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터지게 싸우는 것만이 전략적 열쇠는 아니다. 메딕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치유라는 방법으로 싸움터에 섰다. 오리지늄 아츠는 공격적인 방식뿐만이 아닌 치유적인 방향으로도 발달되었으며, 메딕은 그 힘과 지식을 아군을 보살피는데에 사용한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의 지식이며 그렇기 때문에 메딕의 존재는 희귀하고, 이런 포지션을 도맡으려 하는 자들도 드물지만 절대 이들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싸움이 길어지며 기세등등했던 동료들이 점점 지쳐갈때, 결국에 찾는 것은 항상 메딕의 존재유무일것이기 때문이다.」
물러서서 다시 한 번 몸을 날려왔다. 이번에는 싸움터에 나선 전사의 눈을 하고 있었다. 깜지를 하기싫은, 물정 모르는 대원의 눈이기도 했고. 도미닉은 방금 받아두었던 단도를 세워 날아오는 단검을 막는다. 단순 막는것이 아니라, 단도의 매끄러운 면을 이용해서 흘린다. 그러면서 원을 그리듯 손을 움직여 날아온 속력 그대로 도나의 팔을 휘감는다. 그 다음부턴 묘한 움직임이었다.
"봐, 잡혔지."
눈에 보일정도로 막 부산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할 힘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다음 순간에는 도미닉은 이미 도나의 몸을 눌러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 마치 바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헛점에 걸리기 딱 좋은 이물질이 들어간 것 처럼. 그리고 도나도 그걸 몸으로써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도미닉이 생각하기에도 도나는 글이 잘 받는 체질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훈련으로나마 헛점을 직접 한 번 찔러줌으로써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으로, 스스로 자전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었다. 도미닉이 손을 풀었다.
"이건 CQB라는거야. 그저 익혀둔것 만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숙련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지. 너도 알다시피 대원도 아닌 내가 이정돈데 이런걸 몸에 배어두고있는 이 도시의 용병들은 어떻겠냐."
오븐 한손에는 주방장갑을 끼고, 다른손에는 팔뚝만한 무언가의 다리를 들고 있던 그녀는 가볍게 리듬을 타듯 하면서도 눈앞에 있는 것에는 용케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사무소에도 기본적인 도구나 전자제품들은 다 구비되어있고, 그걸 잘 쓸줄도 알았으니 곧 먹는게 남는거란 말이렸다.
이미 테이블에는 맛있게 잘 구워져 한쪽 다리를 빼앗긴 채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는 커다란 치킨 같은 것이 있었고, 같이 마시려 했던 건지 출처를 알수 없는 주류 한 병이 놓여있었다. 크기만 보아선 한사람은 커녕 네사람이 달려들어도 소화해낼 수 있을지 모르는 그것을 두마리나 준비하는 건 역시 파티를 위해서일까?
놀랍게도 아니었다.
"맛있어~♡"
그저 입 속에 한번 넣었다 뺐을 뿐인데 제 팔뚝보다 더 두꺼운 다리는 뼈만 남게 되었으니,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조금 멀리 떨어진 이들의 귀에도 들어올법했다. 아직은 그걸 들은 사람이 없는듯 보였지만, 혹시 모를 일이 아닐까? 굳이 노랫소리가 아니어도, 서서히 퍼져나가는 노릇바삭한 냄새로 알아챌 수 있으니까.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사무실 내의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요리를 하려는건 아니고 그냥 얼음물이나 마셔야지 생각했던것인데. 주방 근처에서부터 흥얼거림이 들려오고 있었으나 뭐 파티라도 하나보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고. 방해하지 말자고 생각해 살며시 주방에서 물이나 떠올 생각이었던 나는 충격적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다.
"개쩐다.."
치킨, 아니 칠면조인가? 커다란 다리 하나가 입에 들어갔다가 쏙 나왔을 뿐인데 뼈로 되는 진귀한 광경. 거기에 그 광경을 보여준이가 자신보다도 훨씬 작은 사람이었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앗, 미안.."
그러나 곧 너무 생각없이 말했다는걸 깨닫고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그래도 여자인데 너무 주의심이 부족했던거 같은데, 일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