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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
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86 클주 ◆Ni7Ms0eetc (6eR2ZYOL..)
2021-01-10 (내일 월요일) 21:18:54
인터넷지인도 인싸라고 쳐주나요
방금전까지 디코켜놓고 게임하다가 와버린사람
방금전까지 디코켜놓고 게임하다가 와버린사람
188 case 2. 색욕 (fWML/SxIYM)
2021-01-10 (내일 월요일) 21:37:11
'테라피 디펜바키아'의 독백입니다. 회상씬밖에 출연을 안 하지만...
이전편: situplay>1596245230>889
<모브캐 소개>
이연평 = 디펜이(=이연승)의 의붓동생
정은혜 = 테라피 컨벨라리아. 디펜이의 동료
보랏빛 광택이 도는 비단실같은 단발. 맑은 날의 호수를 닮은 푸른 눈. 서양의 피가 섞인 것 같은 외모는 어딜 보아도 이연승과 피가 이어졌다 생각하기 힘들다. 이연승은 푸석한 검은 머리를 대충 묶어 외모 관리를 끝마친다. 한쪽이 하얗게 멀어버린 날카로운 눈은 새까만 밤하늘을 닮았다. 생김새도 분위기도 닮았다기보단 어울린다는 서술이 어울린다.
너희 둘 정말 남매 맞아? 이 남매를 처음 보는 사람은 둘이 전혀 가족같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사실, 어떤 면에선 그 평가가 당연하다. 이연승과 이연평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였으니까. 가족이 된 건 1년 전, 그러나 두 명이 처음 만난 건 십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어느 겨울날이다.
여느 때와 같이 이드로 인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곱 살 연승이는 왼쪽 얼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왔고(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듣지 못했다) 제압된 이드의 자식이자 이드 사태 생존자인 연평은 검사 결과 어머니처럼 감정과잉발산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과 마음의 치료를 위해 장기 입원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연승과는 그 입원 생활동안 친해졌다. 연평이 입원한 병원의 원장이 연승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병원은 그녀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승이 DVD나 게임기를 들고 병실에 쳐들어가면 연평은 그녀를 웃으면서 맞이하는 일상. 연승이 옆에 있어준 덕분인지 감정과잉발산증후군을 억누르기 위한 장기 상담의 효과도 좋았다. 사실상 완치했다고 보아도 좋을 상태가 되자 연평은 자신의 꿈을 찾아 연승의 곁을 떠났다. 문화 평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여러 매체에 얼굴을 보이는 정도가 되었다.
이것이 소설이라면 스토리에 시련이 너무 없다고 독자들이 혹평을 내릴 듯한, 그 정도로 행복하고 평안한 이야기.
그런 연평의 삶은 연승의 입양 제안에 의해 깨져버렸다.
"연평 오빠, 안녕하세요."
차트를 들고 병원 복도를 걷던 연평을 땋은 머리의 소녀가 부른다.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얼굴형에 동그란 안경까지 더해져 퍽 순해보이는 인상이다. 방금 막 학교에서 왔는지 교복 차림 그대로인 소녀에게 연평이 미소지어준다. 이 소녀는 누나의 직장 동료다. 자신이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누나에게 악영향이 갈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은혜 학생. 상담실로 가시나요?"
테라피 컨벨라리아, 정은혜가 꺄르륵 웃는다.
"연평이 오빠 정말 협회원 오빠들처럼 말한다!"
'그 사람들도 사회생활 하고 있으니까...' 라는 생각은 미소 뒤로 감춘다. 중학생이 보기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한 연평도 협회 사람들도 똑같은 어른으로 보이는 거겠지.
"상담실 가는 중인 건 맞는데요, 연평 오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괜찮아요."
"오빠 혹시... "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도 말하려는지 주변 눈치를 본다. "TV에 나오는 그 사람이죠."
"네에. 맞아요."
"역시!" 은혜가 손뼉을 짝 치며 맞장구친다. "아니 들어봐요, 친구들한테 이 병원에 연평이 오빠가 일한다고 하니까 전혀 안 믿는다니까요? 방송하느라 바쁜데 이런 데 있을리가 있냐고 하는데 와 진짜 짜증나가지고. 내가 거짓말 한다는 거잖아요 지금." 그 뒤로도 소녀의 실없는 학교생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엘레베이터로 걷는 데에 집중하느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긴 하지만. 연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준다.
