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터지게 싸우는 것만이 전략적 열쇠는 아니다. 메딕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치유라는 방법으로 싸움터에 섰다. 오리지늄 아츠는 공격적인 방식뿐만이 아닌 치유적인 방향으로도 발달되었으며, 메딕은 그 힘과 지식을 아군을 보살피는데에 사용한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의 지식이며 그렇기 때문에 메딕의 존재는 희귀하고, 이런 포지션을 도맡으려 하는 자들도 드물지만 절대 이들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싸움이 길어지며 기세등등했던 동료들이 점점 지쳐갈때, 결국에 찾는 것은 항상 메딕의 존재유무일것이기 때문이다.」
오븐 한손에는 주방장갑을 끼고, 다른손에는 팔뚝만한 무언가의 다리를 들고 있던 그녀는 가볍게 리듬을 타듯 하면서도 눈앞에 있는 것에는 용케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사무소에도 기본적인 도구나 전자제품들은 다 구비되어있고, 그걸 잘 쓸줄도 알았으니 곧 먹는게 남는거란 말이렸다.
이미 테이블에는 맛있게 잘 구워져 한쪽 다리를 빼앗긴 채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는 커다란 치킨 같은 것이 있었고, 같이 마시려 했던 건지 출처를 알수 없는 주류 한 병이 놓여있었다. 크기만 보아선 한사람은 커녕 네사람이 달려들어도 소화해낼 수 있을지 모르는 그것을 두마리나 준비하는 건 역시 파티를 위해서일까?
놀랍게도 아니었다.
"맛있어~♡"
그저 입 속에 한번 넣었다 뺐을 뿐인데 제 팔뚝보다 더 두꺼운 다리는 뼈만 남게 되었으니,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조금 멀리 떨어진 이들의 귀에도 들어올법했다. 아직은 그걸 들은 사람이 없는듯 보였지만, 혹시 모를 일이 아닐까? 굳이 노랫소리가 아니어도, 서서히 퍼져나가는 노릇바삭한 냄새로 알아챌 수 있으니까.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사무실 내의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요리를 하려는건 아니고 그냥 얼음물이나 마셔야지 생각했던것인데. 주방 근처에서부터 흥얼거림이 들려오고 있었으나 뭐 파티라도 하나보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고. 방해하지 말자고 생각해 살며시 주방에서 물이나 떠올 생각이었던 나는 충격적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다.
"개쩐다.."
치킨, 아니 칠면조인가? 커다란 다리 하나가 입에 들어갔다가 쏙 나왔을 뿐인데 뼈로 되는 진귀한 광경. 거기에 그 광경을 보여준이가 자신보다도 훨씬 작은 사람이었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앗, 미안.."
그러나 곧 너무 생각없이 말했다는걸 깨닫고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그래도 여자인데 너무 주의심이 부족했던거 같은데, 일났네.
과연 그녀가 주방에 아무도 안들어올거라고 생각했을까? 일단 결론만 놓고 보자면 부정이었다. 하지만 딱히 떠들썩한 날도 아니었고, 벌써 한마리가 완성될 정도인데도 어느 누구 한명 기척을 보인적 없었으니 그저 들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때 거짓말같이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아... 아하하하~ 안녕~?"
잠깐 어느 손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장갑을 낀 손으로 가볍게 손인사를 해보이다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는듯 바로 사과를 해오는 그에게 고개를 저으며 웃어보였다.
"미안할거 없어~ 사람은 어차피 먹으려고 사는 건데, 딱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잖아?"
의외의 부분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건 그녀의 성향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이는 걸까? 어느쪽이건 경계할만한 대상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다리한쪽을 떼내어 그에게 내밀어보였다.
"먹을래? 맛있어~"
지금 보면 그건 칠면조를 넘어 공룡 비스무리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커다란걸 어디서 구했는지도 알수 없었고, 하지만 그런걸 따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면 그걸로 충분했으니까?
민감한 사람이라, 확실히 그녀에게 있어 식사라는 것은 교양보단 생존, 목숨밥에 가까운지라 먹거나 즐기는걸 누군가에게 보여 불편해질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면 모를까, 그리고 그 사례는 지금껏 충분히 봐왔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앞에 두고 독식하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맛있는 건 같이 먹어야 더 즐거운 법이고~"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는 것도 아니었다. 기왕 먹는 거라면 더 엄선된 재료로, 더 많은 양을, 더 맛있는 조리법으로 먹고 싶은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본능 아닐까?
"에이~ 칠면조가 아니면 설마 타조겠어? ...근데 타조도 맛있어?"
확실히 제아무리 칠면조라 한대도 조금 오버사이즈이긴 한데... 과장 좀 보태서 그쯤이면 공룡고기라 해도 되지 않을까?
"음... 확실히 의외의 수확이었지? 지금 이 시즌엔 이정도 크기는 찾기가 조금 힘들댔나... 그래도 뭐, 그렇기에 더더욱 값진거 아니겠어?"
칼을 들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칠면조를 반으로 한번에 갈라내자 아직 남아있던 내부의 열기가 바로 빠져나왔다. 이윽고 그 절반을 입속으로 가져가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입 밖으로 나온 건 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뼈들. 그저 입안에 한번 들락날락 한 것만으로도 이만큼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