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서 안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 그녀가 아젤 공작가를 모르는듯한, 혹은 언급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이자 조금은 머쓱해졌다. 아닌 걸까? 그렇다면 공작님께서 내가 이렇게 됐다는 건 아실까? 아우로라가 무릎을 끌어안는 자세로 바꿀 무렵, 공작가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우스운 꼴이지만 맞아요. 비네."
제가 아우로라에요. 이런 모습이면 뭐 어떨까? 공작가의 사람을 만났는데! 그런데 왜 여기 계실까? 아우로라는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늠해보려 했다. 날 찾으려 사람을 푼 건 아닐까? 아니면 어쩌다가 이렇게 잡혀온 걸까? 아니면…
"어…?"
아우로라는 마력이 반응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네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한 거지? 내가 가진 마력과 다르다. 선천적으로 다루는 법이 다른 건가? 아니면 달리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걸까? 이런 방법은 처음이었다! 아우로라는 비네를 마주보곤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이종족인 건 둘째치고, 지금 이 마법의 사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아,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이런 방식의 마법은 학계에서 보고 된 적도 없는데!"
아우로라가 대뜸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깜짝 놀라선 뒤로 물러나며 멋쩍은지 헛기침을 했다.
"ㅈ, 죄송해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그것보다 비네는 어쩌다가 여기 오게 된 건가요?"
역시 구하러 와줬구나! 아니, 나도 잡혔어. 이런 전개는 아니겠지? 아우로라는 비네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답레 두고 갈게, 하하, 솔로몬주! 내가 바로 판 괴도다! 솔로몬주의 기회를 냉큼 가져갔지!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그러면 나중에 저택에 가서 설명 해달라 할까? 그것보다 돌아가는게 가능하긴 할까? 아우로라는 굳이 그 생각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절망스러운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지치니까
"뒤통수요? 안 다쳤어요?"
아우로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보다 예상한 전개가 어느정도 들어맞았구나. 아우로라는 왼쪽 옆머리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머리카락을 잘라서..참 결단있는 행동이다. 나는 조금만 잘려도 온갖 호들갑을 떨 텐데.
"비네 씨는 대단하네요. 짧은 순간에 상황에 어느정도 대처도 하시고.. 그것보다 공작님께서 눈치 채셨다면 다행이겠지만..."
아우로라는 아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만 나갈 수는 없어.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혼자 구출되면 무슨 소용인가.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데, 공작님 홀로 괜찮을까요?"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마물을 단신으로 쓸어버리고, 아버지가 늘 욕하던 정치적인 모습도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마물과 달리 더 지독하고 잔인한게 인간이니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아우로라가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차라리 이번에도 참고 혼자 담아둘 걸 그랬나. 그러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만 그랬다면 이런 비윤리적인 일을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어느쪽이라도 진퇴양난인 마음 속이 마냥 복잡했는지 아우로라가 자기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 새벽에 답레를 던지고 사라지는 나는야 괴도 아우로...쳇 먼저 주는 답레라니! 분하다!! 12월이 되니 묘하게 더 바빠지네. 주말인데 시간이 났으면..하고 있어. ㅠㅠ. 좋은 하루 보내!!
공작님께서 머리카락을 발견하시면 좋을 텐데. 아우로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공작님과 연락을 할 방법에 대해선 어색하게 웃었다. 뭐 시도해 본게 있냐고? 당연히 있다. 아우로라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통신 마법을 시도해보려고 했어요. 그런게 무언가에 막히더라고요. 주변에 결계나 조직과 결탁한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쪽이라도 혹시 모를 마법사를 대비했다는 거고, 결계라면 내가 직접 억지로라도 꺨 수 있지만 주변의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우로라는 파묻었던 고개에서 눈만 살짝 들어 비네를 바라보았다. 항상 좋은 일이 있기는 어렵다. 맞는 말이다. 좋은 일만 가득하면 참 좋을 텐데, 세상은 너무나도 야속하다. 아우로라가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비네 씨의 말이 옳아요.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하면 될 거고...그래서 저는 여기 있는 모든 아이들을 꺼내주고 싶어요."
그런데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을 줄은 몰랐네요. 아우로라가 덧붙였다. 마법은 모종의 이유로 막혀있지, 아이들이 언제 끌려나갈지 모르지, 공작님이 오고 계시는지는 불확실하지. 아무것도 모르고 홍차나 마시던 후작 영애의 삶이 뒤틀린 이후로는 모른척 하기도 힘들다. 발벗고 나서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까? 아우로라가 말 없이 비네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비네?"
// 이제야 시간이 나네...갱신하고 갈게. 확진자가 대체 얼마나 쏟아지는 건지 모르겠다. 이젠 한 발자국 나가기가 두렵다는걸 농담으로도 쓸 수 없게 됐어...한 발자국은 커녕 고립하는게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솔로몬주 부디 조심하길 바라..!!
통신 마법을 시도햇지만 무언가에 막혔다는 아우로라의 말에 비네는 흥미로운 듯 고갤 살짝 기울였다. 결계? 인신매매단과 결탁한 마법사의 존재? 어쨌든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마법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는 건 쉽게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그녀는 허공에 떠 있는 불빛을 빤히 쳐다보았다.
" 뭐어, 마탑을 탐탁잖게 여기는 마법사들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제국의 마법사가 아닐 가능성도 있겠죠. "
그렇게 이야기하던 비네는, 자신의 말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며 이 곳에 갇혀 있는 이들을 전부 꺼내주고 싶다고 아우로라가 말하자 의외라는 듯 그녀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서로의 눈을 마주보는 상황에서 잠시간 유지되던 침묵을, 도와줄 수 있겠냐며 아우로라가 깨트린다.
"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라면 도와드려야죠. "
그런 아우로라에게 웃어보이며 어깨를 으쓱인 비네는 뭘 도와주면 좋을지 기다리는 듯 아우로라를 쳐다보았다. 맥락상 통신 마법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 통신 마법을 시도해 보셨다고 했죠? 마법진은 그리셨나요? "
//그러게, 정말로 확진자가 엄청 늘어난 것도 있고... 게다가 여기는 눈이 펑펑 오고 있어...!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따뜻했는데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서 그런가 점점 추워지는 거 같아, 집 안에 있는데도 쌀쌀하네ㅠ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
쉽게 끝날리가. 그랬다면 지금까지 인신매매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우로라는 긴 머리카락의 끝자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은색 머리카락이 어두운 공간 안의 유일한 빛으로 반들거렸다.
"제국의 마법사가 아니면 조금 더 고전하겠네요."
말이 안 통할 가능성도 높고, 제국 외의 사람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아우로라는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도 있고, 인신매매는 어느 나라에서나 중대한 범죄니까 잘 풀릴지도 모르니까.
아우로라는 눈을 마주치고는 곱게 접어 웃었다. 도와준다니 감사해요. 그렇게 답하고나서 아우로라는 마법진 이야기에 소년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볏짚을 치우려 했다.
"네. 들킬까봐 쌓인 먼지로 그리긴 했지만...일단 남아있어요. 안 보이는 곳에 피로 그렸어야 했을까요..."
// 12월은 바쁜 달이야. 정말 바쁜 달이야...ㅠㅠ 답레가 너무 늦어서 미안해. 언질이라도 줬어야 했는데 시간이 도통 나지를 않았어. 분명 며칠 전까지는 춥기만 했는데 겨울이라고 눈도 내려주고..날씨가 참 그렇네. ㅋㅋ. 날씨 추우니까 더 밀폐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항상 조심해!
제국의 마법사가 아니라 다른 곳의 마법사라면 고전할 것 같다는 아우로라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는 비네는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제국 내에서의 인신매매는 불법이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인신매매를 대놓고 했다가는 사회적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인 높으니 보통 이런 일은 아주 조심스럽게 하거나 아예 손을 뗄 텐데. 아무리 변경이라고 해도 이렇게 아이들을 마구 잡아들이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 노예상은 돈이 된다고들 하죠, 딱 느낌이 뒤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
그게 누군지 상당히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우로라와 소년이 볏짚을 치우자 모습을 드러내는 마법진의 흔적을 쳐다본다. 들킬까 봐 먼지로 그려서 어느 정도 지워졌다는 말과 함께 따로 피를 썼어야 했을까 하며 묻는 그녀에게 고갤 저었다.
" 다른 도구가 있는데 굳이 피를 낼 필요는 없죠, 그리고 피는 냄새가 나잖아요? 보니까 이종족도 있는 것 같은데. "
피냄새에 민감한 녀석들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한 비네는 마법진을 보다가 잠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 통신 마법에 대응할 준비를 해놓은 거 같으니 이쪽에서도 신경을 좀 써야겠네요. "
통신 마법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기존에 미리 작업을 해 놓은 게 아니라면 천천히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통신 가능자를 찾는 식일 터, 탐지 마법과 함께 운용되는 셈인데 이 경우에는 아마 탐지 수순부터 막아놓은 모양이었다.
" 노력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직접 마법이 통할 길을 골라야겠는데요. "
//갱신할게! 아냐 괜찮아, 바쁘다고 미리 이야기했었잖아? 그게 미리 언질해 준 거지 뭐!
뒤에 뭔가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아우로라는 동의하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라고 해도 인신매매는 드물어진 추세다. 거기다가 아이들을 사서, 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그 뒤를 캤다간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뭔가 이상해요."
그렇지만 굳이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이상한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거고, 서로 암묵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일 뿐이니까. 마법진의 흔적을 본 아우로라는 괜히 볏짚을 만지작거렸다. 피냄새를 맡는 이종족이 있을 수도 있다. 아우로라는 그 말에 슬쩍 눈을 굴렸다. 마법사에, 이종족, 거기다 인간까지. 이렇게 규모가 있는 인신매매단이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고?
"탐지도 막았고, 통할 길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크롤이 있긴 해도 여기서는 도저히 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스크롤에 대한 결계도 만들었을 테고. 아우로라는 고민하듯 애꿎은 마법진만 빤히 노려보았다. 길을 고르려면 최대한 마력이 새어나가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할 텐데. 그럴 매개체를 어디서 찾지? 마나가 정말 순수해서 길이 될 사람도 주변에 없을 건데.
// 늦어서 미안해. 잠깐 현생 일이 심하게 닥쳐와서...좀 정신이랑 이것저것 수습하느라 들어오지 못했네. 새해 복 많이 받아! 벌써 새해야. 예전엔 새해가 특별한 날이었는데, 이젠 아무것도 아니라 하루가 지난 것 뿐이란걸 깨닫게 되네.... 으으, 혼자 맞는 1월이라니 외롭다 외로워! 날씨도 춥고 바깥도 위험하니까 조심해야해, 알겠지?
솔직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비네의 눈이 반짝 빛을 낸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라면서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사전작업을 해 놨다고는 해도, 한 사람이 이 정도로 정교한 대비를 해 놓지는 못했을 거에요, 마탑의 정식 마법사거나 황실 사제에 준하는 실력이 아니라면 말이죠. "
제가 좀 특이하긴 해도 그 정도의 마법사들을 만나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 아마 그 정도는 아닐 거 같아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확실하겠지만 한 사람의 마력만 있는 게 아닌 걸로 느껴지거든요. "
그렇다면 분명 틈은 있을 거라면서 아우로라를 쳐다보는 비네.
" 아가씨는 알고 계시죠? 둘 이상의 마법사가 쓰는 마법에는 조화가 중요하다는 걸. "
//얍 답레! 어서 와 아우로라주! 기다리고 있었어! 1일에는 아무래도 새해 첫날이다 보니까 가족들이랑 보내느라 미처 레스를 못 봤었네. 으음 확실히 작년에 비해선 조용한 시작이긴 하지만 점점 나아질 거야! 혼자라 외롭다니 안타깝다ㅜㅜ 가족이랑 함께 지내면 좀 낫지 않을까 싶네... 응, 아우로라주도 춥지 않게 잘 갖춰입어!
수작업! 너무 편하게 산 대가일까? 수작업이란 말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 아우로라는 마력을 이용해 불빛을 만든 것과 아이들의 표정을 순차적으로 떠올리고는 할 수 있겠거니 다짐한다. 안 되더라도 해야한다. 아카데미나 집에서 그랬던 것 처럼.
"대단해요. 정교한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아까도 생각했지만, 비네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혼자서라면 이정도 생각까지 미치지는 못했을 건데. 과연 정식 마법사나 황실 사제에 준하는 실력인 사람이 있을까? 그럴리가. 그런 사람들은 누구라도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대우가 좋은 정식 일보다 이런 일을 거들리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마력만 있는게 아니라면.
"조화를 무너뜨릴 생각...이신가요?"
아우로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둘 이상의 마법사가 쓰는 마법에는 조화가 중요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마법사가 여럿 있어도 틈이 생기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그 틈을 어찌저찌 파고들어 무너뜨릴 생각일까? 자연스럽게 벌어진 틈을 타 통신 마법을 걸 생각일까?
"너무 무모한가요..?"
아우로라는 수줍게 웃었다. 너무 공격적인 방안이었을까?
// 갱신하고 갈게. 대체 얼마만에 답레를 잇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함께 있다가 오기는 했어. 물론 지금은 다시 돌아와서 일하는 중이지만. ㅜㅜ...일이 너무 많다! 쉬고는 싶은데 성격이 급해서인지 다음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하다보니까 결국 틈이 없어져버렸어. 지금은 그래도 조금 여유를 찾긴 했는데..언제 또 이런 여유가 생길지는 모르겠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 솔로몬주!
금요일에 답레를 올렸었으니 지금은 주말을 보내고 있겠지, 잘 보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가끔씩 확인하는 거 말고는 뭐라고 쓸 시간도 없더라,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린다니까... 날씨가 요 며칠간 따뜻하다 싶더니 또 갑자기 추워지네, 그래도 얼마 전이랑 비교하면 온화한 편이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날씨가 바뀌는 거 때문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
할 가치를 못 느낀다. 아우로라는 새삼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 보았다. 그동안 스크롤이나 그런 것 때문에 너무 편하게 살긴 했지. 마법을 필요 이상으로 쓸 필요도 없었고...수줍게 웃으면서도 반성하게 됐다.
"한 번에 무너지면 좋겠지만, 상대가 어떤지 모르죠.."
마법으로 맞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기면 좋겠지만, 아직도 그때의 전투에서 남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공격적인 마법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아우로라는 한참을 고민하다 지푸라기 하나를 집어들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저 작은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아우로라는 지푸라기를 만지작거리다 비네를 향해 시선을 옮기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무너뜨린다는 거요. 물리적인 방법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론적인거긴 하지만.."
아우로라가 손가락을 꼼질댔다. 지푸라기가 손가락에 배배 꼬이는 것에 시선을 집중했다.
"틈에 마력이랑 주문을 넣어서 식을 아예 다른 걸로 바꿔치기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무너뜨리는 거잖아요."
문제는 이게 되냐인데...
// 날씨가 너무 춥다. 나도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더라고...ㅠㅠ 점점 익숙해져서 여유도 생기고 바쁜게 줄어들고 있긴 한데, 여전히 몸은 적응이 안 됐나봐. 이렇게나 늦는데 계속 이어줘서 고마워. 항상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솔로몬주도 감기 조심해!
"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상대 숫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단순히 잡혀 있는 걸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요. "
방해 공작을 하고 있는 마법사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잡아온 이들 중 마법 사용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바깥에서부터 자신들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내부에서 마법을 무너뜨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녀가 이야기했듯이 마법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탈출, 혹은 적대자들의 소탕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 오히려 금방 제압당하고 다른 시도까지 제한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마법식을 바꿔치자고요? 해볼 수는 있겠지만... "
말끝을 잠시 흐리던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 들키지 않고 식을 바꿀 수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
언제까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여기 잡혀 있는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중간에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게 될지 알 수 없다며 덧붙이는 비네의 표정은 의외로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갱신하고 갈게, 이틀이나 지나서 답레를 남기네, 계속 저녁때 확인하고 쓰려고 했는데 아예 컴퓨터 앞에 앉지를 못했었어ㅠㅠ 날씨가 또 더웠다 추웠다 오락가락하네, 일단 대체로 따뜻해진 것 같기는 한데 오늘은 또 바람이 많이 불고 말이지...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나도 조심하고 있어!
잡혀만 있는걸로 끝나면 좋을 텐데, 이런 인신매매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것만 해줄지 의문이다. 아우로라는 통신 마법을 실행했을 때의 느낌을 되짚어보았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마력을 차단했나? 아니면 바깥에서 안으로? 아마 바깥에서 안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에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겠지?
"바꿀 수 있을 거예요."
아우로라가 짐짓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확신은 서지 않지만, 확신을 실제로 만들어버리면 되니까.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감을 높이고 용감해져야 할 때도 있다. 아우로라가 결심을 굳히곤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곤 미소를 지었다. 꼭 나가게 해줄게.
그 녀석을 데려가신 게 좋은 선택이었을지... 하고 들리던 목소리는, 대화 상대의 반응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건지 말을 채 마치지 못한 채 멈추었다.
" 언제부터 내 결정에 그리 관심이 많았지? "
불편한 기색이 감도는 어투에, 잠시 걱정을 표했던 이는 답이 없었다. 드르륵, 하고 커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깜깜하던 실내에 빛이 들어오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비추었다.
" 아예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아니면... 내가 그 일대를 뒤집어 엎기를 바라느냐? "
" 그건...아닙니다. 죄송합니다. "
창 바깥을 내다보는 이의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그가 몸을 돌리자 긴 머리카락이 그의 몸이 도는 대로 흔들리며 물결친다. 이윽고 그의 에메랄드빛 눈이 향하는 곳에는 사자 갈기처럼 풍성한 수염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 그렇다면 믿고 기다리도록 하자, 용건이 끝났다면 가 봐라. "
그 시각, 상황을 파훼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아우로라의 모습을 비네는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포기는 커녕 계속해서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라... 비록 비네 자신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 조언?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보통 귀족 자제랑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푸라기... 지금은 더 나은 대안이 딱히 없긴 하겠네요. 지푸라기가 잔뜩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거 같아요. "
생명력이 없으니 마력이 오래 머물기는 어려울 터, 다행스럽게도 헛간처럼 쓰는 공간이라 그런지 온통 널린 게 지푸라기였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지푸라기를 꼬아서 끈을 만드는 게 나으려나.
" 그렇다면 저는 벽에 살짝 구멍을 낼게요, 저희가 있는 공간에 결계가 쳐져 있는 게 아니라 바깥쪽에 쳐져 있을 테니까 틈을 대강 확인하려면 바깥을 봐야 하거든요. "
//갱신할게! 아무래도 2월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보니까 많이 바빴을 거 같아, 또 다음주에는 설 연휴잖아, 아마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많이 모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바쁠 수도 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줘! 나도 무리하지 않으려다 보니까 답레가 좀 늦었네 ㅎㅎ;
화관처럼 엮은 지푸라기에 약간의 마나를 불어넣자 잠깐 반짝이나 싶더니 금세 식어버렸다. 많은 마나를 불어넣으면 조금 길게는 유지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그동안 지푸라기를 엮어 매개체가 되기 가장 쉬운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생명력이 있어야 오래 머무는 법. 이미 바삭바삭해진 지푸라기로는 한계가 있으나 유지를 조금 더 길게 시키는 방법도 있다. 최대한 꺾어 마나가 빠져나가는 시간을 늦추는 것.
무언가를 엮어 만든다.
사교계의 원활한 활동을 위하 온갖 자수요, 뜨개질이요, 심지어 실로 만든 장신구까지 섭렵했던 아우로라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장기였다.
"비네, 이정도면 괜찮겠죠?"
지푸라기는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서 금세 형태를 잡기 시작했다. 아직 휴지를 뭉친 것처럼 조그맣게 뭉쳐진 수준이었지만, 이 속도라면 야구공 크기로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설 연휴야!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아. 솔로몬주! 나는 자가격리 기간이 되어버렸네...내가 방역을 지켜도 남이 안지켜서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참 쓰다. 집합금지니 다들 안 모였으면 하는데 그럴리는 없겠지...더 큰 확진이 없었으면 좋겠어. ㅜㅜ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
식을 살짝 손본 뒤부터는 평상시 하던 대로 통신 마법을 쓰면 되겠죠, 평소랑 매개체가 달라졌다는 점 정도가 다를 뿐이라면서 비네는 구멍에서 조금 물러났다. 빛이 점점이 들어오는 다른 구멍과 달리 꽤 환하게 들어올 만큼 커진 구멍, 이윽고 준비가 다 끝났다는 아우로라의 목소리에 비네는 손을 내밀었다.
" 그럼 이제 주세...응? 왜 그러세요 아가씨? "
지푸라기 공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던 비네는 어쩐지 아우로라의 기분이 이상한 것 같았는지 고갤 살짝 갸웃하며 묻는다. 그러나 그보다는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인지 만약 아우로라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한다면 그녀 역시 더 이상 캐묻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 무슨 말을 할지도 미리 생각해 두세요, 혹시 들킬 때를 대비해서 말이죠. "
// 나도 답레가 너무 늦었따 미안ㅠㅠㅠㅠㅠ 이것저것 시작할 때라 그런가 엄청 바빴어, 적응하고 그러는 데만 해도 진이 쭉쭉 빠지더라고... 날씨가 물론 전보다는 따뜻해졌지만 방심하기에는 쌀쌀한 편이니까 꼭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매개체가 달라졌을 뿐이지 식을 바꾸면 평소랑 다를 바가 없겠다. 아우로라는 구멍의 빛을 빤히 바라보았다. 결연한 표정으로 마주한 빛은 꽤 환했다. 벌써부터 눈이 빛에 약해져서, 적응하는 것에 아주 잠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밀려왔다.
하지만 역시...
"아, 아..그, 여기. 여기요.."
지푸라기 공을 건네며 아우로라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그렇지만 비네의 말에, 빛에 비치는 뺨이 빨갛게 물들어버리고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안 들켰으면 좋겠는데..말이죠..그, 그러니까 빨리..해버리자고요!"
눈을 꼭 감아버리며 아우로라가 바짝 몸을 세웠다. 결연한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이렇게 무너져야 쓰겠냐만은...
// 괜찮아, 괜찮아! 우리 둘 다 느긋하게 써가자구! 이제 새학기 시작이라 학생이고 직장인이고 모두 바쁠 때니까. 적응이 빨리 됐음 좋겠네, 별 일 없으면 더더욱 좋구..일교차가 크더라구. 응응. 코트로 버텨야 할 지 아니면 패딩을 조금 더 꺼내둘 지 고민이 많이 되는 날씨야. 나는 지금 바짝 곤두세우고 감기가 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니까, 솔로몬주도 감기 조심해!
들켜도 좋으니까 포기하지 않길 바랐다. 아우로라는 잠깐 뒤로 돌아 아이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빠져나가고 싶다는 욕망도 있지만 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들킨다고 해도 이미 다른 마나가 들어간 마법진이 온전히 제 기능을 할 확률도 낮았다. 바꿔치기가 조금 더 빠르면 된다. 할 수 있다.
"…그럼, 시작할게요."
그리고 아우로라는 눈을 꾹 감고 몸 안의 마나에 집중했다. 지푸라기 공에 담았던 마나도 같이 공명했고, 마른 풀이 내는 바삭한 소리가 사라지자 바로 마나의 흐름을 붙잡았다. 그러자 아우로라도 스노우디아 가문의 사람이 맞다는 걸 증명하듯 머리카락이 끝에서부터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 이게 뭐야? - 지푸라기로 만든 공이잖냐, 멍청아. - 그게 아니라, 누가 이런 걸 가지고 놀아. 이게 왜 여깄냐고 물은 거잖아. - …안의 녀석들이 장난친 거 아냐?
그리고 그 순간, 아우로라는 한 손을 꽉 쥐며 통신마법을 발동 시켰다. 공작님께 닿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가득 담아.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푸라기 공이 굴러 지나간 자리에는 잠깐이지만 마나의 흔적이 남았다. 본래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마나를 이어나갈 수 있었겠지만 그래서는 안에서부터 마법진에 간섭하기 전에 들키고 만다. 아무튼 그렇게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흔적을 이어 가려는 듯, 아우로라의 머리카락 끝에서부터 감도는 은은한 빛을 비네는 눈에 담았다.
아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잠시 아우로라를 쳐다보고 있던 비네는 정신을 차리고 아우로라의 마법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그녀 스스로는 마나를 사용할 수 없으니, 누가 보조하고 있다는 느낌조차도 상대는 알 수 없을 터, 그야말로 이런 일에 적격인 셈이다.
그렇게 뻗어 나간 마나의 길이 차단 마법의 경계에 닿는 순간. 아우로라의 주도 하에 비네가(아우로라가 적극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록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마법의 식을 조금씩 바꿔 틈을 만들었다.
듣고 있다는 말에 돌아오는 답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통신 마법이 약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띄엄띄엄 들려오는 목소리를 그는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이 상황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건지 아우로라 역시 아우로라는 텀을 길게 두지 않고 계속해서 또박또박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 사고를 쳐버려서 죄송하다. 여기에 자신 말고 다른 아이들도 같이 있다. 그리고...
'...무서워요..도와주세요......'
누가 들어도 진심인 게 분명한 그 목소리로 표현된 말을 들은 그는 잠시 침묵했다. 바로 답을 해줘야겠지만 어쩐지 입이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되었던 탓일까? 그렇긴 해도 시간을 너무 끌다간 상대방이 불안해할 것이 분명했기에 최대한 빨리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 본다.
" 걱정 마시오, 곧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 "
희미하긴 하지만 통신이 닿았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위치를 파악할 여지가 있다는 것. 비록 정확한 위치까지 특정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어느 정도로 특정할 가능성이 있었다.
" 일단 진정하고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해 주시오, 통신 마법은 얼마나 유지할 수 있겠소? "
만약 납치,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놈들에게 붙잡힌 거라면 위치를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혹여 완전소탕에 실패하거나, 헛걸음을 한다면 그대로 영영 마주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아예 다른 나라로 떠 버릴 가능성도 있으니까, 하고 생각하며 그는 답을 기다렸다.
//답레가 너무 빨라서 못 봤었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요 며칠 쌀쌀하네...이렇게 쌀쌀할 줄 모르고 얇게 입었다가 감기걸릴 뻔 했어, 몸이 으슬으슬했는데 따뜻하게 하니까 금방 나아지더라구...아우로라주도 각별히 조심해!
통신 마법이 끊긴 걸까? 아우로라는 불안한 눈치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법이 닿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행히 솔로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곧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아우로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우로라는 아까보단 조금 침착한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하려 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많아요. 그리고 결계가 있어요. 둘 이상의 마법사가 관여한 것 같아요. 유지는 잘 모르겠어요. 들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는, 아무리 많게 잡아도 5분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
아우로라는 잠깐 이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정신을 잃기 전은 별 다를게 없었다. 아니, 아니야. 그 카드! 많은 것이 바뀔거라던 그 노인! 빠르게 기억을 더듬던 아우로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네를 한 번 쳐다보았다.
"ㅇ, 외부에서, 여기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연락이 닿지 않았더라먼 할 수 없었을 시도. 아우로라는 입술을 꾹 다물다 떼었다.
"주술사에게 카드를 받았어요. 점술가인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주술을 쓸 때 쓰는 도구가 있었어요. ㅇ, 여기에 받았던 카드가 남아있다면 아마 주술의 흔적으로나마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바보. 바보! 진짜 그 카드가 말한 대로였다. 난 바보야. 아우로라는 고개를 픽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소리가 들릴까 싶어 다른곳의 눈치를 보면서 할 말은 다 했으니 준바보라고 해야할 지.
// 갱신할게! 감기? 순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나도 지금은 저녁에 따뜻하게 담요도 두르고 그러는 중이야! ㅎㅎ. 곧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되는데 아직도 이렇게 춥다니..좀 걱정이긴 하지만. 맞다. 벚꽃이 정말 예쁘게 폈어. 밖을 나갔다가 너무 꽃이 예쁘게 펴서 봄날이란게 실감이 되더라. 막상 꽃놀이를 갈 수 없는 시국이지만...:( 어서 꽃놀이도 맘놓고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오늘 하루도 행복하길 바라!
어린아이들이 많고, 둘 이상의 마법사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결계가 있다. 마법사가, 둘 이상?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겠거니 했지만 마법사라고 칭할 정도로 어느 정도 소양이 있는 자가 최소 두 명 관여한 납치극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아우로라가 전달해 주는 정보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말마따나 마법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언제 끊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연결되어 있는 동안 최대한의 정보를 알아내야만 했다.
" 방법? 무슨 방법 말이오? "
통신 마법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이런 미약한 신호로는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아우로라가 방법을 찾았다고 하니 당연히 피어오르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침묵 뒤, 주술사에게서 받은 카드를 이용해서 흔적을 짚어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랬었지, 아우로라 양이 그 곳에 향한 건 한 주술사 노인을 마주한 다음이었다고 했었는데... 그 때 카드를 받았을 줄이야.
" 그럴 수도 있겠군, 어서 찾아보시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으니. "
만약 없다면? 자신이 직접 그 일대를 휘저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 아우로라가 휘말릴 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은 이 일을 공론화하는 것 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탑주의 조카인 데다 대귀족의 영애가 납치를 당했다는 게 알려지는 날에는... 아우로라가 무사히 돌아올 가능성은 높겠지만 그 일로 대체 정계에 어떤 문제가 몰아칠 지...
" 혹시 다치지는 않았소? 놈들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고민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우로라에게 다시금 관심을 기울인다.
//갱신! 이제 슬슬 따뜻해지고 있...나? 방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따뜻해지긴 한 거 같아! 특히 낮에 햇빛이 내리쬐는 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뭔가 좋아진다고 해야 하나... 일광욕 하고 싶은 그런 날씨야! 문제는 얼마 안 있어서 황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거...흑흑 지겨운 황사... 꽃놀이 좋지... 벚꽃도 그렇고 꽃들이 예쁘게 피긴 했더라고... 아 얼른 나가서 맘 편히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 카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카드가 여기 있을까? 아우로라는 주변을 불안한 시선으로 훑었다. 이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들이닥칠 지 모른다. 공작님께 누가 되지 않아야만 하는데, 어둠에 익은 두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 아우로라는, 입을 합 다물었다.
다치지 않았냐는 말이 가슴에 쿡쿡 박혔다. 공작님께서 나를 걱정하시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래도 나름 인간(?)적인 분이시니 있는 그대로겠지만, 지금까지 아우로라가 고민해왔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작은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우로라는 입술을 오물거리다 대답을 뱉었다.
"…네.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비네 씨가 머리를 맞았대요."
저보다 다른 아이들도 챙겨달라는 듯 대답을 슬그머니 흐린 아우로라는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드. 카드가 어디있지? 없는 걸까?
"비네, 혹시 카드를 못 보셨나요..?"
불안한 듯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아우로라의 원피스 자락을 누군가 텁, 하고 쥐었다. 용기있는 행동에 아우로라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에 말 없이 체념한듯한 소녀였다. 아우로라는 소녀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거, 걔네가 네 몸을 뒤질 때 떨어진 건데 내가 몰래 주웠어." "…고마워요." "우리 이제 나갈 수 있는 거야?"
아우로라가 카드를 받아들며 결연히 말했다. "네." 라고. 흐린 답이었지만 의중은 확고했다. 소녀는 물끄러미 아우로라를 쳐다보더니, 아우로라에게 뭐라고 작게 속닥거렸다.
방금 그거 말해 봐. 나 여기 오기 전에 언니가 그랬는데, 남자친구한테 나쁜 일이 있었던 걸 얘기하니까 큰 돈 주고 마법스크롤 사서 한달음에 달려왔대. 너도 저분이 그럴 지 어떻게 알아.
깨달음을 얻은듯한 표정을 지은 아우로라는 얼굴을 확 붉혔다. 정말? 소녀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우로라를 살짝 떠밀었다. 아우로라가 머뭇거리다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공작님, 찾았어요. 그리고……."
누군가 보는 것도 아닌데, 두 눈을 슬며시 내리깔며 아우로라는 손을 모았다. 비네가 본다면 아우로라는 분명 수치심에 가득 찬 표정이었을 것이다.
"제가 정신을 잃은 사이 납치범이 제 몸을 뒤졌대요……."
// 따뜻해진 날씨야! 물론 바람이 아직 차긴 하지만 봄이라는게 느껴지는 정도의 바람이니까! 황사도 슬슬 지나가는 분위기고, 오늘은 행복한 금요일! 맘 편히 돌아다닐 날이 올 거야. 그렇지..? 만약 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시간을 내서 여행을 떠나고 싶네. ㅎㅎ. 오늘 하루는 부디 아무 일 없이 무탈하길 바라. 좋은 하루 보내고, 슬슬 구출 파트구나~ 아우로라가 기다리고 있어요, 공작님! ㅋㅋㅋ
혹시 다치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비네가 머리를 맞았다는 말이 이어서 들리자 입을 열었다.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이오, 그리고 비네는... 부상이 심한가?"
옆에서 신호를 조절하며 대화 내용을 듣고 있던 비네는 아우로라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요.' 라며 입술을 움직인 비네는, 카드를 못 봤냐는 아우로라의 말에 고갤 저었다, 카드는 보지 못한 모양. 비네의 부상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현 상황을 타개할 카드의 존재가 중요한 상황에서 아우로라가 긍정적인 답을 해 주길 기다리던 솔로몬이 마법을 통해 들려오는 아우로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카드를 찾았다는 말, 그리고...... 하며 흐려지는 말꼬리에 그는 어떤 말이 이어질지 생각해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렇게 위치가 불확실한 상태니 마음을 읽어내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묘하게 답답한 지금의 상황에 그는 미간을 찌푸린다. 그런 그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극적인 반전이 발생하기 위한 필연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후 들려온 말은 솔로몬으로 하여금 할 말을 잠시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 "
그렇게 발생한 침묵, 누군가가 현재 상황을 모두 보고 있었다면, 혹시 통신 마법이 끊긴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통신 마법의 상태로 인한 잡음 외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손깍지를 끼며 자신의 무릎에 올려 둔 뒤에야, 자신이 너무 오래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할 말을 찾기 시작한다.
" ...찾았다니 잘 됐소, 통신 마법이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으니 바로 카드에 담긴 주술의 편린이라도 전해주시오. "
범상찮은 주술사였던 모양인데다가, 애초에 마법 외에는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탓에 마법사 수준의 결계라고 해도 주술에 대한 대응은 해놓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오랜 시간 살아오는 것에 큰 의미를 찾지 못했던 그였으나, 지금만큼은 주술을 과거에 많이 접했던 기억이 도움이 되는 것에 자그마한 의미가 부여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그 계기가 발생하는 건 전혀 원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 내가 그 곳을 찾아내면 주술적인 반응이 아마 있을 거요, 보통이라면 알아보기 어렵겠지만 아우로라 양은 수준급의 마법사니 분명 알아챌 수 있겠지. 그 때... "
" 아가씨...! 슬슬 한계에요! "
결계 술식의 상당 부분을 고쳤지만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서는 결계를 무너뜨릴 수 없었던 모양인데다가 결계의 자가수복 술식이 작동해 통신 마법을 위해 만들어두었던 틈이 빠르게 메워지고 있었다. 비네는 꽤 필사적으로 틈을 유지하려고 하는 듯 했으나 애초에 직접 결계에 닿아있는 것도 아니고, 지푸라기에 담긴 아우로라의 마력도 슬슬 사라져가고 있었으니... 솔로몬 역시 마법의 상태가 심상찮다는 것을 느끼고 조급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아우로라 양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아무래도 좋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신호를 보내시오, 본래 결계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내부를 지키는 것, 내부에 대한 방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내부로부터의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소, 부수라는 게 아니오, 전부를 부수기에는 모자란 힘이더라도....한... "
잡음이 너무 강해져 솔로몬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 아가씨! 더 이상 유지했다가는 들켜버려요! "
//갱신 겸 답레야! 좀 따뜻해졌다~ 싶었는데 비가 오더니 또 갑자기 쌀쌀해졌어! 아직까지 긴옷을 입고 다녀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니까! 황사는 확실히 좀 잡힌 것 같은데 문제는... 다시 코로나가 기승이라네ㅠㅠ 백신 접종 끝날 때까지는 아무래도 예전처럼 나가서 지내는 건 무리겠지... 개인 방역이 최선이라니까 꼭 조심하자! 그리고 드디어 대단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네! 아우로라 아가씨 기다려 줘요!!!
침묵. 아우로라는 얼굴을 확 붉히며 소녀쪽을 바라보았지만, 소녀는 자기는 모른다는듯 어깨만 으쓱였다. 뭐라고 소녀에게 항의하고 싶지만, 남아있는 주술의 효력을 전해야만 하기에 그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우로라는 카드를 꼭 쥐어 공에 연결된 마나를 아주 조금 떼어 가져오더니, 카드에 불어넣었다. 아우로라 주변으로 몇가지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둥실 떠올랐다. 숨을 불어넣자 그 글자는 사라졌다. 주술과 마법은 서로 호의적이지 않지만 그 근간은 비슷해 어렵지 않게 떼어낼 수 있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아니다. 한 번밖에 듣지 못했지만. 거기다 슬 한계다! 아우로라는 불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지? 결계가 수복되고 있나보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만-
"……."
잡음이 섞여 더는 들리지 않는다. 이대로는 들킨다. 아우로라의 머리카락이 빛을 잃고 다시금 원래의 은발로 돌아갔다. 손에 그려진 작은 마법진이 사그라들었고, 통신이 끊겼다. 아우로라는 카드를 꼭 쥔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비네를 쳐다보며 말했다.
"공작님이 오실 거예요. 비네, 혹시 아이들을 구석으로 숨겨주실 수 있을까요?"
담담히 고하며 아우로라가 생각에 잠긴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 위험한 원시림 안에서도 마법을 썼으니, 결계 안에서라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결계를 부수기엔 미약한 힘이겠지만, 내부의 충격이라면..
"공작님이 오시면 정면으로 마법을 써서 결계를 약화시켜야겠어요."
그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얍, 답레야! 코로나가 기승이야..솔로몬주도 꼭꼭 조심하구, 기다리고 있어! 어서 구해달라구!
통신 마법이 완전히 끊기기 전, 아우로라에게서부터 주술의 효력을 전달받은 솔로몬은 잠시 말 없이 바깥을 내다보았다. 주술의 흔적은 분명히 남아있을 터, 마법사들에게 주술은 익숙한 것이 아닌 만큼 주술의 흔적은 지우지 않았거나, 지웠더라도 완벽히 지우지는 못했으리라 추측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업무용 책상에 놓인 종을 세 번 울렸다. 그러자 잠시 뒤, 두 명 이상의 발걸음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솔로몬의 들어오라는 말이 그 뒤를 이었다.
" 부르셨습니까 공작님? "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플라우로스와, 갑주 차림이 아니라 사복 차림인 용기사들 네댓 명. 그들을 바라보며 솔로몬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고, 입을 열었다.
" 출발하자. "
어디로? 라는 흔한 물음도 없이, 플라우로스와 기사들은 복종의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통신 마법이 끊기고, 자신을 쳐다보며 아이들을 구석으로 숨겨줄 수 있겠냐고 묻는 아우로라의 모습에, 비네는 고갤 끄덕인다.
" 물론이죠,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서둘러야겠네요. "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구석으로 가자며 달래는 동안, 솔로몬이 도착한다면 결계를 약화시키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우로라. 그 말을 듣고 비네는 맞장구를 쳤다.
"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아가씨, 어떤 식으로든 충격을 가하기만 하면 결계 파괴에 도움이 되겠죠. "
문제는 내부에서 마법이 사용됐을 때 저들 측에서 어떻게 반응할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비네는 아이들을 구석으로 모으고, 마찬가지로 자신도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바깥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아우로라와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인신매매단원의 목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 그게 사실이라고? 말도 안 돼, 두목 요즘 너무 걱정이 많은 거 아냐? " " 믿을 만한 정보라잖아, 두목이 귀족들이랑 연결되어 있는 거 모르냐? "
아무튼 그게 사실이라면 얼른 피해야돼, 들어가서 데리고 뜨자고. 점차 가까워지는 목소리와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춰 서고,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때.
아우로라의 손에 쥔 카드가 옅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답레야! 뭔가 구성이 엉망이지만 더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생각이 안 나더라구ㅠㅠ 필력 너무 떨어져...
아이들이 협조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비네의 말에 협조했다. 아우로라도 나름 계획이 있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체내에 남은 마나를 가늠한 뒤, 비네에게 대답했다.
"어떤 식으로든...그렇죠. 이 안에 있는 마법사가 저희를 공격한다고 해도 공작님이 먼저 오실 거예요."
그렇게 믿었다. 아우로라는 뒤를 돌아보곤 거리를 가늠하듯 손을 펼쳐봤다. 이정도 거리면 괜찮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걱정이 많다, 귀족과 연결..잠깐, 귀족이랑 연결이 되어있어? 아우로라가 표정을 확 구겼다.
이건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제국법상 불법이지만 알게모르게 넘어가는 일이 많은 건 안다. 하지만 인신매매는 그래서는 안 될 일이지 않던가! 아버지께 말씀드리기엔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분명 공작가에 큰 누가 된다. 아우로라가 짧게 생각했다. 조만간 작은아버지께 연락을 해야겠다.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자 아우로라가 잔뜩 긴장하듯 마나를 모았다. 그 당시 원시림에서 체외로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던 마나의 규모는 어느정도였지? 거기에서 조금 범위를 좁히고 앞으로 발산하는 범위를 높이면? 그때의 충격 정도는? 아우로라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종합하자면...
자물쇠가 풀리고 손에 쥔 카드가 빛이 났다. 하필 이 타이밍에! 이판사판이다, 아우로라가 비네에게 작게 소리쳤다.
"비네, 엎드려요!"
그리고 망설임 없이 마법진을 펼쳤다. 어차피 들켰으니까 거하게 저지르잔 심산이었다.
//나도 답레야..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쓰자고! 그리고 정말 잘 썼는 걸! 너무 주눅들지 말구!
비네의 말에 아이들이 순순히 따라준 덕에, 아우로라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전부 한쪽 구석으로 모였다. 이대로라면 아우로라가 보호하기에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만약 다소 피해가 생기더라도 비네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바깥에서 들려온 목소리, 아이들이 그 이야기들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우로라의 손에 쥔 카드에서 빛이 나고 있었으니까. 아, 공작님이 오셨구나. 싶어 가만히 그 빛을 바라보던 비네의 귀에 자물쇠가 철컥, 하고 풀리는 소리가 났다. 타이밍 한번 대단하네.
" 네! "
엎드리라는 아우로라의 목소리에 비네는 몸을 낮추었고, 아이들 역시 그런 비네를 따라 바짝 엎드렸다. 마법진이 펼쳐지고, 자물쇠가 풀린 문이 열리며 생긴 틈으로 빛이 새어나올 때.
쾅, 하는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고, 아우로라와 아이들이 있는 장소 역시 심하게 흔들렸다.
" 뭐야! 무슨 일이야! "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애꾸눈 남성은 방금 난 소리와 충격에 당황한 듯, 내부를 살피기보다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얼른 데리고 나와야지! " " 제길, 뭘 알아야 좀 편하게 할 거 아냐! "
함께 온 것 같은 나머지 한 명의 남성이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문을 활짝 열었고, 마법진을 펼치고 있는 아우로라와 눈이 마주쳤다.
" 어? "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열음과 흔들림에 애꾸눈 남성은 자신이 지나온 길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지금 아우로라와 아이들이 있는 장소를 볼 수 있는 건 나머지 한 명뿐. 마법을 펼치고 있는 아우로라를 보고 무어라 말을 하기 위에 입을 열던 남성은 다음 순간 바닥에 고꾸라져 정신을 잃었다. 넘어지면서 둔탁한 소리가 날 법했으나 미리 준비해 둔 건초더미 위로 쓰러졌기 때문일까 큰 소리는 나지 않았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굉음 때문에 그마저도 묻혔다. 이제 남은 건 한 명, 애꾸눈의 남성 뿐, 바로 비네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 남성 역시 바닥에 쓰러졌다.
" 휘유, 깜짝 놀랐네. "
먼저 쓰러진 남성의 턱, 두 번째 남성의 뒷목 부근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타격을 가한 모양이었다. 한번에 한 명씩 쓰러트린 건 어째서일까? 두 명은 상대하기 힘들어서? 어쨌든 예사 사람은 아닌 듯했다. 애초에 머리에 나 있는 커다란 뿔을 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또 다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고, 비네는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얼른 구석으로 돌아왔다.
" 이크, 큰일 날 뻔했네요, 아마 이건 공작님이 결계에 마법을 날리고 계신 거겠죠. "
그럼 이제 내응해야겠네요, 라고 덧붙이며 문 너머를 힐끗 쳐다보는 비네, 이대로 나가서 마주치는 이들을 제압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으나, 아이들을 보곤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응해야만 할까? 마법을 내부에서 쏘아올리면 그걸로 충분한 걸까? 아니면...
쾅, 하고 또 간격을 두고 폭발음이 들려온다. ...어째서 한번에 쏟아붓지 않는 걸까?
//갱신할게! 으으 마지막 주라 너무 바쁘다ㅠㅠ 그래도 끝나기 전에 써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날씨가 갑자기 또 약간 쌀쌀해졌어! 덧입을 옷을 다 집어넣지 않아서 다행인 거 같아, 아우로라주는 어떨라나?
아우로라는 충격에 휘청거리다 마주친 남성을 보며 금세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비네나 다른 아이들에겐 자신의 표정이 보이지도 않을 거니까 마음껏 사나운 모습을 보여도 되겠다 싶었지만 이게 웬걸? 타인이 보기엔 아무리 매서운 표정을 지어도 오목눈이의 힘찬 날갯짓에 불과했다.
"고마워요, 비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사나운(?) 표정을 거둔 아우로라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폭발음이 한 번 더 들려오자 카드를 꾹 쥐었다. 공작님은 어째서 공격을 한번에 쏟아붓지 않는 걸까. 주술의 반응으로 찾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서인가? 그렇다면 마법을 내부에서 쏘아올리면…?
'그걸로는 부족해.'
뭔가 다른 묘수가 있을 것이다. 뭔가 조금 다른, 다른 수가… 아우로라는 지금 상황을 빠르게 되짚었다. 결계, 아이들, 마법… 내부의 충격에 약한 결계!
'아무리 마법을 쏟아 부어도 안쪽의 결계가 깨지지 않는다면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어!'
"비네, 아이들을 부탁할게요!! 지금은 결계를 깨는게 중요해요!!"
