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터지게 싸우는 것만이 전략적 열쇠는 아니다. 메딕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치유라는 방법으로 싸움터에 섰다. 오리지늄 아츠는 공격적인 방식뿐만이 아닌 치유적인 방향으로도 발달되었으며, 메딕은 그 힘과 지식을 아군을 보살피는데에 사용한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의 지식이며 그렇기 때문에 메딕의 존재는 희귀하고, 이런 포지션을 도맡으려 하는 자들도 드물지만 절대 이들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싸움이 길어지며 기세등등했던 동료들이 점점 지쳐갈때, 결국에 찾는 것은 항상 메딕의 존재유무일것이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건 사람마다 다르다니까. 로우씨에게도 배울 건 많아요.." 지혜로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다른 걸까?
"많이 하지는 않아요." 하고 싶으면 하지만요! 라면서 할로윈 때 평범한 거 만들면 재미있어 할 것 같으니까 한다거나? 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맛보기 담당 정도는 가능하다는 말에 그럼 만들면 하나 정도는 드릴 수 있겠네요~ 예를 들자면 곰팡이핀 빵 같지만 블루베리빵이라던가. 시커멓게 다 타서 숯에 불 피워서 붉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징어먹물과 토마토소스를 써서 만든 짭쪼름한 피자빵이라던가..요?
"에.. 음... 완전 종교인...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요.." 네에네에. 전직.. 신관이었습니다아. 라고 말하려 합니다. 사실 실제 무녀였으니.. 지위를 잘 대조해 보면(물론 1대1 대응은 무리이기는 하지만) 카란의 성녀 같은 느낌? 지도자는 아니고 훗날. 을 기약하는 거였으니. 좀 다르겠지만서도. 그런 말은 하지 않으면서 방글방글 웃기만 합니다.
" 그럼 안 되는데. 수면 푹 안 취하면 내가 잔소리 할 거야. 수면 안 취하다가 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에게도 지장이 있는 거 알지? "
사블랴의 말투는 느릿했지만 어쩐지 잔소리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자신의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물론 맞다. 사블랴가 리타만큼 의지하고 있는 사람은 더 없으니까. 다만 그걸 제쳐두고서라도 리타가 걱정되었을까. 짱친이니까. 자신처럼 뭘 하느라 일부러 늦게 자는 거라면 걱정을 좀 덜겠지만 만약 불면증 같은 요인으로 늦게 자는 거라면... 어쩐지 걱정이 두배는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버렸다.
" 내 방이 좋겠지. 언젠가는 리타 방도 구경해보고 싶지만. "
농담스레 말하며 웃어보였을까? 실제로 구경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다만 리타가 입을 다무는 것을 눈치채고는, 반쯤 농담이니까 허락 안 해줘도 괜찮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굳이 파고들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파고드는 쪽이든, 그 반대든 간에.
" 네에네에 앞장 서겠습니다 누님. "
자신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겨울바람이 스치자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을까. 얇게 입은 리타를 한번 바라보더니
" 혹시 추우면 내 잠바라도 걸칠래? "
하며 가볍게 물어보는 것은 덤이었다.
사블랴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아지트의 숙소로 들어가 사블랴의 방으로 금방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블랴는 익숙한 듯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고는 문을 열며 들어와도 괜찮아. 라고 덧붙였다. 방의 안쪽은 깨끗하기는 했지만 군데군데 어질러진 곳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었다. 느긋한 성격이지만 나름 정리는 하고 사는 것일까? 사블랴는 가볍게 거실 식탁 위에 비닐봉지를 내려놓으며 리타를 향해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엄청나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았다. 오 입이 엄청 크네. 하긴 그러니까 그 음식을 한입에 넣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타당한 입 크기였기에 그렇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입이 크네. 웃는거 보고 알았어. 음식을 한번에 많이 넣는 비밀을 좀 알겠다~"
먹을때도 그렇지만 웃을때도 좋겠다고 말하며. 나는 기지개를 켰다. 뭐 졸리거나 그런건 아니고 그래도 음식을 먹었으니 운동삼아? 뭐 아무리 크기가 커도 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다리 하나를 먹었다고 배가 부른것도 아니었다만.. 하지만 이미 음식은 없는거 같으니 이따가 편의점이나 갈까~ 생각하던중.
"흠~ 괜히 실망하진 말고."
