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고 건전한 정신이 있음에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수 있는 것일지니! 홀홀홀~ (A-ZE) 선관? 선관 조취~~ 난 언제든 누구든 환영이요~ 그래서 과거사를 큰목적지 없이 애매하게 만들었으니까~ 이 비루한 조류나부랭이에게 친구가 생긴다는건 아주 좋은 일이요!
콜로서스가 들은 목소리들을 합성해 만든, 모두의 목소리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소리가 콜로서스의 육중한 오리지늄 신체를 울림통 삼아 울려퍼졌다. 반 오리지늄 나노방울 정상, 장갑재 정상, 방호복 정상. 당장은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뭘 하지? ㅡ 무계획 ㅡ 심심해!"
심심하던 콜로서스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오리지늄과 물질과의 상호작용은 불가하더라도, 힘을 발한해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콜로서스가 양손을 하늘로 뻗고, 그 손 끝에 오리지늄 내부의 알 수 없는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자기력이 일어나면서 오리지늄으로 만든 물건들이 든 상자가 끌려오고, 심지어는...
콰드득!
아츠나 오리지늄제 돌파장비를 방어하기 위해 내벽을 오리지늄 판으로 마감한 창고 격벽이 괴성과 함께 약간 뜯어져버렸다.
>>219 원래 평소 시니컬한 사람이 광기를 품으면 그렇게 치이는 요소가 아닐 수 없죠,,, ㅜㅅㅜ 저 광기 품은 아이들 매우 조아합니다
>>220 저 광기 품은 아이들 조아합니다222 헉 그러고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아브는 리타를... 싫어할까용...?! <<타천사>>
>>2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모델이라뇨 ㅠ~ㅠ 약간 천사 이미지에 검은 고리 + 날개의 대비감을 극대화 시켜보고 싶어서 외모 서술에 힘을 쫌 줘봤더니,,, (머리짚) 하지만 우리 소장님이 예쁘게 봐주신 건 매우매우 기쁩니다ㅎㅁㅎ... 뿔이랑 고리, 날개 때문에 모델은 못 하겠지만...
>>230 월급이 찰리라고???? 이거 중요하다. 오, 그것도 괜찮네. 소장님 왔는데도 '응, 어서와.' 함 해보고 시포요..... (해고당함) 요나카도 딱히... 다른 애들하고 경로가 다르진 않을걸? 한동안 임무에만 매여살던 애가 모처럼 자유로워졌는데 몸이 근질근질하니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단 느낌이야~ 아르고의 모토도 썩 나쁘지 않게 생각했고? 본인은 평범함을 표방하지만 소문을 아는 사람들은 괴물취급하다보니까, 그점에서도 '나 여기서 일하겠소.' 하는 느낌이 있었을 거야~~
헐 맞다. 이참에 시트스레도 다시 쭈욱 정독해봐야겠네. 크고 작고 귀엽고 멋지고 이쁜.... 불쌍한 사람들. 레 미제라블......
>>245 오너가 멋있다구 하면 캐릭터는 아~ 그렇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니 리타도 리아를 멋지다고 생각해야한다!! (아님) 아무튼 아무튼... 흑흑 슬쩍 다가와서 머리 쓰다듬어주는 리아언니... 마치 까칠한 고양이가 나한테만 마음을 열고 부비작 하는 기분이에요 이거... 넘 햄복해...
새는 둥지를 틀어 자기 몸을 뉘이는 법이다. 물론 그게 진짜 새라면 신체구조상 눕는다는 단어가 성립되지 않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없는 일이다. 소파에 잔뜩 웅크려 등을 기댄 그녀의 모습은 흡사 몸을 잔뜩 부풀린 작은 새 같아서 얼굴을 묻고 있는게 꼭 잠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농땡이를 피우는 것인가? 그건 딱히 아니었다. 임무라면 왜 없냐 싶을 정도로 루즈한 스케줄에 이제 익숙해질만도 했으니까, 더욱이 오늘은 그럴 날도 아니다.
그럼 진짜 낮잠을 잘 뿐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살짝 내놓은 눈은 아까부터 저만치에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생각해보면 오늘은 그 소장이란 양반이 온다 했나? 항상 머리에 쓴 헬멧이 이젠 정겨워보일 정도였다.
"생각보다 일찍왔네?"
주요인물이 왔음에도 계속 소파에 옹송그려있는 것은 그녀가 딱히 그럴 깡이 있는 것도, 짬이 되는 것도 아닌 그저 '많이 봐서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엑스칼리버나 롱고미니아드나 멋있는 이름들뿐인걸요. 그러고 보면 전부 다 아서왕이 썼던 무기들이네요 uu (동질감)
그 이외에도 산크타들만이 총기에 적성이 있는 이유는 오리지늄 아츠로 총을 작동시킬 때 총의 그 복잡한 메커니즘을 일일이 오리지늄 아츠로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아츠를 정교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종족이 산크타뿐이라서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문맥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는 헷갈리지만..
아녀 총 자체는 그다지 직위가 높지 않아도 자격만 있으면 산크타족 누구나 쓸 수 있어요. 라테라노 국민 대부분은 수호총을 들고 댕기기도 하구요 총이 비싼 이유는 위와 같은 이유도 있지만 그냥 속된말로 타국민애들 바가지 씌우는거에요 그래서 사실 라테라노의 총기는 다른 종족들에겐 병기라기보다는 일종의 부의 상징이나 기념품의 의미가 더 강하죠
>>284 넵 맞아워~ 정확히는 일일히 제어한다고 표현할 필요없이 그냥 방아쇠 누르면 나가는 수준이에요 제어하는건 다른 종족들의 일이죠 총기의 매커니즘, 탄약의 격발. 아츠의 흐름. 이 중에 무엇 하나만 잘못되어도 총은 터집니 그럼에도 쓰고자 한다면 쓸수있긴해요
그러고보면 소장이란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되는가 싶지만 그녀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높으신분이 1년 365일 24시간동안 대원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인력사무소 정도의 단체지 않은가? 동료인 대원들도 이에 익숙한지 다들 알아서 잘 해나가는 모습이었고, 딱히 체계가 빡빡한 것도 아니었기에 너무 긴장만 하고 있어봤자 좋을 건 없었다. ...지루한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 당직자씨가 누구씬진 몰라도 일찌감치 땡땡이를 쳐서 내가 대신 당직을 서고 있었으니깐,"
그가 간단하게 아는척을 하고선 들고왔던 골판지상자 안의 내용물을 그 앞에 쏟아내자 그녀는 그때서야 아, 하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못할건 없지. 초침이 몇번 돌아갔는지 세는 것보다야 나을테니까,"
다과회라도 열 생각일까? 그러고보니 오늘은 새로 온 이들을 위한 환영회를 열거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적이 있다. '슬슬 그럴 때도 되었지...' 하는 생각에 과자와 음료수를 보기 좋게 나름 종류를 맞추어 적당히 섞어두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강박증이라 느낄 정도로 균일하게 놓여진 테이블 위의 행렬이 군인들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열을 맞추고 있었으니, 역시 그 성격은 어디 안가나보다.
"그래서, 이건 또 어디서 공수해왔대? 바가지 쓴건 아니겠지? 아무렴, 우리 소장님이 노가다 뛰고나서 이런걸 급여 대신 받아올거 같진 않고..."
고마워요 귀여운 캡, 짱 귀여운 요나카주. 그럼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일상 해보는 걸로~ 그럼 질문 하나만 해볼게요. 명빵? 세계관에서 음식은 우리가 먹는 음식처럼 친숙한 모양새일까요? 뭔가 빵 종류가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젤리나 사탕 같은 간식거리도 있는지 궁금하구요.
부서진 격벽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다. 콜로서스의 무기질 신경회로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하며 더 뜨겁게 끓어올랐다. 누구냐고 묻는걸 보니, 일단은 적대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콜로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
콜로서스는 눈 앞의 인영을 내려다보았다. 오리지늄 공명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하니 광석병 환자는 아니고 그와 같은 하모나이트는 더더욱 아닌 모양이다. 콜로서스는 방호복 상태를 세번이나 더 점검하고 나서야 자신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었다.
"코드네임 귀요미. 본명 콜로서스. 아르고 에이전시 오퍼레이터. 오리지늄ㅡ규소 기반 무기질 자연광석에 기반한 유사지성체."
콜로서스에게는 입이 없었다. 하지만 오리지늄의 힘을 응용해 안속에 입력된 가청영역의 파장을 조합하여 음파를 만들고, 다이아몬드를 깎듯 세심하게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가공했다. 언어는 울림통을 따라 크게 울려서 상대에게 전달되었고, 콜로서스도 되물었다. 진중한 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도미닉이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소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귀찮은 일은 굳이 혼자 도맡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주제에 지금은 가장 복잡한 에이전시의 소장을 맡고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였다. 소장의 눈에 탁자에 거의 군사들이 열병식하듯 오와 열을 맞추어 자리를 찾아가는 과자와 음료수가 눈에 띄었다.
"오, 좋은데? 너는 꼭 이런거에 신경쓰더라. 무슨 군인애들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여기에 마침 요나카가 있는게 다행이라고도 느껴진다. 그러니까, 다른 대원이 아니라 요나카라서 다행이라는거다. 찰리였으면 분명 말도 안 통했을거고 귀요미는 애초에 손이 없으니까. 그나마 정리정돈에 일가견 있는 그녀가 지금 일엔 적임자였다.
"너희 이번 월급도 과자로 대신줄까? 이거 다 내 사비다. 너희 급여에서 조금도 더 까지 않은 내 사비. 그러니까 감사하면서 먹으라고."
어느샌가 소장은 정리에서 손을 완전히 때고는 소파에 몸을 삐딱하게 앉히고 있었다. 완전히 요나카에게 정리정돈을 일임한 것이었다.
"뭐, 근데 어쩔 수 없지. 그냥 칙칙한 분위기라도 살려볼까해서 시작한게 왜 이런 전통이 됐는지... 내 생각엔 조만간 과자때문에 이 장사도 접을거같다."
어려운 단어가 거대한 형체에서 흘러나오자 오니는 한순간 멍한 얼굴을 한 체 올려다 본다. 음, 그렇군. 오니는 마음 속에서 무언가를 되새김질 하더니 한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한번 더 베어물고 오물거린다. 오물거리는 동안에도 멍하니 올려다보던 오니는 입에서 오물거리던 것을 꿀꺽 삼킨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연다.
" 귀요미... 응, 알겠다."
정말 안건지, 아닌건지 모를 얼굴을 한체 작게 중얼거린 오니는 잠시 고민스러운 듯 남은 샌드위치를 바라보다 여러가지 목소리가 섞여서 들려오는 물음에 자그마한 입술을 연다. 오니 특유의 송곳니가 살며시 보일 정도로 크게 벌어진 입술 틈에선 조금이나마 확신이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나는 리아, 코드네임은 롱고미니아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라 그런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 오니는 일단 거대한 형체에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는지 단창 근처에 가져가두었던 손을 거둬들이곤 머리를 쓸어넘긴다. 검정색 머리카락이 비단처럼 부드럽게 넘겨지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두개의 붉은 눈동자가 올곧게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탄생. 테라 표준 시간 계산법으로 인정받는 1초를 세슘 133 원자의 바닥 상태에 있는 두 초미세 준위(準位) 사이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9 192 631 770 주기의 지속시간으로 삼는 방법에 의하면 4년 전. 발견 및 명명 1년 전. 아르고 에이전시에서 전력화, 2주."
콜로서스는 그렇게 말했다. 모든 것에는 기준이 필요하고, 자신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말하는지도 역시 중요하다. 콜로서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거대한 몸집을 움직여 뒷걸음질쳤다. 1톤에 가까운 덩치가 발걸음을 놓았다 떼자 쿵, 쿵, 하고 지축이 울리는 소리가 리아의 근처까지는 충분히 갔을 터다. 콜로서스는 그 자리까지 물러난 뒤 리아에게 왜 자신이 물러났는지 설명해주었다.