다시금 엎드려요!! 아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무작정 열린 문 틈으로 한 발을 내딛으며 아우로라가 눈을 감고 외쳤다. 자신이 기억하기로, 그 당시 마나는 물이 새듯 사라졌고, 충격은 주변을 모조리 얼릴 정도였다. 그때의 느낌을 되살리고 종합한 결과. 앞으로 발산하는 범위는 부채꼴로, 위력은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최대출력이다.
북부, 스노우디아의 혹한의 추위가 아우로라가 서있는 부채꼴 방향으로 휘몰아쳤다. 목표는 결계였다.
공작님.
"전, 전 여기있어요!"
// 그렇게 5월의 첫째주가 돌아오고 말았어...그럼에도 아직 따뜻하다! 싶은 날씨는 아니네. 그렇다고 따뜻한 스웨터나 그런건 또 더운 애매한 날씨야.. ㅜㅜ 나는 다행히 봄 옷도 미리 꺼내둬서, 예상치 못한 쌀쌀함을 잘 대비했네! 지금은 포근한 날씨에 맞춰서 입고 있어. 솔로몬주는 어떨까? :> 으악, 내 휴일 돌려줘요..휴일이 휴일같지 않았지만 아무튼!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 :D
쾅. 지축을 흔드는 파열음이 또 다시 울린다.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투명한 벽과 부딪혀 산산조각나는 소리다. 꽤 튼튼하게 만들었군, 잡배는 아니겠어. 라고 중얼거리며 솔로몬은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꽈악. 하고 장갑과 지팡이 끝의 보석이 문대지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그런 그의 뒤로 보이는 다섯 명의 사람, 판금갑옷 차림은 아니었으나 솔로몬 휘하 용기사단에서 추려 온 이들이었다. 다섯 명 전부 실력은 확실했지만 그 탓인지 기사단 내에서 그리 환영받지는 못하는 듯했다. 아마 성격적인 이유 때문이겠지.
" 공작님, 어째서 보호막을 부수지 않으십니까? "
" 그야, 보호막 안에 인질이 있잖느냐. "
전쟁통이었다면 그런 손속 따위 두지 않을 터, 용기사들에게 누누히 이야기한 부분이기도 했다. 인질 구출은 쉬운 일이 아니니만큼, 완벽한 계획이 없으면 실행해선 안 된다. 만약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인질째로 쓸어버리는 것이 낫다. 그렇기에 솔로몬의 답을 들은 기사는 조금 의아한 듯했다.
"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마법을 쓰고 있으니 반응하기도 쉽겠지.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
여전히 의뭉스러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명령 자체를 의문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었기에 기사는 말 없이 고갤 숙였다. 그리고 또 다시 마법을 떨어트리는 순간, 쾅 하는 소리도 잠시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보호막이 불투명해졌다. 마치 마구 금이 간 듯한 모습.
" 금이...갔다? "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내구력에 한계가 온 건가? 라고 중얼거리는 기사의 말을 들은 건지 솔로몬은 고갤 저었다.
" 자세히 보거라, 저건 균열 같은 게 아니다. "
그 말을 들은 기사가 눈을 찡그리고 보호막을 노려보는가 싶더니, 눈이 순식간에 커지며 중얼거린다.
" 저건... "
" 얼어붙은 게지. "
대단하군, 이게 잠재력인가? 그것도 한 부분만, 물론 방어막이 워낙 컸기에 그 범위는 꽤 넓었으나, 그걸로 충분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으니까. 얼어붙으며 불투명해진 보호막을 응시하며 솔로몬은 지팡이를 쥐지 않은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뻗었다.
" 깨트려라. "
말을 마치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러기 무섭게 결계 위의 하늘이 어두컴컴해졌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줄기의 번개가 얼어붙은 보호막 한 가운데에 내리꽂힌다, 뒤이어 콰르릉, 하는 천둥과 함께 결계의 일부분이 산산조각난다. 구멍이 뻥 뚫린 결계는 느리지만 수복하기 시작했고, 그걸 포착한 솔로몬은 말 위에 뛰어오르며 소리친다.
" 가자! 인질을 구출한다! "
//어이구 벌써 열흘이나 지났네..ㅠㅠ 요즘 엄청 바쁘다, 그래도 열심히 사는 느낌이 들어서 괜찮은 것 같...지는 않고 자유시간이 마땅히 없는게 너무 슬퍼ㅠ 간만에 글 쓰니까 자꾸자꾸 쓰다가 멈칫멈칫하네, 좀 더 스무스하게 써지면 좋겠다.
결계가 얼어붙었다. 이정도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나를 너무 많이 썼나 보다. 아우로라는 비틀거리다 뒤로 넘어가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 앉았다.
"아고고..."
이만큼 큰 마법을 썼으니 당분간 삭신이 아플게 뻔했다. 데뷔탕트 때만 안 아프면 되는데.
'정말이지, 이 순간에도 나는 데뷔탕트만 생각하는 구나.'
공작님에 대한 마음의 갈피도 못 잡아서 이 사단을 냈으면서, 결국 돌고 돌아 또 데뷔탕트 걱정이라니. 아무래도 이쯤 되면 인정하는게 좋겠다. 나는 공작님을 포기 할 생각이 없다.
마음을 가다듬은 아우로라는 뒤를 돌아보며 비네와 아이를 돌아보고 히히 웃었다.
"이제 나갈 수 있어요. 곧 공작님이 오실 거니까."
번개가 치자 아우로라는 자연스럽게 귀를 막았다. 음, 공작님께서 오시는 구나. 맞이해야 하는데. 큰일났네. 마나를 너무 썼나? 아니면 긴장했나?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를 않는다.
"...에헤헤, 저도 안전하게 그쪽으로 좀 끌고 와주실 수 있나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아우로라가 멋쩍게 웃었다. 저 멀리서 신선한 공기와 말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 늦었어..면목이 없어..😭😭 솔로몬주 엄청 바쁘구나, 열심히 사는 느낌이 들면 좋기야 하지만 자유가 없는 건 좀 슬프다.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 그리고 글 잘 썼는 걸?? 주눅 들지 않아도 돼! 나도 하루종일 읽어보고 고민하거든..ㅋㅋㅋ ㅜㅜ 맞아맞아. 날씨 너무 더워~ 5월 후반이라 슬슬 여름 느낌 나도 괜찮겠거니~ 싶긴 한데 이렇게 더우면 7~8월엔 어떻게 될까 두렵기도 해. 설마 40도까지 치솟고 그러진 않겠지?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아우로라도 하루종일 덥다고 종잇장처럼 늘어져 있을 거야. 북부에서 자랐다 보니까 여름 날씨는 완전 쥐약이겠지... 날씨가 더워. 시원하게 입고 너무 차게 있지 말구. 오늘도 고맙구 잘 부탁해, 솔로몬주!
으으 갱신하고 갈게!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답레 못 가져와서 미안해ㅠㅠ 벌써 6월이라서 마무리지을게 한두개가 아니라 자주 와보지도 못했어.. 가능하면 이번 주 내에 답레 준비해 오고.. 그게 안 되면 2주 정도는 가끔 들리는 거 말곤 못할 거 같아ㅠㅠ 흑흑 미안해
순식간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냉기가 아우로라로부터 뿜어져 나오자, 비네를 비롯한 아이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결계에 새겨지는 거대한 프렉탈을 경이로운 듯 바라보았다. 이게... 혼자서 쓸 수 있는 규모의 마법인가? 라고 중얼거리던 비네는, 아우로라가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저 정도 규모의 마법이라면 확실히 발견되었을 터, 솔로몬이 올 거라면서 웃는 아우로라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아우로라의 냉기가 얼린 결계의 중앙에 번개가 내리꽂혔고 잠시간의 텀을 두고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 걱정 마세요, 그 정도는 물론 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
천둥 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멋쩍게 웃으며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데려가줄 수 있냐고 묻는 아우로라에게 비네는 고갤 끄덕인다. 끌고가 달라는 말은 했지만 그랬다가는 안 그래도 지저분해진 옷이 더 찢어지거나 해서 아예 못 쓰게 될지도, 아니... 새 옷을 사면 되려나? 라고 생각하던 비네는, 어쨌든 바닥에 끌리면 상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아우로라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 잠깐만 실례할게요, 공작님껜 비밀로 해 주세요. "
제가 아가씨께 손을 댔다고 하면 왠지 엄청 혼날 거 같아서. 하고 웃으며 비네는 아이들 사이에 아우로라를 내려놓았다. 휴, 하고 한숨 돌리던 그 때,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비네는 웃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이들은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귀를 만지작거리는데, 아마도 비명소리를 차단한 모양이었다.
" 아이들 교육에는 안 좋잖아요? "
그 즈음 솔로몬은 결계 안에 서 있었고, 그 앞에는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엎드린 채 벌벌 떠는 마법사 한 명이 있었다. 그런 마법사를 감정이라곤 단 하나도 감기지 않은 눈으로 내려다 보던 솔로몬은 이내 손을 들어 살짝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 뭐 이쯤하면 되었다. 구속하거라. "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솔로몬의 명령에 따라 기사 한 명이 마법사를 포박했고, 피가 배어나오는 상처를 헝겊으로 꽉 조여 묶어 지혈하자 마법사는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날카롭고 얇은 비명소리였다.
" 그럼 안내를 부탁하도록 할까? 헤메지 않는다면 처분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만. "
그런 마법사로부터 시선을 돌려 바라본 쪽에는 잔뜩 겁먹어 움츠러든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남성이 최대한 아무런 적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 아! 예, 예 물론입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
연신 굽신거리며 몸을 숙이던 남성에게 솔로몬이 별다른 답 없이 손짓하자, 남성은 그 의미를 파악한 듯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쪽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답레를 썼다ㅠㅠㅠㅠ 으아아 너무너무 늦어버렸어, 진짜진짜진짜 미안해 아우로라주, 거의 3주가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들리는 것조차도 못했어ㅠㅠㅠㅠ 바쁘게 하던 일이 끝나고 시간이 좀 나나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 변명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8ㅁ8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을까? 실망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네...
뭘 했다고 벌써 마음이 풀어진담. 아우로라는 비네에게 겨우 팔을 뻗었다. 비네는 폭신폭신 편한 분이구나. 그런데 왜 공작님께 비밀로 해달라고 할까? 아우로라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다 눈을 커다랗게 떴다. 공작님이 혼을 내신다고? 어째서? 이건 도와줬으니까 칭찬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이상한 방면으로 눈치가 없던 아우로라는 아이중 유달리 어린아이를 안심시키듯 안아줬다.
"이제 괜찮아요."
그 순간, 아우로라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은 귀를 만지작거렸다.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마법을 썼구나. 아우로라가 비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비네. 여러모로 신세를 지네요."
이제 공작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면 되겠지. 아마 이곳의 인신매매 일당은 좋은 최후가 아닐 것이다. 제국에서, 아니,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점점 일반 평민을 향한 인신매매는 없어지는 추세다. 야만족이 아닌 이상. 그런데 마법사까지 고용해서 한 마을의 아이를 팔아넘기거나 한다니. 이 일은 분명 마탑에서도 나설 것이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건 모든 곳에 엮여있는 일이다. 아우로라는 팔려간 아이들의 행방을 떠올린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 같아도 이런 참상은 잘 안다. 드미트리가 일거리를 던져주었을 때, 그 지긋지긋한 행정업무의 보고서를 보았으니까.
"정말 괜찮을거야."
아우로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어리고 작은 아이를 노리개로 팔아치운다. 마법을 비틀어 쓰는 흑마법사의 실험체로, 다른 나라의 노예로, 볼 거리로, 아니면 고대의 신을 부르겠다는 제물로, 아예 관상품으로… 사람이 어쩜 이렇게 잔인할까. 아이를 꽉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파묻었다.
이제 모두,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야. 괜찮을 거야. 그런데 난 어떻게 해야하지?
사람의 마음이 참 어렵다. 모든 일이 끝나니 감정이 물밀듯 차오른다. 공작님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도, 이 아이들에 대한 불쌍함도, 내가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공포도, 안도감도, 그리고 다짐도.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넘실거렸다. 방금 전까지 멋쩍게 웃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으면서, 이젠 또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걱정도 마구 치솟고, 안도도...계속, 형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입이 간질거린다. 뭔가 단어라도 뱉고 싶은데, 후련해질 단어는 마땅히 생각나지 않는다.
이건 걱정일까? 아니면 앞으로의 다짐일까? 만약에, 이 일로 공작님과 틀어지게 된다면, 후작 영애의 자격으로 만날 수 없다면 어쩌지.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아우로라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의 발걸음, 여러명인 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을 품도록 하는 발소리가 아닌 안도가 되는 발걸음.
"공작님."
당신이다. 답을 알고 있지만, 난 뱉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지도 모르니까, 그 안에 우리가 영영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싶으니까. 그런데 막상, 이쪽으로 오는 당신을 보니, 그런 생각도 산산이 부서진다. 나는 답을 알고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공작니임…"
해내야겠다. 반드시, 당신에게 꼭 닿고 말 것이다. 아우로라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늦어도 괜찮은 걸. 우리는 느림보잖아. ㅎㅎ. 들리는 것 조차 못할 정도로 많이 바빴으니까. 바쁜 일은 해결 됐을까? 난 절대 실망하지 않았어. 내가 아는 솔로몬주는 엄청 자상하고, 따뜻하고, 또 인내심도 깊어서 내가 늦어도 날 기다려줬는 걸.나도 솔로몬주를 기다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구? 나는 잘 지내고 있었어.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다른 글도 써보고, 아우로라 독백도 써보다가 으악! 오글거려! 하면서 지워보기도 하고. ㅋㅋㅋ... 픽크루도 많이 만들어두긴 했는데..으음, 이건 나중에 공개해야지. 아무튼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꼬오오오옥)
결계가 박살나고, 솔로몬과 기사들의 기습으로 인해 굉장히 어수선한 야영지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솔로몬 일행이 직접 손을 대지 않은 곳에 한해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르니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소란스러움, 물론 결계를 유지하고 있던 마법사들은 그들 중 한 명의 신변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 결계가 흐려지는군. "
마법사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이 일에서 손을 떼고자 한 것이다. 당장 단단하게 유지되었던, 계속해서 보수되었던 결계가 더 이상 보수되지 않는다. 결계 유지에 들던 일손이 줄어들었으니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을 텐데 지금 결계는 흐려지고 있다. 더 이상 결계를 유지할 마음이 없다는 거겠지. 아마 거금을 들여서 고용했을 텐데, 이번 일로 출혈이 굉장히 크겠군. 인신매매단의 재정 상태가 끔찍해질 걸 생각하면서 그는 안내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전체적인 소란스러움과 대비되게 그들이 걷는 길은 조용하다. 저항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자도 없다. 그저 가끔씩 포박되어 끌려 오는 마법사가 흐느끼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고, 그마저도 기사들의 다그침에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 저, 저쪽입니다요. "
얼마나 걸었을까, 안내역을 맡은 남성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을 가리켰다. 일종의 창고, 혹은 헛간으로 쓰는 모양새였고, 그 숫자는 꽤 많았다. 대충 헤아려 봐도 5채 이상 정도인 그 구조물들 중 아우로라가 갇혀 있는 곳은 어디일까,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마법의 흔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력의 잔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그의 눈에, 물에 젖어서 썩어버린 문짝이 들어왔다. 문짝은 반 이상이 썩어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했고,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니...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그 문 너머 두세 명의 아이가 쓰러진 채 있었으니까. 가까이 가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그 숨은 끊어져 있었고, 어떤 꼴을 당하다가 그리 되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 XXX... "
욕지거리가 뒤에서 새어나온다. 그를 수행하는 기사들 중 젊은 이의 입에서부터 새어나오는 그 상스럽지만 분노가 담긴 말은 다른 기사들의 마음 역시 어느 정도는 대변하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에 시선을 빼앗긴 채 있을 때가 아니다. 이 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를 기사들에게 상기시킨 그는 곧 가장 강한 마력의 잔향이 남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아직까지도 그 주변에는 한기가 돌았다, 그 원시림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 열어라. "
솔로몬의 눈치를 살피며 서 있던 남성은 그 말에 급하게 열쇠를 꺼내들었지만 이미 자물쇠는 풀려 있는 상태였다, 이게 무슨 일이람, 이미 도망친 거 아닌가? 그러면 텅 비었을 텐데, 여길 왜 열라고 하는 거지? 하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으나 토를 달기에 그는 용기가 없었다. 결국 마른침을 삼키며 문을 열어젖히자. 눈 깜짝할 새에 그 남성은 뒤로 고꾸라져 꿈틀대고 있었고, 그 턱은 붉게 부어오른다.
" 휘유, 아직도 포기를 안한 놈이 있었.... "
열린 채 삐걱대는 문 앞에 선 것은 로브를 걸친 붉은 머리의 염소 수인, 비네는 손을 털다가 솔로몬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멋쩍은 듯 웃으며 살짝 물러서자, 로브로 인해 가려져 있던 그 뒤가 솔로몬 일행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로브의 그림자가 빛에 의해 물러나고, 문간을 넘어 그 안으로 새어들어간다.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 아우로라. "
나지막한, 짧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는 서 있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렇...긴 하지... 느리긴 해..하지만 그만큼 알차면 충분한 거 아닐까! 응응, 지금은 다 해결된 상태라서 내가 조금만 신경 쓰면 시간은 충분해! 이렇게 말하곤 있지만 그새 또 3일이 훌쩍 지나버렸네, 변명해 보자면 만족스러운 글을 쓰고싶어서 그랬어(?) 아우로라주의 글을 보고 어떻게 답하면 좋을까 생각할 때에는 이렇게 써야지! 하고 막 생각이 떠오르는데 막상 정리해서 쓰려니까 잘 안되더라구ㅠㅠ 그래도 최대한 다듬으려고 노력했어! 아무튼 기다려 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픽크루도 너무 기대된다...!
내가 늦은 건 아니지? 솔로몬주 나와주세요~ 이히히, 농담이구...동접이면 이것저것 얘기하고 싶었네. 만족스러운 글이라니! 잘 써졌을까? 내가 보기엔 너무 멋진데. 내가 아우로라 였다면 지금 당장 뛰어가서 냅다 안았을 거라구. 물론 아우로라는 못하겠지만..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느리긴 해... 이거 뭐냐구우...우리의 혐생을 위하여...건배....흑흑...
이예...갱신이야~ 나도 내심 동접을 기대하긴 하는데 쉽지가 않네! 으음, 그래도 저 글을 쓸 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해! 멋지다고 해줘서 고마워 :) 만약 아우로라가 냅다 안으면 심쿵사 해버릴지도 몰라! 물론 아직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느려도 괜찮아... 어쨌는 계속 이어지는 걸로 지금은 만족하자! 현생이여 조금만 더 자비를 베풀어 다오!
10분 전! 으악, 안돼, 답레 쓰다가 후다닥 뛰어왔어! 안으면 심쿵사 한다니...ㅋㅋㅋ 조금 더 공작님의 마음을 열고 안아주고 싶단 욕심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안는 건 뭐 여러번 해도 괜찮은 거잖아. 으히히히히....좋아, 지금 쓰던 것에서 달려가서 꼬옥 안는것도 추가해봐야지. 아아! 아우로라 선수! 스트라이크 존으로 달려갑니다! 뭐 이런걸 지도 모르겠네...ㅎㅎ;;; 이어지는 걸로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구? 언젠가는 서로 재잘재잘 대화도 하겠지만, 그때까지는 열심히 느릿느릿이라도 진도도 나가고 그래야겠단 생각도 들구 그러네~ 우리 엄청 오래 달려온 거 알아? 공백기도 좀 있긴 했지만, 우리 2년째 이어지고 있어. 대단한 것 같아. 2년동안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솔로몬주. 앞으로도, 언젠가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잘 부탁할게❤
아우로라는 들려오는 발소리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이 되는 발소리였다. 물론 아우로라가 이종족이거나 해서 누군가를 발걸음 소리로만 분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직감이 그랬다. 두려워해야 하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마음을 다잡고 아우로라가 비네를 쳐다봤다. 문이 열리자 남은 잔당이 쓰러졌고, 아우로라는 입을 다무는 비네를 보며 아이를 품에 꾸욱 안았다. 아이는 오들오들 떨다 아우로라의 품에 고개를 파묻고 얼굴을 부볐다.
"괜찮아."
공작님이 오셨어. 그분께 닿고 말거야. 다짐과 안도가 한꺼번에 치밀어오르고 눈물이 되어 떨어졌다. 아우로라는 아이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어딘가 급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공작님이란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아이들의 품으로 허겁지겁 가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힘든 일도 이제 끝이다. 자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우로라는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일어나고 걷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기절했을 때 아무렇게나 들고 온건지 머리카락은 조금 붕 떠있었고, 마법의 여파 때문에 약간의 서리가 앉아있듯 얼음 결정이 머리 위에 있었다. 흙먼지는 옷에 묻어있었고, 신발은 또 없다. 아랫자락은 조금 찢어졌다. 잘못하다간 허벅지가 보일듯 말듯 했다. 후작가의 영애보다는 어디 탈출한 노예소녀가 이렇지 않을까? 그런데도 이번에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음을 가득 채운 감정을 부끄러움 따위는 감히 이길 수 없었다.
"공작님."
나지막하고 짧은 목소리. 그 안에 담긴 심정. 아우로라는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도도도 달렸다. 맨발로 지푸라기를 밟는 감촉이 느껴졌다. 버석버석하고 푹신한 그 느낌이 구름을 타고 달리는 것 같았다. 눈물과 함께 한 번 솔로몬을 올려다보고, 망설일 틈 없이 마지막 발을 딛고 그를 끌어안았다. 손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아우로라가 서슴없이 그를 포옥 안았다.
"죄송, 죄송해요. 함부로 나가서, 바람만 쐬고 싶었는데, 죄송해요. 무서웠어요."
횡설수설 얘기하던 아우로라는 결국 목놓아 울었다. 전혀 귀족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몸에 배어있던 교양이 멀리멀리 날아간 것처럼, 그냥 엉엉 울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죄송하다 얘기했다. 속으로만 여러 의미를 꽁꽁 싸맸다.
함부로 나가서 죄송해요. 걱정 시켜서 죄송해요. 품위가 없어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놓치지 않을 거라서. 포기하지 않을 거라서.
열린 문으로 눈이 마주쳤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그와 다르게 소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딛던 다리는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한 위치에 다다른다.
허리 부분에 느껴지는 낯선 감촉에 내려다보자, 그 시선의 끝에는 작은 소녀가 있었다. 영광스런 가문의 영애였으나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저 작은 소녀일 뿐이었다. 자신을 꼭 끌어안은 채 죄송하다며, 무서웠다며 이야기하던 소녀가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그는 말없이 그런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 ...내가 왔잖소. "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것을 표현하듯 그의 손이 소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렇게 소녀를 다독이기 시작한 뒤에야 소녀의 옷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아챈 그는, 자신의 어깨에 걸렸던 망토를 벗어 쥐곤 소녀를 감쌌다.
" 꼴이 말이 아니로군, 맨발이고. "
바닥이 거칠 텐데 상처가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라며 중얼거린 그는 신발을 찾아올까 생각하다가 제대로 된 게 아니라면 혹시 생겼을지도 모르는 상처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겠지, 이러려고 말을 이끌고 온 것이기도 하고.
" 마차를 찾아오너라, 분명 쓸만한 게 있을 게다. "
아무리 아이들이 가볍더라도 운반하는 데에는 수레가 필요했을 터, 단순한 손수레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마차 한 대 정도는 마련해뒀을 것이라 판단한 그는 휘하 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 두 대 정도면 될 것이다, 아이들의 상태도 확인해야 하니 서둘러라. "
명령을 받들겠다며 기사들이 흩어지자, 창고 앞에는 그와 소녀, 붉은 머리 수인 그리고 아이들뿐이었다. 아이들을 잠시 훑어보던 그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 곧 마차가 올 거요, 그 때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
그렇게 이야기한 뒤에 잠시 소녀를 빤히 바라보던 그는 몸을 낮추는가 싶더니 자리를 잡고 앉아 버렸다. 그리곤 자신 앞에 있는 소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 피곤할 텐데, 앉아서 기다리는 건 어떻소? "
그렇지만... 어디에?
//갱신! 어느새 2년!! 대단해ㅡ 나 역시도 고맙고, 끝날 때까지 잘 부탁해! 아참, 이번 레스 답은 짧은 호흡으로 부탁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실시간 느낌으로 파바박!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일방적으로 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펑펑 쏟아졌다. 긴장이 모조리 풀렸다. 아이들을 구해주겠다고 호언장담은 했지만 사실 많이 불안했다. 그걸 꾹 누르고 애써 강한척 했다. 들키기 직전의 상황에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심장이 저 멀리 곤두박질 치는 줄 알았다. 이제서야 그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니 아우로라는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공작님이 오셨으니까.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느낌에 고개를 파묻었다. 파묻은 고개, 어깨에 내려앉는 망토가 따뜻했다. 아우로라는 훌쩍훌쩍, 눈물을 그치듯 몸을 떨곤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하얀 피부에서 울음기가 가시지 않은 눈가가 새빨갰다. 아직도 눈물이 투명한 공막에서 고여 뚝뚝 떨어졌다.
"…아이들을 먼저 챙겨주세요."
그리고 아우로라는 기사에게 지시하는 솔로몬의 품에서 작지만 확고하게 의견을 꺼냈다. 자신도 중요했지만 여기 아이들은 오래 있었을 것이다. 고작 몇시간 있었다고 난리가 난 아우로라를 보면, 아이들은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안도 뒤에 스쳤다.
이후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올려다봤다. 안전. 얼마나 달콤한 단어일까? 아우로라는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다가, 고개를 픽 숙였다. 시선이 닿자 망토를 괜히 여미듯 팔을 풀고 망토의 자락을 꼬옥 쥐었다. 그러다가도, 그가 자리를 잡고 앉아버리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앉아서 기다리라고? 공작님처럼 바닥에 앉으면 될까? 아우로라는 꼼지락, 발가락을 한 번 오므리더니 그를 바라봤다. 그가 제지하지 않는다면 사붓하게 바닥에 앉아보려 하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눈가를 따라 눈물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눈물을 닦아주는 게 좋을까 생각하면서 소녀를 토닥이던 그는,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소녀가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을 먼저 챙겨달라는 말에 그는 시선을 옮겨, 모여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의외로 덤덤했다고 해야 할까,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걱정하지 마시오, 이 곳에서만 빠져나가면 아이들을 푹 쉬게 할 수 있게끔 준비해 놓았소. "
기습이 발각되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소수의 병력만을 이끌고 왔다, 그 결과는 만족스럽긴 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기에 적합한 수레 등은 가져오지 않았으니, 이 부분만큼은 이 인신매매단의 수레가 멀쩡한 것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어쩄든, 아이들을 먼저 신경 써달라는 말을 듣기는 했으니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그는 비네를 향해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 아이들을 이리로 데려오거라, 여기 여분의 로브가 있으니 바닥에 깔고 올라앉게끔 해라. "
웃으며 몸을 숙인 비네가 로브를 집어들고 아이들 쪽으로 간 동안, 소녀가 발가락을 오므리다가 자신을 바라보며 바닥에 조심스레 앉으려고 하자, 팔을 들어 그녀를 가볍게 제지했다.
" 흙바닥을 맨발로 딛는 게 기분전환에는 좋다지만 이미 충분할 정도로 디뎠잖소, 이리 오시오. "
그런 말과 함께 소녀의 팔을 잡아당기는 그, 별다른 저항이 없다면 아마 소녀가 앉게 되는 곳은 그의 다리 위였을 것이다.
솔로몬의 지시에 비네는 웃으며 몸을 숙였다. 아우로라는 그 모습에 안도하듯 잔뜩 올라갔던 어깨가 편안하게 내려갔다. 아이들은 어안이 벙벙한지 잠깐 두리번거리다, 로브에 앉았다. 한 여자아이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작게 울자 다른 아이가 달래주었다. 드디어 자유가 됐음을 실감했겠지? 아우로라는 아이쪽을 돌아보곤 다시 그를 바라봤다.
"어, 어...네?"
아우로라는 저항없이 쑥 끌려갔다. 바닥의 딱딱한 감촉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삭바삭한 지푸라기 위도 아니었다. 아우로라는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올려 가까이에 있는 솔로몬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단 몇초만에 아우로라는 놀란 고양이처럼 길쭉해졌다. 허리가 쭈욱 늘어나고, 눈매는 동그란 모양으로 커졌다.
지금 내가 어디에 앉은 거람?! 세상에, 한 번도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망토를 꼭 쥔 아우로라는 빨갛게 물든 얼굴을 가리듯 고개를 푹 숙였다. 공작님의 다리 위라니. 아우로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버법, 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고, 고, 공작님...?"
심장이 콩콩 요동쳤다. 아우로라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바랐다. 살짝 그를 올려다보듯 고개를 돌리고는 그를 잠시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을까? 그것도 다리 위에 앉아서!
// 이런 전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어?! 너무 좋아~ 최고야, 최고! 늦어도 괜찮다구, 오늘안에 써온단 약속은 지켰으니까~ 솔로몬주 아주 칭찬해! 😘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온 소녀는 그의 다리 위에 앉아 있었다. 과연 지푸라기 위나, 풀 위보다 편할지는 모르겠으나 더 이상 소녀의 발이 흙에 닿는 것을 보기 싫었으므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다리 위에 앉은 소녀가 당황한 듯 붉어지는 얼굴을 숙이자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을 한다. 한창 때의 소녀에게 이런 접촉은 아무래도 불편하겠지. 그런 걸 일일히 생각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 왜 그러시오, 아우로라. "
조금 진정된 건지 자신을 부르며 올려다보는 소녀를 향해 고갤 돌린다. 새삼스럽지만, 평소에 아담하기는 했어도 어쩐지 지금은 더 조그마한 듯한 느낌, 무릎 위에 올려두기는 했으나 그녀가 불편하지 않게끔 등을 받쳐주는 것 외에는 딱히 뭘 해줄 만한 게 없었다.
아우로라는 붉은 얼굴을 숨기려 애썼다. 어떡하지? 심장이 마구 쿵쾅댄다. 불현듯 아카데미 시절에 몰래 읽던 로맨스 소설이 떠올랐다. 딱 이렇게, 서로 사랑을 느끼고 그러던데..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치자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였다.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됐는지 삐쭉 놀라긴 했지만, 시선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뭐, 공작님은 그럴 리도 없고. 세상이 소설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아주 약간의 기대 정도는 걸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아우로라는 등에 닿는 따뜻한 온기에 발을 잠깐 꼼질꼼질 움직였다.
"아뇨..괜찮아요."
양 뺨에 손을 올리고 열감을 식히듯 고개를 잠깐 숙였다가도, 흘끔 다시 솔로몬을 쳐다봤다. 가까이에서 보는 그는 역시 멋있다. 흉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아우로라는 흉터로 시선을 한 번, 그의 보석같은 눈동자로 시선을 한 번 옮겼다. 자신의 한쪽 볼을 만지작거리니 머리카락에 가려진 부분이 유독 도드라졌다. 원시림에서 있던 전투에서 생겼던 흉터였다. 공작님과 닮은 부분. 영애에게 흉터는 수치라지만 아우로라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공작님과 닮은 부분이 생겨 조금은 기뻤다.
"공작님은 제가 무겁지 않으신가요..?"
아우로라는 발가락을 다시 꼼질꼼질 움직였다. 내가 무거우면 어쩌지? 일어나야 할까? 물론 진지하기 보단 가벼운 농담이었다. 일어나려고 해도 공작님이 다시 앉힐 것 같았으니까. 아우로라가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였다.
//생각할수록 공작님 너무 스윗해~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게 있다면 주저없이 저지르라구? o.< 벌써 새벽이야~ 좋은 하루 되길 바라구! 히히~
시선이 마주치긴 했지만 딱히 피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말은 하지 않아도 행동이나 표정 등을 통해서 대강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시선을 피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게 불편한 상태는 아니리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소녀는 불편하냐는 질문에 괜찮다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괜찮다니 다행이라며 잠시 고갤 들어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향하게 한다. 처음엔 울던 아이들도 있었으나 지금 자신들에게 어떤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 건지 조금 더 차분해진 상태인 듯 보였다. 곧 시선은 다시금 소녀를 향했고, 자신이 무겁지 않냐는 질문이 귀에 들어왔다.
" 무겁지 않소. "
단호하게 딱 잘라 대답한 그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번이 두 번째, 계속해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보자니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해서 이렇게 그녀를 보호하는 게 옳은가? 이런 행동이 스스로 약점을 만들어 내보이는 꼴은 아닌가?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무시하려면 무시할 수 있을 텐데. 어쩌면 자신에게도, 소녀에게도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감돈다.
갱신하고 갈게!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장마라는데 어째 비 내리는게 좀 시원찮네, 하긴 작년에 엄청나게 왔을 때도 여긴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았으니까... 그건 둘째치고 엄청 눅눅하고 습해서 큰일이다, 기온은 그리 높은게 아닌거 같은데 무진장 더워ㅠ 아우로라주는 괜찮을까 모르겠다..
정말 안 무거우신 걸까? 아우로라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공작님은 다른 기사님처럼 힘도 세시고 그러시니까 괜찮으신 걸지도 모르겠다. 아우로라는 오물오물 입술을 물다가 작게 웃었다.
"피이, 너무 단호하신 거 아니에요?"
작은 농담이 끝나니 에메랄드빛 시선이 닿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니 다시 심장이 쿵쿵 뛰었다. 분홍색 눈을 크게 깜빡, 하고 감았다 뜬 아우로라는 작은 한숨에 누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어디 불편하신 걸까. 음, 아무래도 내가 걱정되시는 걸까.
당연하겠지. 좋은 관계로 시작된게 아닌데. 지금 이렇게 계속 위험에 빠지니까, 여간 고민이 아니실 것이다. 아우로라의 풍성한 속눈썹이 아래로 향했다 위로 움직인다.
만약 공작님께서도 내 연심을 받아주시면 약점만 만드는 꼴이겠다. 하지만 왜 내 욕심은 불쑥 고개를 내밀고 계속 커지기만 할까. 그래도 이겨낼 수 있을거란 바보같은 희망도 무럭무럭 자란다. 음, 이러니까 소네타가 연애는 하지 말라고 하는 건가? 아우로라는 그의 어깨에 고개를 톡 기대고 히, 하고 미소를 지었다. 아주 큰 용기를 쥐어짜낸 행동이었다.
"네에. 데뷔탕트 때 아파서 공작님 에스코트를 못 받는 건 저도 싫으니까, 조심할게요."
그리고 우물쭈물, 하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만 펼치고 손을 올렸다. 처음 공작저에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렇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약속할게요."
// 더..더워~~ 눅눅하고 덥고 습해~ ㅠㅠㅠ 지금 거긴 어떨까? 괜찮으면 좋겠다. 솔로몬주 너무 무리하지 말구~ 시원한 곳에서 더위 안먹게 조심하구 냉방병 안걸리게 조심하기야! 으아악 솔로몬 스윗해 너무좋아! ㅠㅠ 공작님..데뷔탕트 때까지 아우로라가 힘낼게..절대 안 다칠게..!!🥰🥰
너무 단호한 것 아니냐는 가벼운 농담에 그 역시 가벼운 어조로 대답하고 나면 자신의 다리 위에 올라앉은 작은 소녀가 눈에 자연스레 들어온다. 소녀 역시 그 자색의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으니 그가 한숨을 쉬는 것부터 하나하나 다 눈에 담고 있었겠지. 한숨 뒤에 이어진 노파심 섞인 자신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기대오자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의 에스코트를 받지 못하는 것이 싫으니 조심하겠다는 그녀의 말과 미소는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는 그였지만 그런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소녀가 새끼손가락을 펼치고 손을 위로 살짝 들어올리며 약속하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말없이 그 자그마한 손과, 손의 주인이 보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고, 작은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 약속이오. "
꼭 지킬 수 있길 바란다며 그는 아주 옅게 미소를 띄웠다가 금새 지웠고,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저만치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수레를 찾아 기사들이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더...더워! 단순히 뜨거운게 아니라 눅눅한게 너무 끔찍해ㅠ 비라도 좀 쏟아지면 나을까 싶은데 어째 소나기 뿐이네...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더 덥고...흑흑 에어컨님 저를 도와주세요! 아우로라주도 더위랑 냉방병 조심해! 환기 자주 하고!
부끄러운데. 아우로라의 뺨이 복숭아빛으로 발그레 달아올랐다. 공작님의 가벼운 농담이라도, 이런 농담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아우로라는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습관적인 미소지만 안도감이 든 미소였다. 용기를 내 기댄 품은 단단했다. 기분이 좋았다. 이런 축복이 있구나 싶었다.
"약속 했으니까, 꼭 지켜야 해요."
손가락이 걸렸다. 그때는 같이 있어달라 했고, 지금은 내가 먼저 조심하겠다 했고. 이러면 서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까? 아우로라는 저 멀리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와 그의 희미한 미소에 배시시 웃었다. 기사들이 오는 것 같다.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저택에 돌아가면 아이들의 부모님도 찾아주고 그래야겠다. 이번 사건의 배후중에 마법사가 있었으니 작은 아버지께도 편지를 드려야 하고, 꿈 같은 시간이 저 멀리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이니까. 잘 먹고, 잘 쉬면서, 열심히 일하고, 그리고 데뷔탕트가 되면 공작님의 손을 잡고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춤도 출 것이다.
너무 많은 소원이 아닐까? 음, 그래도 괜찮을 거야. 언제는 이런 걸 안 바라고 산 것도 아니고. 아우로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의 손을 꼬옥 잡았다. 조막만한 손이 커다란 손을 쥐고, 아우로라는 우물쭈물 눈을 굴리다 눈을 꼬옥 감더니 그의 손에 대뜸 뺨을 부비고 히히 웃었다.
"이건 약속의 보증이에요."
// 갸아아 늦었다..! 비가 그치니 폭염이 찾아오네..사실 우린 찜통 속의 만두가 아닐까? 아니면 이렇게 더울 리가 없어...ㅠㅠㅠㅠㅠ 냉방병 걸리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구. 솔로몬주도 더위랑 냉방병 특히!! 조심해야해! 지금 엄청 더우니까, 열대야도 이겨내고 모기도 이겨내고...이겨낼 게 많긴 한데 할 수 있을거야!! ㅎㅎㅎㅎㅎ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미소짓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약속을 했으니 꼭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소녀에게 그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는 대신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줬을 뿐이었다. 얼마 뒤 저만치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직감한 것인지,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는 거냐며 묻는 소녀에게 그는 고갤 끄덕였다.
" 돌아가야지, 다들 기다리고 있소. "
그렇다, 지금쯤 다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터다. 분명 좋은 소식을 가져올 거라고 믿으며. 급하게 아우로라의 가출(?)소식을 전해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그는 저만치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기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기사들은 솔로몬이 명령한 대로, 꽤 멀쩡하게 생긴 마차를 끌고 왔으며, 크기도 꽤 컸기에 아이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 보였다. 이제는 돌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준비하던 그는, 소녀가 자신의 손을 쥐는가 싶더니, 소녀 자신의 얼굴을 부비자 의아한 듯 내려다보았다.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
굳이 보증을 해주지 않아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입으로 내지는 않은 그는, 소녀를 부드럽지만 단단히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니까... 소녀를 안아든 채 일어선 셈이다.
" 이건 믿겠다는 의미요. "
나쁘진 않지? 라고 덧붙이면서 그는 멈춰 선 마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늦었...다... 너..너무더워... 하루나 이틀 전에 갑자기 폭우가 쏱아질 땐 좀 나았던 거 같은데 그냥 기분 탓이었나 봐, 아우로라주 말처럼 진짜 찜통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 에어컨이 없으면 진즉 푹 쪄졌지 않을까... 응 그래, 걱정해줘서 고맙구, 꼭 무사히 이 여름을 이겨내자구!
다들 기다린다. 아우로라는 아가씨를 걱정했다며 울지도 모를 오세와 아이니를 떠올렸다. 알게 모르게 배려해주는 플라우로스도 떠올렸고, 문을 두드리던 메이드도 떠올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거하게 사고를 친 것 같아서 미소가 멋쩍게 변했다.
"사과..드려야겠지요.."
진심을 담아 사과 하는 건 아우로라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지만, 그 이후의 일이 중요하다.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왜 나갔냐'는 말이 나오면 아우로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었으니까. 공작님을 좋아해서 그랬다고 실토하기 전에 변명거리를 빨리 생각해야겠다.
아우로라는 마차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린다. 솔로몬이 보는 방향에서 보니 마음이 놓인다. 공작님이 왔을 때부터 놓이긴 했지만 아이들을 편하게 데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추가되니까, 이젠 늘어져도 좋을 것 같았다. 아우로라는 뺨을 부비며 작게 웃었다. 밀쳐내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으시고. 약속의 보증이라면서 사심을 작게 채우는 것이 좋았다.
"어, 꺄앗..?!"
아우로라는 입을 폭 틀어막고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몸 밑으로 단단한 팔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야가 갑자기 높아졌다. 말하지 않아도 이 상황을 알 것 같았다. 나 지금 안긴 거야?! 솔로몬의 말에 아우로라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갈곳 없는 눈동자가 주변을 쓱 훑는다. 아이들이 보고 있었다. 비네도 보고 있는 걸까?! 문득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 남자들이 달려온다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줬던 소녀는 말은 하지 않지만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우로라는 입술을 몇번 뻐끔거리다, 고개를 푹 숙이며 오물오물 대답했다.
"하, 하나도 안..나빠요..."
사심이 드러나진 않았겠지? 아우로라는 홧홧한 뺨 위로 양 손을 얹었다.
//늦었어...나도...너무너무 더워..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더워! 에어컨이 없었더라면 푹 익어서 진작 접시 위에 올라갔을 것 같아..좋아! 아자아자 파이팅..제발 더위야...사라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과해야겠다는 소녀의 말에, 소녀가 사라졌을 때 발생했던 사용인들의 소란을 떠올리며 맞장구를 치는 그. 아무도 그녀가 그렇게 훌쩍 저택을 나가 버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충격이 더욱 컸겠지. 혹시 자신들이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해하던 메이드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럼 돌아갑시다, 마차가 좋겠소, 아니면..."
갑작스레 안아들어올려져 깜짝 놀란 소녀에게, 말을 끝맺어 이야기하는 대신 이 곳까지 자신을 태우고 왔고 다시 그를 태워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며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말 위에 얹힌 안장의 크기는 뭐... 두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그 사이 기사들이 마차를 이끌고 도착했고, 솔로몬의 눈짓에 따라 아이들을 마차에 태우기 시작했다.
"비네, 마차에 타거라."
조금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던 비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곤 마차에 올라탔다. 하나 둘, 아이들이 마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던 그는 천천히 자신의 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아우로라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마차를 타겠소? 아니면 말에 동승하겠소?"
//ㅋㅋ...어째서 텀을 줄이기가 이리 어렵지... 덥다 더워, 하기사 가장 더울 때지... 조금만 더 버티자! 가을이 우릴 기다린다!
아우로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공작님 덕분에 변명거리를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무릎 위에 앉는건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단단한 품에 안길 줄은 몰랐으니까. 기시감이 들었다. 분명 예전에, 푸른 달 꽃을 보러 갔을 때도 단단한 느낌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세상에, 이게 무슨 생각이람. 아우로라는 누군가 생각을 읽지도 않는데 괜히 눈치를 봤다.
"그게……."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시선을 따라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을 봤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안장의 크기로 봐서는 아우로라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빤히 쳐다보더니 시선을 피했다. 아이들은 마차에 탔고, 비네도 마차에 탔다. 비네는 괜찮을까? 마차에 타는 모습을 빤히 보던 아우로라는 솔로몬이 움직여 거리가 좀 멀어지자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그게, 선택하라는 것이..아우로라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고개를 픽 숙였다.
"……말..이요."
바람이 쐬고 싶기도 했고, 공작님께서 아쉬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공작님은 자기가 아쉬워 할리가 없다고 하실 분이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아쉬워하지 않을까? 응,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을리가 없다! 하고 혼자 생각하고는 아우로라가 배시시 웃었다.
// 가을이 기다리기엔 우리가 먼저 만두가 되어서 노릇노릇 쪄질 것 같아..ㅎㅎㅎ ㅜㅜ 올림픽 기간이 되고 8월도 되어버렸네. 이번 한달도 잘부탁해, 솔로몬주! :>
말을 같이 탈지, 마차에 따로 탈지 결정하라는 자신의 말에 조금 고민하는 듯 보이던 소녀는 고개를 픽 숙이며 입을 열어 목소리를 냈다. 말에 같이 타고 싶다는 목소리를 듣고 그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말 쪽으로 가는 대신 휘파람을 불었고, 휘파람 소리에 반응해 말이 다가온다.
" 잘 붙잡으시오. "
자신에게 안겨 있는 소녀를 한쪽 팔로 단단히 지지하면서 말의 안장을 붙잡은 그는, 등자에 발을 올린 뒤 훌쩍 뛰어 안장에 올라앉았다. 그렇게 안장에 안착한 뒤에야 소녀를 지지하던 팔의 힘을 풀며 그녀가 안장에 앉아 있을 수 있도록 했다.
" 그럼 돌아갑시다. "
빨리 돌아가고 싶겠지만 아이들이 탄 마차를 빨리 몰 수는 없지 않겠냐고 덧붙이며 그는 마차를 돌아보았다. 이미 아이들은 마차에 전부 올라탄 상태고, 마차에 가만히 앉아 있을 걸로 생각됐던 비네가 어느새 말 위에 올라앉아 마차를 끌 준비를 한 채 아우로라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본 솔로몬은 고갤 돌려 말고삐를 가볍게 쥔 채 말의 걸음을 재촉했고, 말은 곧 반응해 발걸음을 옮긴다. 말의 걸음걸이에 따라 조금씩 시야가 흔들린다.
//그으래도 한 달 정도 남았으니까... 복날만 지나면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응 그래! 이번 달도 잘 부탁해 아우로라주!
걱정했다고 봐야 하나? 그는 우물거리던 소녀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걱정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뭘 걱정했냐고 하자면...
"물론 신경이 쓰였지."
어째서 신경이 쓰였는지는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며 그는 말을 몰았다. 푹신거리던 풀밭을 벗어나, 외곽의 마을로 들어서니 반듯하게 져지지 않은 흙길이 그들을 반기고 말발굽 소리가 다그닥거린다. 말발굽 소리와 마차 소리,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 때문이었는지 조용한 마을의 흙집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이 목소리는?"
쭈볏대는 것도 잠시, 그들 중 한 명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더니 마차 쪽으로 다가가자, 마차를 호위하던 기사가 막아선다.
"나, 나리, 마차 안을 한 번만 보게 해 주십시오..."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공작님?"
