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대충 그 비슷한 전개... 작년에 성빈이가 하고 다닌 일이 들통나는 모멘트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리 말해주자면 성빈이의 경우는 남을 괴롭힌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다른 애들을 괴롭히는 애들을 때려주다 보니 그렇게 양아치 무리에 휘말려버린 꼴이긴 하지만. 양아치 A의 부하를 혼내주다 보니 양아치 A까지 혼내주게 됐는데 양아치 A를 고깝게 보던 양아치 B가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로 성빈이를 끌어들였달까 대충 그런 상황 생각해두고 있었어
>>420 멋진 차를 사긴 하겠지만 스포츠카보다 세단? 그나마도 사회 초년생이라고 한다면 다른 부잣집 애들이랑 다르게 검소하게 국산차를 사지 않았을까. 물론 호랑이가 멋진 차를 타고 싶다고 하면 부가티를 끌고 나옵니다. 아 그보다 시설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둘이서 가는 거 좋다... 엄청 좋다. 성빈이한테 '이러니까 결혼생활 같아' 하고 실언 시켜버린다. (미침)
>>421 양아치 시절의 성빈이를 겪어본 애면 성빈이가 감정없이 웃는 얼굴로 이상한 말은 하면 안된다? 라고 말하는 걸 듣지 않을 리 없다
아, 생각해보니 성빈이도 상류사회층이니까 그런 상류사회적인 모먼트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 아버지가 갑자기 대뜸 성빈이 찾아와서는 사진 보여주면서 네 아내로 삼으면 여러 사람이 좋을 만한 아이다. 하고 강압적으로 권한다던가. 오 이건 된다(못된 성빈주)
>>423 꽤나 가까운 성빈이의 모습에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시트에 신일그룹은 재계서열 최상단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홍홍. 외할아버지의 후대 교육 철학 때문에 성빈이네 오누이들은 물질적으로 모자란 것은 없을지언정 성인이 되기 전까진 자신의 집이 속한 위치보다 검소한 삶을 살아.
언젠가 지금보다도 좀더 일찍 일어나서 성빈이 일어나는 모습을 당신이 한 번 지켜보라고. 그리고 다음번엔 당신이 한 번 그를 쓰다듬어 보라고. 장호랑의 짝사랑 상대인 최성빈이 어느 날에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성빈이가 예상하지 못 했던 부분은 그 날이 오늘이라는 점! 그리고 무려 밤을 새는 방식으로 먼저 깨우러 오는 방법을 택했다는 점! 왜 일찍 일어나지는 않았냐면, 순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위해 불을 끄고 커피를 빨아마시며 얼마나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던가. 큭큭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장호랑은 방의 창문을 열어 차가운 아침공기를 맞이했다.
"으, 추워."
빨리 가서 깨우고 돌아와서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건널판을 세우고 넘어가, 아주 조용히 성빈의 방 창문을 열었다. 훅 하고 들어오는 따듯한 공기에 몸이 풀리고 좋아하는 냄새가 가득하자 머리가 핑 돌 것 같았다. 성빈이의 자는 얼굴을 보는 몇 안 되는 기회. 장호랑은 조용히 성빈이의 머리 맡으로 가서,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밤을 새면서 만일 당신이 성빈의 방이 있는 방향 쪽에서 비쳐들어오는 스탠드 불빛을 신경썼다면, 성빈의 수면시간이 평소보다 상당히 늦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불이 꺼진 것이 거진 4시에 가까웠을 때니까. 가정교사가 추천해준 안남시에서 주최하는 공립 수학 경시대회에 대비하기 위한 문제집 풀이와, 마감이 가까워진 학교 과제 해결을 위해 평소보다 늦게 잘 결심을 하고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것은 좋았는데, 문제집이며 학교 과제는 1시가 되기 전에 마무리지었거늘 입에 잘 대지도 않는 에너지드링크가 약발이 너무 잘 받아버리는 바람에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 4시까지 관심도 없는 유튜브 영상들을 뒤적거리면서 깨어있었던 것이다.