"오리지늄 광석. 탄소기반 유기체의 생명활동으로 정의되는 세포간 상호작용 방해. 확인된 질환, 비가역적인 시각, 청각, 후각 상실, 비가역적인 유전자 손상, 기형아 출산, 백혈병, 암, 세포분열 정지, 심정지, 다발성 장기부전 등 생명활동 정지시킬 위험 있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울림통이 크게 울리면서 리아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아르고 에이전시의 전력보존 및 공공선을 위해, 최소 5m 거리를 권장함 ㅡ 살고 싶으면 떨어지라 이거지!"
"냅둬~ 소장님한테도 연락 안한걸 보면 어지간히도 급한 일이 있었나보지. 군대였으면 바로 영창감이었겠지만,"
그를 포함해 누군가는 착해빠졌다 말하겠지만 그녀에겐 이것 또한 시간죽이기나 마찬가지였다. 말마따나 멍청하게 당직자 대타를 뛸 시간에 밖에 나가서 오리지늄 조각 몇개 쥐어들고 공기나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건물을 비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녀에게 있어서 이곳은 집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을 지킬 개도 있어야겠지. 물론 그녀는 새지만,
"진짜 군부 소속이었던 애들이 그런말 들으면 슬퍼할걸? 난 평범한 용병나부랭이일 뿐이야.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게다가 기왕 놓는거 보기좋게 두는게 좋지 않을까? 그녀 스스로는 평범함, 대충을 고수할진 몰라도 일까지 대충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슨 일을 맡기건 너무 멀쩡하게 해와서 문제일뿐,
"그건 좀... 그리고 이정도는 상사 위치에서 직원들도 써먹고 하는 거야. 소장이 이정도로 해주는데 대원이라고 과자 하나 못사올까봐?"
삐딱하게 소파에 앉은 그가 꺼낸 말에 잠깐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다 다시 정리를 시작했다. 과연 몇명이나 모일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파티중 뒤늦게 들어올 사람도 있을테니 넉넉하게 챙겨두는건 당연했다.
"그게 또 아르고만의 특징 아닐까? 너무 무르지도, 그렇다고 각박하지도 않은 환경이니까. 그렇다고 장사 접을거같다 해서 무지막지한 일거리 하나 들고왔다가 치료비가 더 나가도 곤란한데?"
콜로서스의 말을 오니는 멍하니 들었다. 제대로 이해한 것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멍하니 콜로서스를 올려다보던 오니는 머릿 속에 맴도는 콜로서스의 말을 어떻게든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게 조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간추리고 보니 머리속에 남는 것은 ' 4년 전 탄생, 발견 1년 전, 에이전시에 2주 전에 전력화' 라는 한 문장이었고,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다시 빛을 되찾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갑자기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물러서는 것을 보며 다시금 고개를 기울인다.
" 위험하다는거구나. 그렇지만 우리 에이전시 소속이라는거. "
얼추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뿌듯함을 담은 눈으로 콜로서스를 올려다보며 말한 오니는 이내 잠시 말을 고르는 듯 빈손으로 뺨을 매만진다.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리며 어떤 말을 할지 고른 오니는 팔짱을 낀 체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 내가 귀요미의 선배야, 선배. 귀요미 - 선배 알아? "
자신만만하고 들뜬 목소리와는 다르게 덤덤한 무표정이었지만 아무튼 신난 감정을 담은 목소리로 말한 오니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 이렇게 혼자 있으면 외롭거나 하지 않아? 그거 괜찮아? "
선배라는 입장에 선 오니는 후배를 챙길 마음이라도 생겼는지 조금 남은 샌드위치도 잊은 체 걱정스런 물음을 던진다.
선배라. 대충 무슨 개념인지는 안다. 먼저 들어오면 선배. 늦게 들어오면 후배. 하지만 콜로서스에게는 어디까지나 그런 개념이 있다 정도였지 그렇게 와닿는 개념은 아니었다. 콜로서스는 리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대충 선배가 후배를 챙겨준다니 자기도 그러고 싶은 모습이었지만 콜로서스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가오는 걸 어쩌랴. 콜로서스는 나중에 이 사람이 오리지늄 중독에 의한 급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거나, 평생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면 소장에게 어떻게 자신이 아무 과실도 없는지 설명할 방법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알고 있다ㅡ알아ㅡ그런데?"
대답하는 콜로서스의 목소리에는, 진중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방금 대화를 나눈 리아의 음색도 흘러들어갔다. 좋게 말하면 합창이요, 나쁘게 말하면 통제되지 않은 공론장의 고성 같은 소리로 대답한 콜로서스는,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외롭다, 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외로우려면 일단 혼자 있거나 혼자 있지 않더라도 주변과의 상호작용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외로웠는가? 그것 역시 인간적인 개념이었고 콜로서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오리지늄 창고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도 오리지늄의 매우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하고 흥미로운 특질이 콜로서스에게 계속 탐구거리를 던져주었기에.
"이제 1년 되어 간다고 모르는 소리하네. 요즘 용병들이 격식을 얼마나 차리는데. 저번에- 어디더라, 시라쿠사쪽 용병단이랑 마주친적 있었는데 무슨 작은나라 군대 수준이더라. 호박에 줄 긋는다고 뭐가 어떻게 되나. 뭐, 너가 그렇다는건 아니고."
소장은 태연자약하게 말을 이어간다. 그 말에서 용병단장으로서의 경험이 묻어났다. 이래봬도 아르고는 7년 정도 되었고 잘 알 수는 없지만, 소장이 이렇게 작게나마 사설경비업체를 꾸릴 수 있는 것도 분명 어떠한 끗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하 PMC는 요즘같은 세상에선 레드오션이나 다름 없었다. 그 가운데에서 버젓이 살아남을 수 있는것도 나름의 노하우가 작용하는 까닭일 것이다.
"얼씨구. 그럼 다음에는 너희들끼리 돈 좀 모아서 해봐라. 나는 이제 손 땔란다."
그는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면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지만, 그 말과는 달리 매번 대원이 조금 생겼다 싶으면 대원들에게 아무런 언질 없이 갑자기 제 돈으로 과자를 사와 신고식을 여는 것이었다.
"치료비는 상관없어. 그래서 그 사이비 병원네랑 계약 맺은거니까. 지금까지 아르고가 망하지 않고 있는것도 그거때문이지. 너희 치료비를 나 혼자서 어떻게 감당하냐."
사이비 병원이라고 하면, 아르고와 계약을 맺고있는 그 의료시설을 말하는 걸테다. 어떻게보면 요나카가 여기에 있는 것도, 그 외의 다른 대원이 여기에 있는것도, 아르고가 아직까지 유지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계약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아르고 에이전시는 전 세계의 별종들이 모인 아지트가 되었지만 말이다.
"차라리 잘 됐어. 사실 감염위험 때문에 너희들 작전보내는것도 뭣했는데 그쪽은 적어도 조치라도 취해주니까."
선배와 후배의 개념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콜로서스의 말에 더욱 눈이 반짝이는 빛을 되찾으며, 오니는 정답이라도 찾은 것처럼 힘껏 주먹을 쥐어보인다.
" 선배는 후배를 도와줘야 하는 법이야. 여기 와서 매년 그랬어. 지금도. "
하지만 외롭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콜로서스의 말에 다시금 팔짱을 낀 오니는 고민에 빠진다. 좀 더 쉽게,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지 않을까. 자신이 다른 사람들처럼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상념에 젖던 오니는 이내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는 듯 다시금 자신감을 충전한 표정으로 콜로서스를 바라본다.
" 귀요미, 귀요미는 혼자 있는게 좋아? 다른 누군가랑 이렇게 이야기를 자주 하는게 좋아? "
중간 중간 말을 올바르게 이어나가려는 듯 짧게 짧게 끊어서 말을 이어간 오니는 말을 마치고는 조심스럽게 콜로서스의 눈치를 살핀다. 자신 딴에는 최대한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밀접할법한 말을 꺼내본 것인데 올바르게 콜로서스에게 전달이 될지는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 외로움이란 건 다른 누군가랑 이야기를 자주 하고 싶은거야. 응, 그런거야. "
그래서 콜로서스는 어때? 하고 묻는 듯 콜로서스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오니는 자신이 제대로 된 선배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콜로서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콜로서스에게는 표정을 보일 얼굴도 없고, 감정을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손가락도 없고, 그나마 있다면 음파를 통해 전해지는 어조 정도일 것이다. 혼자 있다는 개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테라 전역에 오리지늄들이 존재하는 한, 콜로서스는 절대 "혼자"라고 할 수 없었고, 그가 만약에 (느낄 수 없지만)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테라에 그를 제외한 모든 오리지늄이 절멸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콜로서스는 혼자가 될 수 없었고, 혼자가 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최소한의 정보조차도 없었다.
"혼자라는 개념, 하모나이트에게는 의미 없음."
콜로서스는 "오리지늄 재해 위험"이라 써붙여진 상자를 들었다. 그 상자에는 로트번호와 함께 안정화 물질을 섞어 침식방지 처리한 오리지늄 1kg이라고 적혀있었다. 콜로서스는 그 상자를 리아에게 보여주면서 들었다.
"오리지늄. 많음. 하모나이트. 이야기. 많음. 외로움. 오리지늄 절멸 전까지는. 느낄 수 없음."
오리지늄을 보여주며 전혀 외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콜로서스를 보며 윽, 하는 짧은 소리를 낸 오니는 이젠 어려워서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린다. 자기보다 말을 잘하는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할말은 해야겠다는 듯 입술을 연다.
선배 역할은 포기하지 않았는지 콜로서스의 호칭으로는 후배를 채택한 체 혼을 내듯 말한다. 물론 고칠 수 있긴 하겠지만, 매번 부셔버리면 분명 회사로서도 곤란할 따름일테니까. 이런건 다음부터는 부수지 않게 선배로서 엄하게 주의를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물론 그것이 콜로서스에게 전달이 제대로 되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 그래도, 창고에 있으면 내가 종종 찾아올게. 위험하다고 하니까, 거리를 두고 이야기 하면.. 괜찮을거야, 아마. "
부족한 말재주였지만 이로써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었다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지은 오니는 알았냐는 듯 콜로서스를 올려다본다.
한숨,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했나보다. 그럴 법도 하다. 콜로서스와 같은 하모나이트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 역시도 하모나이트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모나이트의 지성은 탄소기반 유기체에 머무는 신경계로 사고하는 인간의 변덕스럽지만 따뜻한 것이 아닌, 조건과 입력이 동일하다면 무조건 같은 값을 배출하는 차가운 기계의 회로기판 따위에 더 가까우니까 말이다. 적어도 호기심에 있어서는 콜로서스는 비슷했지만, 다른 것은 달랐다.
"오리지늄 왜곡장 전개 위력 시범 중 사고. ㅡ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하지만 창고 문을 함부로 부수면 좋지 않다는 대전제 자체에는 분명히 동의했기에, 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오리지늄 처리한 격벽이 박살나서, 만약 오리지늄 분진이 위험수준으로 뿌려진다면.... 그 결과는 오리지늄에 대해 초등학생 수준의 상식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잘 아테니 말이다. 콜로서스는 종종 찾아오겠다는 말에도 "확인, ㅡ 알았어!"라고 짧게 답해서 긍정했다. 거리를 두고 이야기하면 괜찮을 거란 말에는 음... 일단은 인간들 사이에서 '그러려니 한다'로 통하는 자세로 일관하기로 했다.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자 흡조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오니는 만족스러움이 담긴 답을 내놓는다.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돌려주는 콜로서스를 마음 속의 후배란에 저장을 한 오니는 이어지는 긍정적인 대답들에 전전긍긍하던 것이 가시는 듯 이내 평상시처럼 무덤덤한 표정과 자세로 돌아온다. 한결 여유가 돌아왔다는 듯 다시 남은 샌드위치를 입에 털어넣은 오니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꿀꺽 삼킨다.
" 그러면 여기 수리에 관한 건 내가 보고해둘게. 후배는 푹 쉬도록 해. "
굳이 자신이 보고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선배라고 불린 만큼 이정도 수고는 해도 괜찮을거라 생각한 듯,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한 오니는 다시 휴게실 쪽으로 향하려는 듯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다 멈춰선다. 그리고는 콜로서스를 보며 말을 고르는 듯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천천히 말을 뱉어낸다.
" 다음에 또 보자, 귀요미 후배. "
다음에 또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여지를 만들어 둘 생각인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긴 오니는 창고에 관한 보고를 하기 위해 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나 새대가리인걸 이제 알았어? 1년동안 몇번이나 마주쳤으면서? 리베리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뭐, 그래. 그쪽 용병친구들은 군 태생이라 해도 이상할거 없이 굴긴 하지..."
