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터지게 싸우는 것만이 전략적 열쇠는 아니다. 메딕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치유라는 방법으로 싸움터에 섰다. 오리지늄 아츠는 공격적인 방식뿐만이 아닌 치유적인 방향으로도 발달되었으며, 메딕은 그 힘과 지식을 아군을 보살피는데에 사용한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의 지식이며 그렇기 때문에 메딕의 존재는 희귀하고, 이런 포지션을 도맡으려 하는 자들도 드물지만 절대 이들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싸움이 길어지며 기세등등했던 동료들이 점점 지쳐갈때, 결국에 찾는 것은 항상 메딕의 존재유무일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가 그녀의 평소와는 다른 차림 때문이라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조금 장난기가 들어 일부러 살짝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 만나자마자 놀리다니 질이 나쁜게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뭐 어떨까. 친구 중에서도 가까운 친구 사이인데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야식 사러 왔지. 그러는 너도 야식? "
자신의 손에 들린 봉지를 흔들어보인다. 안쪽에는 과자나 맥주 따위가 비쳐보였을까.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씹을 것좀 사러 나온 것이었는데, 우연히도-
" 그러게 말야. 우연이라도 조금 신기하네. "
느릿하게 웃으며 말하고는, 잠시 하품하더니 고민하는 듯 리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 이왕 이렇게 만난 거 같이 먹을래? 숙소에 가든 아니면 어디 공원에 가든 해서. "
한번 고개를 갸웃하며 제안해보았다. 혼자 먹기도 조금 적적한 탓도 있고, 무엇보다 친구를 만났는데 바로 헤어지기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같이 오랜만에 이야기하면 즐거울 것 같기도 했고... 하여튼 여러가지 이유였을까.
“ 좋아, 미아구만. 사장, 경찰에 신고 좀 해주라. ” ” 니가 경찰이잖냐? ” “ 아 맞다 그랬지. 아무튼 청년. 어른한테 거짓말 하면 안된다고. 내가 보기엔 어디를 봐도 미아로 보여. ”
그녀는 길을 잃지는 않았다는 말에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카레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미아를 본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당신 나름의 사정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려는 듯 눈을 부라리면서 그릇을 조금씩 비워가고 있었다.
“ 단골이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그냥 카레가 맛있는 거지. 저기 봐, 사장은 못 생겼어도 카레는 맛있거든. 예전에 들은 걸로는 아마 아내가 극동 출신이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해서 저 얼굴에 아내가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하다니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서비스라며 풋콩을 두고가는 사장의 뒷모습을 향해 사랑한다며 러브콜을 보내는 그녀였지만 그가 다시 조리실에 앉아 신문을 펼치자 서비스는 이래저래 잘 나온다고 중얼거리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러다가 어딘가 이상한 점을 찾은 건지 조금씩 당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여자였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당신을 살펴보던 자세에서 벗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와서는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마치 정말로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맥주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나오는 조금 갈라진 옛날 노래가 어쩐지 말도 안되는 B급 코미디 영화와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미아는 아니에요..." "진짜로 미아는 아니라구요.." 나침반도 들고 있어서 길 잃을래야 잃을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사실 변명입니다. 그 나침반으로 길 찾으면 오버파워에요?(라는 생각은 농담이다)
"카레가 맛있어요?" 저녁으로 먹는 게 좋겠다고 기뻐하는 듯 말하고는 아내가 있었다는 주인을 보며 아내분이 가르쳐준 거려나.. 라고 생각합니다. 카레가 맛있다는 것에 그럼 카레 시킨 전 잘한 거네요. 라고 말하며 카레를 받아들려 합니다. 저녁을 뜻밖으로 해결가능해져버렸다! 그리고 로브의 후드를 벗고 카레를 뜨려는 순간 들려온 말에 얼굴이 살짝 발갛게 달아오릅니다.
"여..여자 아닌데여. 어..어어..어얼굴이 예쁘장하단 소리는 많이 듣지만요!" 목소리부터 바꾸고 그런 말을 해야 조금은 믿지... 한숨은 들릴 리 없으니.. 게다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인데 그걸 또 부인하니... 카레를 냠냠 먹으려 합니다. 어. 맥주를 시켜줬다면 오라클은 맛을 보고는 으엑. 거릴지도 몰라요? 맛이 없어? 일까.. 카레 맛에 맥주 맛이 덮이길 원하며 같이 먹으려나?
리타가 말끝을 흐렸다. 가벼운 장난인 줄은 알았으나 하필이면 재치있게 받아치는 재주를 몰랐기 때문이다. 리타가 어색히 웃었다. 그래도 사블랴와는 가까운 사이였으니, 그런 자신을 어련히 이해해주리라 믿은 것이다.
