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924> 자유 상황극 스레 2 :: 1001

이름 없음

2020-11-15 00:13:19 - 2021-09-12 23:02:17

0 이름 없음 (/8xYPD6Tn6)

2020-11-15 (내일 월요일) 00:13:19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875 이름 없음 (xL715CzTfQ)

2021-09-12 (내일 월요일) 21:56:32

>>874
그녀는 자신의 태도가 실례라는 건 인지했어도 그로 인해 사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다. 당장 할 말을 생각하고 정리해서 입 밖으로 꺼내는게 고작인데, 상대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까지 신경쓰기에는 그녀의 의식에 여유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묻는 말에 겨우 대답하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바른 자세로 서 있던 그녀는 사내가 내민 떡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들었다. 무색, 단색의 소박한 시골떡과 달리 알록달록 색이 고운 무지개떡은 아직 말랑함을 유지한 채 손에 닿았다. 받은 그대로 떡을 든 그녀는 갈 곳 없는 시선을 떡이 담긴 팩에 향하고 있다가, 잘 부탁한다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보단 연한 보랏빛, 자수정빛 눈이 조금 위축된 기색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몇초간 머무르던 시선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며 대신 조용한 말을 내놓았다.

"저보다는, 여기 분들과.. 잘 지내시는게 좋을...거에요... 다들 친절..하시고, 좋으신 분들이시고... 전 타지 사람이라.."

일가친척은 고사하고 지인 한명 없는 그녀보다는 이웃집 할머니처럼 친절한 분들이 사내에게 도움이 될 거다, 라는게 그녀의 말의 의미였는데, 하도 드문드문 말하니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말도 아니니 아무렴 어떠냐고 생각하던 그녀는 집 정비 얘기에 다시 시선을 움직였다. 겉도 겉이지만 이제 이사왔다면 짐이며 청소며 할게 많겠지. 그녀도 이사온 당일엔 종일 짐 정리만 하다가 날을 샜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혼자라 별거 없을 거 같지만 혼자이기에 할 일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바쁘실텐데, 시간을 끌어버렸..네요. 제가.. 그럼... 저는 이만.."

그녀의 성격상 초면인 사람에게 도와준다던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가 시간을 너무 뺏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꾸벅이고 그 자리에서 물러서는 것 밖에 없었다. 그때서야 발도 뜻대로 움직여 천천히 사내에게 등을 돌릴 수 있었으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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