말하는 사람인 은혜 말고 듣는 사람인 연평에게 집중해보자. 이번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아니었지만, 대화를 통한 첫인상을 형성할 기회는 지금이 처음이다. 내 누나의 동료는 어떤 사람일까. 은혜의 말을 가만히 들어본다. 학교 생활도 가족 관계도 별 문제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학생인 것 같다. 테라피스를 하던 친구가 부러워보여서 테라피스에 지원했다고 할 뿐.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한다기엔 절박함도 집착도 느껴지지 않는다. 연평은 누나 외의 테라피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알 권한도 없고 알고 싶다는 동기도 부족하다. 그래서 연평은 은혜에 대해 이렇게 판단한다. 테라피스를 동경해서 활동을 시작한 걸까.
그것은 연평이 느끼기에...
"연평 오빠."
"... 아."
다른 생각에 빠져 그만 대화의 맥락을 놓쳐버렸다. 연평이 자신의 이마를 짚는다. 요즘 들어 다시 도진 안 좋은 버릇이다. ......
연평이 방긋 웃는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한 번만 더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별 얘기 안 했는데요? 그냥 연평 오빠는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건지 여쭤본 거예요."
"아, 아... 그렇구나. 문화평론가가 되기 전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었거든. 마침 아버지가 여기 원장이시기도 하니까, 여러가지 잡일을 도우면서 병원 생활을 미리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공부겠지만."
"우와. 그럼 연평이 오빠는 꿈을 바꾼 거예요?"
엘레베이터가 도착하는 시간 동안 곰곰이 고민한다.
"그...건 아닐걸? 아닐 거야. 난 평론가 일도 좋아하고 의사도 되고 싶으니까."
"그치만 의사가 되면 평론가는 못할걸요. 바쁘니까."
"그렇지..."
"연평이 오빠는 이미 평론가로 방송 출연도 많이 하고. 팬도 엄청 많고. 꽤 성공했잖아요? 근데 그걸 다 포기하면서 의사가 되려고 하는 거예요?"
"......"
"왜?"
...
왜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연애인은 꾸준한 인기 유지가 어렵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드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 의사의 수요와 중요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연평은 이런 대답을 하기 싫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혼란스럽다.
연평은 그의 현재 누나한테 입양 제의를 받았던 순간을 회상한다.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한 뒤 연평은 가장 먼저 연승을 만나러 갔었다. 원목가구로 인테리어된 햇볕 잘 드는 카페. 그 날따라 연승이 유난히 아메리카노에 손을 대지 않던 것을 기억한다. 중구난방으로 오가던 대화의 주제가 테라피스에 관한 화제로 넘어갔을 즈음이었다.
... 그래서 나는 테라피스가 부럽더라. 방송에서 이런 말 하면 곱게 자란 도련님이 아무말이나 한다며 악플 달리겠지만.'
'평이는 테라피스를 좋게 생각하는구나?'
'하하. ... 나도 너도 테라피스한테 구해진 적이 있잖아. 나쁘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이 때 연승이 뭐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은데,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하진 않다.)
'그럼 평이 너도 사람 구하는 일 해볼래?'
'내가? 하하, 나같은 남자가 테라피스가 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난 변신 안 해도 이미 아름답다고.'
'테라피스 말고. 의사.'
'의사...?'
'뜬금없이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고 생각은 해. 근데 사실 오늘은 이 말을 하려고 부른 거여서...'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던 연승을 기억한다. 하필이면 그 때 구름이 해를 가려버려서 연승의 흉터진 쪽 얼굴에 그림자가 짙게 진 것 또한 방금 본 것같이 생생하다.
'평아. 내 가족이 되어주지 않을래.'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사랑고백이었다.
정리되지 않는 검은 감정을 갈무리한다. 줄줄 새는 걸 뒤늦게 깨달은 감정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려 한다. 연평의 안색이 파리해져서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는다. 은혜는 연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은혜가 발을 돌린다. 작은 소녀는 도착한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한 사람의 마음을 건들고 흔든 것치고는 퍽 가벼운 발걸음이다.
아무도 태우지 못한 엘레베이터가 허망하게 닫힌다. 어느샌가 이마를 짚은 손을 떼어내 주먹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 약 달라고 해야겠다."
이전편: situplay>1596245230>889
<모브캐 소개>
이연평 = 디펜이(=이연승)의 의붓동생
정은혜 = 테라피 컨벨라리아. 디펜이의 동료
보랏빛 광택이 도는 비단실같은 단발. 맑은 날의 호수를 닮은 푸른 눈. 서양의 피가 섞인 것 같은 외모는 어딜 보아도 이연승과 피가 이어졌다 생각하기 힘들다. 이연승은 푸석한 검은 머리를 대충 묶어 외모 관리를 끝마친다. 한쪽이 하얗게 멀어버린 날카로운 눈은 새까만 밤하늘을 닮았다. 생김새도 분위기도 닮았다기보단 어울린다는 서술이 어울린다.
