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막과 신중한 사격은 언제라도 도움이 된다. 스나이퍼는 원거리에서의 지원을 통해 화망을 구성하는 사수들이다. 근거리 교전과 오리지늄 아츠가 주된 지금의 전장에서 스나이퍼의 존재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원거리 무기를 통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며 적의 공습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녔다. 이런 입체적인 전술의 폭은 다른 포지션에는 없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모두 충분히 전선이 갖춰진 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동료가 스나이퍼를 믿는 만큼, 스나이퍼도 동료를 믿어야한다. 이들을 대표하는 무장은 석궁이다.」
볼을 손가락 끝으로 긁적이며 오라클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은데... 나름대로는..?
" 신메뉴 개발 때 내가 널 안 불러주면... 그 땐 내가 직접 만들어줄게. "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라고 말하며 장난스레 오라클의 머리카락을 조금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으려고 시도했다. 강한 반발력이 있어서 쉽게 헝클어질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여튼 간에 신메뉴 개발할 때면 꼭 불러야 한다고 점장님께 말해두자.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 일단 로브 밟고 넘어지는 것 부터 멈추고선 말하자? "
오라클을 놀리려는지 살짝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 그럼 자주 만들어줄게. 어차피 너 말고도 다른 애들 것도 만드니까... 그런데 너 운동 굳이 필요해..? "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듯 말한다. 흉부 이런 이야기는 솔직히 말하면 신고당할 것 같으니 제쳐두고서라도 아직 운동이 필요한 몸은 아닌 것 같은데..
"단호한걸요. 진짜인걸요?" 그래도... 그렇게 다니는 동안 경고해줬으니까.. 가능했던 거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그렇...다면 용서해줄게요" 용서할 것도 없지 않았어? 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건 들릴 리가 없지요? 헝크러트릴 듯 쓰다듬으면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어버리는걸요. 라고 말합니다. 묶여진 머리 끝 부분이 좀 어지럽혀졌지만 가능 범위입니다.
"그..그건 외골격이 밟는 거지. 제가 밟는 게 아니.." 그렇게 변명해봤자니까 포기하고 그냥 입을 다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저 엄청난 말을 들었거든요." "진정한 서포터는 먼저 싹 쓸어버리는 게 진정한 서포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운동도 해야 해요." 서포터의 말을 어디서 들어먹은 걸까... 아니 진짜 서포터로 화해서 비구름을 내릴게요! 같은 게 되어버리면 안되잖아? 안돼! 장비를 정지. 이게 아닌데? 진지하게 오라클이 말하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한 거고.. 디버프를 끼얹어 주는 걸로 만족합시다.
리타가 어물쩡, 제 왼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신체에 단단히 붙어있는 살인의 증거를, 그 누가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녀 혼자만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은.
" 아… 아니에요. 류드라씨도, 예쁜 이름이네요. "
리타가 음료수를 받아들며 말했다. 김이 새버린 콜라는 근처 테이블에 올려둔 뒤, 곧장 여자가 건넨 음료를 홀짝이기 시작한다. 동족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이 대체 언제적이던가. 타지에서 만난, 그것도 '저와 같은' 동족과의 교류가, 리타는 퍽 신기하기만 하다.
" 아, 2개월 전 이시군요... "
리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타는 선후배라는 관념에 엄격한 편이 아니었다. 물론 저보다 높은 사람들에게는 그 대우가 깍듯했지만, 제 아랫 사람들에게 선배의 지위를 들이대는 타입은 아니란 이야기였다. 오히려 후배마저 선배처럼 대우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으리라.
" …꽤 오래 되셨네요. 그, 많이 힘드셨겠어요... "
사람들간의 대화란, 특정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그 공감의 폭이 넓어지곤 했다. 대화의 바탕을 쌓는 '공감능력'과 그 결이 다른, 진정으로 경험해본 사람이 내뱉을 수 있는 깊이의 말로 하여금. 그녀는 라테라노를 떠난지 채 삼 년이 되지 않았다. 인즉, 25살 때부터 아르고에 몸을 담은 처지였으니, 대략 22살에 그곳에서 도망쳐 방랑자의 삶을 경험했단 이야기였다.
