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작은 웃음에 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면서도 혹시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은 있었으니까. 불안해 할 바엔 놀리지 않는게 좋지 않아?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단 어느정도 선은 지켜가며 했다는 자신은 있었다. 아마도. "... 높은가?" 지은이 사뭇 진지하게 말한다. 네게 물었다기 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본인이 주량이 센 편이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인지 도수가 그렇게 높은 편이라는 자각은 없는 모양이다.
"아니, 음-내가 좋아서 가는 건 아니니까..."
지은이 네 눈을 슬 피하며 대꾸했다. 기본적으로는 친구들이 가자는 대로 질질 끌려가는 편이었다. 지은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주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기에, 어디에 가고 싶느냐는 물음에 도서관에 가자-고 대답해봐야 두 손 들고 환영할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전의 클럽에 관한 얘기도 그렇고, 친구들 사이에서 입김이 강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네가 조용히 덧붙인 말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원체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네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 굳이 뭐라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네 말에 지은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 렌즈가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걸까..." 그야 학생의 신분으로 술담배를 한다던가, 그건 다른 얘기겠지만 지은 본인도 렌즈를 착용했지만 그런 것을 문제시 삼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다. 네가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네가 거리를 좁히며 속삭이는 것에 지은은 눈을 데굴 굴려 잠시 다른 곳을 응시했다가 너를 마주본다. 저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네-라고 불과 5분전에 너를 놀리던 사람이 생각했다. "아냐, 예뻐. 안경 쓴 것도 예뻤지만." 안경을 써도 안 써도 내 눈에는 예쁘게 보이니까는.
아니 똔 무엇... ㅋㅋㅋㅋㅋㅋㅋ... 똔 -> 또 어디가 막 아프거나 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요새 자도자도 피로가 안 풀려서요 _(:3」∠)_ 네 감사해요! 은채주 주무시러 가기 전까지 아마 잡담 정도는 틈틈히 할 것 같지만요~ 은채주도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어요(뽀담)
놀려지는 건 좋아하지는 않지만 네가 놀리는 건 별개였다. 애인이니까, 라는 말로 충분히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네가 술 도수에 대한 걸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조용히 대꾸했다. 칵테일과 와인을 마시는 자신으로서는 도수가 높은 칵테일을 마시는 지은이가 신기했다. 도수가 높으면 뒷맛이 쓰지 않을까.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시고 다녔길래 술을 잘 마시는거지.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고 답하면서 시선을 피해버리면 그 말을 믿기가 힘들어지는데. 친구들을 봤을 때의 네 모습을 생각하면 왠지 납득되기도 하고. 짐짓 진지하고 심각하게 그런 생각을 한다. 알았다는 네 대답에 나는 슬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꾸미는 거랑 똑같은 거였으니까는 그렇게 생각했는걸.”
은채는 어깨를 움츠렸다가 펴며 슬 시선을 돌리며 차분하게 중얼거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일단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고 지금이랑 상황이 다르다는 거니까는. 그때처럼 심각하게 애늙은이 같은 면은 많이 누그러지기도 했고. 응, 그런거야. 마지막에 덧붙힌 말은 내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이기도 했고. 너와 거리를 좁히자 시선을 굴리는 네 모습에 작게 웃음을 지어보인다. 너한테 잘 보이고 싶고 예쁘게 보여지고 싶어서.
“기숙사에서는 안경을 끼고 있는 거 봤잖아?”
예쁘다는 네 말에 잠시 귀가 빨갛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자신의 귀를 잠깐 문지른 뒤에 자리에 앉았다. 마침 직원이 칵테일 두잔을 먼저 들고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마워. 그렇게 칭찬해줘서.” 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중얼거리면서 칵테일을 손에 쥐었다.
