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 혹할 만한 제안을 하는 것도 좋소, 아카데미의 교수들 중에는 마탑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학구열에 불타는 이들이 있지."
그런 이들에게 마탑의 지식을 거래 조건으로 내민다? 이렇게 낚기 좋은 미끼는 없지. 꽤 흥미로운 생각이군.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고 덧붙이며 그는 잠시 생각하듯 턱을 어루만졌다. 교수들에 대한 접근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정석이겠지, 물질적 기부도 나쁘지 않다. 결국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은 제국의 자산, 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수나 학과에는 지원이 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럽게 공금 이외의 지원이 절실해진다. 결국 물질적 지원 역시 좋은 수라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카데미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거요."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이 끝이 아니다, 아카데미를 아무 일 없이 졸업하더라도 그 이후의 세계, 제국의 사교계에서 똑같이 반복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지. 뒷배가 있으니까, 낙오되는 이들이 물론 있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니까. 설령 자신의 가문이 한미하더라도 자신이 서 있는 세력이 사교계에서도 이어지리라 생각하니까. 그렇기에 4대 귀족과 그에 가까운 귀족의 자제들은 특별 취급을 받는다, 물론 아카데미 내에서의 직접적 지원은 찾아내기 어렵지만 적어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별하다. 좋은 교육은 좋은 재능을 빠르고 쉽게 꽃피우게 한다. 그들은 아카데미에 오기 전부터 이미 양질의 교육을 받아온 이들이니 실력을 의심할 여지도 거의 없다.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아카데미이기 때문에 다른 점은 있다. 보다 실력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 보다 좁은 사회이기에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는 점. 즉... 무엇이든 충분히 화제성을 띈다면 보다 나아갈 방향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화제가 되게 만들도록 하지, 둘 중 한 명의 추천장은 내가 쓰겠소."
두 파벌의 정상에 있는 두 가문의 후원을 받는 두 아이라.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며 그는 웃었다.
//흐흐흐 드디어 답레!!! 감기는 싸악 나았어! 어쩐지 홀가분한 기분?! 기다리느라 고생했어 아우로라주ㅠㅠ소식 없이 너무 오래 있었다...
아우로라는 잠시 고민했다. 아카데미에 혹할 제안이라면 역시 마탑의 지식일까? 그렇다면 작은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걸까.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앙에 정확하게 심어서,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이 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귀족답지 않다고 하면 어쩌지? 그렇지만 귀족 다운 게 뭘까? 아우로라는 여기서 깊은 고민을 하고 말았다. 귀족답다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다들 아카데미에서 교수에게 뒷돈도 주고 그러는데, 내가 지식을 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새로운 생각이라면.."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어 눈이 커진다. 아카데미만 깊게 생각한 나머지 그 이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이미 귀족에겐 뒷배와 좋은 교육이 있는 상태고, 평민 아이가 좋게 졸업한다 해도 뒷배가 없으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다. 아무리 눈여겨본다 해도 그 자리를 꿰찬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아이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길을 열어줄 방법은.. 공작님과 내 추천장을 받는다면, 두 파벌이 단합할 정도로 눈여겨볼 아이들이겠구나 싶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겠구나. 함부로 손대지도 못할 거고.
"그러면, 조만간 작은 아버지께도 연락을 드려야겠네요.."
정말.. 뭘 해도 귀족 다운 일이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귀족이니까. 공작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시지 않는데, 나도 저 점을 본받으면 훌륭한 귀족이 될지도 몰라. 아우로라는 기적의 합리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솔로몬을 어딘가 초롱초롱한 눈길로 바라보다, 뒷짐을 지며 히히, 작게 웃었다.
"정말 감사드려요, 공작님. 많은 배움이 되었어요."
좋았다. 이런 배움을 받는 것이 기뻤다. 스노우디아의 공식적인 후계자지만 이렇게 머리를 맞댈 묘수를 배우진 못했으니까. 실은 알고 있기도 했다. 이름만 후계자고, 후작위를 물려받는 건 언젠가, 아우로라의 남자 사촌이 될 것이다. 조금 아깝기도 했다. 아니, 제법 많이. 그래서인지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불쑥 치솟나 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많이 알려달라 해볼까.
// 으악, 으아악..아악... 답레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메모장에만 저장해두고 올리질 않았..어... 미쳤나봐.. 아우로라주 반성해라..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머리 박음)(사죄) 아아악 ㅠㅠ 기다렸지.. 미안해... 일단 이 밑부터는 답레 이어둘 때 써둔 잡담이야..
감기가 싹 나았다니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직 무시무시한 감기가 버로우 타고 있을 테니 방심하진 말자구 0.<! 나는 괜찮아! 천천히 릴렉스 하며 쓰자구~ 오늘 하루도 힘내구! 4월 초야! 벌써 3분의 1 지나간 2022년 파이팅 >:3!!
현재의 아우로라주야... 4월 후반이고 네가 릴렉스 하면 어쩌자는 거야..(2차 그랜절..) 나는 바쁜듯 바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 내쪽에서 늦었으니 걱정 말구..!! 으허엉엉.. 8ㅁ8 사죄의 의미로.. 아우로라 양갈래를... 아니.. 이건 너무 나갔나..으으으으 미안해.. 진짜 면목이 없다.. ;-; 솔로몬주는 현생 요즘 어때?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는 말구.. 릴..ㅋㅋ 릴렉스..ㅋㅋㅋ 릴렉스!!하자!!! 어차피 천천히 하기로 했고 우리.. ㅎ..ㅎㅎ...ㅎㅎㅎ..!!! 오늘 하루... 힘내자..!!!
마탑이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곳의 지식이라면 그게 티끌 같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그럴 리 없지. 멀리 갈 필요 없이 애초에 마탑이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일이다. 티끌 같은 지식의 끝자락을 붙잡고 끝없이 탐구를 이어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마탑이니까. 그런 마탑의 지식을 갈구하는 수많은 마법사들은 자신이 또 하나의 마탑의 시작이 되길 원할지도 모른다. 그게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알지 못한 채. 그 짧은 인생을 쏟아붓겠지. 그러나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살아있는 한은 마탑의 지식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고, 그 대가는 꽤 쓸만할 테니까.
"마탑주가 흔쾌히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지."
시도했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면 하는 게 낫다. 시도하지 않는 게 능사는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두 아이 중 누구에게 추천장을 써 주는 게 좋을까 조금 고민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우로라의 시선이 매우 초롱초롱한 걸 확인한 건 고민이 미처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신을 향한 그 눈길에,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걸까 하고 조금 의뭉스러운 듯 눈썹이 휘어진다. 직후에 들린 그녀의 목소리가 금방 의문을 해결해 주긴 했지만.
"감사라... 이런 배움은 필요 없었다고 생각할 때가 올지도 모르오."
그래, 그다지 즐거운 배움은 아니지. 암투란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우로라가 귀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모를 리 없다는 걸 떠올리곤 입 밖으로는 내지 않기로 한다. 지금은 그걸로 됐다. 순수함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는 없지만 그걸 간직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그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소녀는 과연 어떨까.
"그러면 둘 중 누구에게 추천장을 써 줄지 결정해야겠군, 아우로라 양은 생각해 둔 아이가 있소?"
둘 모두에게 추천장을 쓰고자 했던 게 이젠 둘 중 한 명에게 쓰는 게 된 만큼,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하나 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에 그는 그녀가 생각해둔 게 있는지 묻는다.
헉...벌써 4월 막바지야... 며칠 있으면 5월이 되겠네... 쉬는 날 많은 5월! 아우로라주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월말인 만큼 바쁘려나?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는 것 같으니까 감기 조심하구! 꽃가루도 막 날리니까 알러지때문에 고생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네..
개같이..갱신..(죽은눈) 부처님이 일요일에 오시더라고.. 믿고 있었는데... 솔로몬주 오랜만이야! 오늘 안에 답레 줄게.😉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월말도 월말이지만 요즘 부쩍 체력이 뚝 떨어졌어. 12시만 넘어도 그대로 잠들어버리더라고..🥺 내 체력.. 돌려줘~!!!!😫😫 솔로몬주는 잘 지내고 있을까? 요즘 중간고사 시즌이기도 하고 월말이기도 하다는데...🤔 난 건강?해서 알러지는 없으니까! 솔로몬주야말로 조심하는 거야!! >:3😘
굳이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도, 마탑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아카데미의 교수와 학생들도, 마탑에 소속되지 못하고 시험에 떨어지는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마탑은 아주 비밀스러운 곳이고, 지식의 끝자락이라고. 실상은 탐구에만 열중해 체력을 관리하지 못한 탓에, 공표하지 못한 연구 결과가 산처럼 쌓여있는 곳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그 결과 중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아카데미에겐 큰 도움이 될 테니 작은 것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우로라는 생각했다. 귀족 다운 방법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색이고, 실상은 자신이 무엇을 하든 이득이 될 방법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아마 허락해 주시긴 할 거예요. 문제가 약간 있긴 하겠지만요……."
아우로라는 자신의 숙부를 떠올렸다. 귀족 지위가 있어도 체면도 품위도 없는 사람이다. 마법사가 괴짜라는 편견을 만드는 것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보다 몇 배는 더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는 부류였다. 한때 평민 사이에서도, 귀족 영애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하던 공상이 가미된 연애 소설에서 나올 법한..
"딸등신.. 아, 아니, 그러니까…… 제게 관심이 굉장히 많으시니까.. 아마 나중에 시간을 내서, 마탑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난 몰라, 그 단어가 왜 지금 생각나서! 아우로라는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던 시선마저 휙 피해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상스러운 단어를 뱉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그리고 아카데미 시절을 천천히 떠올렸다. 아! 아카데미! 갔을 때 교수님 입으로 직접 사고를 쳤던 과거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말씀하지 않으시겠지. 남모를 고민을 뒤로하고 아우로라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지만, 이것조차 배우지 못했다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게 이 배움은 아주 귀했어요."
