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의 동의하는 말에 은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보였다. 서로가 바쁘다보니 제대로 된 데이트 없이 졸업을 할 줄은 몰랐지. 게다가 그때는 데이트를 해야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고. 원래 처음 사귈 때는 조금 더 자주 많이,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던데 그렇게 되기에는 너보다 내가 너무 바빴기 때문에. 그래서 유학길에 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아쉬웠었는데.
“응, 그러게.”
한강에서 잠시 있다가 네 집에 갔고, 두번째로 만난 건 네 친구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다가 뒤늦게 단둘이 남은 시간이었으니까. 실제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미간을 찌푸리며 좋다 하고 말하는 네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응, 나도 좋아.” 네 입가에 입을 맞추면서 웃음이 섞인 맞장구를 해보였다.
“싫어? …그렇게 안보이는데.”
은채는 지은의 반응에 얄궂게 눈매를 휘어서 미소를 짓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스킨십이 많아진 건 사실이니까. 시간이 지나다보니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졌고, 그 결과 스킨십이 많아질 수 밖에. 엘리베이터는 1층을 향해 착실하게 내려가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긋하게 바라보던 은채는 지은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도 많이 하잖아.” 자신만큼은 아니었지만. 은채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자신을 끌어당기는 지은의 행동에 작게 중얼거렸다. 귀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게 역시 익숙해진 것과 부끄러운 건 별개의 일인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다른 학년도 아니고 고3에 들어서부터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정신 나간 짓이기는 했다. 너는 너무 바빴고, 나는 나대로 손에서 공부를 놓질 않았고. 생각해보면 그때의 그 시절과 지금이 그렇게까지 다르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여전히 바쁘고, 나는 공부를 손에서 놓질 않고. ... 원래 사람이 쉽게 변하는 생물은 아니라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 생각을 떨쳐내기로 한다. 그보다 네가 귀국한 이후로도 제대로 된 데이트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쓸어담을 수는 없었다.
"... 싫어해서 한 말이 아닌 거 알면서."
얄궃게 들리는 네 중얼거림에 지은이 중얼였다.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식으로 싫냐 물어보는 것은 역시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그야... 하고 싶으니까?" 뽀뽀 자체는 네가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물론 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아니 상관이 없다거나 싫지 않다-라기 보다는 좋았고. 여하튼, 본인도 나름대로 표현이 늘기는 했다. 정작 본인이 해놓고 조금씩 붉어지는 귀를 매만지는 것으로 보아 부끄러움이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지만. 부끄럽다고 빼기에는 너와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고등학생 때야 바빴다 한들 얼굴은 거의 매일 같이 보았다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우리 집 가기 전에 들리고 싶은 곳은 없어?"
한강이라던가, 한강이라던가, 한강이라던가... 음, 생각해보니 어차피 한강 밖에는 갈 곳이 없긴 하다. 지은은 너와 함께 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당연하지만,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겠지마는. 조금 안쪽에 위치한 빌라이다 보니 택시라도 타지 않는 이상 바로 앞에 내리질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에도 조금은 걸어야 하긴 할 것이다.
아니아니 쉬는 방향이 잘못됐자너 남지은씨〣(ºΔº)〣 10년 뒤에 윤은채씨가 저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꼬드겨서(?) 휴식을 취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까?) 응응 무리는 안하구 천천히 써올게!(뽀담받)(맞뽀담) 일어났으니까 이제 밥 먹어야지?^^(한국인 오너 특: 캐릭은 물론 오너의 끼니까지 챙기려는 버릇이 있다)
만난 건 고 2때라고는 하지만 그때에는 친하게 지내다가 이렇게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고 3때 연애를 시작하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우리는 서로 원하는 방향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시기였으니까.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기에는 시간도 상황도 맞지 않았어. 그래도 지금이라도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니까 괜찮아.