호박에 줄 좀 긋는다고 다이아몬드가 될수야 없겠다만 다수의 사람이 모이면 나름의 규칙을 짜기마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가 이곳을 이끌고 있기에 이만큼 이뤄낼 수 있던 걸지도 모를일,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의 정체는 이젠 꽉 끼어서 머리 그 자체가 된 것같은 헬멧만큼이나 궁금증 천지겠다.
"소장님 벌써 그 말한지 너댓번은 더 된거 같은데? 항상 그렇게 말하다가도 소리소문없이 뭔가 또 챙겨오잖아."
이쯤 되면 소장이 아니라 셔틀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그녀는 그가 치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금방 납득해버렸다. 확실히 메딕이 있다 해도 병원만큼 좋은 곳은 없더랬다.
"뭐, 틀린 말은 아니네. 그래도 사이비 병원이라도 있는게 어디야? 셸터에서 기약없이 끙끙 앓는 것보단 좀 수상쩍어도 제대로 치료받는게 낫지.
정 감염 위험이라던가 걱정되면 위험한 곳엔 나같은 사람들 보내면 되잖아? 다른 쪽은 어떨진 몰라도 내 주무대는 오염구역 한복판이었으니까,"
이런 발언은 평범한 대원들에겐 위험하기 그지없겠지만 그녀에겐 일상적인 업무나 마찬가지였다. 오리지늄만이 기분나쁘게 널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곳에서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담당자인 그가 기각하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런 것도 있고, 여기 다른 리베리나 종족이 없어서 망정이지 요나카의 이런 서슴없는 발언들은 가끔씩 싸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장은, 그런 트러블이 일어나는걸 원하지 않았다. 수습하기 귀찮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단순한 용병이라고 생각하고 특별한 것 없는 리베리라고 생각하는 듯 했지만, 뭐 솔직히 그건 맞는 말이었지만 조금은 자신의 경력에 믿음을 가졌으면 했다.
"그랬었지. 근데 이번엔 진짜라고."
이것도 저번에 한 말. 다음 과자파티는 또 언제가 될까. 도미닉이 그러기전에 대원들이 먼저 돈을 모으는 날이 오긴 할까?
"네가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건 잘 알고있는데, 그래도 너 혼자 보낼 수는 없어. 너라고 무적은 아니잖아. 팀이 있으면 팀을 활용해야지. 가장 좋은건 오염 구역은 피하는거고."
도미닉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일단 소장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이었고, 두 번째는 최근 본 의료차트가 머리에 스쳤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요나카의 혈중 오리지늄 농도가 치솟고있었던 까닭이다. 지금 당장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감염 증세가 전무한 그녀였지만 이대로면 분명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걸 도미닉은 경험으로서 알고있었다.
>>399 허 이건 굉장한 tmi가 필요한 질문이군요 일단 원작에 흑막은 존재합니당 크게보면 오리지늄 자체가 흑막이에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원작겜에선 로도스 아일랜드가 배경이자 주인공이고 얘네가 왜 싸우냐면 감염자의 보호를 위해 싸웁니다. 감염자를 잡기위해 감염자를 쓰는 아주 이질적인 단체구요 제약회사인데 약은 안 만들고 아무튼 싸웁니다. 지금은 리유니온이 전세계적으로 폭동 일으키고 있어서 대립하는 중이구요 지금 스레 배경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원석충은 야생생물이 감염된걸로 일종의 잡몹이에요 얘네는 재앙같은거에 예민해서 환경에따라 성질이 변화하거나 합니다. 거대 원석충도 있어욤 리유니온 애들이 죄다 감염자라 아츠로 얘네를 조종하고는 해요
>>400 의뢰는 간헐적으로 소장이 맘대로 잡아옵니다. 큰 건수를 잡아올 수도 있고 자잘한 건수 잡아와서 이거 할사람 하는 경우도 있어요. 테티 눌러살아도 괜찮아용 3층에 숙소 있으니까요 맨날보고 좋네요. 사무소의 크기는 엄... 솔직히 그렇게 크지는 않고 동네 학원같은 사이즈? 그것보단 조금 크네요.
그럼 저도 질문인데 여러분 캐릭은 아르고에 출퇴근 하고있나요?? 아니면 숙소에 눌러 앉기로 한 편?
>>401 일단은 없다고 볼 수 있겠네요... 메딕은 희귀하니까요 근데 항상 상비약처럼 대기하고 있을 필요는 없네요. 메딕들의 힐링 아츠는 어디까지나 야전에서만 효력이 있는거고, 부상을 아물게하는 응급처치정도가 한계니까요 제대로 된 치료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합니당. 사실 정식 의사가 메딕으로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한데 이젤은 그림이 취미인 소년이니까 거기까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죵
헬멧으로 항상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소장. 도미닉 에버즌. 당신들이 따르는 이 용병단의 리더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소장이 아르고를 들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가끔씩 중요한 일이 있을때, 아니면 내킬때나 몇 번 들르는 정도이지 그 얼굴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매번 그렇듯 2층 로비에 모두를 소집해 불러모았다. 하지만 이번엔 어떠한 일감을 물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 앞에 펼쳐진 과자와 음료수의 정렬로 미루어보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장은 곧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른건 아니고 언제나 있는 친목도모회나 해보려고. 이 자리가 익숙한 사람도 있고, 처음인 사람도 있을텐데 그냥 인사하는 자리니까 편하게 앉아. 아, 아직 1년차 안된 애들은 빼고. 너네들은 그냥 한 명씩 자기소개하고 앉으면 돼. 뭐, 간단하지?"
말하자면 이것은 서로 그냥 안면트는 자리 인것이다. 아르고는 그렇게 큰 업체는 아니었지만 다들 사정이나 스케줄이 있는 법이고, 누가 언제 들어왔는지, 혹은 누가 사라졌는지. 이것은 상당히 신경쓰고 있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기도 했다. 이미 3년 이상을 근무한 베테랑급 대원은 그렇다쳐도, 근래 새로 들어온 대원들에게는 그 얼굴과 성향을 하나하나 익히는데에는 의외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기 마련이기에. 데스크에 적당히 몸을 기댄 소장은 마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부터 할까? 내 이름은 도미닉 에버즌이고 그냥 도미닉이라고 부르면 돼. 너희들의 의뢰브로커, 작전지휘, 광석병관리, 대원훈련... 아무튼 그런거 하고 있어. 아, 이 헬멧에 대해선 묻지마라, 지겨우니까. 그럼 다음은 찰리야. 자, 찰리?"
소장의 말에 유탄발사기를 무슨 인형처럼 품에 안고있는 여자아이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찰리, 찰리! 찰리? 찰리찰리! 찰리이... 찰리!! 찰리찰리찰리!" "그래,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 만나서 반갑데. 얘는 스나이퍼 포지션인 찰리라고 하고, 그 중에서도 고화력을 담당하고 있지. 보다시피 찰리 밖에는 말하지 못하는 애야.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니까 살갑게 대해줘."
그 말을 어떻게 알아 들었는지, 그리고 찰리도 그것을 알아 주는건지 카프리니 소녀는 그저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아니, 이미 과자를 뜯어먹고있다. 그 모습이 익숙한지 소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라므루 밀코. 코드명, 이젤. 이제 반년차 되는 그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기나긴 앞머리 때문에 그걸 눈치채주는 사람은 없었을 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만히 있으면 그냥 넘어가주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이젤은 곧 자신의 커다란 뿔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마스크까지 쓴 사람이 눈에 안 띌 거란 자신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고 생각했습니다만, 곧 정정했습니다. 여기 개성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렇다고 이젤이 눈에 안 띈 다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이젤'입니다. 메딕이에요.... 기본적인 의료행위는 할 수 있지만... 많이 다치면... 네로 선생님한테 가주세요.."
사무소에 들어선 네로는 다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또 그 시기가 왔구나! 물론 이런 사실은 테이블에 차려진 온갖 다과와 음료수를 보면 알 수 있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2년동안 볼 수 없게 된 사람들도 많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네로는 시선을 돌려 뉴 페이스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과거가 어떻든 이곳에서 안식과 평온을 찾을 수 있길 네로는 한 명의 의사로서 바랄 뿐이었다. 소장 도미닉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찰리의 소개가 이어진다. 언제나 같은 단어의 반복. 그리고 그걸 능숙하게 번역(?)해주는 소장. 저런 모습은 언제나 봐도 신기했다.
자기소개라는 말에 도나의 얼굴이 굳어진다. 가뜩이나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별안간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자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소장과 찰리의 소개는 눈을 몇 번 깜빡이는 사이에 지나가버리고 만다. 결국 차례는 다가왔고,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원망스런 눈빛으로 소장만 힐끔힐끔 쳐다본다.
"아, 저..."
몇 초의 침묵이 흐르고,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꼬리로 제 몸을 감싸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을 연다.
"저, 저는 돌로레스라고 해요. 편하게 도나라고 불러주세요..."
파들파들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이름만 뱉어놓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어버린다.
쭈뼛대는 걸음으로 2층 로비에 도착한 리타는, 북적대며 모인 인파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러 도시를 떠돌며, 아르고에 정착한지 일 년이 되어갔음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짝 긴장하는 버릇은 아직까지 고치질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길고 매끈한 낫대신 검은 치맛자락을 두 손 가득 쥐었다. 긴장이 되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버릇 중 하나였다. 리타가 당혹스러운 눈길로 소장을 바라보았다. 천조각을 가득 쥐어챈 손바닥 사이로 삐질대며 잔땀이 흘러내린다. 잠자코 소장님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신입 환영회 겸으로 각자 소개를 좀 해보라는 것 아닌가. 자기소개, 자기소개라니... 자신은 이제 막 일 년차를 채웠으니 열외이지 않을까 싶다가도, 얌체같이 저만 빠지기엔 분위기가 차마 그렇질 않다. 하는 수 없지. 리타가 느릿히 숨을 들이켰다. 천천히, 긴장하지 않고—
" 리타 무에르테, 입니다. 가드를 맡고 있고... "
리타가 잔뜩 위축된 자세로 말을 끊은 뒤, 주변을 살폈다.
" 잘, 부탁해요... "
점차 흐려지는 말끝이 땅바닥 아래로 하릴없이 떨어진다. 힘 없이 소심한 목소리가 참으로 인상적인 여자였다.
알트의 초를 치는 물음에 소장의 헬멧에 떠있던 빛이 수평으로 가늘어졌다. 마치 눈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두번이 아닌듯 도미닉은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그래, 패션이다 자식아. 저기 저녀석은 알트라고, 천하의 둘도 없는 뺀질이니까 다들 잘 알아두도록 해. 그래도 여기선 나름 고참 스페셜리스트다. 작전에서 도움이 될거야. 아, 그리고... 뭐라고?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리는데."
그건 엔돌핀의 반항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이후로는 1년차 오퍼레이터들을 시작으로, 다들 한 번씩 돌아가며 자신에 대해 소개하며 간단하게나마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만 이러한 인조적인 만남의 장은 언제나 어색함이 감돌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싹싹하고, 또 노련한 대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자리가 익숙치 않은건 대부분에게 해당되는 공통 사항이었다.
"다들 엉망진창이구만. 그래서야 실전에서 서로 등을 맡길수 있겠어? 뭐, 이건 내 할 일이니까 따로 더 말하진 않겠지만 말이야."
어찌되었든 이건 친목도모회니까. 소장은 전국각지에서 모인 마물 대원들을 앞에 두고, 그 묘하게 웃긴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스크에 팔을 올리는 것으로 자세를 바꾸었다.