아우로라는 언젠가 보이지 않았으나 알고 있던 것을 모른척하지 않고 맞서 싸워야 한다. 끝까지 모른척하면 좋겠지만, 이미 영향력이 강한 4귀족 중 하나인, 북부의 후작 영애와 공작이 아카데미에 손을 뻗는 것 자체로 싸움은 시작됐다. 순수함은 영원할 수 없지만, 배워나가며 간직하면 될 것이다. 아우로라는 추천장 얘기에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기울였다. 누굴 써줘야 할까? 남몰래 손가락을 꼼질거렸지만, 그림자 너머로 전부 보이는 건 모르는 것 같다. 몇 번 접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손가락셈으로 누굴 할지 점치는 것 같다. 입속으로 리히트, 레이라, 리히트, 레이라.. 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니 확실하다. 그리고 멈춘다. 열아홉 번 세고 멈추니, 리히트가 됐다.
허락해 주긴 할 테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 역시 마탑의 지식을 바깥으로 흘리는 건 금기에 가까운가. 물론 마탑주가 그렇게 하겠다는 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그렇기에 문제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꽤 커졌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흐음."
자녀가 없는 그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제 친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저런 말로 표현될 정도로 아낄 수 있을까, 그는 잘 모르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문제의 실체를 들었다. 결론은 마탑주가 아우로라를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할 거라는 거군, 큰 문제는 아니지만 상대는 마탑주이니만큼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해 둘 필요가 있어 보였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야, 가끔은 얼굴도 마주해야 하는 게 아니겠소."
결국은 그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기에 무어라 덧붙이지는 않은 그는, 아우로라가 내뱉듯 입 밖으로 냈던 말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지금의 배움이 귀했다며 고갤 기울이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런가, 그럴 수도 있는 건가. 그 직후에는 리히트나 레이라 둘 중 누구의 추천장을 쓸 건지 결정하려는 듯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는 답을 기다린다.
"리히트라, 그럼 레이라의 추천장을 내가 작성하면 되겠군, 따로 생각해 둔 건 없어서 말이오."
선택을 떠넘긴 거라며 웃은 그는 가만히 아우로라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날씨에 고민할 게 잔뜩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소? 어째서 주변의 상황은 내 마음 같지 않을까."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는 웃고 있었으나 그 웃음은 기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마치 웃는 모습을 한 가면과도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그가 그런 표정을 무방비하게 내보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걸까.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도 착각일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 날씨가 좋지만 고민할 게 많은 게 아닐지도, 고민할 게 잔뜩임에도 날씨가 좋아서 힘이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뭔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
대화가 끝나면 바로 준비를 해야 했기에, 지금 해야 할 말은 미리 나누어야만 했다.
//아우로라주의 답레는 달을 넘어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실상은 6일 가량이고 늦게 받은 거지만) 이제 슬슬 아카데미 방문이구나!! 아카데미 제복 입은 아우로라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그런 건가?! 그걸 위해선 아카데미 졸업생은 졸업생 제복이 있다는 걸로 해버려야 하나?! 그럼 솔로몬도 입어 줘야 하는 건가!!
마탑주는 괴짜다. 소문으로도 괴짜라고 나돌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우로라는 마탑주이자 숙부의 실체를 제대로 안다. 사소하게는 친자식이 아닌데도 자식보다 더 끔찍이 여기는 것부터, 크게는 마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까지. 아우로라가 마탑주와 종종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대화를 나눈다면 아우로라는 응하겠지만, 이전처럼 흔쾌히는 아닐 것이다. 이제 아우로라는 사소해도 큰 반향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호수에 있으니까. 조금만 발을 담가도 금세 파문이 일고, 이야기는 없던 살을 붙여 일파만파 퍼질지도 모른다. 이제 아우로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기엔 너무 커다란 일에 발을 들일 예정이고, 이미 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지요.."
다만 소문보다 무서운 것이 숙부의 질문 공세일 텐데. 그래도 지금 당장 당하는 것이 아닐 테니,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바로 대응하고 감당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아우로라의 숙부는 100가지의 질문을 준비하면 101가지의 질문으로 맞서는 부류였으니 더욱. 차라리 지금의 배움에 감사를 느끼자.
"제게 다 넘기신 거예요..?"
어쩐지 당했다!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야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열심히 고민했는데, 공작님께서는 떠넘긴 것이었다니. 새침하게 아랫입술을 살포시 내밀던 아우로라는 흘끔 솔로몬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어투, 일상적이고 농담 같은 불만, 늘 똑같이 웃고 계시지만 조금 다른 것 같다. 기쁨과는 거리가 멀고, 가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공작님이 과연 가면을 드러내실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생각도 스친다. 어쩌면 공작님께 나는 저런 가면도 보여줄 수 있을 사이가 된 게 아닐까. 너무 큰 바람이고 망상일까?
"그렇지만 잘 헤쳐갈 수 있을 거예요. 나쁜 날씨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고.."
그래도 괜찮아. 날씨가 좋아서, 거기다 긴장했으니 헷갈렸을 수도 있어. 멋쩍고 수줍게 미소를 지어 보인 아우로라는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듯 음, 하고 운을 뗀다. 그러고 보니, 이 말씀을 드리질 못했다.
"그게요.. 사실 아카데미에 갈 때, 졸업생은 졸업 제복을 입고 가야 하는 관례가 있어요. 입학생과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요."
아우로라에게도 제복이 있다. 키가 조금 자라서, 그리고 이번에 요양하는 동안 살이 조금 오른 것 같아서. 과연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우로라는 제복을 입겠지만.. 솔로몬은? 아우로라는 잠시 솔로몬을 빤히 마주 본다.
"저 혼자만 입으면 공작님께서 눈에 띌 텐데……."
같이 입지 않겠냐는 순진무구하고 잔인한 질문이다.
// 답레가 늦었어..🥺 날이 덥고 춥기를 반복하더니, 기어이 답레가 달을 넘어 도착했구나!(아님) 감기는 조심할게, 그렇지만 이미 늦었지..(자가격리 시작함) 솔로몬주도 조심해..😂😂 설마 걸리겠어? 하면 걸려있더라고.🤦♀️🤦♀️🤦♀️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다행이야. 저녁엔 정신도 못 차리겠더라고.😔 어서 낫도록 노력할게. 현생 힘내자구?
그리고 이제 아우로라가 제복 떡밥을 던졌으니... 솔로몬이 입어줄 거지?(빠안) 입어줘야겠어!!!(대체) 양갈래 제복 아우로라를 줄게!!!(?)
갱신...할게... 흐흐 공부는 바쁜 거구나... 사회에 나가면 더 바쁘겠지... 기다렸을 텐데 답레 대신 근황...?이랄까, 아무래도 목요일까진 좀 바쁠 거 같아, 대신 집중해서 할 일 끝내놓을테니 금요일엔 꼭 가져올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즐거운 일이라도 찾아서 하고 있길 바래! 옷은...입어보자구! 어떻게 입혀야 할지는 생각해 보ㅏ야겠지만..
자기 자신만을 감싸고 살기도 어려운 삶인데, 정작 그 스스로만을 생각하며 살기에는 삶은 너무 복잡하다. 사람에게는 사회가 부여한, 혹은 스스로가 쟁취한 지위라는 게 존재하고. 그건 결국 그 스스로만을 떠올리며 살기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변수는 다양하고 결과는 그 이상으로 더욱 다양하다. 그러니 선택은 고통스러운 거겠지.
"생각을 다른 이에게 넘기면 편하지, 때론 그러고 싶은 법이오."
진담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가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되기는 했지만 모든 걸 맡긴 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생각을 보다 존중하고 싶었을 뿐이지. 어느새 표정을 고친 그는 자신의 불만 섞인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해결되리라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나쁜 날씨의 산책은 어떨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상황을 생각하던 그는 아카데미에 방문할 때 졸업생의 의상이 정해져 있다는 말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러니까...나보고 제복을 입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게로군?"
물론 그 역시 졸업생, 혹은 아카데미와 밀접하게 연관된 귀족으로써 제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 애초에 그가 아카데미를 처음 알고 있었을 땐 이런 관례는 없었으니. 시간이 지나며 참 쓸데 없는 예법을 만든다면서, 그는 쓰게 웃었다. 확실히 눈에 너무 과하게 띄는 건 좋지 않다. 자신이 아카데미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라는 제스쳐 정도는 보여줘야겠지.
"...생각을 좀 해보지."
자신을 향한 순수하기 그지 없는 시선을 애써 피하며 그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 세상에; 너무 늦었다ㅠㅠㅠ 미안해!! 뭘 해도 변명이겠지만 어째 점점 더 바빠지더라구ㅠㅠㅠㅠ 게다가 감기까지..걸려버렸어ㅠㅜ 아우로라주는 감기 다 나았으려나? 진짜 조심했으면 좋겠다ㅠ 여름 다 되어가는데 감기 걸리니까 너무 힘들어... 더워서 바람 좀 쐬면 머리 아프구...
선택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다. 아니, 모든 종족에게 주어지는 권리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아우로라의 지위에서는 이 무기는 너무나도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 스스로를 위해 선택하면 남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타인을 위한 삶을 선택한다면 눈엣가시가 되어 조롱 당하거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적당한 중도의 선택은 불가능하고, 선택은 너무나도 어렵지만, 아우로라는 해내고 싶었다. 솔로몬의 이야기에 타파이트빛 눈동자가 잠깐이나마 솔로몬을 빤히 쳐다본 것 같기도 하다.
