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던 순간을 떠올리려니 상당히 힘드오. 그 당시의 모든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불분명하오. 기묘한 여러 감각들이 일시에 나를 사로잡았소. 그런 까닭에 나는 동시에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맡았소. 사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다양한 감각 작용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소. 조금씩 더 강렬해지는 빛이 신경을 압박해서 눈을 감아야 했던 기억이 떠오르오. 그렇게 눈을 감자 어둠이 몰려왔고,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소.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 눈을 떴고, 그때 내게 빛이 쏟아졌던 거였소.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中
그녀의 말이 백번 맞았다. 전혀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치 까만 제 모습처럼 어두컴컴한 ‘여행의 일부분’이라 봐도 무방한 사건이었다. 해와 달의 위치가 달라지고 빛을 받는 부분도 달라지듯 여행의 양음은 조화롭지 못했고 이보다 더한 일과 덜 한 일들이 수두룩해 다사다난을 이루었다. 벨리타는 이 사건의 뒤를 더 물어보지 않았다. 마무리 짓는 이야기를 순순히 따라와 줬다. 하지만 두 개의 선택지 중에 행복한 이야기를 골랐기에 그 사건의 뒷일을 얘기해야 했다. 과연 행복한 게 맞는지 의문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떠오르는 행복은 그것뿐이었다. 책장을 덮는 소리를 신호탄으로 삼았다.
“행복한 이야기는 바로 이어져요.”
*돈이나 뜯기고 이상한 설교로 인해 두통만 얻은 클리프는 신도로 추정되는 사람 하나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클리프는 이 부분을 강조했다— 수상한 건물을 나오려 했다. 독실한 건지 나사가 빠진 건지, 그들은 자신들의 신도가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순간에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을 연신 비벼대며 맨 앞의 동상을 향해 뭐라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클리프는 도대체 무슨 동상인가 하고 눈을 찡그려 살펴보고 있었는데 엉덩이를 걷어차인 신도가 자신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옷을 탈탈 털어 일어났다. 한 대 맞을 줄 알았던 클리프는 옆에 있던 양이 그려진 꽃병을 들었다. 여차하면 그걸로 때릴 생각이었다. 다행인지 뭔지, 신도는 앞의 대열로 이동해 합류했다. 멍해진 클리프는 저들이 외부인인 제게 정말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무사히 출구로 빠져나왔다. 정말 미친 집단이구나! 늦은 확신이었다. 한편 건물을 빠져나온 클리프의 양손에는 꽃병과 양이 눈을 감고 있는 조각상이 들려있었다.*
“세간에 이름을 알릴 정도로 유명한 악질 집단이라서,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에 열의를 보인 사람들과 거기에 불을 냈어요.”
불을 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음성의 말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의롭다?” 클리프가 살살 웃었다.
“그래도 건물 하나 죽었다고 완전히 소멸하진 않았어요. 워낙 곳곳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저는 거기에서 나온 돈만 가지고 타지로 갔죠. 한동안은 좀 편했고...... 행복한 이야기 끝.”
추천해주신 노래 다 들어봤어요! 김성규, 심규선 두 분 노래는 원래 좋아했는데 덕분에 신곡 나온 거 알게 됐네요 🥺 제가 또 매운맛 노래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시구... 힘차게 아침을 깨우기 좋은 노래예요 ㅋㅋㅋㅋㅋ 저도 다 잘 듣겠습니다~ 💃🕺🎶 또 답레 쓰려고 읽어보다 여쭤볼 게 생겨서요! 클리프가 불냈다는 건 단순히 건물만 탄 건 아니구 사상자도 있는 거겠죠...? 거대양 출현사건 듣고 레스 읽는데 여기도 양이 있어서 묘했네요 🤔
처음에는 의외의 소득이라 생각했다. 굳이 캐낼 필요까진 없다고 해도, 스스로 말해준다면 듣고 전후상황 정도는 파악하는 게 좋을 것이다. 신문에 난 기사들은 때때로 너무 짧고 단편적으로 서술되었을 뿐더러, 대부분이 미제 사건으로 남아 클리프의 존재는 거의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벌어진 일을 파악하는 데 당사자의 말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벨리타가 깜빡이는 눈짓으로 듣고 있음을 알렸다. 클리프의 이야기를 듣는 벨리타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갔다. 오히려 아무것도 듣지 못했던 때보다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행복한 이야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금 전 뱉은 제 말에까지 의심이 들었다. 그의 웃음에도 벨리타는 웃지 못했다. ‘정의롭다’는 말을 쉽게 반박하지도 못했다. 그들은 클리프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 타인을 해치는 일은 해선 안 돼.”