“응, 알고 있어.”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물어보는 건 작은 심술이었다. 네가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의 귀여운 심술. 그걸 네가 몰랐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난 뒤로 이렇게 스킨십이 많아지고 조그마한 심술과 토라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으니까. 네가 알게 되면 분명 부끄러울테니까. “그럼 나도 하고 싶어서 했다는 걸로 할래.” 네 말에 슬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손을 먼저 잡은 것도 뽀뽀를 먼저 하는 것도 먼저였지만 괜찮아.
“음- 괜찮아. 지은이 너도 나랑 둘이 있는 게 더 좋지 않아? 드레스 입은 거 보여준다고 드레스 가져온 여자친구가 있는데 어디 들르고 싶어?”
저번에 갔던 한강이 떠올랐어. 산책로를 걷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너와 함께 잠시 비를 피했던 것도. 하지만 지금은 한강보다는 네 집에 가고 싶은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네 볼에 검지를 가볍게 가져다대며 되물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어조와는 다르게 얄궂게 눈매를 곱게 접어서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킹치만 남지은 씨는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다... :< 누가 강제로 쉬라고 해도 마음 불-편하게 앉아있거나 누워만 있을 애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고건 그래요 상대방 식사여부는 무조건 챙겨야 하는 것...(아님) 그런 의미로(?) 은채주도 오늘 삼시세끼 다 잘 챙겨드셨죠??(지-긋) 답레는 천천히 드릴게요!!
알고 있다는 네 말에 지은은 아주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결국엔 픽하고 웃음을 흘렸다. 조금은 심술 궂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너니까. 내가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물어보는 것은 네 나름의 장난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도 아니면, 확인인가? 네 속마음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지은은 네가 제 볼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눈을 접어 웃으며 제 볼에 닿아온 네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다.
"윤은채 진짜...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지은은 네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듯이 가볍게 쥐려 했다. 너는 치사하다. 내가 네게 고백한 그 날부터 이제까지도, 너는 자꾸만 내게서 솔직한 대답을 유도해 내는 것 같아. 가능한 한 제 욕망은 숨겨두고 네가 하자는 대로 맞춰주고 싶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솔직하게 제 할 말을 하고 있다. 말로 다른 누군가에게 질질 끌려다니다니, 이게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 맞기는 한 걸까.
"아니, 우리 집으로 가자."
당연하게도, 본인은 다른 어딘가에 들르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었다. 지은은 가자는 듯,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처럼 네 손을 부드럽게 잡아 끌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한 뒤, 걸어서 조금 안쪽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삼시세끼 잘 챙겨먹었지~~:> 아유 당연한 말을!!!v(@❛ν❛)v 으악 잡담 이으려고 보니까 벌써 답레가 올라왔다???(동공지진) 답레는 천천히 줄게!ヾ(*'∀`*)ノ♡ 마음 불편하게ㅋㅋㅋㅋㅋㅋ누워있는 거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미쳐부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싫지 않아라는 대답이 나올거라는 걸 알면서도 몆번이나 싫어? 하고 묻는 이유는 나름대로의 확인이었을지도 몰라. 네가 정말로 싫어하지 않는지, 아니면 싫은데 싫어하지 않는 척 하는 건 아닌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 네 뺨에 닿은 손을 잡는 네 모습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왜 하고 물음을 던지려다가 네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한테도 배운 적 없는데. 이런 걸 누가 알려주겠어.”
아프지 않게 자신의 볼을 꼬집는 지은의 행동에 은채는 볼이 잡힌 상태에서 슬 미소를 지으며 짐짓 미간을 찌푸리고 나긋하게 속삭였다. 솔직한 네가 좋아. 솔직하게 말하고 솔직하게 대하는 네가 좋아. 그렇지 못한 너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원래 애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안그래. “나는 그냥 지은이 네가 솔직한 게 좋아.” 은채는 여전히 나긋한 어조로 속삭이면서 자신의 볼을 쥔 지은의 손을 감싸듯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그것도 잠시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집으로 가자며 끄는 지은이의 손에 잡힌 자신의 손을 움직여서 맞잡는다.
“우리집이라고 하니까 같이 사는 것 같다.”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따뜻해서. 슬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이고는 네 걸음과 맞춰서 네 집으로 향했다.