너희 둘 정말 남매 맞아? 이 남매를 처음 보는 사람은 둘이 전혀 가족같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사실, 어떤 면에선 그 평가가 당연하다. 이연승과 이연평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였으니까. 가족이 된 건 1년 전, 그러나 두 명이 처음 만난 건 십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어느 겨울날이다.
여느 때와 같이 이드로 인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곱 살 연승이는 왼쪽 얼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왔고(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듣지 못했다) 제압된 이드의 자식이자 이드 사태 생존자인 연평은 검사 결과 어머니처럼 감정과잉발산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과 마음의 치료를 위해 장기 입원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연승과는 그 입원 생활동안 친해졌다. 연평이 입원한 병원의 원장이 연승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병원은 그녀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승이 DVD나 게임기를 들고 병실에 쳐들어가면 연평은 그녀를 웃으면서 맞이하는 일상. 연승이 옆에 있어준 덕분인지 감정과잉발산증후군을 억누르기 위한 장기 상담의 효과도 좋았다. 사실상 완치했다고 보아도 좋을 상태가 되자 연평은 자신의 꿈을 찾아 연승의 곁을 떠났다. 문화 평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여러 매체에 얼굴을 보이는 정도가 되었다.
이것이 소설이라면 스토리에 시련이 너무 없다고 독자들이 혹평을 내릴 듯한, 그 정도로 행복하고 평안한 이야기.
그런 연평의 삶은 연승의 입양 제안에 의해 깨져버렸다.
"연평 오빠, 안녕하세요."
차트를 들고 병원 복도를 걷던 연평을 땋은 머리의 소녀가 부른다.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얼굴형에 동그란 안경까지 더해져 퍽 순해보이는 인상이다. 방금 막 학교에서 왔는지 교복 차림 그대로인 소녀에게 연평이 미소지어준다. 이 소녀는 누나의 직장 동료다. 자신이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누나에게 악영향이 갈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은혜 학생. 상담실로 가시나요?"
테라피 컨벨라리아, 정은혜가 꺄르륵 웃는다.
"연평이 오빠 정말 협회원 오빠들처럼 말한다!"
'그 사람들도 사회생활 하고 있으니까...' 라는 생각은 미소 뒤로 감춘다. 중학생이 보기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한 연평도 협회 사람들도 똑같은 어른으로 보이는 거겠지.
"상담실 가는 중인 건 맞는데요, 연평 오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괜찮아요."
"오빠 혹시... "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도 말하려는지 주변 눈치를 본다. "TV에 나오는 그 사람이죠."
"네에. 맞아요."
"역시!" 은혜가 손뼉을 짝 치며 맞장구친다. "아니 들어봐요, 친구들한테 이 병원에 연평이 오빠가 일한다고 하니까 전혀 안 믿는다니까요? 방송하느라 바쁜데 이런 데 있을리가 있냐고 하는데 와 진짜 짜증나가지고. 내가 거짓말 한다는 거잖아요 지금." 그 뒤로도 소녀의 실없는 학교생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엘레베이터로 걷는 데에 집중하느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긴 하지만. 연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준다.
말하는 사람인 은혜 말고 듣는 사람인 연평에게 집중해보자. 이번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아니었지만, 대화를 통한 첫인상을 형성할 기회는 지금이 처음이다. 내 누나의 동료는 어떤 사람일까. 은혜의 말을 가만히 들어본다. 학교 생활도 가족 관계도 별 문제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학생인 것 같다. 테라피스를 하던 친구가 부러워보여서 테라피스에 지원했다고 할 뿐.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한다기엔 절박함도 집착도 느껴지지 않는다. 연평은 누나 외의 테라피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알 권한도 없고 알고 싶다는 동기도 부족하다. 그래서 연평은 은혜에 대해 이렇게 판단한다. 테라피스를 동경해서 활동을 시작한 걸까.
그것은 연평이 느끼기에...
"연평 오빠."
"... 아."
다른 생각에 빠져 그만 대화의 맥락을 놓쳐버렸다. 연평이 자신의 이마를 짚는다. 요즘 들어 다시 도진 안 좋은 버릇이다. ......
연평이 방긋 웃는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한 번만 더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별 얘기 안 했는데요? 그냥 연평 오빠는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건지 여쭤본 거예요."
"아, 아... 그렇구나. 문화평론가가 되기 전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었거든. 마침 아버지가 여기 원장이시기도 하니까, 여러가지 잡일을 도우면서 병원 생활을 미리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공부겠지만."
"우와. 그럼 연평이 오빠는 꿈을 바꾼 거예요?"
엘레베이터가 도착하는 시간 동안 곰곰이 고민한다.
"그...건 아닐걸? 아닐 거야. 난 평론가 일도 좋아하고 의사도 되고 싶으니까."