농담이라고 해도 공작님도 넘기고 싶어 하실 때가 있을까? 그러니까 이 말씀을 하셨던 건 아닐까? 아니야, 지금 내게 넘겨버린 게 넘기고 싶어 하셔서 그런 거잖아! 예상치 못한 인간미에 아우로라는 나중에 생각하면 웃음꽃이 피어버릴 거리가 생겨버렸다. 이제 전부 좋은 일만 남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쁜 날씨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잘 헤쳐나가면 뭐든지 즐거울 테야. 그러니까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자.
"네..!"
역시나 순진무구하고 잔인한 답변이다! 솔로몬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건지, 아우로라의 두 눈은 어느새 솔로몬의 어깨를 한 번, 그리고 시선을 슬쩍 내려서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한 번 쳐다봤다. 아우로라는 넓으면서도 편협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갈 때는 예의를 지켜서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편협한 거고, 마탑을 써서라도 호의를 얻겠다는 건 넓은 시선이다. 예법은 아우로라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거니까 어쩔 수 없긴 하겠다마는.
"생각이요..? 네에.."
입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공작님께서 제복을 입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동화 속 왕자님처럼 늠름한 모습은 아닐 것 같다. 그런 늠름한 모습은 황태자가 잘 어울린다며 찬사를 보낼 테니까. 그렇다면 동화 속 왕은 어떨까? 아니야, 동화를 생각하지 말자. 아카데미의 졸업생용 제복은 실제 교복과 정 반대다. 실제 교복이 푸른색이 감도는 검은색 겉옷에, 흰색 셔츠, 학년과 기숙사 별로 브로치와 넥타이, 리본 색이 다르다면 졸업생의 제복은 새하얀 겉옷에 검은 셔츠, 그리고 금색 넥타이, 리본과 졸업할 적 마지막으로 받은 기숙사의 브로치를 착용한다. 아우로라는 이걸 입으면 되겠지만, 그에 반해.. 솔로몬이 입어야 할, 귀족에게 주어지는 예식용 제복은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우로라는 챙겨온 짐에 제복이 있는지 고민했다. 음.. 안타깝게도 없는 것 같다. 어서 본가에 마법새 전령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촉박해도, 고민할 시간은 많을 테니까요.."
// 나도 늦어버렸어..👀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쌤쌤이가 되어버렸거든..ㅠㅠ😇 나는 완치됐어~ 코로나.. 무시무시하더라..😂 두 번은 걸리고 싶지 않네.. 솔로몬주는 괜찮아? 지금쯤이면 6월이 다가오고 있으니, 더 더운 날씨가 되어버렸어. 다시금 감기나 코로나 걸리지 않도록 우리 둘 다 힘내자...😂😂😂
으아악 늦어서 미안해 아우로라주ㅠㅠ 늦었으면서 답레가 아니라 근황?을 써놓는거라서 더 미안해!! 다른 건 아니구 1~2주 정도 좀 많이 바쁠 거 같아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거기에 바짝 신경써야 할 것 같아서 답레가 좀 늦을 거라는 말을 하려고 왔어... 기대했을 텐데 정말 미안해!! 그치만 2주 뒤에 꼭 답레 가지고 올테니 기다려줄 수 있을까? 매번 기다리게 하는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해ㅠㅠ
해야할 일이 생각났다면 지체하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다. 결정을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는 자신의 제복 차림을 기대하는 듯한 아우로라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잠시 생각했다. 제복을 어디에 두었는지 떠올릴 수 있을까. 아카데미에 갔던 기억이 이미 희미한 걸 보면 벌써 한참 동안을 제 주인에게 입혀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먼지가 쌓이지는 않았을까. 구겨진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제복을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땐 없었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어쨌든,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건 확정이니, 어서 준비하도록 하시오. 아이들에게는 내가 따로 전달하겠소."
아니면, 직접 이야기해 주고 싶지는 않소? 되도록이면 자신이 이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마무리하는 것도 그녀 자신이 주도한다는 감각이 있었으면 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흥미로 인한 생각이긴 하지만. 뭐가 문제겠는가. 그는 애초부터 그런 존재였다.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소? 어렴풋하게 떠올리던 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네!!! 딱 2주만...인가? 아무튼 왔습니다!!! 왔어요!! 흑흑 진짜늦었다 미안해!!! 그러면서 내용이 짧아서 미안해!!!
갱신하고 가! 슬슬 장마라는데 여긴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진 않네? 다른 지역은 침수 피해도 있다고 하던데 아우로라주는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벌써 다음 주면 6월도 마지막이야, 벌써 반년이 가버리는데 서로 많이 바빠서 그런건지 자주 보기 어려운 건 아쉽다. 사실 요즘 여러모로 복잡한데, 아우로라주가 오면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가볼게! 좋은 밤 되길!
갱신하고 답레는 오늘내일 안에 주도록 할게!😉 여기는 괜찮아! 비가 간만에 와서 기분이 좋은 것 빼고는 그렇게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았어. 벌써 6월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고, 자주 보기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도 드문드문 와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어떤 얘기를 해줄지 기대도 되면서 현생이 놓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한걸..:( 솔로몬주도 좋은 밤 되길 바라고, 지금쯤 열대야에 깨지 않고 푹 자고있기를 바라!
아우로라는 벌써 판단을 마쳤다. 제복을 입자! 마법새 전령은 돌아가자마자 보내고, 여의치 않으면 전이 마법을 사용해달라고 해야겠다. 솔로몬의 속이나 생각도 전혀 모르고 마냥 해맑았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사소한 것 하나. 하지만 전자의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공작님께서 함께하고, 마탑도 업었으니 불필요한 걱정을 키울 필요가 없을 테니까. 문제는 후자였다.
제복이 맞을까? 내심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생각이었다. 졸업하고 시간도 좀 지났지만, 납치 사건 이후로도 요양을 위해 잘 먹고 잘 쉬었더니 살이 좀 찐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지금도 충분히 사교계의 영애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살 체형이지만 초반의 체형이 있던 만큼, 아우로라는 변화가 두드러지는 체형이기도 했다. 잘될 거야. 내가 그만큼 쪘겠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하던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요……?"
그래도 되는 걸까? 아우로라는 잠깐 속으로 고민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것도,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것도 얘기해 줘도 되는 걸까? 공작님께서 직접 제안한 일이니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다. 아우로라는 이어지는 말에 입술을 작게 벌렸다. 그때 지푸라기 더미에서 봤던 아이들의 얼굴과 바깥에 나왔을 때의 표정이 스쳤다. 그런 아이들이 이젠 학교에 간다. 그리고 하나의 꿈을 키운다.. 반응이 어떨까? 친구니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준다면..
"궁금해요..!"
정말 기쁠 거야. 아직 초보라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텐데 그걸 직접 얘기해 줄 수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동기를 더 부여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공작님께서 말씀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내가 그 아이들을 잊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해도 괜찮다면.. 네, 할게요! 그러면.. 준비를 하고 알려주면 되는 걸까요?"
이게 무슨 반향을 불러오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이얍, 답레야! 이제 봤는데 아르스 노바.. 나메 실수가 거창하구만~! 사실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보구였던거지~😉
그녀가 직접 아이들에게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궁금하지 않냐는 자신의 질문에, 그녀는 궁금하다고 대답하며 기대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줄 알았소."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라면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서 직접 행동하려고 하겠지. 당장 오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녀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직접 행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준비를 한 뒤에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되겠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는 무슨 뜻이냐는 듯한 시선과 함께 입을 열었다.
"준비라...그 녀석들은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것이니 이것저것 준비할 게 꽤 되겠지."
먼저 준비를 한 다음에 아이들이 준비하는 걸 가만히 둘 리 없지, 아마 도와주려고 할 테고, 그럼 모처럼 준비한 게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그걸 보는 것도 괜찮을까? 그녀가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의 호기심을 어느 정도 자극하고 있는 건지,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번 일은 대외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니."
나도 바로 준비할 테니, 너무 늦지만 않도록 하시오, 라고 덧붙이며 그는 더 할 말이 있냐는 듯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답레! 허허... 알아버렸단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아우로라를 진짜 보구로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 아니면 그 반대라던가?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알려준다면 좋은 일이 될까? 아마 안 될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우로라는 행동하고 싶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그런 교양 때문이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해내고 싶단 마음도 있었다.
"네에.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거니까.."
필기구나 생필품은 몰라도,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도 교육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입학식 때 알려주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아닌 암묵적인 합의, 기조라거나, 아니면 다른 것이나……. 아우로라는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내 쪽에서 준비를 먼저 마치고 아이들의 준비를 도울까? 너무 늦을지도 모르니 아이들의 준비를 도울까? 돕는다면 어떤 것을 도와야 할까? 머리가 벌써부터 빙빙 도는 것 같다.
"아, 알겠어요.. 늦지 않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전자가 좋겠다. 아카데미에 도착하면 소네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내가 먼저 준비를 하고 아이들에게 간략한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거야. 아우로라는 아직 이런 쪽에서 배움이 부족하여 모르는 사실이지만 제법 주변의 인맥을 잘 쓰는 생각이었을 테다. 수줍게 미소를 짓고 솔로몬을 마주하더니 잠깐 머뭇거렸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으음, 괜찮을 거야. 공작님께 드릴 말씀이 있기도 하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또.. 아우로라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살살 웃었다.
"제복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오늘은 어쩐지 장난도 쳐보고 싶은 날이니까.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작게 쿡쿡 웃었다. 아우로라는 잽싸게 문을 열어 도망치듯 자리를 뜨려 했다. 어서 준비를 해야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늦은 답레! 잉잉 미안해...🥺 후후.. 알아버렸지! 아아니 아우로라가 진짜 보구가 된다고..? 반대 상황도 제안한다고..? 이렇게 로맨스 판타지의 재미를 알아버린다 그거지..!! 나는 어느 쪽이든 찬성이야! 만약 보구썰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솔로몬의 소중한 보구인데 마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답니다~😉
용건은 모두 전달했다. 그녀 역시 마찬기지겠지. 그럼 이제 돌아가서 각자 준비할 일만 남았을까 싶었던 그 때, 자신을 향한 그녀의 시선에 그는 무슨 할 말이 있냐는 듯 마주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들려온 소리는.