네 조용한 대꾸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3년 전의 나에게 방금 주문한 칵테일을 들이밀었다며 도수가 너무 높지 않느냐며 당항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늘기 마련이고, 새내기 때 조금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긴 했다. 물론 원래 술에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긴 하지만. 술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대체 왜 그리 술을 많이 마셨느냐 묻는다면 주위에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라고 대답하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최근엔 술자리에 가서 술을 거절해도 눈치가 보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고. 물론 지은이 남 눈치를 보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반쯤은 자의로 마신 것이 맞겠지만. 하지만 갓성인이 된 새내기잖아?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옆에서 열심히 부추겨대는 친구들이 있다면 더더욱.
"애늙은이 같아... 뭐 나라고 꾸미고 다니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걸 이제서야 눈치챘을 리는 없을텐데. 지은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작게 웃었다. 고등학생 때의 너를 떠올리니 괜히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말이 왠지 네가 변명하는 것처럼 들려서였기도 했다. 뭐 그야 굳이 멀쩡한 안경을 놔두고 렌즈를 끼는 게 꾸미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럴 수야 있겠지만, 그래서 끼지 않았다니 참 너다운 이유였다.
"음-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화면 너머로 보는 거랑 실제로 보는 거랑은 다르니까."
지은은 어깨를 으쓱였다. 영상통화를 할 때야 몇 번 본 적 있고, 최근엔 과학의 발전으로 화면 너머로도 화질이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제로 만나 얼굴을 대면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수 밖에는 없었다. 네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은은 픽 웃으며 직원이 들고 온 칵테일 잔을 손에 쥐었다.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도 저렇게 반응하는 게 귀엽단 말이야. 너를 놀리는 본인의 행동에 은근슬쩍 정당성을 부여하며 지은은 칵테일을 작게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역시 도수가 센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지. "예쁘거나 귀엽다는 말이 그렇게 부끄러워?"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통화 할 때야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만나고 나서는 꽤 자주 했던 것 같은데. 그런 말들이 하루 아침에 적응이 되는 건 아니긴 하겠지만.
외국에서는 술을 못마시니 술자리에는 끼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해두면 어지간해서 술을 권하지 않는다. 일단은. 지금에야 대학에 가서 친해진 친구들의 반강제적인 활달함과 적극성에 못이겨서 술자리에 몇번 가본 적은 있지만 단연코 자신의 주량을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마저도 대학 생활을 한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의 이야기였지만서도. 게다가 지금은 특별하거나 도무지 뺄 수 없는 상황에서야 술을 마실 뿐이고, 그 마저도 샴페인과 와인, 도수가 낮은 칵테일 정도였고. 진지하고 심각한 생각에 빠져 있던 은채는 지은이의 말에 가느다란 눈매를 더 가느다랗게 떴다가 흘기듯이 곁눈을 해보였다.
“그 때는 왠만해서는 학교생활에 흠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중학생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으니까. 특혜를 받는다는 말이나 선생님들에게 예쁨 받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다는 말, 사실은 왕창 노는 타입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너한테 옛날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해본 적 없기는 하지만 말이야. 네가 꾸미고 다니지 않았다는 말을 했을 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확실히 너는 꾸미는 타입이 아니였지. 그런 것 치고는 고등학생 때는 귀걸이도 하고 다닌 것 같은데.
“.. 화면이랑 실제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은채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영상통화 할때는 안경을 계속 끼고 있었고.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쑥쓰럽지만 기쁘기도 해서 작게 웃어보였다. “웃지마.” 칵테일을 입가로 가져가면서 지은이의 웃음을 발견하고 은채는 흘기듯이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네 웃음에 귓가가 더 붉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귓가를 가리고 싶었지만 칵테일을 쥐고 있느냐고 그러지 못해서 아차 싶은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수가 낮은 칵테일을 한모금 마셨지만 역시 술은 술인지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부끄럽냐는 네 말에 고개를 슬 기울였다.
“많이 듣는 거랑 익숙해지는 거랑 별개라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부끄럽지. 내가 지은이 너한테 예쁘다 라는 말을 하는 거랑 똑같지 않을까?”