" 살아남아있는게, 기적이죠… "
리타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이 어딘가 자조적이기도 했다. 리타는 공증소의 생태를 잘 아는 편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어떤 매뉴얼로 움직이는지를 알았고, 그것은 도주자의 삶에 있어 매우 큰 이점이었다. 적어도 목숨줄을 며칠 늘려주는 몫은 해냈으니 말이다.
" 네. 친하게 지내요 류드라씨. 그, 같은 '동포'니까…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
임무 수행에서 방해가 될 정도가 아니라먄 라이레이는 상태가 얼마나 안 좋더라도 참여했다. 만약 긴급임무에 불가피하게 참여하지 못 할 상태라면 장례비 정도야 지불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그런적이 아르고 와서 한 두 번 정도는 있을텐데... 그건 도미닉 탓이다. 일을 너무 많이 주는 도미닉 탓. 반쯤은 그걸 다 받아서 하는 자기 탓이지만 하여튼 도미닉 탓.
"사실 지금보다 더 근육 뺄 수 있긴 해."
머리에서 큰 무게감이 사라지자 머리가 바로 선다. 내장근육은 무리여도 골격근은 전부 아츠로 대체 가능하니까. 걷기는 물론 씹기도 가능하고 이제는 설거지나 빨래 널기도 아츠로 대체한다. 지금 있는건 최소한의 생존근육 정도일까.
"또 마카롱이다. 많이 가져왔어요?" 이 근방에 공사를 해서 사람들이 통행을 안 했나? 라고 생각하니까요. 생각해보니까 공사하면 나가지 말라는 사람이 많겠지.. 병 걸려! 라는 게 가능할 테니까.. 그리고 조종하는 게 자신이라는 말에는 유체공학적으로 옷자락은 예측하기 어려운걸요! 라는 것을 말하지만. 이미 틀렸어.. 변명이야..
"뇌근이 뭐에요..?" 잘 모르겠다는 듯 말합니다. 진짜 잘 모르는 모양이에요. 근손실을 두려워하고 프로틴을 사랑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리면.. 근육참치가 되어버렷! 그러고보면 참치는 대뱃살이 가장 맛있다니까 근육참치는 좀 싸려나.. 라는 헛소리를 생각하는 뒷사람은 퇴치되었다(?)
"그래도 운동은 필요하니까요." 적이 나타났을 때 머리채 잡혀서 달랑달랑 잡혀가면 큰일나요? 라는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을 말하는군요.
오늘의 임무는 완벽히 성공했다. 이제 4년차도 중반부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는 지금 오니가 참여하는 임무가 성공하지 않는 일이 오히려 드문 편이긴 했지만. 과거 사무소에 처음 왔을 때는 팀워크도 맞지 않고 노하우도 적어서 불안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던 오니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오히려 갓 합류한 신입들을 이끌고 임무에 나서는 것도 가능해졌으니까. 임무도 대성공, 신입들도 그다지 다친 부분은 없이 무사히 복귀했다. 다만.
" ...... 아파 "
너덜너덜해진 흰색 롱코트와 여기저기 무언가에 베이고 찢겨져 피에 젖은 새하얀 살이 드러난 오니는 절뚝거리며 사무소 복도를 걸어간다. 한해 한해 흘러갈 때마다 노하우가 쌓여 지휘 실력도 늘어나고, 베테랑으로서 모범도 보이고 있는 오니였지만 단 한가지 달라지지 않는 것은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드는 전투 방식이었다. 매번 임무 때마다 적의 상황이라던가 상성이라던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니의 광기와 함께 몸을 날리는 오니었기에 전투가 끝날 때면 늘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엉성하게 묶인 붕대들로 보아선 같이 나갔던 신입들이 어떻게든 응급조치를 해준 모양이었지만, 역시 그것만으론 부족해보였다. 오니는 절뚝거리며 걸어가면서도 이정도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도 임무가 있으니까, 빠르게 치료를 받고 푹 쉬어야 한다. 그리고 내일도 또 양손에 창을 쥐고 뛰어들겠지.
오니는 조심스럽게 어떤 문 앞에 멈춰서선 노크를 한다.
