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가 아예 아니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100%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생 때보다 여유롭고 느긋한 성격으로 조금 변했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것이고.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은채는 화끈한 귓바퀴를 자신의 손으로 감싸서 가렸다가 떼어냈다. 지금에 와서 부끄러워하는 걸 감춰봤자 늦었으니까. 대학을 졸업하면 초중고를 통틀어서 만들어놓은 스펙과 대학 졸업증만으로도 국내의 괜찮은 대학의 조교수 정도로 들어가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줄곧 국내에서 레슨을 담당해주신 교수님에게 넌지시 부탁드렸을 때의 가능성이지만. 바이올린을 관둘지 계속해야할지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미래는 여러가지가 있었고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교수직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좋았다. 다만, 은채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을 가리고 순전히 자신의 바이올린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소소한 계획이 있었다.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지은이를 위해서라면 늦지 않게 말해줘야했다.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건 또 다시 너를 그 기다림 속에 내버려둔다는 게 미안해서. 또 기다려 달라고 하기에는 염치가 없어서.
〃놀리지마.〃
차분하게 영어로 중얼거리며 은채는 지은이의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쿡 하고 팔꿈치로 건드린다. 언젠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또 그렇게 넘기면서 뻔뻔한 네 모습에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처럼 웃음을 지었다. 놀리는 것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네가 하는 말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해버려. 그나저나 진짜 드레스 입은 걸 보여주는 게 좋은걸까. 은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직원의 안내에 안쪽 자리의 의자에 앉아서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둘이서 먹기 적당해보이는 세트 메뉴가 먼저 눈에 띄었다.
“여기 파스타랑 샐러드 세트에 칵테일이나 맥주를 음료수로 고를 수 있는 메뉴가 있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외국에 나가 있다보니 한식이 그리워지기는 했지만 샐러드나 파스타 정도면 간단하게 끼니를 떼울 수 있으니까 괜찮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름 데이트인데 한식집이나 초밥집을 갈 수는 없고. 메뉴판에서 [여성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세트메뉴] 라는 사장의 코멘트가 적힌 메뉴를 가리키며 은채는 물었다.
거기서 저돌맹진이 나와버리면 안되자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아뉘~~ 그게 끝나고 나면 뒤끝없이 깔끔하기는 하지만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ꉂꉂ(ᵔᗜᵔ*) 흑흑 현생 날로 먹게 해줘...진짜...88 (급 텐션 다운) 옼께이~~ 천천히 줘도 되니까는!:>♥ 지은주도 오늘 하루 화이팅이야!O( ̄▽ ̄)o
네가 귀를 손으로 감싸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너는 네가 말을 해놓고서 부끄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처럼 말로 하는 표현을 부끄러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 네 모습은 다소 신기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여하튼, 이 이후, 정확히 말하자면, 졸업 이후의 일은 아직 잘 알 수 없었다. 나 본인이야 아마 몇 년 정도는 공부를 더 이어가게 될 것이 분명했다. 판사, 검사, 변호사... 이 중 그 무엇도 단지 4년의 짧은 공부로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직업은 아니었으니. 하지만 아마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계속 국내에 남아있을 거고, 지금이랑 별 다를바 없이 돈은 과외로 벌고, 뭐, 그렇게 보내겠지. 그런데 너는? 아직도 서로가 졸업 이후애 어떻게 지낼지 알 수 없었다. 왠지, 너나 나나 그런 대화를 기피하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고 이 대화를 피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일단 오늘은 아니야.
너를 놀리듯이 뻔뻔하게 얘기하며 축 쳐지려는 기분을 어물쩍 넘겨낸다. 다음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이야기를 해보자. "음-하지만 진심인걸." 반쯤은 놀리는 게 맞긴 했지만, 반응이 귀엽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반응만 보자고 하는 말은 아니긴 했지만 여하튼. 지은은 메뉴를 내려두었다가 네가 하는 말에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눈동자를 굴려 이리저리 훑다가, 아, 이건가. 네가 말한 세트메뉴를 찾았다. 여성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세트 메뉴. 파스타에 샐러드 세트. 그리고 음료는... 낮부터 술을 먹기에는 조금 내키지는 않았지만 뭐, 그거야 도수가 낮은 걸로 시키면 되겠지. 확실히 그렇게까지 양이 많지도 않아 보이고, 가볍게 먹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응, 그걸로 시키자 그러면. 근데 낮부터 술 마셔도 괜찮아?"