"그치만 의사가 되면 평론가는 못할걸요. 바쁘니까."
"그렇지..."
"연평이 오빠는 이미 평론가로 방송 출연도 많이 하고. 팬도 엄청 많고. 꽤 성공했잖아요? 근데 그걸 다 포기하면서 의사가 되려고 하는 거예요?"
"......"
"왜?"
...
왜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연애인은 꾸준한 인기 유지가 어렵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드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 의사의 수요와 중요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연평은 이런 대답을 하기 싫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혼란스럽다.
연평은 그의 현재 누나한테 입양 제의를 받았던 순간을 회상한다.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한 뒤 연평은 가장 먼저 연승을 만나러 갔었다. 원목가구로 인테리어된 햇볕 잘 드는 카페. 그 날따라 연승이 유난히 아메리카노에 손을 대지 않던 것을 기억한다. 중구난방으로 오가던 대화의 주제가 테라피스에 관한 화제로 넘어갔을 즈음이었다.
... 그래서 나는 테라피스가 부럽더라. 방송에서 이런 말 하면 곱게 자란 도련님이 아무말이나 한다며 악플 달리겠지만.'
'평이는 테라피스를 좋게 생각하는구나?'
'하하. ... 나도 너도 테라피스한테 구해진 적이 있잖아. 나쁘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이 때 연승이 뭐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은데,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하진 않다.)
'그럼 평이 너도 사람 구하는 일 해볼래?'
'내가? 하하, 나같은 남자가 테라피스가 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난 변신 안 해도 이미 아름답다고.'
'테라피스 말고. 의사.'
'의사...?'
'뜬금없이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고 생각은 해. 근데 사실 오늘은 이 말을 하려고 부른 거여서...'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던 연승을 기억한다. 하필이면 그 때 구름이 해를 가려버려서 연승의 흉터진 쪽 얼굴에 그림자가 짙게 진 것 또한 방금 본 것같이 생생하다.
'평아. 내 가족이 되어주지 않을래.'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사랑고백이었다.
정리되지 않는 검은 감정을 갈무리한다. 줄줄 새는 걸 뒤늦게 깨달은 감정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려 한다. 연평의 안색이 파리해져서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는다. 은혜는 연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은혜가 발을 돌린다. 작은 소녀는 도착한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한 사람의 마음을 건들고 흔든 것치고는 퍽 가벼운 발걸음이다.
아무도 태우지 못한 엘레베이터가 허망하게 닫힌다. 어느샌가 이마를 짚은 손을 떼어내 주먹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 약 달라고 해야겠다."
190 클주 ◆Ni7Ms0eetc (6eR2ZYOL..)
2021-01-10 (내일 월요일) 21:43:26
엔터가 길면 긁어보는 버릇이 생겨버렸어
테라피 스진 너무재밋어요
아
아!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사랑고백이었다. < 문장 너무 취향
테라피 스진 너무재밋어요
아
아!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사랑고백이었다. < 문장 너무 취향
194 case 2. 색욕 (fWML/SxIYM)
2021-01-10 (내일 월요일) 21:45:19
>>189 후반 가면... 서로에 대한 인식이나 감정선 좀 더 서술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아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악 부끄러
아마도
아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악 부끄러
197 가C (9i2/7WNO12)
2021-01-10 (내일 월요일) 21:46:56
헐
제목이 7대죄로 이어지고 있구나
전편은 더 깊이 파고드는걸 포기해서 나태고 이번편은 사랑(망함)의 이야기라서 색욕인건가
제목이 7대죄로 이어지고 있구나
전편은 더 깊이 파고드는걸 포기해서 나태고 이번편은 사랑(망함)의 이야기라서 색욕인건가
198 클주 ◆Ni7Ms0eetc (6eR2ZYOL..)
2021-01-10 (내일 월요일) 21:48:32
(호가락질)
마지막은 뭘까
ㄷㄱㄷㄱ
옛날에 호주가 테라피 캐릭터성 이야기했을 ㄸㅐ 생각해보면 교만 독백 궁금해진다
마지막은 뭘까
ㄷㄱㄷㄱ
옛날에 호주가 테라피 캐릭터성 이야기했을 ㄸㅐ 생각해보면 교만 독백 궁금해진다
201 호주 (fWML/SxIYM)
2021-01-10 (내일 월요일) 21:51:08
원래는... 오만=교만이 마지막 맞았는데 플롯 짜면서 바뀌었습니다
사실 다음편이라고 입 털어놓고 막편으로 나올 수도 있고
사실 다음편이라고 입 털어놓고 막편으로 나올 수도 있고
209 호주 (fWML/SxIYM)
2021-01-10 (내일 월요일) 22:07:10
이연평이 엘레베이터 앞에서 정신과 내원을 다짐하고 있을 무렵, 이연승은 병원에 보관된 상담 기록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죽은 동료에 대한 애도로 시작한 복기는 호기심 충족을 위한 행동으로 넘어갔고, 종국에는 위화감의 정체를 파헤치는 탐색으로 이어진다.