"아르고는 너희들이 누구건, 뭘했건, 환자건 아니건간에 묻지 않는 곳이야. 너희들이 여기에 왔다는건 그런 사풍에도 동의하는거고. 이게 뭘 의미하냐면 바깥 상황이 어떻건간에 너희들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거지. 알아, 무슨 유치원 선생같은 말인거. 그냥 3년 채우고 나갈 생각하는 녀석도, 그렇지 않는 녀석도, 고민하는 녀석도 있을테지만. 너희들이 여기에 온 이상은 뭔갈 얻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다들 싸우지 말고, 싸우려거든 작전에 방해되지 않게 따로 싸워라. 같은 사원들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지. 안 그래, 찰리?" "찰리~"
카프리니 소녀가 입가에 과자를 잔뜩 묻히고 대답한다. 물론 대부분의 대원들은 그게 예스인지 노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찰리는 언제나 찰리라고 말할 뿐이었고, 그 표정에서 답을 도출했다. 지금 그 소녀는 웃고있었다. 소장이 콜라가 들은 페트병을 따서 종이컵에 따랐다. 검은 액체위에 과시하듯 통통 튀는 탄산기포들. 마치 아르고와 같았다.
아르고가 하는 일은 멀까요... 명알못 트리위키에서 임무클릭하니 나오는 것은 스테이지 깨기..적 처치..물품 수령... 심부름꾼에서 전장 보급+투입까지 다양한 것인가... 혼자만 하는 일이 있는가 보통 몇명이 투입되는가..같이 일하는 일상을 굴릴수잇는가.....>:3c 궁금합니다 독타!
>>546 ㅋㅋㅋㅋㅋㅋㅋ 그런것까지 나무위키를 참조하면 안되죵 인게임 기준일텐데 너무 귀여어 아르고 에이전시가 하는 일은 지금 현재 테라의 감염자와 비감염자 사이의 대립상황에서 떨어져 나오는 전반적인 일들을 맡습니다. 하는 일 자체는 다른 사설경비업체랑 다르지 않아용 경호나 보안설계, 타겟제압 및 확보 그런거요. 무슨 말인지 어려우면 그냥 아무튼 의뢰를 받고 대신 싸운다고 생각하시믄 되어요 용병이니까요. 즉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중립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일이면 머든지 합니다 말씀하신 심부름꾼 같은 일들도 해당되겠네요 다만 아르고 에이전시를 정말 단순 인력대행사무소로 알고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 소장이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뭐 어디 공원미화, 나무심기 이런 아르바이트같은 일도 시킬수 있어요
인원 같은 경우는 의뢰마다 다른데 목표제압같은 단순 교전 같은 경우에는 평범하게 보내고 아니면 특수한 조건, 오리지늄 오염 환경에서 싸워야하거나 잠입이 필요한 경우는 소장 판단 하에 알맞는 멤버를 속출해요 그니까 그냥 편-안하게 대충 설정해서 일상 돌리시면 됩니다 테티같은 경우는 서포터니까 어느 임무에도 요긴에도 낄 수 있겠네요
과자파티의 탈을 쓴 신입 환영회는 그럭저럭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연차가 꽤 쌓인 사람부터 몇 주 되지 않은 신입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였던지라 대개가 데면데면한 상태였음에도, 아르고의 용병들은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인맥을 쌓아가고 있던 것이다. 잔뜩 뜯어진 과자 봉지와 다양한 음료 그리고 기분 좋은 사람들. 용병들의 일자리라고 하기에는 퍽 귀여운 면이 있다. 허나 리타, 그녀는 달랐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 텅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오직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짭짤한 감자칩만을 깨작였다. 누군가에게 선뜻 말을 걸고 싶다가도, 혹여나 상대가 불쾌한 얼굴로 자리를 피하면 어찌할까 무서웠던 탓이다. 본디 이리 소심하고 가냘픈 성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머리에 돋아난 뿔이, 검게 물든 고리와 날개가, 그녀의 마음을 한껏 위축시키고 만 것이다. 동족 살해가 금지된 라테라노에서 '살인'의 증표가 되는 검은 고리와 날개. 그 뒤에 숨겨진 연유가 무엇인들 그 흉흉한 검은 빛이 다시 황홀한 하얀빛으로 변하는 일은 없으리라.
" 어, 리아씨... 아니, 롱고미니아드씨...! "
주변을 방황하던 눈길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걸려들었다. 리아 에미히, 언젠가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기도 전 큰 부상을 입을 뻔한 위기에서 그녀를 구해준 사람. 때문에 그녀가 좋아하고 따르던 인물이었다. 리타가 화색이 도는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 처음에는 본명을, 그 뒤 아차하는 마음에 코드네임을 외쳤다. 급한 마음에야 본명이 튀어나왔다만 혹여나 예의가 없어보일까 재빨리 덧붙인 것이다. 재빨리 테이블을 정리한 리타가 어린 아이가 부모를 찾듯 쪼르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리아가 앉은 곳은 그리 거리가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리타가 —혹시 같이 오신 분이 있으신가요?— 라는 정중한 물음 대신, 리아 옆자리를 조심스레 살폈다. 그리곤 다시 긴장한 기색으로,
자기소개도 계획대로 마무리했기에 오니는 뿌듯했다. 안그래도 차려진 과자가 많으니 적당히 먹고 방으로 돌아가서 쉬면 딱 좋을 것 같았기에, 오니로서도 기분은 최고였다. 물론 그것이 무덤덤한 표정 밖으로 한눈에 나타나진 않았지만 이따금 좋은 모양으로 꿈틀거리며 휘어지는 눈썹을 보면 오니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었다. 중요한 점은 그런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릴 사람이 있냐의 문제였지만.
그때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알아차린 오니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 있는 것은 위태위태하게 걸어오는 리타를 보며 '오, 귀여운 후배' 하고 생각하고 마는 오니였다.
" 리아 - 라고 불러도... 괜찮아. 판도라."
" 아니, 리타. "
긴장된 기색으로 물어오는 리타를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잔잔한 물결 같은 목소리로 짧게 짧게 끊어서 말을 던진다. 정말이지, 이젠 적응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긴 했지만.. 리타도 노력을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마는 오니였다.
" 괜찮아. 앉아도. 같이 먹을래, 과자? "
주춤거리는 리타의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으려는 듯 부드럽게 손을 뻗으며 잔잔한 물음을 던진다. 리타가 전혀 긴장할 필요없다는 듯 오니의 붉은 눈은 전장에서의 빛을 발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누구도 돌을 던지지 않은 물결조차 없는 호수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딱히 인기를 위해서 이런짓 하는거 아냐~ 그럴거면 전장에 나가는게 아니라 아이돌을 했겠지. 그 왜 어디 유명한 택배사에는 전직 아이돌이었단 사람도 있다며?"
나름 뼈가 있는 그의 말을 농담으로 되받아치며 웃는 그녀의 모습은 익살스럽기 그지없었다. 주변에 다른 리베리 종족이 있다면 말싸움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겠지만... 없으니까 비로소 하는 농담이 아닌가, 게다가 알게모르게 그런 얼타는 면모는 비단 리베리들 뿐만 그러진 않을 것이다.
"그 진짜가 진짜로 되려면 좀 사람들 모아두고 공지라도 하라구~ 그러지 않으면 내가 챙겨버릴테니까,"
자기 급여가 아까운줄도 모르는 그녀는 서슴없이 그렇게 내뱉었다. 물론 돈이 급했다면 여기서 이렇게 노가리를 까는게 아니라 한시간이라도 더 오래 오리지늄이나 캐고 앉았겠지. 무엇보다 그녀는 제물 같은 것을 종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건강도 둘째치고, 중요한건 오로지 목적뿐이었으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네... 나라고 무적은 아니지. 어디 무적의 용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이상 뭐든 만능으로 해낼 수는 없으니까, 가능하면, 피할수 있을만큼 피하고 놀려먹을수 있을만큼 놀려먹고?"
정돈도 다 끝났겠다,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아 몸을 웅크린 그녀는 한쪽 손을 케이프 밖으로 꺼내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아직까진 감염 축에도 안들만큼 안정범위랬나, 아니면 여태까지 그런 난장판에서 굴러온 사람 치곤 기적적일만큼 피폭량이 적다 했나, 그렇대도 나날이 올라가는 수치는 무시할수 없는 일이었다. 언젠간 망가지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몸? 솔직히 말하면 별로야. 왜 그런 말이 있잖아? 한창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던걸 그만두고 쉬면 몸이 급격하게 쇠약해진다는거, 오히려 그곳에 있었을 때가 더 안정적이었어."
한번에 간파될 정도의 거짓말, 혹은 농담이었다. 오리지늄은 그리 간단한 논제가 아니란건 그녀 역시 눈 앞에 있는 소장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터였다. 오히려 멀어지면 멀어져야지 가까이 한다고 좋을게 없는것, 그게 바로 원석이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별 것 아닌 일에도 감사와 사과의 인사를 덧붙이는 것은 몸 구석구석에 끈적히 달라붙은 그녀만의 가련한 습관이리라. 리타가 조심스레 옆자리의 의자를 끌어 앉았다.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그녀가 천천히 테이블 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가 좋아하는 감자칩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심심한 미소를 지어올리다, 제 머리 위로 느껴진 손길에 느릿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저도 리아씨랑 함께 과자를 먹고 싶어서... "
그녀가 살며시 리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딘가 웃긴 대답이긴 했지만, 틀린 부분은 없으니 구태여 고칠 필요는 없어보였다. 같이 먹고 싶다는 리아의 말은 한껏 긴장해 빳빳해진 그녀의 자세를 풀어주기 충분했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어깨로,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리타가 감자칩 한 조각을 집어들며 입을 열었다.
" 사람들이 많네요... 처음 뵙는 분들도 꽤 있는 거 같아요. "
그러니까, 이른바 스몰톡을 시도한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만 닿아도 제 고리와 날개를 보는 것은 아닐까,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던 날들이 엊그제 같건만. 아직 갈길이 멀다 한들 그녀는 제 나름의 천리길을 걸어왔으니 스스로를 다독여주기 충분하리라. 그녀가 어색히 미소를 머금었다. —이거, 맛있어요. 리타가 리아 쪽으로 조심스레 감자칩 봉지를 밀어주며 덧붙였다. 정말요. 하는 확신과 함께.
자기 소개를 끝마친 테티는 꺼낸 망치를 다시 등에 매고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착석했다. 신입의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고 단지 눈 앞에 있는 과자에만 정신이 팔린 테티의 크림색 귀가 쫑긋한 것은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정확히는 '서포터'라는 자신과 같은 포지션에 흥미가 동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바로 옆자리에 그녀가 앉아있는 덕에 테티는 과자를 한 입 물고는 우물거리며 곁으로 바싹 다가갔다.
"오라클 씨. 오라클 씨." 조금 전 대원들 앞에 서서 긴장한 그녀의 모습은 개의치 않은 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속삭이듯 부르는 꼴이 참으로 해맑았다.
"제 이름 기억하시나요? 테티에요 테티, 정확히는 빅! 테티지만요.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요, 아까 그랬죠? 서포트라고! 저 다 들었어요!"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알 사실을 무슨 희대의 비밀을 캐낸 것 마냥 발언하며,
"서포트면 어느 쪽이에요? 치료? 버프? 아 혹시, 저랑 같은 디버프 계열일까요! 저랑 같은 포지션은 저와 어떻게 다르게 싸울 지 전부터 궁금했었거든요. 하지만 아직 한달 밖에 안 되어서 한번도 못 본 거 있죠!"
이름 부르는 것이 어려울까 싶은 오니였지만, 리타는 자신처럼 단순하지 않으니까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만다. 딱히 자신은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니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처음 왔을 때부터 리타는 꽤나 신경 쓰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니만큼은 편하게 해주자고 나름대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으니까. 자신의 옆에 앉은 리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도 피하지 않고 얌전히 있는 리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곤 자신의 얼굴을 보며 말해오는 것을 보곤 천천히 붉은 기운을 띈 입술을 연다.
" 그랬구나. 잘했어. 나한테는 편하게 와도 괜찮아. 그, 리타랑 먹는 건 좋아하거든. "
긴장이 어느정도 풀린 듯한 리타를 보며 잔잔한 목소리로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말한 오니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서 테이블 위의 쿠키를 바라본다. 그리곤 리타의 머리위에 얹어져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손이 아닌 비어있는 나머지 손을 움직여 쿠키를 집어선 입가로 가져가 오물거린다. 달콤함이 퍼져나가자 배고픔이 조금 가시는게 느껴진다. 본격적으로 배를 채웠다고 하기엔 이제야 시동이 걸리고 있는 참이었지만 달콤한 것이 들어오니 확실히 더욱 더 편안해지고 마는 오니였다.