'제복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소녀의 표정이란! 웃음이 얼굴에 퍼지는 걸 보면서 그는 그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 조금 생각했다. 찰나긴 했지만. 애초에 답을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제 말을 끝내곤 작게 웃음소리를 낸 데다가 문을 열어 빠져나가려는 잽싼 움직임까지. 소망이 담긴 장난... 이라고 보면 좋을까. 그는 딱히 문을 열고 도망치듯 하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가 빠져나갔다면 모르겠으나, 혹여 문을 닫으며 그 틈으로 반응을 엿보려고 했다면야.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마냥 즐거운 웃음은 아니었을 테지만.
"......"
그렇게 문이 닫히자 그는 잠시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숨을 길게 내뱉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카데미, 제복이라. 어쩔 수 없지, 가끔은 기분 전환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그는 굳게 닫힌 벽장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지가 쌓이진 않았을까? 예전과 몸이 예전과 달라져 맞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실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그는 벽장에 걸린 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뭐든 느긋하게 해야 힘들지 않은 법! 안그래도 현실이 힘든데 여기서까지 시간에 쫓긴다거나 해서 힘들 필요는 없지~ 천천히 길게 가자구! 후후 보구라... 이런 자그마한 것도 놓치지 않고 쓰는 게 진정한 프로!(?) 보구 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슬슬 상황을 넘겨서 준비하는 모습으로 넘어갈까? 솔로몬 쪽은 잠시 넘겨두고 아우로라가 아이들 만나는 걸 해볼까나~
돌아가서 전령새 마법을 쓰고, 제복을 받고.. 그다음에 소네타에게도 얘기해 주면 되겠지? 아우로라는 계획을 다시 속으로 갈무리했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솔로몬에게 작은 장난을 쳤다. 아카데미에 가는 날이 되었으니, 아카데미 학생이 된 것처럼. 순진무구하고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잔뜩 퍼졌다. 아우로라는 도망치듯 잽싸게 문을 빠져나갔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와 작은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포슬포슬 퍼졌다.
"!"
살짝 열린 틈으로 반응을 엿봤을 때,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작님께서 웃고 계셔. 자신처럼 이 상황이 마냥 재밌어서 웃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웃는다는 사실에 뺨이 발그레 물들었다. 아우로라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 이 모습을 들키면 역으로 놀림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아우로라가 돌아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소네타와 본가의 하녀에게 마법으로 이루어진 전령새를 보내는 것이었다. 소네타는 바쁜지 바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하녀는 아우로라의 연락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 것 같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금세 전령새가 소포를 물고 왔기 때문이다. 어찌나 급했는지 소포를 받자마자 전령새 마법이 흩어졌다. 아우로라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포에는 아우로라가 아우로라의 졸업생 제복과, 제일 좋아하는 제비꽃 설탕 절임이 있었다.
"정말이지."
본가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 정도였다. 아우로라는 잠시 제복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내젓고는 하녀를 물렸다. 무슨 일이냐 묻는 하녀의 목소리에 아우로라가 멋쩍게 웃었다.
"옷이 작을 수도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긴 조금 부끄러워서요."
정말이지! 제국에서 가장 가녀리신 분 중 하나신데, 옷이 맞지 않을 리가요! 아이니의 열띤 항변을 뒤로 문이 닫혔다. 아우로라는 심호흡을 하며 옷을 환복했다. 그리고 잠시 몸을 가늘게 떨다 품격에 맞지 않게 소리 없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몇 번 방방 뛰며 손을 모았다. 다행스럽게도 옷이 딱 맞았기 때문이다. 신을 신실하게 믿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감사하다며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아이들을 만나야 했으니, 아우로라는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설렁줄을 당겼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머리를 다시 묶으려 하는데, 준비를 도와주시겠어요?"
// 아이들 만나는 쪽으로 가보자구!! >:3 솔로몬주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느긋하게 이어주길 바라. 천천히 길게 가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보구가 되어주겠어~~~(?) 남김없이 소재 싹싹 긁어먹자구!!!(?)
도와달라는 아우로라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곤 하녀와 함께 아이니가 들어왔다. 눈을 반짝이면서 서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머리를 다시 묶는 일을 할 생각인 듯했다. 하녀의 표정을 보면 미리 이야기도 한 것 같고.
"네! 도와드릴게요, 말씀만 해주시겠어요?"
문 뒤에는 어느새 휘파람을 불면서 오세가 서 있었고, 아우로라의 말을 들었는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준
"아이들이라면 그때 온 두 명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미리 이야기해 둘까요?"
준비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요, 라면서 덧붙인다. 아우로라의 생각을 읽지는 못했고, 그저 그녀가 들뜬 듯했기에 평소처럼 신나하는 모습이었기에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했다. 아이니 역시 조금 들떴지만 그래도 평소의 침착함은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제 오빠와는 생각이 좀 달라서 그를 말린다.
"오빠! 서두르지좀 마! 어차피 그 아이들 준비하려면 아가씨 말씀을 들어야 돼." "알았어 알았어, 그럼 놀래켜 주는 게 되려나, 기대된다!"
졸업 제복을 입어보겠다며 낑낑댔더니 머리가 다 풀려버렸다. 아우로라는 아이니가 눈을 반짝이자 작게 웃었다. 커다란 루비 같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앞으로 머리를 전담할 사람은 아이니로 둬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전담 시녀로 둔다면, 아이니는 좋아할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고마워요, 아이니. 그렇다면 머리를 다시 묶어줄 수 있을까요? 아, 오세도 어서 오세요."
음, 미리 이야기라, 해두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 둘의 대화를 좀 들어보고 싶었다. 신나하며 활기찬 모습의 오세와 달리 아이니는 그 들뜬 모습을 누르는 것 같았으니, 두 아이의 의견이 어떻게 흐를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남매는 남매구나, 자매도 자매고 형제도 형제만의 투닥거림이 있다더니 이 아이들도 다를 바는 없다. 아우로라는 결국 쿡쿡 웃음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으음, 오세의 말처럼 놀래켜 줄까요? 시간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장난을 쳐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거든요."
나름 들뜬 아이들을 보니 같이 장난을 쳐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 아이들도 미리 기별을 넣으면 긴장하거나 자신에게 직접 전해주지 않는다며 실망할 수 있지도 모르니까. 유달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신중해지는 것 같았다. 왤까? 아우로라는 더 깊이 생각하려는 것을 뚝 자르고 자리에 앉아 손을 모았다. 옷이 딱 맞는 것은 괜찮지만, 제복 특성상 치마가 조금 짧은 느낌이 있었다. 아우로라는 치맛단을 괜히 꾹꾹 아래로 끌어당기며 아이니를 한 번 쳐다보고 웃었다.
"아이니, 이번에는 이 옷이랑 어울리는 리본을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 했던 머리 장식도 예쁘지만, 옷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새하얀 기조의 제복에는 지금 같은 검은색 리본도 어울리지만, 조금 더 화사한 느낌이 좋을 것 같았다. 이후 오세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아우로라는 눈을 길쭉하게 휘었다.
"그리고.. 오세,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멋진 방법이 있을까요?"
아주 작은 티스푼으로 장난을 한 숟갈 얹은 미소였다.
"공작님을 놀래켜 줄 방법도 있으면 멋질 것 같지 않나요..?"
//아니야 괜찮아..! 짧아도 되고 늦어도 돼! 우리 둘 다 기력 없을 시기기도 하고... 으으~ 너무 습하고 덥다.. ㅜㅜ 솔로몬주 더위 조심해! 열심히 착착 해보자구~~ ╰(*°▽°*)╯
머리를 다시 묶어줄 수 있겠냐는 아우로라의 말에, 아이니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갤 끄덕이면서 아우로라의 뒤로 다가갔다. 신장 차이가 있었으므로 아우로라가 앉아 있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발을 받칠 만한 의자 등을 가지고 와서 그 위에 올라섰을 터다. 어쨌건 머리를 신경 써서 묶는 동안 남매가 나눈 이야기는 아우로라에게 어떻게 할지 생각할 만한 기회를 제공한 모양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반응을 하려나, 기대되네요!"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아우로라의 말에 신난 오세는 웃으면서 양손을 머리 뒤에 댄 채 깍지를 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아우로라의 머리를 묶은 아이니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작게 숨을 내쉬곤 웃었다. 그 와중에 제복을 보다가 시선을 돌린 아우로라와 눈을 마주치니 조금 쑥스러운 듯 시선을 옮겼지만 그 직후 들려온 아우로라의 말에는 귀를 제대로 기울이고 있었다.
"아가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리본은 없을 텐데...앗, 아가씨 말씀이 틀리다는 건 아니에요! 얼른 찾아볼게요!"
무심결에 아우로라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입 밖으로 물 흐르듯 내던 아이니는 깜짝 놀라 입을 가리더니 눈웃음과 함께 장식들이 걸린 벽장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니가 제복에 어울릴 만한 리본을 찾는 동안, 오세는 휘파람을 불면서 그 상황을 구경하다가 아우로라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놀래켜 줄 방법 말인가요? 으음~"
단순히 놀래켜 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만 했던 건지 어떤 식으로 놀래켜 줄까 하고 묻는 아우로라의 말에 선뜻 답을 하지는 못하는 오세. 잠시 뜸을 들이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듯하던 오세는 뭔가 떠오른 듯 눈을 깜빡였다.
"이건 어떨까요? 그 아이들을 맡아 줄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한다고요.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거의 아카데미에 머물잖아요?"
