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 지금은 조금 어떨까? 부디 나아졌길 바라. 음.. 3차 대상자라 해서 맞았더니~ 방역패스가 사라져버렸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뭐, 3차 맞으면 면역이 더 올라간다니까 그걸 위안 삼고있어.. 쏟아지는 확진자 속에서 나만 아직 안 걸렸지..신기할 정도라니까.🤔 백신 덕분인가?
정치공작이랑 줍줍(??)한 아이를 엮는다면.. 로판식 정치로 본다면 으음.. 어떻게 본다면 가족이 없는 아이를 거둬 아카데미에 보내는 거니까, 가문이 아니라 아우로라 그 자체의 됨됨이를 볼 수 있고 위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그런 쪽일까? 아우로라의 편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몇 귀족처럼 그냥 사람 키우는 놀이용으로 데려온거 아니냐고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테니, 정치쪽 얘기가 되긴 하겠네. 아카데미에서 후원을 받는 아이들끼리 그 나름대로 또 파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럼 아이들 추천장을 쓰고.. 아카데미에 가서 제출하는 것까지..일까?🤔
시간이 지나며 작지 않았던 소동의 여파는 가라앉았다. 솔로몬과 아우로라가 온전히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공작저의 사용인들 역시 본래의 궤도에 오른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별일 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이건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평화로운 생활일 터.
그러나 그런 아무 일 없는 생활이 답답하게 여겨지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 역시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시간은 그 무엇도 새로워지지 않을 뿐더러,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조차도 해결해주지 못하니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건 안일한 이야기였다. 적어도 지금은.
그리고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아무 일이 없을 뿐, 크고 작은 문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솔로몬을 귀찮게 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도 꽤 지났건만 아직까지도 전쟁에 얽메인 이들이 잔뜩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발생했던 문제들, 계속된 습격 등은 그로 하여금 이 조용한 상황이 마치 폭풍이 불기 전 고요한 하늘과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계속 선수를 내주는 게 좋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먼저 수를 쓸 수 있을까?
"......"
얼마간 고민하던 그의 얼굴에 무언가 떠오른 듯,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지금 그의 손에는 쓸만한 패가 분명히 있었다.
시간은 약이다. 아우로라는 별다른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까진 부분은 흉터나 굳는 살 하나 없이 언제 다쳤냐는 양 보드랍게 치료됐고, 사용인도 본래의 맡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변한 점이라면 상한 머리카락을 쳐냈다는 점이 아닐까? 잘라야 하는 길이를 가늠했을 때, 대략 3년의 시간 동안 길렀던 머리라는 사실을 알고 많이 아쉬워했다. 아우로라는 아깝긴 해도 이러면 머리가 더 잘 자랄 거라는 시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골반을 이제 막 넘어서 허벅지를 덮으려던 머리카락은 이제 골반의 시작점에서 예쁘게 넘실거렸다. 잘라낸 뒷머리가 조금 가벼워졌단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이리저리 머리를 만져보았다. 고작 이 정도 잘랐는데 조만간 졸업하고 기사단에 들어가면 단발로 자를 거라고 으름장을 놓던 소네타는 얼마나 가벼울까? 머리를 꼬아보기도 하고, 양 갈래로 한 움큼씩 잡아보기도 했을 때, 아이니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아가씨.." "무슨 일인가요, 아이니?" "제가 오늘 아가씨의 머리를 빗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아이니. 오늘은 머리가 묶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요?"
아이니의 사소한 부탁에 아우로라는 작게 웃으며 오늘의 머리치장은 아이니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이제 아이니는 머리빗질에 많이 능숙해졌다. 보드라운 목화향이 나는 마법 향수에 빗을 담가 머리를 빗고, 작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갈랐다. 아우로라가 양 갈래로 움켜쥐었을 때 뭔가 떠올랐나 보다. 손을 열심히 꿈질대고 시간이 지나자 아우로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결국 소리 내 웃었다. 양 갈래! 어릴 때도 잘 하지 못했던 건데, 지금 해보니 퍽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아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준 아우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드레스 자락도 풍성해서, 사랑스러운 느낌이 배가 되었다. 공작님을 뵙고 올게요. 한 마디에 몇 사용인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아이니는 다녀오시라 배웅했다. 복도를 거닐며 걷던 아우로라는 천천히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정중하게 노크한 뒤, 잠시 기다렸다.
"공작님, 들어가도 될까요..?"
슬 아카데미 추천장을 위해 외출이 필요했다.
// 핑퐁! 즐거운 설 연휴 보냈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늘의 아우로라는 양 갈래! 귀여운 아우로라.. 아카데미 기강 잡으러 갑니닷~😘😘😘 답레는 느긋하게 주라구!😉 오늘 하루도 화이팅~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을까? 현재 그가 제국 내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더욱 강한 영향력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최대한 사용해왔다. 아우로라를 데려온 것도 결국 그 일환이었고.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 어쩌면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결과도 확실하게 나타난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제약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 그럴 리 없지. "
그러나 그는 그다지 그런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잡다한 생각을 하며 의자에 기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그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천천히 떴다.
" ...들어오시오. "
그러고 보니 벌써 날이 밝았던가. 그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을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퉁겨 커튼을 열어젖혔다. 밝은 빛이 그 사이로 환하게 새어들어와 그의 얼굴을 비춘다. 묶지 않아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햇빛에 옅게 반짝인다.
// 후후... 일을 시작해서 좀 답레가 늦었네! 아마 15일까지는 할거 같아, 짬짬히 시간은 내겠지만! 그리고 아우로라가 양 갈래라면 이쪽은 푼 머리다! 달라진 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공작저 복도를 지나치며 바라본 바깥 풍경은 화창했다. 오늘 같이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아우로라는 문 앞에 서 잠깐 망설였다. 오늘은 어떤 말로 하루를 시작해야 할까?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식상하지 않을까?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 주무셨으면 어쩌지? 오늘도 제가 왔어요? 어제 문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으니 이건 아니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뵙네요는 너무 의도가 다분하고. 아침부터 머리가 이리 꼬이고 저리 꼬였다.
한참을 고민한 것 같은데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기까지 고작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아우로라는 고민을 채 끝마치지 못하고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일단 부딪쳐보자는 심정이었지만 얼마 안가 후회했다. 밝은 빛에 비친 구릿빛 피부, 빛 받은 눈동자, 묶지 않아 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 아우로라는 얼어붙듯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와 문을 소리가 나지 않게 닫았다.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만약 아우로라가 조금 더 당찬 사람이었다면 속으로 온갖 호들갑을 떨며 얼굴로 힐링했다 생각했겠지만, 아직은 그럴 사람이 못 됐다.
"ㅈ, 좋은 아침이에요……."
결국 가장 무난한 인사로 하루를 시작해버렸다. 인사를 뱉고 나니 어느새 잔뜩 긴장했던 것도 사라지고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아무리 마음속에 담는다고 해도 누군가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티를 낼 수는 없었으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심스럽고 나긋나긋하게 손을 앞으로 모았고, 또 수줍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머리를 푼 건 처음 보는데,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앗."
이게 아닌데. 아우로라는 눈을 크게 뜨더니 수줍게 뺨을 붉히고 입을 오물거렸다. 나도 참.
"그, 그게 아니라. 혹시 오늘.. 주, 중요한 일정이 있으신가요..?"
// 일? 축하해!🎉🎉 요즘 시국에 일 구하기 쉽지 않지..(._. 그것보다 15일까지면 다음주 까지구나. 일 화이팅이구 천천히 답레 주길 바라!😘 솔로몬 머리 푼 거 잘생겼어~ 푼 거랑 묶은 거랑은 확연히 차이가 나니까! 분위기가 달라진다구! 그게 장발캐의 매력이기도 하고! 언젠가 포니테일도 보여줄거라 믿는다굿 솔로몬주~ 0.< 오늘은 주섬주섬.. 아우로라의 작은 tmi를 가져왔어.. 정말 사소한 거지만 아우로라는 아직도 아카데미 시절 교복이 본가에 남아있다 >:3!!!(두둥!) 너무 사소한 tmi인가? ㅎㅎ; 그렇지만 언젠가 입을(?) 지도 모르니까..0.<<<~~~
뭔가 아침이 좋다고 말한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지만 어쩌겠는가, 인삿말이 원래 그러한 것을. 어쨌든 인사를 마친 뒤에 평소의 예의 바르고 조신한 모습을 한 아우로라가 솔로몬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감상을 하자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눈을 깜빡였으나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뺨을 붉히는 아우로라의 모습에 흐음, 하고 그 말을 되새기고 마는 그였다.
" 중요한 일정이라, 딱히 없군. "
왜 그러시오? 라며 그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는지를 천천히 생각해 본다. 자잘한 일들은 있었지만 중요한 일정이라고 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지금 자신 앞에 선 소녀가 이런 물음을 건넨 이유는 뭔가 중요한 일이(어디까지나 그녀 입장에서겠지만)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렇다면 그다지 다른 일은 중요하지 않겠지.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은근히 기대를 하면서 그는 흥미 섞인 시선으로 아우로라를 바라보았다.
" 날이 좋으니 산책이라도 할까? "
원래대로라면 답을 들어야겠지만, 그는 묘한 장난기가 발한 것인지 아우로라의 말을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커튼 사이로 들어와 퍼지는 햇빛이 그를 비추면서 그의 반대편에는 자연스레 길어진 그림자가 자리를 잡았고,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우로라의 얼굴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지금 해야 할 말과 산책을 하러 가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듯이.