아뉘ㅋㅋㅋㅋㅋㅋㅋ그럼 나는 두근! 하는 윤은채씨를 귀여워하는 지은주를 귀여워하게써!!!(?)
oO(날 귀여워하는 지은주가 더 귀엽다)(뽀담뽀담) 좋아 의식의 흐름대로 하는 거 좋지!(대체) 앗 그러게 그거 좋겠다!!! 남지은씨 오빠 만나던가, 그러면...(끄덕끄덕) 재밌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에 남지은씨 오빠가 윤은채씨 봤을 때의 반응 같은 거 이야기 했었남??
귀여움의 메비우스냐구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은채주가 더 귀여우시고 반박은 안 받겠습니다(단호) 하지만 뽀담받은 좋아요(뽀담받)(고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음 지나가듯이 얘기 했던 것도 같은데, 그때랑 지금이랑은 아마 또 다를 것 같긴 하네요! 윤은채 씨가 클래식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정도의 유명인인가요? 얼굴 보면 알 정도? 아니면 이름 들으면 아 혹시? 할 정도?? 🤔
그야 이런 건 반박 안 받는다고 먼저 말한 쪽이 이기는 걸요?(아님)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죽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그러면 남지은 씨 오빠는 아마 윤은채 씨 보면 바로 알아볼 것 같네요! 남지은 씨한테 대체 어떻게 알고 지내는 사이냐고 물어볼 것 같고... 남지은 씨 : ? 어떻게 알아? 오빠 : ??? 어떻게 몰라? 같은 상황이 될 것 같은데... 😂😂 와중에 애인 있다고도 말한 적이 없어서 아마 사귀는 사이라고는 꿈에도 모를 것 같고...
네 안돼요 :<(단호) 잠 안 오셔도 핸드폰 들여다보지 마시고 일단 얌전히 누워서 눈 감고 계시는 거예요 :/
클래식도 좋아하고 공부도 좋아하고... 일단 설정상 이 인간이 미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개천재라 한 번 본 건 잘 안 잊어 먹거든요. 그래서 클래식 이것저것 듣고, 알아보고, 공부하다가 지나가듯이 윤은채 씨 관련 된 것도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억하고 알아볼 것 같아요 🤔 부럽다 나도 그 능력 좀(???)
너는 누가 이런 것을 알려주겠냐며 나긋하게 속삭였다. 누구한테 배운 적도 없는데 이렇다면 그냥 원래 성격이 그런 걸까. 네 손 위에서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나쁜 뜻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냥 말 그대로 네 말 한 마디에 쥐였다 놓였다가 반복되는 기분이었으니까. 네 볼을 쥔 손이 네 손으로 덮였다. 솔직한 게 좋다는 네 말. 지은은 눈을 깜빡였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에 비해 네게 솔직하게 네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맞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네 몸짓과 말 한 마디에 따라 휘둘리듯이 속마음을 뱉어냈다. 하지만 정말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네게 말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온전히 솔직해 질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아니, 꼭 완전히 솔직해져야만 하나? 사귀는 사이라 한들 보통 시시콜콜한 모든 것을 공유하진 않을 것 아닌가. 속으로 변명을 되뇌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딱히 솔직하지 않았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법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거짓말이나 하면 쓰나. 그야 네게 거짓말을 한 적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솔직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멍청하게 그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구분하지 못하는 척 하고 싶었을 뿐이었지.
"그러게, 이대로 그냥 데려가서 돌려주지 말아 버릴까."
계속 같이 살게. 돌려준다는 것은 아마 네 집이나 외국의 기숙사/학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겠지. 아, 당연하지만 농담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납치해버릴 생각은 없다. 설령 네가 거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직 학교를 졸업도 안 한 시점에 대뜸 너를 집안에 가둬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같이 살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으니, 돌려주지 말아야 겠다는 것 자체는 농담이었지만 그 뉘앙스 자체에는 진심이 반쯤 담겨 있었다. 지금처럼 통화로만 얼굴을 보거나 몇 년에 한 번씩 얼굴 보는 게 아니라 진짜로 매일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지은의 집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지은은 지난번과 같이 네게 슬리퍼를 내어주었고, 캔디가 지난번과 같이 먀앍-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나와 반겼다. 아 근데, 너를 잠시 잊기라도 한 건지 네 주변에서 머뭇거린다.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가보다.