그 일련의 상황을 보고 있던 그는 자신 앞에 앉은 소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흐흐 말복이 지났다...입추도 지났고.. 그래도 요즘은 그늘 밑이나 창문 다 열고 집에 있으면 바람이 꽤 시원하게 부는 편이야, 여전히 습하긴 하지만 점점 건조해질 일만 남았지! 아무튼 그늘 밑이 시원한 편인만큼 햇빛 아래는 아주 뜨거우니까 조심해!
내심 기대가 됐다. 질문을 한 직후에도 내 마음이랑 공작님 마음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몇번을 되내여 생각했다. 돌아온 대답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였다. 신경이 쓰였다는 뜻이 정치적 의도로써 신경 쓰였다고 하는게 아닌 것 같았다. 혼자만의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 상상이 들어맞길 바라면서 아주 잠깐만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우로라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솔로몬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앞으로 더 신경 쓰이게 해드릴 거예요. 하는 말은 혀를 무겁게 해서 꼭꼭 담아두기로 했다. 그냥 배시시 웃는 걸로도 충분하다. 아우로라는 말발굽 소리에 집중했다. 따각대는 소리, 마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재잘대는 아이들의 대화 소리. 돌아갈 수 있다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우로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눈을 떠 고개를 돌려 비네를 바라봤다. 마차를 몰던 비네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이번엔 마차 근처로 다가온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걱정과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지새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지도 않는다. 자기 몸이 어떤지, 마음은 어떤지. 가족 걱정에 아무것도 챙길 수가 없다. 눈앞의 사람이 딱 그랬다. 아우로라의 표정이 차분해졌다.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마차 안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아우로라는 담담하게 답하고는 고개를 올렸다. 동정심도, 연민도 내비치지 않는 눈이었다. 저 사람은 그런 시선을 아주 많이 받아봤을 거고, 이젠 진절머리가 날 게 뻔하다. 희망을 찾는게 제일 큰 급선무일 것이다. 오히려 눈동자에는 단호함과 그 사이에 또 성장했다는 양 의연함이 깃들어 있었다.
"아이들도 부모님이 보고싶을 거예요."
// 으흑흑 너무 늦었다...바람이 시원하고 아침엔 매미가..저녁엔 귀뚜라미가 우는 날이네. 저녁에는 아침이 그립고 아침엔 저녁이 그리워~ ㅠㅠ 이번 가을에도 미리 잘 부탁한다구? 🥰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답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차 안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며 자신을 올려다본 소녀의 눈에는 동정심 같은 감정은 실려 있지 않았다. 그게 값싼 감정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곤 아이들도 부모님이 보고싶을 거라며 말을 잇는 소녀,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로부터 시선을 옮겼다.
"보게 해 주어라."
그 말과 함께 손짓하자, 기사는 말을 몰아 마차 안을 볼 수 있도록 비켜선다. 그렇게 마차로 다가갈 수 있게 된 사람은 서둘러 마차 뒤 쪽, 마차 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 천을 들어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안에서 자신의 부모를 부르는 목소리와, 자신의 아이를 발견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주변에 둘러 섰던 사람들이 마차로 향할 용기라도 얻은 것인지 하나 둘 몰려들었고, 잘못하면 다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기에 그는 기사에게 손짓해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했다.
"자신의 아이가 있다면 데려가도 좋다, 그만한 숫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갈 여유는 없으니."
더군다나 이 곳은 솔로몬 자신의 영지도 아니었다. 주인이 없는 영지는 아니었으나 외곽이다 보니 거의 관리되지 않을 뿐. 어쨌거나 그의 말이 들렸는지 한 명, 두 명, 자신의 아이를 안아 마차에서 내리는 이들의 줄이 이어졌다. 점점 비어가는 마차 안을 들여다보던 비내의 표정이 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내린 듯 더 이상 마차 안을 들여다보거나 하는 사람은 거의 남지 않았고, 마차와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숫자가 아이들로 인해 반 정도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
"비네, 마차는 비었느냐?"
마차가 비었다면 마을 입구 쪽에 세우고 가도록 하자, 라고 덧붙이는 그에게 비네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뭔가 대답을 망설이던 비네의 모습을 보며 마차의 짐칸을 바라보던 그는 말고삐를 손가락으로 슥 문지르더니 말머리를 돌려 마차 쪽으로 향했다. 마차의 옆을 지나 뒤쪽으로 가자, 그 곳에서 아직 내리지 않은 여자아이 두 명과, 그중 한 명의 여자아이에게 어서 내리라고 재촉하는 남녀 한 쌍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아! 나리, 죄송합니다. 딸아이가 도통 내리려고 하질 않아서..."
이게 무슨 일일까, 저들에 말이 맞다면 저 여자아이와 두 남녀는 부모 자식 관계일 텐데, 어째서 내리려고 하지 않는 걸까? 두 남녀는 상당히 젊었고, 아이의 연령대를 추측해 보았을 때, 꽤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고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 부모의 말을 잠시 제지하며 아우로라를 내려다보았다.
"아우로라 양,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겠소?"
//아이고 일주일이나 지났네..미안해 8ㅁ8 장마가 늦게 와서 비가 엄청 와... 덕분인지 기온 자체는 높지 않은데 습한 건 여전하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곤 했는데 그쪽은 어떨까? 나야말로 이번 가을도 잘 부탁해!
옳은 판단이었다. 부모를 부르고, 부모는 아이를 발견해 데려갔다. 품안에 안겨 엉엉 우는 아이도 있었고, 머뭇거리다 부모님을 향해 뛰어가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면을 바라보던 아우로라는 여전히 표정이 담담했다. 우는 아이들을 보니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뭐가 문젤까? 분명 좋은 일인데. 한동안 고민하던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흘끔 올려다본 뒤 여전히 감동의 상봉을 나누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아이가 아닌 부모님을 향해 한참이나 시선이 꽂혔다.
"……."
내색하지 않았다. 공작님께서 구해줄거란 생각을 하면서 꾹꾹 눌러담았다. 저만큼의 온정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도 잠깐은 생각했고, 비슷한 애정은 잔뜩 받았다. 그래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실은, 부모님이 보고싶었다. 아우로라는 여타 소설의 영애처럼 학대 받고 자라지도 않았고,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으니까. 납치 당했을 때 공작님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께서 알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잘못 되면 부모님은 황태자에게서 기를 쓰고 지키던 딸을 잃는 거니까.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내색하지 않았다. 연모와 가족에 대한 사랑은 다르다. 둘다 중요한 거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모님을 저버릴 수도 없다.
생각에 잠겨있던 아우로라는 비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였다. 차분하게, 아주 차분하게 생각할 문제니까. 말머리가 돌려지고 여자아이 둘과 남녀 한 쌍이 보였다. 딸아이라기엔 너무 젊다.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 실례할게요."
아우로라는 말에서 내리려는듯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였다. 아무래도 아이와 대화하려면 조금 더 가까이에서 해야할 것 같았다. 아우로라는 조심조심 말에서 내리고, 마차 안으로 들어가 아이를 향해 다가가려 했다. "안녕." 하고 먼저 부드럽게 말을 건넨 아우로라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는 손을 움직였다. 방음 마법을 쓰고 안심하라는듯 휘적인 손의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가에 댔다.
"이제 편하게 말해도 될 거야. 우리만 들을 수 있거든. 왜 안 가려고 하는 거야?"
//가을이야..너무너무 바빠지네.. 이번에도 지각하는 아우로라주..못난 아우로라주..😂 이제 더운것도 없고, 밤만 되면 쌀쌀해지네. 여기는 비가 왔을 때 정말..음..그랬지..ㅋㅋㅋ...갑자기 예고도 없이 비가 쏟아져서 쫄딱 젖는 일이 다반사였네. 솔로몬주는 괜찮았을까? 드디어 납치 이야기도 끝이 나려고 하네! 이제 픽크루 공격을 받을 때가 됐어.. 슬슬 동접을 노리고 나의 픽크루를 받아라~ 공격을 해야겠네~ +ㅅ+ (반짝!)
아이와 대화해볼 수 있겠냐는 질문에 소녀는 고갤 끄덕이고 말에서 조심하며 내렸다. 곧 마차 안으로 들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던 그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곤 고갤 돌려 아이의 부모를 내려다보았는데, 그들은 주변이 상당히 조용함에도 마차 내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조금 당황한 듯했다. 한편 마차 안에서 자신의 부모가 내리라고 이야기함에도 내리지 않던 여자아이는 아우로라가 다가오자 자신의 부모에게 눈을 흘기며 입을 열었다.
"아닌 척 하지만 난 다 알아, 저 사람들 내 엄마 아빠가 아니야."
날 팔았단 말야. 그렇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어쩐지 귀에 익었다. 자세히 보니 아우로라가 잡혀 들어왔을 때 구석에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던 여자이였고, 여전히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아이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아우로라를 도와줬던 아이였고, 아우로라를 잠시 보다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진짜 부모가 자식을 팔아넘기겠어? 진짜라고 해도 그 때부터 난 고아인 거나 마찬가지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잠시 입을 다물었던 여자아이는 뭔가 결심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아우로라를 쳐다보았다.
"날 좀 도와줘, 다시 돌아가긴 싫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여자아이의 눈이 잠시 마차 바깥의 솔로몬을 향했다 다시 아우로라에게로 돌아왔다, 소녀를 바로 보는 두 눈은 어서 대답을 해 달라는 듯 간절한 빛을 띄고 있었고, 그런 초조한 기분을 드러내듯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동안 바깥에서 여자아이의 부모라고 주장하는 두 남녀를 바라보던 솔로몬은 입을 열어 두 남녀에게 이야기했다.
"바른 대로 말해라, 저 아이가 너희 딸이고, 납치된 게 맞다면 어째서 제 부모에게 돌아가고자 하지 않는 것이냐?" "그, 그것이..." "다음에 할 말을 잘 생각해야 할 게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우둔한 게 아니라면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들려온 솔로몬의 서슬 퍼런 말에 남녀는 파랗게 질렸고, 어느새 마차 앞에서 내려 마차 입구 쪽에 서 있던 비네가 안쓰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 후,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저, 저 아이는 저희가 억지로 떠맡은 아이일 뿐이고, 저희 사정이 아이를 거둘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 아이를 넘겼을 뿐입니다." "아이를 맡긴 사람은 아이를 없애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걸 최대한 거두었을 뿐입니다... 제발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이제 봤는데 여자아이가 두 명 타고 있으면 안되는 거였어...! 나머지 한 명은 남자아이야! 너무 늦게 수정해 부렀다ㅠㅠ 그리고 지각이라니, 나도 엄청 늦었는걸! 내가 쓰는 텀을 생각하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야! 나는 그래도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비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어! 아우로라주는 쫄딱 젖었었다니 감기 걸리진 않았지? 몸조심해ㅠㅜ 그러게, 슬슬 이번 내용도 끝내야지! 나름 머릿속에서 스토리 라인이 그려지고 있어, 후후...픽크루 공격이라면 기꺼이 받아주지!
익숙한 얼굴이다. 잡혀왔을 때 부정적인 얘기를 했던 여자아이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줬던 남자아이고. 무슨 사정이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아우로라는 기다렸다. 엄마랑 아빠가 아니라고? 그러면 누굴까? 혹시 변장한 인신매매 단원일까? 아우로라의 몸이 찰나의 순간에 경직됐다.
그러게. 부모가 자식을 팔아넘길까? 나는 사실 바쳐진거나 다름이 없는데.
아우로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야. 아빠는 절대 그렇지 않아. 그건 가문이 걸려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고 저 아이를 동정할 수는 없어! 내가 더 낫다는 꼴이 되는 거니까. 굳게 다짐하고 아우로라는 눈을 떴다. 아이를 단호하게 마주 보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손을 부드럽게 마주 잡아주려 하고, 눈을 똑바로 마주보려 했다.
"다 괜찮아."
귀를 기울여 대화를 엿들었다. 억지로 떠맡은 아이라서 넘겼다고? 아우로라가 미간을 구겼다. 거기다 없애달라고 했다니! 잔인한 일이다. 왜 싫어하는 걸까?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해도 이건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아무리 억지로 맡았다고 해도, 없애달라고 했어도,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다니. 아우로라가 대신 화를 내주듯 잡은 손에 힘을 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아프지 않게, 지켜줄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단호한 눈동자 사이로 여러 생각이 오갔다.
공작저에서 거둘 수 있을까? 공작님은 생각보다 많이 따뜻한 분이지만, 같이 생활한다고 해도 이종족을 싫어한다면 마땅치 않을 것이다. 이건 후보에 넣어야겠다. 후작저에 보내면 어떨까? 음, 텃세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패스. 마탑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 ……보내면 작은 아빠가 볶아먹겠지? 이것도 패스.
"도와줄 수 있어."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아우로라는 비록 영애에 불과하지만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한 만큼, 최대 3명까지 추천서를 쓸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제국의 아카데미는 평민이나 귀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 교육의 기회도 주고, 숙식도 제공하고, 거기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졸업 이후의 길도 탄탄대로인데. 자금의 경우 아우로라가 지금 쓰지 않는 여유금은 충분했고, 가문의 호위를 붙여서 지켜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네가 싫어할 수도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녀로 쓰는거랑 아카데미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거든. 완벽하게 지켜줄 수 없는 방법이라서 미안해."
…과연 이 방법을 써도 될까? 아우로라는 깊은 생각에 잠긴 눈이었다. 남자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린 아우로라가 생각을 거두고 미소를 지었다.
"있지, 너도 얘처럼 돌아가기 싫은 거야?"
// 괜찮아 괜찮아~ 찰떡콩떡 알아들었으니 걱정 말라구? >:3 난 감기 안 걸렸어! 그렇지만 태풍이 올라온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들어버렸네.🙄 싫다 싫어. 가을 태풍이 웬 말이람? 스토리 라인?! 내가 부서주마!(와장창)(나쁨) 농담이구, 기대되는 걸? 히히. 잔뜩 기대해버리겠다~🥰🥰🥰 픽크루 공격도 받아라! 불친절한 링크 공격이지만 여러개를 만들었으니 어쩔수 없다구...😭😭
Picrewの「推しごと女子メーカー」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d6fDPurlw5 #Picrew #推しごと女子メーカー 이건 아우로라가 쇼핑을 가서 인형을 샀을 때를 상상하고 만들어봤어. 곰인형을 꼬옥 끌어안고 머뭇거리다가 해맑게 웃지 않을까?😘
Picrewの「長髪のおにいさん」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HW6etxY4Ag #Picrew #長髪のおにいさん 에헤헤 공작님 에헤헤..😊 흉터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던거 있지..ㅜ0ㅜ
Picrewの「元気ゴリゴリ🦍」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GdWjcGazD5 #Picrew #元気ゴリゴリ 꼬꼬마 공작님과 꼬꼬마 아우로라! 투샷 픽크루가 적네~ 그래도 꽁냥꽁냥 귀여울 것 같아..
Picrewの「私好みの男メーカー2」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FZfM5aIi8B #Picrew #私好みの男メーカー2 마무리는 역시 공작님! 공작님 최고야..ㅠㅠ 너무너무 좋아! 앞으로도 더 으쌰으쌰 가져올게~! 파이팅 하자구! φ(゜▽゜*)♪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마주잡는 아우로라와 눈을 마주친 여자아이는 괜찮다는 목소리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건 지쳐있다는 의미의 한숨, 아우로라의 말이 확실히 와닿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렇기는 해도 여기서 언제까지고 버티고 있을 수 있을까? 날 여기서 끌어내리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계속해서 여자아이의 머릿속에 맴돌고, 그 탓인지 여자아이는 조금 신경질적인 상태였다. 역시 너무 막연한 기대였을까? 그렇지만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응? 어떻게?"
그렇게 온통 부정적 생각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던 여자아이는 도와줄 수 있다는 아우로라의 목소리에 반응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바깥 상황을 정확히는 몰랐지만 아우로라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그런 여자아이의 기대에 부응할지 알 수는 없으나 아우로라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녀? 아카데미?"
자신 앞에 있는 소녀가 자신의 생각보다 더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것인지 여자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녀라도 좋고, 아카데미라면 더욱 좋다. 적어도 지금 삶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자...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줘."
정말 가능한 거야? 라고 덧붙이며 소녀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고, 어떤 쪽이 자신에게 더 나을지를 신중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 말 없이 앉아 있던 남자아이는 아우로라의 말이 들려오자 그녈 바라보곤 고갤 젓는다.
"난 부모님이 안 계셔."
집도 지금은 없어졌을 걸. 보호자 없이 혼자 자라 대충 토굴에서 살았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남자아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이 토굴을 파고 잠을 잘 때에도 토굴이 무너질 뻔하거나 무너진 적이 빈번했다며, 누군가 그 안에 있어도 그럴 텐데 주인이 아예 없어진 지금 남아 있을 리 없다고 덧붙이는 그, 그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표정은 별 일 아니라는 이야기하는 듯했다.
"저기, 나 말이야,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
남자아이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여자아이는 자신의 손에 포개진 아우로라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이야기했다. 이건 기회야,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아카데미가 어렵다면 하녀라도 좋아, 날 돌려보내지만 말아 줘. 라고 덧붙이는 아이의 눈가는 조금 붉어져 있었다.
// 역시 대단해!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는구나 8ㅁ8 레스 쓸 때 의식의 흐름에 의존하다 보니까 이런 불상사가 생겨버리고 말았어... 그리고 태풍은 무사히 지나간 거 같아! 아닌가? 어제는 바람 엄청나게 불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좀 괜찮더라고, 그래도 제주도 쪽은 좀 심하다는데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인가 그런 것인가!!!!(김칫국) 아무튼 픽크루 전부 잘 봤어! 전체적으로 너무 귀여운 게 많아서 심장이 위험했어..아우로라 너무 귀여워 후...
그리고 음, 꼬꼬마 픽크루를 보니 또 아이디어가!!! 언젠간 쓰겠지 하며 오늘은 이만 가볼게~
지쳤구나. 한숨에서 나오는 감정이 어린아이가 가지기엔 무겁다. 아우로라는 입술을 꼭 다물고 기다린다. 지금은 비록 머리는 산발에, 원피스는 찢어지고 흙투성이 노예처럼 비루한 행색이지만 이렇게 보여도 개국공신 가문의 금지옥엽 두 딸중 하나다. 미소를 짓자 아우로라는 수줍게 눈웃음을 지었다.
"응. 도와줄 수 있어. 나는 아카데미 추천장을 써줄 수 있거든."
수석 졸업의 권한으로 하나, 후작가에서 인재양성을 위해 지원하는 형식으로 하나, 마찬가지로 마탑에서도 인재양성을 위해 지원하는 형식으로 하나. 총 3장의 추천서를 쓸 수 있으니 아카데미 입학은 쉽다. 나머지는 이 아이가 해낼 일이었다. 아우로라는 남자아이를 바라보고 눈썹을 여덟팔자로 늘어뜨린다.
"그렇구나."
토굴에서 살았다니. 우물쭈물거리다 사과하려던 찰나 손에 힘이 들어오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카데미에 가고 싶다는 눈은 결연했고, 의지로 가득 차있었다. 삶의 의지로 번뜩이는 눈동자와 달리 눈가는 울것처럼 붉었다. 아우로라는 침묵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두 아이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높였다.
"둘 다 아카데미로 가자. 추천장을 써주고, 내가 도와줄게."
이걸로나마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그 보기 어렵다는 오러를 발현하는 소드마스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장사 수완이 기가 막혀서 상단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며, 마법에 재능을 보여 마탑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열심히 해야해. 그래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나쁜 사람들이 너희를 끌고가려 들지 않을 거니까."
약속할 수 있어? 아우로라는 마지막으로 묻고는 허리를 쭉 세웠다. 두 아이의 눈을 천천히 마주하듯 고개를 돌려보곤,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너희라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 괜찮아, 괜찮아! 나도 의식의 흐름이구..🙄 태풍은 지나갔지만 비가 세차게 내리네. 으으, 싫다 싫어.😂 이런 날씨는 싫어! 해가 따뜻하게 내리쬐면 좋을 텐데 천둥번개가 무시무시하네. 새로운 캐릭터!! 기사?! 아니면 마법사가 될까?! 서브일까?!(김칫국222) 아카데미로 가고 장성해서 돌아오는 라이벌 전개려나~🤔 힝잉잉 무슨소리람 공작님이 훨씬 더 멋지지!
아이디어? 어떤 아이디어일까 +ㅅ+~ 기대하겠다구! 위키도 잘 보구있어. 나도 곧 수정해야 하는데 말이야...😂 몸이 2개면 좋겠네~ 상판하는 몸 일하는 몸..😭 오늘은 연휴 마지막 날이니까 푹 쉬는거야! 푹!
도와줄 수 있다고 단언하며 아카데미 추천장을 써줄 권한이 있다고 덧붙인 아우로라를 보며 여자아이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반면 남자아이는 아카데미에 갈 수 있다는 상황에 큰 감흥은 없어 보였지만 어쨌건 지금보다 나빠질 일은 없다는 생각인지 고갤 끄덕였다.
"응, 열심히 할게!"
꼭 은혜를 갚을게! 라고 덧붙인 여자아이는 아우로라의 손을 쥔 자신의 손에 다시금 힘을 주었다.
'은혜라...'
여자아이가 기뻐하는 모습과 아우로라가 자신까지도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던 남자아이는 속으로 은혜라는 말을 뇌까리고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우로라의 말에 뺨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든 해 볼게, 어쨌든 도와준다는 얘기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 라고 덧붙인 남자아이는 마차 앞쪽으로 고갤 돌리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마차 앞 천을 걷어내고 비네가 아우로라와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이야~반응 좋네! 앗 아가씨, 슬슬 이야기가 끝난 모양인데 얼른 공작님께 가 보세요, 아무리 그래도 후작가의 영애분이 그런 모습으로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아요?"
능글맞게 생글거리며 이야기를 건넨 비네는 '그럼 이만!'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천을 원래대로 해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는 그녀의 관심이 마차 안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했다.
한편 솔로몬은 바깥에서 여자아이의 보모 역할을 했던 남녀를 추궁하고 있었다.
"누가 너희에게 아이를 맡겼지? 얼굴은 기억하느냐?" "그게... 저희에게 왔을 때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번거롭게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서 아이를 없애려고 할까? 거기다 계속 추궁하다 보니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만약 이들이 배운 것 없이 살았다고 해도 생명을 덜컥 맡게 되었으니 그런 중대사를 불러온 이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을 텐데, 가면인가? 아니면 마법?
"그 뒤로 한 번이라도 너희에게 다시 찾아온 적이 있느냐?" "어, 없습니다."
감시했을 가능성은? 아마 낮다. 아이를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멀쩡하게 기르는 꼴을 감시했다면 두고 봤을 리 없지. 이는 필시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로든 후환이 될 거라 여겨 없애고자 했을 거고... 그 과정조차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모양이로군. 벌써부터 머릿속에 수십 가지가 넘어가는 각본이 쓰여 내려가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말을 멈추고 마차 쪽을 쳐다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후 넘어가면서부터 비는 그쳤었지... 오늘은 목요일...연휴 다음 날이지... 이건 마치 썬데이 너머의 먼데이와 같아(?) 그래도 수요일에 일찍 자기도 했고 준비도 철저히 해서 크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어, 아우로라주는 괜찮았을까?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는 기사? 마법사? 서브??? 과연 뭘까!!(사실 모름) 라이벌 전개도 좋지 좋아..느슨한 시간에 긴장감을!!! 후후 내가 픽크루를 받아주겠다곤 했지만 버틸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아우로라 너무 귀여워서 쓰러질 뻔 했다... 후후후
아이디어는! 비밀이에용~기대하고 있으라구!! 위키는 그냥 시간이 남아서 만져봤어 ㅎㅎ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천천히 해! 그러면서도 살짝 어떤 식으로 수정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게... 나도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 8ㅁ8 할 일은 많은데 몸은 하나니... 아무튼 힘내자구!
이제 이 둘은 안전하다. 아카데미는 아주 안전하고, 철저한 중립을 표방하는 곳이며, 그 안에서 귀족 세력이 다툰다 해도 정치싸움까지로 번지지는 않는다. 지금 재학중인 소네타가 주먹으로 귀족 자제를 때려도 아무도 반발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입김이 닿지 않는 곳! 아우로라는 활짝 웃었다.
"은혜라니! 이건 그냥 약속인거야. 우리 열심히 하자. 살아남았잖아."
그러니까 혹시라도 누가 아카데미에서 괴롭히면 꼭 알려주기야. 내가 혼내줄게. 하고 아우로라는 쥔 손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그리고 남자아이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내 손 닿는 곳까지 열심히 도와줄게."
그리고 놀라는 모습에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비네가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 아우로라는 비네를 보고 멋쩍게 웃었다. 부끄러운 것 같이 몸을 배배 꼬는 것 같기도 했다.
"비, 비네.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금방 갈 테니까 공작님께 아직 말씀 드리지는 않기에요.."
이미 후작가 영애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지체하긴 어렵겠다 생각했다. 아우로라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비네도 참, 그냥 후원자로 있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밝힐 수밖에 없는데.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하고 한번 더 중얼거린 아우로라는 고개를 들어 남자아이를 한번, 여자아이를 한번 바라보고 심호흡 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스노우디아 후작가의 아우로라야. 너희 이름을 알고 싶어."
이름을 듣는다면 아우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름이 없다면 마땅한 이름을 지어주겠지. 여자아이는 마치 사자처럼 용맹했으니 레오나, 남자아이는 멋지게 성장해서 빛날 테니까 리히트. 마차 밖을 나서기 전, 아우로라는 마지막으로 뒤로 돌았다.
"나는 너희랑 좋은 친구가 된 것 같은데, 너희는 어때?"
이제 도와줄 방법이 있다고 공작님께 말씀 드려야겠다. 하고는 사뿐사뿐 밖으로 나선 아우로라는, 솔로몬과 상황의 분위기를 읽고는 심호흡 하고 대담하게 뱉었다.
"공작님, 저기 있는 아이들을 제가 후원해서 키우고 싶어요." 하고.
// 갸아아 화요일..너무 싫어 화요일!! 빨리 금요일이 오면 좋겠다..다음주 다다음주 월요일은 대체공휴일이니까.😋 꿀이네 꿀..달달해.. 서브!!! 서브!!(아님) 라이벌도 좋고 서브도 좋고..어차피 남자하나 여자하나니까 서브인거야, 라이벌 서브!(아니라고) 어차피 천천히 진행하다보면 알게 되겠지! 으악 쓰러지지 말라구~ 쓰러지면 공작님 픽크루를 기대하는 빔을 쏴버리겠다..
아~ 뭐야뭐야 치사해! 그래도 얌전히 기다려야지. 나는 착한 아우로라주.😊 위키도 매일같이 한번씩 더 읽으면서 행복해 하는 아우로라주~ 솔로몬주를 만나서 복 받았어.🥰🥰🥰 오늘도 힘내구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비네의 말을 듣고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짓던 여자아이는 아우로라가 부끄러워하는 모습과 함께 하는 말을 듣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남자아이도 어느 정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후작가? 귀족이었...어?" "...진짜?"
당황한 듯 보이는 두 아이는 아우로라가 자신들의 이름을 묻자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레이라야, 성은 따로 없어." "난 글쎄...이름이 없는걸."
성은 당연히 없고, 라고 덧붙이는 남자아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잠시 아우로라에게 예삿말이 아니라 존대를 해야 할지 고민한 듯 하지만 결국은 하던 대로 이야기하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결정적으로 아우로라가 둘에게 좋은 친구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게 둘의 말에 영향을 준 셈이 되었다.
"나도 그런거 같아, 아우로라!" "친구라니 낯선걸, 싫진 않아."
아우로라의 말에 긍정적인 답을 하는 두 아이, 아우로라가 마차 바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던 남자아이는 곧 고갤 돌려 비네가 얼굴을 내밀었던 천막을 빤히 쳐다보았고. 여자아이는 아우로라의 뒷모습과 그녀 앞에 있는 솔로몬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솔로몬은 자신의 시야에 마차에서 내리는 아우로라의 모습이 들어오자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두 아이를 후원해서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 후원이라... 분명 가능한 일이지만 쉽게 결정을 내려도 좋을까? 잠시 시선을 돌려 여자아이의 보모 역할을 한 남녀를 쳐다보던 그는 품 속에서 얇은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가죽 주머니는 꽤 부풀어올라 있었고 안에서 금속이 쩔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받아라."
두 남녀의 앞에 가죽 주머니를 던진 그는 그들이 주머니를 줍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
"그 정도면 어딜 가도 궁핍하진 않을 게다. 물론 너희가 제대로 쓸 줄만 안다면 말이지."
" 나라,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선 입을 다물어라, 너희는 애초에 맡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맡은 일을 끝낸 것이다. 다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그의 말뜻을 금세 알아챈 두 남녀는 몸을 떨며 주머니를 집어들고 몇 번이고 몸을 숙여 절을 한 뒤 골목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들이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그는 아우로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말에 오르시오."
일단 돌아갑시다. 라고 덧붙이는 그 말 외에 그녀의 선택이 어떻다는 말은 없었다. 그래도 좋다, 라는 확답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 그에게 그 일은 급선무가 아닌 모양이었다.
//벌써 목요일인데 거의 다 갔다...내일은 금요일이다!!! 오전 일만 끝나면 금토일월 쉰다아ㅏㅏ아!!! 서브 좋지...서브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두근두근(?) 그건 그래,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구~
그래요 착한 아우로라주! 착한 아우로라주한테 꼭 상을 주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봐야겠어, 앗 나야말로 아우로라주를 만나서 복 받았는걸! ㅇㅁㅇ! 아우로라주도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구, 앞으로도 좋은 날 보내!
후작가의 딸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아우로라는 멋쩍게 시선을 슬슬 피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부끄러웠다. 그래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는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서스럼 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아우로라는 소녀의 이름을 한번 발음하고, 소년은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방긋 웃었다.
"그럼 너는 빛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리히트는 어때? 뜻은 빛이야. 싫으면 네가 정해도 좋고."
이름을 조심스럽게 지어준 아우로라는 긍정적인 반응에 다시 수줍게 미소지었다.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 서로 견제하지도, 험담하지도 않을 것 같은 친구가. 그 생각이 영원하면 좋을 텐데. 아우로라는 마차 밖으로 나서며 불안함은 접어두기로 했다.
이후의 일은 순조로웠다. 보모 역할을 했을 가짜 부모는 사라졌고, 조용히 입다물고 살 것이다. 남은 건 돌아가는 일과, 사과하는 일, 그리고 추천서를 작성하는 일이겠다. 돌아가서 할 일이 벌써 몇개고 늘어나버렸다. 아우로라는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뻗어 잡았다. 솔로몬은 말 위에 오르는 걸 도와줬고,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가만히 쳐다보다 말의 뒤통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작님은 아카데미에 관한 일이 급하지 않은 걸까. 저 소녀와 소년에 대한 생각은? 아우로라는 손을 꼼질거렸다. 말의 복슬한 갈기를 손가락으로 쓸어보이곤 고개를 숙였다. 돌아가서 할 일이 많은데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추천장을 쓰고나서 어떻게 해야하지? 수도에 가야 할 텐데.. 정치적인 문제로 혼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작님께서 동행하면 내가 후원하는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들킬 지도 모르니까 문제가 커질 거고..
"공작니임."
아우로라는 말 끝을 늘리며 계속 갈기를 배배 꼬았다.
"..제가 잘 한걸까요?"
//서브!(두근두근) 서브...서브남주 서브여주 이종족 서브도 끼얹고(급기야) 로판의 3대 필수요소가 뭔지 알아..? 섭남 섭녀와 축제 구경과(?) 데뷔탕트야(???) 조급해하지 말구 연재분 100회분 정도의 분량은 돌리자구~(????????)😎
주 4일제 2주 체험권이네..이번 연휴는..🤔 정식 도입은 안 해주나.🥺 오늘은 작은 tmi를 풀어볼까 해!😎 아우로라는 아카데미에서 와장창 트리오(?)로 유명했다구! 정치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순전히 개인 대 개인이라는 설정이거든. 그래서 아우로라는..
얌전한 저 모습으로 아카데미에서 맘에 안드는 애들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다녔다.(진지) 맴매했어.(진지2) 들고 다니던 마법 보조 스태프로 때렸어. 당연히 졸업 이후엔 다시 😊한 아우로라가 됐지만..이게 환경의 중요성일까..🤔
와장창 트리오는 예전에 나왔던 황실치료사 뮤리엘, 아우로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두둥 언젠간 공개 됩니다!😎
리히트라. 남자아이는 자신에게 지어진 이름과 그 뜻을 듣고 조금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괜찮아, 다른 이름을 정해보라고 해 봤자 아는 게 없거든."
고마워, 라고 아우로라에게 이야기한 남자아이는 리히트, 하고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작게 되뇌었다. 그런 아이들을 뒤로 하고 바깥으로 나온 아우로라가 말에 올라 앉아서 말의 갈기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을 부르자, 솔로몬은 말 없이 아우로라가 말을 끝내기를 기다렸다. 자신이 잘 한 걸까 하는 물음에, 그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말을 몰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묻는 이유는 무엇이오? 아우로라 양, 그대는 잘 한 거라는 확신이 없나 보오."
이는 책임져야 할 존재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 저 아이들은 어쨌든 아우로라의 추천을 받아 아카데미라는 곳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다, 아카데미가 물론 뒷배경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일이 생겼을 때 뿐이다. 더군다나 아카데미 바깥에서부터 생긴 가치관이 아카데미 내에서 변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지.
"만약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더라도 돌이킬 방법은 없으니 자신감을 가지시오."
선택을 되돌리는 것은 시간을 되돌린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건 불가능하지, 그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으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힘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잘 한 것인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다면 그 적은 그 틈을 반드시 노린다. 이미 자신감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버텨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테니, 일단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 아이들이 어떤 존재가 될지는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오."
그렇게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말은 쉬는 일이 없어, 시시각각 공작저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서브 남녀와 축제, 데뷔탕트...! 연재분 100회! 이건 march... 어쩌다 보니 답레가 무진장 늦었네ㅜㅠ 짬짬히 시간은 났는데 진득하게 쓸 시간이 없어서 도저히 답레를 중간에 올릴 수가 없었어 8ㅁ8
아우로라가 스태프로 맘에 안드는 애들을 맴매했다니... 오목눈이 같은 귀요미가 그런 행동을 한다니 상상이 잘 안되는 걸... 와장창 트리오라는 이름은 누가 붙여준 걸까? 이름만 들어도 엄청 유명했을 거 같아. 뮤리엘이랑 아우로라 말고 또 누굴까, 새로운 캐릭터?!
으음 아우로라주가 티미 하나를 풀어줬으니 나도 하나 해볼까! 비네랑 플라우로스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고, 플라우로스가 젊었을 때 솔로몬에게 도전한 적이 있었어, 결과는... 말 안해도 알겠지? :P 근데 한 번에 끝난 게 아니고 두 번 세 번 도전했었고, 결국 솔로몬의 첫 가신이 되었다! 라는 이야기야. :3
아카데미에 가면 글 쓰는 법부터 기초 교양으로 가르치니까 이제 많은 걸 배우겠지, 리히트라는 이름처럼 언젠가 그는 반드시 빛날 것이다. 그걸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도와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 이후로는 공작님과의 작은 대화다. 아우로라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말의 갈기를 조금 잡아 세갈래로 갈라냈다.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하듯이 계속 꼼질거리자 어느새 갈기는 솜씨 좋게 땋여 중간쯤 내려왔다. 뮤리엘과 집안의 사용인이 알려준 기술이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제가 너무 성급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배우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아우로라는 고개를 숙였다. 아카데미에 적응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 대뜸 던져버린건 아닐까? 이미 엎지른 물이라서 다시 무를 수도 없다. 만약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면 어쩌지? 아카데미는 자유롭다고 해도 괴롭힘이 없는 건 아니다. 아우로라는 입술을 툭 내밀다가 눈을 살짝 굴리고는, 고개를 다시 올렸다.
"조언 감사해요."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그래도 나는 아무런 도움이 못 된것 보단야 나으니까. 아우로라는 기대를 하지 말란 말에 빤히 솔로몬을 바라보더니 차분하고 짐짓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저 이제 반항할 테니까, 공작님 말씀과 반대로 잔뜩 기대해야겠어요. 아마 공작님도 좋지만 친구들이 더 좋은 사춘기가 온 것 같거든요."
어디서 난 용기인지는 몰라도 아우로라가 여섯번째 갈기 땋기를 마무리 지었을 때 공작저가 윤곽을 드러냈다. 사실 이렇게 믿고 싶었다. 좋은 아이들이 될 거라고. 그리고 언젠가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아우로라는 배시시 웃었다.
// 흐아아 늦었다! 비네의 나이는 비네구나, 그렇지? +ㅁ+ 언젠간 꼭 알아내고 말겠어! 슬슬 추워지는..이 아니라 이미 춥네. 으으으..추워..코트 꺼낼 틈도 없이 패딩을 입게 됐어. 솔로몬주도 감기 조심하길 바라..! ㅜㅜㅜ
기대하지 말라, 그건 실망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어렵다. 당사자가 그 기대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더더욱, 그 기대가 동기로 작용하는 이도 있으나 대부분은 압박감을 이겨내는 걸 힘들어하지, 그게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그 결과는 실망을 낳는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그의 예상을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그렇소? 그건...축하할 일이군."
반항이라, 그 말을 듣고 그녀가 공작저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순종적이기 그지 없는 태도, 그건 분명히 자신의 가문이 그 어깨에 올라앉아 있음을 알고, 그 무게가 무겁다고 여겼기 때문이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그 무게를 그렇게까지 무겁게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 보였다. 자신보다 친구들이 더 좋은 사춘기라, 그는 흐음, 하고 소리를 내더니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공작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의 그 길, 마차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길이 나타났다.
"비네, 마차를 세워라, 마차로는 이 길을 오르지 못하니 아이들도 내리도록 하고."
그 다음은 알겠지? 대강 말에 태워 뒤따르라는 식의 의사 표시를 한 그는 아우로라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린 올라가도록 하지,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서두르겠소."
잘 붙잡고 있으시오. 이랴! 하는 한 마디 재촉도 없이, 그가 고삐를 쥔 손에서 취람색 빛이 일렁이자 말은 빠르게 오르막을 타고 올랐다.
//이틀 지났네! 어제까진 좀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오늘은 괜찮더라, 날씨가 좀 훈훈해서 그런걸지도? 그리고 비네의 나이는 비네가 맞다!(?)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걸!! 으음 오늘은 따뜻한 편이었는데 내일은 또 추우려나, 이맘때가 일교차도 심하고 하루 차이로 추워졌다 따뜻했다 하니까 몸 조심해, 밤에 건조하지 않게 수분 보충 꼼꼼히 하구!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언질에 그 사실을 상기했지만 아우로라의 기대는 다른 것이었다. 후원자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니까 가벼운 응원 정도로 생각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넌 할 수 있어! 못할게 뭐가 있겠어? 로 자신감을 부추기는 행동이었다. 친구를 힘들게 할 수는 없다. 솔로몬 말대로 기대하지는 않겠으나 친구의 기대는 잔뜩 해버려야지. 아우로라는 눈을 접고 배시시 웃었다.
"파티를 열거나 하실 생각은 아니죠?"
짧은 농담 뒤로 아우로라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용기도 잠시 뿐이었던 걸까? 아니면 고양감 때문일까? 아우로라의 양 뺨에서 발그레 복숭아빛이 돌았다. 공작님보다 친구들이 더 좋다고 했지만 역시 잘 고민해보니 공작님이 조금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공작님보다 또 친구가 더 좋을 순간도 있을 텐데.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생각을 알지 못하니 아이처럼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눈을 들어보니 예전엔 조심스럽게 갔던 길이 보였다. 그땐 정말 무서웠는데, 이제는 돌아가는 곳이라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많은게 변했다. 특히 아우로라의 마음은 많이 열렸고, 치료된 것 같다. 그런데 공작님은 어떨까? 아우로라는 목이 빠져라 높은 길을 쳐다봤다.
"네에."
아우로라는 편안한 얼굴로 돌아보고는 취람빛 마력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려 오르는 길을 가만히 쳐다본다. 말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다람쥐, 뒤로는 말 발굽이 꽃을 쳐냈는지 산들거려 물씬 풍기는 꽃내음, 그 뒤로 모여드는 나비.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마냥 두렵기만 했던 돌아가는 길은 눈부시게 예뻤다.
// 이얍, 답레! 지금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구? 벌써 조금만 밖에 손을 꺼내두면 꽁꽁 얼어버리는 날씨가 됐어. 감기 조심하구 따뜻하게 있기야.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구.(꼬오옥)
곧 할로윈이기도 하네..🤔 할로윈이니 아우로라는 마녀 분장을 하는 걸로! 식탁보를 뒤집어 쓰고 우우, 무섭죠! 하다가 벗어보니 마녀가 짜쟌 하고 있지 않을까? 고깔모자에 검은 드레스..그리고 빗자루!😊 솔로몬은 어떤 분장인지 궁금해지네.🤔🤔🤔🤔 내 레이더에 딱 걸렸으니 대답해랏! +ㅅ+(움쪽)
축하할 만한 일이라는 자신의 말에, 파티를 열 생각은 아니시죠? 라고 농담을 던지는 아우로라를 살짝 내려다본 그는 글쎄...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던진 말이었겠지만 생각해 보면 공작저에서 파티를 연 적이 제대로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초대하고 싶은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파티가 그리 그에게는 즐길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잠시 그런 생각을 미뤄둬야 했다, 말을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었으니까, 비록 말이 잘 훈련받은 좋은 말이라지만 기수가 다른 생각을 하고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면 말은 결국 기수의 잘못된 인도를 따르게 되어 있다. 때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말발굽에 밀려 짓이겨지는 풀내음을 헤치며 오르막을 올랐다. 그런 그들의 뒤로 뒤따르는 말발굽 소리가 작지만 들려오는 것을 통해 비네와 아이들 역시 말을 타고 오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끝나지 않을 것처럼 뻗어 있던 오르막길 너머 익숙한 모습의 자연물이 그들을 반긴다. 공작저, 얼핏 보면 산의 한쪽 면에 생긴 자연동굴 같아 보이건만, 자세히 볼수록 투박한 듯 섬세하게 조각된 그 절벽면이 보이고, 그리고 그 곳으로 향하는 길, 작은 취락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말발굽 소리에 고갤 돌려 솔로몬과 아우로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가로막거나 하면서 그들을 반기는 대신 손을 흔들어줄 뿐이었다, 아우로라의 옷차림과 솔로몬이 단기로 달리는 모습에서 뭔가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겠지만 돌아가면 씻는 게 좋겠소, 그 편이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더 줄여 주겠지."
약욕을 준비하게 하겠다면서 그는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이들을 무심하게 지나쳐 공작저의 입구로 내달렸다.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내는 소리, 그와 동시에 휙휙 지나가는 배경, 그런 속도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벌써 그들은 공작저 앞에 도착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공작님, 아가씨."
활짝 열려 있는 공작저의 문, 그리고 그 앞에 선 사자 수인, 플라우로스와 그 양 옆에서 조금 초조한 듯 서 있는 두 토끼 수인, 오세와 아이니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고 답레 하는데 엄청 오래 걸렸네ㅠ 벌써 연말이 다가와서 일이 많아졌어... 미리미리 좀 해놨어야 되는데 어째서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할로윈이 훌쩍 지나가 버렸지만 음, 만약 아우로라가 유령 분장을 한 마녀(?)라면 솔로몬은 역시 모범적으로 뱀파이어 어떨까? 너무 뻔하려나?
말끝을 흐리는 소리에 아우로라는 잠시 고개를 돌려 솔로몬을 빤히 쳐다봤다. 설마 파티를 열까? 공작님께서 파티를 열게 된다면.. 아우로라의 편협한 사고방식은 벽 구석에 가만히 잔을 들고 기대 서있는 솔로몬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아무래도 공작님은 다른 분과 어울릴 것 같지도 않았고, 되레 비네나 오세, 아이니가 파티를 즐기지 않을까? 플라우로스는 분주할 것 같다.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벽의 꽃인 공작님께 다가가면 참 좋을 텐데.
그런 생각도 잠시, 아우로라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말의 풍성한 갈기를 한번, 그 옆의 산들거리는 꽃을 한번 봤다. 시선은 한참이고 옆길을 바라본다. 귀에 들리는 희미한 말발굽 소리를 또 뒤로 한다. 아우로라는 눈을 감았다. 불어오는 바람은 싸늘하고, 몸을 움츠리기엔 또 답답했다. 눈을 뜨는 건 말발굽 소리가 사람의 소리에 묻힐 때였다. 아우로라는 눈을 떴다. 인파 사이로 고작 몇번 봤다고 벌써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말을 가로막지도 않고, 얘기하지도 않는다. 이 모습에 뭔가를 느끼기라도 했는지 그 떠들썩하던 마을 공동체는 제각기 손을 흔들거나 할 뿐이었다. 아우로라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인사를 대신하는 방법이었다.
"……네."
아우로라는 문득 원시림의 전투 이후를 떠올렸다. 심하게 다친 이후 치료를 받고, 약욕을 즐기고, 피로를 씻었던 날. 그때는 전시였으니 그 이후에 벌어졌던 무안한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참 다행이기도 하지.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뺨이 화끈거렸다. 아우로라는 휙휙 지나가는 배경이 잠깐 달아올랐던 뺨을 식혀주길 기대했다. 공기가 방금 전과 다르게 차다. 아우로라는 싸늘한 바람이 익숙해질 때까지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았는데! 아우로라는 플라우로스의 양 옆에서 초조하게 서있는 오세와 아이니를 한꺼번에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를 조금만 더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우로라는 잠깐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뭔가 말하려다 몇번을 마음속으로 다듬고는, 일단 말에서 내리기 전에 1차 사과를 하듯 어색하게 웃으며 "저는 무사해요……." 하고 뻐끔거렸다. 이윽고 아우로라는 말이 멈추면 조심스럽게 에스코트를 받아 내리려 했을 것이고, 잠깐 머뭇거리다 오세와 아이니를 향해 다가갔을 것이다.
"걱정했죠, 오세, 아이니. 미안해요."
잠깐 바람을 쐬고 싶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공작님 앞에서는. 아우로라는 멋쩍은듯 양 팔을 벌리다 조심스럽게 다시 좁혔다.
"이, 이런. 꼴이 말이 아니라 안아주면 옷이 더러워질 건데.."