벨리타는 지금 제가 클리프에게 방관자 역할을 자처하라 권유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클리프는 별일 없이 빠져나왔다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접근해 비슷한 일을 저지를 게 뻔한 사람들이었다. 자책감의 뒷맛은 씁쓸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 다시 이질감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사람을 해치고도 그걸 행복한 이야기라 말하잖아.
“괴로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니? 악몽을 꿨다거나.”
벨리타가 보는 클리프의 얼굴은 그림자 하나 없이 말갛게만 여겨졌다. 그게 어딘가 기이하게 느껴지면서도, 일말의 기대감을 품게 했다. 옅은 한숨과 함께 입가를 쓸어내린 벨리타가 말했다.
도덕에 어긋나기 때문에 타인을 해치는 일은 해선 안 된다. 어쩌면 클리프가 공식처럼 외우던 말. 예전에는 이 한 문장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덕이란 대체 무엇이며,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의 범위와 보편적인 기준선은 어디까지인지가 알고 싶었다. 욕심이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그런 욕구들이 사그라진 편이라 한평생 답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물음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다만 새롭게 발생한 장애물은 세상을 불필요하게 많이 본 괴물의 눈이었다.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이리 만건곤한데, 타인을 해치는 일에 예외라고 없을까. 하며.
“......잘 모르겠어요.”
괴로움에 신음 토하며 몸부림친 경험도 아직은 무無. 편안한 심신으로 어딘가에 누워 꿈이나 꿀 팔자는 아닌지라 지금까지 꿨던 꿈들은 손에 꼽았다. 더욱이 꿈을 꿨다 하더라도 눈 번쩍 뜨고 나면 내용을 순식간에 망각하기 바빠 벨리타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했다.
“무서운 얘기는 싫은데. 안 할래요.”
이럴 거면 선택지는 왜 준 건지. 알다가도 모를 놈이었다. 무서운 얘기를 벨리타에게 건네면 그녀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바뀔 것만 같아 두려운 것인가.
판도라의 상자 아래에는 희망이 있다고 한다. 슬픔과 분노를 비롯한 모든 간악한 것들이 세상을 어지럽힌대도, 결국 밑바닥에는 어둠을 밝혀줄 빛이 하나 있는 것이라고.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이제 벨리타에게 그 이야기는 기만적으로만 느껴졌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아버렸을걸. 처음에는 그를 닮은 모습을 찾다가 이제는 인간성의 흔적이라도 잡아내려 애쓰는 제 꼴이 우스웠다. 정작 자신도 그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래, 네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됐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차라리 아무 말도 듣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클리프가 저택을 떠났을 때, 벨리타도 그곳을 떠나버렸다면? 그러나 이미 벨리타는 ‘영원’이라는 단어를 적은 편지로 클리프를 불러들였다. 그에 대한 담보로 제 영원을 내어놓고선.
“…얘기 끝났으니까 먼저 일어날게.”