" ... 들어가도, 될까요? 치료, 때문에. "
물음을 던진 오니는 슬쩍 복도로 시선을 돌려선 자신이 흘리고 온 핏방울들을 보며 이따가 치워야겠다고 가볍게 머리 속에 적어둔다. 흐르는 피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리타가 음료를 한 모금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움, 즐거움이라. 잘 입에 붙질 않는 단어였다. 물론 류블라의 말처럼 많은 만남과 이별이 존재했다. 진정으로 삼 년간의 시간동안 단 한 번의 즐거움도 없었노라 말한다면 거짓일 것이다. 진정으로 삼 년간 불행와 고통의 연속이었다면, 그녀가 어찌 이 자리에 당당히 서있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 일련의 경험마저 성장의 비료로 삼기엔, 그녀가 너무도 나약했다.
" 네에…, 감사해요. "
리타가 수줍게 웃었다. 그리곤 여자가 소매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것을 물그럼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그녀에 말에 놀란듯 두 눈만 꿈벅이는 것이다.
" 어, 그래도 되나요...? "
물론 안될 게 어디 있겠는가. 이곳은 이단자들을 붙잡아 교정하는 공증소가 아니다. 그녀에겐 자유가 있다. 리타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곤, 류블라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네로는 의무실에 한가히 앉아 진료 기록 차트를 훑어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다녀간 의무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여러 번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었다. 리아 에미히. 네로가 앞으로 의무실에서 자주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야 걱정되니까. 고요한 의무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 너머에서 잔뜩 지쳐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무실의 문고리를 잡고 당겼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처참한 몰골의 리아. 유감스럽게도 그녀가 또 다시 찾아왔다.
"이런, 어쩌다가 이렇게... 빨리 들어오세요."
네로는 꽤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리아를 맞이했다. 아무리 자주 다쳐오는 단골이라 한들 이런 상처투성이의 모습엔 전혀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네로는 리아를 의무실 한 켠에 놓인 수술대로 이끌었다.
"여기 누워계세요. 치료 준비를 할게요."
네로가 의무실의 안쪽에서 의료도구들이 담긴 카트를 끌고 왔다. 그 행동이 꽤나 성급해보였다.
>>548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을 반기는 네로를 보며 잠시 고민을 하듯 눈을 좌우로 굴리며 고민을 한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정한 듯 천천히 자그마한 입술을 열며 의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 .. 늘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
오니도 자신이 꽤나 자주,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 1번은 출석을 하는 것처럼 의무실에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네로를 번거롭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네로는 오니의 몸을 걱정하는 것이겠지만, 오니의 사고로는 그저 귀찮게 만드는 것으로 인해, 네로의 기분이 상할 것만 생각하는 듯 했다.
" .. 네 "
이제는 익숙하기도 한 치료과정이었기에 머뭇거림없이 너덜너덜한 코트를 아무렇게나 벗어 옆에 내려놓고는, 코트와 다를바 없는 상태의 슈트 차림으로 수술대 위에 눕는다. 눕는 순간, 부상과 격한 활동으로 인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나른한 기운을 머그믄 눈으로 카트를 끌고 오는 네로를 바라본다.
" 내일도 움직일 수, 있겠죠? "
오니가 중요시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움직일 수 있냐 없느냐였고, 그것이 네로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네로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오니는 똑같이 다음날에도 몸을 던질 것은 분명했다.
리타가 곰곰히 말을 고르는 듯 하더니, 음료잔을 내려놓으며 작게 웃었다. 아르고에 들어온 이후로도, 리타는 그다지 재미있게 산 편이 아니었다. 구태여 금욕을 지킬 필요도, 입과 몸가짐을 조심할 필요도 없었지만, 진득하게 달라붙은 습관이란 좀처럼 떼어낼래야 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리타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음료캔 중 하나를 쥐었다.
" 정말,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어요. "
리타가 앞장을 서며 말했다.
" 조금만 걸어가면, 하늘이 되게 잘 보이는 공터가 있어요. 건물이 철거되고... 좀처럼 새 건물이 안 들어오는 부지인데… "
리타가 말 끝을 흐리며 당신의 눈치를 살폈다. —근데 아는 사람들은 아는 곳이라, 앉을 곳도 있고... 아무튼, 그렇거든요. 인즉, 잔잔한 펍이나 왁자지껄한 술집 대신 밤하늘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잔 이야기였다.
" 아니면, 이 근처에... 직원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 있긴 한데… 어떠세요? "
리타가 2층 계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며 물었다. 류드라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라는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