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아니, 이 서진석이란 사람은 천사라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미 호흡곤란과 죽음에 관한 공포로 흐물흐물해진 카사의 마음. 진석의 상냥한 말투는 그 틈새를 훅 치고 들어왔다. 거기에다가 자신에게 치킨을 준 고마운 자가 아닌가! 이 모든 것을 조합해 서진석을 향한 카사의 호감도는 아주 천장을 뚫고 치솟았다. 그 속에 일어나는 과정은 겉으로도 훤히 보였다. 진석을 바라보는 눈빛이 빛내다 못해 광선을 쏟아 내릴 꺼 같다.
"응! 조심할께! 나는 카사, 1학년!"
매법 자기 소개를 할때 마다 그러듯이, 이름을 말하는 것이 소개보다는 가진 것을 자랑하는 어투이다. 마음 속에 조련사의 이름... 아니, 이 사람의 이름옆에 '생명의 은인'이라고 딱, 도장을 찍어둔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뿐. 보답! 보답을 해야한다!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로 설문조사에 들어간다.
"서진석! 기숙사가 어디야?"
토끼? 다람쥐? 아니, 무려 생명을 구한 자다! 진석의 머리뒤에 후광이 비친다. 역시 조금 더 통 큰 것을 잡아와야 겠다! 그리 다짐한 카사의 말은 말머리고 꼬리도 잘라먹은 꼬라지이다.
"사슴은 이제 못 잡지만... 뭐가 좋아? 멧돼지? 엘크? 주위에 비슷한게 있으려나..."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는 이 맹수의 눈은, 아무리 봐도 그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마치 주인을 쳐다보는 개과 동물의 충성과 애교 섞인 그런 눈빛... 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실례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 응. 지금 바로 저쪽에 보이는 저쪽 건물이야."
그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기에, 카사의 바로 등 뒤쪽 방향이 되겠다. 기숙사로 곧장 향하던 길에 이런 일에 마주쳤으니 당연히 그런 각도가 될 수 밖에.
"그, 글쎄. 그게, 기숙사에서 그런걸 요리하긴 좀 뭐하니까... 그냥 다음에 같은 물건으로 갚아주면 돼."
치킨이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데 누가 보수를 바라고 하겠는가. 바로 눈 앞에서 고생을 하는데 구해 줘야지. 내가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커다란 짐승으로 야생동물식 은혜갚기를 하려는 것을 에둘러 거절한 뒤에, 자연스레 손이 향하는 대로 카사의 머리나 볼, 턱선 등을 쓰다듬어 줬다.
응응, 카사야! 진석의 대답에 방실방실 웃으며 답한다. 뭐지? 이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애정은! 진석의 손길에 따라 고개를 돌려 건물을 바라본다.
"같은 물건..."
먹으라고 잡아온다는 것도 바로 알아채다니, 역시 서진석! 꽁깍지가 끼어버린 카사는 고개를 얌전히 끄덕인다. 치킨을 사냥해 오면 되겠구나! 앗, 요리는 안되니까 닭이 아니라 치킨! 다가오는 서진석의 손길을 빤히 쳐다보다 머리에 착, 얹어지자 눈을 깜박인다. 그러다 움직이는 손에 어디 한번 실력을 보자는 듯히 눈을 부라리지만, 이내 만족한 듯 눈을 아예 감아버린다. 오. 보통 아닌걸? 응응, 거기 머리 위. 좋았어. 꼬리가 있다면 평온하게 흔들리고 있을테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구할지 모르는 데, 치킨.
이 깨달음에 눈이 번뜩, 뜨여버린다. 카사는 지금 이렇게 즐기고(?)있을 상황이 아니였다! 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린다. 아무래도 배가 조금 찬 지금이 기회였다! 더 많은 치킨을 사냥(?)해서 서진석에게 가져다줄!
물론 자신도 먹고 말이다.
"서진석! 내일 기대해! 치킨을 잡.. 아니, 가져올께!"
전투선언이라도 하듯이 포부어린 외침이다. 자신을 믿으라는 듯, 생각할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모습으로 가슴께를 주먹으로 팡팡 두드린다. 그리고 결심한 듯, 추가 설명도 하지 않고 바로 등으로 돌려 뛰어나간다. 폭풍처럼 나타난 속도로, 카사는 폭풍처럼 사라졌다.
//시간이 늦었으니 막레할께! 이어도 되고 안 이어도 오케이! 돌리는 거 진짜 많이 웃었다ㅋㅋㅋ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