최근 한성시에서 5년 간 나타난 테라피스 사망률이 이상하다. 개인별 상담 기록의 마지막 부분은 언제나 '임무 중 사망' 혹은 '임기 내 자살'로만 채워져 있다. 아무리 테라피스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직종이라곤 하지만. 은퇴를 할 때까지 살아있는 테라피스가 아무도 없는 것은 이상함을 넘어 수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연승은 다른 지역의 자료를 살펴볼 권한이 없고, 상담 기록은 5년이 지나면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전 기록과 대조해볼 수도 없다. 지금 손에 쥔 자료만으로 비정상적인 사망률의 정체를 파헤쳐야만 한다. 뭘까. 무엇이 문제일까. 자기 하관을 손으로 주무르듯 괴면서 고민한다.
지금이라면 올릴 수 있다! 독백 중 버린 부분! 설정 충돌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슬프다!
다갓님 본어장 갈까요 .dice 0 1. = 0
최근 한성시에서 5년 간 나타난 테라피스 사망률이 이상하다. 개인별 상담 기록의 마지막 부분은 언제나 '임무 중 사망' 혹은 '임기 내 자살'로만 채워져 있다. 아무리 테라피스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직종이라곤 하지만. 은퇴를 할 때까지 살아있는 테라피스가 아무도 없는 것은 이상함을 넘어 수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연승은 다른 지역의 자료를 살펴볼 권한이 없고, 상담 기록은 5년이 지나면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전 기록과 대조해볼 수도 없다. 지금 손에 쥔 자료만으로 비정상적인 사망률의 정체를 파헤쳐야만 한다. 뭘까. 무엇이 문제일까. 자기 하관을 손으로 주무르듯 괴면서 고민한다.
지금이라면 올릴 수 있다! 독백 중 버린 부분! 설정 충돌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슬프다!
다갓님 본어장 갈까요 .dice 0 1. = 0
222 클주 ◆Ni7Ms0eetc (6eR2ZYOL..)
2021-01-10 (내일 월요일) 23:11:09
넘모배고파
야식좀 먹고옵니다
당신들은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서 다들 저녁을 잘 챙겨먹도록 해
야식좀 먹고옵니다
당신들은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서 다들 저녁을 잘 챙겨먹도록 해
226 3장. 지구의 주인 (7oX3ty/Hhs)
2021-01-10 (내일 월요일) 23:17:48
2장. 버려진 자들 situplay>1596245381>493
그렇다면 버려진 그들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는가? 아니다. 당신도 알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죽은 그 별에서 아등바등 삶을 살아온 그들의 후손이니 말이다. 그때 당시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등바등 살아야 할 필요는 없었을 테지만, 전쟁은 이미 일어났으며 여태 종료되지도 않았다. 지금도 우리는 계속 전쟁 중이다. 이 부분에서 당신은 의아할 것이다. 전쟁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피와 시체, 무너지고 부서지는 온갖 것들 뿐일 테다. 귀에 들리는 것은 비명과 굉음이어야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라기에는 살아가기 힘든 것뿐 평화롭다. 여기까지 읽어오는 동안에도 이것이 소설인가 고민했을 법도 하다. 지구가 멸망했고, 큰 전쟁이 있었고, 우리는 여기에 버려졌고, 겨우 살아오고 있다. 당신은 이것만 알고 있을 테니, 당연하다. 머리글에서 밝힌 이 글의 목적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하라. 여기 적힌 모든 것은 허위가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과거이다.
