?! 그러다 걸리면 어떡하려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유키를 가만히 보지만 어라, 생각보다 멀쩡해 보인다. 생각보다 맛있다는 말까지. 흐음, 한번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건가? 과연. 승부욕이 강한거군.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쑤시개를 손에 들었다.
“추천은 감사하지만, 역시 이건 자신의 감으로 고르는 게 중요하죠☆ 그런 고로 이걸로 간다!”
믿는다! 나기의 감! 손을 뻗어 제일 가까운 위치의 타코야키를 입에 넣고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씹었다. 천천히 씹어보지만… 응! 맛있다! 속이 알찬 맛있는 타코야키라는 것만 느껴진다! 뭐야~ 괜히 긴장했네~ 금새 다시 웃는 얼굴이 된다. 흐흥~ 나기도 이런 건 강하다구~
"좋아. 내기해볼까? 걸리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가 역시 가장 무난하겠지?"
내기를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말에 소년은 상관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그렇게 제안했다. 물론 자신이 걸리더라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건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재밌게 노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래도 기왕이면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그녀가 타코야키를 먹는 것을 것을 바라보며 걸리기를 기도했다.
허나 바로 걸리진 않았는지 태연하게 먹는 것을 바라보며 소년은 괜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만큼 더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방금 전 자신이 찝어준 것을 손으로 찝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골라준 이것을 먹겠어!"
설마 여기서 걸리겠어? 그 정도로 안일한 생각을 하며 소년은 타코야키를 천천히 씹어 삼켰다. 이번에도 매운 맛이 아니었고 안이 튼실하게 정말로 맛있다고 생각하며 괜히 소년은 방금 전 가게를 바라봤다. 러시안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것으로만 해서 산 후에 고모와 고모부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두번째 타코야키를 입에 넣은 유키를 지켜본다. 이번에는 걸릴까?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으윽, 너무 잘 고르는 거 아니야? 아사기리 씨? 아니, 내가 잘못 샀나? 분명 러시안 타코야키로 주문했는데?? 가게측의 착오로 매운맛이 빠진 건 아닌지,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기도 다시 타코야키로 손을 뻗었다.
“흐응~ 운이 좋으시네요, 아사기리 씨. 하지만 나기도 운은 좋은 편이라구요!!”
과감하게 간다! 하나를 덥썩 찍어서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간다. 천천히 씹자… 음. 다행히 일반적인 타코야키의 맛이다. 속이 꽉 찬, 탱글탱글한 문어가 쫄깃쫄깃한 타코야키! 그나저나, 이번에도 둘 다 정상적인 걸 먹다니. 혹시 이렇게 가다간 마지막에 매운맛만 남는 게 아닐까? 그, 그럼 순서 상으로 나기가 지게 되는 게 아닌지… 살짝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상대가 걸리겠거니 했지만 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년은 살짝 당황하며 네 개 남아있는 타코야키를 바라봤다. 그렇게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잘 피해간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소년은 머릿속으로 확률을 계산했다. 이제 걸릴 확률은 25%. 생각보다 상당히 높아졌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오른쪽으로 계속 먹겠어. 설마 여기서 걸리겠어?"
아주 살짝 긴장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입에 넣으니 또 다시 매운 맛이 아니라 평범한 맛이 느껴졌기에 소년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고작 타코야키도 이런데 실제 권총을 들고 목숨을 걸고 하는 러시안 룰렛은 과연 얼마나 조마조마할지. 하지만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았기에 소년은 이 타코야키로 대신하기로 했다.
"좋아. 이번에도 걸리지 않았어. 남은 것은 3개 뿐이야. 괜찮겠어? 미쿠모 양?"
확률은 33%. 25%보다 훨씬 커졌기에 이번에야말로 게임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며 소년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만약 여기서도 걸리지 않는다면? 그때부턴 정말로 지옥의 순간이었다.
제발 이번에는 걸리게 해주세요…! 아와나미 신사(자주 안 감)의 신님에게 빌면서 유키의 안색을 살피지만… 아니 대체 왜 아직까지 안 걸리는거지?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이번에도 맛있게 타코야키를 먹는 모습이 보인다. 으그그, 이러다간 진짜로 나기가 걸릴지도 모르겠어…!!
“엄청 조마조마하네요… 하지만 나기는 물러서지 않아요! 으으으!”
별까지 빼먹을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 세 개의 타코야키 위를 잠시 방황하던 손이 이윽고 하나를 노리고 내려간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입에 넣은 타코야키를 천천히 먹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도 맛있는 타코야키였다. 이, 일단 지금은 넘겼다…인가.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남은 타코야키는 두 개… 아사기리 씨, 괜찮나요? 계속하실래요?”
아까 전에 유키가 지었던 여유로운 표정을 따라하듯 웃으며 말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제 남은 건 두 개. 확률은 50%. 그야말로 러시안 룰렛이 되어버렸다. 저쪽이 걸려준다면, 아니, 걸리겠지. 이젠 걸릴 때도 됐지! 이번에는 피해갈 수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