그러니까 공작저에서 머무를 수는 없지만 좋은 곳에서 후견도 겸해서 데려갈 거라는 말을 하자는 이야기, 그 좋은 곳이란 물론 아카데미를 의미했고, 주로 머무는 곳이 아카데미의 기숙사일 테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즉,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작전!
"물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영영 못 보는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나중에 그게 아카데미라는 걸 알면 기분은 무조건 좋아질 거 같은데요?"
어느 쪽이든 아가씨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는 게 좋다며 웃은 오세는 휘파람을 불며 창 밖을 쳐다보았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감상하며 느긋함을 즐기고자 했으나 그 뒤에 들려온 말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까. 아우로라의 미소도 그렇고.
"네? 공작님을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우로라를 쳐다보던 오세의 귀가 쫑긋거렸다. 뭔가 들려서 그런거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들뜬 기분을 표현하는 거겠지,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장난꾸러기에 활발한 소년에게는 꽤나 솔깃한 이야기였을지도.
"어떻게 하면 놀라실까요? 사실 공작님께서 놀라시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아가씨- 이 리본은 어떠세요?"
오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니가 다가와, 양손 공손히 들어올린 청색 리본을 내밀었다. 사파이어나 루비 같은 보석은 박혀 있지 않다. 금실로 수놓아져 있지도 않았고, 그저 시원한 청색으로 물들여진 보드라운 리본, 수수하다면 수수한 리본을 소녀는 들고 있었다.
//헐 세상에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게 바로 상대성 이론?!(아님) 에고고 오늘도 많이 덥던데... 햋빛 너무 뜨겁더라, 살 타지 않게 햋빛에 너무 직접 노출되지 말구! 나는 주로 실내에 있으니 걱정 안해도 돼! 선풍기도 많이 돌리고 있고 너무 더우면 에어컨도 틀어놓으니!
핫 티미 강도가 또 나타났나..! 제발 살려주세오 티미를 드리겠읍니다! 그런고로 오늘의 솔로몬 티미는 다음과 같다!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려면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해야 하고, 인간의 모습으로는 낼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있어! 그렇다고 해도 인간보다는 까마득한 수준의 힘이지만, 사실 이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솔로몬은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야! 이유는...히히 안알려줄거지롱!
아이니는 아우로라와 키 차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앉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우로라는 화장대 거울 앞 의자를 끌어당기고, 제복 치마를 정돈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보니 허벅지가 눌리는 기분이 들어 아우로라는 잠깐 시선을 내렸다. 졸업한 뒤로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 키가 크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크긴 했나 보다. 치마가 조금 짧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당장 기장을 늘려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우로라는 얌전히 있기로 했다.
"깜짝 놀란 뒤에 좋아하면 좋을 텐데요."
거울 너머로 신난듯한 오세를 보며 아우로라는 작게 웃었다. 그동안 꼬물꼬물 작은 손이 거울에 비치더니, 어느새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 아이니의 얼굴도 비친다. 아우로라는 제복을 향한 시선을 보다, 거울 너머로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빙그레 휘어 웃어 보였다. 제복이 잘 어울리려면 어떤 리본이 어울릴까?
"아이니도 참."
이렇게까지 말을 해준다니, 조금 부끄러운 느낌도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사교계에서는 이렇게 솔직한 감상을 듣기 어려웠으니까. 그나마 감상을 듣는다고 해도 금세 바쁘게 잊어야만 했다. 도취했다며 다른 쪽에서 헐뜯을 테니까. 아우로라는 그때의 압박감을 떠올리고는, 언젠가 아이니를 데리고 티타임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아이니는 아직 어리니까, 상처를 받지 않게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짧은 다짐을 이후로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놀래켜줘야 할까?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오세!"
아이니가 리본을 찾는 사이, 아우로라는 고개를 휙 돌렸다.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활짝 웃는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아이들을 놀래켜줄 수 있고, 또, 정말 좋은 사람도 있는 곳이 아카데미니까. 당장 아카데미에는 아우로라의 동생이 머물고 있고, 사정을 알린다면 소네타가 가장 먼저 앞설 것이다. 소네타는 평민이고 귀족이고를 따지지 않아 용병단에서도 탐내는 사람이니까 잘 돌봐줄 테고.
"그렇죠, 영영 못 보는 게 아니니까요. 오세 같은 멋진 장난 스승을 둬서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일단은 오세를 믿고 그렇게 진행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아우로라는 장난에 그렇게 큰 소질이 없었고, 오세는 장난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이렇게나마 조언을 구하는 것이 나았다. 아우로라는 작게 웃고는 다른 조언도 구해보려 했다. 그래, 공작님도! 이번에 작은 장난을 쳤지만, 장난이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님의 놀란 표정은 어떨까? 짧게 고민했다. 공작님의 눈동자가 커지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멋질 텐데. 에메랄드처럼 반짝거리는 눈이 커다랗게 뜨이거나, 눈썹이 올라가거나.. 아우로라는 뺨이 화끈거리려 하는 것을 애써 참아보려 했다. "네, 공작님을요." 겨우 입을 연 아우로라는 오세의 귀로 시선을 옮겼다.
쫑긋거리는 귀에 잠깐 한눈이 팔렸을 때, 아우로라도 잠깐 고민하려다 허리를 세웠다. 아이니가 가져온 리본 때문이다. 아우로라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아이니는 알게 모르게 아우로라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면이 있었다.
"정말 잘 골라줬어요, 아이니. 제 마음에 쏙 드는 걸요?"
사파이어도, 루비도 없다. 오팔 같은 보석도 없다. 금실로 수를 놓지도 않았고, 단출하고 보드라운 재질의 리본. 아우로라는 황태자의 에스코트를 받고 연회에 나섰던 날이 떠올랐다. 탄신 연회. 그때는 온갖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했었다. 목이 깊게 파인 짙은 녹색의 드레스, 주렁주렁 달려있던 머리와 목의 장신구……. 그때의 묵직하던 감각보다 지금의 홀가분하고 소소한 이 리본이 더 소중했다. 아우로라는 보드라운 리본처럼 보드라운 미소를 완성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달아주시겠어요, 아이니? 오세도 곧 같이 갈 준비를 해요."
놀래켜주러요. 아우로라가 짓궂은 듯 아닌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상대성 이론..(아님) 8월이 지났는데도 너무 덥다, 으으! 나도 조심하고 있다구. 솔로몬주 안에서 있다고 해도 조심해야해~ 요즘 냉방병 무섭다구...😉 코로나도 무섭고 말이지...🙄 갑자기 또 코로나가 유행하네, 이번엔 확진 되고 싶지 않아.. 끔찍해..😬
(착석) 솔로몬..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한 능력 드래곤이었구나~!! 헉, 드래곤의 모습으로 못 돌아간다고...?? 으아악 나 결제할래!! 뒷내용 뭐야!! 8ㅁ8 으으.. 언젠가 풀리겠지...? 존버할 테야!!!😬
아우로라의 티미 아닌 티미도 풀어볼까~ >:3 아우로라는 약혼을 깨기 전까지 황태자와 각종 연회에 참석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화려하게 치장해서 지금의 치장과는 많이 다른 편이었어. 그래도 메이크업의 힘인지 안어울릴 컨셉도 열심히 소화했다구?😉 언젠가는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3
멋진 장난 스승을 둬서 다행이라는 아우로라의 말에, 오세는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감정이 바로바로 얼굴에, 그리고 쫑긋거리는 귀에 드러나는 걸 보면, 아직 어린애라서 그런걸까 싶다. 그 뒤에는 다시 솔로몬을 놀래켜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됐지만. 그새 리본에 대한 감상(보다는 칭찬에 더 가깝게 들리는)을 듣고 기쁜 듯 미소짓던 아이니는 직접 달아주겠냐는 말에 그래도 되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네, 달아드릴게요!"
들뜬 발걸음으로 아우로라에게 다가간 아이니는, 익숙하지 않은 치장이었기에 서투른 걸 천천히, 노력을 들여 해결하고 있었다. 다음 번에는 더 능숙하게 잘 할 수 있겠지. 그동안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치장(?)하는 아우로라의 모습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던 오세는 같이 갈 준비를 하자는 아우로라의 말에 신이 난 걸 숨기지 않곤,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 바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몸을 살짝 굽혀 인사를 하곤, 문 너머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어디 멀리 간 건 아니고 복도에 서 있을 터다. 그동안 리본을 조심스럽게 단 아이니는 손을 떼고 두어 발자국 떨어져 아우로라의 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눈이 반들거리는 게, 꼭 보석이나 아름다운 혜성 등을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라고 입 바깥으로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만 아우로라가 리본 장식을 한 자신의 모습을 진짜 그렇게 생각할지, 혹시 자신이 하는 말로 신경이 쓰이거나 하는건 아닐까 하고 붕 떠오르던 기분을 바로잡는 아이니였다.
"다, 다 했어요 아가씨! 어떠신가요?"
//상대성이론에 빠져 또 다른 상대성이론을...ㅋㅋㅋ8월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 말복도 남았고 말이지~ 그렇다는 건 즉 다음 주 즈음부터는 슬슬 견딜만 해진다는 거 아니겠어?! 그렇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뭐든! 응응 각별히 조심할게! 더위 피하려다가 냉방병이라니 그건 안될 말이지! 코로나도 그렇고, 실내에서는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자구~
히히 죄송하지만 저는 돈으로 내용을 풀지 않스빈다! 오직 존버만이 그대를 구원하리라...
오오 확실히 황태자의 약혼자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수수하게는 못 있었겠네, 메이크업의 힘...대단해! 그치만 그걸 견디는 아우로라가 있었으니 가능했겠지! ㅋㅋㅋ아우로라는 그때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려나, 다시 보여준다면 그땐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치장했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해줘!