// 슬 연말이니 바쁜 건 어쩔 수 없다구~ 괜찮아, 괜찮아! 이번 한해도 열심히 마무리 하자구!(아직 11월 초임) 인간의 실수는 늘..나도 비슷한 처지네..🙄🙄 뭐? 뱀파이어 분장? 뭐야뭐야 정석이라서 더 최고야..🥰 선생님 질문이요! 뱀파이어 솔로몬은 포도주를 마시나요 아니면 토마토 주스를 마시나요!🙋♀️ 어느쪽이든 아우로라가 눈을 동그랗게 뜰 건 뻔하지만..🤔
아우로라: (공작님께서도 어른이시니 술을 마시는 구나!) 아우로라: (공작님은 어른이라서 토마토 주스도 드실 수 있구나!) < ?
그리고 약욕 리턴즈 두둥~😎 이번엔 솔로몬과 안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는 아우로라였습니다..사심이지만 솔로몬이 용용이가 되면 아우로라가 꼬옥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양 팔에 다 안지 못할 테니 꾸아압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꼬옥 안는 것 같은 모양새가 아닐까...🤔🤔🤔🤔🤔
아이고...며칠만에 갱신하는지 모르겠네.. 5일인가? 많이 기다렸을텐데 좋은 소식을 가져온 건 아니라 미안해ㅠ 일할 게 밀려서 며칠 엄청 바쁠거 같아. 되도록이면 다음주까진 다 끝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그래도 시간이 확실히 나면 꼭 답레 가져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구, 하염없이 기다릴까 봐 레스 남겨, 조금만 기다려줘!
공작저 내부가 보이게끔 열린 문 앞에 말이 멈춰 서고, 자연스레 플라우로스가 말 쪽으로 다가가 아우로라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곤 능숙하게 아우로라를 에스코트하여 말에서 내리게 해준 그가 아우로라에게 양해를 구한 뒤 서둘러 앞서 공작저 안으로 들어가면 그 뒤를 따라 여럿의 시종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우로라와 솔로몬을 반기는 시종들은 아직 많았으며, 특히 오세와 아이니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우로라를 바라보았다. 걱정했냐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양팔을 벌리다가 다시 좁히자, 두 아이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가 싶더니 옷이 더러워질 거라는 아우로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양쪽 손을 각자 덥썩 잡았다.
"그럼 얼른 들어가죠 아가씨! 지금 안에서 약초를 넣고 물을 덥히고 있을 거에요!" "나중에 안아주셔도 괜찮으니까요, 저희는 손만 잡아도 좋아요."
아우로라의 손보다도 작은 보드라운 손이 쏙 들어와 놓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손가락을 감쌌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솔로몬은 시종들 쪽으로 고갤 돌려 입을 열었다.
"어서 아우로라 양을 모시고 들어가라, 찬 공기를 계속 쐬게 할 수는 없잖느냐."
그 말이 방아쇠가 된 듯 시종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아우로라를 에스코트하여 공작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렇게 움직이는 시종들 중 하나에게 새 망토를 건네받은 그는, 아우로라 쪽을 잠시 보다가 말머리를 돌려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으으 결국 지각이네 8ㅁ8 한동안 아우로라주랑 레스 주고받지를 못하니까 필력이 폭락한 거 같아... 어디 자랑할 만한 필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 건조하네ㅠㅠ 으음 질문이라... 뱀파이어 솔로몬은 포도주를 마시지 않을까? 토마토 주스도 마실 수 있겠지만 뱀파이어 분장에는 역시 레드와인이지!
약욕 최고! 시간 나면 한번 해보고 싶다... 으음 아우로라가 큰 걱정 없이 지낼 수도 있었는데 요즈음 걱정이 많아지는 거 같아서 걱정이네(?), 그런 걸 솔로몬은 아는걸까 모르는 걸까~ 오오 용으로 변신하는 것도 언젠가는 꼭 해봐야지 당연히! 그렇게 되면 진짜 엄청 큰 용이랑 오목눈이(?)느낌이려나? 무진장 귀엽겠다!
오늘 하루도 좋은 일만 있길 바라고, 날씨 여전히 추우니까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따뜻하게 있어줘!
지금껏 공작님이 서두르는 걸 본 적이 있었나? 아우로라는 물끄러미 솔로몬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오세와 아이니에게 사과하는 건 잊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안아주긴 어려웠다. 깨끗한 두 아이의 옷이 더러워질까 노심초사 했다. 아이의 옷을 세탁할 다른 시종에게도 미안하기도 했고. 그랬기 때문인지 양쪽 손을 덥썩 잡히자 아우로라의 눈이 커졌다.
"어.."
눈을 한번 크게 깜빡이며 상황을 파악했을 때, 제일 먼저 귀엽다는 감정이 뒤따라왔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손가락을 감싸는 작은 손바닥에 두번째로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작고 보드라운 손바닥. 그제야 위험했던 상황에서 내 자신이 온전히 돌아왔구나 하고 현실을 직시했다. 아우로라는 두 아이의 재잘거림에 망토를 여미며 온화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응, 어서 가요."
아우로라가 두 아이에게 이끌려 가기 직전까지 듣는 솔로몬의 모습은 여전히 사람을 통솔하는 것에 재주가 있는 군주의 모습이다. 아우로라는 잠시 자신을 보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솔로몬이 말머리를 돌리는 그 순간에서야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모습만 봤고, 아우로라도 이내 시선을 돌려 다시 아이와 분주히 움직이는 시종을 향했다.
"……많이 걱정했나봐요."
누구를 대상으로 한지 모를 말을 한번 입속으로 중얼거리곤 아우로라가 발걸음을 옮겼다. 얇은 원피스가 찢어져 다리가 훤히 드러났지만 여민 망토가 움직일 때마다 살결을 가렸다. 드문드문 보이는 발은 맨발이 되었다. 혹여 발자국이 남아 청소에 지장을 줄까봐 살짝 까치발을 들어 걸었지만 흐트러짐 하나 없다. 아우로라는 약욕을 위해 안내받은 장소로 도착했을 때, 눈을 내리깔아 빼꼼 드러난 자신의 맨발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리고 오세와 아이니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상황을 돌리듯 입을 뻐끔거렸다.
"오세, 아이니. 오늘 저녁은 제 방으로 가져다달라 전달해주실 수 있을까요?"
같이 저녁을 먹을 자신은 아직 없다는 듯. 아우로라는 미안한지 눈썹을 아래로 끌어내리며 유순하게 미소지었다.
//핫!챠!!! 레스공격!(?) 지각이라니~ 아니야 아니야! 그리고 폭락했다고 자책하지 않기~ 전혀 안 그러니까 괜찮아! 솔로몬주의 필체는 어떻게 봐도 멋지고, 깔끔하다구! 상황을 잘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읽을 때마다 편하고 잘 맞춰줘서 너무 고마울 따름이야.😊 뱀파이어 솔로몬은 레드와인! 아우로라가 공작님은 어른이라 술을 드실 수 있구나..하고 초롱초롱 쳐다볼 것 같기도 하고..🤔 아우로라는 와인은 고사하고 샴페인도 마셔본 적이 손에 꼽으니까..본인의 주사도 모르고..아카데미 학생도 전부 아우로라 넌 정말..조용했어. 괜찮아. 하면서 비밀로 부치는 그것..🤣
나도 약욕~ 온천도 가고 싶고 하물며 따뜻한 욕탕이라도 가고 싶어라~🥺 코로나가 두려우니 어딜 함부로 갈 수나 있겠냐구. ㅜㅜ 아니 그게 뭐야~ ㅋㅋㅋㅋㅋ 큰 걱정 없다구~ 그냥 두근두근 소녀의 마음인 거지 (☞゚ヮ゚)☞ 후후.. 그리고 약간의 미래 걱정과..나 정말 귀족이긴 한건가 싶은 마음..이렇게 말썽을 피우는데 내가 귀족이 맞긴 한가..?(?) 우우 공작님 나빠효..그치만 나쁜 남자라서 좋아(?) 착한 남자라도 좋다~😘
헉 진짜??? 드래곤 공작님 오늘부터 기원 1일차~ 꼭 보고 말 것이다! 오목눈이라니 ㅋㅋㅋㅋㅋㅋ... 아우로라가 찰싹 달라붙어서 이게 드래곤..! 하고 눈 반짝반짝 하는 날까지..후후후
솔로몬주도 오늘 하루 좋은 일만 있길 바라고, 어느덧 소설이 지나서 눈이 오기 시작했어. 건조한 날씨가 다가오니까 마찬가지로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따뜻하게 있어주길 바라. 건강이 제일이니까! 항상 같이 있어줘서 고맙고, 솔로몬주 덕분에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어서 기뻐.🥰 흠..음....흐음! 사..사.. 사탕? 사랑? 해~~~ 해석은 당신의 마음이다~~😘
아우로라가 들어간 공작저를 뒤로 하고 그는 말을 몰았다. 그가 향한 곳은 그의 기사들이 모여 있는 장소, 눈에 띄지 않게 숲 가까이에 모여 있던 기사들에게 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시야에 들어오자 기사들은 대열을 갖추고 그를 맞이했다, 그런 기사들 앞에 그가 멈춰선다.
"준비는?" "전부 마쳤습니다, 공작님."
그럼 가자.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그가 다시금 말머리를 돌렸고 기사들은 평소 입던 옥색의 갑옷 대신 검은 가죽 갑옷과 로브를 입은 채로 그를 따랐다.
"네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들을 돌아보며 저녁식사를 따로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아우로라에게 아이들은 그렇게 하겠다며 고갤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도 풀고, 자잘하게 난 상처도 치료하는 게 되겠지. 오세는 먼저 가보겠다며 자리를 떴고, 아이니가 이리저리 준비로 바쁜 다른 메이드들을 대신해 욕실의 문을 천천히 열자 그 사이로 수증기와 함께 약초의 향이 따뜻하게 새어나와 코를 간질인다.
"그럼 전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서 기다릴게요 아가씨,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셔야 해요?"
아이니는 치맛자락을 잡고 살짝 몸을 낮춰 아우로라에게 인사한 뒤에 미소를 지었다. 분명 그녀가 없어져서 모두 걱정했던 것이 분명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물어오지 않았다. 오직 그들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었다.
//헉 벌써 12월이 되어 버렸어 헉 이렇게까지 늦을 줄 몰랐어!!!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게을러 터져서(땅에 달라붙음) 저는 게으름뱅이입니다... 정성스러운 레스공격을 받아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ㅠㅠㅠㅠㅠ
앗 아우로라...술버릇이 비밀이구나! 응응 알겠어(?) 언젠가 술을 마실 때가 오려나~ 아우로라는 소녀야, 아껴줘야 해! 그치만 솔로몬은 그런거 잘 모르...지는 않으려나? 그리고 원래 귀족일수록 말썽쟁이라구(?) 그 정도가 심해지면 나라도 망해서 그렇지...그거에 비하면 아우로라는 귀요미야!
그쪽에는 눈이 왔구나...! 여긴 아직 눈은 오지 않았어! 그래도 춥긴 추운건지 새벽마다 서리가 내리는 거 같긴 해, 금방 녹지만? 응응, 서로 물 많이 마시고 아프지 말자구! 코로나가 또 변이해버려서 걱정이 많다는데 그래도 이젠 슬슬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파... 나 역시 아우로라주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도,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도 즐겁게 보내자! 나도 많이 좋아해 >.ㅇ(찡긋
오세와 아이니에게 감사하다. 아무런 반발도 없이 저녁식사를 따로 하고 싶다 해도 곧이 곧대로 따라줬고, 적어도 오늘은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을 것 같다. 아우로라는 욕실의 문이 열리자 따뜻한 약초의 향과 수증기를 마주했다. 한 걸음 내디딘 욕실은 습하다. 그렇다고 숨이 턱 막히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다. 딱 이정도가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아우로라는 인사하는 아이니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항상 고마워요, 아이니."
아우로라는 이내 아이니가 나가는 걸 바라본 뒤에야 욕실의 문을 천천히 닫았다. 한 걸음씩 앞으로 향할 때마다 망토 자락을 어깨에서 내렸고, 그 다음엔 얇은 원피스였다. 모두 바닥에 하나하나 떨어진 이후엔 준비 된 욕조 앞에 섰다. 들어가기 전 맨발을 먼저 담가본다. 까진 맨발이 약초 물 때문에 살짝 따끔하지만 물 온도도 적당하다. 이후 아우로라는 몸을 천천히 담근다. 그리고 물에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그 누구도 아우로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 묻지 않았다. 걱정했지만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이건 배려일까? 아니면 학습된 결과일까? 공작가의 사람들은 친절하니 배려일 것 같다. 무겁지도, 과하지도 않은 침묵의 배려. 아우로라는 괜히 황실에 있었던 날을 떠올린다. 황태자와의 약혼 이후. 사용인은 단 한명도 제편이 없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며 왜곡하고 황태자에게 하나하나 고했다. 황태자가 마수가 득시글한 곳에서 밀어버렸던 날도, 신관 덕분에 흉 하나 지지 않았지만 드레스는 찢어지고 살갗 좀 드러나 살아 돌아왔을 때 소문을 퍼뜨리던 황실 사람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재.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알아버렸는데 내가 이걸 내칠 수 있을까? 공작님을 너무 깊게 담아버렸는데 포기할 수 있을까?
아우로라는 소리 없이 고개를 내렸다. 머리카락이 젖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이 따뜻한건지, 아니면 눈물인 건지. 무릎을 끌어모아 안고 고개를 파묻는다. 아우로라는 눈을 내리깔며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한타래 쓸어넘겼다. 공작님께 나는 정치적인 도구이자 손님이다. 그렇기에 선을 긋는 걸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 갈등이 해소될까? 아니겠지, 평생 아닐 거야. 귀족과 황제는 늘 대립했고, 일치하는 날은 없다. 데뷔탕트 때 약속한 것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너무나도 두렵다. 그렇지만 오늘 좀 깨달았다. 아우로라는 눈물을 그치고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아마도, 내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공작님은 날 도구로 보는 시선에서 조금 멀어지신 것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해야지. 눈물 젖은 얼굴이 부스스 미소를 그렸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데뷔탕트 이후에도 계속 같이 남아있어야지. 안 된다면 후작가 영애가 아니라 마탑 견습생으로라도 갈 테니까. 나름 오목눈이 만큼 큰 그림(?)을 그린 아우로라였다.
"앗 따가.."
물론 까진 곳은 좀 따가웠지만.
//뭘 했다고 연말이지? 뭘 했다구 연말이 다가왔냔 말이야!(와장창) 이럴순 없어 또 나이를 먹는다아아악....·´¯`(>▂<)´¯`·. 으악 아니야 아니야~~ 우리 솔로몬주 게으름뱅이 아니다~ (달라붙은 솔로몬주 샥샥 긁어 떼내기)(?) 나야말로 게으름뱅이야..나는 게으름뱅이..우리 둘다 땅바닥 껌딱지 하면 안될까?(?)
ㅋㅋㅋㅋㅋ맞아 비밀이야! 아마? 법적 성인이 되면 술을 마셔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솔로몬도 술버릇 있을까? 용용이라 그런거 없다인가 설마? >:3c 응애 나 아우로라 아직 소녀..솔로몬 모른척 해도 나쁜남자 버프 때문에 용서 된다나 뭐라나...그렇지만 지금 솔로몬 말 타구 갔잖아! 어디로 간거야! 역시(이후 아우로라주의 로판뇌가 하도 돌아가서 각종 클리셰를 내뱉다 끌려갔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땅땅땅 판결 완료!) 저기 솔로몬주...나라가 망해버리면 이제 아우로라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돼요 ^^ 가 된단 말이야! 졸지에 폭군 되게 생겼네 아이구야!(?) 농담이구 귀엽다구 해줘서 고마워~ 0.<
날씨가 12월인데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해. 코로나도 변이해버렸고 심지어 퍼졌다지~ 으~ 나가는게 무서워~ 내 자유가 계속 침해되다니 고소다 고소(?) 오늘도 좋은 하루 됐길 바라! 슬슬 연말이니 바빠질 텐데 너무 무리하지 않구 쉬엄쉬엄 하는거야~ 감기 조심하구, 나는 이미 글렀어..TㅁT 많이많이 좋아하는 하루야~ 파이팅!😘😘
험난하게 느껴졌을 시간보다 편안하게 앉아 몸을 덥히는 시간은 훨씬 짧게 느껴졌으리라. 실제로도 더 짧을 테고. 그렇게 아우로라가 몸을 따뜻하게 덥히는 동안 공작저의 사용인들은 저마다 맡은 바를 충실히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우로라의 건강, 큰 일을 당해 심신이 지쳐 있을 아우로라를 위해서 공작저의 요리사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메이드들은 아우로라가 쉬어야 할 방을 깨끗히 정리했고 목욕을 마친 아우로라가 입을 옷, 특히 상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부드러운 옷감으로 된 옷을 준비했다. 상처에 바를 약은 물론이고 혹시 아우로라가 혼자 약을 바르기 어렵다면 기꺼이 상처를 볼 준비가 된 이들도 있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건만, 아직 공작저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솔로몬의 빈 자리를 플라우로스는 충실히 메우고 있었다, 이후에 그가 돌아왔을 때 만족할 수 있도록. 그는 자신의 주인이 무엇을 하러 갔는지를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겠지, 저 안에서 따뜻하게 약욕을 하고 있는 아가씨 역시도. 그는 공작의 집무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다가 문득 시선을 돌려 어두워지는 바깥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이고 너무 늦었네...아마 20일 이후부터는 시간에 좀 여유가 있을 거 같아! 우리가 아무래도 비정기적으로 레스를 쓰다 보니까 내용을 한꺼번에 몰아 쓰게 되고, 그러면 내용 전개가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을거 같은데, 대강이라도 시간을 정해서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끔 해보는 건 어떨까?
후후 솔로몬이 너무 착한 모습만 보여줘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뻔했지 뭐람! 이참에 한번 원래 성격을 되살리는 거다!
따뜻한 물에 한참동안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안 지난 것 같다. 아닌가? 갇힌 시간이 더 길었을까? 아우로라는 울음기가 온기에 발그랗게 달아오른 볼에 묻힐 정도로 약욕을 즐겼다. 덕분에 욕조에서 일어설 때는 머리카락에도 은은하게 약초 향이 배어 있었다. 마력을 싹 쏟아부어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그걸 느낄 겨를도 없었다. 덕분에 머리를 말리기 위해 마법을 쓰려다 다시 욕조를 붙잡고 이만큼 지쳤구나 깨닫게 됐다. 물기를 빼내는 간단한 마법도 못 한다니! 나 엄청 긴장했구나! 눈이 크고 동그랗게 뜨인 아우로라는 엉거주춤 일어나 준비된 옷을 걸쳐 입었다. 보드라운 감촉의 옷감에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아니야. 이정도면 혼자 갈 수 있어.."
본가 같으면 부축해달라 하겠지만, 이젠 자신도 다 컸다. 또 있어선 안 될 오기가 생겼다. 종이에 베인 상처를 발견하기 전까진 몰랐지만, 발견하고 나면 아픈 것 처럼 몸도 마력을 다 쓴걸 알고 나니 이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정도면.. 이정도면 방까지는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방 네 개만 지나가면 된다. 그렇게 아우로라가 도착하고 나니, 고작 1분도 안 될 거리가 북부 변방과 수도의 거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머리를 빗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정면으로 엎어졌다. 시녀 하나가 다가와 자신을 부르지 그랬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우로라는 괜찮다는듯 뭐라고 웅얼거렸다. 당연히 보들보들한 이불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아우로라는 엎드린 그대로였다. 까진 부분은 발목과 발바닥, 뒤로 넘어질 때 끌린 허벅지 뒷부분이었기 때문에 시녀는 잠시 곤란해하다 조심스럽게 옷을 걷었고, 좋은 약초로 된 연고를 발랐다. 발 부분은 그래도 따끔거리는게 버틸만한지 발가락만 몇번 꼼질거릴 뿐이었지만, 막상 허벅지 뒷부분은 평소 잘 닿지 않는 여린 살이라 그런지 연고가 닿자마자 발가락을 꾹 오므리고 다리에 빳빳하게 긴장이 하는게 확실히 보였다. 시녀가 옷을 다시 덮어주고 뒤로 물러나자 그제야 아우로라가 다리를 동동 굴렀다. 그리고 졸음이 가득 찬 눈으로 창가를 바라봤다.
"공작님이 늦으시네요."
무얼 하러 가신 걸까? 아우로라는 팔을 조심스럽게 들어 교차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뉘였다. 베개가 조금만 더 위로 기어올라가면 있는데도 굳이 팔베개를 하더니, 뉘엿뉘엿 져버리는 해처럼 꿈뻑꿈뻑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다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늦어도 괜찮다구~ 20일 이후부터? 미리 축하하단 말을 하면 되는거지? 그치? ^-^ 솔로몬주의 말이 옳긴 해.🤔 사실 이번 일상 이후로는 오너대화로 잠깐 휴식기(feat. 픽크루와 진단지옥과 아우로라주의 주접쇼)를 가질까~ 했는데 솔로몬주 의견도 좋은 것 같네! 나는 주말 오후엔 어지간하면 비니까~ 상판 자주자주 확인한다구..😘
이럴수가! 이럴수가!! 폭군 솔로몬의 부활인거야?! 이건 참을 수 없어~!! (팝콘콜라J열풀스크린4D관람석)
아우로라의 상처에 약을 발라 준 시녀가, 창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아우로라에게 나름의 대답을 건넸다. 어쨌든 공작저의 사용인들에게도 그리 익숙한 일은 아닌 듯, 어느새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고, 그 사이에 은은히 빛을 내는 달이 떠오른 하늘을 담은 창틀 너머를 바라보며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어느새 잠이 든 아우로라를 보곤, 조심스레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 준 시녀는 창문에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살랑거리는 것을 보곤 창문을 닫았다.
그렇게 공작저는 점점 조용해져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온통 어둠이 내려앉아 깜깜한 가도를 구름 사이로 살포시 고갤 내민 달조각의 빛이 비추고 있었다. 밤에만 들을 수 있는 풀벌레 소리가 초원을 훑는 바람을 타고 흐른다, 그러나 조용하지 않음에도 분명히 고요한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다. 풀을 짓밟고 흙을 뒤집는 말발굽 소리가 풀벌레 소리를 묻어버리고 있다. 은은한 달빛이 미처 다 비추지 못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가 돌아오고 있었다.
말발굽 소리가 멈춘 곳은 공작저의 정문이 아니었다. 솔로몬은 말에서 내려 후드를 넘긴 뒤 말고삐를 쥔 채, 커다란 바위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바위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바위 뒤에 숨겨져 있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주변을 훑어보던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망설임 없이 통로로 들어섰고, 처음에 열렸을 때처럼 바위는 소리를 내며 통로를 가로막았다.
축축하고 어두운 통로 벽에 걸려 있는, 기름 먹은 천을 감은 나무막대를 집어들어 불을 붙이자 어둠 속에서 길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자신의 말과 함께 통로를 따라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통로의 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로 끝에 있는 나무 문, 그 옆 벽에 박힌 철제 바구니에 막대를 던져 넣은 그가 문을 열어젖히자, 그 앞에는 플라우로스와 사용인 몇이 몸을 굽히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공작님." "또 너로군, 마중은 필요 없다고 말했잖느냐."
"주인이 자리를 비웠는데 어떻게 모두 잠에 들겠습니까? 나이든 몸이라 잠이 없으니, 이럴 때 활용해야지요." "흥, 능구렁이 같은 녀석."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그는 로브를 벗어 손에 쥔 채로 말고삐를 내밀었다.
"오늘은 실내에서 머무르게 해라, 먹이도 충분히 주고."
사용인이 말고삐를 이끌고 사라지자, 그는 플라우로스에게 지저분해진 로브를 건네며 발걸음을 옮겼다. 곳곳이 얼룩진 로브는 흙이 말라붙어 있는 등, 상당히 지저분했다.
"태워라."
식당으로 향하며, 그는 허리춤에 찼던 칼집과 칼을 건넸다. 어느새 도착한 식당 앞, 쟁반에 놓인 접시물로 손과 얼굴을 닦아 내니, 물은 금방 탁해지고 말았다, 흙가루와 다른 것이 섞여 적갈색이 되어 버린 물, 그는 손가락을 튕겨 물을 깨끗히 정화하고는, 접시 옆에 있던 타올로 얼굴을 닦아냈다. 머리카락을 타고 물방울이 두어 방울 떨어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그가 식사를 하는 밤. 그가 무엇을 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을 달은 두려움 때문인지 구름 뒤에 숨었다가도, 그것을 소리쳐 알리기 위해서였는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원을 훑는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만물을 잠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럼 막레는 감사하게 받겠다구! 며칠 안 남았다니..자유를 즐겨두는 게 좋을 거야~ ~_~ 오너대화? 이제 각오하는게 좋을 걸~~~~ 하고 포부있게 말했지만 정작 내가 준비한 것은 몇가지 주접멘트와 이번에도 솔로몬이 너무 멋졌다는 말 뿐이고..그렇지만 하고 말 테다..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까~
지금껏 조금씩 정주행 해보면서, 이번 일상을 기점으로 서로 마음을 좀 정리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 느낌이 드네. :3c 아우로라는 솔로몬이 좋지만 귀족파의 딸이라는 자신의 입장이 방해가 될 지도 모르니 점점 더 자유를 위해 발 뻗을 할 것 같고, 솔로몬은.. 여전히 멋있고 아우로라에게 이제 제물로 온 소녀가 아니라 영역 안에 0.0001mm라도 들어온 걸로 인식했으려나?(뇌피셜임) >:3 사실 무릎 위에 앉혔을 때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 잘 대해주는 느낌이 들었다구~ o.< 이번 일상..귀한게 많아서 너무너무 좋았어~ (꼬옥)
원래 연말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도 바쁜 날인 걸~ 메리 크리스마스! 좋은 저녁 보내고 있을까?
주접을 기대하니 갑자기 쥐구멍 파고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ㅋㅋㅋㅋㅎㅎㅎㅎ 그치만 솔로몬 너무 멋진 걸..🥺 태워라.. 드르륵 탁.. 태워라.. 드르륵 탁.. 태워라.. 드르륵 탁.. 방금 내가 듣고 왔는데 목소리 엄청 듣기 좋았다구(???) 너무너무 멋진 솔로몬!!😘😘😘😘
오목눈이 아우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로몬이 무릎 위에 앉힌 덕분에 아우로라는 좋은 꿈을 꿨다나 뭐라나? 여담이지만 언젠가.. 솔로몬에게 드래곤이 하늘로 올라가면 뭐게요? 올라가용! 을 시전하고 말 것이야~😉
좋은 꿈을 꿨다니 다행이네, 공작님이 좀 더 잘 대해줘야 되는데! ㅋㅋㅋ그런 아재개그를 치다니! 의외로 재밌어할지도 몰라!
지금 솔로몬의 심정이라...어...좀 복잡하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정치적 이유도 있고, 단순히 데리고 있는 걸로 후작가에 압박을 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사고뭉치(?)여서 과거의 자신에게 묘하게 짜증을 내고 있으려나...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게 신경쓰이는 거 같아!(??) 뭔가 우리가 손 위에 아기 토끼같은 걸 올려놓은 기분이랄까?
아앗 안돼!! 도망이 너무 빠르구먼...잡을 수가 없어~~(철푸덕 솔로몬이 정말 잘 대해줄까!!! 잘 대해줘라 솔로몬!!(??) ㅋㅋㅋㅋㅋ그런가...나이를 보면 그렇긴 하지ㅋㅋㅋ
뭐야 아우로라! 나라까지 팔 만한 아가씨였어?! 역시 오목눈이의 파괴력은 대단해...나도 몇번 이승을 탈출할 뻔 했는걸..? ㅋㅋㅋㅋ귀여워!!! 그렇게 되면 붙잡을 수밖에 없잖아!
오오...뭔가 되게 많구나! 엄청 기대된다! 나도 뭔가 열심히 생각해보고 있어, 생각해보고는 있지..응.. 데뷔탕트...는 어쩌다 보니 엄청 큰 이벤트가 돼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그때면 셀피도 볼 수 있는건가! 흐흐...데뷔탕트...언젠진 모르지만 기다려지는걸..
이히히 토끼라서 그렇대요~ (폴짝폴짝!) 헉 넘어지면 안돼~ (호다닥 달려옴) 잘 대해줘라 솔로몬! 아니면 이리 튀고 저리 튀면서 오목눈이짓을 하고 말테다! >:3 아재개그도 안 해줄거야!
아우로라: ..안 하는게 낫지 않아요?
나도 솔로몬의 멋있음에 이승을 몇번이고 탈출할 뻔 했다가 겨우 잡았다구? o.<
에이~ 생각만 해도 잘 하는거지! (뽀다담) 데뷔탕트는 천천히 서로 관계 진전하다가 하자구! 흐흐흐.. 셀피를 내가 숨겨두었지! 나도 기다려져~ 이제 슬슬 스토리 선을 보강해볼까 하는데, 솔로몬주는 어떻게 생각해? 가령 앞으로의 큰 흐름이나, 황태자와 2황자..뭐 로판식 전개(이놈을 폐위하고 저놈을 올려라 그런거..?)나, 세계관의 보강이라든지.. 그런 거.
으으음 관계도 향상하는 치트코드 같은거 없나(?) 셀피 얼른 보고싶은데...헉, 나도 준비해야 하는건가?! 스토리라... 나는 미래보다는 아우로라가 과거로 날아간다!거나 그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아우로라의 마력에 옅긴 하지만 솔로몬의 마력과 같은 느낌이 감도는 걸 주제로 삼아볼까도 생각해 보고 있어. 세계관적으론 제국이 세워진 기원에 대해서거나, 아니면 주변 국가에 대해서도 좀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 황태자 외의 황자들의 존재도 꽤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을 것 같네, 안 그래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아이들이 있고.. 해볼 건 엄청 많은데 내 능력은 부족하네ㅠㅠ
좋은 밤이야~! 치트? 그런게 있다면 지금 써야지~(??) 사랑의 묘약..?(안 됨) 으흐흐 준비해야지! 재밌는건 혼자 준비하면 안 된댔어~ 헉, 과거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아. 마도서를 읽어보다 빨려들어가는 그런 전개인 걸까~ 솔로몬의 마력과 같은 느낌이 감돈다니.. 이거 평생 반려 떡밥 그런거라구 우우! 아우로라주의 로판뇌가 빙빙 돌아~ >;3 제국의 기원과 주변 국가라.. 천천히 하자구! 능력이 부족하다니~ 아이디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걸.😘 곧 만난지 3년이 되어가. 그만큼 함께 할 시간도 많으니까 차근차근 해나가자! 그리고 여기 빠바밤! 로판덕후 아우로라주도 있으니까! o.< 부끄럽지만 이것저것 도와줄 수 있다구!(움쪼쪼!)
으음 준비해야겠지 아무래도! 드림셀피는 뭔가 까마득한데... 마도서도 괜찮구, 그게 아니면 공작저를 돌아다니다가 시공간의 뒤틀림에 빠져버린다든가?! 후후 전에 악몽에서 구해주면서 조금 섞였을지도 몰라! 그게 아니면... 이것도 뭔가 과거와 연관이 있을지도?! 응응 그래! 급하게 할 필요는 없지~ 제국의 기원하고 관련해서는 과거로 날아가는 거랑 연관해서 풀어나가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헉,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엄청 빨리 지나갔구나 시간아... 하긴, 앞으로 더 많이 남았으니까! 역시 아우로라주야! 초보인 나에게 여러가지 많이 알려달라구!
드림셀피(2020년의 시작과 함께 사라져버림).. 이제 남은건 픽크루 뿐이라구..🙄🙄 드림셀피 다시 살려주는 프로젝트는 왜 안 하는거야~~
시공간의 뒤틀림?! 뒤섞인 마법?! 연관있는 과거?!(책상 쾅) 꺄아악 어떡해 로판뇌가 막 돌아가..ㅋㅋㅋㅋ 벌써 과거와 함께 떡밥 뿌리기와 일부 회수로 7화 뚝딱했다구.. 기원과 과거를 풀어나간다니 너무.. 최고야!! 최고라고 봐! 타임슬립으로 그 주인공이 너와 나~ 같은 느낌인 건가?🤔(너무 나갔음) 솔로몬주 의견 굉장히 좋다구 생각해!! 다듬어가면서 풀면 될 것 같다구 봐!😘😘 시간이 빠르지만 또 느린 것 같기도 하구~~ 앞으로 더 많이 남은 시간에 집중하자구!😉 응응! 솔로몬주도 고증 막힐 때마다 늘 도움을 줘서 고맙구 기뻐~😚😚 나도 잘 부탁해!
Picrewの「The Gentleman of HERA」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RJDgEKNmF0 #Picrew #The_Gentleman_of_HERA 그리고 오늘의 픽크루~ 솔로몬 적폐를 만들어왔다구 0.<!!
드림셀피 엄청 요긴하게 썼었는데 말이지...8ㅁ8 픽크루가 어느 정도 대체하고는 있지만 역시 드림셀피가 아니면 안 돼!!
후후 생각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시간이 뚝딱 하면 가버리곤 하지! 의견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0^ 천천히 다듬어서 풀어보자! 그리고 픽크루 봤어! 이렇게 보니 느낌이 또 색다른걸... 뭔가 엄청 까다로운 귀족 같아!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게 신기하네... 혹시... 나는 디자인의 천재일까?!(아님) 나도 시간이 나면 귀욤귀욤한 아우로라를 만들어오도록 해야겠어!
맞아맞아.. 드림셀피랑~ 캬라초코랑~ 픽크루와는 다른 그 요긴~한 매력이 있었다구.. 앗 ㅎㅎ 너무 옛날인가.. 그치만 옛날 사람 맞으니까!(당당)
응응 천천히 다듬고 풀어가자구!! 정말정말 마음에 들어! 우리 솔로몬주는 어쩜 이렇게 천재에다 멋쟁이일까? ^0^ 이런 솔로몬주에겐 하트를 발사해주지! 이얍!!💕💕 솔로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심한듯~ 하면서도 그 근엄한 분위기 속 살아있는 눈빛이라고 생각했거든..😎 디자인의 천재 맞다구!! 솔로몬을 보고 펑 반해버렸는 걸? 0.<♡ 헉, 기대하고 있을게!
그리고 12월 31일이야. 드디어 2021년의 마지막 날이구나... 이번 1년동안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겁게 이어나가자!
새해 첫날은 늘 바쁘지~ 괜찮아! 나쁜 일이 아니라니 다행이다. 즐거운 시간 되었길 바라구 앞으로도 나쁜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꼬옥)
앗 불사신이라니 ㅋㅋㅋ 그러면 우리..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가는거야..후후후!😎 그런 솔로몬주도 귀여워~ 앞으로도 더 당당한 사람이 되어달라구!
응응, 솔로몬주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이렇게 우리는 한 살 더 먹고 말았어..🥴 그렇지만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어~ 저번 년도에도 살아있어서 고마워 아우로라주야 솔로몬주야.. ㅎㅎ
아차차, 오늘은 아우로라의 짧은 tmi를 가져왔다구~ 새해 기념 선물이야 0.<~ 아무래도 아우로라랑 소네타의 사이랑, 작은아버지.. 그러니까, 숙부님의 이야기라든지. 그런 것들은 두루뭉술 넘어간 느낌이 들었거든. 그래서 짜쟈쟈쟌~
1. 아우로라와 소네타의 우애는 깊은 편이야. 서로 다치거나 하면 앞뒤 안 가리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네. 좋아하는 건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손 잡고 다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역시 '혈육'이라는 패시브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서로 골탕을 먹이거나 짤막한 다툼도 있을 수밖에 없어. 아우로라가 황태자 앞에서 말실수를 했고 "난 이제 시집도 못 가!" 하고 아우로라가 푸념하니까 소네타가 배 잡고 "오목눈이처럼 진짜 삐약댔구나!" 하고 깔깔 웃다 머리채를 잡힌 적도 있어(...)
2. 아우로라의 성격은 얌전하고 소극적인 소녀에 가깝지만, 적어도 어린 나이에 사교계 티 타임에 초대 받거나 황태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활발한 요조숙녀 느낌이었어. 집안에서는 귀여움도 받고 그랬으니까. 그리고 이 성격이 가장 두드러진 건 아카데미 시절이야. 얌전하지만 우당탕탕~ 하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웃으면서 "불만이 있으시다면 저는 사교계 소문이 아니라 모의 전투로 받고 싶은데, 아, 미안해요..교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싫어하고 배움도 싫어하시고, 성과도 없으시면서 남이 노력하는 성과를 비웃으면 떡이라도 떨어질 줄 아시는 분께 너무 과분한 요청이었을까요..?" 하는 면도 있었어.. 원시림 전투 때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작은 오목눈이라도 건드리면 포닥포닥 한다구..🤕
3. 로판에서 여러 모티브를 따오다 보니 아우로라의 작은아빠, 즉 마탑주는 황실에게도 '꼬우면 너희가 마법 쓰든지 미친 새X들..' 하는 느낌이야. 그러면서도 또 황가와의 약속으로 속박 되었다 보니 여러 제약이 있지만, 적어도 체면이고 품위고 뭐고 없이 자유로운 편이라 여타 귀족과는 확실히 다르지. 스노우디아의 사람이니 귀족이라는 신분이 있긴 하지만 마탑주라는 더 큰 이명이 있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는 상황이야. 불로불사를 연구하겠다고 했다가 지금 망친 상태라나 뭐라나.. 그리고 아우로라를 끔~찍하게 좋아해. 우리 귀여운 조카는 마법도 잘 쓰고 그러는데 왜 너희는 못하냐~ 하면서 마탑의 마법사 갈구는 게 취미야..
오오 맛난 티미!!(줍줍) 확실히 소네타랑 아우로라는 엄청 친해 보였지... 서로 편지도 주고받고 그랬으니까, 뭔가 소네타가 아우로라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어! 성격이 당당해서 그랬으려나? 아카데미 시절 아우로라는 할말은 다 하는 아가씨였구나! 아우로라에겐 아카데미 시절이 참 좋았을 거 같아, 뭔가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뭔가 아련한 기분.. 마탑주 씨(?)는 아우로라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인 거 같네, 지금 상황에 있는 아우로라가 기대기에 정말 좋은 존재가 숙부님 아닐까? 그치만 마법사들을 갈구는 건 너무해ㅋㅋㅋㅋ 뭘 잘못한 그야!
어쩌다 보니 또 답이 늦었네, 어제 어머님이 백신 접종을 하고 오셔서 오늘 좀 살짝 몸살기운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일찍 주무시게끔 도와드리느라 오늘 이제야 답을 하게 됐어!
으으, 늦어버렸다. 미안해~😭😭😭 오늘은 내 차례였어.. 부스터샷 맞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거 난 괜찮던데~ 하던 걸 믿지 말았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팔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어.😫 솔로몬주 어머님께서는 괜찮으실까? 더 편찮으시지 않고 무사히 건강하게 넘어가셨으면 좋겠어.🥰 오늘도 좋은 하루!
후후 이제 솔로몬 티미를 내놓으시지!(날강도 짤) 소네타의 성격은 당당하고, 용병에 가까운 호탕함이니까..😗 그래도 아카데미 시절보다 더 행복한 걸~ 솔로몬과 함께 하는 나날마다 즐거운 일(사고)이 가득하니까! 그래도 언젠가 아카데미로 잠깐이나마 졸업생 신분으로 가게 된다면 기센 아우로라를 볼 수 있을 지도..? 응! 적어도 가장 호의적이고,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기도 하지. 신분에서 독립되는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치만 교수님께서 학생을 과제로 갈구는 건 흔한 일이잖아~ 후후. 그것도 대학원 오겠다고 제발로 들어온 애들에겐 그만큼 따끔한 충고와 사랑과 갈굼이 있는 법이지..(??) 너희가 선택한 대학원이고 숟가락으로 논문이라는 산을 파는 것도 버텨야 하는 법..! 이라는 느낌이지?
아우로라: 저 마탑 안 갈래요 숙부: 마탑은 열린 문이란다. 무영창 8서클은 어떻게 생각하니? 아우로라: 저 마탑 안 갈래요! 공작님!! 플라우로스!! 오세! 아이니! 비네! 아무나 살려(?)주세요..! (도망침)
후후 그런 나도 늦었다!!!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돼!!!(??) 헉 아우로라주 부스터샷 맞았구나, 지금은 좀 괜찮을까? 약 꼭 챙겨먹었겠지? 우리 어머니는 금방 괜찮아지셨어, 팔이 뻐근했다곤 하셨는데 그것도 얼마 안 가서 나은 듯!
이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들켰나(?!) 그러면은 나도 맞춰서 tmi 3개를 제공하겠다!
첫 번째로, 솔로몬이 용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는 존재는... 일단 많지 않아, 딱 봐도 인간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종족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 그다지 보이지 않으니까 혹시 용은 아닐까? 라는 식의 소문이 무성하다고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넘치는 마력량이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그가 용이라면 많은 의문이 해결될거라고 할 정도니까. 심지어 공작저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솔로몬이 진짜 용인지 아닌지 모르는 이들이 많아. 역시 어렴풋하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종족이구나~ 하는 거지. 물론 플라우로스는 확실히 압니다!
두 번째로, 솔로몬이 황제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황가와의 약속 때문인데, 처음에는 말 그대로 친우간의 약속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희미해져서 군신 관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어, 거기에다가 어렴풋이 솔로몬에 대해 전해듣게 된 황가는 어느 정도 그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여러 방향으로 억제할 방법을 찾고 있을지도? 방법을 이미 찾아내서 쓰고 있을지도 몰라!
세 번째로, 젊었을 때의 솔로몬은 그야말로 아무도 못 말리는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었어, 용의 스테레오타입에 걸맞게 금은보화도 무진장 좋아해서 둥지(?)에 보물을 막 쌓아놓고 그랬어, 그러면서 뭐랄까... 고약한 성격이라서 그걸 소문낸 다음, 보물을 찾으러 오는 이들을 쥐잡듯이 잡는 일을 즐겼었어. 지금은 흑역사지만ㅋㅋㅋ 그때는 좀 더 치기어린 데다가 성급한 편이라서 의외로 상대의 계략에 잘 넘어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솔로몬이 한창때에는(???) 엄청 시끄러웠다고 보면 될 거 같아!
이제 우리는 공범이야!!(???) 응응.. 오늘은 괜찮아! 며칠 전에는 하루종일 잠만 자고 피곤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팔이 이따금씩 잠깐 불편한 듯 싶은 느낌으로 뻐근한 걸 빼면 괜찮다구!😂 어머니께서 쾌차하셔서 다행이다. (뽀다담)
우후후 나는 tmi 강도~ 나를 벗어날 수는 없을 거야~😘
헉, 솔로몬이 용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구나. 확실히.. 플라우로스나 오세, 아이니, 비네처럼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용 아닐까~ 하는 얘기가 나돌 수 있겠네. 마법도 그렇고, 여러가지 정황도 그렇고.. 공작저는 조금 의외네. 아우로라도 언젠가 플라우로스처럼 확실하게 아는 날이 오겠...지? 우우 솔로몬 왕큰도마뱀(솔로몬주: 어?).. 아우로라가 꼬옥 끌어안아야해!
황가와의 약속이 친우에서 시작되어 욕심이 섞인 군신관계가 된 걸까? 방법을 찾았다면 슬픈 일이야.. ;ㅅ; 만약 그 방법이라면 대마법사의 딸, 그리고 나는 이집 아이같은 으레 '다른 존재'가 주된 포인트인 로판소처럼 억제되는 느낌일까?🤔
마지막 너무 귀여워.. 못 말리는 성질머리.. 까칠하고 앙칼진 우리 공작님(?) 금은보화도 좋아하고 보물도 쌓아두고 하는 걸 상상하니까 너무 귀여워. 소문내서 쥐잡듯이 잡아내는 건 무섭지만.. 그렇지만 정말 용의 스테레오타입이라 너무 귀엽고.. 언젠가 아우로라가 아는 척 모르는 척 속닥속닥 놀려주고 싶어.. 공작님, 옛날에 한 드래곤이 이-만큼이나 금은보화를 쌓아두고 사람을 불렀다는데, 정말이에요? 같이..😊😊😊
맛난 tmi 정말 잘 먹었다구! 귀여워 귀여워.. 솔로몬 너무 매력덩어리야. (꼬오옥) 정말정말 좋아!
허엉엉 너무 늦어버렸다..;0; 늦어서 미안해!! 오늘 접종하는 날이겠구나. 푹 쉬고, 타이레놀 효과기 제법 좋으니 꼭 챙겨먹기야. 무서워 하지 마! 별거 아니라구? 0.< 완쾌한 아우로라주를 믿어!
용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끄덕끄덕) 아우로라가 알게 되는 날이 기다려지는 걸? 시작은 좋았다, 구나.. 나 솔로몬주가 언젠가 떡밥 털어주는 날까지 숨 참고 기다릴 거야.. 흡!(사망)
그치만 지금의 솔로몬과 비교하면 너무너무 귀엽단 말이야!ㅋㅋㅋㅋㅋ 팔팔한(?) 솔로몬 놀려보고 싶다.. 장난 쳐보고 싶다....+ㅅ+ 아우로라도 한 왈가닥 하긴 했지..ㅎㅎ 이리저리 오도도도 뛰어다녀서 후작저 내부에서 아가씨! 복도에서 뛰면 안 돼요! 소리가 이곳저곳 울리지 않았을까..?🤔 솔로몬 입장에서는 짹짹 하는 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로라가 열심히 삐약삐약 짹짹 할 테니 각오해~! >:3
다음 내용이라~ (머리 싸쥠) 으음.. 음.. 데뷔탕트는 아직이고, 그러면 드레스를 한 번 중간점검 하러.. 수도로 가본다..?🤔 아니면 축제를 구경하러 간다..? 으악 미안..로판 클리셰+후레 아이디어 뿐이네..힝힝😂
갱..신! 지금은 조금 어떨까? 부디 나아졌길 바라. 음.. 3차 대상자라 해서 맞았더니~ 방역패스가 사라져버렸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뭐, 3차 맞으면 면역이 더 올라간다니까 그걸 위안 삼고있어.. 쏟아지는 확진자 속에서 나만 아직 안 걸렸지..신기할 정도라니까.🤔 백신 덕분인가?