은채의 말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는 안되지만 네게는 너만의 생각이 있었겠지. 너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지은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심결에 제 귀를 매만졌다. 그러고보니 고등학생 때는 피어싱이 꽤 많았었지. 지금은 다 막혀버린지 오래지만. 뭐, 그것도 꾸민 거라면 꾸민 걸까. 실상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한 개씩 뚫던 것이 그렇게 되어버린 거겠지만 교내에서 피어싱에 렌즈면 나름 꾸미고 다닌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치고는 머리나 화장, 심지어는 옷차림 같은 것에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상반되기는 했다. 꾸민다기엔 지나치게 수수하고, 전혀 꾸미지 않는다기엔 조금 화려하고. 그러니 네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려나. 본인은 꾸민다는 생각이 아니었기에 자각이 없을 뿐이었다.
"느낌이 다르지 않아? 직접 보는 게 더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고."
통화를 할 때는 아무리 상대가 화면이 가까이 있어도 가깝다는 느낌을 받질 못했었다. 오히려 화면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멀어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야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런 것도 물론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거리감. 그래 거리감이 들어버린다. 웃지 말라는 네 말에 지은은 되려 조금 더 크게 웃다가 조금이 지나자 조금 진정된듯이 웃음을 거두어들이며 칵테일이 담긴 잔을 입에 가져다댄다.
"그야 부끄럽긴 하겠지만... 조금 다르지 않을까? 난 예쁜 편은 아니니까."
지은이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지은이 본인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다던가,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인상이 사나운 것을 아는 만큼, 제 외모가 평균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조금 있는 것이, 아무리 보아도 본인이 '예쁘다'는 말이 나올 얼굴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그런 얼굴상이 아니니까는.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에 직원이 음식을 들고 나와 테이블에 세팅을 해주었다.
은채는 귀를 매만지는 지은이의 모습을 지긋하게 응시했다. 고등학생 때는 피어싱이 많은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언제를 기점으로 네 귀의 피어싱이 사라졌을까. 짐짓 평소에 그저 넘겨버렸을 사실을 새삼스럽지만 진지하게 떠올렸다. 지긋하게 응시하던 시선을 느릿히 깜빡이면서 은채는 어깨를 움츠렸다가 편다. 학생답지 못한 행동은 은채 자신에게만 통용되는 것이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학생다운 행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네 모습은 수수한 편에 속했지만서도.그나저나 설마, 꾸민다는 말에 저렇게 반응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음, 맞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게 더 좋아.”
영상통화를 할 때에는 하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 있으니 그 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보고싶다는 것도 있었지만 역시 심리적인 이유로 멀게 느껴지는 기분을 가리기 위해 느끼던 감정의 거짓말. 혹은 감정의 자기보호. 은채의 짐짓 진지하고 심각한 생각은 지은이의 웃음에 사라졌다. “너무 웃잖아.” 조금 토라진 표정으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칵테일을 다시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음-… 예쁜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에는 예뻐. 지은이 너.”
은채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은이에게 예쁘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외모보다는 그 성격에 예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분명했다. 칵테일 잔을 내려두고 테이블을 세팅한 직원은 곧 주문한 음식들을 차례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하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자 〃고마워요.〃 슬, 미소를 지어보이며 은채가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누구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다. 각자 해소 방식이야 다르다지만 스트레스를 잔뜩 받을때마다 피어싱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습관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고, 무엇보다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인데,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있어봐야 좋게 비춰지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전부 빼버렸다. 뭐 어쨌든, 그게 이제와서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은채의 말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한 말이었다. 네가 외국에 나가고, 기계에 의존한 연락만을 주고 받게 된 뒤에야 그 말을 이해하다 못해 공감할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았다.
"미안 미안. 혹시 화났어?"