// 후후... 어쩌다 보니 이번 주부터는 다시 쉬지만 말이야, 어차피 2주 뒤에는 공부를 해야 하니까! 답레가 늦고 말았지만 천천히 달라고 했으니 딱히 할말은 없...지 않다! 흑흑 조금 늦어서 미안! 음 확실히 장발캐는 머리의 바리에이션이 다양하니 좋긴 하지~ 내가 실력만 된다면 직접 그릴 텐데 인남캐를 잘 못그리는 나란...ㅠㅠ 헉! tmi다!(줍줍) 헉 설마... 혹시 이번에 입는 건가?! 갑자기 등장한 선배님 그런 건가?!!
무난한 인사를 뒤로 아우로라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비록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수줍게 볼을 붉혔지만. 난 몰라, 공작님께 이런 말씀을 하게 될 줄이야! 물론 잘 받아주시긴 했지만, 얼굴을 붉히자 되새기는 모습을 봐버렸으니 오늘 밤 잠들기 전 몇 번이고 아우로라는 이불을 걷어찰 것이 분명했다.
"없으시군요..!"
다행이다! 그나마 여유롭구나. 아우로라는 손을 뒤로 모았다. 오늘은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 덕분인지 한결 가벼운 차림이다. 연보랏빛 명암을 띄고 무릎 아래까지 닿는 풍성한 치맛단, 허리 뒤편으로 동여맨 남색 리본, 밑단에서 마찬가지로 남색으로 하늘거리는 프릴까지. 차분하고 수수하지만 사랑스러운 치맛단에 손이 가려졌다. 아우로라가 곧게 세운 허리에 다시금 힘을 줬다.
"그게, 리히트와 레이라의 추천서 때문에.. 네?"
추천서를 쓰기 위해 아카데미에 방문해야 한다 말씀을 드려야 했다. 미리 새벽동안 대사도 연습했다. 노력이 무색하게 아우로라는 준비된 대사를 뱉기 위해 입을 벌리려다, 눈을 둥글게 뜨고는 입을 다시 다물었다. 공작님의 흥미로운 시선은 둘째치고, 먼저 산책을 권유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우로라는 답을 하기 위해 입술을 뻐끔거리려 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커튼 사이의 햇빛이 그를 반 각도 틀어진 역광으로 비추는 것과 달리 아우로라는 정면으로 해를 받았다.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빛 받은 눈동자가 타파이트를 꼭 빼닮아 있었다.
"아, 그……."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만, 아이들도 놓칠 수는 없다. 아우로라가 어물거리다 시선이 마주치자 뺨을 옅게 붉혔다. 뒤로 숨겼던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등 뒤의 그림자가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모르고.
"그, 그, 그게.. ㅇ, 아, 아카데미로 같이.. 산책 가실래요..?"
겨우 뱉은 말의 어폐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대략 문장이 끝나고 5초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깨닫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놀라 눈이 둥글고 크게 뜨였다.
// 이얍! 답레! 푹 쉬고 있을까? >:3 2주 뒤부터는 공부 시즌이구나. 열심히 하는 거야~ 화이팅, 화이팅! >:3!! 나야말로 늦어서 미안! 88 인남캐.. 나도 못 그리니까 걱정 마..흑흑 불공평한 세상.. 나도 실력만 된다면 직접 그릴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지갑을 여는 수밖에 없어..(?) 헉 ㄷ들켰다..!!! :ㅁ 뭐야 솔로몬주 사실 내 뇌세포지(?)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나타났다! 하이야! 이런 전개는 아니더라도 교복 데이트래요, 교복 데이트~(??) 그러니까 솔로몬도 교복 입어줘(급기야)
중요한 일정은 딱히 없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듯이 이야기하며 양 손을 뒤로 모으는 아우로라의 모습이 그의 시선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잠시 뒤, 애초에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그녀의 입에서 조금씩 목소리에 힘입어 나오고자 했으나 그의 제안이 그녀의 말문을 잠시 멎게 만든 모양이었다. 재미있는 반응...이랄까,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어둠 속에 있는 듯 점점 커지고 있으나 그녀에게는 분명 어둠이 아닌 빛이 내리쬐이고 있었다. 참 신기하지. 무어라 확실히 대답하지 못하고, 숨겨졌던 손이 서로를 잡은 채 꼬물거리는 것이 그림자가 되어 그에게 보이고 있었다. 무어라 대답할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아카데미로... 말이오?"
돌아온 대답은 의외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꽤 신선한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스스로 한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이해한 듯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이 더 커지려고 하고 있었다. 저러다가는 눈밖에 안 보이겠다고까지 묘한 과장 섞인 생각을 하던 그는 결국 미소를 숨기지 않고 띄우며, 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데려가기로 했었지."
결국 중요한 일정이 있었던 셈이군, 하고 덧붙인 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안정적인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어깨에 걸쳐 있던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그의 등 뒤로 넘어갔고 햋빛에 은은하게 반짝였다. 뒤로부터 오는 햇빛에 그림자가 진 얼굴엔 꽤나 온화한 미소가 올라 있었으니, 아마 흔한 일은 아니리라.
"산책은 미뤄야겠소, 꽤 중요한 일인데 산책하듯 할 수는 없지."
그래,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생각은 해 봤소? 라며 덧붙이는 그의 시선은 어쩐지 기대를 품은 듯하다.
//이번주 지나기 전에 답레다! 맞아, 그리고 이젠 1주일 뒤가 되어버렸다...!! 미래를 위한 투자니까 열심히 해야지! 흑흑... 어째서!! 언젠가는 꼭 그려내고야 말 테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헉 지갑... 그건가!(?) 그런 방법도 있...지? ㅎ하하 날 몰래 넘어갈 수는 없다!!(아니다) 교복 데이트라 그거 괜찮은데... 솔로몬이 교복이 있을지부터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아우로라 교복 입은거 볼 수 있는 건가?! 그런 건가?!!!
아카데미 방문과 공작님과의 산책!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당연히 아카데미 방문이 더 중요하다. 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렇지만 이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우로라는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끝내 생각을 마치지 못하고 고장 났다. 둘 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부터 뻣뻣해지더니 눈동자가 커졌으니까, 고장 난 거라고 해야겠지.
"그, 그러니까요. 그게.."
난 몰라. 이상한 말을 꺼냈으니 공작님도 저런 반응을 보이시는 게 당연하지! 만약 아우로라가 조금만 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도망을 쳤을 것이다. 입술을 합 다물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뱉은 말을 수습하려 했다.
"아카데미에 추천서를 작성하면서, ㄷ, 둘러보는 거예요. 저도 제 모교에 방문하는 건 오랜만이고.."
솔로몬의 웃음에 아우로라는 고개를 픽 숙였다. 푹 숙인 고개를 뒤로, 부끄러운지 귀까지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변명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아니었나 보다. 눈만 힐끔 들어 올려 공작님을 쳐다봤을 때, 은은한 빛을 머금은 머리카락보다 온화한 미소가 더 시선을 뺏었다. 아우로라는 눈을 황급히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아카데미에 데려가야 하니 추천장이 필요해서요."
산책이 미뤄진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산책하듯 할 수는 없다는 말에 동의하듯 아우로라가 잠시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약속도 했으니까, 사적인 일보다는 공적인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게 내가 마땅하게 실천할 도리니까.
"으음."
기대를 품은 시선에 아우로라는 바짝 긴장한 듯 허리를 길게 쭉 세웠다. 아우로라는 스노우디아의 공식적인 후계자였다. 그렇지만 남들이 하는 실질적인 지휘는 별로 배우지 못했다. 아가씨는 배움보다 사교계가 더 중요하다 했고, 기껏 배운 것이라고는 후작가의 작은 티파티를 비롯한 사교적인 예산, 연회의 꾸밈, 사용인의 월급 등. 대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예산을 분배하는 법 정도였다. 그마저도 막중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후원하거나, 검술, 더 심도있는 일은 너머와 아카데미에서 조금씩 배웠다. 제대로 된 것은 방계가 배운 걸로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래도 되는지 잠시 주눅이 들었지만,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아카데미가 아무리 외부의 입김이 닿지 않는다고 호언장담을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들어가는게 사실이니까요. 누구나 공평하게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어요. 아카데미 사교계가 특히 그렇고요.."
누가 누구랑 친한지, 후원 받는 평민이라면 누구의 후원을 받는지, 어떤 줄을 탔는지, 이후에도 함께 해도 되는지. 아우로라는 지금껏 많이 봐왔다. 아무리 평등하게 어울린다 한들 사소한 것으로 비롯되는 격차는 있었다. 어투로 치면 에둘러 비꼬는 사교계 화법을 모르는 평민이라든지, 평민끼리의 은어를 전혀 모르는 귀족이라든지.
"사소한 괴롭힘도 당연히 있어요. 리히트와 레이라를 위한 추천장은 미리 써뒀지만 그걸로는 모자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교수님의 추천장도 받아올까 해요. 부끄럽지만 수석으로 졸업한 졸업생이니까요."
그런 작은 격차로부터 괴롭힘은 시작된다. 후원 받는 평민이나 귀족이라 한들 버릇없고 무지한 사람들은 많다. 아무리 은혜를 입었다고 해도 애써 후원하는 아이들을 현혹하고 뺏어가 망친 뒤 위신을 떨어트리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아우로라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한때 사교계를 꽉 쥐던 황태자비였으니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리히트와 레이라를 노릴 무지한 것들에게 충분한 위협과 경고가 될 것이었다.
