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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 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보랏빛 광택이 도는 비단실같은 단발. 맑은 날의 호수를 닮은 푸른 눈. 서양의 피가 섞인 것 같은 외모는 어딜 보아도 이연승과 피가 이어졌다 생각하기 힘들다. 이연승은 푸석한 검은 머리를 대충 묶어 외모 관리를 끝마친다. 한쪽이 하얗게 멀어버린 날카로운 눈은 새까만 밤하늘을 닮았다. 생김새도 분위기도 닮았다기보단 어울린다는 서술이 어울린다. 너희 둘 정말 남매 맞아? 이 남매를 처음 보는 사람은 둘이 전혀 가족같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사실, 어떤 면에선 그 평가가 당연하다. 이연승과 이연평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였으니까. 가족이 된 건 1년 전, 그러나 두 명이 처음 만난 건 십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어느 겨울날이다.
여느 때와 같이 이드로 인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곱 살 연승이는 왼쪽 얼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왔고(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듣지 못했다) 제압된 이드의 자식이자 이드 사태 생존자인 연평은 검사 결과 어머니처럼 감정과잉발산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과 마음의 치료를 위해 장기 입원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연승과는 그 입원 생활동안 친해졌다. 연평이 입원한 병원의 원장이 연승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병원은 그녀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승이 DVD나 게임기를 들고 병실에 쳐들어가면 연평은 그녀를 웃으면서 맞이하는 일상. 연승이 옆에 있어준 덕분인지 감정과잉발산증후군을 억누르기 위한 장기 상담의 효과도 좋았다. 사실상 완치했다고 보아도 좋을 상태가 되자 연평은 자신의 꿈을 찾아 연승의 곁을 떠났다. 문화 평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여러 매체에 얼굴을 보이는 정도가 되었다.
이것이 소설이라면 스토리에 시련이 너무 없다고 독자들이 혹평을 내릴 듯한, 그 정도로 행복하고 평안한 이야기. 그런 연평의 삶은 연승의 입양 제안에 의해 깨져버렸다.
"연평 오빠, 안녕하세요."
차트를 들고 병원 복도를 걷던 연평을 땋은 머리의 소녀가 부른다.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얼굴형에 동그란 안경까지 더해져 퍽 순해보이는 인상이다. 방금 막 학교에서 왔는지 교복 차림 그대로인 소녀에게 연평이 미소지어준다. 이 소녀는 누나의 직장 동료다. 자신이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누나에게 악영향이 갈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은혜 학생. 상담실로 가시나요?"
테라피 컨벨라리아, 정은혜가 꺄르륵 웃는다.
"연평이 오빠 정말 협회원 오빠들처럼 말한다!"
'그 사람들도 사회생활 하고 있으니까...' 라는 생각은 미소 뒤로 감춘다. 중학생이 보기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한 연평도 협회 사람들도 똑같은 어른으로 보이는 거겠지.
"상담실 가는 중인 건 맞는데요, 연평 오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괜찮아요." "오빠 혹시... "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도 말하려는지 주변 눈치를 본다. "TV에 나오는 그 사람이죠." "네에. 맞아요."
"역시!" 은혜가 손뼉을 짝 치며 맞장구친다. "아니 들어봐요, 친구들한테 이 병원에 연평이 오빠가 일한다고 하니까 전혀 안 믿는다니까요? 방송하느라 바쁜데 이런 데 있을리가 있냐고 하는데 와 진짜 짜증나가지고. 내가 거짓말 한다는 거잖아요 지금." 그 뒤로도 소녀의 실없는 학교생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엘레베이터로 걷는 데에 집중하느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긴 하지만. 연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준다. 말하는 사람인 은혜 말고 듣는 사람인 연평에게 집중해보자. 이번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아니었지만, 대화를 통한 첫인상을 형성할 기회는 지금이 처음이다. 내 누나의 동료는 어떤 사람일까. 은혜의 말을 가만히 들어본다. 학교 생활도 가족 관계도 별 문제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학생인 것 같다. 테라피스를 하던 친구가 부러워보여서 테라피스에 지원했다고 할 뿐.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한다기엔 절박함도 집착도 느껴지지 않는다. 연평은 누나 외의 테라피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알 권한도 없고 알고 싶다는 동기도 부족하다. 그래서 연평은 은혜에 대해 이렇게 판단한다. 테라피스를 동경해서 활동을 시작한 걸까.