오세의 미소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세나 아이니는 표정이나 귀에서 금방 감정이 드러나서 좋았다. 한참 감정을 드러낼 나이의 아이를 못마땅해 할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아우로라의 입장에서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아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는 솔직한 것이 좋았다. 사교계에 돌아가게 된다면 아이들의 표정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우로라는 그런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아이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반짝거리는 눈을 마주하니 끌어안고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그건 너무 아가씨답지 않은 행동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됐다.
"이쪽 리본은 살짝 위로 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겨있는 손을 거울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살짝 조언을 얹는다. 아우로라는 신이 난 걸 숨기지 않는 오세 덕분에 웃음을 흘리는 통에 머리카락이 흔들릴 뻔했지만, 그래도 잘 참아내기로 했다. 이윽고 오세가 문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거울에 비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리본이 어떻게 매여있는지 확인한 아우로라는 운을 떼었다. "정말 예뻐요."
"리본도 그렇고, 옷이랑 정말 잘 어울려요.. 마음에 든답니다."
아우로라는 칭찬헤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어울리는 것을 잘 찾고, 머리를 묶는 것도 괜찮다. 아이니의 안목을 믿다 보면 사교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머리를 잘 묶어주고, 빗질을 해주지만 아이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아이니는 이런 쪽으로 감각이 좋은 것 같으니까.
"아이니."
아마 문 밖의 오세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니가 괜찮다면, 앞으로도 제 장신구나 머리를 전속으로 맡기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아우로라가 둘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아우로라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서며 아이니와 눈을 맞춰보려 했다. "천천히 고민해도 좋아요. 부담을 주고 싶은 건 아니었답니다." 조곤조곤 덧붙인 뒤 나갈 준비를 하듯 치마의 붕 뜬 뒷부분을 손으로 두어 번 정리했다.
//말복이 지나고 나도 이렇게 더울 수가 있을까.. 비도 엄청나게 오고, 아무래도 8월에 장마가 다 밀려버린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견딜만 하겠지만! 나는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니까 걱정 말고, 랜선 김밥도 맛있게 먹었어~~😉 솔로몬주도 랜선 김밥 한 줄 먹고 가라구~~ @))))))))))....
앗~~ 치사하다!! 어쩔 수 없어.. 존버가 나를 구원하리라~ 내 주식은 떡상할 거야~ 우주까지 가보자고~
황태자의 약혼자라는 위치와 메이크업을 잘 받는 체질.. 아우로라가 다시 보여준다면 그땐 원해서 치장하는 거니 안심하라구! 아무래도 데뷔탕트 때 입을 드레스처럼 등이 파인 부류일지도 모르지만.. 좋아, 승부복이다!(대체)
리본을 살짝 위로 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아우로라의 말에, 아이니는 다시금 진지한 표정으로 리본을 고쳐 달았다. 이윽고 장식을 마친 뒤에 아우로라의 답을 기다리다가는, 정말 예쁘다는 말에 떠오르는 미소는 멈추기 어려워 보였다. 뒤에 이어지는 칭찬이 더욱 그런 기분을 더해주고 있었으려나.
"아가씨께서 아름다우셔서 그런걸요."
화려한 장식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해주지는 못한다. 그 말인 즉슨, 때로는 수수한 듯한 치장이 본연의 모습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배가시켜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서 수수한 리본을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말을 하며 수줍게 웃던 아이니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아우로라를 올려다보았다.
"네, 네?"
조금은 습관적으로, 아우로라가 하던 말에 대답하던 아이니는, 뒤엣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우로라를 올려다보다가 금새 시선을 아래로 내려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그 심경을 대변하듯 귀는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네~? 괜찮으시겠어요?"
그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오세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쾌했다, 아우로라의 의도를 알아챈 건지, 아니면 그저 아이니에게 장난을 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좋겠다~ 전부터 아가씨 옆에 있고 싶다고 했었잖아." "오...오빠! 그만해! 아, 아가씨 죄송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아우로라를 뒤로 하고 자신을 놀리는 듯한 오세에게 하지 말라며 소리치던 아이니는 뺨을 붉힌 채 아우로라에게 깍듯이 몸을 굽혔다가 폈다. 그제야 그녀가 나갈 준비를 하는 걸 확인한 모양이다.
//으악 늦었다ㅏㅏㅏ 으 좀 시원해지기는 했지만 습도는 여전하네... 그래서 더워! 기온은 확실히 내려갔는데 습해서 이젠 에어컨을 틀면 추우니까 틀기도 애매한 걸... 어째 요즈음이 조금 더 버티기 힘들지도? 아 맞아, 나도 김밥 맛나게 먹었당! 고마워!
후후 존버는 언제나 승리하지, 승리할 때까지 버티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귀족 영애의 귀감!(?) 나중에는 원해서 치장한다니 엄청 힘을 주겠는걸... 진짜 승부복일지도?!
아우로라는 거울 너머로 집중하는 아이니의 얼굴을 관찰했다. 조그마한 손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리본에 집중하는 눈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 조그마한 미간에 주름이 져있다. 리본을 고쳐다는 일도 이렇게 진지하게 할 줄이야! 너무나도 귀엽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이니는 알까? 아우로라는 아가씨답지 않은 행동이라도 다시금 일어서 아이니를 마구 쓰다듬고 싶다는 싶은 생각을 꾹꾹 눌러 담고, 참기로 했다.
"제가 아름다워서 그렇다니, 과찬이에요."
떠오르는 미소를 바라본 아우로라는 어째서인지 자신이 더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도 멋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각은 흔치 않은 것이니, 아우로라는 그 감각을 전적으로 믿어보고자 했다. 아이니의 귀가 쫑긋 서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잠시 차분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과 달리 귀가 앞으로 살짝 기울인 통에, 아우로라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세도 참, 물론이죠."
경쾌한 오세의 목소리에 아우로라는 웃음기를 섞어 화답했다. 의도를 알아챘어도 오세가 장난을 칠 수 있도록 은근한 목소리였다. 남매가 짧게 투닥거린다. 남매나 자매나 형제 모두 똑같구나, 새삼 신기한지 눈을 깜빡이던 아우로라는 눈을 휘었다. 아우로라였어도 갑작스러운 제안에 깜짝 놀라 시간을 달라 했을 것이다. 아이니는 아직 어리니까 더 많이 고민할지도 모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우로라는 상냥하게 말했다.
"물론이죠. 기다릴 수 있답니다. 답은 언제라도 해도 좋아요, 아이니."
앞서 말했듯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요. 작게 웃으며 손을 앞으로 모아 허리를 숙이며 마저 시선을 마주쳤다. 답을 해준다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아니라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 늦은 답레.. ;0;!! 벌써 8월의 마지막이야~ 에어컨을 틀면 확실하게 추워지는 날이 도래하고 말았다! 이제 지옥의 불볕더위가 끝나고 혹한의 추위가 오는구나.. 으으.. 무서워라.. 솔로몬주 환절기 감기 조심하기~!!
후후 그 치장에 아이니가 동원될 거라구..!(?) 승부복 입고 솔로몬에게 결투(?)를 신청해야지~ >:3!!!
아무래도 갑자기 닥친(?) 큰 일이었기에 급하게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가만히, 아우로라의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으며 고갤 살짝 숙였다. 볼이 조금 붉어진 걸 보니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원래 붉었을수도 있고. 이제는 슬슬 나가볼 시간이다, 준비는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장난을...준비할 시간이었다! 아우로라 덕에 공작저에 머물게 된 두 아이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머물고 있었다. 손님을 위한 많은 방들 중 두 곳에 아마 있을 터다.
문 앞에서 휘파람을 불던 오세가 방 안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파악한 건지, 휘파람을 멈추었다. 만약 문을 연다면 웃는 얼굴로 아우로라에게 공손하게 몸을 굽혀 인사하는 오세의 모습이 보일 터, 분명 예의는 발랐지만 장난기는 얼굴에 가득했다. 그리고 아우로라의 뒤로는 그녀의 옷매무새를 살피는 아이니가 뒤따르겠지. 그 시각, 두 아이, 레이라와 리히트는 각자의 방에 가만히 있었다. 정확히는 리히트만 그랬다고 해야 할까, 소년은 자신이 놓인 상황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갑자기 융숭한 대접(사실 융숭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손님 대접이었을 뿐)을 받은데다가 깨끗한 옷과 잠자리, 맛있는 음식까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으리라.
"...이거, 꿈이려나."
벌써 며칠 잠에 들고 깼지만 여전히 그런 말이 입버릇처럼 나왔다.
"꿈만 같아, 내가 이런 곳에서 눈을 뜨다니!"
마찬가지로 입버릇처럼 소리치는 건 소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전혀 이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 마치 꿈 같지만 분명한 현실, 소녀는 정말 기분이 좋은 듯 가지런히 정리된 이불 위에 뛰어들었다. 이 달콤한 향기 너무 좋은걸.
//여기서 잠깐!! 각자 두 아이 중 한명을 맡아보는 건 어떨까? 일단 어느정도 성격은 드러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써볼게! 리히트는 침착하고, 하층민 고아 출신! 배운 건 없지만 상당히 똑똑해, 의심도 좀 많은 편이고. 그리고 현실적이야! 수줍음도 좀 있고. 반면 레이라는 활발한 아이고, 꿈이 커! 그 꿈이 뭔지는...결정되면 말해주겠어(?) 아무튼 현실감은 리히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고, 몽상적인 편이야, 대신 사교성이 뛰어나고, 눈치가 빨라. 어디, 누굴 연기해 볼래?(오디션 심사위원 풍)
그리고 이건 사담! 내일부터는 진짜 9월이네... 날씨도 많이 추워지고 있으니 감기 조심하구! 비도 간헐적으로 내리니까 비 맞지 않게 조심하구! 어째 조심해야 할게 더 늘어난다... 하지만 조심해야 오래오래 하는걸! 또 미리 말해줄 건, 내일부터 학업이 다시 시작돼, 그래서 저녁 시간대에만 가끔 올 거 같고, 바로바로 반응하기가 조금 어려울수도 있어, 그치만 꼭꼭 보고 답레할테니 기다려줘!