우주선이 떠나고 버려진 자들. 블루밍 전쟁은 우주선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부터 비롯된 전쟁이었으니, 우주선이 떠난 후에는 종전을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목적이 변질된 채 다른 전쟁으로 이어졌다. 요람 전쟁(전쟁보다는 대학살이라는 이름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다. 이곳에 분명 지구인만 버려지지는 않았다. 우주선에 타행성인을 다 태울 수 있었을까? 분명 타행성인 또한 버려졌다. 블루밍 전쟁까지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신이 따뜻하게 지내고 있는 그 요람에 지구인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은 왜 타행성인의 존재 자체를 이 이야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다시 타행성인이 차별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들은 다시 절벽 끝에 서게 되었을까.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이, 이미 멸망해버린 자신들의 행성을 버리고 온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구인이 타행성인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적의밖에 없었다. 멸망했을지언정 지구의 주인은 지구인이어야 했다. 한 번 더 지구인과 타행성인을 가르고, 지구인 순혈과 혼혈의 차별이 불거지고 거세졌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순혈 지구인은 적었고 혼혈 지구인이 대부분이었다. 혼혈 지구인을 배척하면 순혈 지구인끼리는 살아가기에는 그 인원이 너무나 적었다. 때문에 어찌 되었든 ‘지구인’끼리 살아갈 터가 필요했다. 이것이 요람의 시작이다. 당신이 지금 머무는 그곳 말이다. 요람은 제1 요람과 제2 요람으로 나뉘어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제1 요람은 블루밍 전쟁의 벚나무가 피어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벚나무는 자생력이 뛰어나며, 초여름 즈음에 열매가 맺힌다. 더불어 벚나무 주변의 토양은 비옥하니 농사짓기 좋은 토양이 있었다. 제2 요람은 그보다 떨어진, 좀 더 도시의 외곽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남겨진 잔해에서 쓸만한 무언가를 복구할 수 있는 기술자들, 당장 모래바람을 피할 집을 지을 수 있고, 전기와 식수 또한 필요했다. 이런 역할 분배로, 당신도 알다시피 제1 요람은 농사꾼들의 마을, 제2 요람은 기술자들의 마을이 되었다. 두 요람은 서로 필요한 것을 교류하며 살아갔다. 평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타행성인은 제외된 평화를.
서로 다른 행성인의 혼혈은, 한쪽 행성인의 모습을 한다. A 행성인과 B 행성인의 혼혈이 두 행성인의 특성을 반 절씩 가진 것이 아니라, 그저 A 행성인과 다름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A 행성인과 B 행성인의 혼혈이다. 이 혼혈이 다른 A 행성인과 2세를 가지게 된다면, 그 2세는 B 행성인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몇 세대를 걸쳤을지언정, 지구인 사이에서 타행성인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요람에서 그렇게 태어난 타행성인은 당연하게도 박해당했다. 요람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 동안 태어난 타행성인은 요람 밖으로 쫓겨나면 다행이었다. 갓난쟁이가 무사히 요람 밖으로 쫓겨날지언정 죽음이 기다리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온전한 신체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점이다. 기존에 있었던 타행성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사히 숨어지낼 곳을 찾았다면 다행이다. 이것이 내가 요람 전쟁이 아니라 요람 대학살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는 이유이다. 그들은 요람이 자리 잡는 동안 타행성인을 지워나갔다. 흔적을 지우고 죽음을 선물했다. 우리가 타행성인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 또한 내가 여행을 다니며 직접 모은 자료와 정보가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터다. 소설이라고 생각되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능력도 취미도 없다.
자, 그럼 위 이야기의 증거가 되어줄 일기의 일부분을 옮겨 적겠다. 일기는 내 첫번째 여행지인 제2 요람에서 발견하였다. 그곳에 있는 언젠가 우거진 작은 숲. 그 숲속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된 집에 있었다.
⌜
ㅤ XXXX년 4월 4일
ㅤ 우리들의 행성이 멸망했다는 것을 들켰다. 젠장.
ㅤ 누가 말한 거지?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
ㅤ XXXX년 4월 7일
ㅤ 안 그래도 파리 목숨이었는데 이제는 하루살이다.
ㅤ 잘난 요람에서 *디아므렘인 혼혈이 태어났다.
ㅤ 말라죽은 아기 시체가 버려졌다.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
ㅤ XXXX년 4월 13일
ㅤ 코니가 귀를 잘랐다.
ㅤ *플레인은 귀만 빼면 지구인과 똑 닮았으니까.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
ㅤ XXXX년 4월 17일
ㅤ 미친 지구인 새끼들.
ㅤ 아직 어린 지구인 시체가 버려졌다.
ㅤ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를 옹호했던 아이라고 한다.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일기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옮겨왔다. 이 일기는 내가 그 거짓된 평화로 뒤덮인 안락한 요람을 떠나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신이 오늘 밤 요람에서 평화롭게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 디아므렘인 : 물 밖에서는 인간과 거의 같으나 물 속에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인어의 모습을 갖고 있다. 어릴 적에는 물 속에서만 자라며, 성인이 되어서도 수분 공급이 중요하다.