" 신입 많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베테랑들도 많아. 리타 눈 좋아. 정확해. 그치만 어려울 것 없어. 다들 동료니까. "
감자칩을 집어들며 입을 연 리타의 말에 대견하다는 듯 얹고 있던 손으로 살며시 통통 두르려준 오니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답해준다. 생각해보면 처음엔 이렇게 말도 못 했던 것 같은데, 후배의 발전이 퍽이나 기쁜 모양이었다. 어색한 미소를 보니 자신이 웃어줄 수 있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 감자칩 봉지를 밀어주며 덧붙이는 말에 물끄러미 바라보다 감자칩을 하나 집어 입에 넣는다.
" ... 맛있어. 리타 말이 맞아. 응, 기억해둘게. "
잔잔하게 말을 한 리아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감자칩 하나를 다시 집어들더니 머리에 얹고 있던 손을 내리곤 조심스럽게 리타의 입가 근처로 내민다.
" 이건 노력한 리타에게 칭찬해주는거야. 맛있는거. "
아마도 정면에서 오니의 얼굴을 봤다면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면이 아닌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테지만.
긴장하기는 했지만 전할 정보는 다 전한 고로 앉아서 한숨을 폭 쉽니다. 코드네임에. 병과정보까지. 잘 전해서 다행이야! 라고 안심하던 그 때. 빅 테티씨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갉아먹혀버렷! 이라는 위기감을 느끼었겠죠. 그리고 나오는 말들에
"어. 네..네! 오라클입니다.." '빠...빨라?' 오라클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답하지만 테티우스의 말을 들으며 빠르게 몰아치는 정보의 향연에 우물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디버프...하고요.. 버프...가 가능한데...요.." "신관이죠? 네. 신관이니까요" 그러고보면 같은 한 달 차라도 서포터가 겹치면 실제로 만날 일은 거의 없었을 테니. 처음 만난 것 마냥 우물거리지만 생각보다는 착실하게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빅테티씨도 서포터면.. 디버프인가요?" 이렇게 질문도 하긴 할 거란 말이니. 손에 과자를 집어서 냠. 하고 먹으려 하고는 맛있어? 라고 중얼거립니다. 맛있는 걸 많이 못 먹었던 걸까?
"용문의 펭귄택배? 거긴 굳이 그녀석 아니더라도 예쁜 애들 많다고. 근데 너가 그건 어떻게 알고있냐."
새는 낮 말을 듣지 밤 말은 못 들을텐데. 하지만 소장은 딱히 의아한 말투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경력도 경력일뿐더러 그것은 이미 유명한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요나카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되묻는것이었다.
"그럴 시간이 어딨어. 우리가 주로 하는 업무는 보안설계, 목표제압이지 과자파티가 아니라고."
그런 주제에 소장은 항상 어디서 쓰레기줍기같은 시시껄렁하다 못해 평화로운 일감을 물어오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지출은 전부 밥값이나 전기세나 이런 과자값으로 나가는거고. 전혀 진전이 없는 수익구조였다.
"쏙독새를 가두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냥 물어본거야. 그리고 그쪽 돌팔이 의사도 네가 입원하는건 원치 않을거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 의사. 확실히 광석병 환자에게 장래가 기대된다면서 방치시켜도 되냐는 말을 했었다. 그러다 소장한테 한 대 얻어맞았지. 그건 테라의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할 법한 말은 아니었다. 그것도 당사자 앞에서 공연히. 하지만 그 의사는 아주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건 나름 심연이라 하는 수전을 해쳐온 요나카조차 처음 보았던 인종이 아니었을까. 소장의 헬멧에 빛이 일었다가 사라졌다. 소장에게 표정은 없었지만 이런 헬멧의 반응과 말투는 그가 어떤 심경인지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단서였다. 그는 현재 복잡한 마음이었다.
"뭐 알았다. 수고했어. 가서 쉬다가 나중에 와라, 나머지 준비는 내가 할테니까."
어느새 과자들은 나열되어 있었다. 나머지는 화이트보드에 간판걸기랑, 당직자를 기다리는건가.
제멋대로 조잘대긴 했으나 동시에 놓치는 것 없이 전부 듣고 있다. 물론, 그 특유의 활달함이 '얘 듣고 있는 거 맞아?'라는 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긴 했지만, 여하튼.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듣다가 버프가 가능하다는 말에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들어온 물음에 착실히 답했다.
리타가 느릿히 대답했다.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분위기가 묘하게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녀는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사람이었다. 당신을 믿는다, 당신이 좋다는 말 몇 마디만 던져주어도 사람이 고팠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으니.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만큼, 리타는 '내 사람'에 대한 의존이 높았다. 인즉, 조금이라도 친분을 쌓은 사람들에게는 싫은 소리 한 번 내뱉질 못하고 온전히 뜻을 굽힌단 이야기였다. 리아는 확실히, '내 사람'의 경계선 그 근처에 근접한 인물이라 볼 수 있었다.
" 다들 동료죠... 좋은 동료. "
리타가 제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대꾸했다. 그녀는 아르고의 사람들을 좋아했다. —당신의 출신이 어딘지 신경쓰지 않는다. 당신의 종족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당신의 광석병 감염여부는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능력만을 본다. 우리는 함께 싸울 수 있는 사람을 본다.—라는 문구부터, 정말이지 자신의 겉모습과 과거 따위에는 의중을 두지 않는 이곳의 분위기가 좋았다. 아르고에서 리타는 '개인'이 아니었다. 이 곳에는 수 많은 '리타'가 있었고, 리타는 또 다른 '누군가'였다. 정말이지 이곳은—
" 아... 고,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
리타가 조심스레 두 손으로 감자칩을 받아들었다. 입으로 낼름 받아먹기에는, 자리도 자리인데다 엄연히 직장 동료의 관계이지 않던가. 리타가 감자칩을 물며 작게 미소를 지어올렸다. 그래, 아까보다야 훨 자연스러워진 미소가 아닐 수 없다. 리타가 힐금 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방금, 웃으신 것 같기도 한데...
" 그으... "
리타가 차분히 말을 골랐다. 머릿 속으로 떠오르는 주제 중 가장 알맞은 것을 선별하고, 단어를 다듬고, 큼큼 목소리를 다듬는다. 그렇게 하여 튀어나온 말인 즉슨,
" 오늘은 파티가 열렸으니까... 모처럼 다들 푹 쉴 수 있겠네요. 오늘 밤에는... "
리타가 초콜렛이 묻은 과자 하나를 집어먹으며 그리 말했다. 적절한 주제였을지, 아닐지는 모르겠다만...
리타의 느릿한 대답에 오니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리타의 기분이 좋아보이니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리타를 보며 쿠키를 오물거린다. 처음 눈 앞의 후배를 만났을 때와 비교를 해보면 충분히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아마도 얼마 안 있으면 자신의 역할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자신은 선배로서 적응을 도와준다. 후배는 그런 선배를 따라 적응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오니가 해줄 일은 더이상 없었다. 아마도 그러면 리타도 자신을 안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았지만.
" 응, 좋은 동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좋은 동료야. 믿어도 괜찮아."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는 리타의 말에, 오니도 파티장을 둘러보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친하던 친하지 않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일 것이라고 오니는 생각했다. 이 건물 밖에 가득한 타인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자들은 분명 믿어도 괜찮을거라고 여겼다. 4년여간 이곳에 머무르면서 오니가 내린 결론이었다.
" 리타가 알려준거야, 맛있는거. "
아마도 딱히 고마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오히려 알려줘서 고맙다는 듯 리타가 감자칩을 받아들고 먹는 것을 보며 오니도 망설이지 않고 감자칩을 몇개 집어 입에 털어넣는다. 짭짤한 감자의 맛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을 느끼며 몇개 더 집어서 오물거리던 오니는 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리타의 시선에 고개를 살짝 돌려 바라보더니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 .... 적어도 오늘은 그렇겠지. 오늘 같은 날 갑자기 임무를 시키거나 하진 않을테니까. "
리타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며 입술을 닫았던 오니는 이내 천천히 입술을 열어 답하곤 리타를 따라 초콜렛 과자를 집어 입에 넣는다. 달콤해. 왠지 모르게 손이 가는 그 과자에 다시 손을 뻗어 몇개 더 입에 넣은 오니는 말을 이어간다.
" 요즘은 지낼만 해? 힘들진, 않아? 나, 고민 들어줄 수 있어. 리타 선배니까. "
말을 하기 전에 조금 고민을 한 듯 한손으로 새하얀 뺨을 긁적이더니 조용해진 목소리로 물음을 던진다. 아마도 리타를 걱정해서 말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단지 이런 말을 건내는 것이 오니로서는 어색할 따름이었다.
"망치로요..?" 순간 머리속에서 망치로 뚝배기를 깨면 당연히 약해지지. 란 생각 했습니다. 그래도 그건 아니라 여겼는지 고개를 저어서 생각을 쫓아보내려 하고는 버프도 되니까 좋은 서포터라는 것에 그..그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초보라서.. 라고 겸연쩍어합니다.
"무기는.. 근접 호신용으로 단도랑.. 스태프를 써요." 말하다가 로브를 왜 썼냐는 물음에 당당하게 남장중이라서요. 라는 되먹지도 않는 말을 합니다. 일단 로브 사이로 살짝 보이는 외양이나 로브를 써도 감출 수 없는 볼륨감에서 아웃인데요? 그나마 키라도 177로 보이게 키워놓아서 다행이지..(그리고 로브자락을 밟고 엎어지는 일이 생기고...)
"덥지는 않아요"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니까요. 라고 말하지만 당당하게 말한 말이란.. 그나마 그거라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게 아니겠나? 그러..럼 빅 테티씨는 망치로 디버프를 거나요? 라고 질문을 성공적으로 한 뒤 속으로 혀도 안 깨물고 말도 끊기지 않고 잘 말했다고 좋아하겠죠.
"솔직히 말해서 안 예쁜 사람들이 어딨겠어? 이바닥 다들 산크타 밖에 없냐면서 투덜거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리고... 내가 원래 예쁜 사람들은 안놓치는 법이거든. 이 눈이 괜히 있는게 아니잖아? '한밤중'에도 한눈파는 법이 없다구,"
지금 말한 산크타의 의미는 그만큼 예쁘단 의미였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종종 천사에 비유하곤 했으니까, 물론 그녀 역시 여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예쁜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눈여겨보면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에이~ 자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물론 난 이런 것보단 진흙탕을 구르는걸 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과연 그 소장이 정말 일이 없어서 심부름이라 불릴 정도로 별것 아닌 일을 물어오는 건지, 아니면 대원들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일부러 안가지고 오는 건지는 모를 일이었다. 헬멧만큼이나 그 속을 알수 없는 사람인데 오죽할까?
"뭐... 나도 딱히 오래 면담하고 싶진 않네... 솔직히 말해서 그 양반 인종이 뭔지도 모르겠어. 소문으로만 들려온다는 저기 외계의 터미누스라는 설도 있던데? 실험을 너무 좋아해서 실험에 미쳐버린 종족말야. ...방금 지어낸 말이긴 한데, 찌라시에 실어도 될 정도로 그럴싸하지 않아?"
헬멧에 잠깐 일었던 빛은 무슨 의미일까, 그걸 확신할수 없지만 꽤나 복잡한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저 헬멧 안의 표정을 볼수 있을까 살짝 해묵은 장난끼도 생겨날법 하지만, 긁어부스럼을 만드는건 취미에 없었다.
"오~ 그거 좋네~ 그래도 소장님이 자리 지켜준다면야 나야 좋지~ 그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볼까요~"
끝까지 농을 놓지 않던 그녀는 살짝 몸을 기울여 가볍게 발을 딛고선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쩐지 오묘하게 올라간 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하게 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는 "왜요?"하며 은밀하게 물어보려다 주제가 돌려진 대답에 입 안으로 삼켰다.
"헤- 생각보다 화끈하시네요."
근접 무기에서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스태프라는 말에 머릿속으로 스태프로 적군을 후드려패는 오라클 씨를 상상해본다. 으음... 미묘한 표정을 짓던 테티는 곧 남장이라는 대답에 눈을 끔뻑이며 쳐다봤다.
"아하.. 남장이요? 그렇군요, 음..."