"..너무 진부한 생각일까요.."
아우로라는 멋쩍게 웃었다.
// 어어 왜이리 길어졌지 답레는 짧게 컷해서 줘도 좋아!! 주절주절 하다보니 길어졌다..😳 오늘도 다음주도 열심히 힘내는 거야! 솔로몬주 파이팅!!! >:3 이야앗(카드 긁기 신공) 예쁜 커미션을 찾는다면 꼭 열고 말겠어..(굳은 다짐) 꺄아악 안돼 내 서프라이즈 교복이~(??) 솔로몬 교복이 없다면 이참에 학생으로 위장해보는 건..??(???) 이렇게 교복점으로 솔로몬을 데려가게 되고..(?) 그렇..그렇다!!! 아우로라의 교복이다!! 이번에 꼭 입어줄 거라구! 기대...는 예쁜 픽크루를 찾길 기도해봅시다! >:3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질문하자 소녀는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쭉 세워진 허리와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눈동자.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이내 바로잡아진 호흡까지, 그녀는 충분히 숙고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짧았던 침묵은 곧 소녀의 입이 열리며 깨졌다. 아카데미란 기본적으로 제국 내의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기관이다. 그 중 오롯이 육성은 아카데미에 일임되어 있지만 인재의 발굴은 어려운 일이다. 아카데미에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 법. 때문에 수많은 귀족들이 개입하여 유망주들을 찾아내 아카데미에 추천장을 써 주면서까지 입학시키는 것이다. 아우로라가 이야기하고 있듯, 아카데미 내에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이는 아카데미의 설립 목적 때문이고 실제로 아카데미 내의 알력 싸움은 실제 정치판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그저 출신 성분을 가지고 조금 으스대거나 하는 정도일까? 그러나 이 또한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모든 것이 차단된 낙원이란 그저 꿈일 뿐이다. 결국 알게 모르게 귀족들이나 파벌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으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학습해 왔던 감각과 가치관이 일순간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신분의 격차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뿌리부터 갈아엎어야 하는데 지금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귀족이라도 쉽사리 손댈 수 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귀족이 그런 문제를 갈아엎어서 얻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그 시스템을 부수지는 않겠지만 허점을 이용해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며 그는 넘겨짚고 있었다.
"확실히 추천장 만으로는 아우로라 양이 언급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소, 오히려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대귀족의 추천장은 엄청난 뒷배가 되지만, 동시에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본래 인간이란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우위에 선 존재에게 두려움과 동시에 시기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 가문의 정통 후계자라고 하더라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판에 어디에서 온 줄도 모르는, 갑자기 등장한 평민이 대귀족의 추천장을 가지고 있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자 하는 아카데미 내에서 그 아이들은 그야말로 벌거벗은 채 묶여 과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나 교수의 추천장이 더해진다고 해서 문제가 없겠소?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교수의 추천장이라면 보다 도움이 되긴 할 터다. 아카데미 내에서의 영향력에 긍정적일 테니까. 그러나 그마저도 문제 해결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아우로라의 말에서부터 실마리를 얻어냈다.
"직접 가겠다고 했지...그렇다면 추천장으로 끝내는 것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소."
이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몇 가지 생각을 해둔 게 있는데, 들어보겠소?"
//허허 답레다 답레! 슬슬 시간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괜히 바쁘네... 이것저것 준비하고 하다보니 좀 늦었어! 답레가 길진 않으니 짧게 컷해서 준 게 맞...나? 아무튼 아우로라주도 힘내라구! ㅋㅋㅋ카드는 잘 생각하고 긁어야지! 좋은 커미션을 찾길 빌어줄게? 비는게 맞나? 어쨌든 흠... 학생으로 위장하기에는 너무 어...나이가 많지 않을까? 잠깐...이벤트성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아우로라는 아카데미를 직접 겪어봤으니, 그나마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었다고 생각했다. 파벌과 가치관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신분이 아직도 사소한 귀천을 정했다. 문제를 갈아엎어 얻을 이득도 없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문제였다. 아우로라는 손을 꼼지락, 하고 움직였다. 손을 고이 맞잡고, 손등 위에 다른 손을 얹어 깍지를 꼈다.
"역시 어려운 일일까요……."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옳은 말이다. 대귀족이라 해도, 아카데미의 불문율이 있다 해도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쉽게 바뀔까? 질투하지 않을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향해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도 컸다. 어디에서 온 아이들이냐 캐묻고 결국 그 끔찍하던 일을 끄집어내 손가락질할 사람들인데.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했나 보다. "어려운 일이었네요.." 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기껏 생각한 일이 하마터면 아이들을 위험하게 할 뻔했다.
"긍정과 부정이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게 차라리 낫겠네요."
교수의 추천장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과녁이 될 것이라면 없느니 만도 못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카데미에 소네타가 있으니 도와달라 할까? ..음, 대외적인 문제는 고사하고 소네타의 성격상 아우로라가 아버지 대신 소네타의 보호자 자격으로 아카데미 징계 위원회에 호출될 일만 늘어날 것 같다. 그렇다고 타인의 추천장을 받기엔 또 그렇고.. 뮤리엘에게 도와달라 할까 생각하던 아우로라는 그만두기로 했다. 뮤리엘을 만나기 위해선 황궁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요?"
아우로라는 고개를 들었다. 잠깐 생각에 잠겨 꼼질대던 손만 바라보던 눈동자가 솔로몬의 미소를 마주했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어떤 방법일까?
"……네! 들어보고 싶어요..!"
아우로라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으니까.
//나도 답레다 답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잘 될 거야.😘 준비는 잘 됐을까? ..라고 말하기엔 벌써 3월이 됐네.. 늦게 답레 줘서 미안해~ (큰절) 슬슬 다들 바쁠 때니 답레는 느긋하게, 천천히 주는 거야. 나이가 많다고 해도 교복은 낭만이야!!(억지) 잠깐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구.. 후후후.. 공작님, 학창시절으로 돌아간(?) 기분이 어떠신가요? o(* ̄▽ ̄*)ブ
이야기를 나눠 보니, 스스로 고민한 흔적은 보였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으나 그래도 미흡한 부분을 듣고 바로 수용,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는 점이 꽤나 흡족했다. 처음 마주쳤던 때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면모를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귀족의 영애이면서 겪었던 일들이 그 스스로를 안으로 감추게 만들었던 건 아닐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생각이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듣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가망도 없었다면 답을 해주지 않았을 테지만 그녀 스스로 고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그는 말을 꺼냈던 것이다.
"아우로라 양이 제시한 방법들도 충분히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적어도 지금까지 귀족들이 아카데미에 누군가를 추천할 때와 비교한다면 말이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어떠한 범주 안에서의 적극성일 뿐, 때로는 이단이라고 불릴 각오를 하면서까지 적극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온다.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나 지금까지 그가 견지해 온 입장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이 이런 일을 결정할 때에도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셈이었다.
"일단 아카데미에 직접 방문하는 건 좋은 생각이오, 그러나 추천장만을 받고 끝낼 거라면 굳이 그 곳까지 간 이유가 퇴색되지."
지금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뒤에 누가 있는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게끔 만드는 게 필요하오. 비록 실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카데미라지만 그것도 결국 시작선이 비슷할 때의 이야기일 뿐, 앞서 이야기했듯 오랜 시간 쌓아온 고정 관념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부인, 추천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시작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불문율은 불문율,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때문에 그 선을 조금 넘어가더라도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이들은 없지."
더군다나 상대 역시 귀족,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역이용해야 할 터.
"직접 아카데미에 방문해 후원하는 이가 누구인지 직접 알려줄 필요가 있소. 암암리에 존재하는 파벌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이 쪽에서 먼저 수를 써야지."
그러니...
"이용할 만한 것은 모두 이용해야 하오, 정공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지."
//답레가 늦었다...! 일주일이 좀 바쁘게 지나갔네... 오늘은 투표하는 알인 동시에 공휴일이야! 난 이미 사전투표를 해서 쉬고 있는데, 아우로라주는 어떨까나? 으음 교복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이 다 있다(!) ㅎㅎㅎ...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된다면 기대하시라!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었다. 눈앞의 남성, 솔로몬은 오랜 시간 공작위에 있었고, 그만큼의 연륜이 있었으니 좋은 스승이었다. 이런 기회를 쉽게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컸다. 아우로라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귀를 기울였다.
"네에.."
그래도 지금은 다른 귀족과 비교하면 진보적인 방식이었나 보다. 이 점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더 적극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공작님께서는 더 나은 방법을 알고 계시는 걸까, 상상하며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온 날이 많으시니 어떤 방법이 괜찮은지, 적절치 않은지는 자신보다 분간을 더 잘 할 것이다.
아우로라는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카데미에 방문할 때 추천장만 받는다면 무슨 의미일까? 아우로라는 잠깐 사교계를 떠올린다. 다들 답답하고 고리타분해 변방 사람을 무시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 비롯된 한 가지 파격적인 유행이 따른다면, 그 유행의 주도자가 누구인지 각인시키면, 그 사람을 공격할 수 없고 아무도 쉽게 나서지 않는다.
"중앙에 박게끔 해야겠네요."