다른 때에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생겼더라면 당신을 보러 갔을 텐데, 불이 꺼져 있는 당신의 방을 두드려볼 용기는 성빈에게 없었다. 당신은 꿀같은 잠을 자고 있을 테니까-라고 성빈은 생각했었으니까. 아마 당신이 아직도 깨어있는 줄 알았다면 당신을 불렀겠지만, 당신이 불을 끄고 잘 버티고 있었던 통에 그는 당신이 깨어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문을 열었을 때는, 아직 추운 초봄의 밤을 위해 20도 정도의 온도로 유지되고 있던 보일러로 따뜻한 방의 온기가, 특유의 냄새를 머금고 달콤하게 당신을 감쌌다. 성빈의 방에서는 항상 특유의 냄새가 옅게 났다. 그가 쓰는 샴푸 냄새, 그의 방에 놓인 가구에서 나는 오래된 나무 냄새, 그가 이따금 뿌리는 향수 냄새, 그의 몸에서 나는 옅은 빵냄새 같은 것들이 조금씩 옅게 섞여서 만들어진 냄새였다.
성빈은 세상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베개에 모로 얼굴을 파묻고, 눈을 꼭 감은 채로 부슬부슬 헝크러진 연갈색 머리카락 아래에서 무언가 입을 달싹거리며 소리없는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당신이 따뜻한 공기에 취해 침대에 쓰러지려는 찰나, 성빈은 문득 잠결에 손을 뻗었다. 당신이 잠에 빠져드는 순간에 당신은 뭔가 따뜻한 것이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는다고 느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정말로 잠이 들어 버린 걸까, 아니면 잠이 들려다가 깼을까. 당신은 당신의 몸이 무언가 푹신한 것 안에 끌려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튼튼한 게 당신의 머리를 받치고,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팔이 무언가 탄탄한 것에 기대어져 있는 것 같은......
눈을 떠 보면, 성빈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보인다. 그러니까, 당신이 기대하던 것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가까이에서. 성빈의 속눈썹 갯수를 셀 수도 있을 만한 거리에서.
스스로의 몸이 가볍게 띄워지며 침대 위로 올려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성빈이가 4시에 자기 시작해서 지금은 일어날 수 없는 것 처럼, 원래 잠이 많은 사람이 자는 얼굴 한 번 보겠다고 밤을 새버렸으니 사실 건널판을 넘어올 때 다치지 않은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도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는 눈이 떠지길 마련. 느려진 반응이지만 한 순간 숨이 막혔다. 눈을 크게 뜨고 헉 하는 소리를 삼키다가 머리를 굴렸다. 왜... 왜.....? 성빈의 잠버릇이 고약하다는것을 모르는(왜냐하면 같이 잔다고 해봐야 어릴적에 낮잠이나 같이 자는 정도였으니까) 장호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알이 핑글핑글 돌다가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건, 꿈이구나! 커피를 마시다가 양치도 못 하고 자버린 것이다. 아아 안되는데, 오빠 깨우러 가야 하는데...
"흐으으."
기분 좋게 숨을 내쉬고는 가까이 있는 상빈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맞대었다. 기분 좋은 온도가 느껴진다.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꿈이라도 좋으니까 이렇게 하고 있을래. 같은 베개를 베고, 밀착한 상태에서 잠을 잔다는 꿈을 또 언제 꿔보겠는가?
도톰한 오리털 이불 아래에 보관돼 있던 성빈의 체열은 방 안의 공기보다도 더 따뜻하게 당신을 감싸왔다. 코 끝에 흐릿하게 걸리는 그의 체취나, 팔 안에 안기는 허리나, 이마를 맞댈 때 와닿는 따뜻한 이마 살갖, 숨결... 그 감각들은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하게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신만큼이나 잠에 한가득 잠겨있는 이 소년은, 먼저 잠에서 깬다거나, 당신을 밀어낸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칭얼대는 잠꼬대 소리를 내며 당신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비비고는 당신을 더 꾸욱 하고 끌어안는 것이다. 꿈에서 깰 것인지, 달콤한 꿈을 만족할 때까지 즐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당신의 조그만 고백에 성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나직하게 웃음소리 같은 것을 흘리며 자세를 약간 고쳐 당신이 더 편하게 안겨있을 수 있도록 몸을 바로잡았을 뿐이다. 다른 이들의 눈치라는 것을 모르고 서로 좀 더 솔직하고 순진하게 좋아했던 그 예전의 더 어렸던 나날들 중 하루를 다시 되퍼올려 가져온 듯한 주말 아침이었다. 당신은 성빈과 함께 나란히 따뜻학한 잠자리 속에서 부둥켜안고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