* 플레인 : 육안으로는 지구인과 별 다를 바 없으나, 뾰족한 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버려진 그들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는가? 아니다. 당신도 알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죽은 그 별에서 아등바등 삶을 살아온 그들의 후손이니 말이다. 그때 당시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등바등 살아야 할 필요는 없었을 테지만, 전쟁은 이미 일어났으며 여태 종료되지도 않았다. 지금도 우리는 계속 전쟁 중이다. 이 부분에서 당신은 의아할 것이다. 전쟁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피와 시체, 무너지고 부서지는 온갖 것들 뿐일 테다. 귀에 들리는 것은 비명과 굉음이어야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라기에는 살아가기 힘든 것뿐 평화롭다. 여기까지 읽어오는 동안에도 이것이 소설인가 고민했을 법도 하다. 지구가 멸망했고, 큰 전쟁이 있었고, 우리는 여기에 버려졌고, 겨우 살아오고 있다. 당신은 이것만 알고 있을 테니, 당연하다. 머리글에서 밝힌 이 글의 목적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하라. 여기 적힌 모든 것은 허위가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과거이다.
우주선이 떠나고 버려진 자들. 블루밍 전쟁은 우주선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부터 비롯된 전쟁이었으니, 우주선이 떠난 후에는 종전을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목적이 변질된 채 다른 전쟁으로 이어졌다. 요람 전쟁(전쟁보다는 대학살이라는 이름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다. 이곳에 분명 지구인만 버려지지는 않았다. 우주선에 타행성인을 다 태울 수 있었을까? 분명 타행성인 또한 버려졌다. 블루밍 전쟁까지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신이 따뜻하게 지내고 있는 그 요람에 지구인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은 왜 타행성인의 존재 자체를 이 이야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다시 타행성인이 차별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들은 다시 절벽 끝에 서게 되었을까.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이, 이미 멸망해버린 자신들의 행성을 버리고 온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구인이 타행성인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적의밖에 없었다. 멸망했을지언정 지구의 주인은 지구인이어야 했다. 한 번 더 지구인과 타행성인을 가르고, 지구인 순혈과 혼혈의 차별이 불거지고 거세졌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순혈 지구인은 적었고 혼혈 지구인이 대부분이었다. 혼혈 지구인을 배척하면 순혈 지구인끼리는 살아가기에는 그 인원이 너무나 적었다. 때문에 어찌 되었든 ‘지구인’끼리 살아갈 터가 필요했다. 이것이 요람의 시작이다. 당신이 지금 머무는 그곳 말이다. 요람은 제1 요람과 제2 요람으로 나뉘어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제1 요람은 블루밍 전쟁의 벚나무가 피어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벚나무는 자생력이 뛰어나며, 초여름 즈음에 열매가 맺힌다. 더불어 벚나무 주변의 토양은 비옥하니 농사짓기 좋은 토양이 있었다. 제2 요람은 그보다 떨어진, 좀 더 도시의 외곽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남겨진 잔해에서 쓸만한 무언가를 복구할 수 있는 기술자들, 당장 모래바람을 피할 집을 지을 수 있고, 전기와 식수 또한 필요했다. 이런 역할 분배로, 당신도 알다시피 제1 요람은 농사꾼들의 마을, 제2 요람은 기술자들의 마을이 되었다. 두 요람은 서로 필요한 것을 교류하며 살아갔다. 평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타행성인은 제외된 평화를.
서로 다른 행성인의 혼혈은, 한쪽 행성인의 모습을 한다. A 행성인과 B 행성인의 혼혈이 두 행성인의 특성을 반 절씩 가진 것이 아니라, 그저 A 행성인과 다름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A 행성인과 B 행성인의 혼혈이다. 이 혼혈이 다른 A 행성인과 2세를 가지게 된다면, 그 2세는 B 행성인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몇 세대를 걸쳤을지언정, 지구인 사이에서 타행성인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요람에서 그렇게 태어난 타행성인은 당연하게도 박해당했다. 요람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 동안 태어난 타행성인은 요람 밖으로 쫓겨나면 다행이었다. 갓난쟁이가 무사히 요람 밖으로 쫓겨날지언정 죽음이 기다리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온전한 신체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점이다. 기존에 있었던 타행성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사히 숨어지낼 곳을 찾았다면 다행이다. 이것이 내가 요람 전쟁이 아니라 요람 대학살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는 이유이다. 그들은 요람이 자리 잡는 동안 타행성인을 지워나갔다. 흔적을 지우고 죽음을 선물했다. 우리가 타행성인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 또한 내가 여행을 다니며 직접 모은 자료와 정보가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터다. 소설이라고 생각되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능력도 취미도 없다.
자, 그럼 위 이야기의 증거가 되어줄 일기의 일부분을 옮겨 적겠다. 일기는 내 첫번째 여행지인 제2 요람에서 발견하였다. 그곳에 있는 언젠가 우거진 작은 숲. 그 숲속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된 집에 있었다.
⌜
ㅤ XXXX년 4월 4일
ㅤ 우리들의 행성이 멸망했다는 것을 들켰다. 젠장.
ㅤ 누가 말한 거지?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
ㅤ XXXX년 4월 7일
ㅤ 안 그래도 파리 목숨이었는데 이제는 하루살이다.