이미 중심에 깊게 박혔기 때문이다. 뒷말이 오고 가긴 하겠지만 그건 뒷말일 뿐, 이미 유행을 주도하고 선두주자가 되어버린 사람을 더 끌어내리진 못한다. 출신도 헐뜯어봤자 역으로 공격 당한다. 끽해야 그 사람이 좋지 않은 일을 당하길 바라게 된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시작선에 설 수 있도록 돕지만 제대로 각인하지 못한다면..
"선을 넘는다 해도 어차피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이 없을 테니.."
아우로라는 잠깐 고민하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교내에 도움을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한 걸까요..?"
비록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더라도, 마탑의 지식이라든지..?
// 늦어버렸다~~ ㅠㅠㅠ 기다렸지.. 미안해.. 투표하는 날엔 일을 했어..😇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씩 널널하게 일하고 있으니까, 응. 솔로몬주는 어떨까? 갑자기 날씨가 다시 추워졌어.. 따뜻하게 입고, 교복도 기대하고 있다구...? 0.<
"아카데미에 혹할 만한 제안을 하는 것도 좋소, 아카데미의 교수들 중에는 마탑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학구열에 불타는 이들이 있지."
그런 이들에게 마탑의 지식을 거래 조건으로 내민다? 이렇게 낚기 좋은 미끼는 없지. 꽤 흥미로운 생각이군.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고 덧붙이며 그는 잠시 생각하듯 턱을 어루만졌다. 교수들에 대한 접근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정석이겠지, 물질적 기부도 나쁘지 않다. 결국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은 제국의 자산, 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수나 학과에는 지원이 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럽게 공금 이외의 지원이 절실해진다. 결국 물질적 지원 역시 좋은 수라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카데미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거요."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이 끝이 아니다, 아카데미를 아무 일 없이 졸업하더라도 그 이후의 세계, 제국의 사교계에서 똑같이 반복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지. 뒷배가 있으니까, 낙오되는 이들이 물론 있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니까. 설령 자신의 가문이 한미하더라도 자신이 서 있는 세력이 사교계에서도 이어지리라 생각하니까. 그렇기에 4대 귀족과 그에 가까운 귀족의 자제들은 특별 취급을 받는다, 물론 아카데미 내에서의 직접적 지원은 찾아내기 어렵지만 적어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별하다. 좋은 교육은 좋은 재능을 빠르고 쉽게 꽃피우게 한다. 그들은 아카데미에 오기 전부터 이미 양질의 교육을 받아온 이들이니 실력을 의심할 여지도 거의 없다.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아카데미이기 때문에 다른 점은 있다. 보다 실력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 보다 좁은 사회이기에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는 점. 즉... 무엇이든 충분히 화제성을 띈다면 보다 나아갈 방향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화제가 되게 만들도록 하지, 둘 중 한 명의 추천장은 내가 쓰겠소."
두 파벌의 정상에 있는 두 가문의 후원을 받는 두 아이라.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며 그는 웃었다.
//흐흐흐 드디어 답레!!! 감기는 싸악 나았어! 어쩐지 홀가분한 기분?! 기다리느라 고생했어 아우로라주ㅠㅠ소식 없이 너무 오래 있었다...
아우로라는 잠시 고민했다. 아카데미에 혹할 제안이라면 역시 마탑의 지식일까? 그렇다면 작은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걸까.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앙에 정확하게 심어서,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이 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귀족답지 않다고 하면 어쩌지? 그렇지만 귀족 다운 게 뭘까? 아우로라는 여기서 깊은 고민을 하고 말았다. 귀족답다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다들 아카데미에서 교수에게 뒷돈도 주고 그러는데, 내가 지식을 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새로운 생각이라면.."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어 눈이 커진다. 아카데미만 깊게 생각한 나머지 그 이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이미 귀족에겐 뒷배와 좋은 교육이 있는 상태고, 평민 아이가 좋게 졸업한다 해도 뒷배가 없으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다. 아무리 눈여겨본다 해도 그 자리를 꿰찬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아이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길을 열어줄 방법은.. 공작님과 내 추천장을 받는다면, 두 파벌이 단합할 정도로 눈여겨볼 아이들이겠구나 싶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겠구나. 함부로 손대지도 못할 거고.
"그러면, 조만간 작은 아버지께도 연락을 드려야겠네요.."
정말.. 뭘 해도 귀족 다운 일이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귀족이니까. 공작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시지 않는데, 나도 저 점을 본받으면 훌륭한 귀족이 될지도 몰라. 아우로라는 기적의 합리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솔로몬을 어딘가 초롱초롱한 눈길로 바라보다, 뒷짐을 지며 히히, 작게 웃었다.
"정말 감사드려요, 공작님. 많은 배움이 되었어요."
좋았다. 이런 배움을 받는 것이 기뻤다. 스노우디아의 공식적인 후계자지만 이렇게 머리를 맞댈 묘수를 배우진 못했으니까. 실은 알고 있기도 했다. 이름만 후계자고, 후작위를 물려받는 건 언젠가, 아우로라의 남자 사촌이 될 것이다. 조금 아깝기도 했다. 아니, 제법 많이. 그래서인지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불쑥 치솟나 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많이 알려달라 해볼까.
// 으악, 으아악..아악... 답레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메모장에만 저장해두고 올리질 않았..어... 미쳤나봐.. 아우로라주 반성해라..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머리 박음)(사죄) 아아악 ㅠㅠ 기다렸지.. 미안해... 일단 이 밑부터는 답레 이어둘 때 써둔 잡담이야..
감기가 싹 나았다니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직 무시무시한 감기가 버로우 타고 있을 테니 방심하진 말자구 0.<! 나는 괜찮아! 천천히 릴렉스 하며 쓰자구~ 오늘 하루도 힘내구! 4월 초야! 벌써 3분의 1 지나간 2022년 파이팅 >:3!!
현재의 아우로라주야... 4월 후반이고 네가 릴렉스 하면 어쩌자는 거야..(2차 그랜절..) 나는 바쁜듯 바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 내쪽에서 늦었으니 걱정 말구..!! 으허엉엉.. 8ㅁ8 사죄의 의미로.. 아우로라 양갈래를... 아니.. 이건 너무 나갔나..으으으으 미안해.. 진짜 면목이 없다.. ;-; 솔로몬주는 현생 요즘 어때?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는 말구.. 릴..ㅋㅋ 릴렉스..ㅋㅋㅋ 릴렉스!!하자!!! 어차피 천천히 하기로 했고 우리.. ㅎ..ㅎㅎ...ㅎㅎㅎ..!!! 오늘 하루... 힘내자..!!!
마탑이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곳의 지식이라면 그게 티끌 같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그럴 리 없지. 멀리 갈 필요 없이 애초에 마탑이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일이다. 티끌 같은 지식의 끝자락을 붙잡고 끝없이 탐구를 이어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마탑이니까. 그런 마탑의 지식을 갈구하는 수많은 마법사들은 자신이 또 하나의 마탑의 시작이 되길 원할지도 모른다. 그게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알지 못한 채. 그 짧은 인생을 쏟아붓겠지. 그러나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살아있는 한은 마탑의 지식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고, 그 대가는 꽤 쓸만할 테니까.
"마탑주가 흔쾌히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지."
시도했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면 하는 게 낫다. 시도하지 않는 게 능사는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두 아이 중 누구에게 추천장을 써 주는 게 좋을까 조금 고민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우로라의 시선이 매우 초롱초롱한 걸 확인한 건 고민이 미처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신을 향한 그 눈길에,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걸까 하고 조금 의뭉스러운 듯 눈썹이 휘어진다. 직후에 들린 그녀의 목소리가 금방 의문을 해결해 주긴 했지만.
"감사라... 이런 배움은 필요 없었다고 생각할 때가 올지도 모르오."
그래, 그다지 즐거운 배움은 아니지. 암투란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우로라가 귀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모를 리 없다는 걸 떠올리곤 입 밖으로는 내지 않기로 한다. 지금은 그걸로 됐다. 순수함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는 없지만 그걸 간직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그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소녀는 과연 어떨까.
"그러면 둘 중 누구에게 추천장을 써 줄지 결정해야겠군, 아우로라 양은 생각해 둔 아이가 있소?"
둘 모두에게 추천장을 쓰고자 했던 게 이젠 둘 중 한 명에게 쓰는 게 된 만큼,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하나 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에 그는 그녀가 생각해둔 게 있는지 묻는다.
헉...벌써 4월 막바지야... 며칠 있으면 5월이 되겠네... 쉬는 날 많은 5월! 아우로라주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월말인 만큼 바쁘려나?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는 것 같으니까 감기 조심하구! 꽃가루도 막 날리니까 알러지때문에 고생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네..
개같이..갱신..(죽은눈) 부처님이 일요일에 오시더라고.. 믿고 있었는데... 솔로몬주 오랜만이야! 오늘 안에 답레 줄게.😉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월말도 월말이지만 요즘 부쩍 체력이 뚝 떨어졌어. 12시만 넘어도 그대로 잠들어버리더라고..🥺 내 체력.. 돌려줘~!!!!😫😫 솔로몬주는 잘 지내고 있을까? 요즘 중간고사 시즌이기도 하고 월말이기도 하다는데...🤔 난 건강?해서 알러지는 없으니까! 솔로몬주야말로 조심하는 거야!! >:3😘
굳이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도, 마탑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아카데미의 교수와 학생들도, 마탑에 소속되지 못하고 시험에 떨어지는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마탑은 아주 비밀스러운 곳이고, 지식의 끝자락이라고. 실상은 탐구에만 열중해 체력을 관리하지 못한 탓에, 공표하지 못한 연구 결과가 산처럼 쌓여있는 곳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그 결과 중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아카데미에겐 큰 도움이 될 테니 작은 것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우로라는 생각했다. 귀족 다운 방법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색이고, 실상은 자신이 무엇을 하든 이득이 될 방법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아마 허락해 주시긴 할 거예요. 문제가 약간 있긴 하겠지만요……."
