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이래저래 정신을 차리고보니 여기저기 많이도 다쳐있던 오니였다. 익숙한 일이지만 이러고 나면 꽤나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야, 그만큼 에너지를 쓰고, 피도 많이 흘리기 때문이었다. 사무소의 치료는 굉장히 효과적이었지만, 그것이 소모한 에너지의 회복까지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에너지가 빠져나갈 구멍을 막는 것은 확실했지만.
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니의 뱃속에서 얼른 먹을 것을 넣어달라는 신호를 맹렬하게 보내고 있었고, 오니는 치료를 받고 있을 다른 동료들을 생각하며 근처에 가서 간단하게라도 배를 채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창을 지지대삼아 느릿하게 걸어간다. 치료를 받았지만,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얼얼해서 밥을 먹고, 에덴과 함께 살기 시작한 숙소로 돌아가면 뻗어서 하루종일 잠을 자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 ... 뭐먹지.. "
오니는 막상 문 앞에 서선 어디로 향할지 생각을 하다보니, 좀처럼 메뉴를 정하지 못해 고개를 좌우로 느릿하게 돌리다 한숨을 내쉰다. 고민하기 전에 어디든 들어가서 앉고 싶은 생각이 큰 듯 했다. 육체의 피로는 곧 정신으로도 이어지는 법이었으니까.
댕글거리는 종소리가 딸려온 말은 다분히 농조였다. 오, 물론 반쯤은 진심이었지만 말이다. 칭찬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꽤 귀엽지 않나.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
"포근한 친절을 참견이라 여길 이는 아무도 없어요, 칼리.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잖아요."
물론 아르고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넘치도록 많았다. 그러나 칼리, 당신을 친절하다 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친절하다 이를 수 있을까. 그만큼 당신이 따스한 이임을 말해주려 하는 것일 뿐인 것을. 스카는 눈치가 좋았다. 시선을 못 알아챌 리가 없었다. 참으려 했지만 키득거리는 웃음이 비죽거리며 새어나왔다. 예쁘다는 말이 예쁘다는 뜻을 담고 있듯이 포근한 사람이라는 말도 그럴 뿐일지언데.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칼리는 충분히 따듯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칼리의 농담에 돌아온 것은, 찰나의 고민 끝에 나온 진담이었다. 혹시라도 스카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아까 전처럼 고민의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일 테다. 무엇이라 말하면 좋을지 몰라서 말을 고르고 고르는 그런 모습 말이다.
"사람들은 질릴 정도로 많이 만나봤거든요. 칼리가 잘 모르면 제가 자주 말해주는 걸로 하죠, 뭐."
그리고 다시금 농조다. 옷자락을 살짝 흔들고 가는 바람처럼 가벼운 웃음이 뒤따랐다. 스카는 안다면 거절하지 말라는 말에 뭐라 답하지도 못하고 입만 꾹 다물었다. 입술이 톡 튀어나온 것이 할말은 많지만 참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애초에 들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많을리가 없지 않는가, 걸으라고 두 발이 있는 것이 사람인데 말이다. 들릴듯 말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도움에 고맙다고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가요?"
외려 당연한 것을 물었다는 것처럼 의아함을 품은 목소리였다. 의무실로 가면서 스카는 칼리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진지한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생각하기를, 어쩌면 자신이 배려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결론내렸다.
부상은 크지 않았다. 늑대 특유의 단단한 뼈대와 그 뼈대를 감싸고 있는 잘 단련된 근육들은 방패가 몸을 타격했을 때 유용하게 장기의 손상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크지 않다는 건 다른 사람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주관적인 판단이다. 창대를 휘둘러서 박살낸 얼음파편에 긁힌 상처들도 경미하다면 경미했지만 그또한 주관적인 판단이다. 경미하지않더라도 목숨만 붙어 있다면 치료를 받아 회복하는 건 어렵지 않기도 했으니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칼리는 숙소에 잠시 들러서 엉망이 된 셔츠를 벗어서 버려버리고 구겨짐 없이 깨끗하고 깔끔한 새 셔츠를 입고 하네스까지 착용한 뒤 털코트를 한번 털어서 어깨 위로 휙 걸친 뒤 숙소를 다시 나섰다. 포지션은 제쳐두고, 루포라는 것도 제쳐두고,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사용했다보니 극심한 허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성큼성큼, 늑대와 똑같은 걸음이 거침없이 걸어가다가 익숙한 뒷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렸다.
"이보게! 거기있는 아가씨!"
칼리는 입가 근처에 쫙 펼친 손을 대고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려는 제스처를 하고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괜찮다면 본인과 식사한끼 같이 할 수 있겠소?"
낯선, 처음 본 사람에게도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장난과 농담을 즐기는 성정이니, 익숙하다못해 친근한 상대에게 이런식의 장난과 농담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게다가 칼리에게 상대는 각별한 사이였으니까 당연했다.
사무소의 문 앞에 서서 어디로 향할지 머리를 굴리던 오니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선 굽어져있던 허리를 순간 곧게 편다. 그상태로 삐그덕거리며 고개를 돌려선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은 오니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리곤 자신의 곁으로 칼리가 다가오길 기다리다 놀랐다는 듯 주먹으로 칼리의 팔을 콩콩 두드린다. 물론 그 주먹질에는 힘이 실려있지 않았지만.
" ... 칼리, 놀래키면 나쁜 친구 "
오니는 안그래도 욱씬거리는 통에 움직임을 최소화 하고 있었는데, 칼리가 놀래키는 바람에 순간 온몸의 근육에서 통증이 전해졌는지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 역시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 혼난다는 듯 말한다. 물론 그 모습에선 혼내는 사람의 위엄 같은 것은 1도 보이지 않았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 .. 그치만 밥 먹는 건 괜찮아. 대신 메뉴는 칼리가 정해. "
오니는 간신히 통증이 다시 가라앉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곤 칼리에게 책임지라는 듯 말한다. 물론 통증이 일어나는 것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메뉴를 고르는 것은 오니에게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우에는 늘 에덴이 해주는 음식을 자주 먹었기에, 더욱 더 어려워진 상태였다.
" 칼리라면 맛있는걸로 고르겠지. "
이 말은 자연스럽게 칼리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말이라는 것을 오니는 잘 알고 있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일부러 말한 것도 있다는 것은 오니도 농담은 할 줄 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도나는 지금 잠옷 차림으로 숙소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어. 잘 시간인데 도나 방에 안 있고 왜 이러고 있냐면, 자세히는 모르지만 공사 아저씨가 오늘 도나의 방에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오늘만 다른 대원들 방에 가서 같이 자라고 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오늘 당직 서는 선배님한테 물어봤더니 오라클 씨랑 같이 자라고 방 번호를 알려줬어. 그래서 도나는 깨끗이 뽀독뽀독 씻고서 오라클 씨의 방을 찾는 중이야.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자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기도 하지만 오라클 씨는 도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신입이고 또 착하다고 했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에~ 여긴가...?"
도나는 오라클 씨의 방 앞에 멈춰서서 주머니에 든 사탕을 만지작거렸어. 이따가 선물로 줘야지! 아 참. 오라클 씨는 이 상황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