물론 칵테일이나 맥주 중에서도 도수가 낮은 것은 있고, 아예 무알콜 칵테일 같은 것도 존재야 한다. 그렇지만 이 가게에서 그런 것을 팔지는 사실 모르기도 했고. 물론 낮이라고 해서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술은 보통 저녁 즈음에 마시지 않나. 뭐 본인이 제안한 것이니 괜찮겠거니 싶기는 했기 때문에 지은은 주문을 하기 위해 직원을 불렀다.
잠시 갱신! 답레는 한국시간으로 일곱시 이후에 올라갈거야!:< 여담이지만 완전히 논알콜 칵테일은 존재하나, 논알콜 맥주는 없다(?) 사실 논알콜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네! 어디선가 들었는데...(흠)oO(대체 누구한테 이걸 들은거지?) 지은주 잘자구 하루 고생했워!:> 나중에 봐~~!(ღゝν')ノ♥
네게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4년하고 연락을 하지 못한 1년을 포함해서 5년을 기다려줬기 때문이였고, 더 기다려달라고 하자니 네가 지쳐버려서, 너와 나의 끝을 예감했던 그때와 같은 일이 되어버릴까봐 무서워.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생각보다 겁쟁이라서 너를 놓아줄 준비가 안됐어. 너는 나에게 봄이었으니까. 너를 놓아주면 나에게 더이상 봄이라는 건 없을 거라는 걸 받아들여야하고. 그러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겁쟁이라서 너와는 그런 대화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또다시 그때처럼 끝을 예감해버리는 그 감정을 느끼는 건 사양이니까는. 그러니까 오늘말고 다음에, 다음에 이야기해줄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은채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약하게 물었다가 천천히 놓았다.
“진심이라고 해버리면 내가 놀리지 말라고 이야기를 못하잖아. …치사해.”
분명히 놀리는 것도 있었지만 은채는 지은이에게 약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작게 웃고 말아버리는 것도 네게 약하기 때문에 보여지는 반응이었으니까. 치사하다고 말하면서 내 손에 턱을 괴면서 한숨을 폭 내쉬었다. 치사하지만 좋아해. 응, 그 치사한 점까지 전부 좋아해. 내가 겁쟁이처럼 너를 놓아줄 자신이 없을만큼. “알콜 도수가 낮은 거면 마셔도 괜찮아. 일단은- 와인이나 칵테일 한두잔 정도면..” 끼니마다 와인을 마시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일단 은채도 고등학생 때부터 샴페인이나 도수가 낮은 와인 같은 건 몇번 마셔봤고,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뒷풀이 때 술은 마셔봤다. 도수가 높으면 마실 자신이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지은이의 부름에 직원이 다가와서 “주문하시겠어요?” 하고 물어왔고 세트 메뉴를 가리키며 은채는 도수가 낮은 칵테일을 주문했다.
?? 수면제 대용으로 술??? 수울???〣(ºΔº)〣 아니 그것도 약간 도수 높은 양주 계열이나 와인계열인데???? 그리고 일단 안맞는 사람도 있을 거구??? 그래서 음주 후폭풍인거샤??? 세상에.....〣(ºΔº)〣 일단 해장부터 하쟈 지은주..88 응응 아침에 올라오면 음 어, 저녁이나 밤에 답레를 써서 올라갈 거시다!:>♥ (독백부분은 모르는척)
후폭풍...이라면 후폭풍이죠...? 술을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술 마시고 나니까 오한이...(흐릿) 왜 다음날 아침인 지금까지 손떨림이 이어지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ㅇ(-( 은채주도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아직 답레도 안 올린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흐릿) 그리고 은채주 저 좀 보시죠(지-긋)
전에 술 마실 때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왜 그러나 모르겠네요 :/ 원래부터 알쓰이긴 했지만(?) 암튼 은채주 말씀대로 크나큰 교훈을 얻었으니 한동안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것으로... XD 안 그래도 나중에 오후에는 낮잠 좀 자려고요! 어제 너무 늦게 자기도 했고... 😓
와인은 안먹어봤지만...일단 보드카 계열의 양주를 먹으면 얼굴 빨개지기는 해도 난 친구들보다 혼자 홀짝홀짝거리는 걸 좋아해서(tmi) 물에다가 쇠를 탄 맛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아냐 맛있는 맥주도 많다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너무 비유가 찰떡이야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음 자는 시간은 11시? 12시? 그쯤일 것 같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부정부터 하고 보시면 어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
앗 안 드셔보셨군요?? 전 오히려 보드카 같은 걸 한 번도 못 먹어봤네요(흠티콘) 먹어보고는 싶은데 그런 술들은 보통 도수가 높길래 :/ 같이 마시는 것보다는 혼술이 좋죠~ 남이랑 같이 먹으면 자꾸 빨리 마시다가 취해버리더라구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맞잖아요...? 탄산물에 쇠 탄 맛...(아님) 글쿤요~ 흑흑 주무시러 가시기 전에 답레 한 번 정도는 올려놓고 싶은데 현생 진짜... ㅇ(-( 현생님 시트 동결좀요(현생 : 안돼. 안 바꿔줘. 돌아가.)