아우로라는 자신의 숙부를 떠올렸다. 귀족 지위가 있어도 체면도 품위도 없는 사람이다. 마법사가 괴짜라는 편견을 만드는 것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보다 몇 배는 더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는 부류였다. 한때 평민 사이에서도, 귀족 영애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하던 공상이 가미된 연애 소설에서 나올 법한..
"딸등신.. 아, 아니, 그러니까…… 제게 관심이 굉장히 많으시니까.. 아마 나중에 시간을 내서, 마탑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난 몰라, 그 단어가 왜 지금 생각나서! 아우로라는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던 시선마저 휙 피해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상스러운 단어를 뱉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그리고 아카데미 시절을 천천히 떠올렸다. 아! 아카데미! 갔을 때 교수님 입으로 직접 사고를 쳤던 과거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말씀하지 않으시겠지. 남모를 고민을 뒤로하고 아우로라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지만, 이것조차 배우지 못했다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게 이 배움은 아주 귀했어요."
아우로라는 언젠가 보이지 않았으나 알고 있던 것을 모른척하지 않고 맞서 싸워야 한다. 끝까지 모른척하면 좋겠지만, 이미 영향력이 강한 4귀족 중 하나인, 북부의 후작 영애와 공작이 아카데미에 손을 뻗는 것 자체로 싸움은 시작됐다. 순수함은 영원할 수 없지만, 배워나가며 간직하면 될 것이다. 아우로라는 추천장 얘기에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기울였다. 누굴 써줘야 할까? 남몰래 손가락을 꼼질거렸지만, 그림자 너머로 전부 보이는 건 모르는 것 같다. 몇 번 접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손가락셈으로 누굴 할지 점치는 것 같다. 입속으로 리히트, 레이라, 리히트, 레이라.. 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니 확실하다. 그리고 멈춘다. 열아홉 번 세고 멈추니, 리히트가 됐다.
허락해 주긴 할 테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 역시 마탑의 지식을 바깥으로 흘리는 건 금기에 가까운가. 물론 마탑주가 그렇게 하겠다는 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그렇기에 문제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꽤 커졌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흐음."
자녀가 없는 그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제 친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저런 말로 표현될 정도로 아낄 수 있을까, 그는 잘 모르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문제의 실체를 들었다. 결론은 마탑주가 아우로라를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할 거라는 거군, 큰 문제는 아니지만 상대는 마탑주이니만큼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해 둘 필요가 있어 보였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야, 가끔은 얼굴도 마주해야 하는 게 아니겠소."
결국은 그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기에 무어라 덧붙이지는 않은 그는, 아우로라가 내뱉듯 입 밖으로 냈던 말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지금의 배움이 귀했다며 고갤 기울이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런가, 그럴 수도 있는 건가. 그 직후에는 리히트나 레이라 둘 중 누구의 추천장을 쓸 건지 결정하려는 듯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는 답을 기다린다.
"리히트라, 그럼 레이라의 추천장을 내가 작성하면 되겠군, 따로 생각해 둔 건 없어서 말이오."
선택을 떠넘긴 거라며 웃은 그는 가만히 아우로라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날씨에 고민할 게 잔뜩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소? 어째서 주변의 상황은 내 마음 같지 않을까."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는 웃고 있었으나 그 웃음은 기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마치 웃는 모습을 한 가면과도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그가 그런 표정을 무방비하게 내보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걸까.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도 착각일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 날씨가 좋지만 고민할 게 많은 게 아닐지도, 고민할 게 잔뜩임에도 날씨가 좋아서 힘이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뭔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
대화가 끝나면 바로 준비를 해야 했기에, 지금 해야 할 말은 미리 나누어야만 했다.
//아우로라주의 답레는 달을 넘어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실상은 6일 가량이고 늦게 받은 거지만) 이제 슬슬 아카데미 방문이구나!! 아카데미 제복 입은 아우로라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그런 건가?! 그걸 위해선 아카데미 졸업생은 졸업생 제복이 있다는 걸로 해버려야 하나?! 그럼 솔로몬도 입어 줘야 하는 건가!!
마탑주는 괴짜다. 소문으로도 괴짜라고 나돌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우로라는 마탑주이자 숙부의 실체를 제대로 안다. 사소하게는 친자식이 아닌데도 자식보다 더 끔찍이 여기는 것부터, 크게는 마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까지. 아우로라가 마탑주와 종종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대화를 나눈다면 아우로라는 응하겠지만, 이전처럼 흔쾌히는 아닐 것이다. 이제 아우로라는 사소해도 큰 반향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호수에 있으니까. 조금만 발을 담가도 금세 파문이 일고, 이야기는 없던 살을 붙여 일파만파 퍼질지도 모른다. 이제 아우로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기엔 너무 커다란 일에 발을 들일 예정이고, 이미 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지요.."
다만 소문보다 무서운 것이 숙부의 질문 공세일 텐데. 그래도 지금 당장 당하는 것이 아닐 테니,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바로 대응하고 감당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아우로라의 숙부는 100가지의 질문을 준비하면 101가지의 질문으로 맞서는 부류였으니 더욱. 차라리 지금의 배움에 감사를 느끼자.
"제게 다 넘기신 거예요..?"
어쩐지 당했다!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야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열심히 고민했는데, 공작님께서는 떠넘긴 것이었다니. 새침하게 아랫입술을 살포시 내밀던 아우로라는 흘끔 솔로몬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어투, 일상적이고 농담 같은 불만, 늘 똑같이 웃고 계시지만 조금 다른 것 같다. 기쁨과는 거리가 멀고, 가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공작님이 과연 가면을 드러내실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생각도 스친다. 어쩌면 공작님께 나는 저런 가면도 보여줄 수 있을 사이가 된 게 아닐까. 너무 큰 바람이고 망상일까?
"그렇지만 잘 헤쳐갈 수 있을 거예요. 나쁜 날씨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고.."
그래도 괜찮아. 날씨가 좋아서, 거기다 긴장했으니 헷갈렸을 수도 있어. 멋쩍고 수줍게 미소를 지어 보인 아우로라는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듯 음, 하고 운을 뗀다. 그러고 보니, 이 말씀을 드리질 못했다.
"그게요.. 사실 아카데미에 갈 때, 졸업생은 졸업 제복을 입고 가야 하는 관례가 있어요. 입학생과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요."
아우로라에게도 제복이 있다. 키가 조금 자라서, 그리고 이번에 요양하는 동안 살이 조금 오른 것 같아서. 과연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우로라는 제복을 입겠지만.. 솔로몬은? 아우로라는 잠시 솔로몬을 빤히 마주 본다.
"저 혼자만 입으면 공작님께서 눈에 띌 텐데……."
같이 입지 않겠냐는 순진무구하고 잔인한 질문이다.
// 답레가 늦었어..🥺 날이 덥고 춥기를 반복하더니, 기어이 답레가 달을 넘어 도착했구나!(아님) 감기는 조심할게, 그렇지만 이미 늦었지..(자가격리 시작함) 솔로몬주도 조심해..😂😂 설마 걸리겠어? 하면 걸려있더라고.🤦♀️🤦♀️🤦♀️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다행이야. 저녁엔 정신도 못 차리겠더라고.😔 어서 낫도록 노력할게. 현생 힘내자구?
그리고 이제 아우로라가 제복 떡밥을 던졌으니... 솔로몬이 입어줄 거지?(빠안) 입어줘야겠어!!!(대체) 양갈래 제복 아우로라를 줄게!!!(?)
갱신...할게... 흐흐 공부는 바쁜 거구나... 사회에 나가면 더 바쁘겠지... 기다렸을 텐데 답레 대신 근황...?이랄까, 아무래도 목요일까진 좀 바쁠 거 같아, 대신 집중해서 할 일 끝내놓을테니 금요일엔 꼭 가져올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즐거운 일이라도 찾아서 하고 있길 바래! 옷은...입어보자구! 어떻게 입혀야 할지는 생각해 보ㅏ야겠지만..
자기 자신만을 감싸고 살기도 어려운 삶인데, 정작 그 스스로만을 생각하며 살기에는 삶은 너무 복잡하다. 사람에게는 사회가 부여한, 혹은 스스로가 쟁취한 지위라는 게 존재하고. 그건 결국 그 스스로만을 떠올리며 살기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변수는 다양하고 결과는 그 이상으로 더욱 다양하다. 그러니 선택은 고통스러운 거겠지.
"생각을 다른 이에게 넘기면 편하지, 때론 그러고 싶은 법이오."
진담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가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되기는 했지만 모든 걸 맡긴 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생각을 보다 존중하고 싶었을 뿐이지. 어느새 표정을 고친 그는 자신의 불만 섞인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해결되리라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나쁜 날씨의 산책은 어떨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상황을 생각하던 그는 아카데미에 방문할 때 졸업생의 의상이 정해져 있다는 말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러니까...나보고 제복을 입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게로군?"