" 응, 괜히 늦은 시간 되니까 입이 좀 심심하길래… 과자나 좀 살까 해서. "
그녀는 봉투에 들은 과자와 맥주를 보며 대답했다. 그녀는 편의점으로 내려오며, 저번 과자 파티에서 먹었던 감자칩을 살까 고민했었다. 게다가 평소 술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었으나 감자칩엔 콜라보다 맥주가 낫지 않을까 싶어 맥주 한 캔을 함께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블랴의 손에 들린 물건들을 보니 그 역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녀가 작게 웃었다. 그러곤, 함께 먹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 그래, 같이 먹자. 어디서 먹을까… "
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리타가 편의점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원은 좀 추우려나. 리타가 짤막히 덧붙이며 과자 진열대를 살폈다. 진열대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자칩을 하나 고르고, 그대로 조금 더 걸어가 캔맥주 하나를 집어든다. 또 같이 먹으면 좋을까 싶어 한쪽에 진열된 육포 하나를 고르고 나서야 그것들을 전부 계산하는 것이다. 편의점 직원이 리타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봉투에 담기 시작한다. 리타는 그 모습을 빤히 보다가, 다시 사블랴를 향해 몸을 틀었다.
" 그냥 숙소에 가서 간단히 먹을까? 공원… 지금 가면, 하늘이 예쁠 거 같긴 한데. "
캔맥주 하나와 감자칩 한 봉지를 비우는데는 그닥 많은 시간이 들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홀로 적적히 목을 축이는 것보다야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이 낫지 않겠던가. 리타가 편의점의 문을 열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로 갈까?
미아가 아니라는 말에 그것도 당신과 같은 대답에 그래 아니니까 잘 있으라고 대답 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슴을 펴고 말하는 것은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그렇게까지 아니라고 하는 것을 파고 들 만한 끈기는 지금의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뭘 그렇게 놀라고 있어. 술에 취해서 잘 기억 안 나기는 했었는데 적어도 지금은 아니거든. 얼굴은…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골격이 다르잖냐. 좀 숨기고 싶으면 외골격 같은 걸로 몸을 갖추는게 좋을걸? 보이스체인저도 같이 쓰면 더 좋고.”
그녀는 김이 샜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당신을 살펴보았다. 당신이 하고 있는 말과는 다르게 육체적인 특징은 틀림없이 여성의 그것이었기에 그녀로서는 무어라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상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으나 그것은 분명히 당신이 정체를 숨기는 이유에 대한 것이리라.
“정체를 숨기고 싶다면 우리 사무소가 나쁜 선택은 아니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신원의 문제야. 숨기려면 제대로 숨길 수 있어야 한다고. …어때 카레는 먹을 만 해?”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비밀 이야기는 하더라도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가 지금 당장이라도 화제를 바꾸는 것이었다.
"사춘기.. 우... 사춘기는 이미 지났는걸요..." 사실사춘기라고 해도 무방한 게, 사춘기 시절에 일이 많았어서 그런 정신적 성장이 미묘하게 미완성상태일 테니까.. 말이지요. 그러나 그걸 인정하면 오라클일 리가 없다고요?
"외골격은 쓰는걸요." 그래서 키가 컸어요. 라고 말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보이스체인저라는 말에는 그건... 힘들 거에요. 라는 말을 하네요. 차라리 입을 빌려드린다면 빌려드리겠지요? 라는 이상한 말을 하지만. 입을 빌려도 목소리가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지..?
"어.. 네.. 먹을 만 해요." 저는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직접 요리하면 좀 이상해지지만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역시 황천의 요리같은 비주얼이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는 반대의 경우보다 있기 어려은 일을 하는 타입이지요. 화제를 돌리는 것을 아는 건지 로우씨는.. 요리를 잘 하나요? 라고 가볍게 물어봅니다.
"지옥의 곰팡이 파이처럼 생긴 건데 맛은 블루베리 파이 맛 나는 건 가능헤요." 대체 그건 무슨 요리냐.
키득 웃더니 리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어떤 식으로든 그저 리타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싶어했을 뿐이니 그런 어색한 웃음도 사블랴 본인에게는 만족스럽다고 느꼈을까.
" 저녁을 먹어도 왜 이 시간만 되면 배가 고픈지 의문이라니까. 그러고보니 너도 잠이 안 와서 깨어있는 거야? "
어깨를 으쓱이며 의문을 표하다가도, 작게 웃는 모습에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마주웃었다. 그나저나 리타는 왜 깨어있는 걸까. 단순히 자신처럼 늦게까지 핸드폰 보느라 깨어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궁금했을까.
" 이 시간이면 조금 추울지도 모르겠다. 공원으로 가기엔 조금 마이너스려나. "
이것저것 사는 리타를 따라다니며 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원도 운치있고 좋기는 한데 리타의 차림으로는 조금 추울 것 같고, 나도 두껍게 입고나온 건 아니라 좀 추울지도 모르겠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리타는 어느샌가 계산을 끝마쳤을까.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리타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 숙소로 가는게 좋겠지. 지금 좀 추우니까 공원으로 갔다가는 감기 걸릴지도 모르고. "
기지개를 쭉 펴며 편의점을 나섬과 동시에 말하고는, 내 숙소로 갈까? 리타 숙소로 가도 상관은 없는데 불편해 할 것 같아서. 라고 덧붙인다.
>>589 정말요.......! 선관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좋아요!!! °˖✧◝(⁰▿⁰)◜✧˖° 하지만 조금 할일이 남아서 자정 이후에 말씀을 드릴수 있을것 같아요. 실례가 안된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실수 있을까요? >>590 쭈왑쭈왑하기 좋은 볼이에요! 그래도 너무 오래 괴롭히면 물어요. 취급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