조금 토라진 네 표정에 지은은 웃으며 손을 뻗어 네 볼을 가벼이 매만지려 했다. 귀여워서 웃은 거지만, 또 귀여워서 그랬다고 대답하기에는 조금 오바스러운 감이 있었기에 사과와 함께 어물쩍 넘겨버린다. 은채의 말에 지은은 눈을 깜빡이다 괜스레 칵테일 잔으로 손을 가져간다. 음, 이거 생각보다도 훨씬 부끄럽구나. 귀가 붉어지는 기분에 지은은 대댑 대신 네게서 눈을 돌리며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신다. 음식 나오기 전부터 이렇게 많이 마시면 안되는데. 아마 네 성격상 외모보다는 다른 걸 두고 하는 칭찬이겠지만, 칭찬이라는 것 자체가 꽤나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한테서 받는 칭찬은 이제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넘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
"영어로 대답하는 이유라도 있어?"
직원에게 영어로 대꾸한 너를 보며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국에 살다보니 생긴 일종의 습관일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방금까지는 나랑 한국말로 대화하고 있다가 갑자기 영어를 사용하니 조금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귀를 그렇게 많이 뚫은 이유는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네. 그러고보니. 학생다운 행동. 학생다운.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강박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쓸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야. 가느다란 눈매를 더 가늘게 뜨고, 은채는 짐짓 진지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가 지은이의 말과 이어지는 행동에 흘기듯이 곁눈질을 했다. 어물쩍 넘겨버리는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네 행동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는 뺨에 닿는 네 손에 얼굴을 슬 기댔다. 도수가 낮기는 하지만 술은 술이였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열기가 지은이의 손에 닿을지도 모른다. “화 안났어. 내가 너한테 화낼리가 없잖아.” 뺨을 매만지는 네 손에 얼굴을 기댄 뒤 천천히 문지르면서, 여전히 조금 토라진 표정으로 보다가 슬 미소를 지었다.
“부끄러워?”
은채는 지은이의 귓가를 향해 시선을 줬다가 이내 자신의 칵테일 잔을 입가에 대면서 차분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었는지, 얄궂은 미소를 띄고 칵테일을 한모금 입에 머금고 목으로 넘겼다. 알콜로 인한 열기에 눈가가 뜨끈해지는 기분이다. 어? 하며 지은이의 물음에 은채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듯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음- 한국인 치고는 꽤 독특한 느낌이잖아. 나.” 그러니까 단순한 습관이라는 것이었다. 욕을 자주 하는 사람이 감탄사로도 욕을 하는 거랑 똑같다.
으아악 현생 이눔시키! 너 싫어! 싫다구!!〣(ºΔº)〣 답레가 좀 아무말 같기는 한데 잇기 힘들면 화제를 돌려도 좋구 다른 돌발상황 같은 게 나와도 오께이야! 지은주는 지금 자고 있으려나 아니면 여전히 현생에 붙들려 있으려나.. :< 답레 올리고 이따 밤에 올게! 나중에 봐~~~(ღゝν')ノ♥
쫀밤 쫀아침! 내가 자기 전에 지은주를 봤다~~ 이마리야!(•‾̑▽‾̑•)ノ (둠칫둠칫) 답레는 진짜진짜 천천히 써와도 괜찮은겨!:> 앗 답레 잇기 힘들거나 그러지 않다니 다행이다. 혹시나 잇기 힘들까 싶었거든 :>♥ 답레는 천천히 주구 나는 이제 자러 가볼게~~!(ღゝν')ノ♥ 답레 확인하는 건 새벽쯤 될 것 같워!:< 지은주도 쫀하루 보내~~~ヾ(*'∀`*)ノ♡
손에 닿은 네 얼굴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지은은 반대손을 들어 손등을 제 볼에 갖다 대어본다. 음, 난 괜찮은데. 술에 약한 걸까. 지은은 너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얼굴을 문지르는 네 행동에 웃음을 흘렸다. 오늘 왠지 지나치게 많이 웃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데 말이지. "그거 다행이네. 네가 화내면 엄청 무서울 것 같거든." 장난을 치듯이 말하며 눈을 슬 접어 미소를 지었다. 말은 저래도 그렇게 말해봐야 누가 뭘 하든 겁을 먹지 않을 성격이지만. 이 와중에 조금 토라진 네 표정이 귀엽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건 아웃일까. 일단 입에 담지 않았으니 세이프라고 멋대로 생각하겠다.