태어난 환경보다, 자라오고 보고, 듣고 느낀 환경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성격이 정체하는 게 아니고 더 좋은 방향이 되기도, 더 나쁜 방향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한국에서 나고 자라온 성격은 바뀐 환경에 충분히 변화하는 게 맞는 말이니까. 나쁜 방향이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네게 보여지는 성격은 분명 유학을 간 환경에 의해 변화한 성격이라는거야. 게다가 애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그게 어떤 모습이든 너라면 괜찮아. 그래도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하고 티끌 하나 없이 온전히 솔직해질 수 없는 건 분명히 있어. 너도 그리고 나도. 완전히 솔직해지지 못한다면 우리, 서로 솔직해지지 못하는 건 조금은 외면한 채로 솔직해지자. 이렇게 말하면 이건 변명이 될까.
“응. 알고 있어. 그래도 확인해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렇다고 네가 솔직한지 의심하고 있다는 건 아닌 건 알아줬으면 좋겠어. 은채는 지은의 말에 작게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 더 있으면 지금보다 자주 올 수 있으니까 그건 참아줘.” 차분하게 말하는 은채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긋했다. 자신의 손으로 지은의 뺨을 살짝 감싸쥐며 은채는 다시금 작게 웃어보였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나 더 먼 미래를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그 알 수 없는 결속에 심장이 설렜다. 우리 같이 살까.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너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뉘앙스를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대중교통을 타고 내려서 조금 안쪽으로 걷다보니 저번에 차를 타고 왔을 때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네 집은 생각보다 멀지는 않았다. 은채는 슬리퍼를 내주는 네게 고마워 하고 인사를 건네며 슬리퍼를 신고 달려나온 캔디가 자신의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거에 슬 미소를 짓고 몸을 낮췄다. “안녕. 캔디. 설마 잊어버린거야?” 손을 내밀어서 캔디가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면서 은채는 캔디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말했다.
>>291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자아분열하고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지은주가 더 급발진하자너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 내가 오늘 휴일인데 왜 이 시간에 답레를 올렸냐고 한다면... 나는 토요일이 반납됐기 때문이지. 핫하! (미쳐감) 그래도 이번 토요일만 나가고 조오금 토요일에 현생 시달리는 건 안할지도 몰라 아마 아마........(작아지는 목소리였따) 아무튼 나도 답레 올려두고 갈게!:> 하필이면 그날 기운도 슬쩍 올라와서 오늘은 정신이가 없을 것 같워..미리 이야기할게 :< 일요일 나갈 수 있을까 약속...(흐릿) 쫀하루 되길 바래!!!(•‾̑▽‾̑•)ノ (정줄 놓음)
?????? 왜 스레가 갱신됐나 했더니... 아니 은채주... 은채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치만 남지은 씨가 급발진 할 순 없잖아요?(?) 아니 아무튼 이게 아니라. 현생에 그 날 기운이라니 진짜 대환장 파티네요 맙소사... 답레는 천천히 올려둘테니 일단 현생 일 화이팅 하시는 거예요 ;×; 아니 평일에도 고생하고 토요일에도 불려나가는 건 대체 뭐란 말입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으시고 오늘 하루 보내실 수 있길 바래요. 내 앤오 놔줘라 이것들아... 토요일 현생은 좀 심하잖...(말잇못) 은채주도 쫀하루 되길 바래요! 많이 좋아하고 나중에 봬요! ❤
네 말에 지은은 "그런거야?"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답을 바람 물음은 아니었다. 이해가 아예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고등학생 때에 비교적 솔직해진 네 모습이 좋다. 표현도 더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표현은, 원래 나보다는 네가 많이 했다고는 생각은 하지만. 여하튼, 애인의 솔직한 모습을 본다는 건 기분이 좋으면서도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신뢰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한 솔직함은 조금은 두렵게도 느껴졌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건 그런 것이다. 두려움이 동반 될 수 밖에는 없다. 그렇게 서로에게 겉핥기 식으로 솔직해진지 어언 3년이다.