만약 요리가 입맛에 안 맞으면 이 뼈로 날 때리는거 아니야? 라며 나는 다리뼈?를 들고서 내 머리를 때려보았다. 뭐 이미 구워진거고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진짜 때릴 기세로 휘두르면 아프지 않을까? 아무튼 뒤로 새어버린 생각을 바로잡고 나는 농담이고 말만하면 언제 한번 만들겠다며 다시 웃었다.
"이야 진짜 엄청났다니까. 사람들이 너 대체 무슨짓을 한거야?! 라며 놀랐어~"
나는 그때 일이 생각나서 작게 웃음소리를 내고는 재밌을거란 이야기에 말없이 동의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혹시 어디서 직접 잡아오는건 아닐까~ 하는 뻘생각도 들긴 했지만 말하진 말자.
"뭐 남을 배려하는거니까~ 좋은거긴 하지. 하지만 나 자신을 억지로 바꿔서 배려하는것보단 내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나서 그 이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게 어때 그럼?"
만약 먹고나서 혼자 멀뚱멀뚱 보고있으면 그건 확실히 부담이니까. 그 후 어떻게 상대를 위할지라거나. 나는 그렇게 설명하면서 물론 타인을 위해 나를 바꾸는게 나쁘기만 하다는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흠.. 그래도 안면이 튼 사이도 아닌데 너무 참견한거 같기도해서. 일단 이 이야기는 잠시 멈춰두고.
"오, 뭐야~ 더 있었네? 아직 좀 출출하던 차인데."
나는 새로운 칠면조의 등장에 밝은 표정으로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아까 그 한마리도 혼자서 먹기에는 좀 많은양이었기에 내 기준대로 생각했지만. 아까의 속도로 보건데 이쪽이 정상이겠지.
리타의 대답은 조금 장난스러웠다. 그 말에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 특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곤란한 일을 겪는 것은 원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면… 리타는 사블랴의 잔소리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기에, 반갑다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으음… 조금 더 꾸민 뒤에 보여줄게. 내 방은 아직 구경해본 사람이 없으니까… 나중에, 제일 먼저 구경하러 와. "
리타가 나긋히 말했다. 그래, 조금 더 사람다운 공간을 만든 뒤에.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짐을 정리하는 습관을 버린 뒤에. 리타는 항상 제가 '갑작스럽게 부재'하는 상황을 걱정해왔다. 어떤 이유로 부재하게 되든, 남은 자신의 흔적을 처리하는 일에 누군가의 노동력을 소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차라리 남기고 가는 것이 적어야 주변인들에게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정말로, 그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게. 리타가 제 장난에 웃는 보바를 물그럼 바라보았다. 이제 그런 마음은 조금 버려도 좋지 않을까…
" 안돼. 그거 벗으면 너도 춥잖아. 감기걸려. "
앞장서는 사블랴를 따라 걸으며 리타가 대꾸했다. 요즘같은 날씨에 감기라도 들렸다간, 또 임무에 어떤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 물론… 평일 늦은 밤에 술을 마시는 것 역시 임무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긴 하지만. 맥주 한 캔 정도야, 뭐.
" 보바네 방… 생각보다 깔끔하네. "
리타가 장난스레 말하며 사블랴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사블랴를 따라 거실 식탁 위에 자신의 짐을 올린 뒤, 적당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깔끔하며 사블랴의 흔적이 보이는 방. 리타가 봉투를 헤집어 과자와 맥주를 꺼내들었다. 그대로 캔을 딴 뒤, 건배를 하자는 듯 살며시 팔을 뻗는 것이다.
" 잘 놀다갈게. "
리타가 웃었다. 가드 오퍼레이터들을 위하여! 라는 말을 곁들여도 좋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건배사를 붙일 만큼 활발한 성미가 되질 못했다.
적막속에 들려오는 물소리. 라샤의 움직임을 살피는 라이레이의 목소리에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입을 열었다.
"아니."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며시 들어올려진 그의 얼굴에는 헤실거리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평소의 시니컬한 모습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표정이지만 이것이 라샤가 술을 꺼려하는 이유중 하나이자 그의 술버릇이다. 괜시리 알코올이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몽롱해지는 감각에 얼굴의 근육을 주체할 수 없다나.
"그만 마실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지."
절대로 기분좋아서 짓는 미소가 아니었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상반되는 말투가 괴이하게 매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