정치공작이랑 줍줍(??)한 아이를 엮는다면.. 로판식 정치로 본다면 으음.. 어떻게 본다면 가족이 없는 아이를 거둬 아카데미에 보내는 거니까, 가문이 아니라 아우로라 그 자체의 됨됨이를 볼 수 있고 위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그런 쪽일까? 아우로라의 편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몇 귀족처럼 그냥 사람 키우는 놀이용으로 데려온거 아니냐고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테니, 정치쪽 얘기가 되긴 하겠네. 아카데미에서 후원을 받는 아이들끼리 그 나름대로 또 파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럼 아이들 추천장을 쓰고.. 아카데미에 가서 제출하는 것까지..일까?🤔
시간이 지나며 작지 않았던 소동의 여파는 가라앉았다. 솔로몬과 아우로라가 온전히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공작저의 사용인들 역시 본래의 궤도에 오른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별일 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이건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평화로운 생활일 터.
그러나 그런 아무 일 없는 생활이 답답하게 여겨지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 역시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시간은 그 무엇도 새로워지지 않을 뿐더러,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조차도 해결해주지 못하니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건 안일한 이야기였다. 적어도 지금은.
그리고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아무 일이 없을 뿐, 크고 작은 문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솔로몬을 귀찮게 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도 꽤 지났건만 아직까지도 전쟁에 얽메인 이들이 잔뜩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발생했던 문제들, 계속된 습격 등은 그로 하여금 이 조용한 상황이 마치 폭풍이 불기 전 고요한 하늘과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계속 선수를 내주는 게 좋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먼저 수를 쓸 수 있을까?
"......"
얼마간 고민하던 그의 얼굴에 무언가 떠오른 듯,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지금 그의 손에는 쓸만한 패가 분명히 있었다.
시간은 약이다. 아우로라는 별다른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까진 부분은 흉터나 굳는 살 하나 없이 언제 다쳤냐는 양 보드랍게 치료됐고, 사용인도 본래의 맡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변한 점이라면 상한 머리카락을 쳐냈다는 점이 아닐까? 잘라야 하는 길이를 가늠했을 때, 대략 3년의 시간 동안 길렀던 머리라는 사실을 알고 많이 아쉬워했다. 아우로라는 아깝긴 해도 이러면 머리가 더 잘 자랄 거라는 시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골반을 이제 막 넘어서 허벅지를 덮으려던 머리카락은 이제 골반의 시작점에서 예쁘게 넘실거렸다. 잘라낸 뒷머리가 조금 가벼워졌단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이리저리 머리를 만져보았다. 고작 이 정도 잘랐는데 조만간 졸업하고 기사단에 들어가면 단발로 자를 거라고 으름장을 놓던 소네타는 얼마나 가벼울까? 머리를 꼬아보기도 하고, 양 갈래로 한 움큼씩 잡아보기도 했을 때, 아이니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아가씨.." "무슨 일인가요, 아이니?" "제가 오늘 아가씨의 머리를 빗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아이니. 오늘은 머리가 묶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요?"
아이니의 사소한 부탁에 아우로라는 작게 웃으며 오늘의 머리치장은 아이니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이제 아이니는 머리빗질에 많이 능숙해졌다. 보드라운 목화향이 나는 마법 향수에 빗을 담가 머리를 빗고, 작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갈랐다. 아우로라가 양 갈래로 움켜쥐었을 때 뭔가 떠올랐나 보다. 손을 열심히 꿈질대고 시간이 지나자 아우로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결국 소리 내 웃었다. 양 갈래! 어릴 때도 잘 하지 못했던 건데, 지금 해보니 퍽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아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준 아우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드레스 자락도 풍성해서, 사랑스러운 느낌이 배가 되었다. 공작님을 뵙고 올게요. 한 마디에 몇 사용인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아이니는 다녀오시라 배웅했다. 복도를 거닐며 걷던 아우로라는 천천히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정중하게 노크한 뒤, 잠시 기다렸다.
"공작님, 들어가도 될까요..?"
슬 아카데미 추천장을 위해 외출이 필요했다.
// 핑퐁! 즐거운 설 연휴 보냈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늘의 아우로라는 양 갈래! 귀여운 아우로라.. 아카데미 기강 잡으러 갑니닷~😘😘😘 답레는 느긋하게 주라구!😉 오늘 하루도 화이팅~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을까? 현재 그가 제국 내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더욱 강한 영향력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최대한 사용해왔다. 아우로라를 데려온 것도 결국 그 일환이었고.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 어쩌면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결과도 확실하게 나타난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제약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 그럴 리 없지. "
그러나 그는 그다지 그런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잡다한 생각을 하며 의자에 기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그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천천히 떴다.
" ...들어오시오. "
그러고 보니 벌써 날이 밝았던가. 그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을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퉁겨 커튼을 열어젖혔다. 밝은 빛이 그 사이로 환하게 새어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춘다. 묶지 않아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햇빛에 옅게 반짝인다.
// 후후... 일을 시작해서 좀 답레가 늦었네! 아마 15일까지는 할거 같아, 짬짬히 시간은 내겠지만! 그리고 아우로라가 양 갈래라면 이쪽은 푼 머리다! 달라진 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공작저 복도를 지나치며 바라본 바깥 풍경은 화창했다. 오늘 같이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아우로라는 문 앞에 서 잠깐 망설였다. 오늘은 어떤 말로 하루를 시작해야 할까?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식상하지 않을까?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 주무셨으면 어쩌지? 오늘도 제가 왔어요? 어제 문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으니 이건 아니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뵙네요는 너무 의도가 다분하고. 아침부터 머리가 이리 꼬이고 저리 꼬였다.
한참을 고민한 것 같은데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기까지 고작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아우로라는 고민을 채 끝마치지 못하고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일단 부딪쳐보자는 심정이었지만 얼마 안가 후회했다. 밝은 빛에 비친 구릿빛 피부, 빛 받은 눈동자, 묶지 않아 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 아우로라는 얼어붙듯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와 문을 소리가 나지 않게 닫았다.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만약 아우로라가 조금 더 당찬 사람이었다면 속으로 온갖 호들갑을 떨며 얼굴로 힐링했다 생각했겠지만, 아직은 그럴 사람이 못 됐다.
"ㅈ, 좋은 아침이에요……."
결국 가장 무난한 인사로 하루를 시작해버렸다. 인사를 뱉고 나니 어느새 잔뜩 긴장했던 것도 사라지고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아무리 마음속에 담는다고 해도 누군가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티를 낼 수는 없었으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심스럽고 나긋나긋하게 손을 앞으로 모았고, 또 수줍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머리를 푼 건 처음 보는데,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앗."
이게 아닌데. 아우로라는 눈을 크게 뜨더니 수줍게 뺨을 붉히고 입을 오물거렸다. 나도 참.
"그, 그게 아니라. 혹시 오늘.. 주, 중요한 일정이 있으신가요..?"
// 일? 축하해!🎉🎉 요즘 시국에 일 구하기 쉽지 않지..(._. 그것보다 15일까지면 다음주 까지구나. 일 화이팅이구 천천히 답레 주길 바라!😘 솔로몬 머리 푼 거 잘생겼어~ 푼 거랑 묶은 거랑은 확연히 차이가 나니까! 분위기가 달라진다구! 그게 장발캐의 매력이기도 하고! 언젠가 포니테일도 보여줄거라 믿는다굿 솔로몬주~ 0.< 오늘은 주섬주섬.. 아우로라의 작은 tmi를 가져왔어.. 정말 사소한 거지만 아우로라는 아직도 아카데미 시절 교복이 본가에 남아있다 >:3!!!(두둥!) 너무 사소한 tmi인가? ㅎㅎ; 그렇지만 언젠가 입을(?) 지도 모르니까..0.<<<~~~
뭔가 아침이 좋다고 말한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지만 어쩌겠는가, 인삿말이 원래 그러한 것을. 어쨌든 인사를 마친 뒤에 평소의 예의 바르고 조신한 모습을 한 아우로라가 솔로몬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감상을 하자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눈을 깜빡였으나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뺨을 붉히는 아우로라의 모습에 흐음, 하고 그 말을 되새기고 마는 그였다.
" 중요한 일정이라, 딱히 없군. "
왜 그러시오? 라며 그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는지를 천천히 생각해 본다. 자잘한 일들은 있었지만 중요한 일정이라고 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 앞에 선 소녀가 이런 물음을 건넨 이유는 뭔가 중요한 일이(어디까지나 그녀 입장에서겠지만)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렇다면 그다지 다른 일은 중요하지 않겠지.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은근히 기대를 하면서 그는 흥미 섞인 시선으로 아우로라를 바라보았다.
" 날이 좋으니 산책이라도 할까? "
원래대로라면 답을 들어야겠지만, 그는 묘한 장난기가 발한 것인지 아우로라의 말을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커튼 사이로 들어와 퍼지는 햇빛이 그를 비추면서 그의 반대편에는 자연스레 길어진 그림자가 자리를 잡았고,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우로라의 얼굴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지금 해야 할 말과 산책을 하러 가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듯이.
// 후후... 어쩌다 보니 이번 주부터는 다시 쉬지만 말이야, 어차피 2주 뒤에는 공부를 해야 하니까! 답레가 늦고 말았지만 천천히 달라고 했으니 딱히 할말은 없...지 않다! 흑흑 조금 늦어서 미안! 음 확실히 장발캐는 머리의 바리에이션이 다양하니 좋긴 하지~ 내가 실력만 된다면 직접 그릴 텐데 인남캐를 잘 못그리는 나란...ㅠㅠ 헉! tmi다!(줍줍) 헉 설마... 혹시 이번에 입는 건가?! 갑자기 등장한 선배님 그런 건가?!!
무난한 인사를 뒤로 아우로라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비록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수줍게 볼을 붉혔지만. 난 몰라, 공작님께 이런 말씀을 하게 될 줄이야! 물론 잘 받아주시긴 했지만, 얼굴을 붉히자 되새기는 모습을 봐버렸으니 오늘 밤 잠들기 전 몇 번이고 아우로라는 이불을 걷어찰 것이 분명했다.
"없으시군요..!"
다행이다! 그나마 여유롭구나. 아우로라는 손을 뒤로 모았다. 오늘은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 덕분인지 한결 가벼운 차림이다. 연보랏빛 명암을 띄고 무릎 아래까지 닿는 풍성한 치맛단, 허리 뒤편으로 동여맨 남색 리본, 밑단에서 마찬가지로 남색으로 하늘거리는 프릴까지. 차분하고 수수하지만 사랑스러운 치맛단에 손이 가려졌다. 아우로라가 곧게 세운 허리에 다시금 힘을 줬다.
"그게, 리히트와 레이라의 추천서 때문에.. 네?"
추천서를 쓰기 위해 아카데미에 방문해야 한다 말씀을 드려야 했다. 미리 새벽동안 대사도 연습했다. 노력이 무색하게 아우로라는 준비된 대사를 뱉기 위해 입을 벌리려다, 눈을 둥글게 뜨고는 입을 다시 다물었다. 공작님의 흥미로운 시선은 둘째치고, 먼저 산책을 권유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우로라는 답을 하기 위해 입술을 뻐끔거리려 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커튼 사이의 햇빛이 그를 반 각도 틀어진 역광으로 비추는 것과 달리 아우로라는 정면으로 해를 받았다.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빛 받은 눈동자가 타파이트를 꼭 빼닮아 있었다.
"아, 그……."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만, 아이들도 놓칠 수는 없다. 아우로라가 어물거리다 시선이 마주치자 뺨을 옅게 붉혔다. 뒤로 숨겼던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등 뒤의 그림자가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모르고.
"그, 그, 그게.. ㅇ, 아, 아카데미로 같이.. 산책 가실래요..?"
겨우 뱉은 말의 어폐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대략 문장이 끝나고 5초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깨닫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놀라 눈이 둥글고 크게 뜨였다.
// 이얍! 답레! 푹 쉬고 있을까? >:3 2주 뒤부터는 공부 시즌이구나. 열심히 하는 거야~ 화이팅, 화이팅! >:3!! 나야말로 늦어서 미안! 88 인남캐.. 나도 못 그리니까 걱정 마..흑흑 불공평한 세상.. 나도 실력만 된다면 직접 그릴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지갑을 여는 수밖에 없어..(?) 헉 ㄷ들켰다..!!! :ㅁ 뭐야 솔로몬주 사실 내 뇌세포지(?)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나타났다! 하이야! 이런 전개는 아니더라도 교복 데이트래요, 교복 데이트~(??) 그러니까 솔로몬도 교복 입어줘(급기야)
중요한 일정은 딱히 없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듯이 이야기하며 양 손을 뒤로 모으는 아우로라의 모습이 그의 시선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잠시 뒤, 애초에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그녀의 입에서 조금씩 목소리에 힘입어 나오고자 했으나 그의 제안이 그녀의 말문을 잠시 멎게 만든 모양이었다. 재미있는 반응...이랄까,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어둠 속에 있는 듯 점점 커지고 있으나 그녀에게는 분명 어둠이 아닌 빛이 내리쬐이고 있었다. 참 신기하지. 무어라 확실히 대답하지 못하고, 숨겨졌던 손이 서로를 잡은 채 꼬물거리는 것이 그림자가 되어 그에게 보이고 있었다. 무어라 대답할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아카데미로... 말이오?"
돌아온 대답은 의외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꽤 신선한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스스로 한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이해한 듯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이 더 커지려고 하고 있었다. 저러다가는 눈밖에 안 보이겠다고까지 묘한 과장 섞인 생각을 하던 그는 결국 미소를 숨기지 않고 띄우며, 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데려가기로 했었지."
결국 중요한 일정이 있었던 셈이군, 하고 덧붙인 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안정적인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어깨에 걸쳐 있던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그의 등 뒤로 넘어갔고 햋빛에 은은하게 반짝였다. 뒤로부터 오는 햇빛에 그림자가 진 얼굴엔 꽤나 온화한 미소가 올라 있었으니, 아마 흔한 일은 아니리라.
"산책은 미뤄야겠소, 꽤 중요한 일인데 산책하듯 할 수는 없지."
그래,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생각은 해 봤소? 라며 덧붙이는 그의 시선은 어쩐지 기대를 품은 듯하다.
//이번주 지나기 전에 답레다! 맞아, 그리고 이젠 1주일 뒤가 되어버렸다...!! 미래를 위한 투자니까 열심히 해야지! 흑흑... 어째서!! 언젠가는 꼭 그려내고야 말 테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헉 지갑... 그건가!(?) 그런 방법도 있...지? ㅎ하하 날 몰래 넘어갈 수는 없다!!(아니다) 교복 데이트라 그거 괜찮은데... 솔로몬이 교복이 있을지부터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아우로라 교복 입은거 볼 수 있는 건가?! 그런 건가?!!!
아카데미 방문과 공작님과의 산책!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당연히 아카데미 방문이 더 중요하다. 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렇지만 이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우로라는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끝내 생각을 마치지 못하고 고장 났다. 둘 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부터 뻣뻣해지더니 눈동자가 커졌으니까, 고장 난 거라고 해야겠지.
"그, 그러니까요. 그게.."
난 몰라. 이상한 말을 꺼냈으니 공작님도 저런 반응을 보이시는 게 당연하지! 만약 아우로라가 조금만 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도망을 쳤을 것이다. 입술을 합 다물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뱉은 말을 수습하려 했다.
"아카데미에 추천서를 작성하면서, ㄷ, 둘러보는 거예요. 저도 제 모교에 방문하는 건 오랜만이고.."
솔로몬의 웃음에 아우로라는 고개를 픽 숙였다. 푹 숙인 고개를 뒤로, 부끄러운지 귀까지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변명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아니었나 보다. 눈만 힐끔 들어 올려 공작님을 쳐다봤을 때, 은은한 빛을 머금은 머리카락보다 온화한 미소가 더 시선을 뺏었다. 아우로라는 눈을 황급히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아카데미에 데려가야 하니 추천장이 필요해서요."
산책이 미뤄진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산책하듯 할 수는 없다는 말에 동의하듯 아우로라가 잠시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약속도 했으니까, 사적인 일보다는 공적인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게 내가 마땅하게 실천할 도리니까.
"으음."
기대를 품은 시선에 아우로라는 바짝 긴장한 듯 허리를 길게 쭉 세웠다. 아우로라는 스노우디아의 공식적인 후계자였다. 그렇지만 남들이 하는 실질적인 지휘는 별로 배우지 못했다. 아가씨는 배움보다 사교계가 더 중요하다 했고, 기껏 배운 것이라고는 후작가의 작은 티파티를 비롯한 사교적인 예산, 연회의 꾸밈, 사용인의 월급 등. 대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예산을 분배하는 법 정도였다. 그마저도 막중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후원하거나, 검술, 더 심도있는 일은 너머와 아카데미에서 조금씩 배웠다. 제대로 된 것은 방계가 배운 걸로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래도 되는지 잠시 주눅이 들었지만,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아카데미가 아무리 외부의 입김이 닿지 않는다고 호언장담을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들어가는게 사실이니까요. 누구나 공평하게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어요. 아카데미 사교계가 특히 그렇고요.."
누가 누구랑 친한지, 후원 받는 평민이라면 누구의 후원을 받는지, 어떤 줄을 탔는지, 이후에도 함께 해도 되는지. 아우로라는 지금껏 많이 봐왔다. 아무리 평등하게 어울린다 한들 사소한 것으로 비롯되는 격차는 있었다. 어투로 치면 에둘러 비꼬는 사교계 화법을 모르는 평민이라든지, 평민끼리의 은어를 전혀 모르는 귀족이라든지.
"사소한 괴롭힘도 당연히 있어요. 리히트와 레이라를 위한 추천장은 미리 써뒀지만 그걸로는 모자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교수님의 추천장도 받아올까 해요. 부끄럽지만 수석으로 졸업한 졸업생이니까요."
그런 작은 격차로부터 괴롭힘은 시작된다. 후원 받는 평민이나 귀족이라 한들 버릇없고 무지한 사람들은 많다. 아무리 은혜를 입었다고 해도 애써 후원하는 아이들을 현혹하고 뺏어가 망친 뒤 위신을 떨어트리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아우로라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한때 사교계를 꽉 쥐던 황태자비였으니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리히트와 레이라를 노릴 무지한 것들에게 충분한 위협과 경고가 될 것이었다.
"..너무 진부한 생각일까요.."
아우로라는 멋쩍게 웃었다.
// 어어 왜이리 길어졌지 답레는 짧게 컷해서 줘도 좋아!! 주절주절 하다보니 길어졌다..😳 오늘도 다음주도 열심히 힘내는 거야! 솔로몬주 파이팅!!! >:3 이야앗(카드 긁기 신공) 예쁜 커미션을 찾는다면 꼭 열고 말겠어..(굳은 다짐) 꺄아악 안돼 내 서프라이즈 교복이~(??) 솔로몬 교복이 없다면 이참에 학생으로 위장해보는 건..??(???) 이렇게 교복점으로 솔로몬을 데려가게 되고..(?) 그렇..그렇다!!! 아우로라의 교복이다!! 이번에 꼭 입어줄 거라구! 기대...는 예쁜 픽크루를 찾길 기도해봅시다! >:3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질문하자 소녀는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쭉 세워진 허리와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눈동자.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이내 바로잡아진 호흡까지, 그녀는 충분히 숙고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짧았던 침묵은 곧 소녀의 입이 열리며 깨졌다. 아카데미란 기본적으로 제국 내의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기관이다. 그 중 오롯이 육성은 아카데미에 일임되어 있지만 인재의 발굴은 어려운 일이다. 아카데미에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 법. 때문에 수많은 귀족들이 개입하여 유망주들을 찾아내 아카데미에 추천장을 써 주면서까지 입학시키는 것이다. 아우로라가 이야기하고 있듯, 아카데미 내에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이는 아카데미의 설립 목적 때문이고 실제로 아카데미 내의 알력 싸움은 실제 정치판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그저 출신 성분을 가지고 조금 으스대거나 하는 정도일까? 그러나 이 또한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모든 것이 차단된 낙원이란 그저 꿈일 뿐이다. 결국 알게 모르게 귀족들이나 파벌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으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학습해 왔던 감각과 가치관이 일순간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신분의 격차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뿌리부터 갈아엎어야 하는데 지금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귀족이라도 쉽사리 손댈 수 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귀족이 그런 문제를 갈아엎어서 얻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그 시스템을 부수지는 않겠지만 허점을 이용해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며 그는 넘겨짚고 있었다.
"확실히 추천장 만으로는 아우로라 양이 언급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소, 오히려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대귀족의 추천장은 엄청난 뒷배가 되지만, 동시에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본래 인간이란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우위에 선 존재에게 두려움과 동시에 시기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 가문의 정통 후계자라고 하더라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판에 어디에서 온 줄도 모르는, 갑자기 등장한 평민이 대귀족의 추천장을 가지고 있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자 하는 아카데미 내에서 그 아이들은 그야말로 벌거벗은 채 묶여 과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나 교수의 추천장이 더해진다고 해서 문제가 없겠소?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교수의 추천장이라면 보다 도움이 되긴 할 터다. 아카데미 내에서의 영향력에 긍정적일 테니까. 그러나 그마저도 문제 해결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아우로라의 말에서부터 실마리를 얻어냈다.
"직접 가겠다고 했지...그렇다면 추천장으로 끝내는 것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소."
이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몇 가지 생각을 해둔 게 있는데, 들어보겠소?"
//허허 답레다 답레! 슬슬 시간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괜히 바쁘네... 이것저것 준비하고 하다보니 좀 늦었어! 답레가 길진 않으니 짧게 컷해서 준 게 맞...나? 아무튼 아우로라주도 힘내라구! ㅋㅋㅋ카드는 잘 생각하고 긁어야지! 좋은 커미션을 찾길 빌어줄게? 비는게 맞나? 어쨌든 흠... 학생으로 위장하기에는 너무 어...나이가 많지 않을까? 잠깐...이벤트성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아우로라는 아카데미를 직접 겪어봤으니, 그나마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었다고 생각했다. 파벌과 가치관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신분이 아직도 사소한 귀천을 정했다. 문제를 갈아엎어 얻을 이득도 없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문제였다. 아우로라는 손을 꼼지락, 하고 움직였다. 손을 고이 맞잡고, 손등 위에 다른 손을 얹어 깍지를 꼈다.
"역시 어려운 일일까요……."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옳은 말이다. 대귀족이라 해도, 아카데미의 불문율이 있다 해도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쉽게 바뀔까? 질투하지 않을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향해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도 컸다. 어디에서 온 아이들이냐 캐묻고 결국 그 끔찍하던 일을 끄집어내 손가락질할 사람들인데.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했나 보다. "어려운 일이었네요.." 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기껏 생각한 일이 하마터면 아이들을 위험하게 할 뻔했다.
"긍정과 부정이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게 차라리 낫겠네요."
교수의 추천장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과녁이 될 것이라면 없느니 만도 못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카데미에 소네타가 있으니 도와달라 할까? ..음, 대외적인 문제는 고사하고 소네타의 성격상 아우로라가 아버지 대신 소네타의 보호자 자격으로 아카데미 징계 위원회에 호출될 일만 늘어날 것 같다. 그렇다고 타인의 추천장을 받기엔 또 그렇고.. 뮤리엘에게 도와달라 할까 생각하던 아우로라는 그만두기로 했다. 뮤리엘을 만나기 위해선 황궁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요?"
아우로라는 고개를 들었다. 잠깐 생각에 잠겨 꼼질대던 손만 바라보던 눈동자가 솔로몬의 미소를 마주했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어떤 방법일까?
"……네! 들어보고 싶어요..!"
아우로라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으니까.
//나도 답레다 답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잘 될 거야.😘 준비는 잘 됐을까? ..라고 말하기엔 벌써 3월이 됐네.. 늦게 답레 줘서 미안해~ (큰절) 슬슬 다들 바쁠 때니 답레는 느긋하게, 천천히 주는 거야. 나이가 많다고 해도 교복은 낭만이야!!(억지) 잠깐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구.. 후후후.. 공작님, 학창시절으로 돌아간(?) 기분이 어떠신가요? o(* ̄▽ ̄*)ブ
이야기를 나눠 보니, 스스로 고민한 흔적은 보였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으나 그래도 미흡한 부분을 듣고 바로 수용,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는 점이 꽤나 흡족했다. 처음 마주쳤던 때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면모를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귀족의 영애이면서 겪었던 일들이 그 스스로를 안으로 감추게 만들었던 건 아닐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생각이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듣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가망도 없었다면 답을 해주지 않았을 테지만 그녀 스스로 고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그는 말을 꺼냈던 것이다.
"아우로라 양이 제시한 방법들도 충분히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적어도 지금까지 귀족들이 아카데미에 누군가를 추천할 때와 비교한다면 말이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어떠한 범주 안에서의 적극성일 뿐, 때로는 이단이라고 불릴 각오를 하면서까지 적극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온다.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나 지금까지 그가 견지해 온 입장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이 이런 일을 결정할 때에도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셈이었다.
"일단 아카데미에 직접 방문하는 건 좋은 생각이오, 그러나 추천장만을 받고 끝낼 거라면 굳이 그 곳까지 간 이유가 퇴색되지."
지금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뒤에 누가 있는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게끔 만드는 게 필요하오. 비록 실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카데미라지만 그것도 결국 시작선이 비슷할 때의 이야기일 뿐, 앞서 이야기했듯 오랜 시간 쌓아온 고정 관념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부인, 추천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시작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불문율은 불문율,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때문에 그 선을 조금 넘어가더라도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이들은 없지."
더군다나 상대 역시 귀족,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역이용해야 할 터.
"직접 아카데미에 방문해 후원하는 이가 누구인지 직접 알려줄 필요가 있소. 암암리에 존재하는 파벌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이 쪽에서 먼저 수를 써야지."
그러니...
"이용할 만한 것은 모두 이용해야 하오, 정공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지."
//답레가 늦었다...! 일주일이 좀 바쁘게 지나갔네... 오늘은 투표하는 알인 동시에 공휴일이야! 난 이미 사전투표를 해서 쉬고 있는데, 아우로라주는 어떨까나? 으음 교복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이 다 있다(!) ㅎㅎㅎ...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된다면 기대하시라!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었다. 눈앞의 남성, 솔로몬은 오랜 시간 공작위에 있었고, 그만큼의 연륜이 있었으니 좋은 스승이었다. 이런 기회를 쉽게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컸다. 아우로라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귀를 기울였다.
"네에.."
그래도 지금은 다른 귀족과 비교하면 진보적인 방식이었나 보다. 이 점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더 적극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공작님께서는 더 나은 방법을 알고 계시는 걸까, 상상하며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온 날이 많으시니 어떤 방법이 괜찮은지, 적절치 않은지는 자신보다 분간을 더 잘 할 것이다.
아우로라는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카데미에 방문할 때 추천장만 받는다면 무슨 의미일까? 아우로라는 잠깐 사교계를 떠올린다. 다들 답답하고 고리타분해 변방 사람을 무시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 비롯된 한 가지 파격적인 유행이 따른다면, 그 유행의 주도자가 누구인지 각인시키면, 그 사람을 공격할 수 없고 아무도 쉽게 나서지 않는다.
"중앙에 박게끔 해야겠네요."
이미 중심에 깊게 박혔기 때문이다. 뒷말이 오고 가긴 하겠지만 그건 뒷말일 뿐, 이미 유행을 주도하고 선두주자가 되어버린 사람을 더 끌어내리진 못한다. 출신도 헐뜯어봤자 역으로 공격 당한다. 끽해야 그 사람이 좋지 않은 일을 당하길 바라게 된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시작선에 설 수 있도록 돕지만 제대로 각인하지 못한다면..
"선을 넘는다 해도 어차피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이 없을 테니.."
아우로라는 잠깐 고민하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교내에 도움을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한 걸까요..?"
비록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더라도, 마탑의 지식이라든지..?
// 늦어버렸다~~ ㅠㅠㅠ 기다렸지.. 미안해.. 투표하는 날엔 일을 했어..😇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씩 널널하게 일하고 있으니까, 응. 솔로몬주는 어떨까? 갑자기 날씨가 다시 추워졌어.. 따뜻하게 입고, 교복도 기대하고 있다구...? 0.<
"아카데미에 혹할 만한 제안을 하는 것도 좋소, 아카데미의 교수들 중에는 마탑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학구열에 불타는 이들이 있지."
그런 이들에게 마탑의 지식을 거래 조건으로 내민다? 이렇게 낚기 좋은 미끼는 없지. 꽤 흥미로운 생각이군.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고 덧붙이며 그는 잠시 생각하듯 턱을 어루만졌다. 교수들에 대한 접근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정석이겠지, 물질적 기부도 나쁘지 않다. 결국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은 제국의 자산, 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수나 학과에는 지원이 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럽게 공금 이외의 지원이 절실해진다. 결국 물질적 지원 역시 좋은 수라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카데미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거요."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이 끝이 아니다, 아카데미를 아무 일 없이 졸업하더라도 그 이후의 세계, 제국의 사교계에서 똑같이 반복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지. 뒷배가 있으니까, 낙오되는 이들이 물론 있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니까. 설령 자신의 가문이 한미하더라도 자신이 서 있는 세력이 사교계에서도 이어지리라 생각하니까. 그렇기에 4대 귀족과 그에 가까운 귀족의 자제들은 특별 취급을 받는다, 물론 아카데미 내에서의 직접적 지원은 찾아내기 어렵지만 적어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별하다. 좋은 교육은 좋은 재능을 빠르고 쉽게 꽃피우게 한다. 그들은 아카데미에 오기 전부터 이미 양질의 교육을 받아온 이들이니 실력을 의심할 여지도 거의 없다.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아카데미이기 때문에 다른 점은 있다. 보다 실력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 보다 좁은 사회이기에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는 점. 즉... 무엇이든 충분히 화제성을 띈다면 보다 나아갈 방향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화제가 되게 만들도록 하지, 둘 중 한 명의 추천장은 내가 쓰겠소."
두 파벌의 정상에 있는 두 가문의 후원을 받는 두 아이라.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며 그는 웃었다.
//흐흐흐 드디어 답레!!! 감기는 싸악 나았어! 어쩐지 홀가분한 기분?! 기다리느라 고생했어 아우로라주ㅠㅠ소식 없이 너무 오래 있었다...
아우로라는 잠시 고민했다. 아카데미에 혹할 제안이라면 역시 마탑의 지식일까? 그렇다면 작은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걸까.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앙에 정확하게 심어서,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이 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귀족답지 않다고 하면 어쩌지? 그렇지만 귀족 다운 게 뭘까? 아우로라는 여기서 깊은 고민을 하고 말았다. 귀족답다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다들 아카데미에서 교수에게 뒷돈도 주고 그러는데, 내가 지식을 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새로운 생각이라면.."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어 눈이 커진다. 아카데미만 깊게 생각한 나머지 그 이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이미 귀족에겐 뒷배와 좋은 교육이 있는 상태고, 평민 아이가 좋게 졸업한다 해도 뒷배가 없으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다. 아무리 눈여겨본다 해도 그 자리를 꿰찬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아이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길을 열어줄 방법은.. 공작님과 내 추천장을 받는다면, 두 파벌이 단합할 정도로 눈여겨볼 아이들이겠구나 싶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겠구나. 함부로 손대지도 못할 거고.
"그러면, 조만간 작은 아버지께도 연락을 드려야겠네요.."
정말.. 뭘 해도 귀족 다운 일이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귀족이니까. 공작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시지 않는데, 나도 저 점을 본받으면 훌륭한 귀족이 될지도 몰라. 아우로라는 기적의 합리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솔로몬을 어딘가 초롱초롱한 눈길로 바라보다, 뒷짐을 지며 히히, 작게 웃었다.
"정말 감사드려요, 공작님. 많은 배움이 되었어요."
좋았다. 이런 배움을 받는 것이 기뻤다. 스노우디아의 공식적인 후계자지만 이렇게 머리를 맞댈 묘수를 배우진 못했으니까. 실은 알고 있기도 했다. 이름만 후계자고, 후작위를 물려받는 건 언젠가, 아우로라의 남자 사촌이 될 것이다. 조금 아깝기도 했다. 아니, 제법 많이. 그래서인지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불쑥 치솟나 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많이 알려달라 해볼까.
// 으악, 으아악..아악... 답레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메모장에만 저장해두고 올리질 않았..어... 미쳤나봐.. 아우로라주 반성해라..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머리 박음)(사죄) 아아악 ㅠㅠ 기다렸지.. 미안해... 일단 이 밑부터는 답레 이어둘 때 써둔 잡담이야..
감기가 싹 나았다니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직 무시무시한 감기가 버로우 타고 있을 테니 방심하진 말자구 0.<! 나는 괜찮아! 천천히 릴렉스 하며 쓰자구~ 오늘 하루도 힘내구! 4월 초야! 벌써 3분의 1 지나간 2022년 파이팅 >:3!!
현재의 아우로라주야... 4월 후반이고 네가 릴렉스 하면 어쩌자는 거야..(2차 그랜절..) 나는 바쁜듯 바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 내쪽에서 늦었으니 걱정 말구..!! 으허엉엉.. 8ㅁ8 사죄의 의미로.. 아우로라 양갈래를... 아니.. 이건 너무 나갔나..으으으으 미안해.. 진짜 면목이 없다.. ;-; 솔로몬주는 현생 요즘 어때?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는 말구.. 릴..ㅋㅋ 릴렉스..ㅋㅋㅋ 릴렉스!!하자!!! 어차피 천천히 하기로 했고 우리.. ㅎ..ㅎㅎ...ㅎㅎㅎ..!!! 오늘 하루... 힘내자..!!!
마탑이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곳의 지식이라면 그게 티끌 같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그럴 리 없지. 멀리 갈 필요 없이 애초에 마탑이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일이다. 티끌 같은 지식의 끝자락을 붙잡고 끝없이 탐구를 이어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마탑이니까. 그런 마탑의 지식을 갈구하는 수많은 마법사들은 자신이 또 하나의 마탑의 시작이 되길 원할지도 모른다. 그게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알지 못한 채. 그 짧은 인생을 쏟아붓겠지. 그러나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살아있는 한은 마탑의 지식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고, 그 대가는 꽤 쓸만할 테니까.
"마탑주가 흔쾌히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지."
시도했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면 하는 게 낫다. 시도하지 않는 게 능사는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두 아이 중 누구에게 추천장을 써 주는 게 좋을까 조금 고민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우로라의 시선이 매우 초롱초롱한 걸 확인한 건 고민이 미처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신을 향한 그 눈길에,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걸까 하고 조금 의뭉스러운 듯 눈썹이 휘어진다. 직후에 들린 그녀의 목소리가 금방 의문을 해결해 주긴 했지만.
"감사라... 이런 배움은 필요 없었다고 생각할 때가 올지도 모르오."
그래, 그다지 즐거운 배움은 아니지. 암투란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우로라가 귀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모를 리 없다는 걸 떠올리곤 입 밖으로는 내지 않기로 한다. 지금은 그걸로 됐다. 순수함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는 없지만 그걸 간직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그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소녀는 과연 어떨까.
"그러면 둘 중 누구에게 추천장을 써 줄지 결정해야겠군, 아우로라 양은 생각해 둔 아이가 있소?"
둘 모두에게 추천장을 쓰고자 했던 게 이젠 둘 중 한 명에게 쓰는 게 된 만큼,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하나 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에 그는 그녀가 생각해둔 게 있는지 묻는다.
헉...벌써 4월 막바지야... 며칠 있으면 5월이 되겠네... 쉬는 날 많은 5월! 아우로라주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월말인 만큼 바쁘려나?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는 것 같으니까 감기 조심하구! 꽃가루도 막 날리니까 알러지때문에 고생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네..
개같이..갱신..(죽은눈) 부처님이 일요일에 오시더라고.. 믿고 있었는데... 솔로몬주 오랜만이야! 오늘 안에 답레 줄게.😉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월말도 월말이지만 요즘 부쩍 체력이 뚝 떨어졌어. 12시만 넘어도 그대로 잠들어버리더라고..🥺 내 체력.. 돌려줘~!!!!😫😫 솔로몬주는 잘 지내고 있을까? 요즘 중간고사 시즌이기도 하고 월말이기도 하다는데...🤔 난 건강?해서 알러지는 없으니까! 솔로몬주야말로 조심하는 거야!! >:3😘
굳이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도, 마탑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아카데미의 교수와 학생들도, 마탑에 소속되지 못하고 시험에 떨어지는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마탑은 아주 비밀스러운 곳이고, 지식의 끝자락이라고. 실상은 탐구에만 열중해 체력을 관리하지 못한 탓에, 공표하지 못한 연구 결과가 산처럼 쌓여있는 곳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그 결과 중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아카데미에겐 큰 도움이 될 테니 작은 것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우로라는 생각했다. 귀족 다운 방법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색이고, 실상은 자신이 무엇을 하든 이득이 될 방법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아마 허락해 주시긴 할 거예요. 문제가 약간 있긴 하겠지만요……."
아우로라는 자신의 숙부를 떠올렸다. 귀족 지위가 있어도 체면도 품위도 없는 사람이다. 마법사가 괴짜라는 편견을 만드는 것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보다 몇 배는 더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는 부류였다. 한때 평민 사이에서도, 귀족 영애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하던 공상이 가미된 연애 소설에서 나올 법한..
"딸등신.. 아, 아니, 그러니까…… 제게 관심이 굉장히 많으시니까.. 아마 나중에 시간을 내서, 마탑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난 몰라, 그 단어가 왜 지금 생각나서! 아우로라는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던 시선마저 휙 피해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상스러운 단어를 뱉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그리고 아카데미 시절을 천천히 떠올렸다. 아! 아카데미! 갔을 때 교수님 입으로 직접 사고를 쳤던 과거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말씀하지 않으시겠지. 남모를 고민을 뒤로하고 아우로라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지만, 이것조차 배우지 못했다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게 이 배움은 아주 귀했어요."
아우로라는 언젠가 보이지 않았으나 알고 있던 것을 모른척하지 않고 맞서 싸워야 한다. 끝까지 모른척하면 좋겠지만, 이미 영향력이 강한 4귀족 중 하나인, 북부의 후작 영애와 공작이 아카데미에 손을 뻗는 것 자체로 싸움은 시작됐다. 순수함은 영원할 수 없지만, 배워나가며 간직하면 될 것이다. 아우로라는 추천장 얘기에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기울였다. 누굴 써줘야 할까? 남몰래 손가락을 꼼질거렸지만, 그림자 너머로 전부 보이는 건 모르는 것 같다. 몇 번 접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손가락셈으로 누굴 할지 점치는 것 같다. 입속으로 리히트, 레이라, 리히트, 레이라.. 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니 확실하다. 그리고 멈춘다. 열아홉 번 세고 멈추니, 리히트가 됐다.
허락해 주긴 할 테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 역시 마탑의 지식을 바깥으로 흘리는 건 금기에 가까운가. 물론 마탑주가 그렇게 하겠다는 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그렇기에 문제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꽤 커졌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흐음."
자녀가 없는 그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제 친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저런 말로 표현될 정도로 아낄 수 있을까, 그는 잘 모르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문제의 실체를 들었다. 결론은 마탑주가 아우로라를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할 거라는 거군, 큰 문제는 아니지만 상대는 마탑주이니만큼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해 둘 필요가 있어 보였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야, 가끔은 얼굴도 마주해야 하는 게 아니겠소."
결국은 그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기에 무어라 덧붙이지는 않은 그는, 아우로라가 내뱉듯 입 밖으로 냈던 말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지금의 배움이 귀했다며 고갤 기울이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런가, 그럴 수도 있는 건가. 그 직후에는 리히트나 레이라 둘 중 누구의 추천장을 쓸 건지 결정하려는 듯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는 답을 기다린다.
"리히트라, 그럼 레이라의 추천장을 내가 작성하면 되겠군, 따로 생각해 둔 건 없어서 말이오."
선택을 떠넘긴 거라며 웃은 그는 가만히 아우로라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날씨에 고민할 게 잔뜩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소? 어째서 주변의 상황은 내 마음 같지 않을까."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는 웃고 있었으나 그 웃음은 기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마치 웃는 모습을 한 가면과도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그가 그런 표정을 무방비하게 내보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걸까.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도 착각일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 날씨가 좋지만 고민할 게 많은 게 아닐지도, 고민할 게 잔뜩임에도 날씨가 좋아서 힘이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뭔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
대화가 끝나면 바로 준비를 해야 했기에, 지금 해야 할 말은 미리 나누어야만 했다.
//아우로라주의 답레는 달을 넘어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실상은 6일 가량이고 늦게 받은 거지만) 이제 슬슬 아카데미 방문이구나!! 아카데미 제복 입은 아우로라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그런 건가?! 그걸 위해선 아카데미 졸업생은 졸업생 제복이 있다는 걸로 해버려야 하나?! 그럼 솔로몬도 입어 줘야 하는 건가!!
마탑주는 괴짜다. 소문으로도 괴짜라고 나돌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우로라는 마탑주이자 숙부의 실체를 제대로 안다. 사소하게는 친자식이 아닌데도 자식보다 더 끔찍이 여기는 것부터, 크게는 마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까지. 아우로라가 마탑주와 종종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대화를 나눈다면 아우로라는 응하겠지만, 이전처럼 흔쾌히는 아닐 것이다. 이제 아우로라는 사소해도 큰 반향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호수에 있으니까. 조금만 발을 담가도 금세 파문이 일고, 이야기는 없던 살을 붙여 일파만파 퍼질지도 모른다. 이제 아우로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기엔 너무 커다란 일에 발을 들일 예정이고, 이미 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지요.."
다만 소문보다 무서운 것이 숙부의 질문 공세일 텐데. 그래도 지금 당장 당하는 것이 아닐 테니,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바로 대응하고 감당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아우로라의 숙부는 100가지의 질문을 준비하면 101가지의 질문으로 맞서는 부류였으니 더욱. 차라리 지금의 배움에 감사를 느끼자.
"제게 다 넘기신 거예요..?"
어쩐지 당했다!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야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열심히 고민했는데, 공작님께서는 떠넘긴 것이었다니. 새침하게 아랫입술을 살포시 내밀던 아우로라는 흘끔 솔로몬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어투, 일상적이고 농담 같은 불만, 늘 똑같이 웃고 계시지만 조금 다른 것 같다. 기쁨과는 거리가 멀고, 가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공작님이 과연 가면을 드러내실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생각도 스친다. 어쩌면 공작님께 나는 저런 가면도 보여줄 수 있을 사이가 된 게 아닐까. 너무 큰 바람이고 망상일까?
"그렇지만 잘 헤쳐갈 수 있을 거예요. 나쁜 날씨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고.."
그래도 괜찮아. 날씨가 좋아서, 거기다 긴장했으니 헷갈렸을 수도 있어. 멋쩍고 수줍게 미소를 지어 보인 아우로라는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듯 음, 하고 운을 뗀다. 그러고 보니, 이 말씀을 드리질 못했다.
"그게요.. 사실 아카데미에 갈 때, 졸업생은 졸업 제복을 입고 가야 하는 관례가 있어요. 입학생과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요."
아우로라에게도 제복이 있다. 키가 조금 자라서, 그리고 이번에 요양하는 동안 살이 조금 오른 것 같아서. 과연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우로라는 제복을 입겠지만.. 솔로몬은? 아우로라는 잠시 솔로몬을 빤히 마주 본다.
"저 혼자만 입으면 공작님께서 눈에 띌 텐데……."
같이 입지 않겠냐는 순진무구하고 잔인한 질문이다.
// 답레가 늦었어..🥺 날이 덥고 춥기를 반복하더니, 기어이 답레가 달을 넘어 도착했구나!(아님) 감기는 조심할게, 그렇지만 이미 늦었지..(자가격리 시작함) 솔로몬주도 조심해..😂😂 설마 걸리겠어? 하면 걸려있더라고.🤦♀️🤦♀️🤦♀️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다행이야. 저녁엔 정신도 못 차리겠더라고.😔 어서 낫도록 노력할게. 현생 힘내자구?
그리고 이제 아우로라가 제복 떡밥을 던졌으니... 솔로몬이 입어줄 거지?(빠안) 입어줘야겠어!!!(대체) 양갈래 제복 아우로라를 줄게!!!(?)
갱신...할게... 흐흐 공부는 바쁜 거구나... 사회에 나가면 더 바쁘겠지... 기다렸을 텐데 답레 대신 근황...?이랄까, 아무래도 목요일까진 좀 바쁠 거 같아, 대신 집중해서 할 일 끝내놓을테니 금요일엔 꼭 가져올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즐거운 일이라도 찾아서 하고 있길 바래! 옷은...입어보자구! 어떻게 입혀야 할지는 생각해 보ㅏ야겠지만..
자기 자신만을 감싸고 살기도 어려운 삶인데, 정작 그 스스로만을 생각하며 살기에는 삶은 너무 복잡하다. 사람에게는 사회가 부여한, 혹은 스스로가 쟁취한 지위라는 게 존재하고. 그건 결국 그 스스로만을 떠올리며 살기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변수는 다양하고 결과는 그 이상으로 더욱 다양하다. 그러니 선택은 고통스러운 거겠지.
"생각을 다른 이에게 넘기면 편하지, 때론 그러고 싶은 법이오."
진담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가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되기는 했지만 모든 걸 맡긴 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생각을 보다 존중하고 싶었을 뿐이지. 어느새 표정을 고친 그는 자신의 불만 섞인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해결되리라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나쁜 날씨의 산책은 어떨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상황을 생각하던 그는 아카데미에 방문할 때 졸업생의 의상이 정해져 있다는 말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러니까...나보고 제복을 입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게로군?"
물론 그 역시 졸업생, 혹은 아카데미와 밀접하게 연관된 귀족으로써 제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 애초에 그가 아카데미를 처음 알고 있었을 땐 이런 관례는 없었으니. 시간이 지나며 참 쓸데 없는 예법을 만든다면서, 그는 쓰게 웃었다. 확실히 눈에 너무 과하게 띄는 건 좋지 않다. 자신이 아카데미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라는 제스쳐 정도는 보여줘야겠지.
"...생각을 좀 해보지."
자신을 향한 순수하기 그지 없는 시선을 애써 피하며 그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 세상에; 너무 늦었다ㅠㅠㅠ 미안해!! 뭘 해도 변명이겠지만 어째 점점 더 바빠지더라구ㅠㅠㅠㅠ 게다가 감기까지..걸려버렸어ㅠㅜ 아우로라주는 감기 다 나았으려나? 진짜 조심했으면 좋겠다ㅠ 여름 다 되어가는데 감기 걸리니까 너무 힘들어... 더워서 바람 좀 쐬면 머리 아프구...
선택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다. 아니, 모든 종족에게 주어지는 권리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아우로라의 지위에서는 이 무기는 너무나도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 스스로를 위해 선택하면 남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타인을 위한 삶을 선택한다면 눈엣가시가 되어 조롱 당하거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적당한 중도의 선택은 불가능하고, 선택은 너무나도 어렵지만, 아우로라는 해내고 싶었다. 솔로몬의 이야기에 타파이트빛 눈동자가 잠깐이나마 솔로몬을 빤히 쳐다본 것 같기도 하다.