벨리타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사이 내려다본 발목이 어디쯤 묶여있는지 가늠해보다, 이내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 했는데 예상 외로 엄청 여유있게 마무리했네요 ㅋㅋㅋㅋㅋ 넵 그래요! 클리프가 안경에 대한 관심이 높군요 🤔 도시 가서도 안경 낀 사람 보면 관심 보였을까요? 아님 오히려 사람이 많아지니까 인원도 늘어서 좀 덜 집중하게 됐나요? 사실 시간적 배경이 현대였으면 백퍼 블루라이트 차단안경 쓰고 일하는 현대인인 건데, 그런 요소가 다 빠지고 남은 안경은 신기한 물건일 수 있겠네요! 정말 드물게 끼기도 하니까 희귀한 모습도 맞구요 ㅋㅋㅋㅋㅋㅋ 벨리타는 오히려 그런 클리프를 신기하게 볼 것 같기도 해요.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
날이 바뀌는 타이밍에 갱신할게요! 클리프주 어제도 고생 많으셨고 오늘도 같이 파이팅해요 💃🕺✨ 선물 고르는 클리프 생각하니 귀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네요 🥲 이런 귀여운 모습과 가끔 보이는 천진하게 잔인한(?) 모습이 대비되는 면이 매력인 듯해요. 벨리타 선물은 두 개 놓고 고민중인데 결정은 일상 시작 직전에 하려구요 ㅋㅋㅋㅋㅋ 거의 한쪽으로 기울기는 했습니다 🤔
ㅠㅠ 항상 응원 넘 고마워!! 🥰 벨리타주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행복한 수요일 보내라 ✨ 🕺💃 앗 좋게 봐주니 고마울 따름.. ,, 🙇♀️🖤 눈물 닦을 휴지를 주고 싶지만 내가 벨리타 보면서 다 써버렸네,, ^^ 맘같아선 벌써 길거리에 -벨리타의 찐행복을 바랍니다- 표지판 들고 죽치고 있었어.. 아 클리프 선물 받으면 엄청 좋아하겠다,, 포장지 같은 것도 깊게 보고ㅠㅠ.. 그리구 클리프가 벨리타한테 주는 선물에 들어가는 편지는 그때 일상 끝나고 올릴게! (근데 이러고 내가 까먹을 수도 있거 ㅋㅎㅋ..)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벨리타의 찐행복을 바랍니다 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평생 과거에 매여 사는 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근데 사실 좋아하는 설정이긴 합니다. 종량제 봉투가 포근하네요 🙃 클리프 진짜 넘 귀여워요 약간 랜선조카 느낌으로 우쭈쭈하고 있습니다 🥲 편지까지 주다니 천사가 아닐 리 없다고 생각해요... 젤 궁금한 게 클리프가 감정을 못 배운 건지, 아님 아예 결여된 건지인데 시간 지나면 알 수 있을까요? 찐위로 해주는 날이 오면 그날이 바로 벨리타 석고대죄의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넌 틀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종량제가 포근하다니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종량제 봉투 안에 있는 사람과 그 옆에서 표지판 들고있는 이상한 사람.. 앗 클리프 새해에 돈 좀 만지겠는 걸 😎💵 일단 클리프 감정은 못 배운 거랑 아예 결여된 거, 둘 다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것 같은데.. 🤔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알지는 않을까 싶네!! 뭐 그게 진짜 머리로 공부해서 완벽하게 익힌 건지 자연스럽게 안 건지는 모르지만 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ㅋㅋㅋㅋㅋㅋ 석고대죄의 날.. 슬슬 클스마스 일상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둘이서 선물 사는 로그를 하나씩 올린 다음에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트리 꾸미는 일상을 돌리면 되는 건가?!
크리스마스 겨울풍경이랑 잘 어울리는 듯 아닌 듯 미묘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설날에 마음으로 풍족한 용돈을 보낼게요...! 앗 그렇군요 그쵸그쵸 세상엔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공부와 타고난 것의 비중에 따라서... 생각이나 행동에 따라서 석고대죄의 강도가 정해지겠네요. 일단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 절은 아니겠지만,,,) 클리프주 말씀대로 슬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그 아마... 잠들기 전에 올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해도 평일은 얄짤없어서 슬프네요 🥲......
삼 할 이상이 새까매져 가는 심지처럼 지금 이 거리는 연말의 독특하고 아슬아슬한 분위기에 흠뻑 절여져 있었다. 각자의 동행인, 또는 혼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은 낭랑한 조명을 받으며 여유롭게 목적지로 향했다. 클리프는 그 중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곤 잠깐 멍한 표정을 보이더니 앞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흑색의 머리에 여러 가지 조명 중 붉은 조명이 드리워져 마치 발화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집 근처에 있는 거리라고, 몇 번 본 적도 없는 이곳에서 클리프는 낯섦 대신 친근함을 느꼈다. 다만 그뿐. 어디에 무슨 가게가 있고 어디로 가야 어떤 길이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들은 무지했기에 주위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였던 클리프의 발은 점점 남들보다 느리게 땅과 만나기 시작했다.
——툭. 죄송합니다! 파도와 같은 인파에 제 몸을 똑바로 못 가누던 어린아이가 괴물과 부딪치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클리프 혼자서만 다른 박자로 걸었으니까. 어찌 보면 충돌의 원인은 클리프에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숨을 헉 들이킨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에는 거대한 사람과 충돌했다는 당황스러움이 역력해 조금이라도 더 건드리면 눈물이 방울방울 굴러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 아이를 가만 바라보던 클리프는 천천히 멀어지며 웃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다 사람들 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는 이상한 여운에 오랫동안 시선을 못 거두다 모친이 이끄는 손에 끌려갔다.