"음-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참으려고 노력해볼게?"
지은은 제 뺨에 닿은 네 손에 얼굴을 부비곤 네 손을 감싸듯이 쥐었다. 노력해본다니, 영 확신이 없는 말투지만 설마 진짜로 너를 보쌈해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담이었으니까는. 장난기가 다분히 묻어나오는 목소리에서 지은이 장난을 치고 있음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이 익숙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가족과 같이 살기는 하지만, 영 교류가 없었고, 그래서인지 독립하고 나서도 별다른 위화감을 못 느꼈다. 그래서 본인은 태생적으로 혼자가 편항 성격이리라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남들과 왁자지껄 몰려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확실히 혼자가 편하기는 했지만, 너와 같이 살게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
캔디는 내밀어진 손으로 가까이 다가가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수초 정도를 주변을 맴돌며 냄새만을 맡던 캔디는 네 손에 머리를 비빈다. 제 주인이 네게 하던 짓과 꽤나 닮아있다. "맑오옹-" 캔디는 네게 잠시 애교를 부리다가 제 주인인 지은에게로 다가가 다리에 몸을 부빈다. "먁." 캔디는 반갑다는 듯이 연신 소리를 내며 골골거린다. 지은은 쭈그려 앉아 캔디를 쓰다듬다가 너를 올려다보며 "차나 커피 한 잔 줄까?" 하고 물어본다.
자기 전에 갱신하고 갈게요! 헉 그러고보니 오늘이 할로윈이네요?? 트릭 오어 트릿!! 🍫👻🎃🍭👻🎃🍬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애들이 할로윈 코스튬 입은 것도 보고 싶네요. 남지은 씨한테 꼬리 달아주고 싶어...(?)(남지은 씨 : 싫어.) 아무튼 토요일에 너무 고생 많으시고 남은 하루 잘 보내실 수 있길 바래요. 오늘 하루 식사도 잘 챙기시구요!!(잔소리) 많이 좋아하고 나중에 봬요 :> ❤
은채는 지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대답을 바라지 않는 물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완전히 서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괜찮잖아. 스스로에게 변명처럼 생각하고 있는 걸 너는 몰랐으면 좋겠어. 뺨을 부비고 자신의 손을 감싸듯이 쥐는 지은의 행동을 보고 은채는 작게 쿡쿡 웃음을 짓는다.
“남지은- 진짜.”
흘기듯이 곁눈질로 지은을 바라보면서 은채는 안그래도 가느다란 눈매를 곱게 휘었다. 장난을 치는 걸 알면서도 확신이 없는 네 말투는 장난인 걸 알면서도 다시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은채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의 손 냄새를 맡는 캔디의 모습에 쿡쿡 작게 웃는다. 킁킁거릴 때마다 캔디의 따뜻한 숨이 손에 느껴졌기 때문이며 동시에 자신의 손에 머리를 비비는 모습은 마치 네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이기도 했다. “야옹?” 손에 머리를 부비면서 애교를 부리는 캔디를 바라보고, 작게 읊조려본다. 은채는 캔디의 머리에서부터 꼬리 끝까지 쓰다듬은 뒤에 몸을 일으켜서 캔디를 쓰다듬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눈에 보이자 지은의 머리를 쓰담아봤다.