농담이라고 해도 공작님도 넘기고 싶어 하실 때가 있을까? 그러니까 이 말씀을 하셨던 건 아닐까? 아니야, 지금 내게 넘겨버린 게 넘기고 싶어 하셔서 그런 거잖아! 예상치 못한 인간미에 아우로라는 나중에 생각하면 웃음꽃이 피어버릴 거리가 생겨버렸다. 이제 전부 좋은 일만 남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쁜 날씨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잘 헤쳐나가면 뭐든지 즐거울 테야. 그러니까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자.
"네..!"
역시나 순진무구하고 잔인한 답변이다! 솔로몬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건지, 아우로라의 두 눈은 어느새 솔로몬의 어깨를 한 번, 그리고 시선을 슬쩍 내려서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한 번 쳐다봤다. 아우로라는 넓으면서도 편협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갈 때는 예의를 지켜서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편협한 거고, 마탑을 써서라도 호의를 얻겠다는 건 넓은 시선이다. 예법은 아우로라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거니까 어쩔 수 없긴 하겠다마는.
"생각이요..? 네에.."
입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공작님께서 제복을 입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동화 속 왕자님처럼 늠름한 모습은 아닐 것 같다. 그런 늠름한 모습은 황태자가 잘 어울린다며 찬사를 보낼 테니까. 그렇다면 동화 속 왕은 어떨까? 아니야, 동화를 생각하지 말자. 아카데미의 졸업생용 제복은 실제 교복과 정 반대다. 실제 교복이 푸른색이 감도는 검은색 겉옷에, 흰색 셔츠, 학년과 기숙사 별로 브로치와 넥타이, 리본 색이 다르다면 졸업생의 제복은 새하얀 겉옷에 검은 셔츠, 그리고 금색 넥타이, 리본과 졸업할 적 마지막으로 받은 기숙사의 브로치를 착용한다. 아우로라는 이걸 입으면 되겠지만, 그에 반해.. 솔로몬이 입어야 할, 귀족에게 주어지는 예식용 제복은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우로라는 챙겨온 짐에 제복이 있는지 고민했다. 음.. 안타깝게도 없는 것 같다. 어서 본가에 마법새 전령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촉박해도, 고민할 시간은 많을 테니까요.."
// 나도 늦어버렸어..👀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쌤쌤이가 되어버렸거든..ㅠㅠ😇 나는 완치됐어~ 코로나.. 무시무시하더라..😂 두 번은 걸리고 싶지 않네.. 솔로몬주는 괜찮아? 지금쯤이면 6월이 다가오고 있으니, 더 더운 날씨가 되어버렸어. 다시금 감기나 코로나 걸리지 않도록 우리 둘 다 힘내자...😂😂😂
으아악 늦어서 미안해 아우로라주ㅠㅠ 늦었으면서 답레가 아니라 근황?을 써놓는거라서 더 미안해!! 다른 건 아니구 1~2주 정도 좀 많이 바쁠 거 같아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거기에 바짝 신경써야 할 것 같아서 답레가 좀 늦을 거라는 말을 하려고 왔어... 기대했을 텐데 정말 미안해!! 그치만 2주 뒤에 꼭 답레 가지고 올테니 기다려줄 수 있을까? 매번 기다리게 하는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해ㅠㅠ
해야할 일이 생각났다면 지체하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다. 결정을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는 자신의 제복 차림을 기대하는 듯한 아우로라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잠시 생각했다. 제복을 어디에 두었는지 떠올릴 수 있을까. 아카데미에 갔던 기억이 이미 희미한 걸 보면 벌써 한참 동안을 제 주인에게 입혀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먼지가 쌓이지는 않았을까. 구겨진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제복을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땐 없었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어쨌든,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건 확정이니, 어서 준비하도록 하시오. 아이들에게는 내가 따로 전달하겠소."
아니면, 직접 이야기해 주고 싶지는 않소? 되도록이면 자신이 이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마무리하는 것도 그녀 자신이 주도한다는 감각이 있었으면 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흥미로 인한 생각이긴 하지만. 뭐가 문제겠는가. 그는 애초부터 그런 존재였다.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소? 어렴풋하게 떠올리던 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네!!! 딱 2주만...인가? 아무튼 왔습니다!!! 왔어요!! 흑흑 진짜늦었다 미안해!!! 그러면서 내용이 짧아서 미안해!!!
갱신하고 가! 슬슬 장마라는데 여긴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진 않네? 다른 지역은 침수 피해도 있다고 하던데 아우로라주는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벌써 다음 주면 6월도 마지막이야, 벌써 반년이 가버리는데 서로 많이 바빠서 그런건지 자주 보기 어려운 건 아쉽다. 사실 요즘 여러모로 복잡한데, 아우로라주가 오면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가볼게! 좋은 밤 되길!
갱신하고 답레는 오늘내일 안에 주도록 할게!😉 여기는 괜찮아! 비가 간만에 와서 기분이 좋은 것 빼고는 그렇게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았어. 벌써 6월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고, 자주 보기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도 드문드문 와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어떤 얘기를 해줄지 기대도 되면서 현생이 놓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한걸..:( 솔로몬주도 좋은 밤 되길 바라고, 지금쯤 열대야에 깨지 않고 푹 자고있기를 바라!
아우로라는 벌써 판단을 마쳤다. 제복을 입자! 마법새 전령은 돌아가자마자 보내고, 여의치 않으면 전이 마법을 사용해달라고 해야겠다. 솔로몬의 속이나 생각도 전혀 모르고 마냥 해맑았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사소한 것 하나. 하지만 전자의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공작님께서 함께하고, 마탑도 업었으니 불필요한 걱정을 키울 필요가 없을 테니까. 문제는 후자였다.
제복이 맞을까? 내심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생각이었다. 졸업하고 시간도 좀 지났지만, 납치 사건 이후로도 요양을 위해 잘 먹고 잘 쉬었더니 살이 좀 찐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지금도 충분히 사교계의 영애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살 체형이지만 초반의 체형이 있던 만큼, 아우로라는 변화가 두드러지는 체형이기도 했다. 잘될 거야. 내가 그만큼 쪘겠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하던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요……?"
그래도 되는 걸까? 아우로라는 잠깐 속으로 고민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것도,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것도 얘기해 줘도 되는 걸까? 공작님께서 직접 제안한 일이니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다. 아우로라는 이어지는 말에 입술을 작게 벌렸다. 그때 지푸라기 더미에서 봤던 아이들의 얼굴과 바깥에 나왔을 때의 표정이 스쳤다. 그런 아이들이 이젠 학교에 간다. 그리고 하나의 꿈을 키운다.. 반응이 어떨까? 친구니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준다면..
"궁금해요..!"
정말 기쁠 거야. 아직 초보라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텐데 그걸 직접 얘기해 줄 수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동기를 더 부여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공작님께서 말씀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내가 그 아이들을 잊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해도 괜찮다면.. 네, 할게요! 그러면.. 준비를 하고 알려주면 되는 걸까요?"
이게 무슨 반향을 불러오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이얍, 답레야! 이제 봤는데 아르스 노바.. 나메 실수가 거창하구만~! 사실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보구였던거지~😉
그녀가 직접 아이들에게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궁금하지 않냐는 자신의 질문에, 그녀는 궁금하다고 대답하며 기대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줄 알았소."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라면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서 직접 행동하려고 하겠지. 당장 오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녀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직접 행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준비를 한 뒤에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되겠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는 무슨 뜻이냐는 듯한 시선과 함께 입을 열었다.
"준비라...그 녀석들은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것이니 이것저것 준비할 게 꽤 되겠지."
먼저 준비를 한 다음에 아이들이 준비하는 걸 가만히 둘 리 없지, 아마 도와주려고 할 테고, 그럼 모처럼 준비한 게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그걸 보는 것도 괜찮을까? 그녀가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의 호기심을 어느 정도 자극하고 있는 건지,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번 일은 대외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니."
나도 바로 준비할 테니, 너무 늦지만 않도록 하시오, 라고 덧붙이며 그는 더 할 말이 있냐는 듯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답레! 허허... 알아버렸단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아우로라를 진짜 보구로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 아니면 그 반대라던가?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알려준다면 좋은 일이 될까? 아마 안 될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우로라는 행동하고 싶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그런 교양 때문이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해내고 싶단 마음도 있었다.
"네에.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거니까.."
필기구나 생필품은 몰라도,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도 교육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입학식 때 알려주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아닌 암묵적인 합의, 기조라거나, 아니면 다른 것이나……. 아우로라는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내 쪽에서 준비를 먼저 마치고 아이들의 준비를 도울까? 너무 늦을지도 모르니 아이들의 준비를 도울까? 돕는다면 어떤 것을 도와야 할까? 머리가 벌써부터 빙빙 도는 것 같다.
"아, 알겠어요.. 늦지 않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전자가 좋겠다. 아카데미에 도착하면 소네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내가 먼저 준비를 하고 아이들에게 간략한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거야. 아우로라는 아직 이런 쪽에서 배움이 부족하여 모르는 사실이지만 제법 주변의 인맥을 잘 쓰는 생각이었을 테다. 수줍게 미소를 짓고 솔로몬을 마주하더니 잠깐 머뭇거렸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으음, 괜찮을 거야. 공작님께 드릴 말씀이 있기도 하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또.. 아우로라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살살 웃었다.
"제복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오늘은 어쩐지 장난도 쳐보고 싶은 날이니까.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작게 쿡쿡 웃었다. 아우로라는 잽싸게 문을 열어 도망치듯 자리를 뜨려 했다. 어서 준비를 해야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늦은 답레! 잉잉 미안해...🥺 후후.. 알아버렸지! 아아니 아우로라가 진짜 보구가 된다고..? 반대 상황도 제안한다고..? 이렇게 로맨스 판타지의 재미를 알아버린다 그거지..!! 나는 어느 쪽이든 찬성이야! 만약 보구썰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솔로몬의 소중한 보구인데 마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답니다~😉
용건은 모두 전달했다. 그녀 역시 마찬기지겠지. 그럼 이제 돌아가서 각자 준비할 일만 남았을까 싶었던 그 때, 자신을 향한 그녀의 시선에 그는 무슨 할 말이 있냐는 듯 마주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들려온 소리는.
'제복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소녀의 표정이란! 웃음이 얼굴에 퍼지는 걸 보면서 그는 그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 조금 생각했다. 찰나긴 했지만. 애초에 답을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제 말을 끝내곤 작게 웃음소리를 낸 데다가 문을 열어 빠져나가려는 잽싼 움직임까지. 소망이 담긴 장난... 이라고 보면 좋을까. 그는 딱히 문을 열고 도망치듯 하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가 빠져나갔다면 모르겠으나, 혹여 문을 닫으며 그 틈으로 반응을 엿보려고 했다면야.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마냥 즐거운 웃음은 아니었을 테지만.
"......"
그렇게 문이 닫히자 그는 잠시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숨을 길게 내뱉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카데미, 제복이라. 어쩔 수 없지, 가끔은 기분 전환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그는 굳게 닫힌 벽장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지가 쌓이진 않았을까? 예전과 몸이 예전과 달라져 맞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실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그는 벽장에 걸린 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뭐든 느긋하게 해야 힘들지 않은 법! 안그래도 현실이 힘든데 여기서까지 시간에 쫓긴다거나 해서 힘들 필요는 없지~ 천천히 길게 가자구! 후후 보구라... 이런 자그마한 것도 놓치지 않고 쓰는 게 진정한 프로!(?) 보구 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슬슬 상황을 넘겨서 준비하는 모습으로 넘어갈까? 솔로몬 쪽은 잠시 넘겨두고 아우로라가 아이들 만나는 걸 해볼까나~
돌아가서 전령새 마법을 쓰고, 제복을 받고.. 그다음에 소네타에게도 얘기해 주면 되겠지? 아우로라는 계획을 다시 속으로 갈무리했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솔로몬에게 작은 장난을 쳤다. 아카데미에 가는 날이 되었으니, 아카데미 학생이 된 것처럼. 순진무구하고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잔뜩 퍼졌다. 아우로라는 도망치듯 잽싸게 문을 빠져나갔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와 작은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포슬포슬 퍼졌다.
"!"
살짝 열린 틈으로 반응을 엿봤을 때,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작님께서 웃고 계셔. 자신처럼 이 상황이 마냥 재밌어서 웃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웃는다는 사실에 뺨이 발그레 물들었다. 아우로라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 이 모습을 들키면 역으로 놀림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아우로라가 돌아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소네타와 본가의 하녀에게 마법으로 이루어진 전령새를 보내는 것이었다. 소네타는 바쁜지 바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하녀는 아우로라의 연락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 것 같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금세 전령새가 소포를 물고 왔기 때문이다. 어찌나 급했는지 소포를 받자마자 전령새 마법이 흩어졌다. 아우로라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포에는 아우로라가 아우로라의 졸업생 제복과, 제일 좋아하는 제비꽃 설탕 절임이 있었다.
"정말이지."
본가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 정도였다. 아우로라는 잠시 제복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내젓고는 하녀를 물렸다. 무슨 일이냐 묻는 하녀의 목소리에 아우로라가 멋쩍게 웃었다.
"옷이 작을 수도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긴 조금 부끄러워서요."
정말이지! 제국에서 가장 가녀리신 분 중 하나신데, 옷이 맞지 않을 리가요! 아이니의 열띤 항변을 뒤로 문이 닫혔다. 아우로라는 심호흡을 하며 옷을 환복했다. 그리고 잠시 몸을 가늘게 떨다 품격에 맞지 않게 소리 없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몇 번 방방 뛰며 손을 모았다. 다행스럽게도 옷이 딱 맞았기 때문이다. 신을 신실하게 믿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감사하다며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아이들을 만나야 했으니, 아우로라는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설렁줄을 당겼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머리를 다시 묶으려 하는데, 준비를 도와주시겠어요?"
// 아이들 만나는 쪽으로 가보자구!! >:3 솔로몬주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느긋하게 이어주길 바라. 천천히 길게 가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보구가 되어주겠어~~~(?) 남김없이 소재 싹싹 긁어먹자구!!!(?)
도와달라는 아우로라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곤 하녀와 함께 아이니가 들어왔다. 눈을 반짝이면서 서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머리를 다시 묶는 일을 할 생각인 듯했다. 하녀의 표정을 보면 미리 이야기도 한 것 같고.
"네! 도와드릴게요, 말씀만 해주시겠어요?"
문 뒤에는 어느새 휘파람을 불면서 오세가 서 있었고, 아우로라의 말을 들었는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준
"아이들이라면 그때 온 두 명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미리 이야기해 둘까요?"
준비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요, 라면서 덧붙인다. 아우로라의 생각을 읽지는 못했고, 그저 그녀가 들뜬 듯했기에 평소처럼 신나하는 모습이었기에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했다. 아이니 역시 조금 들떴지만 그래도 평소의 침착함은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제 오빠와는 생각이 좀 달라서 그를 말린다.
"오빠! 서두르지좀 마! 어차피 그 아이들 준비하려면 아가씨 말씀을 들어야 돼." "알았어 알았어, 그럼 놀래켜 주는 게 되려나, 기대된다!"
졸업 제복을 입어보겠다며 낑낑댔더니 머리가 다 풀려버렸다. 아우로라는 아이니가 눈을 반짝이자 작게 웃었다. 커다란 루비 같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앞으로 머리를 전담할 사람은 아이니로 둬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전담 시녀로 둔다면, 아이니는 좋아할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고마워요, 아이니. 그렇다면 머리를 다시 묶어줄 수 있을까요? 아, 오세도 어서 오세요."
음, 미리 이야기라, 해두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 둘의 대화를 좀 들어보고 싶었다. 신나하며 활기찬 모습의 오세와 달리 아이니는 그 들뜬 모습을 누르는 것 같았으니, 두 아이의 의견이 어떻게 흐를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남매는 남매구나, 자매도 자매고 형제도 형제만의 투닥거림이 있다더니 이 아이들도 다를 바는 없다. 아우로라는 결국 쿡쿡 웃음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으음, 오세의 말처럼 놀래켜 줄까요? 시간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장난을 쳐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거든요."
나름 들뜬 아이들을 보니 같이 장난을 쳐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 아이들도 미리 기별을 넣으면 긴장하거나 자신에게 직접 전해주지 않는다며 실망할 수 있지도 모르니까. 유달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신중해지는 것 같았다. 왤까? 아우로라는 더 깊이 생각하려는 것을 뚝 자르고 자리에 앉아 손을 모았다. 옷이 딱 맞는 것은 괜찮지만, 제복 특성상 치마가 조금 짧은 느낌이 있었다. 아우로라는 치맛단을 괜히 꾹꾹 아래로 끌어당기며 아이니를 한 번 쳐다보고 웃었다.
"아이니, 이번에는 이 옷이랑 어울리는 리본을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 했던 머리 장식도 예쁘지만, 옷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새하얀 기조의 제복에는 지금 같은 검은색 리본도 어울리지만, 조금 더 화사한 느낌이 좋을 것 같았다. 이후 오세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아우로라는 눈을 길쭉하게 휘었다.
"그리고.. 오세,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멋진 방법이 있을까요?"
아주 작은 티스푼으로 장난을 한 숟갈 얹은 미소였다.
"공작님을 놀래켜 줄 방법도 있으면 멋질 것 같지 않나요..?"
//아니야 괜찮아..! 짧아도 되고 늦어도 돼! 우리 둘 다 기력 없을 시기기도 하고... 으으~ 너무 습하고 덥다.. ㅜㅜ 솔로몬주 더위 조심해! 열심히 착착 해보자구~~ ╰(*°▽°*)╯
머리를 다시 묶어줄 수 있겠냐는 아우로라의 말에, 아이니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갤 끄덕이면서 아우로라의 뒤로 다가갔다. 신장 차이가 있었으므로 아우로라가 앉아 있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발을 받칠 만한 의자 등을 가지고 와서 그 위에 올라섰을 터다. 어쨌건 머리를 신경 써서 묶는 동안 남매가 나눈 이야기는 아우로라에게 어떻게 할지 생각할 만한 기회를 제공한 모양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반응을 하려나, 기대되네요!"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아우로라의 말에 신난 오세는 웃으면서 양손을 머리 뒤에 댄 채 깍지를 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아우로라의 머리를 묶은 아이니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작게 숨을 내쉬곤 웃었다. 그 와중에 제복을 보다가 시선을 돌린 아우로라와 눈을 마주치니 조금 쑥스러운 듯 시선을 옮겼지만 그 직후 들려온 아우로라의 말에는 귀를 제대로 기울이고 있었다.
"아가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리본은 없을 텐데...앗, 아가씨 말씀이 틀리다는 건 아니에요! 얼른 찾아볼게요!"
무심결에 아우로라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입 밖으로 물 흐르듯 내던 아이니는 깜짝 놀라 입을 가리더니 눈웃음과 함께 장식들이 걸린 벽장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니가 제복에 어울릴 만한 리본을 찾는 동안, 오세는 휘파람을 불면서 그 상황을 구경하다가 아우로라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놀래켜 줄 방법 말인가요? 으음~"
단순히 놀래켜 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만 했던 건지 어떤 식으로 놀래켜 줄까 하고 묻는 아우로라의 말에 선뜻 답을 하지는 못하는 오세. 잠시 뜸을 들이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듯하던 오세는 뭔가 떠오른 듯 눈을 깜빡였다.
"이건 어떨까요? 그 아이들을 맡아 줄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한다고요.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거의 아카데미에 머물잖아요?"
그러니까 공작저에서 머무를 수는 없지만 좋은 곳에서 후견도 겸해서 데려갈 거라는 말을 하자는 이야기, 그 좋은 곳이란 물론 아카데미를 의미했고, 주로 머무는 곳이 아카데미의 기숙사일 테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즉,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작전!
"물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영영 못 보는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나중에 그게 아카데미라는 걸 알면 기분은 무조건 좋아질 거 같은데요?"
어느 쪽이든 아가씨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는 게 좋다며 웃은 오세는 휘파람을 불며 창 밖을 쳐다보았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감상하며 느긋함을 즐기고자 했으나 그 뒤에 들려온 말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까. 아우로라의 미소도 그렇고.
"네? 공작님을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우로라를 쳐다보던 오세의 귀가 쫑긋거렸다. 뭔가 들려서 그런거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들뜬 기분을 표현하는 거겠지,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장난꾸러기에 활발한 소년에게는 꽤나 솔깃한 이야기였을지도.
"어떻게 하면 놀라실까요? 사실 공작님께서 놀라시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아가씨- 이 리본은 어떠세요?"
오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니가 다가와, 양손 공손히 들어올린 청색 리본을 내밀었다. 사파이어나 루비 같은 보석은 박혀 있지 않다. 금실로 수놓아져 있지도 않았고, 그저 시원한 청색으로 물들여진 보드라운 리본, 수수하다면 수수한 리본을 소녀는 들고 있었다.
//헐 세상에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게 바로 상대성 이론?!(아님) 에고고 오늘도 많이 덥던데... 햋빛 너무 뜨겁더라, 살 타지 않게 햋빛에 너무 직접 노출되지 말구! 나는 주로 실내에 있으니 걱정 안해도 돼! 선풍기도 많이 돌리고 있고 너무 더우면 에어컨도 틀어놓으니!
핫 티미 강도가 또 나타났나..! 제발 살려주세오 티미를 드리겠읍니다! 그런고로 오늘의 솔로몬 티미는 다음과 같다!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려면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해야 하고, 인간의 모습으로는 낼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있어! 그렇다고 해도 인간보다는 까마득한 수준의 힘이지만, 사실 이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솔로몬은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야! 이유는...히히 안알려줄거지롱!
아이니는 아우로라와 키 차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앉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우로라는 화장대 거울 앞 의자를 끌어당기고, 제복 치마를 정돈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보니 허벅지가 눌리는 기분이 들어 아우로라는 잠깐 시선을 내렸다. 졸업한 뒤로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 키가 크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크긴 했나 보다. 치마가 조금 짧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당장 기장을 늘려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우로라는 얌전히 있기로 했다.
"깜짝 놀란 뒤에 좋아하면 좋을 텐데요."
거울 너머로 신난듯한 오세를 보며 아우로라는 작게 웃었다. 그동안 꼬물꼬물 작은 손이 거울에 비치더니, 어느새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 아이니의 얼굴도 비친다. 아우로라는 제복을 향한 시선을 보다, 거울 너머로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빙그레 휘어 웃어 보였다. 제복이 잘 어울리려면 어떤 리본이 어울릴까?
"아이니도 참."
이렇게까지 말을 해준다니, 조금 부끄러운 느낌도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사교계에서는 이렇게 솔직한 감상을 듣기 어려웠으니까. 그나마 감상을 듣는다고 해도 금세 바쁘게 잊어야만 했다. 도취했다며 다른 쪽에서 헐뜯을 테니까. 아우로라는 그때의 압박감을 떠올리고는, 언젠가 아이니를 데리고 티타임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아이니는 아직 어리니까, 상처를 받지 않게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짧은 다짐을 이후로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놀래켜줘야 할까?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오세!"
아이니가 리본을 찾는 사이, 아우로라는 고개를 휙 돌렸다.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활짝 웃는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아이들을 놀래켜줄 수 있고, 또, 정말 좋은 사람도 있는 곳이 아카데미니까. 당장 아카데미에는 아우로라의 동생이 머물고 있고, 사정을 알린다면 소네타가 가장 먼저 앞설 것이다. 소네타는 평민이고 귀족이고를 따지지 않아 용병단에서도 탐내는 사람이니까 잘 돌봐줄 테고.
"그렇죠, 영영 못 보는 게 아니니까요. 오세 같은 멋진 장난 스승을 둬서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일단은 오세를 믿고 그렇게 진행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아우로라는 장난에 그렇게 큰 소질이 없었고, 오세는 장난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이렇게나마 조언을 구하는 것이 나았다. 아우로라는 작게 웃고는 다른 조언도 구해보려 했다. 그래, 공작님도! 이번에 작은 장난을 쳤지만, 장난이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님의 놀란 표정은 어떨까? 짧게 고민했다. 공작님의 눈동자가 커지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멋질 텐데. 에메랄드처럼 반짝거리는 눈이 커다랗게 뜨이거나, 눈썹이 올라가거나.. 아우로라는 뺨이 화끈거리려 하는 것을 애써 참아보려 했다. "네, 공작님을요." 겨우 입을 연 아우로라는 오세의 귀로 시선을 옮겼다.
쫑긋거리는 귀에 잠깐 한눈이 팔렸을 때, 아우로라도 잠깐 고민하려다 허리를 세웠다. 아이니가 가져온 리본 때문이다. 아우로라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아이니는 알게 모르게 아우로라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면이 있었다.
"정말 잘 골라줬어요, 아이니. 제 마음에 쏙 드는 걸요?"
사파이어도, 루비도 없다. 오팔 같은 보석도 없다. 금실로 수를 놓지도 않았고, 단출하고 보드라운 재질의 리본. 아우로라는 황태자의 에스코트를 받고 연회에 나섰던 날이 떠올랐다. 탄신 연회. 그때는 온갖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했었다. 목이 깊게 파인 짙은 녹색의 드레스, 주렁주렁 달려있던 머리와 목의 장신구……. 그때의 묵직하던 감각보다 지금의 홀가분하고 소소한 이 리본이 더 소중했다. 아우로라는 보드라운 리본처럼 보드라운 미소를 완성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달아주시겠어요, 아이니? 오세도 곧 같이 갈 준비를 해요."
놀래켜주러요. 아우로라가 짓궂은 듯 아닌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상대성 이론..(아님) 8월이 지났는데도 너무 덥다, 으으! 나도 조심하고 있다구. 솔로몬주 안에서 있다고 해도 조심해야해~ 요즘 냉방병 무섭다구...😉 코로나도 무섭고 말이지...🙄 갑자기 또 코로나가 유행하네, 이번엔 확진 되고 싶지 않아.. 끔찍해..😬
(착석) 솔로몬..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한 능력 드래곤이었구나~!! 헉, 드래곤의 모습으로 못 돌아간다고...?? 으아악 나 결제할래!! 뒷내용 뭐야!! 8ㅁ8 으으.. 언젠가 풀리겠지...? 존버할 테야!!!😬
아우로라의 티미 아닌 티미도 풀어볼까~ >:3 아우로라는 약혼을 깨기 전까지 황태자와 각종 연회에 참석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화려하게 치장해서 지금의 치장과는 많이 다른 편이었어. 그래도 메이크업의 힘인지 안어울릴 컨셉도 열심히 소화했다구?😉 언젠가는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3
멋진 장난 스승을 둬서 다행이라는 아우로라의 말에, 오세는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감정이 바로바로 얼굴에, 그리고 쫑긋거리는 귀에 드러나는 걸 보면, 아직 어린애라서 그런걸까 싶다. 그 뒤에는 다시 솔로몬을 놀래켜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됐지만. 그새 리본에 대한 감상(보다는 칭찬에 더 가깝게 들리는)을 듣고 기쁜 듯 미소짓던 아이니는 직접 달아주겠냐는 말에 그래도 되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네, 달아드릴게요!"
들뜬 발걸음으로 아우로라에게 다가간 아이니는, 익숙하지 않은 치장이었기에 서투른 걸 천천히, 노력을 들여 해결하고 있었다. 다음 번에는 더 능숙하게 잘 할 수 있겠지. 그동안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치장(?)하는 아우로라의 모습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던 오세는 같이 갈 준비를 하자는 아우로라의 말에 신이 난 걸 숨기지 않곤,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 바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몸을 살짝 굽혀 인사를 하곤, 문 너머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어디 멀리 간 건 아니고 복도에 서 있을 터다. 그동안 리본을 조심스럽게 단 아이니는 손을 떼고 두어 발자국 떨어져 아우로라의 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눈이 반들거리는 게, 꼭 보석이나 아름다운 혜성 등을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라고 입 바깥으로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만 아우로라가 리본 장식을 한 자신의 모습을 진짜 그렇게 생각할지, 혹시 자신이 하는 말로 신경이 쓰이거나 하는건 아닐까 하고 붕 떠오르던 기분을 바로잡는 아이니였다.
"다, 다 했어요 아가씨! 어떠신가요?"
//상대성이론에 빠져 또 다른 상대성이론을...ㅋㅋㅋ8월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 말복도 남았고 말이지~ 그렇다는 건 즉 다음 주 즈음부터는 슬슬 견딜만 해진다는 거 아니겠어?! 그렇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뭐든! 응응 각별히 조심할게! 더위 피하려다가 냉방병이라니 그건 안될 말이지! 코로나도 그렇고, 실내에서는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자구~
히히 죄송하지만 저는 돈으로 내용을 풀지 않스빈다! 오직 존버만이 그대를 구원하리라...
오오 확실히 황태자의 약혼자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수수하게는 못 있었겠네, 메이크업의 힘...대단해! 그치만 그걸 견디는 아우로라가 있었으니 가능했겠지! ㅋㅋㅋ아우로라는 그때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려나, 다시 보여준다면 그땐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치장했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해줘!
오세의 미소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세나 아이니는 표정이나 귀에서 금방 감정이 드러나서 좋았다. 한참 감정을 드러낼 나이의 아이를 못마땅해 할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아우로라의 입장에서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아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는 솔직한 것이 좋았다. 사교계에 돌아가게 된다면 아이들의 표정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우로라는 그런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아이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반짝거리는 눈을 마주하니 끌어안고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그건 너무 아가씨답지 않은 행동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됐다.
"이쪽 리본은 살짝 위로 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겨있는 손을 거울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살짝 조언을 얹는다. 아우로라는 신이 난 걸 숨기지 않는 오세 덕분에 웃음을 흘리는 통에 머리카락이 흔들릴 뻔했지만, 그래도 잘 참아내기로 했다. 이윽고 오세가 문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거울에 비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리본이 어떻게 매여있는지 확인한 아우로라는 운을 떼었다. "정말 예뻐요."
"리본도 그렇고, 옷이랑 정말 잘 어울려요.. 마음에 든답니다."
아우로라는 칭찬헤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어울리는 것을 잘 찾고, 머리를 묶는 것도 괜찮다. 아이니의 안목을 믿다 보면 사교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머리를 잘 묶어주고, 빗질을 해주지만 아이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아이니는 이런 쪽으로 감각이 좋은 것 같으니까.
"아이니."
아마 문 밖의 오세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니가 괜찮다면, 앞으로도 제 장신구나 머리를 전속으로 맡기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아우로라가 둘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아우로라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서며 아이니와 눈을 맞춰보려 했다. "천천히 고민해도 좋아요. 부담을 주고 싶은 건 아니었답니다." 조곤조곤 덧붙인 뒤 나갈 준비를 하듯 치마의 붕 뜬 뒷부분을 손으로 두어 번 정리했다.
//말복이 지나고 나도 이렇게 더울 수가 있을까.. 비도 엄청나게 오고, 아무래도 8월에 장마가 다 밀려버린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견딜만 하겠지만! 나는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니까 걱정 말고, 랜선 김밥도 맛있게 먹었어~~😉 솔로몬주도 랜선 김밥 한 줄 먹고 가라구~~ @))))))))))....
앗~~ 치사하다!! 어쩔 수 없어.. 존버가 나를 구원하리라~ 내 주식은 떡상할 거야~ 우주까지 가보자고~
황태자의 약혼자라는 위치와 메이크업을 잘 받는 체질.. 아우로라가 다시 보여준다면 그땐 원해서 치장하는 거니 안심하라구! 아무래도 데뷔탕트 때 입을 드레스처럼 등이 파인 부류일지도 모르지만.. 좋아, 승부복이다!(대체)
리본을 살짝 위로 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아우로라의 말에, 아이니는 다시금 진지한 표정으로 리본을 고쳐 달았다. 이윽고 장식을 마친 뒤에 아우로라의 답을 기다리다가는, 정말 예쁘다는 말에 떠오르는 미소는 멈추기 어려워 보였다. 뒤에 이어지는 칭찬이 더욱 그런 기분을 더해주고 있었으려나.
"아가씨께서 아름다우셔서 그런걸요."
화려한 장식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해주지는 못한다. 그 말인 즉슨, 때로는 수수한 듯한 치장이 본연의 모습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배가시켜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서 수수한 리본을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말을 하며 수줍게 웃던 아이니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아우로라를 올려다보았다.
"네, 네?"
조금은 습관적으로, 아우로라가 하던 말에 대답하던 아이니는, 뒤엣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우로라를 올려다보다가 금새 시선을 아래로 내려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그 심경을 대변하듯 귀는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네~? 괜찮으시겠어요?"
그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오세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쾌했다, 아우로라의 의도를 알아챈 건지, 아니면 그저 아이니에게 장난을 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좋겠다~ 전부터 아가씨 옆에 있고 싶다고 했었잖아." "오...오빠! 그만해! 아, 아가씨 죄송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아우로라를 뒤로 하고 자신을 놀리는 듯한 오세에게 하지 말라며 소리치던 아이니는 뺨을 붉힌 채 아우로라에게 깍듯이 몸을 굽혔다가 폈다. 그제야 그녀가 나갈 준비를 하는 걸 확인한 모양이다.
//으악 늦었다ㅏㅏㅏ 으 좀 시원해지기는 했지만 습도는 여전하네... 그래서 더워! 기온은 확실히 내려갔는데 습해서 이젠 에어컨을 틀면 추우니까 틀기도 애매한 걸... 어째 요즈음이 조금 더 버티기 힘들지도? 아 맞아, 나도 김밥 맛나게 먹었당! 고마워!
후후 존버는 언제나 승리하지, 승리할 때까지 버티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귀족 영애의 귀감!(?) 나중에는 원해서 치장한다니 엄청 힘을 주겠는걸... 진짜 승부복일지도?!
아우로라는 거울 너머로 집중하는 아이니의 얼굴을 관찰했다. 조그마한 손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리본에 집중하는 눈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 조그마한 미간에 주름이 져있다. 리본을 고쳐다는 일도 이렇게 진지하게 할 줄이야! 너무나도 귀엽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이니는 알까? 아우로라는 아가씨답지 않은 행동이라도 다시금 일어서 아이니를 마구 쓰다듬고 싶다는 싶은 생각을 꾹꾹 눌러 담고, 참기로 했다.
"제가 아름다워서 그렇다니, 과찬이에요."
떠오르는 미소를 바라본 아우로라는 어째서인지 자신이 더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도 멋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각은 흔치 않은 것이니, 아우로라는 그 감각을 전적으로 믿어보고자 했다. 아이니의 귀가 쫑긋 서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잠시 차분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과 달리 귀가 앞으로 살짝 기울인 통에, 아우로라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세도 참, 물론이죠."
경쾌한 오세의 목소리에 아우로라는 웃음기를 섞어 화답했다. 의도를 알아챘어도 오세가 장난을 칠 수 있도록 은근한 목소리였다. 남매가 짧게 투닥거린다. 남매나 자매나 형제 모두 똑같구나, 새삼 신기한지 눈을 깜빡이던 아우로라는 눈을 휘었다. 아우로라였어도 갑작스러운 제안에 깜짝 놀라 시간을 달라 했을 것이다. 아이니는 아직 어리니까 더 많이 고민할지도 모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우로라는 상냥하게 말했다.
"물론이죠. 기다릴 수 있답니다. 답은 언제라도 해도 좋아요, 아이니."
앞서 말했듯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요. 작게 웃으며 손을 앞으로 모아 허리를 숙이며 마저 시선을 마주쳤다. 답을 해준다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아니라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 늦은 답레.. ;0;!! 벌써 8월의 마지막이야~ 에어컨을 틀면 확실하게 추워지는 날이 도래하고 말았다! 이제 지옥의 불볕더위가 끝나고 혹한의 추위가 오는구나.. 으으.. 무서워라.. 솔로몬주 환절기 감기 조심하기~!!
후후 그 치장에 아이니가 동원될 거라구..!(?) 승부복 입고 솔로몬에게 결투(?)를 신청해야지~ >:3!!!
아무래도 갑자기 닥친(?) 큰 일이었기에 급하게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가만히, 아우로라의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으며 고갤 살짝 숙였다. 볼이 조금 붉어진 걸 보니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원래 붉었을수도 있고. 이제는 슬슬 나가볼 시간이다, 준비는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장난을...준비할 시간이었다! 아우로라 덕에 공작저에 머물게 된 두 아이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머물고 있었다. 손님을 위한 많은 방들 중 두 곳에 아마 있을 터다.
문 앞에서 휘파람을 불던 오세가 방 안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파악한 건지, 휘파람을 멈추었다. 만약 문을 연다면 웃는 얼굴로 아우로라에게 공손하게 몸을 굽혀 인사하는 오세의 모습이 보일 터, 분명 예의는 발랐지만 장난기는 얼굴에 가득했다. 그리고 아우로라의 뒤로는 그녀의 옷매무새를 살피는 아이니가 뒤따르겠지. 그 시각, 두 아이, 레이라와 리히트는 각자의 방에 가만히 있었다. 정확히는 리히트만 그랬다고 해야 할까, 소년은 자신이 놓인 상황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갑자기 융숭한 대접(사실 융숭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손님 대접이었을 뿐)을 받은데다가 깨끗한 옷과 잠자리, 맛있는 음식까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으리라.
"...이거, 꿈이려나."
벌써 며칠 잠에 들고 깼지만 여전히 그런 말이 입버릇처럼 나왔다.
"꿈만 같아, 내가 이런 곳에서 눈을 뜨다니!"
마찬가지로 입버릇처럼 소리치는 건 소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전혀 이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 마치 꿈 같지만 분명한 현실, 소녀는 정말 기분이 좋은 듯 가지런히 정리된 이불 위에 뛰어들었다. 이 달콤한 향기 너무 좋은걸.
//여기서 잠깐!! 각자 두 아이 중 한명을 맡아보는 건 어떨까? 일단 어느정도 성격은 드러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써볼게! 리히트는 침착하고, 하층민 고아 출신! 배운 건 없지만 상당히 똑똑해, 의심도 좀 많은 편이고. 그리고 현실적이야! 수줍음도 좀 있고. 반면 레이라는 활발한 아이고, 꿈이 커! 그 꿈이 뭔지는...결정되면 말해주겠어(?) 아무튼 현실감은 리히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고, 몽상적인 편이야, 대신 사교성이 뛰어나고, 눈치가 빨라. 어디, 누굴 연기해 볼래?(오디션 심사위원 풍)
그리고 이건 사담! 내일부터는 진짜 9월이네... 날씨도 많이 추워지고 있으니 감기 조심하구! 비도 간헐적으로 내리니까 비 맞지 않게 조심하구! 어째 조심해야 할게 더 늘어난다... 하지만 조심해야 오래오래 하는걸! 또 미리 말해줄 건, 내일부터 학업이 다시 시작돼, 그래서 저녁 시간대에만 가끔 올 거 같고, 바로바로 반응하기가 조금 어려울수도 있어, 그치만 꼭꼭 보고 답레할테니 기다려줘!
됐어 사담 끝! 꼭 아우로라의 승부복을 보고 싶다...! 기대하겠어, 이 승부, 질 수 없다!(?)
조금이 아니라 많은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줄 수 있었다. 아우로라도 작은 고민이 앞섰으니까. 아이니를 앞으로 전속 시녀로 앞세운다면, 피치 못하게 참석해야 하는 무도회나 연회가 있을 때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교계에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니를 데려가도 괜찮을까? 세상의 시선은 아직 아우로라처럼 넓지 못하다. 분명 시끄러운 일도, 최악의 경우에는 멸시도 있을 것이다. 아우로라가 비호한다고 해도 사교계에 내리 도는 소문을 통제할 만큼의 위치는 못 됐다. 그 사실을 아이니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조금 기다려보자. 아이니도, 오세도 보기보다 성숙하고 현명한 아이니까 분명 잘 생각하고 결과를 가져다주겠지. 아이니의 머리에서 손을 뗀 아우로라는 허리를 세웠다.
"좋아요. 가도록 하죠!"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을 시간이다! 이런 장난은 오랜만이라, 아우로라는 잠시 해야 할 말을 곱씹었다. 너희를 맡아줄 사람이 생겼어,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 하셔. 영원히 헤어지는 건 아니야.. 또.. 가서 얘기하면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공손하게 몸을 굽혀 인사하는 오세와 옷매무새를 살피는 아이니를 뒤로, 아우로라는 마찬가지로 장난기를 가득 담은 얼굴로 한 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그대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아카데미 졸업 제복의 치맛자락이 살랑이며 단아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각자의 방은 손님맞이용 방이었어도 공 작가의 위세는 위세였던 건지. 아우로라도 처음엔 자신을 위한 방이 준비되었을 때, 분명 좋은 집안에서 자란 영애였음에도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란다. 특히 황궁에 있던 순간과 비교해 봐도 전혀 꿀릴 것이 없었던 것이, 분위기가 남달랐던 것이다. 가장 먼저 누구의 방에 들어가야 할까? 아우로라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조금 봤지만 아이들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음, 비밀로 하려면 시끌시끌한 레이라에게 먼저 얘기를 하고, 리히트에게 얘기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 반대로? 잠시 멈춰 선 아우로라는 정했다는 듯한 아이의 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 답레가 너무 늦었다.. 올라온 걸 내가 놓치다니.. 늦어서 미안해..🤦♀️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라 어떤 걸 맡아야 할지 모르겠네~ 양쪽 다 가능한 스펙트럼이기도 하고..🤔 이럴 때는 다갓이지! 도와줘요 다갓!
.dice 1 2. = 2 1. 리히트를 해 2. 레이라를 해
나온 쪽으로 하되, 들어간 방은 그 반대라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연휴의 세번째 날.. 잘 푹 쉬고 있어? 나는 뒹굴뒹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구, 감기도 태풍도 무사히 지나갔어! 솔로몬주도 부디 조심하길 바라구, 학업도 응원한다구!!!! 부디 천천히 이어줘~😉 남은 연휴 기간동안 즐겁게 지내길 바라!! 오늘도 좋은 하루 되구!
아우로라가 방문을 열자,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매무새를 정리한 리히트가 방 안 침대에 가만히 걸터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아직도 많이 낯선 모양인지 조금 위축된 것도 같다. 옷 정리를 도와준 뒤에는 지금 저기에 서서 아우로라를 보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시녀 한 명만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시녀를 보고서야 리히트는 아우로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 안녕..."
말하는 모습이 어딘가 조심스럽다. 편하게 말하라고 저번에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그녀의 위치를 알게 된 참에 눈치가 빠른 편인 소년은 예의를 차리는 게 옳지 않을까 하고 갈등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쨌건 바닥에 두 발을 대고 선 소년은 쭈뼛거리면서 아우로라뿐만 아니라 시녀의 눈치까지 보고 있었다.
"그, 잘 지내고 있어... 부족한 것도 없고 다들 잘 대해줘서."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조금 올라앉아 있었다만. 그런 모습을 아우로라를 뒤따라온 두 명의 아이들이 함께 보고 있었다. 물론 둘 다 분위기를 대강 파악하고 있었기에 오세는 휘파람을 불다가 괜스레 아이니에게 핀잔을 듣고, 아이니는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는 오세에게 핀잔을 주다가도 리히트를 보며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저어어어어언하ㅏㅏㅏㅏㅏ!!!!!! 신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쩌렁쩌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기다리게 해버렸어!!!!!!! 흑흑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래서 글로 쓰는 중이야...(어?) 아무튼 정말정말정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어떻게 한 달을 기다리게 만들 수가 있어...
그래서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 제가 잘못했으니 앞으로 내용 진행할 때 써먹을 만한 정보를 하나 드릴게요... 황가의 신관들은 뭔가를 봉인하는 힘을 대대로 다루게끔 교육을 받는다! 라는 설정인데, 이거면 아우로라의 마력을 막아버렸던 것도 설명되고? 여기저기에 써먹을 수 있는 편의성 좋은 설정이기도 하고??? 아무튼 솔깃하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레이라가 나왔으니!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 레이라는 좋게 말하면 꿈이 큰, 조금 부정적으로 본다면 야망이 큰 아이야, 약간 사교계에 환상도 가지고 있고? 요전에 말한 성격적인 부분이랑 잘 겹쳐서 생각을 좀 해본다면... 히히 좋은 캐릭터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예를 들면 라이벌이 된다거나! 또... 식상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레이라의 호감도를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솔로몬이다(?) 물론 아우로라가 2등! 아우로라의 도움으로 빠져나왔고 아우로라가 후원을 해준다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제대로 말 한 번 안 해본 솔로몬에게 그렇게 호감도가 높을까? 이건 퀴즈입니다(??????)
ㅋㅋㅋㅋ죄송합니다... 그치만 아우로라주의 생각이 궁금한걸! 늦은마당에 너무 많은 걸 궁금해하는거 같긴 한데 아무쪼록 한번만 봐주세요... ㅠㅠㅠㅠㅠㅠ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용서할 수 없다아아아아아-!!!!(박치기)(?) 당신 한 달이나 기다리게 했겠다~~~ 농담이구 괜찮아~~ 0.< 늦은만큼 현생이 바빴을 테니까~ 지금은 현생 좀 괜찮아졌을까?🤔 정보는 감사히 받겠다! >;3 봉인.. 맛있네요 이런 미슐랭 쓰리스타급 설정은 어떻게 얻어오셨대요??? 너무 솔깃해서 용서할 수밖에 없잖아~~~~ 후후후후... 여기저기 골수까지 빨아먹듯 써주지(???)
레이라는.. 평민 출신의 당찬 로판 여주같은 느낌이구나? 오케이 확인했어! 좋은 조력자가 될 수도 있지만 라이벌도 되는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0.< 열심히 굴려보도록 할게! 솔로몬에게? 호감이 있는? 이유?? 당연한 거 아냐???? 솔로몬은 잘생기고 멋지니까...(아니었다고 한다) 연적이구나 레이라!!!!(?)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아우로라가 열심히 들이대는 수밖에..😎
솔로몬주도 연휴 알차게 보내구~ 답레는 느긋하게 줄게,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조금 기다려줘~ 0.<💞 오늘 하루 푹 쉬구!
으아아아아(날아감) ㅋㅋㅋㅋ큐ㅠㅠㅠ죄송합니다(머리박음) 괜찮으신가요? 괜찮으신거죠??? 후후 다행이야... >.< 그...그렇지! 바쁘긴 했어... 지금은 좀 나아진 편이야, 물론 내년에는 진짜 엄청 바쁘긴 할거같지만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지! 네 맛있는 정보 신나게 써주세요! 히히 기대된다!