전혀 남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충격 받으려나, 아니면 동심이 파괴되는 느낌이려나. 어린 아이의 장난기처럼 못된 심보가 올라오려다 나중에 좀 더 친해졌을 때 발언해버리자고 다짐하며 또 한번 할 말을 삼키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거침없는 입을 조심하는 경우가 많은 듯 했다. 원래 이런 건 마지막에 터트리는 게 정말 재밌지!
"여러곳을 돌아다니면 적응이 되는건가요! 저 항상 추위도 더위도 많이 타서 고생할 때가 있었는데요. 음, 그래도 안 덥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망치 얘기가 나오자 차분해지려다가 곧장 타오르는 눈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네! 정확히는 망치를 매개로 해서 망치와 닿으면 상대방이 약화돼요. 절대, 절대, 절대로 망치 힘 때문에 약해지는 건 아니에요! .....음, 아닐거에요."
잠시 기억을 스쳐지나가는, 실수로 아츠 조작없이 망치를 휘둘렀을 때 휘청거린 적 한 명이 보였으나 모르는 척 했다.
"그래도 근접해오는 적에게.. 아무것도 못 하고 맞기는 싫어요.." 단도라도 있으면 가능하겠죠..? 라고 말하지만 사실 단도보다는 창 같은 거로 찌르기가 더 쉽다는 점을 간과한 겁니다. 물론 디버프 하다보면 단도찌르기만으로도 치명타가 터질지도 모르지만..은 농담입니다. 진짜 농담이라고요.
"네..! 저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날씨는 웬만하면 적응이 좋아요. 라면서 빅 테티씨는 잘 타시는군요. 고개를 끄덕끄덕
"...그치만 망치에 맞으면 아플 테니까요?" 아닌가...? 라고 의문이 섞인 듯 말하고는 그만두기로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망치에 맞아 휘청거리는 걸 보면 거짓말을 해써!라며 쇼크를 조금 먹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본인이 넘어간 거니까 상관없나?
"아..아니요.. 육분의는 그렇게 후려치면 망가지니까요." 꾸물거리면서 스태프를 보여주려 합니다. 육분의에 막대기가 달린 형태이니.. 생각보다 정교한 타입입니다. 흔들면 움직이기도 해서 후려패는 용도는 아니에요. 라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정통 캐스터-서포터의 정석..!
그럼 네로주, 일상은 어떻게 할까요! 까까파티 배경.. 아까전의 이벤트 자기소개 상황에 바로 이어서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주저앉은 도나에게 네로 쌤이 먼저 다가와주시는 거랑, 도나가 이리저리 눈치 보다가 '앗. 아는 얼굴이다! ㅠㅠ' 하고 쌤한테 다가가는 거 두가지가 떠올라요. 근데 호오옥시 선레 써주실 수 있다면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제가 지금 좀 씻고 싶어서...헿헤.... 뽀독뽀독 씻고 개운하게 일상 돌리면 좋잖아요!
쓸데없는 이야기 1 메딕으로 짜던 이젤은..그림쟁이 컨셉을 잡고 과거사를 짜던 중에 '어 이거 메딕이 될 건덕지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포터나 캐스터로 전향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메딕이 한 명도 없길래 한 명 정도는 필요하겠거니 싶어서 양부모를 추가하고 메딕으로 했다.
서포터 쪽이었으면.. 그림을 그려서 적에게 디버프를 끼얹었을 거 같아요.. 정확히는 정신타격?
리타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되물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리아의 말을 재차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 고민, 그 말에 리타가 곰곰히 제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사실 온전히 붙어지낼 곳과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지독한 고민들은 대개 사라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이따금 툭 튀어나오는 잔가지 같은 고민들이 생기곤 했다. 꼭 하나를 꼽으라면...
" 요즈음은... 나름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잘 지내고 있어요. "
리타가 느릿히 말을 이어갔다.
" 고민이 있다면... 요즘들어 라테라노의 디저트가 먹고 싶어진다는 것 정도... "
리타가 제 뺨을 긁적였다. 정말이지 사소하기 짝이 없는 고민이다. 하지만 라테라노의 디저트는 최상급이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주기적으로 그 맛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흐음, 리타가 손끝을 꼼질였다. —음, 그러니까요. 리아씨 혹시,
" 나중에 같이... 디저트 먹으러 가실래요? 아, 라테라노에 직접 가자는 말은 아니고... 이 근처로요. "
아, 디저트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이 먼저여야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었으니, 그저그런대로 만족하는 수 밖엔 없었다. 리타가 조심스레 리아의 얼굴를 살폈다. 어떠세요? 하고 묻는 듯한 눈빛을 하고서.
사무소 환영식의 전통인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난 뒤, 대원들은 각자 자기들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얌전히 다과를 들고 있었던 네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시선을 돌리자 구석에 주저앉은 채 얼굴을 묻고 있는 피티아 여성이 있었다. 방금 전 자기소개 시간에 그녀가 쭈뼛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것을 네로도 보았다. 워낙에 수줍읍이 많은 사람이었다. 의무실에서, 네로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고, 무사히 사무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배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1년 짬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네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눈을 마주하기 좋은 자세를 했다.
자신의 물음에 답하려는 듯 생각에 잠기는 리타를 재촉하지 않고, 오니는 그저 앞에 놓인 쿠키를 주기적으로 입에 가져가며 시간을 보낸다.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여유롭게 리타의 입에서 자신의 생각이 나오길 바라면서, 입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굳이 재촉해봐야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없고, 재촉할 정도로 자신의 말재주가 좋지 않다는 점도 있었다.
" 그건 다행이네. 리타 혼자였어도 잘 했을거라 생각하지만. "
잘 지내고 있다는 리타의 말에는 고개를 작게 몇번 끄덕인 오니가 중얼거림을 남긴다. 다행이다, 힘들어서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이상 무엇이든 희소식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이대로라면 더욱 더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
" 디저트..? "
생각치도 못한 고민에 날카로운 눈매가 아주 잠시 둥그렇게 변하며 부드러워진다. 그러나 이내 다시 평소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돌아온 오니는 쿠키를 몇번인가 만지작거리다 다시 시선을 돌려 리타를 바라본다. 질문을 던지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분명 이 질문 하나로도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둔감한 오니로서도 모를 수가 없었다.
" 나랑 가면, 재미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나는 괜찮아."
말재주가 없다. 표정의 변화가 적다. 표현이 서투르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진 오니는 자기 자신이 그리 재밌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과는 다르게 '여자아이' 같은 리타가 자신과 디저트 가게에 가는 것이 재밌을지 자신이 없다는 듯 물음을 던지곤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요컨대, 오라클 씨는 그거구나. 근접 딜이 가능한 서포터! 항상 전투 방식이 근접전인 테티에게는 장거리 서포팅이 가능한 그녀가 신기한 듯 싶다. 자신도 무언가 범용성 좋은 기술을 개발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는 그녀에 의해 샐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그녀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던 듯 싶지만, 선생님께 착실히 대답하는 혹은 자랑스러워 하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물론 입 밖으로 초면에 귀엽다거나 하는 말은 꺼내지 않았음에도 얼굴에 기분 나쁜 흐뭇함이 서려있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아프긴 하, 하겠지...만....! 그래도 아츠 위력이 더 세니까요 기본적인 망치의 힘보다!"
그쵸? 정해진 답을 종용하듯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그 얼굴이 위협이 되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아하... 확실히.. 망가지겠네요. "
무언가 아쉬운 듯 말꼬리를 늘이며, 그녀의 스태프를 오목조목 둘러본다. 아쉬움이 담긴 눈은 금세 흥미로움으로 바뀌었다.
"저 꼭 전장의 오라클 씨가 보고 싶어졌어요. 앗, 같은 서포터라 사람 많이 투입되는 일이 아니면 같이 갈 일이 별로 없으려나요......"
엑스칼리버는 말하자면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으니 할 건 다 하고 살 만도 하다고 생각해요~ 바깥에선 환영받기 힘든 살카즈+광석병 감염자의 2중 크리에다가, 그나마 안식을 얻어야 할 가정은, 마이어 가의 적자생존을 기치로 한 독특하고 엄격한 후계세대 교육철칙 때문에 가정이라기보단 사관학교에 가까운 고압적인 환경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다른 분들이 다 오기도 전에 싹 쓸어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걸어주는 걸 열심히 하려고요" 근딜이 가능은 하지만, 근딜은 최후의 수단이고 가드고 뱅가드고 스나이프나 디펜더가 다 맛이 가야 가능한 게 아닐까...? 라는 의미불명의 생각을 합니다.
"그치만 아프고 디버프라면 적들 울지도 몰라요?" 아. 전 안 울어요! 라고 말하지만 뜬금없다는 것 알아요? 하긴. 생선들은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던가.. 물론 물에 사는 게 아니므로 눈물을 흘리긴 할 겁니다.
"파..판단하기에 따라서.. 같이 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디버프를 한 번 머겅. 두 번 머겅 해서 쓸어버릴 수 있으면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뒷사람의 생각이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래도 딱히 볼 만한 건 아니니까요.. 스태프를 흔들거리거나. 기도하는 게 다라서..라네요. 신관이라 자칭하는만큼 기도를 안하진 않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저와 달리 소심한 사람이지만 속은 같은 열정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테티는 착각이라면 착각일 감각을 품고 그녀를 흥미있는 같은 포지션에서, 조금 더 알고싶은 사람으로 인식했다. 그리곤 언젠가 같은 전장에 서서 등을 맞댈 수 있는 동료로 서 보는 상상도 잠깐 했다. 첫 만남에 너무 나간 것 같았지만, 그래, 테티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현재 보는 것, 사람,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무언가에 대해 당장의 감각과 상상과, 그것의 일치와 일그러짐을 즐겁게 여기는 이였다.
아주 극 초반에는 그녀를 그저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 여겼으나, 지금은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강단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 아무리 환경미화같은 평화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한들 이곳은 용병을 기용하는 인력 사무소니 그저 낯을 가리기만 한다면 활동하기 힘들겠지만.
"사실 그게 핵심! 때리면 쟤는 약해지고 타격도 받는다니, 재밌죠! 그리고 타격감이 좋아요, 이 망치."
꽤나 많이 아끼는 듯 등에 맨 망치의 봉 부분을 한번 만졌다가, 안 운다는 대담한 발언에 테티가 헤, 하고 게슴츠레 웃는다. 분명 어떻게 웃어도 해맑은 얼굴상인데, 어쩐지 음험한 느낌이 난다.
소장의 격려 담긴 연설을 끝으로 자기소개 시간은 막을 내렸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사무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도 도나는 여전히 한쪽 구석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를 향하던 시선은 이미 거두어졌고 이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긴장의 여운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 그녀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이나 그러고 있었을까, 바로 앞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배려 깊은 목소리에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네로 선배?"
걱정스런 표정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선배가 도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에게는 그 정도의 거리도 가깝게 느껴졌는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자기소개를 할 때에 그랬던 것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괘, 괜찮아요..."
혹여나 울었던 것을 들킬까 의자와 함께 몸을 조금 뒤로 물리며 몰래 손끝으로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곤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포옥, 한숨을 쉬고 나서야 조금 진정한 듯이 얼굴의 열기는 약간 가라앉았지만 아직 불안한 듯이 제 몸을 감싸고 있는 꼬리는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도나는, 그제서야 선배가 왜 내 앞에 있지? 하는 얼굴로 네로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그의 눈을 맞추지는 못하고 그의 뒤에 있는 다과를 향해있었지만.
>>749 그것 참 맛있네요 쐐기를 박아드립니다. 두 사람이 같은 의뢰를 수행하게 됐는데 의뢰 도중 의뢰주의 의뢰대로 작전을 수행하면 인근에 있는 고아원이 위험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이 독단적으로 계획을 변경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때문에 보수는 깎였지만 서로 이름은 기억하게 된... 그리고 류드라가 아르고스 에이전시에 왔더니 류드라보다 먼저 아르고스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던 엑스칼리버. 이건 된다(??
>>797 음... 조금 으으른스럽게 흡연장에서 가벼운 이야기? (못된 미성년자) 아직 사샤와 일상에서는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시리어스한 주제를 돌릴 수는 없을 것 같고, 가볍고 짧게 주고받는 건 어떨까 해요. 물론 사샤주가 더 좋은 상황이 떠오르신다면 그것으로 바꿔주세요!