갹 갱신합니다! 쫀밤 쫀아침이예요! 고등학생 때 까지만 해도 트릭오어트릿을 다녔었는데 올해는 못 가는 게 아쉽네요(대체) 헉 아뇨 괜찮아요! 길이는 신경쓰지 마세요! 저도 답레 길이는 자주 오락가락 하는 편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잇기 어렵기나 하지도 않고요 :3 코스튬... 입게 된다면 역시 늑대 아닐까요? 늑대 코스튬 입혀보고 싶네요 늑대 귀랑 꼬리 달아줘보고 싶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 들고 교복 ㅋㅋㅋㅋㅋㅋㅋ 입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네요(끄덕) 일단 답레는 잠 좀 깨고 나면 천천히 써올게요. 지금쯤 주무시고 계시려나요?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고 잘 자요 은채주! 나중에 봬요! :> ❤
지은이 키득거리며 뻔뻔하게 대답한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순진해 보이는 표정이 압권이다. 저런 것을 보면 의외로 연기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얼굴에 철판 깔고 뻔뻔하게 구는 모습이 꽤 자연스럽다.
캔디의 촉촉한 코가 네 손에 닿는다. 고양이들은 코가 축축해야 건강한 거라고들 하지만, 차갑고 축축한 느낌이 아주 좋기만 한 것은 아닐테다. 네가 작게 읊조리듯이 고양이 소리를 흉내내는 것을 들은 지은이 오른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맙소사. 귀여워. 방금 야옹이라고 한 거야? 쭈그려 앉은 자신을 대뜸 쓰다듬는 것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기에 얌전히 있었다. 캔디가 지은을 묘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제 집사가 쓰다듬어 지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사실 나도 그래.
"응, 잠시만."
지은은 쭈그려 앉았다가 천천히 일어서선 부엌으로 향한다. 물을 끓이고 녹차 티백을 꺼내둔다. 음, 나도 녹차나 마실까. 사실 마실 만한 건 녹차, 둥글레차, 커피,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 정도로, 어차피 선택의 폭 자체가 굉장히 좁다. 뭐, 1인 가구집에서 뭘 바라겠느냐만. 물이 끓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지은은 머그컵에 물을 따르고 티백을 넣어 네게 건네주었다. 자신의 컵에도 물과 티백을 넣어 가져왔고. "아 맞다." 지은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거 다 마시고 나면 드레스 보여주라."
진지하게 말을 시작하더니 결국엔 헤실헤실 웃으며 말을 마친다. 뭔가 중요한 내용인가 했더니... 아니다, 드레스는 중요하다. 그렇지.
은채는 지은의 뻔뻔한 태도에 미간을 찌푸렸다가 손으로 꾹 눌러서 펴다가 한숨을 폭 내쉬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지은의 행동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뒤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은채는 그렇게 대답하며 캔디를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차갑고 물기를 머금은 듯한 캔디의 코의 감촉에 은채는 캔디를 쓰다듬던 손을 잠시 움츠렸다. 차가워. 고양이들이나 강아지들은 코가 촉촉해야만 건강하다는 건 이론적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경험해봤을 때의 기분은 차갑다는 기분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야옹- 하고 고양이 소리를 따라하던 은채의 시선에 얼굴을 감싸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오자, 은채는 “왜 그래?” 하고 고개를 슬 한쪽으로 기울여보이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네 머리를 쓰다듬으니 너를 묘한 표정으로 보는 캔디가 눈에 들어와서 작게 쿡쿡 웃음을 터트리고 말아. 왠지 고양이랑 사이가 좋은 대형견 같은 느낌이잖아. 네 주인의 행동이 나한테는 대형견 같은 느낌이거든. 네가 부엌으로 향하는 걸 시선을 슬 돌려서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돌려서 캔디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캔디를 쓰다듬었다. 한쪽에 가방과 쇼핑백을 놓은 뒤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자니 지은은 금새 티백을 넣은 머그컵을 가져왔다.
“응?”
아무리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따뜻한 걸 마시는 건 어쩔 수 없지. 은채는 약간의 녹차향이 감도는 따뜻한 컵 속의 물을 조금 마시다가 지은을 올려다본다. 드레스를 보여달라며 헤실헤실 웃어보이는 지은의 모습을 지긋히 바라보다가 은채는 캔디를 쓰다듬던 손을 올려서 지은의 뺨을 아프지 않게 잡는다. “드레스를 그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좀 일찍 보여줄걸 그랬네.” 네가 좋아하니까 싫은 건 아니지만.