웅웅 그렇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어느 귀족의 사생아...지만? 어쨌든, 이제 레이라는 아우로라의 손에 있다! 아우로라주의 컨트롤 능력을 한번 즐겁게 보겠습니다 허허... 아우로라가 들이대는 걸 볼 수 있는 건가, 신난다(?)
벌써 연휴 마지막 날이고 얼마 안 남았어...! 남은 시간 잘 보내구, 답레 천천히 주면 돼!
미리 기별을 넣어두길 잘했다. 전령새 마법이 잘 들어갔는지 노크 두 번에 문이 열렸으니 말이다. 아우로라는 잠깐 옷매무새를 정리한 리히트를 잠깐 바라보았다. 아카데미 졸업한 이후 사교계가 아닌 곳에서 만든 소중한 친구. 비록 위축된 듯싶은 모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사용인의 인사에 깜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아우로라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는지, 사근사근 입을 열었다.
"안녕, 리히트."
아우로라는 조그맣고 수줍은 미소를 얼굴에 덧그렸다. 커다란 눈망울이 곱게 접히고, 입술의 양 끝이 보드랍게 올라가는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에 괜찮다는 듯 방긋 웃었다. "그간 잘 지냈어?" 작은 질문을 뒤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친구니까, 말 편하게 해도 돼. 그렇게 말하는 듯. 아우로라는 시녀를 흘끔 바라보고 누가봐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방 밖으로 나갔다.
"잘 대해줬다니 다행이야..! 리히트랑 레이라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아우로라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리히트 앞에 서더니, 손을 뒤로 모으고 환히 웃었다. 얌전한 모습이 납치되어 탈출할 당시 커다란 마법진을 전개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아마 이게 아우로라의 진짜 모습이지 않을까? 평생 분의 용기를 끌어다 쓰지 않고, 많은 귀족 영애의 귀감이 되는 얌전한 성품을 가진. 두 아이들을 등 뒤에 두고, 아우로라는 모아둔 두 손중 하나를 까딱였다. 이른바 '네가 떠날 곳은 아카데미' 작전의 개시였다. 아우로라는 고개를 폭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꼭 할 말이 있는데 잠시 머뭇대는 사람처럼.
"그렇지만……. 마음 같으면 티타임이라도 갖고 싶은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그러니까, 으음.. 좋은 일이라고 해야할까..? 너희를 후원해주고 싶어하는 분이 나타나셨거든. 그분들이, 너희 얼굴이 직접 보고싶다고 하셨어."
만약 들키면 어쩌지? 리히트는 눈치가 빠른 것 같으니까.. 아우로라는 적당히 돌려 말하기로 했다.
"영영 못 보는 건 아니야! 이런 말을 해서 놀랐을 텐데, 미안해."
아우로라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조그마한 입술이 이내 꾹 다물리고 얇은 눈썹이 축 내려갔다.
// 으악 답레 늦어버렸다.. 이른 시간에 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잠깐 정주행으로 아우로라랑, 설정 오류같은 거 다시 감 잡았다구..!
음~ 여기서 리히트가 눈치채더라도 물귀신 작전으로 너도 같이 레이라 놀리자! >;3를 해보고 싶은 건 안비밀..👀 어차피 아우로라가 레이라에게도 네가 얘기해줄 수 있을까? 라고 나올 것 같거든.
그리고 여담이지만.. 아카데미에서 와장창 트리오의 마지막 멤버이자 느슨한 둘의 관계에 긴장감을 주는 서?브가 나올 것 같은데 괜찮은지 물어보려구~! 명예교수 겸 성기사를 맡고있다고 생각중인데.. :3c
아우로라가 고갤 끄덕이자 조용히 방 바깥으로 나가는 시녀를 쫓던 시선은 다시 아우로라에게 돌아왔다. 리히트는 소중한 친구라는 말에 조금 쑥쓰러운 듯 뺨을 검지손가락으로 긁적였다. 전에도 듣긴 했지만 조금 낯간지럽달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조금 곤란한 것도 같고... 귀족 영애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시선을 조금 돌리던 리히트는 곧 고갤 숙이고 눈을 내리까는 아우로라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뭔가 말하려고 하는 걸까?
"후원? 누가?"
귀족들? 리히트는 말을 듣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역시 여기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었던 거구나. 하긴 꿈 같았다고 생각하면서 시선을 돌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앉아있던 침대를 쳐다본다. 물론 영영 못 보는 건 아니라는 아우오라의 목소리에 다시 눈을 돌렸고 살짝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으응, 아냐, 그냥...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후원이라면... 음, 시종으로 가는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라도 배우게 되려나..."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닌 거 같기도 해서 소년은 자신은 괜찮다는 듯 미소지었다. 그래도 토굴에서 지내던 때보다야 훨씬 낫겠지.
"그치만 나 아는 게 많지 않은데, 후원이라는 거, 아우로라...랑 공작님이셨지? 둘이서 많이 신경써준 거 아니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마주한 것을 기점으로 삶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었을까 리히트는 서운한 것보다는 자신이 후원받는 사람에게 잘 보이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것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더 그랬을지도. 그런 리히트의 낌새를 눈치챘는지 아우로라의 손짓을 미리 눈에 담아둔 쌍둥이 중 오세가 헤헤, 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싫다는 말씀이신가요~? 모처럼 후작가의 영애님과 공작님을 봐서 후원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건데 말이죠?" "잘 할 수 있으실거라고 생각해요, 후원자는 다른 분이 되겠지만 공작가에 머물렀던 분이시니까요,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을 거에요."
놀리는 듯한 오세의 뒤로 아이니가 살짝 눈을 흘기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덧붙인다. 물론 전부 연기다.
"아, 그, 그렇겠지. 아냐, 싫다는 건 아니고. 으음. 고마워, 다시 못 보는 건 아니라니까... 신경 써준 거지, 고마워."
조금 짖궂은 말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어느정도 상황을 이해한 건지 금방 침착함을 되찾은 리히트는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잘 하면 괜찮겠지.
//아이구 늦었습니다... 요즘 살짝 늙은건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을 하는게 좀 힘들더라고... 멀티테스킹 하는게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얘기도 있다는데 그래서 그랬다는 건 아니고... 어... 변명이야 미안.. 8ㅁ8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나도 답레 쓰는 김에 한번 스윽 읽고 왔어. 새삼스럽지만 꽤 길게 이어왔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시간에 비해 많은 레스를 주고받진 않았지만 그 길이나 내용 면에선 차고 넘친다고 생각해! 슬슬 올해도 11월... 곧 12월이고 새해인데, 계속 이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리히트는 눈치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다행히(?) 눈치채지는 못했습니다~! 오세랑 아이니가 어떤 식으로 서포트해줄지도 살짝만 넣어봤어! 필요하다면 아우로라주가 쌍둥이를 써줘도 괜찮아! 일단은 이렇게 하구, 리히트가 전달하면 아마 레이라는 안 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고? ㅋㅋㅋ사실 리히트보다는 레이라가 고비라고 생각했거든. 물론 아우로라주가 이해한 레이라도 많이 기대하고 있어!
오오오오 응! 괜찮아 나는 아주 괜찮아! 느슨한 관계에 긴장감이라... 아주 좋아, 서브 캐릭터는 언제나 환영이야! 명예교수에 성기사...! 게다가 와장창 트리오라니... 벌써부터 이렇게 기대하게 있기야? 기대된다!
그동안 시녀들의 보살핌이 부족하진 않았을까? 음, 아닐 것이다. 하녀들과는 다르게 엄격하게 입단속도 관리하는 분들이니까 괜찮을 거야. 아우로라는 리히트를 잠깐 말간 눈으로 쳐다봤다. 친구. 사교계에서 서로 취미를 나누며 사귄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에서 마음이 맞아 사귄 것도 아닌 사지로 몰렸을 때 사귀게 된 친구였기 때문인지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먹는 음식은 입에 맞는지, 편하게 잠들었는지, 보살핌은 충분했는지.. 시선을 돌리는 리히트를 배려해 주듯 아우로라는 반짝반짝하던 미소를 거두고 온화한 시선을 보냈다.
"응, 아주 좋은 분이셔."
귀족이라면 귀족일까? 학장님의 작위를 떠올려 보면 귀족은 맞는 것 같다. 아우로라는 두 눈을 한번 커다랗게 깜빡이더니, 시선을 다시금 맞추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시종은 아니야. 대신 많은 걸 배워야 할 거야."
괜찮다는 미소를 보면서도 아우로라는 쉽게 마주 웃을 수 없었다. 잘 보이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걸 걱정하는 것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세와 아이니가 말을 덧붙여 일단락된 것 같긴 하지만. 아우로라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뻗어 리히트의 손을 덥석 맞잡으려 하더니, 해사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리히트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좋은 분들이고, 글도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러면 편지도 할 수 있을 거고, 나도 일정이 생기면 자주 찾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꼭 다시 만날 수 있어. 이 부분은 조금 단호했던 것 같다. 그야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에 아우로라도 참석할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공작님께서도 허락해 주실 거라 믿었다. 아카데미 교수들은 학생을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카데미로 간다 말하지 않았으니 그 사실은 모르겠지, 밉보인다는 걱정보다는 다른 걸 했으면 좋았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손을 놓아주고 방글방글 미소 지은 모습 그대로, 아우로라는 손을 모았다.
"리히트는 할 수 있어."
다시 강조하고는, 이내 입술만 보드랍게 올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아우로라는 오세와 아이니를 향해 눈을 도르륵 굴렸다. 지금이다! 장난의 마지막 쐐기를 박을 시간인 것 같다.
"그러니까, 부탁이 있는데.. 혹시 레이라에게도 얘기해 줄 수 있을까? 당장 레이라에게도 얘기해주고 싶은데, 실은.. 너희를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께 마저 말씀드려야 하는 게 많거든.. 준비를 끝마쳐야 해서..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해. 오세와 아이니가 도와줄 테니까, 부탁해.." "맞아요! 저희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맡겨만 주세요."
초롱초롱한 눈길이 평소답지 않지만 리히트는 아우로라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을 테니 괜찮겠지 싶었다. 장난기를 겨우 꾹 눌러담았다.
//늦었다~!! 내가.. 나도 요즘 두 가지 이상 하는 게 힘들더라....고... 괜찮아~ 요즘은 좀 어때? 바쁜 건 많이 괜찮아졌을까? ㅋㅋㅋ.. 그러게, 정말 길게 이어왔다구 생각해. 그간 같이 해줘서 정말 고마워! 곧 다가오는 새해에도 열심히 해보자구! >:3
와~! 리히트.. 말랑말랑 귀여운 친구라고 생각해.. 눈치 못챈 리히트가 깜짝 놀라는 걸 어서 보고 싶은걸~ ㅋㅋㅋ 아하, 레이라는 안 믿는구나? 열심히 캐입해볼게! 발랄하니 꽃밭이지만 사실 많은 걸 알고있는? 아우로라랑은 사뭇 다른 로판 여주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중이긴 해~ 0.<
느슨한 관계에 긴장을 주는.. 과거에도 한번 떡밥을 뿌린 적이 있는 서브캐! 는 너무나도 오래전 떡밥이라 나도 에버노트에 써둔 거 보고 아.. 얘가 있었네 싶었다고 한다..🤦♀️ 섭남 나오니 긴장하세요 공작님.. 뽀잉뽀잉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용용이 손바닥 위 토끼가 또 복장 뒤집어 엎을지도 모르니(?)
날이 추우니까 따뜻하게 여며입구, 하루 힘내기! 이어두고 갈 테니 편하고 느긋하게 줘! >:3
아주 좋은 분이라는 말에는 그렇구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라며 대답한다. 이번엔 또 어디로 가려나 싶어 잠시 상상해보지만 지금까지 본 귀족이나 가문이 이 곳 뿐인지라, 새로운 걸 생각해보긴 힘들어 보였다. 일단 시종은 아니라고 했고, 이것저것 많은 걸 배운다고도 했다. 글도 배울 테고, 그러면 편지를 하라고 했었지... 글을 배우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음, 멀리 있어도 연락할 방법이 생긴다는 건 좋은 거겠지. 사실상 제대로 사귄 첫 친구였기 때문일까, 리히트는 아우로라와 계속 연락할 수 있다는 것에 좀 안심한 모양이었다.
"앗, 으응...알겠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겠지. 응. 버릇처럼 그렇게 말하며 붙잡은 손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듯 시선을 돌리다가 아우로라가 손을 놓고 미소를 짓자 어색하지만 리히트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장난에 휘말리기 시작했다는 건 알아채지 못한 채로 부탁을 들었다.
"그렇구나, 아무래도 준비하려면 바쁘겠지, 알겠어. 두 사람이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책임지고 전달할게."
아우로라 옆의 두 아이를 보며 그렇게 대답하니, 두 아이는 문제없다고 말하며 아우로라에게 살짝 윙크했다. 만약 아우로라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을 나선다면 아마 세 사람은 바로 레이라에게 향해 방문을 두드렸겠지.
//오랜만입니다! 새해가 밝고 처음으로 쓰는 답레야! 길이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 짧은 호흡으로 주고받는 게 상황 전개에는 더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하고! 길어지면 서로 쓰면서 생각할 게 너무 많아질수도 있으니까!
오 아우로라주의 레이라 캐해에 매우 기대가 된다구~ 기본적인 베이스는 내가 해놨지만 쌓아가는 건 맡겨볼까! 후후 당신의 메이킹 실력을 보겠다! ㅋㅋㅋㅋ좋아 좋아... 이제 슬슬 솔로몬의 평정이 점차 흔들릴 때가 온 건가...
새해가 밝고 벌써 1월이긴 하지만 여전히 추운 건 마찬가지네, 뒤늦게 오는 감기 조심하구! 나도 한번 감기 걸려서 요즘 목이 좀 약해졌더라구... 꼭 몸조심해!
잘 속아넘어간 걸까? 아우로라는 마른침을 몰래 삼켰다. 오세랑 아이니 덕분에 잘 둘러댄 것 같은데, 마지막에 조금 얼버무린 부분 때문에 들키진 않았을까? 리히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게 흘끔흘끔 쳐다보던 아우로라는 활짝 웃으며 상황을 넘기기로 했다. 미안해, 리히트. 잠깐 속긴 하겠지만 다 너희를 위한 거야. 양심이 콕콕 찔렸다. 만약 끝까지 속아버리면 이 콕콕 찔리는 양심통에 며칠간 남몰래 속에서 앓아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고마워……! 리히트는 정말 좋은 친구야!"
어색하지만 저 미소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변하겠지? 그러면 된 거야! 속으로 단정 짓고는 아우로라는 다시금 오세와 아이니를 돌아봤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맡기겠다는 듯 남몰래 비장한 눈빛을 보내고는, 살살 웃음기 어린 눈으로 손을 모으며 함뿍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잘 부탁할게. 정말 고마워."
속아줘서도 고맙고, 도와줘서도 고마워…! 꾹꾹 담은 속내와 함께 아우로라는 방을 빠져나갔고, 이내 복도를 어느 정도 걸어 방에 도착하고 나서야 깊게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장난이란 건 어렵구나..!!
한편, 레이라는 시녀들의 도움으로 단장의 끝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내가 이런 단장도 받아보다니! 머리를 혼자 빗지 않고 누군가 손을 대주는 것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꿈만 같았다. 사교계에 데뷔를 하려면 데뷔탕트를 치르게 되는데, 그때는 시녀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치장해 준다고 했던가? 세상에, 너무 멋지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화려한 머리 장식에, 사람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춤도 추고….
"응? 들어와도 돼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레이라는 화장대에서 폴짝 일어나듯 하며 직접 문 열어도 돼? 하고 시녀에게 조잘거렸다. 시녀는 옅게 웃으며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레이라의 눈빛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리히트구나, 여긴 어쩐 일이야?"
여기 이 아이들은 누구지? 공작저에서 생활하는 동안 잠시 보긴 했지만 누군지는 잘 모른다. 레이라는 들어오라는 듯 문을 활짝 열어주며 문 만치나 활짝 웃었다.
// 나야..ㅋㅋㅋ나야말로 오랜만이야..ㅠㅠ 새해가 밝고 처음으로 쓰는 답레가 1달이나 걸릴 줄이야...🥺 요 근래 체력적으로 쉽게 지치다 보니까 도저히 뭔가를 쓸 엄두가 안 나서..라는 변명이지만 역시 변명보다는 늦어서 미안하다 사과하는 게 더 나은 법이기도 하고..😂 우우 미안해...🥺🥺 솔로몬주 말처럼 짧게 짧게 가는 게 전개엔 도움이 되겠지~ >;3 분량은 부담 갖지 말구 편하게 달라구~ 대화 지문만으로도 이야기는 진행되는 법이니까..
지금은 좀 괜찮아졌을까? 1월부터 지금까지 어쩜 뚝심 있게도 감기 걸리기 좋은? 오락가락하는 온도라서 솔로몬주 컨디션이 걱정된다.. 목 칼칼하거나 그런 거 이렇게 기온이 오락가락하면 쉽게 안 낫더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답레는 천천히 주고!
레이라는 열심히 캐해 해봤어.. 이런 느낌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솔로몬의 마음이 휘청거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맛있는걸(군침)
정말 좋은 친구라는 말에 리히트는 살짝 웃었다. 친구라... 그 말에 담긴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마 그 자신도 몰랐을 거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얼마 뒤, 방을 나선 리히트는 쌍둥이와 함께 어떤 방 앞에 멈춰 서서 문을 두드렸다. 두드리고 나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안에서 들어와도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또 얼마 뒤에는 문이 열렸다. 대충 방 안의 상황을 짐작해 보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생각하던 리히트였으나.
"아, 레이라... 방해한 건 아니지?"
아마 아닌 것 같다. 저 밝은 표정도 그렇고, 주변에 있는 시녀들의 얼굴도 보니 얼추 준비는 끝나가는 모양이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우로라의 말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는 리히트의 모습을 슬쩍 본 오세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꽃단장 하셨네요? 음음, 확실히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말이죠!" "오빠, 소개부터 해야지! 죄송해요,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아이니, 이쪽은 오세에요."
그새 레이라의 반응을 살피곤 눈치 빠르게 소개까지 마친 아이니는, 슬쩍 리히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 조금 긴장한 상태였던 리히트가 그걸 알아채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잠시 시선을 돌리다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레이라는 활기차게 방긋 웃었다. 어차피 준비는 마무리를 짓고 있었고, 만약 덜 되었다고 해도 다른 귀족처럼 치렁치렁한 장신구가 없으니 조금 더 일찍 끝났을 것이다. 레이라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리히트가 어쩐 일로 처음 보는, 정확히는 공작저에서 조금 마주치긴 했지만 인사는 나눠보지 않은 아이들과 같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듯.
"응! 많이 도와주셨어!"
아이 참, 여기서 머무는 동안에는 높이지 말고 도와줬다고 낮춰도 된다니까요? 장난스러운 어린 시녀의 목소리에 까르륵, 잠깐 웃음꽃이 핀다. 여자아이는 아이니, 남자아이는 오세구나. 두 아이는 시종인 걸까? 레이라는 활짝 웃었다. 귀엽네! 토끼 귀를 보니까 이종족인가? 이종족은 처음 보는데!
"응, 난 레이라라고 해. 여기에서 인사하는 건 처음인데 서로 잘 부탁해!"
시녀들이 살살 물러날 적, 레이라는 리히트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다 눈을 둥그렇게 떴다. 리히트와 여기에 같이 있게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저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구나. 레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수 있는, 경청하는 자세로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었다.
후원이라, 아우로라, 그 아이나 공작님께서 보지도 않고 무작정 허락했을 리는 없다. 아마 심사숙고해서 정했지 않았을까? 두 사람은 세심한 것 같았으니까. 특히 아우로라는 직접 노예상이 있는 곳으로 오기까지 했으니까. 거기다 공작님도 그 험한 곳을…….
"그렇구나."
오세가 거들었을 때도, 레이라는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작저 생활이 마무리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예법을 배울까? 아니면 다른 걸 배우게 될까? 귀족들이 배우는 건 얼핏 알고 있지만, 정확히 후원을 통해 무얼 배우게 되는지는 모른다.
"리히트, 너는 어떻게 생각해?"
레이라는 리히트에게 묻기로 했다. 의견을 먼저 들은 애한테 좋은 생각이 있겠지. 물론 귀족의 삶을 어느 정도 체험한다면 좋겠지만…….
// 으아악 답레 남겨두고 갈게~!!! 요즘은 잘 지냈을까? 으으~ 난 너무 바빠서 곤란하지 뭐야~ 5월 서로서로 힘내자구...! 답레는 느즈막~하게 줘도 돼~ 그리고 레이라 캐해 이거 아니다 싶음 꼭 피드백 줘야해!!!!!!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면서 웃는 레이라의 모습에 리히트는 그럼 다행이고, 라며 이야기했다. 방해가 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약간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다지 낯을 가리지 않는 두 아이와 레이라는 얼추 잘 맞는 듯 했고, 오세의 도움으로 이제 다른 곳으로 갈 거라는 말은 문제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내 생각 말이지... 나는, 솔직히 조금 불안해."
이미 아우로라에게도 이야기했던 부분이었지만, 생명의 은인이라고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주선으로 가는 것이었으니 그 곳에 가서 잘 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됐다. 혹여 일을 잘 배우지 못하거나 해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친분으로 이런 아이를 소개한 두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으니까. 주변에 피해를 입히며 얻은 이득은 언젠가 다시 피해로 돌아온다, 혼자 살 때 얻은 교훈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래도 잘 할 수 있을거라고 격려도 들었고, 언제까지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다, 라고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 보려고."
시종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뭘까 싶긴 했지만. 그 부분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리히트에겐 전무했다.
"공작저 사람들이 전부 잘 대해줘서... 떠나야 한다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생각한 바가 있었기에, 천천히 말하긴 했어도 생각을 끄집어 보여준 리히트는, 레이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움직였다.
"너는 어때?"
//답레! ㅋㅋ...정확히 1주일 걸렸다!! 요즘 많이 바쁘긴 해... 그래도 어, 2주? 정도.. 어 이거 5월 지나야 하는 거잖아 아무튼 6월부터는 좀 여유가 생길 것 같아, 아우로라주도 바쁘다니... 세상이 우릴 억까해(?) 응 알겠어, 피드백은 바로바로 줄게! 지금까진 아주 괜찮으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해줬으면 좋겠어! 이번 주도 이제 주말이니까, 주말 잘 보내!
왜 불안할까? 레이라는 고개를 기울였다. 시녀들이 정성껏 빗질해준 머리카락이 오소소 쏟아졌다. 레이라는 이어지는 말에 대충 무슨 일인지 파악했는지, 아니면 나름대로 곰곰이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법도 하겠네. 너는 어때? 리히트가 물었을 때였다.
"나? 음- 사실 나도 불안하고 아쉽긴 해. 여기처럼 좋은 사람들만 있을 거란 보장도 없고."
사람들이 공작가와 후작가에서 밀어줬다고 무조건 좋아하리란 보장도 없으니 당연히 시선도 있을 것이다. 여기엔 상냥한 사람들이 있다면, 바깥은 인신매매를 서슴지 않던 사람들이 있듯 상냥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물론 그만큼 나쁘진 않더라도 사소한 걸로 트집 잡는 사람도 있을 거고……. 리히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으니, 레이라는 씩 웃었다.
"그렇지만 뭐 어때? 새로운 경험이잖아. 우리에게 기회를 준 데다가, 공작님과 아우로라도 잘 생각하고 결정했을 건데."
레이라는 더 열심히 해서 높은 자리도 보고 싶었다. 만약 누군가의 시종으로 가는 거라면 시녀장이나 귀족 집 아가씨의 전속 놀이 시녀가 되고 싶고, 수양하고 후원하는 존재로 가면 많은 걸 배우고 싶었다. 물론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불안감도 있지만.
"못하면 어때, 못한 날보다 더 잘 해내면 될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일단 불안함에 젖기만 하기 보다는 먼저 시도하는 게 더 낫지!
"어차피 우리 둘 다 뭔가는 처음이잖아! 그러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오세랑 아이니라고 했지...? 그래서 묻는 건데……."
우리 오늘 바로 출발하는 거 맞지? 레이라는 고개를 갸우뚱, 다시금 기울였다.
// 나아도 답레!는 올라온 다음 날 확인하고 메모장에 써뒀으면서 막상 올리는 걸 깜빡했다...🥺 바보바보~ 에구구 솔로몬주도 바쁘구나... 그래도 어느덧 5월의 절반도 훌쩍 가버렸다구! 6월도 금방 올 거야! 세상이 우리를 억까하지만 우리가 억까를 시도해서 세상이 발악하는거라고 중2병적 시선으로 보면? 괜찮?지? 않을까?(?) 난 억까 당하는게 아님... 세상이 내게 억까 당하는 거임... 응응, 고마워! 열심히 레이라 캐입하겠어~~! (•̀ᴗ•́)و̑ 솔로몬주, 이번 한 주도 힘내보자!! 주말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어서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
불안한 건 매한가지지만 레이라는 그런 불안함보다는 다른 곳에 가서 배울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모양이었다. 레이라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태도가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리히트 역시 솔로몬과 아우로라의 추천이 있기도 했고, 이미 정해진 일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처음부터 모든 걸 잘 할 수는 없겠지."
실수가 있다면 줄여나가면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세와 아이니를 향한 레이라의 질문을 듣고 두 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천천히 아이니가 입을 열었다.
"네, 준비가 다 되는 대로 출발할 거에요." "사용인들이 안내해 줄 거에요, 저희는 그럼 먼저 가볼게요!"
아우로라와 솔로몬에게 두 사람의 준비가 끝났다고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두 아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인사를 남기곤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문 너머로 모습을 감춘 두 사람을 보던 리히트는 레이라를 돌아보았고.
"그러면 나도 나가볼게, 준비할 만한 게 더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 있다 다시 보자. 리히트는 살짝 고갤 까딱였다. 그러면... 두 사람이 중앙에 있는 홀로 오기 전, 두 사람을 아카데미에 직접 데려갈 또 다른 두 사람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
//세상에마상에 6월이 넘어서야 답레를 가져왔네 미안해!!!!!! 미안하다아악!!!! 그...래도 모처럼 쉬는날이니까 마음 가라앉히고 쉬도록 하자...!(대체) 이제 레이라랑 리히트가 장소로 모이는 부분은 생략하고, 솔로몬이랑 아우로라가 두 사람 기다리는 쪽으로 가볼까! 6월은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나도 자주자주 올 테니까!
처음부터 모든 걸 잘 할 수는 없다. 레이라는 아직 많은 삶을 살아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처음부터 재능이 있는 것을 찾기 어렵다는 것 정도야 알 수 있었다. 많이 해보고, 많이 보고, 그러다가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간 쌓아온 내공이 빛을 발한다는 것을. 레이라는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작은 토끼 수인이 나가고 나서, 자신을 돌아보는 리히트를 마주 본 레이라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응, 이따 보자!"
기대된다! 어떤 일이 있을까? 닫히는 문을 보며, 레이라는 앞으로 있을 좋은 일들을 공상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꼭 이뤄보고 싶었던 꿈들을.
한편 아우로라는 자신이 두 명이기를 바랐다.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지만 이건 너무나도 빠르지 않나? 얼추 작성된 추천장을 보며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길 반복하다, 작게 앓기까지 했다. 이름도 확실하게 적혔고, 내가 누군지도 적혔고, 그리고 또…… 아, 머리도 다시 묶었고, 손바닥 위에서 맴도는 도마뱀 형태의 마나도 잘 갈무리했다. 소네타가 아이들을 잘 봐준다고 했으니까 내부에서의 텃세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겠지… 부디 그러길 바랄 뿐이다.
이제 남은 건 아이들이 아카데미로 가는 일뿐이라지만, 어딘가 하나 빠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불안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뭔가 더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하물며 소네타가 도마뱀을 통해 뭔가 말하려다 그만둔 걸로 봐서, 아카데미 내부에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아, 오세, 아이니. 왔군요……!"
생각의 꼬리를 끊어주듯 마침 등장한 두 시종을 보며 아우로라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장난을 도와준 아주 고마운 아이들. 지금은 불안함에 집중하지 말자, 응. 두 아이를 한껏 품에 안듯 팔을 벌려주고는, 소곤소곤 물었다.
"어땠나요?" "아직 두 분 다 눈치 채진 못했어요." "분명 깜짝 놀랄 거예요!"
아, 다행이다. 아우로라는 두 아이의 머리를 헝클어지지 않게 부드럽게 쓸어주고는, 추천서에 붉은 끈을 묶어 봉인하고는 다소곳이 섰다.
"그럼 이제, 준비를 끝마쳤으니 공작님께 가도록 해요."
가자, 공작님께! 어느 날보다 발걸음이 더 당당한 것 같은 건 기분탓이겠지.
// 드디어 솔로몬주가 바쁨엣 어느 정도 해방되는 6월이라네~ 나는 마음 가라앉히고 푹 쉬었지~ 솔로몬주는 어째 잘 쉬었을지 걱정이야... 솔로몬-아우로라가 두 사람을 기다리는 쪽으로 쓰는 거 말인데, 이제 같은 마차에 탔다~도 괜찮을 것 같고~ 0.< 사실 마차에서 타거나 내릴 때 에스코트 받겠다는 사심이라며~(ㅋㅋ) 그리고 내리고 추천장 내러 간 길에 마주한 섭남 공격에 이리뽀잉 저리뽀잉 튈 아우로라... 각오해라 솔로몬....(아님) 자주자주 와준다니 고마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구 느긋하고 즐겁게 돌려보자구!!
준비는 전부 끝났다. 두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두 아이의 후견인이 될 사람들도 전부.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예정이다. 저택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고, 미리 준비를 끝내두기만 했다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마차에 올라탈 수 있을 테니까. 사용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작저 바깥으로 나오면 자연스레 기다리고 있는 마차. 아카데미로 향할 마차는 한 대면 충분하다. 본래 이런 일로 다른 곳에 가게 될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꽤 도움이 되는데, 이제부터 가게 될 장소에서 마주할 새로운 얼굴들보다야 솔로몬과 아우로라의 얼굴이 레이라와 리히트 두 아이에게 더 익숙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었으므로 네 명이 같은 마차에 오르는 건 두 아이의 정신적인 안정에 더 나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는 호위가 좀 더 붙어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이 마차에 공작이 직접 올라타는 건 아니니까. 어째서 그런 건가 하면 그의 모습으로 설명이 가능할 터였다. 마차 앞에서 다른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제국의 공작과 닮았으나 분명 공작은 아니었다. 눈썰미가 좋다면 어느 정도 연관성 정도는 찾을 수 있었으리라. 아니, 노골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한 단서가 곳곳에 있었다. 구릿빛 피부, 은백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보다 선명한 흉터까지.
그러나 법복이 아닌 제복에 기사 작위를 받은 자임을 드러내는 어깨장식과 망토, 망토는 움직이기 용이하도록 예복에 쓰이는 길이의 절반 정도였으며 허리춤에는 에스터크 한 자루와 망고슈가 가지런히 매여 있었다. 다만 공작저 소속이라는 점만은 확실하게 드러내는 문양과 앞서 언급한 특징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준비는 끝났소? 아우로라 양."
정작 그는 그다지 숨길 생각이 없는 듯 했으니 고민했다면 조금 괜한 고민을 한 건 아닐까 싶을지도 모른다.
//바로 올라타는 걸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제복도 입혀야 하고... 정치적인 이유도 있고...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이렇게 가져와봤어! 뭔가 어색하거나 하면 꼭 말해줘! 월요일 피곤했을텐데 무리하지 말구! 이번 주도 잘 보내자!
아우로라는 준비를 마치고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사용인들의 배웅을 받자니 새삼스럽지만 집안의 사용인들이 떠올랐다. 아가씨, 아가씨, 하면서 아우로라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처럼 아끼고 사랑해 주는 후작가의 사용인들이. 물론 이곳의 사용인들도 아우로라를 많이 사랑해 주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일평생 자라오며 사랑을 주던 사람들이 겹쳐 보였다. 긴장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몰라. 아우로라는 수줍은 미소를 지어 "다녀올게요."라고 인사하며 생각을 꼭꼭 숨기기로 했다.
사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어 긴장하거나, 기대하고 있을 아이들처럼 아우로라도 자연스럽게 긴장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졸업 이후 가본 적이 손에 꼽고, 스스로의 의지로, 거기다 추천서를 낸다는 거창한 이유로 가는 건 또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군다나 소네타가 알려주다 만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아카데미엔 누군가 있는 모양이다. 음……. 누군지 가늠은 잘 안되지만, 가서 보면 알겠지. 지금처럼. 아우로라는 눈앞의 기사님을 보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네, 추천서도 챙겼고, 옷매무새도 정리했고, 연락도 넣었고…… 음, 그러니까……."
음, 이럴 때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공작님? 아니면 기사님? 어찌 됐든 지금 모습에 맞춰드려야 하는데, 그러자니 예의가 또 신경 쓰인다. 물론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으니 바보 같은 고민이겠지! 으음, 그래도 정말이지. 저 모습엔 분명 여러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이건 참 짓궂으신데!
"밖에서는 기사님이라 불러드릴까요……?"
아우로라는 소곤소곤 질문했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심이었다. 여기서는 숨기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밖으로 나가면 또 모르니까. 그것보다, 눈에 담긴 솔로몬은 근사했다. 선명한 흉터가 구릿빛 피부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고, 은백색 머리카락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평소의 법복을 입었더라면 위엄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쩐지 위엄도 위엄이지만 명예와 영광이 더 먼저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어쩐지 오래 바라보면 뺨이 달아오를 것 같아 아우로라는 해가 눈부신 척 한 손을 들어 이마 위에 올리고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차에 오를 적 자연스럽게 에스코트를 받고자 손을 뻗었다. 어찌 되었든 아우로라도 에스코트를 많이 받고 자란 귀족이다 보니 몸에 밴 습관이 틀림없다.
// 뭐야? 뭐야? 기사 제복 뭐야! 정치적인 이유라지만 나는 이 옷차림 찬성이야...🥹 솔로몬은 여전히 빛이 나는구나...! 공작가는 밤이 오지 않는다더니 솔로몬의 후광 때문이겠지(몹쓸 주접) 글 전혀 어색하지 않다구~ 나야말로 어딘가 어색하면 꼭 얘기해주기...! 그것보다 너무너무 늦어버렸다...🤦♀️저번주는 잘 보냈을까? 나는 때아닌 더위와 추위에 골고루 녹았다 얼었길 반복해버렸지 뭐야...😂 이번주는 그래도 전국적으로 비도 오고 그래서인지 많이 선선한 느낌이네~ 여전히 여름 다가온다구 덥긴 하지만 저녁땐 나쁘지 않으니까 응... 이번주 마무리도 잘 하고 건강 유념하길 바라...!! 답레는 천천히 주구...! >:3
아카데미에 공작이 직접 행차하는 것이 문제인 건 아니다. 그보다는 함께 가는 사람, 아우로라의 지위와 연관시켜야 하는 부분으로, 후작가의 영애이자 공작저에 손님으로-명목상이지만-와 있는 아우로라는 혼자서 동시에 두 가문을 대표할 만한 자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후작가의 영애이자 후계자라곤 하지만 그게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와중 공작이 함께 움직인다면 아우로라의 추천은 빛이 바랠 가능성이 있었다. 공작이 아닌 다른 귀족이라면 반향 역시 다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은가. 공작이 후계자를 기른다는 소식조차 없는 판에,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작가의 권력이 누군가에게로 대물림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백히 이상함에도 말이다.
"기사님으로 좋소, 나 역시 마차에 오른 뒤부터는 한 명의 기사로 그대를 대할 테니까."
수줍은 미소를 보며 솔로몬 역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들을 아카데미로 보낸다는 것부터 시작해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상의한 관계인만큼 아우로라에게는 미리 정체를 알려 둘 필요가 있었다. 숨겨도 좋았겠지만 어쩐지 그러고 싶지 않기도 했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인지 자그마한 손으로 얼굴 위에 그늘을 만들며 마차에 오르는 아우로라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고, 솔로몬은 막힘없이 그 손을 가볍게 받아쥐곤 마차에 귀한 영애가 무사히 오를 수 있도록 에스코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 역시 도착했고, 차례차례 마차에 올랐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아가씨, 도련님."
어째서 호위가 기사 한 명뿐이냐는 질문 같은 건 없었다. 그야 아우로라는 둘째 치고 두 아이는 어떤 게 정상인지 알 턱 이 없었을 테니까. 많은 호위를 대동하고 느긋하게 이동하는 건 좋지 않다. 미리 눈에 띄는 게 중요한 방문이 아니다. 지금은 최대한 조용히, 그게 효과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마차에 올라탄 기사의 발소리와 함께 마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
출발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마차 여행 자체가 익숙찮은 두 아이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네 명만을 위한 마차였기에 공간은 충분했으니, 잠시 멈춰 서서 두 사람을 자리에 뉘이고 나면 마차 안에는 두 사람만이 눈을 뜨고 있었다.
//으아앙 어째서 일요일인 거야 내일은 월요일이라니 믿고싶지 않아... 그래도 답레 가져왔어! ㅋㅋㅋ옷차람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아우로라도 예쁘게 차려입었으니까 미모를 뽐내보자구! ㅋㅋㅋ헉 공작저는 불야성이었냐구... 이거 참 이렇게 되면 공작저 사람들은 눈부셔서 항상 선글라스를 써야겠는걸, 빛나는 게 둘이나 있으니까(??) 괜찮아 나도 늦었으니까...! 그리고 미리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다음 주 화요일~목요일까진 아무래도 바로 답레를 가져오기가 어려울 것 같아, 하루종일 바쁠 거 같아서 8ㅁ8 이제 슬슬 장마라고 하니까 비 조심하고! 다음에 보자!!
사실, 근사한 기사의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신 이유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라며 단정 짓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간 공작님께서 기껏 변장하신 모습 자체로 대하지 못할 것 같았고, 이 조그마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직책을 깨달은 나머지 긴장해버려서 일을 그르칠지도 모르니까. 그건 싫다. 두 아이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고, 그 인생을 아주 약간이나마 안았으니 가급적 완벽하게 책임지고 싶었다. 해를 가리듯 손으로 그늘을 만들 적,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정말 괜찮을까? 아무리 자신이 손님 자격으로 있으며, 두 가문을 대표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으신 걸까?
"네, 그러니까, 음… 잘 부탁드릴게요, 기사님."
나를 믿어주시는 것일지도 몰라! 그 사실을 떠올라자니 다시금 일을 그르칠까 덜컥 겁이 샘솟지만 금세 떨쳐내기로 했다. 그런 의미가 아닐 수도 있어. 크게 해석하지 말자! 응, 그럴 거야. 에스코트를 받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몇 번이고 고치고 다시 다잡기를 반복하다가도,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는지 생각을 쉽게 접어버리곤 혼자 보드랍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예전에 했던 약속에 포함되지는 않겠지? 지금은 말마따나 공작님이 아니라 기사님이니까, 손가락으로 꼽지 못할 만큼 손을 잡아드리겠단 약속엔 포함되지 않을 거야. 이건 내 작은 욕심으로 가지고 있어야지. 아이들을 마차 안에서 맞이하며, 아우로라는 남몰래 품은 생각을 꾹 눌러 담았다.
"네, 출발하도록 해요."
마차가 움직이고, 숲길을 스치는 광경을 창밖으로 물끄러미 쳐다본다. 호위는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 마차 주변으로도 아무런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느새 잠들었다. 몸을 뉘여주니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푹 잠든 것 같다. 멀미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멀미를 하기 전에 잠들어버려서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갈 길은 많이 남았으니까. 길 너머로 드문드문 비치는 빛을 보니 날씨가 화창하다. 의심도, 위협도 없는 이 상황이 좋았다.
"……."
마차라는 것은 어릴 적부터 타고 다녀서 익숙하지만, 가끔은 그 익숙함과 달리 괴리감과 서늘한 공포가 끼칠 때도 있었다. 황태자와 함께 하던 마차는 가끔 그랬다. 간혹 있던 암살 시도는 익숙한 이동 수단도 공포의 존재로 몰아가곤 했다. 파혼한 뒤로도 가끔, 사실은 공작님께 볼모로 오던 날에도 찜찜함과 두려움이 약간이나마 있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놀랄 만큼 속이 고요하다. 마차는 마차, 아무런 걱정 없는 나날. 아마 공작저에서 살아가며 마음이 변한 것처럼, 점차 과거도 좋아지나 보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멀미를 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그래도 한 번 떠올린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찝찝한 잡념을 털어내듯, 아우로라는 조용한 마차 안에서 소곤소곤 서두를 뗐다. 평소 같으면, 공작저의 아우로라가 아닌 후작저의 아우로라 영애라면 끝없이 침묵을 고수하며 가만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을 텐데.
// 그렇게 금요일이 왔고...! 야호 내일은 주말이다... 그런데 주말이라고 해서 안 바쁜 건 아니네... 어째서?🥲 그거 알아...? 공작저는 밤마다 번쩍여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 그 번쩍임을 통해 길을 알게 된대... 그런데 그 빛이 엄청난 존재감을 가진 사람들의 후광이라나 뭐라나~(?) 응응, 확인...했지요 ㅋㅋㅋ큐ㅠㅠ 나도 갑자기 일이 바빠질 줄은 몰라서 목요일 딱 넘겨서 가져와버렸네... 아우로라주 오늘부터 3보 1도게자 합니다 넙죽 장마가 요란하게 오고 있어, 응. 어느 날은 잠잠하니 조용하게 비 오다가 갑자기 우수수 쏟아지고... 천둥이랑 번개도 막 치다 조용해지고. 이런 날씨는 또 오랜만이라 난감하네~ 솔로몬주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구((난 이미 늦은 것 같아...)), 이번 한 주도 미리 고생 많았어! 나중에 보자!🥰
잠든 아이들 대신 창 밖에 보이는 거리에 따라 제각기 다른 속도로 지나쳐 가는 풍경을 보는 듯하던 솔로몬은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아무런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는 둘, 나머지 둘 중 한 명은 자신, 그럼 나머지 하나는... 이런 식의 소거를 거치지 않더라도 목소리는 귀에 익어 있었으므로 그게 아우로라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곧바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니라곤 해도 이 아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는 긴장이 되었나 보지요."
마차가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예민한 정도가 심하다면 이정도의 흔들림으로도 잠을 청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도 긴장이 풀렸을 때 밀려오는 피로감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더군다나 솔로몬과 아우로라와 함께 올라탄 두 아이는 아직 성인도 아니잖은가. 건장한 사람도 체력이 다 떨어지면 곯아떨어지고 말 텐데,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과 갑작스럽게 바뀐 생활을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아가씨는 긴장되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잘 몰라도, 무얼 위해서 이 마차에 올라탔는지 아시잖습니까."
조금은 혈기 왕성한 모습, 그리고 아직은 미숙했던 때의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평소의 솔로몬이라면 굳이 묻지 않을 이야기까지 지금의 기사는 꺼내고 있었다.
//우와 이정도 써오려고 내가 시간을 이렇게나 많이 잡아먹었단 말야.. 미안해!!!!!! 엄청 오래 기다렸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런 말도 안하고 늦어서 미안해ㅠㅠㅠㅠ 비가 엄청 와서 바깥에 못 나가는 대신에 안에서 해야 할 일이 엄청 늘었거든... 가족 중에 멀쩡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어서 내가 나머지 분의 일도 하느라고 못 왔어!!! 물론 지금은 다들 괜찮아! 오히려 내가 약간 메롱하긴 하지만... 아무튼 진짜 미안해!!! 여전히 비는 내리고 여기저기 수해도 있다는데 아무 일 없는 거지? 몸조심하구...
마차 너머의 희미한 말발굽 소리, 단조롭게 움직이는 거리의 풍경, 평범하고 익숙한 한때와 새근거리는 숨소리. 온통 익숙한 것투성인데, 그 사이에서 조금은 익숙하지 못한 것이 하나 존재했다. 공작님, 아니 기사님이다. 평소의 공작님과는 말투와 옷만 다를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공작님이 아닌 것 같은 자그마한 이질감이 마음속에 꼬물꼬물 자리를 잡았다.
"그렇겠지요, 앞으로 잘 적응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아우로라는 그 사실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웠다. 한때 공작이었던, 앞으로도 공작이라는 직위에 있을 존재를 기사라고 부르고, 동등한 위치가 아닌 상황의 격식을 차릴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애초에 있기나 할까? 마탑의 마법사들도 감히 생각하지 못할 호기심이 눈앞에서 일어난다니, 특유의 호기심이 강했던 아우로라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기억이 또다시 새겨지고 있었다. 달캉, 짧게 흔들릴 적에도 미동 하나 없이 곤히 잠든 두 아이에게 잠시 시선만 옮기던 아우로라는 손을 뻗어 흐트러진 레이라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세상모르고 잠든 모습이 같은 또래라지만 사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긴장이 돼요. 음, 사실은 많이요."
공작님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 덕분에 마음을 더 차분히 되짚을 수 있는 것 같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추천장을 낸다 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쩌지? 아이들이 마음을 바꾸고 아카데미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내가 아이들을 싫은 일에 떠미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괴롭히면 아이들이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크기를 키워나갔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불안이 되고 걱정이 되어 마음속이 요란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렇지만…… 무섭다고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그렇게 믿고 싶어요."
자그마한 입술로 종알종알 얘기를 꺼내며 괜히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버렸다. 이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이야기를 해본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고작 옷, 말투, 명칭만 바뀌었을 뿐인데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공작님이 아닌 기사에게는 말해보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믿게 되며 이런 이야기를 꺼내버리게 된다. 아우로라의 눈동자가 소심하게 굴러, 기사를 흘끔 쳐다봤다.
"……기사님이 보시기에는, 제가 잘 하고 있는 것 같나요?"
// 응? 무슨 소리야! 이 정도라니! 알찬 내용밖에 안 보이는데요~!! 괜찮아, 괜찮아! 나도 현생 바쁠 때여서 미처 갱신을 못 했는걸... 요즘 다들 바쁠 때잖아~ 사회인에게도 방학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가족들은 지금 괜찮아?🥺 솔로몬주도 아픈데 무리하는 건 아니지...? 너무 무리하지 말고 틈틈이 쉴 수 있다면 쉬엄쉬엄했으면 좋겠다. 아프면 서럽다구~🥲 미안하단 말 금지!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 아우로라 압수야~ >:3(?) 나는 다행스럽게 큰 사건사고는 없었으니 걱정 말아. 본가 쪽에 비가 살벌하게 와서 걱정했는데 가족들도 무사하다니 안심하고 지내고 있단 말씀!☺️ 솔로몬주도 더 큰 피해가 없고, 몸 상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 이번 한 주도 힘내자! 답레는 천천히 주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새로운 것이란 항상 두려움을 동반하는 법이다. 두려움이 없다면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기 어렵겠지, 긴장감이란 건 그런 의미에서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긴장감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므로 긴장감에 의해 일을 그르치니 좋은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겠지. 곤히 잠든 아이들, 레이라의 머리를 쓸어주는 아우로라의 모습을 보던 솔로몬은 아우로라에게서 들려온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은 긴장이 된다.', '하지만 무섭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런 말들이었다.