물론 그 역시 졸업생, 혹은 아카데미와 밀접하게 연관된 귀족으로써 제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 애초에 그가 아카데미를 처음 알고 있었을 땐 이런 관례는 없었으니. 시간이 지나며 참 쓸데 없는 예법을 만든다면서, 그는 쓰게 웃었다. 확실히 눈에 너무 과하게 띄는 건 좋지 않다. 자신이 아카데미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라는 제스쳐 정도는 보여줘야겠지.
"...생각을 좀 해보지."
자신을 향한 순수하기 그지 없는 시선을 애써 피하며 그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 세상에; 너무 늦었다ㅠㅠㅠ 미안해!! 뭘 해도 변명이겠지만 어째 점점 더 바빠지더라구ㅠㅠㅠㅠ 게다가 감기까지..걸려버렸어ㅠㅜ 아우로라주는 감기 다 나았으려나? 진짜 조심했으면 좋겠다ㅠ 여름 다 되어가는데 감기 걸리니까 너무 힘들어... 더워서 바람 좀 쐬면 머리 아프구...
선택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다. 아니, 모든 종족에게 주어지는 권리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아우로라의 지위에서는 이 무기는 너무나도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 스스로를 위해 선택하면 남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타인을 위한 삶을 선택한다면 눈엣가시가 되어 조롱 당하거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적당한 중도의 선택은 불가능하고, 선택은 너무나도 어렵지만, 아우로라는 해내고 싶었다. 솔로몬의 이야기에 타파이트빛 눈동자가 잠깐이나마 솔로몬을 빤히 쳐다본 것 같기도 하다.
농담이라고 해도 공작님도 넘기고 싶어 하실 때가 있을까? 그러니까 이 말씀을 하셨던 건 아닐까? 아니야, 지금 내게 넘겨버린 게 넘기고 싶어 하셔서 그런 거잖아! 예상치 못한 인간미에 아우로라는 나중에 생각하면 웃음꽃이 피어버릴 거리가 생겨버렸다. 이제 전부 좋은 일만 남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쁜 날씨에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잘 헤쳐나가면 뭐든지 즐거울 테야. 그러니까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자.
"네..!"
역시나 순진무구하고 잔인한 답변이다! 솔로몬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건지, 아우로라의 두 눈은 어느새 솔로몬의 어깨를 한 번, 그리고 시선을 슬쩍 내려서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한 번 쳐다봤다. 아우로라는 넓으면서도 편협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갈 때는 예의를 지켜서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편협한 거고, 마탑을 써서라도 호의를 얻겠다는 건 넓은 시선이다. 예법은 아우로라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거니까 어쩔 수 없긴 하겠다마는.
"생각이요..? 네에.."
입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공작님께서 제복을 입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동화 속 왕자님처럼 늠름한 모습은 아닐 것 같다. 그런 늠름한 모습은 황태자가 잘 어울린다며 찬사를 보낼 테니까. 그렇다면 동화 속 왕은 어떨까? 아니야, 동화를 생각하지 말자. 아카데미의 졸업생용 제복은 실제 교복과 정 반대다. 실제 교복이 푸른색이 감도는 검은색 겉옷에, 흰색 셔츠, 학년과 기숙사 별로 브로치와 넥타이, 리본 색이 다르다면 졸업생의 제복은 새하얀 겉옷에 검은 셔츠, 그리고 금색 넥타이, 리본과 졸업할 적 마지막으로 받은 기숙사의 브로치를 착용한다. 아우로라는 이걸 입으면 되겠지만, 그에 반해.. 솔로몬이 입어야 할, 귀족에게 주어지는 예식용 제복은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우로라는 챙겨온 짐에 제복이 있는지 고민했다. 음.. 안타깝게도 없는 것 같다. 어서 본가에 마법새 전령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촉박해도, 고민할 시간은 많을 테니까요.."
// 나도 늦어버렸어..👀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쌤쌤이가 되어버렸거든..ㅠㅠ😇 나는 완치됐어~ 코로나.. 무시무시하더라..😂 두 번은 걸리고 싶지 않네.. 솔로몬주는 괜찮아? 지금쯤이면 6월이 다가오고 있으니, 더 더운 날씨가 되어버렸어. 다시금 감기나 코로나 걸리지 않도록 우리 둘 다 힘내자...😂😂😂
으아악 늦어서 미안해 아우로라주ㅠㅠ 늦었으면서 답레가 아니라 근황?을 써놓는거라서 더 미안해!! 다른 건 아니구 1~2주 정도 좀 많이 바쁠 거 같아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거기에 바짝 신경써야 할 것 같아서 답레가 좀 늦을 거라는 말을 하려고 왔어... 기대했을 텐데 정말 미안해!! 그치만 2주 뒤에 꼭 답레 가지고 올테니 기다려줄 수 있을까? 매번 기다리게 하는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해ㅠㅠ
해야할 일이 생각났다면 지체하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다. 결정을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는 자신의 제복 차림을 기대하는 듯한 아우로라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잠시 생각했다. 제복을 어디에 두었는지 떠올릴 수 있을까. 아카데미에 갔던 기억이 이미 희미한 걸 보면 벌써 한참 동안을 제 주인에게 입혀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먼지가 쌓이지는 않았을까. 구겨진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제복을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땐 없었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어쨌든,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건 확정이니, 어서 준비하도록 하시오. 아이들에게는 내가 따로 전달하겠소."
아니면, 직접 이야기해 주고 싶지는 않소? 되도록이면 자신이 이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마무리하는 것도 그녀 자신이 주도한다는 감각이 있었으면 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흥미로 인한 생각이긴 하지만. 뭐가 문제겠는가. 그는 애초부터 그런 존재였다.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소? 어렴풋하게 떠올리던 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네!!! 딱 2주만...인가? 아무튼 왔습니다!!! 왔어요!! 흑흑 진짜늦었다 미안해!!! 그러면서 내용이 짧아서 미안해!!!
갱신하고 가! 슬슬 장마라는데 여긴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진 않네? 다른 지역은 침수 피해도 있다고 하던데 아우로라주는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벌써 다음 주면 6월도 마지막이야, 벌써 반년이 가버리는데 서로 많이 바빠서 그런건지 자주 보기 어려운 건 아쉽다. 사실 요즘 여러모로 복잡한데, 아우로라주가 오면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가볼게! 좋은 밤 되길!
갱신하고 답레는 오늘내일 안에 주도록 할게!😉 여기는 괜찮아! 비가 간만에 와서 기분이 좋은 것 빼고는 그렇게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았어. 벌써 6월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고, 자주 보기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도 드문드문 와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어떤 얘기를 해줄지 기대도 되면서 현생이 놓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한걸..:( 솔로몬주도 좋은 밤 되길 바라고, 지금쯤 열대야에 깨지 않고 푹 자고있기를 바라!
아우로라는 벌써 판단을 마쳤다. 제복을 입자! 마법새 전령은 돌아가자마자 보내고, 여의치 않으면 전이 마법을 사용해달라고 해야겠다. 솔로몬의 속이나 생각도 전혀 모르고 마냥 해맑았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사소한 것 하나. 하지만 전자의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공작님께서 함께하고, 마탑도 업었으니 불필요한 걱정을 키울 필요가 없을 테니까. 문제는 후자였다.
제복이 맞을까? 내심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생각이었다. 졸업하고 시간도 좀 지났지만, 납치 사건 이후로도 요양을 위해 잘 먹고 잘 쉬었더니 살이 좀 찐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지금도 충분히 사교계의 영애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살 체형이지만 초반의 체형이 있던 만큼, 아우로라는 변화가 두드러지는 체형이기도 했다. 잘될 거야. 내가 그만큼 쪘겠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하던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요……?"
그래도 되는 걸까? 아우로라는 잠깐 속으로 고민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것도,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것도 얘기해 줘도 되는 걸까? 공작님께서 직접 제안한 일이니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다. 아우로라는 이어지는 말에 입술을 작게 벌렸다. 그때 지푸라기 더미에서 봤던 아이들의 얼굴과 바깥에 나왔을 때의 표정이 스쳤다. 그런 아이들이 이젠 학교에 간다. 그리고 하나의 꿈을 키운다.. 반응이 어떨까? 친구니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준다면..
"궁금해요..!"
정말 기쁠 거야. 아직 초보라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텐데 그걸 직접 얘기해 줄 수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동기를 더 부여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공작님께서 말씀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내가 그 아이들을 잊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해도 괜찮다면.. 네, 할게요! 그러면.. 준비를 하고 알려주면 되는 걸까요?"
이게 무슨 반향을 불러오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이얍, 답레야! 이제 봤는데 아르스 노바.. 나메 실수가 거창하구만~! 사실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보구였던거지~😉
그녀가 직접 아이들에게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궁금하지 않냐는 자신의 질문에, 그녀는 궁금하다고 대답하며 기대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줄 알았소."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라면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서 직접 행동하려고 하겠지. 당장 오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녀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직접 행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준비를 한 뒤에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되겠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는 무슨 뜻이냐는 듯한 시선과 함께 입을 열었다.
"준비라...그 녀석들은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것이니 이것저것 준비할 게 꽤 되겠지."
먼저 준비를 한 다음에 아이들이 준비하는 걸 가만히 둘 리 없지, 아마 도와주려고 할 테고, 그럼 모처럼 준비한 게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그걸 보는 것도 괜찮을까? 그녀가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의 호기심을 어느 정도 자극하고 있는 건지,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번 일은 대외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니."
