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서이현 너...! 소리 내서 말하지도 못하고, 오늘따라 얄미워 보이는 네 미소를 흘겨봤어. 귀여울 것 같다니, 잘 어울릴 것 같다니 하는 거 전부 장난치는 거지, 놀리는 거지. 뭐라 한 마디 쏘아주지도 못해서 한 번 흘기기만 하는 거야. 그리고나서, 벌써 씌울 준비는 끝났다는 듯이 토끼 머리띠를 쥐고 있는 저 손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뭘 어찌할 새도 없었어. 짓궂기 그지없는 네 인사에 흠칫 놀라서 멈춰버렸으니까. 너무해. 전부 다 너무해. 오늘같이 오전 부스 운영하게 됐다고 말 안 해준 것도,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도, 아까 한 말들도, 지금 이 인사도. 장난스럽게 웃고만 있는 네가 짓궂기만 해서, 얄미워, 짓궂어. 놀리지 마. 이 말들이 고맙다는 말 뒤에 따라붙을까 봐서. 고맙다고 맞장구치지 못하고 입술을 꼭 물어. 부끄러워서 속눈썹이 잘게 떨리는데, 네가 얄밉다고 한마디 못 하는 게 삐죽거려서, 눈꼬리가, 눈썹이 축 처지고 말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까, 전해질까.
"도아야, 쓸까? 쓰자!" 우물쭈물, 대답을 바로 하지 않아서 결국 머리 위에는 토끼 머리띠가 씌워졌지만, 알고 있어. 말리려면 말릴 수 있었고, 지금도 벗으려면 벗을 수 있다는 거. 네 인사 덕분에 빨개진 얼굴이 이 머리띠 탓이라고 말하려고, 장난이더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네 말에 조금 흔들려버려서. 그래서 쓰고 있지만, 그렇지만.
"...... 부끄러워..."
조그맣게 웅얼웅얼, 네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머리 위로 쫑긋 솟아있을 토끼 귀가 신경 쓰여서 손을 뻗어 구부려버렸어. 와이어 일부러 펴놓은 건데!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렇지만, 어디에라도 숨고 싶어서. 토끼 귀를 한 손에 하나씩, 그 끝을 살짝 쥐고 붙잡고 있어. 숨겨지지도 않을 테지만, 가리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거야. 그러다가 서야, 너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토끼 귀 사이로라도 힐끗거리면서 뒤늦은 한 마디.
"... 실밥 떼줘서 고마워."
그리고 궁금한 것도 한 마디. "부스 운영하기로 했었어?" 정말 궁금한 건, 왜 말 안 해줬어. 그렇게 물어보고 싶지만, 너랑 나랑만 아는 우리 사이에서만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 조금 삐진 거 같다고도 말 못 해.
째릿, 하고 퉁명스럽고도 가련하게 흘기는 네 시선 끝에 닿은 소년의 미소는 조금 처량한 빛을 띄었다. 네 눈빛에 담긴 그 얄궂음에 대한 하소연이 와닿은 모양이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미소를 거둘 수도 없는 게... 귀엽거든. 네가. 엄청.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너를 놓쳐버릴지도 몰라서. 이렇게 하지 않기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네가 이런 게 부담스럽다면 줄여야 맞는 건데, 너만 보면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나 바보가 돼버린 것 같아.
네가 토끼귀를 잡아내린 채로 힐끔거리며 질문하자, 이현은 너를 가만히 보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부스 운영 오전파트에 들어가 있는 걸 어제 봤거든... 조금 급하게 결정했어. 방송부 일 하느라 바쁜데, 반 부스까지 도와주려면 더 바쁘겠다 싶었고, 은정이 말로는 오전반 인원이 모자라다길래."
하며, 이현은 "어, 잠깐만. 여기 또..." 하고는 실밥이라도 떼려는 것처럼 네 옆으로 고개를 숙였다. 가만, 또, 또 짓궂은 장난을 치려는 걸까. 아니,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진짜로 실밥이 있는 걸까? 그러나 곧, 네 귓가에 소년의 귓속말이 나직이, 조심스레 전해져온다.
"그리고, 기왕 한 번뿐인 고등학교 2학년의 학교축제인데... 너랑 최대한 많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하고, 소년은 다시 고개를 들며 손끝에 쥐어져 있는 실밥을 톡 털어냈다. 그리곤 너를 바라보며, 앞뒤 없는 질문 한 마디를-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너한테 건네왔다.
네 말을 듣고 있으면 마냥 삐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떡해야 하나 고민했어. 내가 있어서 같이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누가 계속 삐져 있을 수 있겠어. 그래서 토끼 귀를 내려 잡고 있던 손가락 끝에서도 힘이 빠지고, 너를 얄밉다고 쳐다보던 눈길에서도 힘이 풀리나 했더니. 네가 다시금 내 옆으로 고개를 숙이는 거야. 네가 다시 실밥을 떼려 그러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흠칫거리는 거로는 모자라서 움찔거리기까지 했는데, 귓가에 흘려 들어온 네 목소리뿐이라서. 내가 있어서, 나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 왜 그런 말을 이렇게 장난치면서 하는 거야. 네 말 한마디에, 네 손짓 하나에 심장이 이리저리 뛰어대서 어지러운데,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여기서 다시 한번 말할 수도 없는데.
"아—니."