뭔가 술을 늘리고 싶으면 독한 술을 먹으렴하는 말을 들었는데... 일단 입에 맞더라구. 하이볼(영화에 나오는 둥글게 깎은 얼음공이 든 컵 맞나)이나 얼음 넣어서 희석해서 마시면 한잔으로 두어시간은 거뜬히 먹는다구? (착한 참치들은 따라하지 말 것) 도수 높은 건 맞워!! 마시면 식도가 타들어가며 간이 요동치는 걸 느낄 수 있G! 사실 혼술 혼술해도 나도 술은 안즐기는 편이라.. (흠)
어, 그냥 나는 하늘보리에 알콜과 탄산이 섞인 맛이라는 건 느껴봤지만 그건 못느껴서(º∼º) 근데 무슨 맛인지 알것 같아. 왤까? 앗 답레는 천천히 주어! 답레는 일어나서 확인해도 되구 점심에 확인해두 되니까는!(ღ'ᴗ'ღ ) 현생은 이길수가 읎어. 무리야...o<<
독한 술은 진짜 식도랑 간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호들갑) 도수 높은 건 한 잔 마시면 훅 가버리기 때문에 무리네요... ㅇ(-( 가끔 한 두잔 정도면 괜찮은데 자주 마시거나 하는 건 진짜 못할짓이더라구요 ㅋㅋㅋ 누구 하나가 죽을때까지 술을 마시는 문화는 대체 누가 고안해낸거죠?(아님)
맥주는 종류로 여러번 마셔보긴 했는데 제 입엔 다 맛이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아니 그보다 쓰던데(흐릿) 할 일 안 하고 답레 쓰고 싶워요... OTL (안됨) 틈틈히 쓰고는 있는데 새삼 남지은 씨 말 더럽게 안 하네요(?) 투머치 토커 오너에 목석 캐릭터라니...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술마시는 문화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킹리적 갓심) 식도랑 간을 제물로ㅋㅋㅋㅋㅋㅋㅋ일단 다음날 후폭풍이 심하지는 않지만 말여 (흠) 가끔 한두잔 마실까? 하다가도 에이 그냥 가는 길에 맛난 거나 사들고 가는 게 개이득임 ㅎㅎ 하고 가는 사람이 나야 나 (tmi)
앗 맥주가 쓴가? 그럼 지은주 진짜 술은 자주 마시면 안되겠구려 :< 남지은씨 과묵한 것쯤은 잘 알고 있었는골? 그러니까 괜찮다구? 남지은씨는 과묵한데 윤은채씨 앞에서는 좀 풀어진다는 게 매력이라굿? :> 머 어때. 투머치토커 오너에 차분한 캐릭 조합도 있는골 `^` 답레는 느긋하게 써줘도 되니까는 넘 무리하지 말워!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지옥의 혼못죽 민족... 나 혼자 술 먹고 뻗어버릴 순 없으니 너부터 꽐라로 만들어 주겠다는 심리일까요(아니다) 앗 그런가요? 다음엔 양주 마셔볼까(바로 몇 레스 전에 술을 멀리하겠다 했던 사람) 아 근데 그건 맞워요 ㅋㅋㅋㅋ 술 살 돈으로 차라리 다른 맛난 거 사먹는 게 행복해...(tmi 22)
쓰지 않아요? 사실 술은 다 쓰긴 하던데(흐릿) 와인은 그나마 조금 달달한 맛이 있어서 마실 수 있는데 맥주나 소주 같은 건 진짜 못 먹겠더라구요; 맛도 없고 쓰기만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너들은 신나서 떠들떠들하는데 캐릭터들은 차분하게 침묵 유지하는 조합이냐구욬ㅋㅋㅋㅋㅋㅋㅋ 헉 그보다 위에 일상 잠깐 훑어보다가 눈치챈건데 지금 여름방학 도중이군요? 남지은 씨 후드티 입었다 했는데 그럼 덥겠구나... 그냥 티셔츠 입었다고 해야지 현실 날씨를 대입했...
