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애틋하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결국은 끌어안고 놓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그런 일들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알고 있는 경험은 한정적이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재주는 나에게는 없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나의 옛날 추억을 드러낼까 한다.
무식하고, 섬세하지 못하고, 배려심도 없어서 결국은 서로를 상처 입힐 뿐인 그런 어른이 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젊은 이들에게 여름이라는 것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질 소재일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부 계층에 있어서는 의외로 짜증을 유발하기만 하는 독 덩어리 같은 기간이기도 하다.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렇다. 기자, 듣기에는 좋지만 결국은 발품을 팔아서 남의 사생활을 캐는 직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는 에어컨이라는 것이 발명되어서 공장에 쓰이고 있다는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눈물이 날 뻔 했다.
여름은 쓰레기 같은 계절이다. 그야 평소에도 그렇기는 했지만, 이런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유는 하나하나 대고 가자면 부족할 정도로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정신 상태로는 병자의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었다. 마침 근처에 카페가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나 혼자 밖에 없으니 담배를 태우며 쉬기에는 딱 좋은 곳 이리라.
느릿한 발걸음으로 카페의 문을 열었다. 벨의 소리가 어쩐지 조금은 청량하게 느껴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모자를 대충 걸어둔 뒤에 바 테이블에 앉아 가방에서 파이프를 꺼냈다.
“…선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그야 여기도 장사를 하는 곳인데 사람이 있는 것 정도야 드문 일은 아니겠지. 애초에 정말로 나 혼자 쓰는 가게였다면 이미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야 커피 한잔을 시키고 네 시간은 있었으니까. 이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어느 쪽이든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할 것 같았으나 그래도 독단적으로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좋지 않겠지. 물론 사회의 기본 골자인 도덕적 관념이 아니라 자존심이나 회의주의적인 이해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기에도 좋지 않아서 나 스스로도 조금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기는 했다. 그래도 뭐 어때. 누구나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은 도덕심보다는 도덕을 채운다는 생각때문에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그런 생각은 필요 없었다. 이미 피로에 지쳐 있는데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 모습인 것 같지 않은가. 천천히 그리고 깊게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뱉어낸다. 다른 사람이 있다면 마약성분이 있는 것은 쓰면 안되겠지. 그 정도는 에티켓이지만, 여전히 이걸로는 정신이 또렷해지지 않았다. 30분에서 1 시간 정도는 정신이 멀쩡하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을 참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평소에 마시던 걸로.”
주문을 받은 사장은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다지 향취는 없었다. 그야 말로 싸구려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커피였지만 어쩐지 멈출 수가 없었다. 적어도 마약이 들어간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담배를 내려놓고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이런 곳까지 오는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잘하면 이번에는 조금 즐거울 만한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깊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은 뜻밖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대로 기자, 말을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그저 깊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손짓 하나하나부터 아름다운 머리카락. 그리고 눈동자. 그래, 눈동자. 교수형을 기다리고 있는 선지자와 같이 용맹하고, 심록의 비밀을 간직한 고목과 같이 굳건한 이상을 품은. 그 사람은 마치 꿈에 나오는 용사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꿈속에서도 그려왔던 동방의 멜빌, 그 사람에게 괴멸적인 정도의 사랑을 어지러운 마음에 그리고 부러움을 느끼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에 그려진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잊혀진 고대의 문명이 번영하는 모습과, 꺼져가는 오일 램프 같은 막연함을 느끼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공존이었으나, 이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귀함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있을 수 없었다. 약이 없어도 정신은 멀쩡해졌고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을 정도의 환희가 온 몸의 넋을 빼놓았다.
//// 시대적인 이야기가 조금 있지만 대충 비슷할 뿐인 평행세계라고 봐줘!!! 대충 20세기 정도? 마약의 위험성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수면제나 최면제같은걸 일반인도 왕왕 구할 수 있던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