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을 불러오고 암석으로 내려치며 기온을 영하 수준으로 내려버린다. 캐스터는 소위 재능이라 불리우는 오리지늄 아츠에 정통한 유능한 마법사다. 이런 기상천외한 아츠들은 대부분의 상황에 때리고 베는것보다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는걸 캐스터들은 알고있다. 하지만 한 분야의 아츠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대에는 엄청난 고생이들며 그 본질을 깨우치는 것은 영원한 과제라는것 또한 알아야 진정한 캐스터라고 할 수 있다.」
리아가 부르는 소리에 친근한 콧소리로 대답한 에덴은, 리아가 갑자기 현관으로 성큼성큼 들어온 리아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리아가 고개를 젓다시피 꺼내어놓는 말들에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이던 하얀 머리의 소녀는 뭐라 반론을 하려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리아의 목을 싸안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중간에 리아의 손길에 잡아채이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하긴 했지만.
소녀는, 왈칵 넘쳐흘러 쏟아지는 리아의 거친 애정을 달게 받아삼켰다. 숨이 섞이고, 열기가 섞이는 결코 짧지 않은 순간이 흐르고서 리아가 입술을 떼어냈을 때에는 에덴의 핏빛 눈동자에 며칠 전엔가 보았던 것이 생각나는 열망이, 그렇지만 아직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는 순수하고 순진한 열망이 글썽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하얀 선이 늘어지는 것을 에덴은 한번 더 아랫입술에 입맞춰 떼어냈다.
"자기희생이라뇨."
달아오른 감정이 불러온 열기로 상기된 볼을 하고, 물기 비슷한 것이 일렁이는 눈으로 에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는 그저 언니가 사소한 것에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말했는걸요. 잠깐 안아주지 않는다거나,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거나, 언니의 롱코트가 조금 관리가 안 됐다거나, 언니가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잠깐 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 정도로 흔들거리기에는... 언니한테 갖고 있는 이 마음이 너무 강하니까. 그러니까 그런 것으로 불안해하면서 스스로를 좀먹지 말라는 뜻이었어요. 제가 언니를 사랑한다는 게 그런 결과를 불러오면, 전 정말로 슬플 테니까... 나는 리아를 사랑해요. 그걸로 족하잖아."
에덴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곤 리아가 목덜미를 있는 힘껏 깨물어 이빨자국 모양의 멍을 남기도록 두었다. 리아의 이빨이 뽀얀 살점을 파고들 때는 으읏, 하는 신음소리를 흘리고 말았지만, 그 신음소리에 담겨있는 것은 고통이라기보다는 희열에 가까웠다.
"들려요?"
리아가 이빨을 떼고 나자, 에덴은 눈을 감은 채로 아직도 뜨거운 리아의 손을 잡아다가 자신의 가슴팍- 쇄골뼈가 만나는 지점에서 조금 아래에 얹었다. 손끝으로, 박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안에 있는 이거, 당신을 향해서 뛰고 있어요. 언니가 그것을 알아주는 것... 그것뿐이면 돼요. 언니랑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무엇을 하며 좋은 추억을 쌓아가느냐는 같이 지내면서 조금씩 이야기해도 늦지 않으니까."
" 에덴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 뿐이라면 그건 걱정하지마. 아무리 서툰 나라도 에덴의 마음 정도는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 "
손 끝에서 전해져오는 에덴의 심장고동을 온전히 느끼며 잔잔한 목소리로 답을 되돌려준다. 자기희생이라던지 그런 것이 아니라면 다행이다. 그런 모습을 봐야한다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도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오니에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으로 자신을 좀먹고 무너져 내릴 오니는 아니었다. 단지 좀 더 그 부분에 대해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게 되긴 하겠지만.
" ...좋을대로 라고 말해도... "
오니는 에덴의 심장 고동을 온전히 전해받기 시작하자, 한순간 열이 올랐던 머리가 점점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눈에서 반짝이던 붉은 안광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고, 자신이 했던 일련의 과정 - 그러니까, 에덴의 새하얀 목덜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거나, 격하게 입을 맞추던가 - 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며 점점 홍조가 얼굴을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자각하고 난 후가 더 힘들다는 것인지, 오니는 한순간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자신이 저지른 흔적이나 다름없는 반짝이는 에덴의 입술이나, 이빨자국을 바라보다 눈을 꼭 감아버린다. 부끄러워, 무슨 대담한 짓을 해버리고 만거지? 오니는 이제 와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완전히 스위치가 내려가버린 모양이었다.
" ... 오늘은 에덴이 바라는 걸 듣고 싶어. 하고 싶은 것이라던지,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들이라던지... 그리고 에덴의 요리, 먹고 싶어. "
천천히 에덴의 가슴팍에서 손을 떼어낸 오니가 용기를 짜내어 에덴의 입가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지워주며 눈을 내리깐다. 아마도 몰려오는 부끄러움 탓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