그치 유일할걸..지옥의 혼못죽(끄덕) 사실 나도 혼자 죽을 수는 없으니 너부터 필름을 끊어트리겠다 라는 마인드를 가진 적이 있어숴(?) 끼기 싫은 술자리는 그렇게 빠져나가던가 아니면 내가 먼저 취한 척하고 힘들다고 빠져나가는 걸 많이 했지 허허(이럼 안됨) 그리고 지은주는 술 안마시겠다고 해쓰니 한달 금주여!!! :< 그치그치 맛나고 내가 좋아하는 거 사먹는 게 짱 행복함!(º∼º)
소주는 음, 킹정킹정:> 맥주야 뭐 그냥 적당히 넘길 수는 있는데 소주는 알콜향이 넘모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하다! 애들이 침묵을 유지하고 오너들이 호들갑 호들갑 떠는 학부모 느낌? 앗 남지은씨 갑자기 현실 날씨 대입...(그리고 그걸 지금 눈치챈 새럼) 지은주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당황했구나(?) 티셔츠 입었다고 해도 모르는 척 해줄테니까 남지은씨 여름 옷 입히는 걸루!
너와 나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본인도 해야 할 일은 미뤄두지 않는 계획적인 사람인데다가 감정보다는 늘 이성을 우선시 하는 사람이었고, 너 역시 신중하고 차분한 성격이었으니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늘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거부한다. 전에 한 번 휘청했을 때를 제외하곤 이제까지 표면적으로 큰 문제 없이 유지해온 우리의 관계에 위태로운 부분을 갑자기 마주했을 때 덤덤히 상황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놀리기만 하는 건 아닌걸."
지은은 잠겨있던 생각에서 벗어나며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반응이 귀여워서 더 자주 말하고 싶어지는 건 맞지만, 기본적으론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들이다. 놀리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은채의 말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친구들이랑 만났을 때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뭐, 보통 도수 낮은 칵테일을 한두잔 마시고 취해버리거나 숙취에 끙끙거리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어도 가볍게 한 두잔 마시는 정도라면 괜찮겠거니 싶었다. "나도 칵테일 마시려고." 맥주도 나쁘진 않지만 별로 내키지는 않고. 지은은 네가 시킨 것보다는 조금 도수가 높은 칵테일을 주문한다. 물론 그래봐야 아직 점심이고, 본인이 술을 좋아하질 않다보니 아주 높은 도수의 술은 아니었지만.
직원을 주문을 받은 뒤 주방으로 사라졌다. 지은은 그런 직원의 뒷모습을 한 번 흘끔 보고는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눈 좀 괜찮아? 뻐근하거나 하진 않아?" 아까는 빛 때문에 조금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지하로 내려왔으니 지금도 눈이 부시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눈은 굉장히 예민한 구조여서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벗어나도 한동안은 무거운 피로감을 느끼곤 하니까.
아니 ㅋㅋㅋㅋㅋ 은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혼못죽 마인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은채주가 그렇게 얘기하시니까 마셔보고 싶어졌는걸요! :< 은채주 때문이예요(?) 성인 갓 되고는 이제 성인이니까 나도 술! 하면서 억지로 간에 술 때려부어 넣기도 했었는데 이때 엄청 마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술이 안 늘더라고요~
소주는 한 번 마셔보고 안 마셔본 것 같은데...(흠티콘) 그냥 생알콜 먹는 기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부모 ㅋㅋㅋㅋㅋㅋ 어머머 은채 엄마~ 하면서 수다 떨고 옆에서 "아 엄마 제발 좀..." 하면서 부끄러워 하는 캐릭터들이 순간 보였워요(?) 제가 후드티 입고 다닌다고 저도 모르게 남지은 씨 한테도 후드티를 입혀버렸...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첨부터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던 걸로~(적당)
누군가가 이런 사정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더 늦기 전에 대화를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건 제 3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이 대화를 해야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아. 내가 신중하고 차분한 성격이라고 별개라고는 해도 말이야. 우리는 그때, 끝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잘 알고 있었고 또 다시 그 감정을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적어도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또 다시 그 상황을 마주하게 됐을 때 그 때처럼 보지 못한 척 넘겨버리는 건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놀리려는 것도 아예 없지는 않았구나?” 진짜, 남지은. 못됐어. 가느다란 눈매를 더욱 가늘게 뜨며 은채는 지은이를 향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애인에게 귀엽다는 말이나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가끔 들었을 때에 한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은채같은 성격은 그것에 익숙해지지 못했고. 지은이의 성격상 진짜로 놀릴 생각으로 일부러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자신의 주문이 끝나고 자신이 시킨 칵테일보다 도수가 높은 칵테일을 같이 주문하는 지은이의 모습을 슬 바라보던 은채는 곱게 눈매를 휘어서 직원에게 미소를 지었다. 