나도 바로 준비할 테니, 너무 늦지만 않도록 하시오, 라고 덧붙이며 그는 더 할 말이 있냐는 듯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답레! 허허... 알아버렸단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아우로라를 진짜 보구로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 아니면 그 반대라던가?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알려준다면 좋은 일이 될까? 아마 안 될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우로라는 행동하고 싶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그런 교양 때문이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해내고 싶단 마음도 있었다.
"네에.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가는 거니까.."
필기구나 생필품은 몰라도,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도 교육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입학식 때 알려주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아닌 암묵적인 합의, 기조라거나, 아니면 다른 것이나……. 아우로라는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내 쪽에서 준비를 먼저 마치고 아이들의 준비를 도울까? 너무 늦을지도 모르니 아이들의 준비를 도울까? 돕는다면 어떤 것을 도와야 할까? 머리가 벌써부터 빙빙 도는 것 같다.
"아, 알겠어요.. 늦지 않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전자가 좋겠다. 아카데미에 도착하면 소네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내가 먼저 준비를 하고 아이들에게 간략한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거야. 아우로라는 아직 이런 쪽에서 배움이 부족하여 모르는 사실이지만 제법 주변의 인맥을 잘 쓰는 생각이었을 테다. 수줍게 미소를 짓고 솔로몬을 마주하더니 잠깐 머뭇거렸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으음, 괜찮을 거야. 공작님께 드릴 말씀이 있기도 하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또.. 아우로라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살살 웃었다.
"제복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오늘은 어쩐지 장난도 쳐보고 싶은 날이니까.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작게 쿡쿡 웃었다. 아우로라는 잽싸게 문을 열어 도망치듯 자리를 뜨려 했다. 어서 준비를 해야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늦은 답레! 잉잉 미안해...🥺 후후.. 알아버렸지! 아아니 아우로라가 진짜 보구가 된다고..? 반대 상황도 제안한다고..? 이렇게 로맨스 판타지의 재미를 알아버린다 그거지..!! 나는 어느 쪽이든 찬성이야! 만약 보구썰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솔로몬의 소중한 보구인데 마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답니다~😉
용건은 모두 전달했다. 그녀 역시 마찬기지겠지. 그럼 이제 돌아가서 각자 준비할 일만 남았을까 싶었던 그 때, 자신을 향한 그녀의 시선에 그는 무슨 할 말이 있냐는 듯 마주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들려온 소리는.
'제복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소녀의 표정이란! 웃음이 얼굴에 퍼지는 걸 보면서 그는 그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 조금 생각했다. 찰나긴 했지만. 애초에 답을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제 말을 끝내곤 작게 웃음소리를 낸 데다가 문을 열어 빠져나가려는 잽싼 움직임까지. 소망이 담긴 장난... 이라고 보면 좋을까. 그는 딱히 문을 열고 도망치듯 하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가 빠져나갔다면 모르겠으나, 혹여 문을 닫으며 그 틈으로 반응을 엿보려고 했다면야.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마냥 즐거운 웃음은 아니었을 테지만.
"......"
그렇게 문이 닫히자 그는 잠시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숨을 길게 내뱉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카데미, 제복이라. 어쩔 수 없지, 가끔은 기분 전환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그는 굳게 닫힌 벽장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지가 쌓이진 않았을까? 예전과 몸이 예전과 달라져 맞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실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그는 벽장에 걸린 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뭐든 느긋하게 해야 힘들지 않은 법! 안그래도 현실이 힘든데 여기서까지 시간에 쫓긴다거나 해서 힘들 필요는 없지~ 천천히 길게 가자구! 후후 보구라... 이런 자그마한 것도 놓치지 않고 쓰는 게 진정한 프로!(?) 보구 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슬슬 상황을 넘겨서 준비하는 모습으로 넘어갈까? 솔로몬 쪽은 잠시 넘겨두고 아우로라가 아이들 만나는 걸 해볼까나~
돌아가서 전령새 마법을 쓰고, 제복을 받고.. 그다음에 소네타에게도 얘기해 주면 되겠지? 아우로라는 계획을 다시 속으로 갈무리했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솔로몬에게 작은 장난을 쳤다. 아카데미에 가는 날이 되었으니, 아카데미 학생이 된 것처럼. 순진무구하고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잔뜩 퍼졌다. 아우로라는 도망치듯 잽싸게 문을 빠져나갔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와 작은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포슬포슬 퍼졌다.
"!"
살짝 열린 틈으로 반응을 엿봤을 때,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작님께서 웃고 계셔. 자신처럼 이 상황이 마냥 재밌어서 웃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웃는다는 사실에 뺨이 발그레 물들었다. 아우로라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 이 모습을 들키면 역으로 놀림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아우로라가 돌아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소네타와 본가의 하녀에게 마법으로 이루어진 전령새를 보내는 것이었다. 소네타는 바쁜지 바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하녀는 아우로라의 연락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 것 같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금세 전령새가 소포를 물고 왔기 때문이다. 어찌나 급했는지 소포를 받자마자 전령새 마법이 흩어졌다. 아우로라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포에는 아우로라가 아우로라의 졸업생 제복과, 제일 좋아하는 제비꽃 설탕 절임이 있었다.
"정말이지."
본가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 정도였다. 아우로라는 잠시 제복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내젓고는 하녀를 물렸다. 무슨 일이냐 묻는 하녀의 목소리에 아우로라가 멋쩍게 웃었다.
"옷이 작을 수도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긴 조금 부끄러워서요."
정말이지! 제국에서 가장 가녀리신 분 중 하나신데, 옷이 맞지 않을 리가요! 아이니의 열띤 항변을 뒤로 문이 닫혔다. 아우로라는 심호흡을 하며 옷을 환복했다. 그리고 잠시 몸을 가늘게 떨다 품격에 맞지 않게 소리 없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몇 번 방방 뛰며 손을 모았다. 다행스럽게도 옷이 딱 맞았기 때문이다. 신을 신실하게 믿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감사하다며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아이들을 만나야 했으니, 아우로라는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설렁줄을 당겼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머리를 다시 묶으려 하는데, 준비를 도와주시겠어요?"
// 아이들 만나는 쪽으로 가보자구!! >:3 솔로몬주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느긋하게 이어주길 바라. 천천히 길게 가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보구가 되어주겠어~~~(?) 남김없이 소재 싹싹 긁어먹자구!!!(?)
도와달라는 아우로라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곤 하녀와 함께 아이니가 들어왔다. 눈을 반짝이면서 서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머리를 다시 묶는 일을 할 생각인 듯했다. 하녀의 표정을 보면 미리 이야기도 한 것 같고.
"네! 도와드릴게요, 말씀만 해주시겠어요?"
문 뒤에는 어느새 휘파람을 불면서 오세가 서 있었고, 아우로라의 말을 들었는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준
"아이들이라면 그때 온 두 명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미리 이야기해 둘까요?"
준비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요, 라면서 덧붙인다. 아우로라의 생각을 읽지는 못했고, 그저 그녀가 들뜬 듯했기에 평소처럼 신나하는 모습이었기에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했다. 아이니 역시 조금 들떴지만 그래도 평소의 침착함은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제 오빠와는 생각이 좀 달라서 그를 말린다.
"오빠! 서두르지좀 마! 어차피 그 아이들 준비하려면 아가씨 말씀을 들어야 돼." "알았어 알았어, 그럼 놀래켜 주는 게 되려나, 기대된다!"
졸업 제복을 입어보겠다며 낑낑댔더니 머리가 다 풀려버렸다. 아우로라는 아이니가 눈을 반짝이자 작게 웃었다. 커다란 루비 같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앞으로 머리를 전담할 사람은 아이니로 둬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전담 시녀로 둔다면, 아이니는 좋아할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고마워요, 아이니. 그렇다면 머리를 다시 묶어줄 수 있을까요? 아, 오세도 어서 오세요."
음, 미리 이야기라, 해두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 둘의 대화를 좀 들어보고 싶었다. 신나하며 활기찬 모습의 오세와 달리 아이니는 그 들뜬 모습을 누르는 것 같았으니, 두 아이의 의견이 어떻게 흐를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남매는 남매구나, 자매도 자매고 형제도 형제만의 투닥거림이 있다더니 이 아이들도 다를 바는 없다. 아우로라는 결국 쿡쿡 웃음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으음, 오세의 말처럼 놀래켜 줄까요? 시간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장난을 쳐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거든요."
나름 들뜬 아이들을 보니 같이 장난을 쳐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 아이들도 미리 기별을 넣으면 긴장하거나 자신에게 직접 전해주지 않는다며 실망할 수 있지도 모르니까. 유달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신중해지는 것 같았다. 왤까? 아우로라는 더 깊이 생각하려는 것을 뚝 자르고 자리에 앉아 손을 모았다. 옷이 딱 맞는 것은 괜찮지만, 제복 특성상 치마가 조금 짧은 느낌이 있었다. 아우로라는 치맛단을 괜히 꾹꾹 아래로 끌어당기며 아이니를 한 번 쳐다보고 웃었다.
"아이니, 이번에는 이 옷이랑 어울리는 리본을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 했던 머리 장식도 예쁘지만, 옷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새하얀 기조의 제복에는 지금 같은 검은색 리본도 어울리지만, 조금 더 화사한 느낌이 좋을 것 같았다. 이후 오세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아우로라는 눈을 길쭉하게 휘었다.
"그리고.. 오세,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멋진 방법이 있을까요?"
아주 작은 티스푼으로 장난을 한 숟갈 얹은 미소였다.
"공작님을 놀래켜 줄 방법도 있으면 멋질 것 같지 않나요..?"