그것은 연평이 느끼기에...
"연평 오빠." "... 아."
다른 생각에 빠져 그만 대화의 맥락을 놓쳐버렸다. 연평이 자신의 이마를 짚는다. 요즘 들어 다시 도진 안 좋은 버릇이다. ...... 연평이 방긋 웃는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한 번만 더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별 얘기 안 했는데요? 그냥 연평 오빠는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건지 여쭤본 거예요." "아, 아... 그렇구나. 문화평론가가 되기 전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었거든. 마침 아버지가 여기 원장이시기도 하니까, 여러가지 잡일을 도우면서 병원 생활을 미리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공부겠지만." "우와. 그럼 연평이 오빠는 꿈을 바꾼 거예요?"
엘레베이터가 도착하는 시간 동안 곰곰이 고민한다.
"그...건 아닐걸? 아닐 거야. 난 평론가 일도 좋아하고 의사도 되고 싶으니까." "그치만 의사가 되면 평론가는 못할걸요. 바쁘니까." "그렇지..." "연평이 오빠는 이미 평론가로 방송 출연도 많이 하고. 팬도 엄청 많고. 꽤 성공했잖아요? 근데 그걸 다 포기하면서 의사가 되려고 하는 거예요?" "......" "왜?"
... 왜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연애인은 꾸준한 인기 유지가 어렵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드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 의사의 수요와 중요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연평은 이런 대답을 하기 싫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혼란스럽다. 연평은 그의 현재 누나한테 입양 제의를 받았던 순간을 회상한다.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한 뒤 연평은 가장 먼저 연승을 만나러 갔었다. 원목가구로 인테리어된 햇볕 잘 드는 카페. 그 날따라 연승이 유난히 아메리카노에 손을 대지 않던 것을 기억한다. 중구난방으로 오가던 대화의 주제가 테라피스에 관한 화제로 넘어갔을 즈음이었다. ... 그래서 나는 테라피스가 부럽더라. 방송에서 이런 말 하면 곱게 자란 도련님이 아무말이나 한다며 악플 달리겠지만.' '평이는 테라피스를 좋게 생각하는구나?' '하하. ... 나도 너도 테라피스한테 구해진 적이 있잖아. 나쁘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이 때 연승이 뭐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은데,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하진 않다.) '그럼 평이 너도 사람 구하는 일 해볼래?' '내가? 하하, 나같은 남자가 테라피스가 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난 변신 안 해도 이미 아름답다고.' '테라피스 말고. 의사.' '의사...?' '뜬금없이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고 생각은 해. 근데 사실 오늘은 이 말을 하려고 부른 거여서...'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던 연승을 기억한다. 하필이면 그 때 구름이 해를 가려버려서 연승의 흉터진 쪽 얼굴에 그림자가 짙게 진 것 또한 방금 본 것같이 생생하다. '평아. 내 가족이 되어주지 않을래.'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사랑고백이었다.
정리되지 않는 검은 감정을 갈무리한다. 줄줄 새는 걸 뒤늦게 깨달은 감정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려 한다. 연평의 안색이 파리해져서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는다. 은혜는 연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은혜가 발을 돌린다. 작은 소녀는 도착한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한 사람의 마음을 건들고 흔든 것치고는 퍽 가벼운 발걸음이다.
아무도 태우지 못한 엘레베이터가 허망하게 닫힌다. 어느샌가 이마를 짚은 손을 떼어내 주먹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