"글쎄요. 잘 하고 있다는 건 무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잘 하고 있는가, 아니면 잘 못 하고 있는가? 그 여부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결과에 따라서 행위가 옳았는지, 그른지 판단해야 한다면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아카데미에 도착하지도 못했으니 아카데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러므로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애매한 지금은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지금 당장 그녀가 잘 하고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결과를 몰라도 가능했다. 이건 객관적인 평가 같은 게 아니니까. 지금 아우로라가 원하는 건 솔로몬, 아니, 기사의 개인적인 생각이겠지.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이라면, 충분히 잘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야 여럿 있었다. 귀족이라면 으레 생각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닌 만큼, 어떠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 사안이 중할수록 길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고, 어떻게 하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이건 자선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비칠 테지. 물론 솔로몬이 노리는 바는 따로 있었지만 그걸 아우로라가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었으므로.
"무어라도 해볼 수 있을 때 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도 생각하니까요."
//지금은 완전부활 솔로몬주다!(??) 앗 아아 미안하다고 그만할게요 아우로라는 봐줘!!!(무슨) 그래도 별 일 없었다니 다행이야.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비가 좀 그쳤나 싶으니까 이제는 푹푹 찌고 지글거리는 느낌이네... 더위 안 먹게 조심하고! 답레는 느긋하게 줘!
뒤숭숭한 마음을 차분하게 되짚었다. 납치되어 처음 만났을 때는 아카데미에 가겠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다. 그때는 경황이 없었기도 했고, 어쩌면 강제로 떠넘기는 건 아닐까 두려움도 솟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이렇게 곤히 잠들고, 사랑스럽게 잠투정을 하고, 어느 날엔 잠들지 못할 수도 있는 아이들인데 내가 너무 조급한 나머지, 깜짝 선물이란 이유를 들먹이며 부담을 강요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무섭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가둬놓고 좋을 대로 키우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누군가와 섞일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어떠한 신분이 아닌 제국에 소속된 동등한 개체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보내는 거니까…… 내가 아카데미에서 위안을 얻었던 만큼,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그냥, 개인의 시선으로요."
작은 위로라도 받아보고자 싶었던 마음이었다. 괜찮다고, 잘 해주고 있다고 하면 그나마 이 무거운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일시적이라고 해도, 합리화라고 해도. 가끔은 그런 작은 위로가 필요했으니까. 아우로라는 시선을 무릎에 고정했다. 무릎 위까지 올라온 기다란 니삭스 덕분에 다리는 가려졌지만, 오늘은 그 속내가 다 보이는 것 같았다. 여리고 조그마한, 누군가처럼 자리를 잡으며 필사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차를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느 순간 누군가와 원치 않게 결혼해 이득을 얻는 것이 어울리는, 이런 일엔 감히 도전할 수도 없었던 아이의 다리가.
"그런, 가요."
아우로라는 눈을 살포시 들었다. 긴 은백색 머리와 구릿빛 살결이 덮인 얼굴을, 그리고 흉터를, 그 흉터 사이에 자리한 눈부신 눈을 눈에 담았다. 가지런히 올려둔 손에 느껴지는 다리는 생각해 보니 말을 잘 타기도 했고, 마물과 싸우며 열심히 뛰기도 했으며,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기도 했고, 득실관계를 엄격하게 따진 누군가가 아닌 명확한 대상을 남몰래 품고 있고, 지금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자리하기도 했다. 잘 하고 있다. 응, 잘 하고 있을 거야. 아우로라는 수줍음과 기쁨, 작은 안도를 차마 감추지 못하고 사르르 미소 지었다.
"다행이에요. 기사님 눈에도 제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네요."
말발굽 소리가 조금씩 느려졌다. 아직 도착하려면 좀 남았지만, 아마 아카데미 근처 시가지로 도착하고 있단 뜻이겠지.
"그게,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제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해도, 제 주변에 있는 사람 만큼은 그렇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주변에서 탐탁지 않게 여긴다면, 나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단 뜻일 테니까. 아우로라는 눈을 내리깔았다.
// 느긋하게 달라는 말에 이렇게까지 늦을 필요가 있었냐아아아-!!!! 우우 늦어버렸어... 사죄의 의미로 큰절을 올립니다... 넙죽넙죽🙇♀️ 변명 조금 보태자면 요즘 현생이 혐생이다마는 아우로라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열심히 고민하면서 미적대던 탓도 컸던 것 같아...😂 내 캐인데 내가 캐해를 할 수 없어서(이유: 캐릭터 4년 굴리면 강산도 변함) 머리 싸매다가 비기 '일단 저질러놓고 캐릭터성 돌려가며 다시 잡기' 써버렸습니다... 다시금 큰절...을 올리면 두 번이니까 이번엔 그랜절 올립니다... =ㅇ--< 더위 끝나니까 태풍이 요란하게 올라오는 중이래, 솔로몬주가 있는 지역은 부디 큰 피해 없기를 바라...!!🥺 답레 느긋하게 주고!!! 나처럼 막 거의 한달 걸려도 되니까!!!!!!
매사에 확신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모든 선택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할 텐데, 단 한번의 실패도 없었던 삶이 그리 흔하지 않으므로 자연스레 몇 번의 실패를 겪어 본 사람은 자신보다 더 나은 식견을 가졌으리라 여겨지는 존재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 그것은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이고, 동시에 보증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조금 야속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는 책임을 분담하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하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이것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었다. 그리 하라는 조언이 있었음을 기억해라. 같은 것처럼.
"주변의 사람들이 아가씨를 좋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 역시도 아가씨가 해내야 할 일 중에 하나입니다."
잘 하고 있는가, 잘 해낼 수 있는가. 결국 아무리 조언을 듣는다고 해도 마음 속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긴다면 끝내 불가능할 것이다. 모두가 뜯어말린다고 해도 해내고 말 것이라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려고 할 것이다. 책임이란 무겁다. 그렇기에 나누고 싶은 욕망이 피어오르는 법이다. 그리고 그 욕망을 벗어나기란 어려운 일이어서, 책임이 커질수록 그 책임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지게 하고자 한다. 자신이 본래 지어야 할 책임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허나 시간이 지나면 그 책임이 본래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무조건적인 호의를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마 아가씨도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아이들조차도, 아무런 것도 없이 호의를 보내고 있지 않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판단은 아가씨 몫입니다. 이상을 따르는 것도 좋다. 이상 없는 걸음은 목적지 없는 항해와 같다. 이는 곧 표류를 의미하며 그 끝은 좋지 못함이 자명하다. 다소 두루뭉술했던 이상이 한 번,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로 상처입었을 소녀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기사는 아주 조금은 궁금증이 일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자신의 마음도 알기 어렵다는데,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어찌 전부 헤아리겠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느긋하게 하자고 했으니 느긋하게 가자구! 나도 마찬가지로 시간 내기 어려운 것도 있고... 혐생러끼리 서로 보듬어주자구 캐해는 언제나 힘들지 피조물을 이해하기 이리 어려울 줄이야... 아무튼 늦게나마 고생 많았어! 이쪽은 태풍이 비랑 바람만 좀 뿌리고 갔어! 아우로라주 쪽은 괜찮았을까? 별일 없었길 바라!
아무래도 그렇지. 사교계에서 아무리 평판이 좋아도 사람들은 직접 보기 이전까지는 좋게 보지 않는다. 직접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결과를 눈에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막연히 기대고 싶어 성과를 외면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게 된다. 속내를 콕 집힌 것만 같아 아우로라는 조그마한 입술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욕심이 있는걸. 겉치레라도 말이 있으면 기쁠 텐데……. 순수한 생각을 밀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꼭꼭 숨긴다. 이런 건 소망으로만 두면 좋은 말인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요."
아이들은 자신을 구해줬으니, 좋은 삶을 살게 해줬으니, 이제 아카데미에 보내주었으니 호의를 보내는 것이겠지. 순수한 우정도 물론 있겠지만, 아무래도 받은 것이 있으니 그만큼의 호의가 뒤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이기적이거나, 실망스럽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을 테니까, 내가 더 잘 해주고 싶은 욕심도 있으니까, 서로의 이기심이 비등하니까, 그리고.
"그래도 좋다고, 믿고 싶어요. 제가 호의를 받을 만큼의 일을 하는 거니까…… 바보 같다고 해도,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은걸요."
여전히 나는 사람들이 좋으니까. 무서운 일이 많았어도 그만큼의 인연이 있으니까. 정말이지 속 편한 생각이지만, 그만큼의 이상을 아우로라는 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 그리고 자신의 행복과, 그만큼 행복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이종족과의 화합을 바라는 터무니없던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처받고 짓밟혔어도, 끄집어낸 과거가 있다고 해도, 이룰 수 없다고 해도.
"……후후!"
예전에, 사람 마음은 신도 모른다고 했던 자신의 말이 떠올라 아우로라는 작은 웃음을 뱉으며 미소를 입가에 띨 수밖에 없었다. 맑은 하늘 밑에 피어난 작은 꽃처럼 수줍고 어여쁜 미소가 얼굴에 가득 피었고, 조그마한 새가 바람결에 재잘거리다 떠난 것처럼 웃음이 짧게 흘렀다.
"응, 그렇죠, 사람의 마음은 신도 모른다고 하니까요."
다시금 예전처럼 같은 문장을 얘기하지만, 지금은 상황도, 마음가짐도 달랐다. 복잡하고 자꾸만 꼬이던 생각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아, 아우로라는 발그레 볼 붉히던 미소를 쉽게 얼굴에서 지울 수 없었다.
"감사해요, 기사님. 덕분에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혐생러끼리 보듬어주자구... 으~ 혐생이란 대체 뭘까...🤦♀️ 피조물을 이해하기 어렵다 ㅋㅋㅋㅋㅋ... 맞아맞아 처음 만들 때도 갈피를 잡으면서 이해하려고 하는데, 4년 정도 됐으면 아리송해지는걸~ 솔로몬주도 캐해 어렵다면 부디 쏙쏙 이해가 잘 되길 바라...😂 여기도 괜찮았어! 이젠 슬슬 태풍도 지나고, 폭염도 한풀 꺾여가는 느낌이네. 그래도 내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비가 또 온다고 하더라고...🤔 날씨도 참 오락가락이지~ 비가 오기 전에만 등장하는 아우로라주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ㅋㅋ 이번 한주도 고생 많았어~ 다음주도 힘내보자구! 답레는 느긋하게 주고, 솔로몬주 남은 일요일 푹 쉴 수 있길 바라! 혐생 아자아자~!🏋♀️
순수한 믿음이란 갈수록 찾기 어렵다. 순수함이란 무엇인가, 정말 단 한 가지의 불순물조차 없는 그 자체로 믿음이 존재할 수 있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그러면 불가능한 것을 말하는 모든 이들은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가? 아마 그러할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모순에는 어째서인지 마음이 끌리곤 한다. 이성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면서도, 평소 이성을 맹신하던 이라도 그 이성 너머에 존재할 가능성을 찾기 위해 애써 지켜온 스스로의 한계 너머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소녀는 수줍게 웃곤 사람의 마음은 신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어디 사람의 마음뿐이랴, 무엇 하나 그 속내를 알아채는 것은 아마 불가능하리라, 마법을 통해 읽어내는 것도 과연 그 대상의 근본을 구성하는 전부이자 모든 마음을 알아낼 수는 없다. 단지 그 시점의 편린을 볼 수 있을 뿐.
"별 말씀을, 긴장을 풀기에는 간단한 대화만큼 좋은 것도 없는 법입니다. 이제 곧 아카데미에 갈 텐데, 긴장하셔선 안 되지요."
미소짓고 있는 아우로라를 보던 기사는 그렇게 대답한 뒤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주변 풍경이 점점 느리게 움직인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도착할 것이다.
// 8월 수고!!! 9월 화이팅!!! 이제 슬슬 시원해지려는 것 같아, 일단 새벽에는 확실히 쌀쌀하더라구... 평소처럼 입고 나갔다가 소름 돋았지 뭐야. 막판에 마지막 발악?처럼 비가 오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주 맑고! 새로운 달의 시작이니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현실에서 지친 마음 여기서는 지치지 않도록 부담없이, 천천히 이어가자구!
보답 받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때면 '그럴 수 있을 거야' 라든지, '그랬으면 좋겠다' 같은 말을 듣고 싶어진다. 현실이 아니라고 해도 듣게 된다면 그만큼의 위로는 되니까. 희망이란 것은 짓밟혀도, 그때 간직했다는 것이 소중해서 지키려 들게 되는 것 같다 혼자 생각하던 아우로라는 어여쁜 미소를 뒤로 입술을 오물오물, 생각과 함께 정리했다. 응, 역시 사람의 마음은 신도 모르니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아. 나도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렇지요, 아카데미에서 긴장하면 안 되니까요."
지금 이렇게 드러내는 순간이 너무 소중한 것 같아. 아우로라는 창밖으로 눈을 돌리는 솔로몬을 잠깐 바라보다, 그 시선을 따라 마찬가지로 공간의 너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주변 풍경은 점차 느려지고, 기숙사생을 위해 조성된 각종 상가와 잘 정돈된 거리가 보인다. 아우로라는 그 풍경이 익숙했고, 또 그리웠는지 한참을 시선을 떼질 못했다.
"아……."
마차가 지나가는 길, 아카데미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먹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작은 식당이 눈에 담겼다. 예전에는 수업이 끝나면 저기에서 뮤리엘, 그리고 마기와 함께 이것저것 시켜 나눠먹곤 했었는데. 뮤리엘은 황실 치료사가 되었고, 마기는…….
"……."
아우로라의 눈이 가라앉았다. 졸업 이후 마기는 국경의 마물과, 마물을 숭배하는 이단 토벌에 징집되었다가 연락이 끊겼다. 제 아무리 성기사단에 입단하였다 하더라도 신전과 황실은 묘하게 대척점을 세우면서도 공통된 목표를 가졌으니, 성하의 이름을 내세운 명령과 황명을 이길 수는 없었다. 살아는 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께 여쭈어도 알 수 없었다. ……아우로라는 그렇게 황태자와 약혼하게 되었다. 아우로라는 이내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카데미의 교문이 가까워지고, 교문 밖에서 직접 걸어야 했으니까.
"이제 곧 도착할 테니, 아이들을 깨울게요."
// 어느덧 풀벌레가 찌리리 울면서 쌀쌀한 날씨네~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게 여간 곤란한 주 후반이야. 역시 비가 오거나 비가 오기 전에만 등장하는 아우로라주....ㅋㅋㅋㅋ 가 되어버렸네~ 솔로몬주 말이 너무 따뜻해서 감동 받았어! 응응, 새로운 달의 시작이니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지친 마음 여기에서는 지치지 않게! 서로 즐겁게 이어보자구~😘 이대로 가긴 조금 아쉬우니까 심심한 설정 풀이~ 아카데미 상가에는 여러 식당이 있는데, 아우로라의 와장창 트리오()는 아카데미 내부에서 먹기 보다는 식당에 가서 먹는 걸 선호했대~ :D 서로 음식 너는 이거 시키고 난 이거 시키고 나눠서 먹자~ 하고 같이 하나씩 맛보기도 하고 돌아갈 땐 근처 베이커리에서 빵도 이것저것 잔뜩 사오고~ 기숙사 돌아가서 룸메이트인 뮤리엘이랑 종이봉투 하나에 가~득 샀던 빵을 먹으면서 어라...? 방금 밥 먹고 들어왔는데 왜 잘 들어가지? 같은 의문도 품어보고~ 편견 없이 재밌는 학창시절을 보냈대~😏
한참 동안을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두 사람, 그리고 아우로라의 눈이 가라앉을 때까지 솔로몬은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감상 같은 게 아니라, 그저 시선이 닿는 자리에 시건을 두고 있었을 뿐. 아우로라가 창 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자신이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몰랐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할 때가 되어, 아우로라로부터 아이들을 깨우겠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한 명은 제가 깨우지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마차는 멈춰 설 것이다. 아카데미 안까지 들어기는 게 허락되는 마차는 없다. 아카데미의 교문을 들어설 때부터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이념 때문이다. 겉보기 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충실하게 지켜지는 장소였다. 아카데미마저 완전히 정쟁에 잡아먹히는 순간, 제국은 빠르게 쇠락하고 말겠지.
"아가씨, 일어나십시오. 곧 아카데미입니다."
솔로몬은 아우로라에게 리히트를 깨우는 것을 맡기고, 레이라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려 흔들었다. 슬슬 일어나서 준비하지 않으면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카데미에 들어가야만 한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도착해서 내리기 전에 청결 마법을 써서 잠을 잤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케어도 해줘야 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했던 건 비가 와서였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거 같아... 그리고 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기 전에 진짜로 아침 저녁은 쌀쌀해져 버리고 있어...! 긴 바지나 겉옷을 준비를 못해서 깜짝 놀랐지 뭐야, 하마터면 감기 걸릴 뻔 했어... 와장창 트리오는 딱 그 나잇대의 귀여운 여학생들 느낌이었구나, 그 때의 아우로라와 솔로몬이 마주쳤으면 어땠을지도 궁금해지는 오늘이네... 아카데미라는 존재가 제국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라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학창생활이야!
네카는 너무 귀여운 거 아닐까...? 으윽 내 심장이 표정에서부터 두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은 네카 잘 봤어, 뮤리엘도 마주치게 되는 걸까... 기대가 되는걸...
과거의 일은 잊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 우울해지니까. 오늘은 아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날인데, 나 하나의 생각으로 일을 그르치면 안 돼. 아우로라는 마음을 다잡고는, 스치는 속도가 점차 느려지는 창밖에서 시선을 뗐다.
"부탁드릴게요."
아우로라는 리히트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조그마한 손으로 살살 몸을 흔들 때, 레이라는 잠에 취했는지 잠시 밍기적거리다가도, 어떻게든 부스스 깨어나려 애썼다. 오랜 시간 마차로 움직였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 몸이 더 기진맥진했겠지.
"으응……. 네……. 일어날게ㅇ─ 아카데미요?!" "리히트, 일어나. 다 도착했어…… 아, 레이라. 잘 잤어?" "나, 나는 잘 잤지만, 아카데미라니……?"
아우로라는 리히트를 깨우다가도 레이라를 쳐다보며 히- 하고 미소를 지었다. 벌떡 일어난 레이라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우로라를 마주봤다. 레이라의 반응과 함께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향해 눈을 굴렸다. 아무래도 비밀로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희를 꼭 아카데미로 데려다주기로 그때 약속했잖아.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어."
수줍게 웃던 아우로라는 마저 리히트를 토닥였다. 늦잠을 자던 소네타나 아카데미에서 밤새 과제를 하다 잠든 뮤리엘을 깨우던 날이 있다 보니, 손길이 제법 능숙했다. "많이 피곤했구나, 그렇지?" 소곤소곤 속삭인 뒤 리히트가 깬다면 어딘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으리라. 그야, 오세와 아이니, 그리고 자신이 머리를 맞댄 깜짝 놀래주기 작전이 통했으니까.
// 즐거운 추석 연휴가 끝나버리고 또 한 주가 가버리고 있어... 추석이 지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더니 벌써 저녁만 되면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지기 시작했어~ 솔로몬주 감기에 걸릴 뻔했다지만 지금 몸은 좀 괜찮을까? 요즘 엄~청 추우니까... 흐흐, 딱 그때의 아이들이지. 하나는 남자라서 두 여자한테 질질 끌려다니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나 뭐라나~ 그때의 아우로라와 솔로몬이 마주쳤다면, 아마 솔로몬이랑 눈을 마주친 뒤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살살 뮤리엘과 마기 뒤로 숨지 않았을까~ 그때도 가문의 체면을 챙기는 영애였지만 아카데미의 학생이다 보니, 솔직한 면이 있어서 뮤리엘에게 소곤소곤 '눈이 정말 예쁘셔, 보석 같아……!' 했다가 솔로몬 청력에 다 들렸지 않았을까 싶고...ㅋㅋㅋ
히히 이렇게 솔로몬주 암살에 성공했다!(?) 뮤리엘은 아마 황궁으로 가는 에피소드가 생기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3 그때까지 힘내보자구 우리...!! 답레는 천천히 주고 하루 힘내자~! 0.<
깜짝 놀란 듯한 레이라의 반응에, 다시 한 번 목적지를 이야기 해주는 솔로몬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놀라는 반응일 줄은 몰랐는지, 자신을 향한 아우로라의 시선을 확인하고 나서야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한 듯 눈을 깜빡였다.
"으음... 도착했어...?" "어... 어디라고 하셨나요? 아카데미...요?"
리히트 역시 깜짝 놀란 듯 했으나, 아우로라가 처음 이야기했을 때를 떠올린 건지 금방 상황을 이해했다. 후원자라는 게 아카데미 이야기였구나 하고. 아직 잠이 덜 깬 상태긴 했지만 정신을 차리려는 듯 눈을 깜빡인다. 그 즈음 솔로몬은 손을 들어 레이라에게 청결 마법을 썼다. 이제 슬슬 내려야 할 텐데, 막 일어난 얼굴로 아카데미 관계자를 만날 수는 없으니까.
"도련님 쪽은 부탁드립니다. 아가씨."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우로라를 보며, 말없이 미소를 띄던 솔로몬은, 마침내 마차가 멈추자 문을 열고 먼저 내려 나머지 사람들이 내릴 수 있도록 에스코트했을 것이다.
// 아아 추석은 갔습니다 하지만 토-월로 이어지는 쁘띠연휴가 또 있다! 응 몸은 괜찮아, 감기에 걸릴 뻔한 느낌은 꽤 있었지만 무사히 넘겼어! 코는 좀 막혔지만... 심한 코감기 느낌은 아니야! 허억 귀여워... 솔로몬이 그 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좀 더 젊으니까?? 일부러 아우로라나 뮤리엘 쪽을 쳐다봤을지도??? 보석 같다는 말에 피식 웃었을 것 같은 느낌도! 좋아... 황궁 가기... 리스트에 적어뒀어! 꼭 하는거야 히히 아우로라주도 좋은 하루 보내!!
아카데미라니! 레이라는 떡 벌린 입을 깨닫곤 합 닫았다. 그나저나 정말로 아카데미라니, 내가 아카데미에 오다니! 덕분에 잠은 확 깼는지 레이라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우로라를 마주했다. 분명 그런 약속을 했지만, 정말로 지킬 줄이야! 그때는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정말 바라던 일이지만, 지내는 동안 조용하다 보니 역시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섭섭한 마음을 꼭꼭 속으로만 숨기던 이야기. 레이라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는지 입술을 꾹 닫곤 아우로라를 향해 히 웃곤, 청결 마법에 단정하게 펴지는 옷주름을 구경했다.
"네, 알겠어요. 그리고 아카데미야!"
리히트는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벌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한 것 같아. 아우로라는 손을 뻗어주며 리히트를 향해 청결 마법을 걸어주었다. 부스스하던 머리도, 뺨에 눌렸던 자국도, 그리고 옷주름도 모두 말끔하게 정리가 됐다. 됐다! 누가 봐도 마차 안에서 잠들지 않은 사람 같다. 마차가 멈출 때까지 아우로라는 레이라와 리히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청결 마법으로도 할 수 없는 매무새를 마저 다듬었다.
"……난 제일 마지막에 내릴게." "아, 응!"
레이라는 아우로라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솔로몬의 에스코트를 받아 내렸다. 아카데미에 정신이 팔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이곳저곳 둘러보려는 것을 꾹 참은 레이라는 또각또각 최대한 단정한 걸음으로 내렸다. 예전에 본 것이 있으니까. 그리고 리히트까지 내렸을 때, 아우로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마만에 오는 모교인 건지. 익숙하게 에스코트를 받으며 전경을 훑고 손으로 차양을 만들 때, 아우로라의 눈이 곱게 접혔다.
"아카데미는 여전하네요, 총장님도 정정하시면 좋겠어요……."
// 한글날 연휴에도 못 쉬었다니 이게 인생...?🥹 오늘은 요란하게 비가 왔어! 일기예보는 봤지만 톡톡 떨어지던 애들이 폭포처럼 쭉 내리고 지나가니 어찌나 놀랐는지. 요즘엔 낮에도 쌀쌀함이 느껴져서 그런가, 돌아오는 내내 춥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ㅋㅋ... 솔로몬주는 지금쯤 다 낫구 추위 대비 잘 하고 있지? 비도 와버리니까 다시금 감기가 찾아올 수 있다구~ 무시무시한 감기... 환절기가 끝나질 않아...🙄 ㅋㅋㅋㅋㅋㅋㅋ솔로몬이 쳐다보다 피식 웃으면 아우로라는 눈 동그랗게 뜨다가 뺨이 발그레 물들어선 뮤리엘 뒤로 쏙 숨어버리고... 나중에 솔로몬이 돌아가?거나 다른 일로 잠시 다른 곳에 정신 팔면 그제야 뮤리엘이 너 얼굴 빨개~ 이러면서 웃는 통에 자기 뺨 더듬더듬 하다가 하지마아아안... 하고 힝잉잉 해버리는 거지... 히히 맛있다 황궁 에피소드... 메모... 황자님 마주치지 않게끔 아우로라 멘탈 단단히 챙겨~!!! 는 데뷔탕트도 있네 헉... 황궁에서 데뷔탕트를 하지 않을...까... 헉...!!! 답레는 천천히 주구 좋은 하루 보내~!
정말 아카데미구나. 상황을 이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들뜬 게 금방 가라앉는 건 또 아니라서 리히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청결 마법으로 몸이 깔끔해지는 걸 보는 것도 신기했고.
"내리시죠." "아, 네!"
그렇게 조금 멍하니 있던 리히트는 레이라가 내린 뒤에 마찬가지로 솔로몬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렸다. 비교적 단정하게 마차에서 내린 레이라보다는 조금 익숙하지 않은 걸음걸이였지만 조심스러운 움직임 덕분에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레이라와 리히트가 내린 뒤에야 몸을 일으킨 아우로라의 손을 붙잡아 내릴 수 있도록 도운 솔로몬은, 마차의 문을 닫은 뒤 마부에게 신호했다.
"듣기론 총장직이 다른 학파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군요."
건강이 크게 나빠진 건 아니지만, 총장직을 수행하는 데에는 조금씩 무리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직접 보지 않으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게 사실인지라, 솔로몬은 으레 사교계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듯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소문을 주제로 살짝만 꺼낸다.
"그럼 들어가시죠, 연락은 해 뒀으니 바로 만나뵐 수 있을 겁니다."
아카데미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누구든 교육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념에 따른 것이지만 활짝 열려 있다고 해서 쉬이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제국 내의 인재란 인재는 모두 길러내는 요람, 마탑과 황실, 교단뿐만 아니라 각 가문에 인재를 공급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하나의 세력을 이룰 만큼 학구적이고 뛰어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괴짜라는 마탑주 때문에 아예 정치에서 멀리 떨어진 마탑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정치의 암투에서 자유로운 편인 장소. 솔로몬과 아우로라, 그리고 두 아이는 그 요람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었다.
//세...상에... 인생은 너무 쓰고 슬픈 거야... 이쪽도 한동안 비가 오고 그러더라구! 안개도 엄청 끼고... 그러더니 갑자기 무슨 겨울마냥 춥고!!! 겨울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튼 말이 안되게 춥더라 감기 걸리는 줄 알았어!! 그러더니 오늘은 또 덥네 이 무슨... 진짜 오락가락하는 날씨니까 아우로라주도 몸조심해! 나는 괜찮으니까! 헤헤 귀여워... 애기는 역시 귀엽다니까...(??) 아니지 아우로라라서 귀여운걸수도 있겠따 너무 귀여워! 헉 황자님 마주치면 어떡하지 그것도 맛있을거같은데(이런 발언) 헉 데뷔탕트! 황궁에서!!!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아우로라가 가장 힘들었던 곳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걸 노리는 수밖에 없어! 아우로라주도 좋은 하루 보내구, 답레는 천천히 줘도 괜찮타! 몸조심하구!
들뜬 기분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서일까? 아우로라는 밝은 미소를 얼굴에 가득 그려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꾸며낸 반응도 아니고 진짜인 것 정도는 사교계나 황실에서 살아온 시간이 있어 잘 알 수 있었으니까. 아우로라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다 컸다고 해도 사람은 또 자라기 마련이다. 지금은 조심스럽거나 단정한 몸짓이지만, 언젠가는 당당히 내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온다면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도 따사로운 햇살이 눈에 투명하게 빛을 드리우는 것을 느꼈다. 날이 참 좋고 그리움에 툭 뱉었던 말에 돌아온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대답을 듣고 나니 괜히 햇살이 따끔거리고 사나운 것 같기도 하지만, 아우로라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학파든 새로운 발전으로 이룩되길 바랄 뿐이에요."
아우로라는 자신이 소곤소곤 이어나가는 대답이 마탑이나 학문과 사랑에 빠진 괴짜 학자같다는 건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카데미에 대한 정이 깊은 건지, 아니면 스노우디아 가문의 학구심이라는 독종같은 피가 이 조그마한 소녀에게 전부 몰린 건지. 아우로라는 손을 모으며 활짝 웃었다.
"네, 가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 암투에서 자유롭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기회를 얻고자 하는 장소. 아우로라는 아이들의 곁에 서며 사뿐사뿐, 정확히는 어딘가 들뜬 듯 가볍기도 한 걸음을 옮겼다. 항상 다리를 드러내지 않는 드레스 차림이었던 탓일까, 익숙하지 않지만 한때는 무엇보다 익숙했던 허벅지 윗단의 치마가 경쾌하게 살랑였다.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그리운 풍경이 눈에 담겼지만, 예전처럼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누워있을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알게 되어 살짝 입이 쓰긴 하지마는. 그래도 아이들의 추천장과 입학 수속을 마친 이후에는 남몰래 슥 눕고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레이라, 리히트, 저쪽으로 쭉 가면 돼. 같이 가자."
이때까지 아우로라는 알지 못했다. 이 안에서 그리운 만남이 있을 거란 것도, 그 만남이 이리저리 뿌리가 연결된 사건에 포함되어 제법 아플 거란 것도. 그저 지금은, 이 순간이 중요해서 안일하게 군 탓이다.
// 섭남 등장의 여지를 슬쩍 남겨두면서... 으으악 너무 늦었다... 연말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니까 점차 낮밤새벽 구분이 없어지는 느낌... 뭘 했다고 어느덧 11월 중순인지, 뭘 했다고 이리도 추워졌는지 모르겠어...🥺 바람이 이젠 칼바람이야! 날이 잠깐 풀린다?는 말이 있지만 도통 믿질 못하겠다...🤦♀️ 이번 한주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고 평안하길 바라! ㅋㅋㅋㅋㅋ 솔로몬주... 사심이 들어간 것 같은데~ +-+ 아우로라는 솔로몬에게 있어 애기긴 하지~ 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황자님 만나면 그것도 맛있지 이벤트 살짝 넣어볼까 (이런 발언) 솔로몬이랑 있으면 행복해질 거니까~ >:3 솔로몬주도 답레 천천히 주구, 연말이 다가오니까 너무 무리하진 말기, 약속~ 0.<
어느 학파든 새로운 발전으로 이룩되길 바랄 뿐이다. 라는 아우로라의 말은 언젠가 마주쳤던 마탑주가 지나가듯 흘렸던 말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솔로몬은 잠시 아우로라를 쳐다보았다. 이미 사선을 최소 두 번은 넘었기에 마냥 여리고 약한 소녀가 아니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 데뷔탕트도 마치지 않은 것은 사실인 그런 소녀에게도 마탑주, 그리고 북부의 억센 기후를 견디며 내려온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도 잠시, 손을 모으며 활짝 웃는 얼굴에는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있어 솔로몬은 말없이 입꼬리를 올린 채 아우로라와 레이라, 리히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마차가 떠나는 소리를 뒤로 하고서. 아우로라가 안내하는 대로 아카데미에 들어선 레이라와 리히트는 아카데미 내부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 당장은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인지 복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들과 같은 방문객이나 볼일이 있어서 복도를 지나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마주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아마지만.
"미리 연락을 취해 뒀으니, 총장실까지만 가면 바로 이야길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어느 정도는 준비를 해 두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작가와 후작가에서 후원을 할 예정인 아이들이 방문한다면, 외부적인 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모토인 아카데미라고 해도 무던하게 넘기기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 아무튼, 복도를 걸으며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았다면 총장실까진 순조롭게 도착했을 것이다. 총장실에 총장만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한 달이 넘게 지났네... 그동안 날씨도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걸리지는 않았을까 모르겠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감기 걸릴 뻔한 걸 몇 번 넘겼거든, 몸이 으슬으슬하긴 했는데 자고 나면 멀쩡한 그런 거! 아무튼...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여러모로 좀 바빴어 8ㅁ8 아무래도 연말이라 그런걸까... 아우로라주도 너무 바쁘지 않았음 좋겠다, 오래 느긋하게 하기로 했으니까 아우로라주도 답레 느긋하게 주기야! 올해도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다시 한 번 너무 늦어서 미안해!
조그마한 몸집과 여린 모습을 가졌지만 아우로라는 시린 겨울을 버티고, 역사의 오랜 순간부터 굳건히 존재하는 마탑의 피를 물려받은 존재였다. 보통의 귀족 영애들 다운 면도 있었지만, 이따금 대화에서나 행동, 그리고 재능에서 그 두각이 드러날 때가 있었다. 아마 지금도 그랬을 것이다. 자신은 모르지만 그 피가 빼꼼 고개를 내비처 출신을 짐작게 하는. 아우로라는 해사하게 미소 지으며 두 아이를 아카데미 내부로 인도했다.
"수업 중이라 크게 떠들면 교수님들이 나오실지도 몰라."
그러니까 소곤소곤 얘기하며 걷자. 아우로라는 조곤조곤 입술을 달싹이더니 복도를 제 집처럼 익숙하게 걸어다녔다. 이쪽으로 더 가면 도서관이 있고, 조금 더 가면 마법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강의실도 있다. 수업 중이라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카데미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복도를 걷자니, 사람들이 모두 기숙사로 돌아가고 그것도 모른 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혼자 나왔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고 어둑어둑한 아카데미 복도에서 돌아가는 길이 무서웠지만, 자신이 기숙사에 없다는 걸 깨닫고 찾아 헤매던 사람을 마주쳐 같이 돌아갔었지.
"으음, 총장님께서 잘 봐주셔야 할 텐데ㅇ……."
바로 저 사람과. 또각또각 걷던 아우로라는 익숙한 모습을 보고 잠시 멈춰 섰다. 직진하던 일행과 달리 네 갈래로 갈라진 복도를 가로지르던 남성은 인기척을 느꼈어도 반응할 시간이 없었는지 바삐 네 사람을 스쳐갔다. 호수의 물처럼 새파란 머리가 휘날리고, 뾰족한 귀가 눈에 정확히 시선에 들이박혔다. 아우로라는 저도 모르게 멈췄던 발을 떼 두어 걸음 성큼성큼 뛰듯이 걷더니 남성이 지나가는 뒷모습을 온전히 눈에 담고는 한참이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
넋을 잃은 사람처럼 이미 사람의 흔적이 없어진 복도가 되었어도, 아우로라의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과 여러 감정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그런 아우로라를 보던 레이라가 조심스럽게 아우로라의 어깨를 두들겼다.
"괜찮아?" "아, 응…… 응. 괜찮아." "무슨 일인데 그래? 아는 사람이야?" "……내가 잘못 본 건가봐. 가자, 총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 어서 가요."
레이라는 떨떠름한 표정의 아우로라를 빤히 보다 리히트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로몬이 봤을 때, 아우로라의 표정은 여전히 밝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속내가 공작가에 처음 왔을 때처럼 심상치 않게 위축됐음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총장실에 도착하고 노크했을 적, 들어오라는 허락과 함께 문이 저절로 열리자 아우로라는 아이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총장님을 뵙습니다." "허허, 이게 누구야. 말괄량이 싸움꾼 아니니! 또 누구를 스태프로 때렸는진 몰라도 반성문은 저기서 쓰면 된단다. 이젠 익숙하지?" "초, 총장님!!" "농담이다, 농담. 어엿한 숙녀가 다 됐구나."
인자하고, 부드러우니 누구에게나 친절할 듯한 인상의 총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췄다.
"스노우디아 후작가의 영애와 제국의 위대하신 공작님을 뵙습니다. 미래의 학생들도 아주 반가워요."
//그렇게 두 달이 넘게 지나고 새해가 밝았어... 새해 복 많이 받아...🤦♀️ 건강은 아무래도 안 나빠질 리가 없는 날씨의 연속이라, 컨디션 기복은 많았지만 지금은 회복기니 걱정 마!😇 나야말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바빴던 것도 있지만 내 게으름도... 컸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으으, 진짜 미안해.🥺 솔로몬주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바쁜 일은 좀 소강됐을까? 아니면 여전히 바쁘고 정신 없을까? 만일 후자라면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을 체력과 정신이 함께 하는 나날이 됐으면 좋겠어...🥺🥺🥺 나도 이번 년도 잘 부탁하고, 앞으로도 느긋하게 오래오래 이어가봅시다...! 진짜진짜 미안해...!😭 답레는 3달 걸려도 좋으니 느긋하게 달라구...!!
공작저와 다르게 아카데미에서는 아우로라가 앞장서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이 곳에서 아우로라는 조금 더 빛을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로몬은 아우로라가 미소 지으며 아이들을 아카데미 내부로 인도하는 것을 눈에 담았다. 조용한 복도에 네 사람의 발소리가 울린다. 총장실까지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았으니 이 복도를 걷는 경험도 금방 끝날 것이다, 다시 돌아나올 때 한 번 더 밟긴 하겠지만. 들떠 있는 세 사람의 뒤를 따라 걷던 솔로몬은 아우로라의 심경 변화를 눈치 채곤 잠시 멈춰 서서 그녀의 시선이 박혔던 쪽을 쳐다보았다.
"......"
푸른 머리칼과 뾰족한 귀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해 생김새를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뭔가 특별한 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우로라가 위축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조금이지만 흥미가 동했다, 발걸음을 계속 붙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얼만큼 걸었을까, 총장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아우로라, 그리고 아이들 뒤로 솔로몬은 느긋하게 들어선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더라도 다시 마주친 스승과 제자간의 만담은 들을 수 있었으니까. 잠깐의 만담 후, 총장이 일어서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네자. 솔로몬은 말 없이 목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총장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나는 공작이 아니오."
귀족 가문의 수장이 직접 아카데미에 행차하는 것은 영애의 입학이나 졸업, 혹은 초청이 동반된 참관 등 큰 일이 있을 때 뿐이다. 그 외의 일로 아카데미를 방문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때에 따라선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 아카데미에는 그 누구도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방침이 표면적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무시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공작저의 대리인, 용기사 중 하나일 뿐이니 그렇게 대해 줬으면 좋겠소."
그런 솔로몬의 당부가 있고 나서, 리히트는 잠깐이나마 배웠던 예법을 떠올려 총장에게 예의를 갖췄다. 다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행동거지가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면 용건부터 말하지, 여기 추천서가 있소. 공작의 직인이 찍혀 있고, 공작가의 봉인으로 포장된 추천서 말이오."
그리 이야기하며 솔로몬은 품에서 추천서 봉투를 꺼내 마법으로 띄워 보내는 대신. 손수 총장의 탁자까지 걸어가 단정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우로라가 그녀 몫의 추천장을 가져다 놓을 때까지 기다리고는.
"답은 언제쯤 줄 수 있겠소?"
그리 이야기한다. 말은 그러했지만, 길어진다면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는 아닌 것이, 당장 답을 내놓으라는 느낌이 은은하게 풍긴다.
//난 살아있다...살아있다! 너무 오래 걸렸다 후... 하지만 결국 다시 왔답니다! 그동안 잘 지냈을까나 아우로라주? 이 이야기가 서로에게 부담을 거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다시 한번 천천히 위에서부터 읽어오니까 너무 좋더라고, 그런데 부담이 생겨버리면 지금처럼 못 이어갈 거 같아서... 혹시라도 답이 늦어진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아줘! 나도 아우로라주도 이것만 붙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아니까, 무리하지 말고 길게 느긋하게 이어갑시다!
+ 혹시 총장님에 대한 구체적 설정 같은 게 있을까? 아우로라주라면 잘 만들어 놨을 것 같은데 말이지 😏 흠흠, 사실은 관계 관련해서 제안하고 싶은 게 하나 있거든. 솔로몬과 총장이 구면인 건 맞는데, 지금 젊어 보이는 상태에서도 잘 알아봤잖아? 총장이 아직 총장이 아니었을 시절, 지금보다는 젊었던 솔로몬과 만났었다는 걸 전제해도 괜찮을까? 설마 이거 전제하고 쓴거면 아우로라주는 내 머리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게 분명해...
티타임과 안살림을 위한 예산안, 드레스의 재질과 유행하는 보석 세공법, 무도회와 사교계…… 언젠가 집을 나서 다른 사람과 혼인하여 그 재능을 펼치는 삶도 아우로라의 높은 작위를 생각하면 충분히 빛이 나겠지만, 사람들과 귀천을 막론하고 왁자지껄 토론하고, 배움을 얻고, 지금처럼 아카데미를 제집처럼 누비는 것도 충분히 빛이 날 수 있었다. 만약 아우로라가 황태자와 약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면, 지금 솔로몬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든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었을까?
있었을지도 모른다, 는 단서가 복도를 스쳤다. 아우로라는 위축된 몸을 애써 일으키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지금은 자신을 믿고 아카데미까지 따라와 준 친구들이 더 중요하니까. 사사로운 감정에 연연하면 안 돼, 아우로라는 애써 속으로 다짐하고 총장실로 들어갔다.
"허허허!"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총장은 여전했다. 마법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 이후엔 수명이 조금 더 늘어난다고 하던데, 그 여파인지 총장은 아주 정정했다. 북슬북슬하고 풍성한 수염도 그렇고, 안경도, 선한 인상과 넉살 좋은 웃음과 푸근한 풍채도 여전했다. 아우로라는 속으로 안도했다. 다행이다, 총장직을 내려놓는 게 건강 때문은 아니구나!
"무례를 범했군요, 그렇지요? 그래, 하지만 이곳은 누구나 존중받는 아카데미니, 기사님께도 예의를 갖춰야지요."
그러니 인사 정도는 받아주셔야겠습니다. 총장은 허허 웃으며 넉살 좋게 넘어갔고, 레이라는 조심스럽게 인사하는 리히트와 다르게 배웠던 예법을 당당하게 내보였다. 총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긴 수염을 손으로 슥슥 쓸었다.
"추천서라, 무려 공작가의 추천서라니… 드물군요." "수석 졸업생의 추천서도 있어요."
아우로라는 또각또각 앞으로 걸어오며 솔로몬과 마찬가지로 공손하게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허허, 그 성급한 면은 여전하시구료.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디, 보자꾸나."
총장은 느긋하게 추천서를 펼쳐 내용을 읽었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레이라와 리히트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아우로라는 가볍게 어깨를 토닥였다. 이내, 흐음 소리와 함께 총장은 추천서를 내려놓고 두 아이를 보았다.
"자아, 아우로라 학생?" "ㄴ, 네!" "우리 학생에게 질문하겠어요. 영애가 내게 입학할 때 추천서를 준 날을 기억하니?" "네." "노예인 엘프를 사들여서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 것도 제국을 발칵 뒤집었는데, 그 아이에게 추천서를 줘서 아카데미까지 다니게 해달라 했었지! 허허. 그때 학생은 추천서에 이렇게 썼단다. 모든 존재는 빛이 날 수 있다고." "……." "그리고 그 엘프 아이가 졸업하고 말이다. 이곳의 교수가 되었어요. 아주 멋진 일이야."
아우로라는 저도 모르게 치마를 와락 쥐었다. 어여쁜 제복 치마에 빳빳한 주름이 졌다.
"……." "이 총장님은 용기사가 세상을 봐온 눈을 믿고, 학생의 선한 마음을 믿어요. 그러니 저 두 아이들도 충분히 빛이 나겠지요?" "그, 그 말씀은……."
총장은 허허 웃었다.
"새 학생들은 아주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나도 살아있다...! 음~ 나는 아주 잘 지냈어~😉 이러저러한 일이 좀 있긴 했지만 극복하고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3 나도 솔로몬주랑 같은 생각이기도 해. 이 이야기가 솔로몬주에게 부담을 주지 않길 바란다는거. 이야기가 오래 진행된 만큼, 서로 느긋하긴 하지만 그만큼 또 조바심이 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이따금 정주행을 하면서 이랬었지, 이만큼 자랐지, 하면서 좋더라고. 우리 둘 다 이제 오래 일대일 진행한 만큼, 서로 현생도 챙기고, 늦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생각해. 그러니 솔로몬주도 답이 늦어진다 하면 걱정하지 않길 바라. 너무 늦겠다, 버겁다 싶으면 답레 잇지 않고 생존신고만 하고 더 쉬다 와도 좋으니까! 나야말로 느긋하고 길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D 현생 힘내자구~!!!
+ 후후후 총장님... 구체적 설정 있지롱! 눈치가 넘 빠른거 아니냐고~😏 난 정말정말 좋아~~ 총장이 아직 학자이자 꿈 많은 신참 마법사일 때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만났다거나? 사실 그런 것도 생각해두긴 했거든... 왜~ 꼭 하나씩 있잖아. 드래곤에게 잊을 수 없는 인간이 있는데, 그게 호기심 많고 꿈 많으며 능구렁이같기도 하고~ 서로 친구 아닌 친구(당시 학문적 교류만 했다든지 용에게 포부를 말했다든지 여정을 한 번은 함께 했다든지 등등 기억엔 오래 남는) 관계 같은 클리셰🤔 그런 느낌으로 써두긴 했는데, 솔로몬주가 괜찮다면 더 조율해보는 건 어떤가 싶기도 하고~?
일단 총장님은 꿈 많고, 학구열도 많던 모험가형 마법사였어! 아카데미의 사상을 일찍이 깨닫고 받아들인 사람이기도 하고, 총장 자리에 오른 지금은 자신이 슬슬 새로운 시대를 위해 내려놓을 때가 되어 은퇴하고 여기저기 다시 마지막 모험을 다니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래~😉 그리고 호호호~ 하는 산타같은 수염 가진 전형적 포근할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