아르고 에이전시. 이곳에 들어온지도 거진 4년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사샤는 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추억 따위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며 매정하게 다른 이들과의 기억을 져버리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시도때도 없이 과거의 기억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내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런 것은 늘상 ㅣ떠올랐다 한들 담배 연기와 함께 공기 중에 흩어지기 마련이었다.
사샤는 평소와 다를바 없는 발걸음으로 평소와 다를바 없는 흡연실로 들어섰다. 늘상 어딘지 나른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듯 보이는 것이 바로 사샤였으나, 정작 그녀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멍하니 별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뿐. 사샤는 평소에 저가 피우는 독한 담배를 입에 물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흡연실 내부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희뿌연 연기가 매캐한 연기과 함께 피어올랐다. 후각이 예민하게 발달 된 사샤에게 있어 담배 냄새란 그닥 반길만한 것이 못 되었으나, 그것에도 적응한지 오래였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평소에 빈번히 보이는 모습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샤는 흡연실로 다가오는 또 다른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곤 제 머리카락 사이에 솟은 듯이 보이는 동그란 귀를 쫑긋거렸다.
왠지 흡연실에서 보이면 안 될 얼굴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샤는 말 없이 담배 연기를 한 번 길게 내뱉은 뒤, 너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네로의 사려 깊은 태도와 부드러운 목소리는 도나의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조금씩 누그러뜨려 주었다. 그녀는 몸을 꽁꽁 감싸고 있는 꼬리를 느슨하게 풀고서, 또 약간의 용기를 내어 선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이렇게 둘이 대화하는 건 괜찮은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금세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그래도 다른 이들의 시선이 거두어진 것을 똑바로 인식하게 되어 긴장은 많이 풀어져 있었다. 도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테이블로 향했다. 굳이 네로의 주변을 빙 돌아서. 그녀는 종이컵에 담긴 콜라를 입에 머금었다. 찌르르하게 탄산이 올라와 얼굴을 찌푸렸지만 속은 시원해진 듯 보였다.
"고마워요, 선배. 저는 이런 자리에서까지 도움만 받고 있네요."
그녀가 이 정도까지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던 데에는 소장의 역할이 컸지만 네로의 도움 또한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다. 신체의 치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상담 또한 꾸준히 해주고 있었으니까. 도나는 옆에 놓인 비스킷을 하나 베어물었다. 그리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거 맛있다! 먹어 봐요. 하는 표정으로 네로에게 같은 종류의 비스킷을 내밀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엑스칼리버. 거창한 코드네임과는 영 동떨어진 나긋나긋하고 앳된 얼굴을 한 소녀였다. 이름은 에덴 마이어- 올해로 19세라고 했던가, 음주나 흡연 같은 게 합법적으로 가능한 성년이 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할 텐데.
그녀는 궐련보다는 전자담배를 더 선호했지만, 매캐한 종이담배 냄새에도 퍽 익숙했다. 흡연실에 자욱한 매캐한 연기에도 에덴은 눈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사샤의 가까운 곳에 앉아서는, 주머니에서 길다란 아토마이저를 꺼내서는 스읍, 하고 니코틴 증기를 흡입했다가 내뱉는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사샤와 동석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곤 했다. 보통 담배 냄새와는 다른 애플민트 향이 코끝에 걸린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그에 대조되는 붉은 홍채, 관자놀이 부근에 솟아난 뒤틀린 뿔, 나긋나긋하고 앳되어 보이는 얼굴. 아는 사람이었다. 아니, 아는 살카즈라 해야할까. 너는 눈 하나 까딱 않고 기다란 아토마이저를 꺼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며 동석했다. 사샤의 손가락 사이에 걸린 매캐한 향과는 조금 다른, 애플민트 향이 사샤의 후각을 건드렸다.
"네, 좋은 저녁이예요."
사샤는 입에 담배를 문 채 네 인사를 받았다. 그 덕에 발음이 조금 뭉그러졌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리 차가운 인상이지만, 사샤는 기본적으로 아르고 에이전시 사람들을 상대로는 경어를 고집했다. 친분과는 별개로 같이 일을 하는 관계이니 만큼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흡연실에서 보기에 썩 달가운 얼굴은 아닌데요, 후배님."
사샤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흡연실에서 마주치기에는 다소 앳되어 보이지 않는가.
>>868 ㅋㅋㅋㅋㅋㅋ 귀엽네요 글구 정확히 빗나갔네용 아니에요 소장이 쓰고있는 헬멧은 단순 신변보호용이 아닌 지휘 어시스트툴이기도 하면서 의사소통도구이기도 하고, 일종의 스마트폰같은 단말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당 그렇다고 폰이 따로 없는건 아니지만요 비지니스 하는 사람들은 폰 많아야 하자나요
달콤한 케익과, 부드러운 빵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 리타는 디저트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귀엽고 예쁜 모양의 디저트들은 보는 것 그리고 먹는 것만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으니까. 특히나 그 열렬한 디저트 사랑은 그녀가 라테라노의 출신인 것이 한 몫 했으리라. 그러다 문득,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에, 리타는 허둥지둥 두 손을 내저으려 했다. 이어진 리아의 대답이 없었다면 말이다.
" 재미가 없다뇨...! 설마요. 그, 리아씨가 좋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에요... "
다시, 리타가 두 손을 무릎 위로 가지런히 모으며 손끝을 꼼질였다. 자신을 구해준 적이 있는 리아에게는 특히, 꼭 한 번 디저트를 대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던 그녀였다. 자신을 우호적으로 바라보아주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으나, 그녀는 이렇게 해서라도 그나마 남은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항상 마음 속으로만 담아두었던 바램인데 이리 입으로 꺼낼 기회가 올 줄이야. 파티란 그랬다. 평소의 배가 넘는 용기를 훌쩍 낼 수 있게 만들고, 사람의 경계심을 유연하게 녹여냈다. 그 약해진 경계심이 득으로 작용할지, 실이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겠지만—
" 가, 감사해요... 정말요. 저도 리아씨랑 함께 하는 거 정말 좋아요. 정말... "
리타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대꾸했다. 점차 목소리가 작아진 탓에 그 의미가 리아에게 잘 전달 되었을까 싶다가도, 복작대는 분위기 속이니 그 마음이 어련히 잘 전달되었으리라 믿어지는 것이다.
" 저랑 약속 하신거예요... "
리타가 수줍게 웃었다. 그러며 오른손을 뻗어, 리아에게 약속한다는 제스쳐를 취해 보이는 것이다. 구태여 새끼 손가락을 함께 걸어달란 의미는 아니었겠다만, 어쨌던 어린 아이의 마음처럼 신이 난 것만은 분명했다.
흡연실에서 볼 얼굴은 아니라는 사샤의 지당한 딴죽에 엑스칼리버의 얼굴에 보기 좋은 나긋나긋한 미소가 지어졌다.
"뭐, 절 달갑게 여기는 곳이 많지는 않죠?"
하고 능청스레 웃으며, 그녀는 이중삼중의 보호장구가 채워진 왼팔을 들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보인다. 관자놀이에 돋아나 있는 검붉은 뿔과 종합해보면, 그녀의 인생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얼굴에서 드러나는 앳된 모습보다도 조금 더 조숙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오늘 하루는- 저한테 들어온 호출이 없었던 걸로 봐서 위험한 일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보이긴 하는데. 좀 어떻게 보내셨나요?"
네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나를 독려해주었다. 원래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무릇 긴장되기 마련이다. 당연한 증상이다. 그래도, 상처를 보여주는 것에 머뭇거리던 옛날의 그녀에 비하면 많이 성장한 것이라고 네로는 생각했다. 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네로도 굽혔던 무릎을 폈다.
"천만에요."
네로가 싱긋 웃었다. 같은 회사 사람끼리는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그였다. 곧 네로는 제게 비스킷을 권유하는 도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는 도나가 건넨 과자를 받아들고, 입에 머금었다. 입 안에서 비스킷이 부드럽게, 사르르 녹았다. 은은한 버터 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비스킷을 목 뒤로 넘긴 후에도 그 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음, 맛있네요."
네로가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어디 빵집인진 몰라도 참 잘 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어두운 음악이 낮게 깔렸다. 마치 이곳만이 세상에서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은은하게 비추는 오렌지색 조명이 대로를 향해 난 유리창에 반사되어 색을 난반사 시키고 있었다. 넓지는 않은 공간이었다. 테이블 뒤로 오래된 브랜드의 술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앞에서는 조금 나이가 든 엘라피아족 바텐더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다지 좋은 가게는 아니라는 것쯤은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무리와 높게 깔린 담배 연기로 알 수 있었고 노래소리 사이에서 울려오는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의 중심에는 온 몸을 녹색으로 치장한 용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은 패를 옮기느라 보이지 않을 수준이었고 그 입에는 거의 다 꺼져가는 담배가 물려 있어 어디를 보더라도 글러먹은 성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 너 또 사기 쳤지!!! 분명히 패를 소매에 숨기고 있는거 아냐!! 내가 머저리로 보이냐!!!” “아니 이 아줌마가 미쳤어?! 내가 두번이나 같은 수를 쓸 것 같냐?! 이번에는 소매가 아니라 신발이다!!!”
바보 같은 대화가 지나가고 잠시 후에는 테이블에 둘러앉은 네 사람 모두가 가게가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래된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미 끝나버린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아줌마, 오늘은 일 안 나가도 돼?” “아서라 잭. 저 양반 일 나가는게 더 드물 걸.” “뭐야, 네놈들처럼 일도 안하는 병신인줄 알아? 다 일이 있다 이거야. 이 머리속에서는 이미 플랜을 짜뒀다고. 곧 있으면 일행이 올걸?”
어차피 먹는 것은 좋아하고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것도 서툴긴 하지만 싫어하진 않는다. 게다가 후배가 그것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이상으로 오니가 생각할 것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오니가 디저트 가게에 갈 이유는 충분했으니까.
"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시간 정해주면.. 스케줄 비워둘게. "
고개를 숙이며 대꾸하는 리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오니는 손가락으로 톡하고 리타의 머리를 건드리려 하며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부탁 같은 건 특별한 게 아닌데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공짜로 감사를 받는 느낌이 드는 오니였기에 디저트를 먹으러 가는 날, 좀 더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었다.
" 약속할 때는 새끼 손가락 거는거야. 책에서 봤어. "
오른손을 뻗어오는 리타의 새끼 손가락에, 희미한 흉터들이 남아있는 손을 뻗어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엮으려 하며 오니는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고 조금 더 뚜렷하지만 옅안 미소를 지은 체 리타와 눈을 마주 했다.분명 신이 난 듯 보이는 리타를 흐뭇함 가득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리타가,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야. 내가,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네. 웃는게 잘 어울려. 역시. "
사샤는 제 특유의 독특한 억양이 진득하니 묻어나오는 말투로 네게 말했다. 너의 모습이나, 방금의 말로 미루어 보아하건데 그다지 환영받지만은 못하는 삶을 살아왔을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표정변화가 원체 많지 않은지라, 네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나무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보다 조금은 가벼운 목소리를 듣는다면 방금 것이 사샤 나름의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나름 여유롭게 보냈어요. 나도 오늘은 별달리 호출 받은 일이 없었거든요."
사샤는 다시 한 번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잠시 조용히 연기를 들이 마쉬었다 내쉬기만을 반복하는 사샤의 꼬리가 가볍게 흔들린다.
"뭐, 저희 일은 호출이 없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만요."
사샤가 어깨를 으쓱였다. 호출이 있어야 일을 한다지만, 일이 많은 것이 과연 좋은 징조일지는.
그러나 사샤의 농담을 엑스칼리버는 용케도 알아들었는지,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더 구부러지더니 후후후, 하고 키드득대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저랑 맞담배피는 게 그렇게 싫으신가 봐요?" 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웃어보이던 엑스칼리버는, 다시 아토마이저로 니코틴 증기를 빨아들이고 내뱉다가 호출이 없는 게 좋다는 사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죠. 사실 나라가 평화롭느니 하는 건 별로 알 바 아니지만, 미뤄뒀던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고."
그러고 보면 엑스칼리버는 병원을 갔다오는 길인 모양이다. 매캐한 담배 냄새에 가려 알아채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사샤의 후각이라면 조금 주의해서 코를 기울여보면 엑스칼리버가 입고 있는 외투에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서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뭐, 별 이상 없대요."