ㅤ 잘난 요람에서 *디아므렘인 혼혈이 태어났다.
ㅤ 말라죽은 아기 시체가 버려졌다.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
ㅤ XXXX년 4월 13일
ㅤ 코니가 귀를 잘랐다.
ㅤ *플레인은 귀만 빼면 지구인과 똑 닮았으니까.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
ㅤ XXXX년 4월 17일
ㅤ 미친 지구인 새끼들.
ㅤ 아직 어린 지구인 시체가 버려졌다.
ㅤ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를 옹호했던 아이라고 한다.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일기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옮겨왔다. 이 일기는 내가 그 거짓된 평화로 뒤덮인 안락한 요람을 떠나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신이 오늘 밤 요람에서 평화롭게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 디아므렘인 : 물 밖에서는 인간과 거의 같으나 물 속에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인어의 모습을 갖고 있다. 어릴 적에는 물 속에서만 자라며, 성인이 되어서도 수분 공급이 중요하다.
* 플레인 : 육안으로는 지구인과 별 다를 바 없으나, 뾰족한 귀를 갖고 있다.
229 가C (9i2/7WNO12)
2021-01-10 (내일 월요일) 23:25:54
포피의 독하도록 이성적인? 차가운? 말투때문에 더 막... 뇌리에 팍팍 후려박는 느낌이고 그렇다
잘 봤습니다
잘 봤습니다
231 백이주 (7oX3ty/Hhs)
2021-01-10 (내일 월요일) 23:32:44
쫀밤쫀톡하여요 :3c 이해도기ㅣ... 어려울까 걱정이 많앗는데 다들 잘 보신가 같아 다행이야요 그리고 쌓인거 보러 다녀오겟습니다 힉가루 독백 7대죄악 < 너무 오짐이랑....큐티한 낙서밖에 기억나지 않아 칭찬해야 나갈수잇는 방이엇던가
233 백이주 (kC02dKYI3c)
2021-01-11 (모두 수고..) 00:06:34
메이도 가온이도 히카루도 사축이도 에러도 테라피도 독백 다 읽고 픽크루듀 다 보고 김치뽂움이랑 다 보고왓다 으하하,,, 진시황이 왜 그렇게 불로장생하겟다고 난리를 피웟는지 알겟다 우리어장을 같이 즐기고 싶엇던 거야 <?
236 백이주 (kC02dKYI3c)
2021-01-11 (모두 수고..) 00:28:43
사하여요 쫀밤 :3c!
인간,,, 나빳지만 이유가 업ㅈ는 않으니께요 :3c 요람전쟁 당시 둘의,,, 심리,,,,
지구인 -> 타행성인
자기네 행성 망했다고 지구에 와놓고 그 사실을 숨긴채 떵떵거리고 지구인 차별하며 산 놈들,,, 지구멸망한다고 다른 지구가 될 곳을 찾아가는 우주선 자리를 빼앗은 놈들,,,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원인은 따지고보면 니들이 찾아와서 아닌가? 니들만 안 왓엇어도 이런 일은 없엇다
타행성인 -> 지구인
우리 행성이 멸망해서 지구로 왓단 사실을 숨긴 건 잘못햇지만 이렇게 죽일 일인가? 우리가 오기전에도 지구는 멸망해가고잇엇다,,, 우리들 기술로 발전해서 편하게 살고 다른 지구 찾으러갈 우주선도 만들 수 잇엇던 거 아니냐,,, 우리를 먼저 차별한건 너희엿고 지금도 차별중이다,,,
이런 느낌이엇다고 생각합니다 :3c
인간,,, 나빳지만 이유가 업ㅈ는 않으니께요 :3c 요람전쟁 당시 둘의,,, 심리,,,,
지구인 -> 타행성인
자기네 행성 망했다고 지구에 와놓고 그 사실을 숨긴채 떵떵거리고 지구인 차별하며 산 놈들,,, 지구멸망한다고 다른 지구가 될 곳을 찾아가는 우주선 자리를 빼앗은 놈들,,,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원인은 따지고보면 니들이 찾아와서 아닌가? 니들만 안 왓엇어도 이런 일은 없엇다
타행성인 -> 지구인
우리 행성이 멸망해서 지구로 왓단 사실을 숨긴 건 잘못햇지만 이렇게 죽일 일인가? 우리가 오기전에도 지구는 멸망해가고잇엇다,,, 우리들 기술로 발전해서 편하게 살고 다른 지구 찾으러갈 우주선도 만들 수 잇엇던 거 아니냐,,, 우리를 먼저 차별한건 너희엿고 지금도 차별중이다,,,
이런 느낌이엇다고 생각합니다 :3c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