여전히 사람이 북적였다. 밑도 끝도 없이 어딘가로 들어가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근처에 사람 공장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실없는 상상이지만, 한 번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자품이 된 느낌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완성품들 사이에서 길을 쭉 가다 보면 수거함에나 툭 떨어지는 게 아닐까. 그러면 그녀도 날 찾지 못하고. 하자품 분해를 위해 행차한 차가운 기계는 탄생의 과정을 비틀어버리겠지. 그래도 그녀의 손으로 직접. 잡생각. 요즘 들어 영양가 하나 없는 상념에 자주 빠지는 일이 잦았다. 재빨리 머리를 털어 찝찝한 기운을 쫓아냈다. 들숨과 날숨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분명 이곳에는 사람 공장도, 수거함도, 차가운 기계도 없다. ‘그 손’으로 직접 몸이 갈가리 찢길 앞일 또한...... 없다. 보이지 않는다. 그 형태를 廢 마주하기 무서워 눈 부신 태양을 가리듯 손으로 급급히 가렸으니까.
변함없는 속도로 걷던 클리프의 눈에 안경줄이 들어왔다. 실내 구석에 걸려있던 걸 어떻게 본 건지 표정이 서서히 밝아지며 곧장 그 가게로 들어갔다. —수거함에 안와할 뻔한 신세는 면한 것 같았다— 벨리타가 안경을 쓰는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거라면 꽤 괜찮은 선물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가까이서 본 안경줄은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뽀얀 진주가 일정한 간격으로 장식된 것이었는데, 벌써 밀색 머리 위로 흔들릴 모습을 생각하니 기대가 부풀었다. 정신 사납다고 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도 아예 안 든 것은 아니지만 몇 분 뒤 클리프의 손에 푸른 리본이 묶여있는 회색 상자가 들리자 그런 생각은 거품처럼 빠져나갔다.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빛들은 별 같다. 한때는 바람에 작게 흔들리는 순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 같다 느껴졌고, 지금은 별이 자멸하고 남은 흔적이나 제구실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온 조각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 장식되어 다시 그 손으로 거두어지는 빛일 뿐이라는 건 모른 적은 없다. 벨리타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사람의 손으로 장식되어 다시 그 손으로 거두어지는……’ 생각이 지난 자리를 되짚어 보는 사이, 턱 아래 느슨히 묶어둔 줄이 풀리며 모자가 떨어졌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바쁘고 즐거운 사람들 탓에 벨리타는 떨어진 걸 주울 새도 없이 그곳으로부터 밀려나고 만다. 벨리타는 찬바람이 낯선 사람처럼 모자가 사라진 자리를 손으로 더듬어본다. 아니, 제멋대로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감추고 싶은 사람처럼. 불안이 어룽대는 눈동자가 인파를 살핀다. 어디 하나 찌푸린 사람이 없고, 가끔 천진한 웃음소리가 섞였다. 꼭 누군가 뿌려놓은 듯한 반짝임과 행복에 젖은 사람들에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더군다나 해가 지고 있으니 구태여 이곳까지 날 선 눈길을 보내진 않을 것이다. 벨리타는 그제야 안심하고 걷기 시작했다. 어느 가게의 창밖으로 새어 나온 빛이 지나간 얼굴이 파리하게 건조했다.
벨리타는 오늘 두 군데를 들렀다. 한 곳에선 장갑을, 또 다른 곳에선 연극 티켓을 샀다. 장갑은 사이즈를 고민하다 결국 큰 손에 맞춘 것을 샀고—자연스레 조금 더 작은 것과 큰 것 한 쌍씩을 사는 선택지는 버려졌다.—, 연극은 성탄절과 무관한 새해의 어느 날의 공연이었다. 성탄절 선물치곤 둘 다 엉성한 데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벨리타로선 별도리가 없었다. 일전에 클리프에게 말한 대로, 벨리타는 그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날 벨리타가 잘 안다 내세울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뿐이었다. 얼핏 찬란해 보이는 하늘의 빛은 그저 인공조명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혹은 진짜 별처럼 보이는 순간은— 종종 어둠 속에서 타인의 눈동자를 통해 보는 순간이라는 것.
