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면 교전만으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스페셜리스트는 그것을 위해 탄생한 용병들이다. 이들은 작전에 있어서 원래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은신 및 기습, 혹은 갖가지 묘한 트릭에 정통함을 보인다. 다른 포지션이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들은 기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준다. 스페셜리스트의 그런 싸움을 육안으로 지켜본 혹자들은 신묘하다고도 비겁하다고도 말하지만, 다들 틀렸다. 이건 전투의 기본인 전술이다.」
"그러니까, 그게 어려운거라고. 너의 그런 설명은 어려운 말 2개 설명하려고 어려운 말 4개 더 늘리는거랑 똑같아."
직위니 성직자니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고. 종교는 이래서 문제다. 하나같이 직관적이지가 않아서 머릿 속에서 강제로 이해하는걸 틀어막는 기분이다. 그것이 아마 그들이 말하는 '신앙심'이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뭐, 나는 신앙심이 한 없이 바닥을 치는지라 뭣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걸지도.
"에...음.. 어려운 말이에요?" "노래부르듯 설명하면 다들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아닙니다) 하긴. 어려운 말을 내뱉으면 오라클 본인부터가 이해에 어려움을 겪으니 무리는 아니겠지요. 만경창파가 너의 발끝을 적시리라같은 고상한 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둥의 말도 안 들어먹으니..
" 조각케이크? 좋아. 나중에 실력이 좀 늘어나면… 마카롱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다. "
리타가 맥주캔을 식탁 위로 올리며 말했다. 마카롱은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메뉴라는데, 과연 그녀가 만들 수 있을까 싶지만서도…
" 그렇지… 사실 아르고에 입사하고 일 년이 지나서야 친구가 좀 생겼다니… 좀 웃긴가 싶기도 해. "
리타가 키득이며 웃었다. 처음 아르고에 왔을 땐… 정말 곤욕스러웠다. 그녀는 용병단이 처음이었고, 여차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업무 환경도 처음이었다. 누구 하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벅차 일주일 내내 입을 다물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아르고의 사람들이 착해서 정말 다행이었지, 음.
" …아, 그런가? "
리타가 제 눈을 깜빡였다. 보바가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물그럼 그런 사브랴를 보고 나니 장난기가 생긴 것일지, 사블랴를 조금 더 놀리고 싶어진 것이다. 조금 더 다정한 말을 해보면 어떨까와 같은. —사블랴가 단숨에 맥주를 비워내는 것을 보고선 그 마음을 접고 말았지만…
" 음, 놀러간다면… 쉐라그? 쉐라그는 일 년 내내 눈이 내린대. "
리타의 목소리가 어딘가 들떠있다. 리타는 눈을 좋아했다. 눈이 내리는 밤이나, 새하얀 눈밭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힘이 있지 않던가. 유난히 그녀가 깨끗하다거나, 순수해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탓도 있었다. 그녀가 느릿히 맥주캔을 기울였다. 그리곤, " …보바는 북극곰이라며? 가면 좋아하겠다. " 라는 농담을 덧붙이며 웃어보인다.
코트의 소맷자락에 뺨을 부비는 도나의 머리를 살살 매만져주던 오니는 자신의 말을 들은 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무어라 설명할지 망설인다. 말재주가 부족한 오니로서는 지금 자신이 고민하는 이유를 짧게 정리해서 들려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오니가 택한 것은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저 자신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곳 같아서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했겠지만.
" 시내 구경.. 도나가 즐거워보이니 괜찮은 것 같네. "
시내 구경을 하는 것이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는 오니로서는 잘 알지 못 했지만 도나가 이렇게 들떠있는 것을 보아하니 나쁘지는 않은 일 같았다. 그래서 오니는 가벼운 말로 도나의 장단에 맞춰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후배가 좋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좋은 일이 될테니까. 그러다 옆에서 꼬리를 살랑이며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도나의 모습에서, 오니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고는 잠시 숨을 멈춘다.
" 나라도 괜찮다면, 같이 들어가는거.. 괜찮은데. "
아직까지도 저 안에 자신이 들어가도 될지 자신이 없었던 오니였기에 제대로 확답을 들려주지 못하고, 그저 도나가 좋다면 같이 안으로 향하겠다는 듯 답했다. 그렇지만 애원하는 도나의 눈을 몇번이고 더 바라보던 오니는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내쉬며 팔에 매달린 도나를 데리고 디저트 가게의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노래를 불러서도 소통이 가능하니까요?" "나아가는~ 걸음에 서린~ 불꽃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들을 만은 하지만, 메세지 전달이라는측면에서는 부족하긴 하죠.
"비싼 거면...." 비싼 거라던가 기스난다는 말에 톡톡 건드리던 것은 멈춥니다. 그나마 오라클의 몸이 무지막지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던가 해서 손가락으로 구멍낸다는 그런 건 아니니 다행인가. 그런 거 가능할 인재가 이 아르고 에이전시에 존재할 것 같지만 오라클이 알기엔 아직 이르죠(?)
"네엡. 타올게요" 그리고 오라클이 타온 커피는 물 양의 조절을 실패해서 믹스를 두 개 더 넣어서 간신히 맛을 맞춘 대신 커피 세 잔어치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황천의 요리모양은 아니어서 다행이려나?
"성가 정도는 부를 수 있는걸요." "음... 가사가 어땠더라~" 실제로 부르려던 게 아니라 슬쩍 놀리듯 말해보려는 것이었으므로 부르진 않았지만. 여담으로. 저 나아가는 걸음이라는 노래의 뜻은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서린 귀화가 태워버린다는 살벌한 노래일지도 몰라요?(농담)
"제가 마실 거에요? 소장님이 마실 거라서 소장님 헬멧의 입 부분에서 빨대 튀어나오거나 트랜스포머같이 변형되는 거 기대하고 만든 건데." 아니 대체 뭘 상상한 거야.. 제대로 된 작전을 뛰어본 적이 없단 것에 맞아요.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달차라서 이제 조금씩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곤 있지만요." 그치만 보통은 한달에서 세달 정도는 수습이라고도 하니까. 그래도 의지가 있으면 투입될 수 있지요? 라고 묻듯이 말을 이어갑니다. 적어도 광석충 하나정도는 해치우는 게 가능했지요(엑칼과의 선관 내용 중 하나) 라는 생각으로 말하던 걸까..
"당장은 어려워도 나중에 꼭 시도해보자." 라며 리타를 바라보다가 머릿속으로 레시피를 떠올려본다. 머랭 만들기도 꽤 힘들고 반죽같은 것도 만들기 난이도는 높지만... 뭐 실패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생각하며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 사람은 다 친구 사귀는 속도가 다르니까, 웃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에 가까우려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친구 사귀기 어려워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지만 다행이도 지금은 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르고 사람들이 착한 덕도 있겠지만 본인도 노력했다는 거겠지.
" 그래. 부끄럽다고. "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손에 든 과자를 만지작거린다. 삐진 건 아니었지만 부끄럽게 만든 것에 대한 투정이었을까? 물론 기분 좋은 부끄러움이기는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