절대 싫지 않지만, 삐져있을 거야. "그럼 일하러 가자." 일하러 온 거잖아. 그치. 일하면서 보내는 시간도, 나랑 같이 보내는 거잖아. 머리 장식 때문에 앉아 있었던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구두 굽 때문에 조금이라도 너랑 가까워졌을까, 너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려. 일하러 갈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러다가 너한테 미움받아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멈칫 다시 뒤돌아.
"... 도와주러 와줘서 고마워, 이현아."
삐졌다고 해도,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쁜 것조차 숨길 수는 없으니까. 삐진 것치고는, 조금 수줍게 말했을지도 몰라. 내 생각을 해줬다는 걸 아니까. 그렇다고 안 삐진 건 아니라서, 일부러 이현이라고 네 이름을 불러. 이런 장난은, 약속했었잖아. 장난치고 싶으면 우리 둘만 있을 때 하기로 했었잖아. 잘 참을 거라고도 말해줬었으면서, 거짓말쟁이야. 조만간 너 때문에, 난 먹지도 않는 홍삼 사탕을 조만간 살지도 모르겠어.
그것은 장난이라기보단 소년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핑계도 없이 귀엣말을 하기에는 그도 조금 멋적고 쑥스러웠으니까. 태연하게 면전에 대놓고 해버릴 수 있는 이야기인데. 아니 애초에 이런 이야기 다른 사람한테는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나는 지금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남들이 내가 너에게 속삭이는 사실마저 감추어가며 이러고 있어. 이상해. 이상해. 이러다간 일하는 도중에 네 손목을 잡고 달려나가 버릴지도 몰라. 체셔 고양이가 앨리스의 손목을 잡고 도망가 버리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
그렇지만 네가 길게 죽 뽑아서 데퉁그라진 티를 팍팍 내며 아─니, 하고 매정하게 고개를 팩 돌렸을 때는 천하의 소년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나는 너를 보러 왔을 뿐인데... 네가 그 소년을 혹시나 하고 다시 돌아봤을 때는 그 소년은 (´・ω・`)같이 생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흡사 물벼락맞은 고양이가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표정이 되어버렸는데도, 네가 뒤를 돌아보며 나직이 건네주는 그 한 마디가 너무 따뜻해서, 소년은 얼굴에 껴 있던 수심이 와르르 벗겨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해사하게 웃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너한테 이런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게 네가 좋아서 그런 거라면, 난 어쩌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지만 네가 날 바라보며 쑥스러워하는 그 순간에는, 정말로 우리 교실에 우리 둘만 있는 줄 착각해 버렸는걸. 나 바보가 돼버린 것 같아.
그러나 그 말을 하지는 않고, 이현은 너를 따라 개점을 시작한 메이드 & 버틀러 카페의 일을 시작했다. ...다만, 손님이 어째 되게 많이 온다는 게 흠일까.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그것보다 극성스런 손님들과 같이 셀카를 찍어주는 일이 더 많았지만.
/ 일하는 중의 레스가 되어버렸는데, 도아주가 두 사람이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을 무난하게 넘겨버리고 싶다면 이현이와 도아의 시간이 끝난 시점으로 생략하듯이 넘어가면 되고, 두 사람이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하면 도아주가 그 사건을 써주거나 사건은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디어가 없다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머리를 굴려볼 테니까..
도아도 TMI라고 해야할까, 아직 장래가 없어. 뭐든지 일단 해볼까 하면 어느 정도 평균은 해내는 애매한 재능이 있어서, 딱히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고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된 것도 없어서... 그래서 도아한테 이현이가 더 멋져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TMI u.u!
아무리 귀여워도 삐져있을 거야. 네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린 고양이 표정을 지어도, 내 말 한마디에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따스하게 웃어도. 이제 조금 삐진 게 아니라 그냥 삐진 거니까. 하지만 삐진 티를 내고, 삐져있겠다고 생각하고, 뭘 할 필요도 없이 부스 운영이 생각보다 훨씬 바빠서. 특히 너는, 내가 너를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할 새도 없이 바빠 보였어. 카페가, 우리 부스가 바쁜 것도 네 덕분일 거야. 널 돌아보면 너한테는 일거리가 하나 더 있었으니까. 사진을 찍어준다거나 하면서, 론으로서도 일하고 있었으니까. 난 그럼 그저 눈도장만 콕 찍고 일할 뿐이야. 저런 일로 더 삐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쟤네는 이현이 진짜 키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러다가 들어온 손님들을 받아주고 나서, 또 괜히 네게 눈도장을 콕. 커플 한 쌍이 섞여 있는 듯한 손님들이었는데, 커플이어도 아니어도, 너에게 사진을 찍자고 하는 여자애들이 눈에 담겼으니까. 아무한테도 말 못 했지만, 아무도 모르지만, 나도 커플이야. 너희들이 사진 찍으려는 그 아이랑 사귀고 있어. 닿지도 않을 말을 마음속에 적어두는 거야.
그럼 이제 네게 눈도장을 콕 찍었으니까,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여기는 카페니까, 날 부른 이유는 당연히 메뉴를 주문하려 부른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손목이 붙잡힌 채로 이끌려서, 누군지 모를 남자애와 함께 휴대폰 화면에 나란히 담겨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 사진 좀 같이 찍자는 말에 든 생각은, 현이가 사진을 찍어주니까 다른 애랑도 그냥 찍을 수 있는 거라고 오해했나, 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