넵 편한 마음...! 여기는 시간이 잠깐 멈춘 걸로 해요 ㅋㅋㅋㅋㅋ 의외로 당일이 제일 정하기 어렵네요 🥲 저는 말씀해주신 상황도 좋아요! 선물 산 시점이 크리스마스 이브였을까요? 밤에 같이 있다가 자정 딱 되는 것도 낭만적인 것 같구 ㅋㅋㅋㅋ 급하게 설정에 소리나는 시계를 넣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왔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깊은 숲속 외로이 있던 집이라 원래도 따뜻한 정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더욱이 쓸쓸한 분위기가 배가 된 것 같았다. 사람 하나 안 보인다고 이러다니. 클리프는 선물 상자를 소중히 든 채로 벨리타를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름을 크게 불러본다는 방법도 있었지만 혹시나 적막이 돌아올까 염려되어 직접 찾아 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적막. 부름 뒤에 오는 적막은...... 역시 좋아하지 않았다.
클리프는 열심히 걸어 다니다가도 슬며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턱 턱 멈추고는 했다. 이유는 없었다. 다행히도 멈추는 시간은 짧은 틈이었기에 저택 전부를 돌아보는 것에 차질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클리프는 가끔 이상행동을 보였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있지 않을 만한 곳을, 벨리타라면 더더욱 있지 않을 만한 곳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예를 들어 벽장 안. 침대 밑. 등등 괴물이나 유령이 산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곳을 평범한 장소보다 오래 보고 오래 생각했다.
십 분 이상은 흘렀을까, 그제야 이곳에는 사람이 없다고 클리프가 인정했다. 크게 난 창으로 보이는 하옇게 변한 숲이 클리프의 시선을 빼앗았다. 침엽수 사이로 짐승이나 사람, 또는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 경치였다. 명미했다. 그녀는 이런 경치를 좋아할까?
물처럼 흐르던 시간이 잠잠해진 후 클리프의 손에는 와인 하나가 들려있었다. 몇 시간 뒤면 크리스마스니, 날과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건지 선물 못지않게 소중한 보물처럼 와인을 옆구리에 끼웠다. 그대로 문 근처의 벽으로 쭉 향했다. 벽에 기대어 앉아서는 선물과 와인을 만지작거렸다. 놈의 머리 위 오른편에는 아까 적당히 영탄하던 경치의 창문도 있었다. 귀가를 기다리기엔 괜찮은 위치라고 클리프가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새카만 눈이 졸음에 진 것은 언제인지, 정확한 때를 알 수가 없었다.
선물만 사서 돌아가려 했던 벨리타는 애초에 마음먹었던 바와는 달리, 꽤 오래 시내를 돌아다녔다. 막 가게를 나온 직후 성탄절부터 연초까지는 주문한 물건을 빠르게 받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매해 있는 일이니 식자재나 생필품은 넉넉히 구비해 두었지만, 작은 소모품들까지 챙기기엔 어려웠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물건을 샀다가는 돌아가는 길에 곤란해질 테니, 최소한의 것만 살 생각이었다. 수도로 보낼 편지를 쓸 때 필요한 물건 같은 것말이다. 벨리타가 평범한 검정 잉크와 밋밋한 편지지를 골라 주인에게 내밀었다. 사실 골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주인이 간단한 셈을 거쳐 가격을 말했으니 이젠 벨리타가 돈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설 차례였다. 모든 일은 누군가 미리 짜놓은 연극처럼 매끄럽고 빠르게 지나갈 예정이었다. 벨리타가 주인 뒤쪽의 스노우볼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않았다면. 벨리타는 결국 그 스노우볼까지 사고 말았다. 물건이 담긴 종이봉투를 안고 가게를 나선 벨리타가 봉투 안쪽을 뒤적여 스노우볼을 꺼냈다. 빨간 지붕의 집 앞에 눈사람이 서 있는 모형. 작게 흔들자 위로 눈송이 같은 반짝이가 쏟아져 내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한 번 쳐다본 벨리타가 다시 스노우볼을 넣었다. 더 미적여서 좋을 게 없었다. 곧 상점들이 문을 닫고, 거리의 조명이 꺼지고 나면 이곳에서 별 같은 걸 기대하긴 어려워질 테니까.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열기 전, 벨리타는 익숙한 적막을 먼저 떠올렸다. 다시 클리프가 사라졌더라도 놀라지 말 것. 혹시 또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벨리타는 스노우볼에 눈길을 빼앗겼던 것처럼 잠이 든 클리프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조용히 서서 그를 바라보던 벨리타가 테이블로 향했다. 안고 있던 봉투를 내려놓고, 그 안에서 클리프의 선물을 꺼내 올려놓는 순간 벨리타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깃들었다. 그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정말 이상한 표정이었다. 그 이상한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깐 사이 그녀로부터 휘발되었다. 결국 벨리타는 평소의 그—피로와 무미건조함 사이에 있는— 얼굴을 하고 다시 클리프 앞에 섰다. 무릎을 굽힌 벨리타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그의 어깨를 짚었다.