"... 생각보다도 더 부끄럽네."
지은이 네 말에 순순히 긍정하며 붉게 달아오른 제 귀를 손으로 문질렀다. 아니 근데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 이제껏 다른 사람들에게서 외적인 칭찬을 전혀 들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되려, 꽤 빈번히 듣는 편 아니야? 물론 그것이 예의상이든, 그도 아니면 외적 기준이 지은과 다른 것이든. 속뜻이 어찌되었건 칭찬을 아주 안 들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부끄럽진 않았던 것 같은데. 네 말에 유독 더 큰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으니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 그렇다고 해서 놀리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응, 그건 포기 못하지. 은채의 말에 지은은 네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색 머리, 회색 눈. 조금 특이하긴 하지.
"그러고보면 내 친구들도 처음에 너 보고 외국인인줄 알았다고 하기도 했고."
지은은 너를 고등학생 때부터 쭉 봐와서인지 독특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받지 못했다. 그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그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아, 일단 먹자." 그러고보니 음식이 나왔는데 거들떠도 안 보고 있었다.
얼굴에 열이 올랐을 뿐 취했다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 전에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셔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얼굴에 닿아 있는 네 손에 문지르는 걸 그만두지는 않았다. 네 웃음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얼굴을 숙여서 네 손에 입가를 묻고 스치듯이 입을 맞춘다. 웃는 네게 왜 웃냐는 물음이 담긴 행동이기도 했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거야. …아마.” 무서울 것 같다는 지은이의 말에 대한 은채의 대답이었다. 조금 자신없어보이는 목소리는 자신 스스로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험담을 하는 걸 봤을 때도 그 앞에서 화를 낸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는. 화를 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장난치는 것 같은 네 말에 짐짓 진지하게 생각을 거쳐서 대답을 하고는 칵테일을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가 천천히 삼킨다.
“나한테 칭찬하는 건 안부끄러워하면서 자기가 칭찬받을 때는 부끄러워한다니까는.”
진짜. 남지은. 붉어진 귀를 문지르는 네 모습에 슬 미소를 짓다가 이내 쿡쿡 웃음을 지었다. 봐. 너를 칭찬하는 말에는 부끄러워하고. 인상이 좀 강하기는 해도 외적으로 나쁘지는 않으면서. 칭찬 한번 듣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야. “외적으로 이렇게 생겼으니까, 예전에는 그런 관심이나 추측이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거기에 맞춰주는 편이거든. 그리고, 지금은 버릇이 든 것도 있어.” 5년동안 외국에 있다보면 영어가 입에 붙을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네 말에 거들듯이 말을 붙히며 은채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는 칵테일이 담겨 있는 잔을 손끝으로 매만진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을 봐왔던 애들은 신경을 안쓰겠지만 말이지.
“응, 먹자.”
파스타와 샐러드를 덜어 먹을 수 있는 앞접시에 파스타를 집게로 돌돌 말아 자신의 앞접시에 올리고 은채는 슬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이고 은채주... 현생아 내 앤오 놔줘라... 사람 죽일 일 있냐...(?) 제가 지금 하던 게 있어서 답레는 천천히 올려둘게요! 은채주도 답레는 신경쓰지 마시고 천천히 주세요! 어젯밤에 푹 주무셨길 바라고 오늘 하루 화이팅이예요! 어제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하루가 되길 바래요 나중에 봬요! :> ♥
네가 손에 얼굴을 비비다 스치듯이 입을 맞추자 지은은 조금 더 크게 웃고는 엄지로 네 볼에 원을 그리듯이 부드러이 매만지다가 손을 떼어낸다. 웃음을 흘린 것은 내 손에 얼굴을 문지르는 네 모습이 귀여워 보여서도 있고, 그런 네 모습이 좋아서이기도 했다. 네 행동 하나하나에 감정이 제 멋대로 터져나온다. 조금은 주체가 안 될 정도로. 평소와 다르게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웃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오늘만큼 기분이 좋은 날도 드물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데?"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네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분위기가 확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다. 물론 화를 내는 네 모습을 보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원래 연인의 모습은 전부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네가 화를 낸다면 그건 필시 누군가는 선을 넘었다는 의미일 테니까는.
