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후, 그러면 같이 돌아가도록 해요. 혹시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뭐든 물어보도록 하세요. 그게 선배가 할 일이니까요. 사오토메 양. "
자신을 따라 성호를 긋는 에미리를 바라보던 하루는 기쁜 듯 한손으로 입을 가린 체,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굳이 자신을 따라 성호를 긋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마 자신을 배려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겠지. 후배가 자신을 배려해주는 것 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한결 더 밝아진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답을 돌려준 하루는 '자,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기로 할까요? ' 하는 말과 함께 에미리보다는 한걸음 정도 빠르게 차분한 걸음걸이로 예배당을 나서려 한다.
" 그러고보니 사오토메라는 성은...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데, 유명한 가문이 아니었나요? "
처음 보는 후배와 무슨 말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던 하루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미리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띈 체 살며시 질문을 건낸다. 에미리가 사오토메 가의 일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품고 있는지, 아니면 별로 즐거워 하지 않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전자라면 가볍게 그부분에 대해 칭찬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 분명했고, 후자라면 왠만해선 가족 이야기는 꺼내지 않을 생각인 것이 분명했다.
" 아, 혹시나 민감한 부분이었다면 미안해요, 사오토메 양. 그래도 사오토메 양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싶어서.. "
고개를 살짝 돌려 사오토메를 바라보던 하루는 분홍빛 입술 사이로 고운 혓바닥을 살짝 내민 체,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혹시나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라면 너그럽게 봐달라는 듯 아름다운 미소였다. 여전히 하루의 머리카락과 피부는 햇살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역시 한학년 선배라지만 선배는 선배! 일년 더 이 학교에 있으셨으니 이 학교에 대해선 저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모르는 걸 물어볼 기회가 생겼으니 이참에 잘 이용해 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녀를 따라가던 도중 받은 질문...역시 이런 질문부터인가. 놀랍지는 않다. 사실 다들 이름을 들으면 한번쯤은 궁금해하니까.
"으응~? 그렇지요! 사오토메란 이름은 무기 쓰시는 분들이라면 많이들 아시니까요~ 이 이름이 붙어 나가는 무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심하라는 듯 말을 이었다.
"전혀 민감하지 않사오니 안심하시와요~? 에미리의 가문 이름이야 여기저기 알려져 있기도 하니까요. 저는 괜찮사와요~🎵 "
세상 사람들에겐 사오토메 오토기가 후처를 들였다는 게 그렇게 알려지진 않은 모양인가보다. 새삼스럽지만 조용히 재혼하신듯한 아버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가문에 대한 관심이 꼭 좋은 방향으로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천박하게 남의 일을 떠벌리려 드는 이들도 종종 있었으니까... 진짜 민감한 부분이라면 아마 그런 쪽이겠지 이런 안부인사 수준의 질문은 아니다.
"저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도 괜찮다 하셨지요! 그럼 수업이라던가 여쭤봐도 되겠사와요? 그으 의료학을 듣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어떤 수업일지 너무너무 궁금해서요~ "
꼭 듣고 싶었던 수업이었거든요! 라 강조하며 선배님께 여쭈어보았다. 기초라지만 의료는 의료. 내게는 더할나위없이 필요한 수업이다!
" 전 사용하지 않지만 사오토메 가의 이름이 붙은 무기들은 몇번이나 봤으니까요. 아무튼, 사오토메 양이 괜찮으시다면 안심이지만. "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는 에미리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머금은 체 부드러운 답을 돌려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집안에 대한 물음을 던지거나 하지 않는다. 마치, 그 이상의 것은 에미리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파고들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저 자신의 물음에 상냥하게 답해준 에미리에게 걸음을 맞추며 옆으로 나란히 서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하루였다.
" 의료학이라면, 사오토메 양도 서포터를 지망하시는 모양이네요. "
하루는 에미리를 보며 반갑다는 듯 부드러운 대답을 돌려주곤,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느긋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가며 입술을 다문 체 먼곳을 바라본다. 얼마나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닫혀있던 입술은 다시금 망설임 없이 열려선 잔잔한 목소리를 밖으로 내보냈다. 조금이라도 더 에미리에게 정보를 하나라도 주려는 것처럼.
" 의료학은 확실히 중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가디언이라는 직업의 특성 상 수없이 많이 다치는 것은 일상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앞에서 싸우는 다른 동료들을 뒷받침 해주는 서포터라면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과목이겠죠. 저희 학교를 세운 것은 '성녀님'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의료학, 듣게 된다면 전혀 후회하지 않을거에요. 저도 들었고, 지금도 심화 과정을 들을 예정이지만... 제가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는 그 느낌은.. 정말로 기쁘거든요. "
꼭 듣고 싶었던 수업이라는 말에 '저도 입학했을 때, 사오토메양과 같은 마음이었답니다.' 하는 덧붙임을 붙이는 것을 잊지 않고 차분하게 말한다. 그렇게 설명을 마무리 하곤 잠시 입을 다문 체 앞으로 나아가던 하루는 아, 하는 맑은 소리를 흘리더니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체 고개를 돌려 에미리를 바라본다.
" 사오토메 양만 괜찮다면 방과후에 같이 의료학 공부를 같이 하시는 건 어떤가요? 혼자서 머리를 쓰며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는 것도 좋답니다. 1년 선배로서 조금이나마 사오토메 양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아, 물론 부담 갖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저도 이런 권유를 하는 건 처음이고.. "
부끄러운 듯 새하얀 볼에 연분홍빛 홍조를 띄운 하루가 새하얀 장갑을 낀 체 공손히 모아두던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체 흘끗 에미리를 바라보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