//아니야 괜찮아..! 짧아도 되고 늦어도 돼! 우리 둘 다 기력 없을 시기기도 하고... 으으~ 너무 습하고 덥다.. ㅜㅜ 솔로몬주 더위 조심해! 열심히 착착 해보자구~~ ╰(*°▽°*)╯
머리를 다시 묶어줄 수 있겠냐는 아우로라의 말에, 아이니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갤 끄덕이면서 아우로라의 뒤로 다가갔다. 신장 차이가 있었으므로 아우로라가 앉아 있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발을 받칠 만한 의자 등을 가지고 와서 그 위에 올라섰을 터다. 어쨌건 머리를 신경 써서 묶는 동안 남매가 나눈 이야기는 아우로라에게 어떻게 할지 생각할 만한 기회를 제공한 모양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반응을 하려나, 기대되네요!"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아우로라의 말에 신난 오세는 웃으면서 양손을 머리 뒤에 댄 채 깍지를 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아우로라의 머리를 묶은 아이니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작게 숨을 내쉬곤 웃었다. 그 와중에 제복을 보다가 시선을 돌린 아우로라와 눈을 마주치니 조금 쑥스러운 듯 시선을 옮겼지만 그 직후 들려온 아우로라의 말에는 귀를 제대로 기울이고 있었다.
"아가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리본은 없을 텐데...앗, 아가씨 말씀이 틀리다는 건 아니에요! 얼른 찾아볼게요!"
무심결에 아우로라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입 밖으로 물 흐르듯 내던 아이니는 깜짝 놀라 입을 가리더니 눈웃음과 함께 장식들이 걸린 벽장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니가 제복에 어울릴 만한 리본을 찾는 동안, 오세는 휘파람을 불면서 그 상황을 구경하다가 아우로라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놀래켜 줄 방법 말인가요? 으음~"
단순히 놀래켜 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만 했던 건지 어떤 식으로 놀래켜 줄까 하고 묻는 아우로라의 말에 선뜻 답을 하지는 못하는 오세. 잠시 뜸을 들이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듯하던 오세는 뭔가 떠오른 듯 눈을 깜빡였다.
"이건 어떨까요? 그 아이들을 맡아 줄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한다고요.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거의 아카데미에 머물잖아요?"
그러니까 공작저에서 머무를 수는 없지만 좋은 곳에서 후견도 겸해서 데려갈 거라는 말을 하자는 이야기, 그 좋은 곳이란 물론 아카데미를 의미했고, 주로 머무는 곳이 아카데미의 기숙사일 테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즉,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작전!
"물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영영 못 보는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나중에 그게 아카데미라는 걸 알면 기분은 무조건 좋아질 거 같은데요?"
어느 쪽이든 아가씨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는 게 좋다며 웃은 오세는 휘파람을 불며 창 밖을 쳐다보았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감상하며 느긋함을 즐기고자 했으나 그 뒤에 들려온 말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까. 아우로라의 미소도 그렇고.
"네? 공작님을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우로라를 쳐다보던 오세의 귀가 쫑긋거렸다. 뭔가 들려서 그런거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들뜬 기분을 표현하는 거겠지,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장난꾸러기에 활발한 소년에게는 꽤나 솔깃한 이야기였을지도.
"어떻게 하면 놀라실까요? 사실 공작님께서 놀라시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아가씨- 이 리본은 어떠세요?"
오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니가 다가와, 양손 공손히 들어올린 청색 리본을 내밀었다. 사파이어나 루비 같은 보석은 박혀 있지 않다. 금실로 수놓아져 있지도 않았고, 그저 시원한 청색으로 물들여진 보드라운 리본, 수수하다면 수수한 리본을 소녀는 들고 있었다.
//헐 세상에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게 바로 상대성 이론?!(아님) 에고고 오늘도 많이 덥던데... 햋빛 너무 뜨겁더라, 살 타지 않게 햋빛에 너무 직접 노출되지 말구! 나는 주로 실내에 있으니 걱정 안해도 돼! 선풍기도 많이 돌리고 있고 너무 더우면 에어컨도 틀어놓으니!
핫 티미 강도가 또 나타났나..! 제발 살려주세오 티미를 드리겠읍니다! 그런고로 오늘의 솔로몬 티미는 다음과 같다!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려면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해야 하고, 인간의 모습으로는 낼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있어! 그렇다고 해도 인간보다는 까마득한 수준의 힘이지만, 사실 이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솔로몬은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야! 이유는...히히 안알려줄거지롱!
아이니는 아우로라와 키 차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앉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우로라는 화장대 거울 앞 의자를 끌어당기고, 제복 치마를 정돈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보니 허벅지가 눌리는 기분이 들어 아우로라는 잠깐 시선을 내렸다. 졸업한 뒤로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 키가 크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크긴 했나 보다. 치마가 조금 짧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당장 기장을 늘려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우로라는 얌전히 있기로 했다.
"깜짝 놀란 뒤에 좋아하면 좋을 텐데요."
거울 너머로 신난듯한 오세를 보며 아우로라는 작게 웃었다. 그동안 꼬물꼬물 작은 손이 거울에 비치더니, 어느새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 아이니의 얼굴도 비친다. 아우로라는 제복을 향한 시선을 보다, 거울 너머로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빙그레 휘어 웃어 보였다. 제복이 잘 어울리려면 어떤 리본이 어울릴까?
"아이니도 참."
이렇게까지 말을 해준다니, 조금 부끄러운 느낌도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사교계에서는 이렇게 솔직한 감상을 듣기 어려웠으니까. 그나마 감상을 듣는다고 해도 금세 바쁘게 잊어야만 했다. 도취했다며 다른 쪽에서 헐뜯을 테니까. 아우로라는 그때의 압박감을 떠올리고는, 언젠가 아이니를 데리고 티타임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아이니는 아직 어리니까, 상처를 받지 않게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짧은 다짐을 이후로 아우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놀래켜줘야 할까?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오세!"
아이니가 리본을 찾는 사이, 아우로라는 고개를 휙 돌렸다.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활짝 웃는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아이들을 놀래켜줄 수 있고, 또, 정말 좋은 사람도 있는 곳이 아카데미니까. 당장 아카데미에는 아우로라의 동생이 머물고 있고, 사정을 알린다면 소네타가 가장 먼저 앞설 것이다. 소네타는 평민이고 귀족이고를 따지지 않아 용병단에서도 탐내는 사람이니까 잘 돌봐줄 테고.
"그렇죠, 영영 못 보는 게 아니니까요. 오세 같은 멋진 장난 스승을 둬서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일단은 오세를 믿고 그렇게 진행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아우로라는 장난에 그렇게 큰 소질이 없었고, 오세는 장난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이렇게나마 조언을 구하는 것이 나았다. 아우로라는 작게 웃고는 다른 조언도 구해보려 했다. 그래, 공작님도! 이번에 작은 장난을 쳤지만, 장난이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님의 놀란 표정은 어떨까? 짧게 고민했다. 공작님의 눈동자가 커지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멋질 텐데. 에메랄드처럼 반짝거리는 눈이 커다랗게 뜨이거나, 눈썹이 올라가거나.. 아우로라는 뺨이 화끈거리려 하는 것을 애써 참아보려 했다. "네, 공작님을요." 겨우 입을 연 아우로라는 오세의 귀로 시선을 옮겼다.
쫑긋거리는 귀에 잠깐 한눈이 팔렸을 때, 아우로라도 잠깐 고민하려다 허리를 세웠다. 아이니가 가져온 리본 때문이다. 아우로라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아이니는 알게 모르게 아우로라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면이 있었다.
"정말 잘 골라줬어요, 아이니. 제 마음에 쏙 드는 걸요?"
사파이어도, 루비도 없다. 오팔 같은 보석도 없다. 금실로 수를 놓지도 않았고, 단출하고 보드라운 재질의 리본. 아우로라는 황태자의 에스코트를 받고 연회에 나섰던 날이 떠올랐다. 탄신 연회. 그때는 온갖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했었다. 목이 깊게 파인 짙은 녹색의 드레스, 주렁주렁 달려있던 머리와 목의 장신구……. 그때의 묵직하던 감각보다 지금의 홀가분하고 소소한 이 리본이 더 소중했다. 아우로라는 보드라운 리본처럼 보드라운 미소를 완성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달아주시겠어요, 아이니? 오세도 곧 같이 갈 준비를 해요."
놀래켜주러요. 아우로라가 짓궂은 듯 아닌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상대성 이론..(아님) 8월이 지났는데도 너무 덥다, 으으! 나도 조심하고 있다구. 솔로몬주 안에서 있다고 해도 조심해야해~ 요즘 냉방병 무섭다구...😉 코로나도 무섭고 말이지...🙄 갑자기 또 코로나가 유행하네, 이번엔 확진 되고 싶지 않아.. 끔찍해..😬
(착석) 솔로몬..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한 능력 드래곤이었구나~!! 헉, 드래곤의 모습으로 못 돌아간다고...?? 으아악 나 결제할래!! 뒷내용 뭐야!! 8ㅁ8 으으.. 언젠가 풀리겠지...? 존버할 테야!!!😬
아우로라의 티미 아닌 티미도 풀어볼까~ >:3 아우로라는 약혼을 깨기 전까지 황태자와 각종 연회에 참석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화려하게 치장해서 지금의 치장과는 많이 다른 편이었어. 그래도 메이크업의 힘인지 안어울릴 컨셉도 열심히 소화했다구?😉 언젠가는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