점심시간이기는 하지만 장소가 장소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친구들이랑 술 자주 마시는 편이야?” 문득, 떠오르는 질문을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향하는 직원의 모습을 봤던 시선을 슬 돌려서 너를 응시하며 물었다. 대학생이고, 친구들이 술을 즐기는 것 같아보여서 든 질문이었다. 네 질문에 음- 하는 소리를 내며, 은채는 조금 건조해서 뻑뻑한 느낌이 드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슬 미소를 지었다. 지하로 내려오기도 했고. 식당의 조명은 밝다기보다는 조금 어두운 축에 속해서 눈이 부신 감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안 그래도 가느다란 네 눈매가 더욱 가늘어지는 것을 본 지은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조금은?" 본인도 못됐다는 자각은 있지만 귀여운 걸 어쩌겠어. "반응이 귀여우니까..." 지은이 변명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반응이 귀여우니까 자꾸만 콕콕 건드려보고 싶잖아. 무슨 남초딩도 아니고, 유치하다. 물론 지나치게 놀렸다간 화낼수도 있으니 적당히 선은 봐가면서 놀려야 겠지만. 네 질문에 지은은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타다닥, 거리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자주 마시는 편인가?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시간 나면 마시러 가는 게 일상이라지만 아닌 사람들은 또 거의 마시질 않으니 기준점을 잘 모르겠다.
"글쎄... 술 좋아하는 애들이랑 놀 땐 술집은 자주 가는 것 같아. 난 술을 안 좋아해서 갈때마다 마시는 건 아니지만."
술을 안 좋아한다는 것 치곤 도수가 조금 센 칵테일을 시키긴 했다만. 지은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펴며 대답했다. 가끔씩 친구들 등쌀에 못 이겨 한두잔 정도 마시는 건 자주 마시는 건 아닐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물론 적당히 분위기 봐서 가끔 주량에 아슬아슬 할 때까지 마시긴 하지만 자주 그러는 건 아니니까. 사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텐션 높은 대학생 여럿이 모이면 아무래도 갈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다.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으면서 조금은 소란을 피워도 되고, 틈틈히 배도 채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의외로 술집에는 자주 다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지은이 좋아하거나 가고 싶어하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친구들끼리 모여 놀 때면 다수결을 따르니까 별 수 없다.
"그러고보니까 너 귀국하고 나서는 안경 낀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영상통화를 할 때라던가는 몇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최근엔 렌즈를 낀 모습만 본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계속 안경 쓰지 않았어?" 본인은 밖에서는 어지간해서는 계속 렌즈였다. 참고로 이유인즉슨 안경을 쓴 오빠와 똑 닮아보이는 게 싫어서였다. 정말로 그게 이유였다. 그땐 머리도 짧았으니까 더욱 닮아있었고, 그게 싫어서 렌즈를 끼던 것이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 안경과 렌즈를 번갈아 가며 끼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는 대부분 안경을 착용하는데, 너를 만날 때는 대부분 렌즈를 낀 상태였다.
아 정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 알면서 그러지. 반응이 귀엽다는 말을 듣고 은채는 한숨처럼 새는 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젖는 건 네 말에 화가 났다는 뜻이 아니기도 했다. 자꾸 놀리고 반응을 보고. 그 반응에 귀엽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이라면 놀리지말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정색을 할 수 있었지만 너는 나에게 있어서 늘 예외였으니까는. 지금도 마찬가지고.
“술 안좋아하는 거 치고는 방금 시킨 칵테일의 알콜 도수가 좀 높은 편이었는데. 그리고 그거 일단은 술집을 자주 갈 정도로 즐긴다는 거기도 하고.”
차분한 어조로 중얼거리던 은채는 이내 턱을 괴면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조용하게 “술 너무 많이 마시지마.” 하고 덧붙히는 목소리가 작았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고 눈가를 슬 문지르며 혹시 자신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말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어? 하고 네 말에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보니 귀국해서 네 앞에서 안경을 낀 적이 없네.
“고등학생 때는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은 안하려고 했으니까.”
일단은 렌즈보다 안경이 더 편하다. 하지만 조금 평소보다 더 꾸밀 때에는 안경보다는 렌즈가 더 나은 축에 속한다. 턱을 괴고 있던 은채는 비어있는 손으로 테이블의 둘레를 훑어내다가 가벼이 두어번 테이블을 두드렸다. “…일단은 너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렌즈를 낀건데. 안경 쓴게 더 좋은거야?”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은채가 상체를 슬 앞으로 숙여서 테이블 하나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지은이와 거리를 좁히며 작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