흐어어ㅓㅓ억 맞다! 마지막에 트리는 보통 크리스마스 당일 전부터 두니까 꾸미는 일상은 못했어도 결과물은 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추가했어요. 말씀 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 꾸밈여부(?)에 대해 쓸 일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없는 게 나을 것 같으면 과감히 삭제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때엔 제 마지막 한 문장도 없는 걸로만 해주셔요...! 🙏
어깨에서 느껴진 손길보다는 귓가에 조용히 울리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잠긴 눈꺼풀을 여는 데 한몫했다. 어찌나 깊게 잔 건지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시큰거리는 통증이 함께했고 두 번째로 눈을 떴을 때는 사방 분간이 어려워 수십 번은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무심결에 놓아버린 와인은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신을 차린 뒤에는 이미 모든 신경이 상대방에게 쏠리고 모였으므로.
“아.”
참으로 얼빠진 말이 아닐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클리프의 머릿속은 조금 난잡했다. 벨리타가 지금 무슨 표정인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에 필사적인 것부터 시작해 그녀에게 줄 선물상자의 리본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까지. 다채롭지만 공통부분이 있는 생각들이 줄을 이룬 난잡한 머릿속은 삐걱대며 굴러갔다. 결국 최종적으로 나온 행동은 선물을 건네는 것이었다. 클리프는 반사적으로 선물을 든 쪽의 팔을 곧게 뻗었다.
분명 무슨 말도 덧붙이려 했지만, 트리에 걸린 조명이 계속 깜빡여 클리프가 하려던 말을 삼켰기에 열렸던 입은 천천히 다물어졌다.
꿋꿋...........!) 🥲🥲 벨리타주도 편안한 일요일 보냈으면 좋겠다 밥 잘 챙겨먹구,, 🍚 뭔가 가끔 하는 생각이지만 일대일 하는 참치들끼리 합의를 해서 서로의 캐가 만나면 재밌을 것 같어.. 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캐릭터끼리 손 꼭 잡고 만나는 기분이라 넘 기엽잖아..
벨리타는 클리프가 눈을 뜨자마자 어깨를 짚었던 손을 떼어냈다. 꽤나 깊게 잠들었었는지, 여러 차례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었다. 옆으로 무언가 굴러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벨리타가 무심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들고 보니 와인 병이었다. 다시 클리프를 보았을 때, 그는 완전히 잠에서 깬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선물을 사러 가겠다고 말하고 나갔으니, 아마 이게 그 선물일 것이다.
"…고마워."
벨리타가 상자를 받아 들며 말했다. 해야 하는 순간에 당연한 말을 뱉는 일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새삼 제가 클리프에게 얼마나 야박하게 굴고 있는지 느낌과 동시에, 그가 말한 ‘정의로움’을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벨리타는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 대척점에 있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언젠가 내가 빚어 만든 손으로 죽음을 맞는 날도 올까. 시선이 잠시 그의 손끝에 머물렀다. 한때는 죽음을 겁내지 않았던 때가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므로. 그러나 이제는 죽은 자들의 땅에 찾는 그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죽음이 두렵다. 혹여나 그 존재의 소멸에 제가 가담했을까 봐. 여기도, 그곳도 아니라면 나는 당신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시선이 완전히 클리프로부터 떨어졌다. 벨리타는 창문에 비친 트리의 조명을 보다 몸을 일으킨다.
"나도 선물을 샀어. 저쪽에 같이 가서 열어보자."
—일어날 수 있겠어? 물어본 벨리타가 잠시 몸을 숙여 와인병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비어버린 쪽 손을 쳐다보며 잠시 머뭇대다 클리프에게 손을 뻗었다.
덕분인지 밥 잘 챙겨먹고 편안한 일요일이었어요! 곧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 헉 생각해본 적 없는데 재밌겠어요 ㅋㅋㅋㅋ 처음 보는 사람들에, 배경도 제각각이니까 낯도 가리고, 어디에서 오셨나요? 하는데 서로 사는 곳 전혀 몰라서 다시 서먹해져버리기... 🥸 여러모로 귀여운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