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이미 도망쳐버렸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미리 도주로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인질들을 데리고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사라진거지? 온갖 부정적인 의문과 결과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알라스토르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체념한듯 사샤를 따라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고쳐썼다.
사샤가 살펴본 그의 표정은 차가운 냉정함만이 남아있을 뿐 어떠한 분노나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돌아가자."
그리 말하며 뒤를 돌아선 순간, 공간이 일렁이더니 흰색 가면과 망토를 걸친 자가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방심한 알라스토르의 급소를 노린 공격이었지만, 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일까?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연기로 이루어진 검을 뽑아들어 받아쳤다.
"그럴 줄 알았다. 사샤."
등을 돌리며 자신을 습격한 괴한을 바라본 알라스토르는 그녀에게 마지막 일격을 먹이라는 신호를 주려했으나, 어딘가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어린아이가 알라스토르의 허리춤을 붙잡으며 막아섰다.
"제발, 제발 용서해주세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그런 의문이 자리잡음과 동시에 그들이 바라보고있던 방 안의 분위기가 변했다. 마치 아까의 기계가 모습을 숨겼던 것 처럼 텅 비었던 광경이 이리저리 어지럽혀있는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구석에 숨어 떨고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건물 전체가 하얀 가면의 아츠로 왜곡되어 있던 것이었다. 마치 광학위장처럼.
하얀 가면이 붙잡고있던 인질로 보이는 아이들은 알라스토르의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애원하고있는 아이를 포함해 총 네 명. 그리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적은 눈 앞의 단 한 명 뿐이었다.
"그 모습은 리벨리온인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천쪼가리를 뒤집어쓰면 그 일원이 될 수 있지."
하얀 가면은 한 발 뒤로 물러서 검을 거두었고, 양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졌어. 그러니까 이 아이들 만큼은..."
가면의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그것도 젊은. 분명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거나, 그와 비슷한 무언가였을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라스토르의 알 바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