됐어 사담 끝! 꼭 아우로라의 승부복을 보고 싶다...! 기대하겠어, 이 승부, 질 수 없다!(?)
조금이 아니라 많은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줄 수 있었다. 아우로라도 작은 고민이 앞섰으니까. 아이니를 앞으로 전속 시녀로 앞세운다면, 피치 못하게 참석해야 하는 무도회나 연회가 있을 때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교계에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니를 데려가도 괜찮을까? 세상의 시선은 아직 아우로라처럼 넓지 못하다. 분명 시끄러운 일도, 최악의 경우에는 멸시도 있을 것이다. 아우로라가 비호한다고 해도 사교계에 내리 도는 소문을 통제할 만큼의 위치는 못 됐다. 그 사실을 아이니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조금 기다려보자. 아이니도, 오세도 보기보다 성숙하고 현명한 아이니까 분명 잘 생각하고 결과를 가져다주겠지. 아이니의 머리에서 손을 뗀 아우로라는 허리를 세웠다.
"좋아요. 가도록 하죠!"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을 시간이다! 이런 장난은 오랜만이라, 아우로라는 잠시 해야 할 말을 곱씹었다. 너희를 맡아줄 사람이 생겼어,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 하셔. 영원히 헤어지는 건 아니야.. 또.. 가서 얘기하면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공손하게 몸을 굽혀 인사하는 오세와 옷매무새를 살피는 아이니를 뒤로, 아우로라는 마찬가지로 장난기를 가득 담은 얼굴로 한 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그대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아카데미 졸업 제복의 치맛자락이 살랑이며 단아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각자의 방은 손님맞이용 방이었어도 공 작가의 위세는 위세였던 건지. 아우로라도 처음엔 자신을 위한 방이 준비되었을 때, 분명 좋은 집안에서 자란 영애였음에도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란다. 특히 황궁에 있던 순간과 비교해 봐도 전혀 꿀릴 것이 없었던 것이, 분위기가 남달랐던 것이다. 가장 먼저 누구의 방에 들어가야 할까? 아우로라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조금 봤지만 아이들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음, 비밀로 하려면 시끌시끌한 레이라에게 먼저 얘기를 하고, 리히트에게 얘기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 반대로? 잠시 멈춰 선 아우로라는 정했다는 듯한 아이의 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 답레가 너무 늦었다.. 올라온 걸 내가 놓치다니.. 늦어서 미안해..🤦♀️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라 어떤 걸 맡아야 할지 모르겠네~ 양쪽 다 가능한 스펙트럼이기도 하고..🤔 이럴 때는 다갓이지! 도와줘요 다갓!
.dice 1 2. = 2 1. 리히트를 해 2. 레이라를 해
나온 쪽으로 하되, 들어간 방은 그 반대라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연휴의 세번째 날.. 잘 푹 쉬고 있어? 나는 뒹굴뒹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구, 감기도 태풍도 무사히 지나갔어! 솔로몬주도 부디 조심하길 바라구, 학업도 응원한다구!!!! 부디 천천히 이어줘~😉 남은 연휴 기간동안 즐겁게 지내길 바라!! 오늘도 좋은 하루 되구!
아우로라가 방문을 열자,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매무새를 정리한 리히트가 방 안 침대에 가만히 걸터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아직도 많이 낯선 모양인지 조금 위축된 것도 같다. 옷 정리를 도와준 뒤에는 지금 저기에 서서 아우로라를 보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시녀 한 명만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시녀를 보고서야 리히트는 아우로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 안녕..."
말하는 모습이 어딘가 조심스럽다. 편하게 말하라고 저번에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그녀의 위치를 알게 된 참에 눈치가 빠른 편인 소년은 예의를 차리는 게 옳지 않을까 하고 갈등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쨌건 바닥에 두 발을 대고 선 소년은 쭈뼛거리면서 아우로라뿐만 아니라 시녀의 눈치까지 보고 있었다.
"그, 잘 지내고 있어... 부족한 것도 없고 다들 잘 대해줘서."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조금 올라앉아 있었다만. 그런 모습을 아우로라를 뒤따라온 두 명의 아이들이 함께 보고 있었다. 물론 둘 다 분위기를 대강 파악하고 있었기에 오세는 휘파람을 불다가 괜스레 아이니에게 핀잔을 듣고, 아이니는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는 오세에게 핀잔을 주다가도 리히트를 보며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저어어어어언하ㅏㅏㅏㅏㅏ!!!!!! 신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쩌렁쩌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기다리게 해버렸어!!!!!!! 흑흑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래서 글로 쓰는 중이야...(어?) 아무튼 정말정말정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어떻게 한 달을 기다리게 만들 수가 있어...
그래서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 제가 잘못했으니 앞으로 내용 진행할 때 써먹을 만한 정보를 하나 드릴게요... 황가의 신관들은 뭔가를 봉인하는 힘을 대대로 다루게끔 교육을 받는다! 라는 설정인데, 이거면 아우로라의 마력을 막아버렸던 것도 설명되고? 여기저기에 써먹을 수 있는 편의성 좋은 설정이기도 하고??? 아무튼 솔깃하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레이라가 나왔으니!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 레이라는 좋게 말하면 꿈이 큰, 조금 부정적으로 본다면 야망이 큰 아이야, 약간 사교계에 환상도 가지고 있고? 요전에 말한 성격적인 부분이랑 잘 겹쳐서 생각을 좀 해본다면... 히히 좋은 캐릭터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예를 들면 라이벌이 된다거나! 또... 식상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레이라의 호감도를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솔로몬이다(?) 물론 아우로라가 2등! 아우로라의 도움으로 빠져나왔고 아우로라가 후원을 해준다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제대로 말 한 번 안 해본 솔로몬에게 그렇게 호감도가 높을까? 이건 퀴즈입니다(??????)
ㅋㅋㅋㅋ죄송합니다... 그치만 아우로라주의 생각이 궁금한걸! 늦은마당에 너무 많은 걸 궁금해하는거 같긴 한데 아무쪼록 한번만 봐주세요... ㅠㅠㅠㅠㅠㅠ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용서할 수 없다아아아아아-!!!!(박치기)(?) 당신 한 달이나 기다리게 했겠다~~~ 농담이구 괜찮아~~ 0.< 늦은만큼 현생이 바빴을 테니까~ 지금은 현생 좀 괜찮아졌을까?🤔 정보는 감사히 받겠다! >;3 봉인.. 맛있네요 이런 미슐랭 쓰리스타급 설정은 어떻게 얻어오셨대요??? 너무 솔깃해서 용서할 수밖에 없잖아~~~~ 후후후후... 여기저기 골수까지 빨아먹듯 써주지(???)
레이라는.. 평민 출신의 당찬 로판 여주같은 느낌이구나? 오케이 확인했어! 좋은 조력자가 될 수도 있지만 라이벌도 되는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0.< 열심히 굴려보도록 할게! 솔로몬에게? 호감이 있는? 이유?? 당연한 거 아냐???? 솔로몬은 잘생기고 멋지니까...(아니었다고 한다) 연적이구나 레이라!!!!(?)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아우로라가 열심히 들이대는 수밖에..😎
솔로몬주도 연휴 알차게 보내구~ 답레는 느긋하게 줄게,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조금 기다려줘~ 0.<💞 오늘 하루 푹 쉬구!
으아아아아(날아감) ㅋㅋㅋㅋ큐ㅠㅠㅠ죄송합니다(머리박음) 괜찮으신가요? 괜찮으신거죠??? 후후 다행이야... >.< 그...그렇지! 바쁘긴 했어... 지금은 좀 나아진 편이야, 물론 내년에는 진짜 엄청 바쁘긴 할거같지만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지! 네 맛있는 정보 신나게 써주세요! 히히 기대된다!
웅웅 그렇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어느 귀족의 사생아...지만? 어쨌든, 이제 레이라는 아우로라의 손에 있다! 아우로라주의 컨트롤 능력을 한번 즐겁게 보겠습니다 허허... 아우로라가 들이대는 걸 볼 수 있는 건가, 신난다(?)
벌써 연휴 마지막 날이고 얼마 안 남았어...! 남은 시간 잘 보내구, 답레 천천히 주면 돼!
미리 기별을 넣어두길 잘했다. 전령새 마법이 잘 들어갔는지 노크 두 번에 문이 열렸으니 말이다. 아우로라는 잠깐 옷매무새를 정리한 리히트를 잠깐 바라보았다. 아카데미 졸업한 이후 사교계가 아닌 곳에서 만든 소중한 친구. 비록 위축된 듯싶은 모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사용인의 인사에 깜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아우로라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는지, 사근사근 입을 열었다.
"안녕, 리히트."
아우로라는 조그맣고 수줍은 미소를 얼굴에 덧그렸다. 커다란 눈망울이 곱게 접히고, 입술의 양 끝이 보드랍게 올라가는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에 괜찮다는 듯 방긋 웃었다. "그간 잘 지냈어?" 작은 질문을 뒤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친구니까, 말 편하게 해도 돼. 그렇게 말하는 듯. 아우로라는 시녀를 흘끔 바라보고 누가봐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방 밖으로 나갔다.
"잘 대해줬다니 다행이야..! 리히트랑 레이라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아우로라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리히트 앞에 서더니, 손을 뒤로 모으고 환히 웃었다. 얌전한 모습이 납치되어 탈출할 당시 커다란 마법진을 전개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아마 이게 아우로라의 진짜 모습이지 않을까? 평생 분의 용기를 끌어다 쓰지 않고, 많은 귀족 영애의 귀감이 되는 얌전한 성품을 가진. 두 아이들을 등 뒤에 두고, 아우로라는 모아둔 두 손중 하나를 까딱였다. 이른바 '네가 떠날 곳은 아카데미' 작전의 개시였다. 아우로라는 고개를 폭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꼭 할 말이 있는데 잠시 머뭇대는 사람처럼.