"음-다른 사람이 하는 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지은이 본인 스스로도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워낙 인상이 강한 편이다 보니 아주 귀에 박히도록 칭찬을 듣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들을 때마다 몸을 베베 꼬지는 않을 만큼은 듣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개중에는 예의상 겉치레로 건네는 말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뭐 아무튼. 이제와서 칭찬을 듣는 것만으로 귀가 붉어지거나 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이상하다 느껴질 만큼 부끄러웠다. 그보다, 그런 기대에 맞춰주는 구나.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다는 듯이 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은은 샐러드를 먼저 앞접시에 덜어낸다. 파스타를 앞접시에 덜어내는 것은 샐러드를 한 입 먹은 이후였다. 파스타를 포크로 말아 입에 넣었다. 음, 서양식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지만 나름 괜찮다.
"여기 괜찮네. 깔끔하기도 하고. 너는 어때? 음식 입에 맞아?"
입에 안 맞으면 당연히 적게 먹을테니 나중에 간식으로 뭐라도 먹어야 한다. 아니 그보다, 얘 서양식은 좋아하던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구나.
네 손에 얼굴을 문지르다가 입을 맞추자 네 웃음이 들려오는 것에 작게 웃음을 흘렸다. 네 손이 뺨을 만지는 행동때문이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네 모습을 보고, 눈을 맞추다가 네 손이 떼어지자, 슬 미소를 지어보인다. 네 기분이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중학생 때 말고는 화를 내본 적이 없으니까.”
자신이 없는 건 화를 내봤던 적이 오래전이니까 당연했다. 중학생 때 화를 냈던 것도 화가 나서 화를 냈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선을 넘었다는 것이 기분이 나빠서 짜증을 냈던 건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서도. 게다가 그런 상황이 또 오는 게 싫어서 사람과 친해지려는 걸 조금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일단 자신 스스로도 그 때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려는 이유였다. 대답을 한 뒤에 은채는 가볍게 지은이의 손이 매만지고 떨어진 자신의 뺨을 손으로 감쌌다.
자신의 뺨을 감싼 손을 떼어내고 은채는 지은이의 뺨에 손을 가져다대며 어루만졌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여서. 아니면 예의상으로 말을 뱉어낼 바에야 그냥 입을 다물어버리는 사람이 하는 칭찬은 진심이 담겨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을테니까. 그래서 그런걸까. 네가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뺨에 올렸던 손을 떼어내기 전에 가볍게 아프지 않도록 뺨을 잡았다가 놓으면서 슬 미소를 지어보였다. 덜어낸 파스타를 스푼 위에 포크로 말아서 올린 뒤 한입 입에 넣고 맛본 은채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거 알아? 외국에 있다보면 한국에 들어온 서양식들은 덜 기름지다는 거. 파스타는 모르겠지만 기름진 건 엄청 기름지거든.”
덜어낸 파스타를 비워낸 뒤에야 은채가 지은이의 물음에 입을 열고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요즘 서양식은 잘 안먹었는데 너랑 먹으니까 괜찮네. 지은이 너도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다행이고.” 은채는 얄궂게 미소를 슬 지어보인다. 양도 지나치게 많지 않고 기름지지도 않고. 세트 메뉴에 립 스테이크같은 것도 있었지만 기름진 건 사양하고 싶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고른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으악 젤나가 맙소사 게임 하다가 이제 봤워요... OTL 아니 그리고 머리를 왜 박으십니까 8ㅁ8 안돼요 은채주 머리 소중해요...(뽀담) 저도 자주 늦는걸요 뭐! 현생 바쁘신 건 알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본인 페이스에 맞춰서 천천히 주시면 되는 거예요 천천히! 라고 말하자마자지만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내일 드려도 될까요?(옆눈) 핸드폰이 지금 폰이 반쯤 맛탱이가 갔나 렉이 좀 오져서...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