하고, 엑스칼리버는 사샤가 묻기 전에 선수쳐서 대답했다. "이런 건 확실히 별 소식이 없는 편이 더 좋죠. 그러고 보면 사샤 선배는 건강검진 받아보셨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테이블 끝에 앉아있던 그녀가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달려들었다.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가게 안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이거 봐!!! 이쪽은 내… 음… 리아, 미안한데 나랑 네 관계가 사적으로 어떤지 직접 말해줄래?”
당신의 불만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크게 웃은 그녀는 당신을 향해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한 손으로 마시고 있던 술병을 집어 들고는 그대로 자신의 입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무단 결근이라니 품평 피해도 심각하네. 나는 무단으로 결근하지는 않아.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잖아!!! 출근은 나약한자들의 것이다!!! 아직 기억해?”
얼마나 취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지마 그녀는 역시 자신이 그런 말을 할거라는 생각 하나에 의지해서 소리를 드높였다. 출근 도장을 찍자는 말에는 조금 싱거운 반응을 보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걱정 안해도 돼 리아. 나는 이래도 용문 근위대출신이야. 아마도 사무소의 누구보다 규율에 엄격하게 산다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한창 이기고 있었거든. 사무소의 금고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일종의 노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뭐!!! 늘어나는 건 금고가 아니라 내 지갑이겠지만!! 안 그러냐!!!”
가게 안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지른 그녀를 향해 즐거운 웃음과 함께 어차피 매일 지지 않냐며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서 중지를 곧게 세워버리고는 싸구려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스무 살도 안 넘은 어린 후배님이랑 맞담배 하는 걸 두 손 들고 반길 사람은 별로 없을걸요."
사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나마 올라갔다. 호선을 그렸다고 하기에도 애매할 만큼 작은 차이였지만 그것이 사샤 나름의 미소였다. 너의 말에 사샤는 코를 킁킁거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흡연실 특유의 매캐한 담배 냄새와 네가 피우는 담배에서 나는 애플민트의 향에 가려졌었지만, 네 외투에는 톡 쏘는 듯한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서려 있었다.
"그건 다행이네요. 건강검진 같은 건 확실히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요."
네가 오기도 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인지, 사샤의 담배는 어느덧 많이 짧아져 있었다. 사샤는 근처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불을 끄고는 새로이 담배를 꺼내 들어 불을 붙였다. 이 여자, 상당한 골초다.
리타의 얼굴이 한결 밝다. 벌써부터 어떤 디저트들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잔뜩 기대한 모양새였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리타에게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오래 전 느끼던 여유를 이제서야 되찾는다. 그것은 꼭, 리타에게 안정된 삶이 찾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 아, 맞아요. 네... 약속했어요, 우리. "
두 사람의 손가락이 엮였다. 리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난스레 웃음을 삼켰다. 갑작스레 열린 과자 파티와 리아와의 약속. 어쩜 모든 일이 이리도 순조롭게 흐를 수 있는건지.
" 조금이라뇨, 정말 큰 도움이 되어주셨는걸요. 예전에도 지금도... "
리타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호의일지 몰라도, 이 모든 것은 리타에게 있어 정말 큰 도움이자 선물이었다.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구나. 리타가 두 눈을 느릿히 깜빡였다. 웃는 게 잘 어울린다는 칭찬이 좋다. 행복해보인다는 말도 좋았고, 자신에게 건네져오는 모든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 정말 감사해요, 리아씨. —아,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
파티의 끝이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왁자지껄했던 사람들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온 것이다. 리타가 주위를 살피며 입을 열였다. 하지만, 내가 이런 기분을 누려도 되는 것일까. 막연한 의문이 머릿 속 한 켠을 파고들었다. 단단히 박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의문이. 나는, 그녀는, 행복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어깨에 손을 얹은 체 소리를 치는 로우의 모습에, 오니는 고민을 하듯 눈을 잠시 내리깔더니 덤덤한 목소리로 무시해도 될법한 로우의 말에 답해준다. 그 말을 들은 주점 안의 사람들의 약간의 비웃음 섞긴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오니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저 로우가 술을 더 많이 마시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눈이었다.
" 출근은 제대로 한다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나랑.. "
자신만만하게 소리를 치는 로우의 모습에도 그저 무덤덤한 얼굴로 말을 이어간 오니는 이내 주점사람들과 어울어져 웃고 떠드는 로우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로우가 돈을 매일 잃고 있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주 작게, 들릴 듯 말 듯한 한숨를 내쉬는 오니였다.
" 그래서, 로우, 나랑 안 가겠다는거야...? 여기, 계속 있을거야? "
웃고 떠들기 시작하는 로우를 설득하려는 듯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오니는 이내 갑작스레 옆에서 느껴지는 압력에 휘청거린다. 짙게 풍겨오는 술냄새, 아마도 술집에서 오랫동안 주체가 되지 않도록 술을 마시던 주정뱅이인 듯 했다. 주정뱅이가 로우가 얹은 팔 사이로 자신의 팔을 집어넣고는 오니를 끌어당기려 하며 외친다.
내가 있는 곳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그것들은 친근한 부모님과, 평화로운 학교, 평온한 일상들로 보인다.
오리지늄.
모두가 그것을 선민류가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동앗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동앗줄이 아니라 교수형 밧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모두가 그것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찬양하고 있을 때 오리지늄은 조금씩 치명적인 전이와 감염 증세를 드러내며 살아있는 이들의 목줄을 조여왔다.
그러나 오리지늄은 이제 와서 막아내기엔 이미 선민류의 삶에 너무 깊이, 광범위하게 파고들어 있었고, 그것은 우리들의 삶을 살라먹으며 그렇지 않아도 갈갈이 찢어져 있던 이 세계의 전쟁을 부채질했다.
흔히 마족으로 일컬어지며 업신여김받는 살카즈로, 심지어 오리지늄 감염증에 걸린 채로, 심지어 그렇게 평화롭지 못한 세상에서 태어난 삶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나는 살카즈라는 이유만으로 꽤 많은 것을 손해봐야 했으며, 왼팔에 박힌 커다란 오리지늄 결정 때문에 또 많은 것을 제한당해야 했고, 평화롭지 못한 세상에서 원치 않은 상황으로 숱하게 내몰려야 했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 태어날 수는 없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없다. 또한 모든 것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아무리 평화로운 삶을 바라더라도, 틀림없는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이 준비되었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굴러떨어져 버릴 수 있는 법이다. 어느 순간에는, 누구나 한 번씩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 세상은... 내가 원하던 세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살아숨쉬는 세상이기도 하고.
아르고스.
광석병 중증 환자의 살카즈에게도, 동료와 친구가 되어주길 약속한 곳. 조각조각난 삶을 얼기설기 다시 꿰매어 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내 두 번째 집.
나는 내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 내 왼팔에 짊어지워진 족쇄를 내려놓고, 다른 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행복하고 소박한 삶을 계획- 아니, 희망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으며, 또한 각오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러기엔 이 세상이 너무 차갑고 거칠다는 것을. 내게 놓인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나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내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내 왼팔로부터 도망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삶을 흉내내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에덴 마이어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 들었냐!!! 이 귀여운 애가 내 선배다 이 말이야!!! 그리고 친구이기도 하지!!! 좋은데!!! ”
술 병을 드높이고서 크게 소리치는 그녀를 따라 가게 안의 이들이 잔을 기울였다. 비웃음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농담이 섞인 듯한 말투로 리아를 비웃어도 되는 건 나나 사무소 녀석들 정도라고 말하고는 술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
“ 아… 그, 그건 그, 뭐라고 할까.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겸 해서 말이야!! 아니, 안 가겠다는 게 아니라 그야 가지 응, 물론이지!!! 내가 약속 안 지킨 적이 있던가? ”
아마도 그녀는 실시간으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출근은 제대로 한다고 했었지. 아마도 지금 이렇게 술독에 빠져있는 그녀로서는 그 약속을 몇번이나 하고 몇번이나 어겼는지 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가능 한 자유롭게 풀어 두라고 하는 것이 매뉴얼인 그녀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 분명했다.
“ 응!!! ”
당신이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바보처럼 웃으면서 당신에게 팔을 걸친 녀석의 머리통에 들고있던 술병을 꽃아 넣었다. 시원스럽게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주정뱅이는 지면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최대한 눈을 무서워 보이게 뜬 뒤 슬며시 웃으면서 사장 쪽을 보고 말했다.
“ 이야, 미안해 사장!!! 오늘도 깼다!!! 그래도 오늘은 경고도 했다고!!! “
아마도 그 경고라는 것은 스치듯이 말한 비웃어도 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리라, 술에 취한 녀석들은 또 싸우는 거 아니냐며 벌써부터 배팅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 음- 오늘은 안싸워!!! 그야 싸우는 데에도 돈이 들거든!!! 그, 위자료? 같은 거. 그리고 미인이 데이트 하자고 하는데!!! 이 내가 거절할 것 같으냐!!!! 리아!!! 그러니까 술값 좀 빌려줘!!! 월급 나오면 갚을게!!!”
하고 짓궂게 웃어보인 에덴은, 작정하고 담배연기를 스읍 빨아들인 다음 도넛 두어 개를 허공으로 뽕뽕뽕 날렸다. 리아가 봤으면 그렇게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할 만한 행동이었고, 여기에 정말로 리아라도 있어서 잔소리라도 하면 에덴은 네네, 하고 코대답을 하면서 전자담배를 다시 집어넣고 흡연실에서 나왔겠지만, 리아는 어디로 외출했는지 사무소에 없었다. 누가 두 손 들고 반겨주지 않아도 담배를 필 수 있듯이, 누군가가 제지하지 않는다면 딱히 그만둘 이유도 없지.
"담배 끊으라는 말 말고 다른 말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하면, 담배 끊으라는 잔소리는 한 귀로 흘릴 생각 하시고 가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어찌되었건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니까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도나의 언행에 네로는 그만 짧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소심한 부끄럼쟁이 피티아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하, 미안해요..." 네로가 여전히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그쵸? 저도 단 거, 정말 좋아해요."
네로도 혀 위로 퍼지는 달달한 맛들을 퍽이나 좋아했다. 단 것을 입 안으로 들이면 우울했던 기분도 사그라들곤 했다. 아마 그것은 도나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네로는 도나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조금은 활기를 찾은 것 같아서, 내담자의 입장으론 내심 기뻤다.
"그래요? 그럼... 언제 한 번 같이 가볼래요?"
네로는 과감히 제안했다. 그도 이 지역에 정착한 지 벌써 2년째. 꿰고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주변 지리를 알고 있었다. 도나가 말하는 가게가 어디쯤에 있는지 살짝은 알 거 같기도 했고.
지금 거짓말 하고 있잖아, 라고 말하려던 오니는 이내 입술을 닫은 체 즐거워 보이는 로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녀를 편하게 풀어두라는 메뉴얼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내심 자신과 약속한 것은 조금이나마 지켜주길 바랬던 모양이었다. 로우와 알고 지낸 것이 하루이틀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나마 바랜 모양이었다. 조금이나마.
주정뱅이를 술병으로 때려눕힌 것은 사실 오니가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주정뱅이에게 휘둘린 오니가 아니었기도 했고, 로우의 이름을 부름으로서 듣고 싶었던 것은 자긴과 일단 술집부터 나서겠단 말을 듣고 싶은 걱 뿐이었으니까.
" .. 돈은 안 갚아도 돼. 로우. "
이런 술값 정도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듯 주점의 주인에게 카드 한장을 품에서 건낸 오니는 바로 옆에서 주정뱅이가 병에 맞아 쓰러졌음에도 덤덤하게 말할 뿐이었다. 그리곤 다시금 로우의 옷소매를 살며시 손끝으로 잡으려 하며 속삭였다.
" 오늘, 출근 도장 안 찍으러가도 괜찮으니까. 술, 마실거면 나랑 마시자.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
술을 마시는 것을 말리는 것은 포기한 모양인지, 일단 도박판에서 로우를 벗어나게 하려는 듯 물끄러미 로우를 보며 말하는 오니였다. 계산을 마친 주인이 건내는 카드를 받는 것도 잊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