"그렇지만……. 마음 같으면 티타임이라도 갖고 싶은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그러니까, 으음.. 좋은 일이라고 해야할까..? 너희를 후원해주고 싶어하는 분이 나타나셨거든. 그분들이, 너희 얼굴이 직접 보고싶다고 하셨어."
만약 들키면 어쩌지? 리히트는 눈치가 빠른 것 같으니까.. 아우로라는 적당히 돌려 말하기로 했다.
"영영 못 보는 건 아니야! 이런 말을 해서 놀랐을 텐데, 미안해."
아우로라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조그마한 입술이 이내 꾹 다물리고 얇은 눈썹이 축 내려갔다.
// 으악 답레 늦어버렸다.. 이른 시간에 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잠깐 정주행으로 아우로라랑, 설정 오류같은 거 다시 감 잡았다구..!
음~ 여기서 리히트가 눈치채더라도 물귀신 작전으로 너도 같이 레이라 놀리자! >;3를 해보고 싶은 건 안비밀..👀 어차피 아우로라가 레이라에게도 네가 얘기해줄 수 있을까? 라고 나올 것 같거든.
그리고 여담이지만.. 아카데미에서 와장창 트리오의 마지막 멤버이자 느슨한 둘의 관계에 긴장감을 주는 서?브가 나올 것 같은데 괜찮은지 물어보려구~! 명예교수 겸 성기사를 맡고있다고 생각중인데.. :3c
아우로라가 고갤 끄덕이자 조용히 방 바깥으로 나가는 시녀를 쫓던 시선은 다시 아우로라에게 돌아왔다. 리히트는 소중한 친구라는 말에 조금 쑥쓰러운 듯 뺨을 검지손가락으로 긁적였다. 전에도 듣긴 했지만 조금 낯간지럽달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조금 곤란한 것도 같고... 귀족 영애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시선을 조금 돌리던 리히트는 곧 고갤 숙이고 눈을 내리까는 아우로라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뭔가 말하려고 하는 걸까?
"후원? 누가?"
귀족들? 리히트는 말을 듣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역시 여기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었던 거구나. 하긴 꿈 같았다고 생각하면서 시선을 돌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앉아있던 침대를 쳐다본다. 물론 영영 못 보는 건 아니라는 아우오라의 목소리에 다시 눈을 돌렸고 살짝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으응, 아냐, 그냥...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후원이라면... 음, 시종으로 가는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라도 배우게 되려나..."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닌 거 같기도 해서 소년은 자신은 괜찮다는 듯 미소지었다. 그래도 토굴에서 지내던 때보다야 훨씬 낫겠지.
"그치만 나 아는 게 많지 않은데, 후원이라는 거, 아우로라...랑 공작님이셨지? 둘이서 많이 신경써준 거 아니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마주한 것을 기점으로 삶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었을까 리히트는 서운한 것보다는 자신이 후원받는 사람에게 잘 보이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것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더 그랬을지도. 그런 리히트의 낌새를 눈치챘는지 아우로라의 손짓을 미리 눈에 담아둔 쌍둥이 중 오세가 헤헤, 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싫다는 말씀이신가요~? 모처럼 후작가의 영애님과 공작님을 봐서 후원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건데 말이죠?" "잘 할 수 있으실거라고 생각해요, 후원자는 다른 분이 되겠지만 공작가에 머물렀던 분이시니까요,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을 거에요."
놀리는 듯한 오세의 뒤로 아이니가 살짝 눈을 흘기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덧붙인다. 물론 전부 연기다.
"아, 그, 그렇겠지. 아냐, 싫다는 건 아니고. 으음. 고마워, 다시 못 보는 건 아니라니까... 신경 써준 거지, 고마워."
조금 짖궂은 말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어느정도 상황을 이해한 건지 금방 침착함을 되찾은 리히트는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잘 하면 괜찮겠지.
//아이구 늦었습니다... 요즘 살짝 늙은건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을 하는게 좀 힘들더라고... 멀티테스킹 하는게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얘기도 있다는데 그래서 그랬다는 건 아니고... 어... 변명이야 미안.. 8ㅁ8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나도 답레 쓰는 김에 한번 스윽 읽고 왔어. 새삼스럽지만 꽤 길게 이어왔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시간에 비해 많은 레스를 주고받진 않았지만 그 길이나 내용 면에선 차고 넘친다고 생각해! 슬슬 올해도 11월... 곧 12월이고 새해인데, 계속 이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리히트는 눈치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다행히(?) 눈치채지는 못했습니다~! 오세랑 아이니가 어떤 식으로 서포트해줄지도 살짝만 넣어봤어! 필요하다면 아우로라주가 쌍둥이를 써줘도 괜찮아! 일단은 이렇게 하구, 리히트가 전달하면 아마 레이라는 안 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고? ㅋㅋㅋ사실 리히트보다는 레이라가 고비라고 생각했거든. 물론 아우로라주가 이해한 레이라도 많이 기대하고 있어!
오오오오 응! 괜찮아 나는 아주 괜찮아! 느슨한 관계에 긴장감이라... 아주 좋아, 서브 캐릭터는 언제나 환영이야! 명예교수에 성기사...! 게다가 와장창 트리오라니... 벌써부터 이렇게 기대하게 있기야? 기대된다!
그동안 시녀들의 보살핌이 부족하진 않았을까? 음, 아닐 것이다. 하녀들과는 다르게 엄격하게 입단속도 관리하는 분들이니까 괜찮을 거야. 아우로라는 리히트를 잠깐 말간 눈으로 쳐다봤다. 친구. 사교계에서 서로 취미를 나누며 사귄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에서 마음이 맞아 사귄 것도 아닌 사지로 몰렸을 때 사귀게 된 친구였기 때문인지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먹는 음식은 입에 맞는지, 편하게 잠들었는지, 보살핌은 충분했는지.. 시선을 돌리는 리히트를 배려해 주듯 아우로라는 반짝반짝하던 미소를 거두고 온화한 시선을 보냈다.
"응, 아주 좋은 분이셔."
귀족이라면 귀족일까? 학장님의 작위를 떠올려 보면 귀족은 맞는 것 같다. 아우로라는 두 눈을 한번 커다랗게 깜빡이더니, 시선을 다시금 맞추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시종은 아니야. 대신 많은 걸 배워야 할 거야."
괜찮다는 미소를 보면서도 아우로라는 쉽게 마주 웃을 수 없었다. 잘 보이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걸 걱정하는 것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세와 아이니가 말을 덧붙여 일단락된 것 같긴 하지만. 아우로라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뻗어 리히트의 손을 덥석 맞잡으려 하더니, 해사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리히트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좋은 분들이고, 글도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러면 편지도 할 수 있을 거고, 나도 일정이 생기면 자주 찾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꼭 다시 만날 수 있어. 이 부분은 조금 단호했던 것 같다. 그야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에 아우로라도 참석할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공작님께서도 허락해 주실 거라 믿었다. 아카데미 교수들은 학생을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카데미로 간다 말하지 않았으니 그 사실은 모르겠지, 밉보인다는 걱정보다는 다른 걸 했으면 좋았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손을 놓아주고 방글방글 미소 지은 모습 그대로, 아우로라는 손을 모았다.
"리히트는 할 수 있어."
다시 강조하고는, 이내 입술만 보드랍게 올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아우로라는 오세와 아이니를 향해 눈을 도르륵 굴렸다. 지금이다! 장난의 마지막 쐐기를 박을 시간인 것 같다.
"그러니까, 부탁이 있는데.. 혹시 레이라에게도 얘기해 줄 수 있을까? 당장 레이라에게도 얘기해주고 싶은데, 실은.. 너희를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께 마저 말씀드려야 하는 게 많거든.. 준비를 끝마쳐야 해서..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해. 오세와 아이니가 도와줄 테니까, 부탁해.." "맞아요! 저희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맡겨만 주세요."
초롱초롱한 눈길이 평소답지 않지만 리히트는 아우로라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을 테니 괜찮겠지 싶었다. 장난기를 겨우 꾹 눌러담았다.
//늦었다~!! 내가.. 나도 요즘 두 가지 이상 하는 게 힘들더라....고... 괜찮아~ 요즘은 좀 어때? 바쁜 건 많이 괜찮아졌을까? ㅋㅋㅋ.. 그러게, 정말 길게 이어왔다구 생각해. 그간 같이 해줘서 정말 고마워! 곧 다가오는 새해에도 열심히 해보자구! >:3
와~! 리히트.. 말랑말랑 귀여운 친구라고 생각해.. 눈치 못챈 리히트가 깜짝 놀라는 걸 어서 보고 싶은걸~ ㅋㅋㅋ 아하, 레이라는 안 믿는구나? 열심히 캐입해볼게! 발랄하니 꽃밭이지만 사실 많은 걸 알고있는? 아우로라랑은 사뭇 다른 로판 여주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중이긴 해~ 0.<
느슨한 관계에 긴장을 주는.. 과거에도 한번 떡밥을 뿌린 적이 있는 서브캐! 는 너무나도 오래전 떡밥이라 나도 에버노트에 써둔 거 보고 아.. 얘가 있었네 싶었다고 한다..🤦♀️ 섭남 나오니 긴장하세요 공작님.. 뽀잉뽀잉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용용이 손바닥 위 토끼가 또 복장 뒤집어 엎을지도 모르니(?)
날이 추우니까 따뜻하게 여며입구, 하루 힘내기! 이어두고 갈 테니 편하고 느긋하게 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