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뭐, 본인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말일세. 칼리는 중얼거리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고개를 슬쩍 젖혀서 묘하게 거만한 제스처를 아주 짧게 취해보였다. 시선을 피하는 스카를 바라보는 파르스름한 눈동자가 늑대와 닮은 눈매에 사라지다가 드러났다. 처음 봤을 때는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싫냐고 물어오는 것에 칼리는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찬다. 싫지는 않네. 칼리가 대답하고는 느물거리며 히죽이는 입매를 당겨올려서 미소를 지어보인다. 명백하게 넘어가준다는 스카의 태도에 대한 칼리가 대답대신 선택한 것이었다.
칼리는 스카의 눈을 가린 안대를 응시하면서 느물거리는 어조로 속삭였다. 장난스러운 미소에 느물거리는 태도로 칼리가 늑대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목을 감싸고 있는 스카의 팔을 물려는 것처럼 고개를 약간 숙였다. 스카가 피하지 않는다면 칼리는 장난치는 것처럼, 새끼 늑대가 어미 늑대나 아비늑대에게 하듯 앙하고 팔을 물려고 했을거고,
"자네가 그리 말하니 본인이 뭐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겠구려. 자네 말대로 그런 걸로 하도록 하겠네."
메딕은 스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도 한숨을 길게 내쉬었고 그런 메딕의 모습과 스카의 말을 들으며 칼리는 다시한번 더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찼다. 스카를 침대에 앉혀준 뒤 칼리는 자세를 바로잡은 뒤에 칼리가 스카의 발에 감아준 손수건을 풀어내고 발의 상처를 보는 걸 응시하며 팔짱을 끼려 자세를 잡았다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이보게, 정말로 가끔 있는 일인가?"
칼리의 질문에 메딕은 잠시 곰곰히 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가끔이라면 가끔이죠- 하고 대답을 해보였다. 스카가 치료를 받는동안 칼리는 의무실의 문과 가까운 벽에 서서 비딱하게 몸을 기대섰다.
괜찮다고 하니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어느새 문턱 앞까지 도달한 발이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은 상태로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이 멍하니 허공을 쫓았다. 대신 다녀와준다면 그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니 상대가 용케 얼추 맞을 옷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가늠이 정확하게 맞으리란 보장도 없고. 그런 생각에 결론은 거절로 귀결되었다. 그러니 간단하게 이유를 말하고 가버리면 상황은 해결될 터인데…….
"필요-…. …………하."
문제가 있다면 루이트폴트에게 이 짧은 사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픈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길더라도 세 마디 안으로 정리될 문장을 입 밖으로 내기조차도 귀찮아서, 내뱉는 소리라곤 허탈한 기색의 한숨 뿐이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묵묵부답으로 리타를 잠시 쳐다보다 멋대로 앞서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결코 알 리 없는 사정이었지만 리타의 걱정은 어쩌면 무색한 것일지도 몰랐다. 상대의 과실이나 예의를 따지기엔 루이트폴트는 지나치게 무신경한 성격이라, 지금의 상황에 아무런 감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대로 성큼 몇십 초를 걷다, 상대가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양새가 되자 그가 뚝 제자리에 멈춰서는 쏘아붙이듯 말했다.
"됐다니까. 입 아프게 하지 마라, 성가시게 뭘 그렇게 안절부절이야?
소심한 사람과 무신경한데다 말투까지 날카로운 사람, 이 조합에 있어 자신이 문제의 지분을 상당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눈치다. 툭 말을 뱉고서 그는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